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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로고] Wu-Tang Clan예리5시간 전조회 수 214댓글 7

의역이 가득한 제목이다. 엄밀히 풀어서 쓰자면 ‘좋아하는 음반에 몰두하는 행위’ 혹은 ‘싫어하는 음반을 그저 외면하는 행위’ 정도가 되겠다. 그러한 의미에서 음악의 범주 내에 정의한 편식을 다시금 생각해보자. 어떠한 장르, 혹은 그 안의 아티스트, 혹은 더욱 세밀하게 디스코그래피에 섞인 옥에 티와도 같은 결실 정도까지. 작성자로서는 회의와 호의 사이에 놓인 당신의 괴리감이 궁금할 뿐이다.


예시로 지극히 개인적인 아티스트들을 던져보겠다. Björk, D'Angelo, David Bowie, Death Grips, MF DOOM, Nirvana, Pink Floyd, Red Velvet. 어떠한가. 서로 쉽사리 연결되는 이름들인가? 연습이 끝났으니 당신의 것을 늘어놓아보아라. 길어야 15초면 충분하다.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의 청취 생활은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는 편인가?


결론을 내렸다면 우선 그 사실에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된다. 이 글은 어떠한 일갈이나 설교의 목적도 가지지 않으며, 심지어는 이 편식이란 행위 자체에 딴지를 걸고 싶은 욕구에서 발발했기 때문이니 말이다. 여튼 각설하고, 개인적 일화와 함께 첫 머리로 가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호오와 선입견을 바탕으로 따지자면, 대중음악계에 있어서 성역으로 여겨진다 느끼는 두 아티스트가 있다. 세계의 장르 음악 권위자들을 불러모아 상식과 윤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토론을 일으킨다 하여도, 이 둘을 향한 지적은 발발과 동시에 집단 린치 내지 매타작을 일으킬 것르로 보이는 그러한 정도의 입지. 주로 각 장르 내 필수적 교양의 일환으로도 얽히며, 선호를 밝히면 최소한 무지렁이나 문외한의 취급에서는 배제당할 수 있는 그러한 기본 소양이자 곧 클래식. 다시금 강조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포인트는 그 밖에 있기에 직접적인 언급은 생략하였지만,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면 조건에 들어맞는 여러분의 아티스트를 대입하여주시길. 불행 중 다행이 있다면 업로드한 두 곡은 진정 좋아하여 올렸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을 진정 사랑하는 누군가에겐 못 미치더라도, 자의로 욱여넣은 반 타의적 강박에 휩싸여 간헐적이고 충동적으로 그들의 음악을 꾸역꾸역 섭취하곤 했다. 60년대 말 히피와 사이키델릭의 동의어로 치환되던 시대의 전설. 또는 라이징 스타의 수준을 넘어서 세대를 고찰하고 갈등의 해결을 꾀하며 흑인 문화의 정신적 지주에 이르게 된 어느 컴튼의 꼬마 아이. 아 그렇군. 역시 위대한 아티스트들이야.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생각하진 않았다.


마음 속 깊이 뿌리내린 거대한 고목을 꺾어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억지로 욱여넣은 영양소가 얌전히 축적될리가 없었고 어떠한 미사여구를 집어넣든 모두 지리멸렬하고 꼴이 되었다. 울창하고 새파란 잎을 늘어놓은 8월의 활엽수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오너먼트를 얹을 자리가 없었다.


아 그렇지. 절대 불필요한 감정이나 치기 어린 반항심 따위에 휩싸여서 진정 위대한 아티스트를 억지로 외면했을리가 없지. 그렇구나. 하지만 그렇다면, 왜 세상 모두를 집어삼킨 이들은 나에게 닿지 못하고 있을까?


내가 싫어하는 것을 왜 싫어하고 있는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했다. 왜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쩌면 그와 모종의 비프를 벌였던 소아성애자의 추종자였던 건가? 좋은 것이 왜 좋은지는 구차하고 시시껄렁한 표현들을 덕지덕지 발라놓을 수 있지만, 기피의 사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란 전혀 다른 국면의 문제다. 나의 심기를 건드린 부분이 과연 여유롭다 못해 축 늘어진 UK의 악센트인지 아니면 혼미스러움에 휩싸이는 특유의 앵앵대는 톤인지. 이마저도 수많은 댓글로 지적받을 루머의 영역은 아닐지.


어쩌면 무던하고 보편적인 귀를 가진 청취자로서 필히 마주해야할 쟁점이었다. 나는 왜 완전무결한 잡식 청취자가 될 수 없는 건지에 대해. 문제 자체의 해결은 목적이 아니다. 왜 나는 두 발을 딛고서 이족보행을 해야만 하는가- 따위와 같은, 불변의 결론 자체는 논외의 영역이며 그 탐구를 통한 부수적 사실들에 도달하기 위함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 나아갈 수 없었다.


글의 짜임새로 보아 이제야말로 진정 본론에 들어갈 듯한 타이밍인 듯하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문단에 오고야 말았다. 에세이로 진입하지 못한 이유. 일차적으로는 아직 원하는 결론을 완벽히 얻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차적으로는 그 결론을 멋들어진 활자에 잘 버무릴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 답을 찾게 된다면, 아마 세상에 둘도 없는 진정 값진 청취 레포트 한 장과 더불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명작을 숨쉴 틈 없이 비판하는 앨범 리뷰 한 편이 탄생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겐 바라지 않는 일이겠지만, 내가 가진 지리멸렬함을 꿰뚫거나 혹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게 될 그런 날이 오길 기원하는 바이다. 참으로 무책임하구만. 단순히 뱉고자 쓴 글이기에 현재까지의 목적은 달성하였지만, 누군가가 나의 의구심에 어떠한 형태의 응답이라도 제시해준다면 분명 흥미로운 고찰이 되겠다. 혹시 모른다. 어쩌면 이 글이 내 의도와 관계 없이 누군가의 불씨를 지폈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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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title: [로고] Wu-Tang Clan예리글쓴이
    5시간 전

    뭔 소리야

  • 5시간 전
    @예리

    예리 : 난 캔드릭과 비틀즈를 못느끼는데 왜 그런지 글로 설명할 준비가 안됐다. 언젠가 준비가 된다면 신랄하게 까줄게! / DannyB : 비틀즈,너바나 못느낌. 왜그러냐고? 그냥 감성이 안맞으니까. 비슷한 이유로 이번 막달레나베이의 신보도 그저 그렇게 다가왔음

    추가) 근데 굳이 잡식으로 들어야할까? 싫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음악의 완성도를 떠나 나의 감성과 안맞으면 도저히 느낄 수 없는대도? 그럼 음악을 공부하는거지 느낀다고 말할 수 있을까.

  • title: [로고] Wu-Tang Clan예리글쓴이
    5시간 전
    @DannyB

    이 글의 목적이 그러한데 문득 그걸 설명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떼쟁이 꼬꼬마가 되거나 아마추어 평론가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추가 : 적었듯이 잡식이든 초식이든 육식이든 상관 읍따! 하지만 왜 그런지 관심만이라도 가지는 건 확실히 더 풍부한 청취 지식을 쌓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

  • 4시간 전
    @예리

    좋아하는것에 대해 설명하라면 왜 좋은지 수도없이 나열할 수 있지만, 싫어하는것에 대해서 이유를 대라고 하면 이상하게도 잘 생각나지 않긴 합니다.

  • title: [로고] Wu-Tang Clan예리글쓴이
    4시간 전
    @DannyB
  • 4시간 전
    @DannyB

    그래서 칸트가 예술이 주관적 보편성을 가진다고 했죠 인간은 계속 작품을 규정지으려고하지만 끝끝내 객관적 인식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그렇기에 우리가 계속 작품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려고 하는거고요

  • 3시간 전

    한 줄 요약: 나는 비틀즈 켄드릭 싫어잉~

    물론 저도 너바나 안 좋아함.

    저는 저런 성역에 위치한 이들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꼭 "완전무결한 잡식 청취자"가 될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요. 오히려 그러고 싶어서 마음에도 없는 호평 던지는 게 더 안 좋은 청취 습관처럼 느껴져서.

    언젠가 답을 찾으신 후에 선보이실 맹렬한 비판 리뷰(라고 쓰고 저와의 결투 초대장이라고 읽는다) 기대하겠습니다. 개재밌을 듯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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