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6
https://www.youtube.com/watch?v=4QIZE708gJ4
컨트리 장르는 작년을 시작으로 '가장 잘나가는 장르'를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미국 시민들은 사냥꾼처럼 옷을 입기 시작했고, 기타를 쥐고 노동자들의 삶을 절규하며 노래한 남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내슈빌과 같은 도시들에선 컨트리 음악을 중심으로 한 관광 산업을 추진해 많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올해 초 Beyoncé는 컨트리 장르의 새 앨범 <COWBOY CARTER>에서 로데오 퀸의 모습을 하고 성조기를 흔들었으며, Quavo와 Lana Del Rey는 "Tough"의 뮤직비디오에서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가죽 부츠를 신으며 농업인을 연기했다. Billie Eilish, Olivia Rodrigo, Travis Scott, 심지어는 Taylor Swift까지 수많은 팝스타들의 컴백에도 컨트리 아티스트들은 차트에서 보란 듯이 높은 순위를 기록하였다. 이제 사람들은 여름이 되어도 Sabrina Carpenter의 "Espresso"와 같은 청량한 팝 트랙이 아닌, Shaboozey의 "A Bar Song (Tipsy)"같은 복고풍 컨트리 음악을 더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스트 말론(Post Malone)과 Morgan Wallen의 합작 트랙, "I Had Some Help" 역시 현재 빌보드 차트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포스트 말론 힙합이 아닌 컨트리를 선택한 것일까? 이 이유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9년 전, 그가 데뷔했던 2015년 2월로 돌아가야 한다. 그의 데뷔곡 "White Iverson"이 큰 반향을 일으켰을 때에 그는 많은 이들로부터 음악적 정체성에 관한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당해 XXL Freshman Class에도 '힙합보다 컨트리, 락, 팝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라며 선정되지 못하였고, 어릴 적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들어온 탓에 씬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기도 하였다. 이에 그는 2016년 "나는 래퍼가 아니다, 장르는 구속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이다'라고 주장했고, 몇 달 후에는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남겼다. "30살이 되면 나는 포크/컨트리 가수가 될 거야". 그리고 <F-1 Trillion>은 결국 그가 29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나서 발매되었다.
포스트 말론이 오랫동안 품어온 꿈의 성취와도 같은 앨범 <F-1 Trillion>은 그의 애정과 행복한 감정이 가득 담긴 작품이다. 18트랙, 1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그는 수많은 컨트리 스타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융합하며 수많은 목소리를 한데 모아 하나의 전시장과도 같은 광경을 연출한다. 앨범 최대의 히트곡인 "I Had Some Help"에서 그는 Morgan Wallen과 함께 맥주와 청바지를 걸치고 노래하며, "Wrong Ones"에서는 Tim McGraw와 커리어 초기에 겪었던 과도기를 회상한다. 이후 그는 "Pour Me A Drink"에서 Blake Shelton과 함께 상반되는 보컬 스타일에서 의외의 조화를 이루어내며 재치 있는 가사를 내뱉고, "M-E-X-I-C-O"에서는 Bily Strings와 함께 격렬하고 폭발적인 연주를 보여준다.
컨트리의 유일무이한 여왕 Dolly Parton 과의 콜라보 트랙 "Have The Heart"는 포스트 말론의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Parton은 그녀의 고전적인 매력을 보여주었고, 둘은 아름다운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떠난 사람과 재회하는 경험을 노래한다. "Nosedive"에 힘을 보탠 Lainey Wilson의 매혹적인 보컬은 곡에 강렬한 그리움을 더하는데, 스포트라이트가 그녀에게 더 집중적으로 비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포스트 말론이 피처링 없이 홀로 기타를 잡고 노래를 한 트랙은 많지 않다. 그중 앨범 최고의 곡이라 단언할 수 있는 "Right About You"는 자신의 슬펐던 과거를 회상하는 트랙이다. 'I made all my money singin' so sad and lonely songs But all my diamonds came from dirt'. 그는 또 한 번 자신의 날카로운 작사 법을 보여주었는데, 동시에 컨트리 특유의 언어유희를 보여준다.
종합적으로 <F-1 Trillion>은 즐길 거리가 굉장히 많은 잔치 같은 작품이다. 물론 그의 독특한 사운드가 희석되었고, <COWBOY CARTER>에서 보았던 실험적인 요소들도 없다. 내슈빌의 정통파들이 과연 그를 환영해 줄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그는 또 한 번 자신의 창의성과 상업적 매력을 증명해낸 것만 같다. 그가 컨트리 최전방 아티스트가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좋은 컨트리 음악을 만들고, 훌륭한 송라이팅 역량을 보여준다. <F-1 Trillion>은 수많은 차트를 지배하게 될 운명이며, 과연 이다음에 그가 어떤 작품을 들고 올지 한편으로 기대가 되면서도 —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뭐가 됐든 그는 기타를 쥐고 컨트리 스타들과 노래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 보인다.
평점: 7.1 / 10
(본 리뷰는 w/HOM #14호에서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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