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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h-Hommy - #Richaxxhaitian

title: [로고] Wu-Tang Clan예리2024.08.07 19:02조회 수 1086추천수 18댓글 30

(본 리뷰는 블랙뮤직 매거진 w/HOM #11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https://hiphople.com/fboard/2838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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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h-Hommy - #Richaxxhaitian


고대 아케메네스 제국과 로마의 지배. 강대국들의 실리에 휘둘리며 허비한 중세의 역사.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구 소련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영토 분쟁에 놓인 맹지와도 같은 곳. 이는 역사가 낳은 불모지, 크림 반도의 일대기다. 과거 제국주의의 빛과 어둠이 드리운 세계의 궤적 위에서 회색빛을 띄는 분자의 국가가 존재할까 싶지만, 인간 사회의 매커니즘은 70년대의 누그러진 데탕트 이후에도 별반 다르지 않게 궤를 같이한다.


쓰레기장에서 피어난 장미와 같은 자연경관마저도 크루즈사의 사유지가 되며 상처들의 아래 교과서에 박제된 이야기로 남는다. ‘Cash Rules Everything Around Me’. 크림 반도는 비록 Wu-Tang Clan의 곡과 다른 철자를 가질지언정 역사의 잔재로서 함께 발음을 공유하며 씁쓸한 메시지를 공유한다. 이는 비단 크림 반도만의 고통이 아닌, 멀리 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한 아이티의 몫이기도 하다.


해방으로 설립되어 압제로 몰락해가는 국가. Régine Chassagne (Arcade Fire), Maxwell, Dominic Fike, BNYX, 그리고 대표 인물로 꼽히는 Jean-Michel Basquiat와 Wyclef Jean의 영혼에 깃들어있는 국가 아이티. 피지배의 자생을 외치며 노예제도의 폐지를 발발시킨 혁명의 국가라는 딱지를 뒤로 한 채, 오늘날의 아이티는 국가 부채에서 발발한 경제적 몰락과 치안의 붕괴로 지구 온난화 속 투발루보다 빠른 속도로 침몰하고 있다.


그런 아이티의 디아스포라 출신 래퍼 Mach-Hommy는 아이티라는 국가의 특성을 곧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다. Mach의 2021년 발매작 <Pray For Haiti>는 그가 아이티의 평안과 존속을 외치는 대표적인 증거물이다. 하지만 그런 Mach을 비웃는 듯, <Pray For Haiti>의 발매 후 고작 2개월 남짓한 시간 뒤 아이티 대통령의 피살 사건이 벌어졌다. Mach은 인터뷰에서 영원한 사슬고리를 언급함과 함께 생존자의 죄책감(Survivor’s Guilt)을 강조한다.


세계가 프랑스에게 그러했듯 (Westside Gunn - <Pray For Paris>) 아이티를 위한 기도에도 동참하기를 요청하며, 자신이 아이티를 위해 기여하고자 하는 청사진을 간략하게 언급한다. 과거 Nipsey Hussle이 그랬듯이, Mach은 신념을 내건 추진력을 제시하며 황무지에 가까운 아이티로부터 역사의 영광과 국가 위상의 회복을 고취한다.


Jounen Drapo Ayisyen. 어김없이 아이티 국기의 날을 하루 앞두고 Mach은 오랜 기다림 끝에 속칭 ‘아이티 4부작’의 마무리라 불리우는 <#Richaxxhaitian>을 발표했다. 47분의 길이에 달하는 본작은 아이티를 향한 이야기의 포문을 연 <HBO (Haitian Body Odor)> 이후로 가장 긴 러닝 타임의 앨범이다.


지난 8년간 Mach이 30분 내외의 길이로 유려한 지휘 능력의 전개를 선보였던 것에 반해, 그는 아이티 4부작의 발발로 다시 회귀했다. 비교하자면 그의 태도는 좀 더 공격적으로 보인다. 모호한 코러스로 영문과 아이티 크레올어의 경계를 오가는 인트로 트랙 “(...)”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앨범을 견인하는 최고의 매력은, 기묘하고도 때로는 섬뜩한 곡조들을 흩어놓으며 밀도 높게 점철한 가사와 랩 스킬의 배치다. 이교도의 주문을 외우는 “EMPTY SPACES”, 어느 노장의 전통 관악기 연주로 이끄는 듯한 “THE SERPENT AND THE RAINBOW” 등에서 두드러진다.


Mach-sthetic의 전체적인 틀을 유지한 “COPY COLD”와 “SAME 24”에서는 과거 “1080p”과 “Bey Six” 등에서 느낀 재즈 랩 특유의 피아노를 기반으로 한 기질의 향미가 돋보이고, KAYTRANADA와 03 Greedo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RICHAXXHAITIAN”은 그간 Mach에게서 기대하지 못한 새로운 방향성의 힌트가 되어준다.


결과적으로 <#Richaxxhaitian>은 참으로 오묘하다. <Balens Cho (Hot Candles)>의 다음 순번을 장식해줄 작품이 3년의 기다림 뒤에 탄생했기 때문일까. 혹은 <HBO (Haitian Body Odor)>와 <Pray For Haiti>의 완성도를 바로 어제 발매된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직 그의 작품들이 전혀 낡지 않았기 때문일까. Griselda의 일원들보다도 Roc Marciano에 가까울만큼 섬세한 프로덕션 텍스처라이징에 몰두하던 그의 성향으로 미루어볼 때, Mach은 커다란 이탈 없이 손가락을 뻗어 가리킬 수 있을 만큼의 변화만으로 기시감을 덜어내어 이전의 세 작품들과는 다른 향취로 대장정을 마무리해냈다.


그의 장기인 고급 승용차와 같은 날렵하고 매끈한 움직임에 일부 의도적인 노이즈를 끼얹고, 동시에 약간의 뒤틀림을 군데군데 삽입하며 Mach의 매력으로 흡수시킨다. 마치 <Illadelph Halflife> 이후 재즈 힙합의 카테고리를 일부 선회한 <Things Fall Apart>를 발매한 Roots를 연상케 한다. 티끌이 씹히는 후추처럼 오묘한 파편들은 자극의 조절로 등락을 완성시킨다.


본작도 일부 트랙들을 통해 변칙적인 전위성을 포함하지만, 주된 청취 요소들은 견고한 내실을 기반으로 풍부히 전개하는 양상이다. 그의 랩을 주류로 이끌어낸 여유로운 톤과 세련된 부드러움은 단단히 잡으며, 보다 공격적인 태도를 통해 직접적으로 완급 조절에 개입하며 Mach의 랩 실력에 느끼던 갈증을 말끔히 해소시킨다. 결국 <#Richaxxhaitian>의 완성은 지극히 Mach-Hommy스러운, 보석을 세공하는 장인의 철칙처럼 미세한 각의 차이로 완성된다.


8년이 지난 현재 Mach은 익히 알려진 모습 그대로다. 몇백 달러의 값에 달하는 바이닐을 판매하고, 얼굴와 이름을 비롯한 개인정보의 노출을 극히 꺼리며, 리스너들 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를 가사에 섞으며, 그마저도 활자 시청의 제한으로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그가 얼굴을 드러내는 대신 아이티 국기를 감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여러모로 Mach은 예나 지금이나 참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하지만 곡해된 적 없는 아집은 곧 신념이 되듯, 그가 아이티를 내걸고 걷는 길 위에 그만큼 당당히 걸음을 내딜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liberté ou la m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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