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어서 비망록이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서요
일단 칸예 님께서는 1시간을 넘게 쳐 늦으시더라고요 다들 30분 정도를 예상하고 온 분위기던데 그 두 배를 안겨주시더군요 ㅎㅎ
그래도 조명이 차례차례 꺼지고 말이 등장할 때 우렁차게 소리 질렀던 것 같습니다 근데 아직까지도 그게 무슨 퍼포먼스인지 모르겠음
예께선 검정색 망토 같은 걸 끌고 직접 경기장 중앙으로 걸어오셨습니다 물론 이때도 고함을 쏴제꼈씁니다
제가 벌처스 1은 한 번 들었고 2는 한 번도 안 들었는데요
그래서 솔직히 1부는 조금 호응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아무리 (거의) 처음 들어보는 노래들이어도 훌륭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열광은 굉장하더군요
팬들의 열정에 놀라면서도 내심 예의 모습이 벌거벗은 임금님 같다고도 생각했어요
그래도 그렇지 마스크 써서 저게 칸예인지 사실 알 수도 없는 상태고 음악도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목놓아 호응은 못 하겠더라고요
그렇게 밋밋했던 1부가 끝나고 이렇게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죠
그러는 와중에 물고문 할 때의 물방울 같은 피아노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러너웨이를 시작하는 그(!!!) 피아노 노트가 하나씩 나오며 관객을 약올리는 동안 칸예는 옷을 갈아입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All Falls Down을 틀어주더군요...
이때만 해도 칸예 커리어 전체를 훑는 메들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죠
이후로는 정리된 기억이 없습니다 정신을 놓고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불렀거든요
그래도 몇 가지 꼽아보자면 On Sight과 Ghost Town이 시작할 때 피가 솟구치더군요
Hell of a Life의 리프와 첫 노랫말이 얼마나 강렬한 건지도 새삼 느꼈고요
Hey Mama도 참으로 아름다운 순간이었죠
저는 그 완벽하다는 칸예의 1-7집 커리어의 모든 부분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워낙 칸예에 대해서는 열광적인 분들이 많다보니 스스로를 "칸예 팬"이라고 정체화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 제가 칸예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긴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너무도 위대한 뮤지션이라는 것을 다시금, 그러나 전례 없을 정도로 강하게 절감했습니다
러너웨이의 도입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나 마이크를 손에 잡고 높이 들어 보이는 것을 보면 스스로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분명 아는 것 같은데 자신의 최근 경력을 어떻게 자평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뭐 어찌되었건, 이보다 신날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팬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어 기쁘네요
졸리고 목아프고 다리아프고 발아픕니다
이제 자러 가야겠습니다...
글 잘쓰시네요
개추
두시간은 늦을 줄 알았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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