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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u The Damaja - The Sun Rises in the East(1994) 리뷰

title: The Notorious B.I.G. (2)온암2024.07.08 18:48조회 수 161추천수 3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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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u The Damaja - The Sun Rises in the East(1994)

 

풀버전은 w/HOM Vol. 12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https://drive.google.com/file/d/17NyKE30WVuPMPSo5WVWrv19FYmREFwuc/view

 

https://youtu.be/aYYSlCa3xfw?si=q3LcHbWualWXeHVq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는 힙합 최고의 프로듀서다." 이 명제를 부정하기 위해 동원하지 않으니만 못한 반박거리를 얼마나 찾아내야 할까? 힙합의 별이 된 전설들의 곁에는 언제나 그의 특출난 솜씨가 함께 했다. <Hard to Earn>과 <Moment Of Truth>, 그와 Guru의 앙상블은 완연한 힙합의 정수를 상징했다. 그는 한때 죽은 자 중에 최고와 함께 했고, 산 자 중에 최고와 함께 하기도 했다. 세기말 흑인 음악의 집단지성에게도 그의 독창적인 장인정신은 대체적 추구미를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그는 Kanye의 스타였고, Royce의 구원자였으며, Joey와 Griselda의 멘토였다. 수많은 이름들이 기록되고 더 많은 이름들이 스러지는 가운데, 그의 유산만큼은 힙합 황금기의 동의어가 되어 새 세대의 아네모이아를 자극하고 있다. 그 역시 별들의 일원인 것이다.

 

그런 그의 커리어에 있어 <The Sun Rises in the East>는 상당히 특이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하기엔 비교적 마이너하지만, 그의 프로덕션이 이룩한 업적을 논할 때 빠지긴 커녕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도 모자란 작품. 한 마디로 '매니아스럽다.' 앨범의 주연만 봐도 본작이 문화의 열혈한 추종자들에 가하는 매니즘은 확실히 태가 난다. "I'm the Man"의 조명 찬탈자가 프리모의 총괄 프로듀싱을 받은 앨범을 데뷔작으로 낼 줄 그 누가 감히 예상했겠는가? 그가 Gang Starr Foundation의 일원으로서 그동안 보인 충성 때문이었을까? 혹은 일인의 MC로서 심상치 않은 그의 실력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제루 더 다마자(Jeru The Damaja)는 이 사실상의 합작 중 나머지 날개가 되기에 결코 모나지 않은 인물이었다.

 

같은 해의 <Illmatic>이나 <Hard to Earn>에 비교했을 때, <The Sun Rises in the East>는 한껏 이질적이다. 휴스턴 출신임에도 동부 힙합의 대표적인 존재가 될 만큼이나 확고한 스타일을 지닌 디제이 프리미어 특유의 샘플링 감각과 커팅, 그리고 압도적인 드럼만은 그 존재감을 여실히 떨치고 있다. 그러나 위 조건들로 창출해내는 톤이 이전작들과 매우 상이하다는 점에서, 제루의 데뷔작은 프리모의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앨범을 상징하는 "Come Clean"의 비트에 주목하라. 필자는 90년대의 힙합에서 이만큼이나 괴이한 비트를 더 접한 경험이 없다. Shelly Manne의 "Infinity" 샘플을 그대로 가공해 비트로 만든 프리모의 센스는 그의 주 장기인 이스트코스트 붐뱁보다도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초기형에 가깝다. 반면 비트 전반에 깔린 재즈 색소폰 싱글이 인상적인 "Da Bitchez"는 그의 폭넓은 샘플 활용 능력을 대표한다. 동시대의 또 다른 천재인 RZA와 Buckwild 등과 비교해도, 그들에 비해 동부의 원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던 프리모의 사운드는 본작에서 확실하게 급변했다. 오리엔탈, 로파이, 익스페리멘탈. 프리모가 결코 한 가지 장기로 승부하는 프로듀서가 아님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The Sun Rises in the East>를 프리모 실험성의 집약으로만 치부하기엔 곤란하다. 본작의 핵심 정체성은 오히려 제루 더 다마자에게서 출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Guru에 비해 비교적 투박하나 더 그루비한 플로우를 구사하는 그의 보컬엔 하드코어 힙합에 걸맞는 무게감이 있다. "I'm the Man"에서 그러했듯 자신을 일컬어 'Dirty rotten scoundrel'이라 소개하는 제루의 랩은 위협적인 피아노 건반의 오프닝인 "D. Original"에서, 어휘력은 그보다 앞선 "Intro / Life"에서 이미 진가를 보인다. 그 어떤 래퍼가 앨범의 인트로에서 음양이론과 우주의 균형을 운운한단 말인가? 길거리 지성의 극점에 서있는 그의 라임 스펙트럼은 Wu-Tang의 GZA나 후대의 El-P와 비견될 만 하다. 뉴욕 빈민가의 우중충한 공기와 고대 동양의 문화, SF 코믹스와 종교적 모티브를 혼합한 제루의 랩 게임은 명작사가들로 넘쳐나는 당시의 뉴욕에서도 그 누구와 비교를 불허했다. 그 중 백미는 단연 "You Can't Stop The Prophet"이다. 예언자(The Prophet)으로 분하여 반지성주의의 분파들과 치열한 추상적 사투를 벌이는 제루의 스토리텔링은 스트릿 래퍼들의 주안점이었던 '생생함'과 완전한 정반대의 결과물이었다.

 

육중한 비트와 육중한 플로우, 그 마디 사이의 스크래치에 가미되는 오리엔탈 소스와 어색하게 가공된 보이스 스크래치, 두 수재의 음악적 특기는 가장 독특한 하드코어 붐뱁 음반을 탄생시켰다. 턴테이블리즘의 음향적 미학, 오리엔탈의 지적인 활용, 청자를 주목케 하는 MC의 역량과 그를 뒷받침하는 프로덕션의 위력까지, <The Sun Rises in the East>는 힙합 최고의 해였던 1994년을 수놓는 또 하나의 명작으로 칭송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폭력성의 틀에 박히기 쉬운 장르인 하드코어 힙합에서 제루는 그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거리의 삶을 묘사, MC로서의 공격성을 표출함으로서 획일화의 장벽을 피해갔다. 그의 딜리버리는 어쩌면 앱스트랙 힙합의 청사진까지도 미리 제시했을 지 모른다. 본작이 발매 3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적인 해, 매니아들은 그들이 애호하는 힙합 원소의 본초로 회귀해야 할 것이다. To the Dirty rotten scoundrel.

 

 

8.7/10

최애곡: D. Original

-You Can't Stop The Prophet

-Ain't The Devil Happy

 


 

블로그: https://m.blog.naver.com/oras8384/223505764659

 

<Hard to Earn>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실망감만큼이나, <The Sun Rises in the East>를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함은 지대했습니다. 매우 의외였거든요.

전혀 기대하지도 않던 작품에서 골든 에라 시절 프리모의 가장 우수한 감각을 접하다니.

물론 본문에서도 밝혔다시피 제루의 리릭시즘도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배움은 힘이고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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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7.8 20:06

    좋은 리뷰 글 잘읽었습니다

  • 7.8 20:57

    명반

  • 7.8 21:12

    매거진에서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좋아하는 앨범에 멋진리뷰 감사합니다.

  • 7.9 10:11

    넘 좋은글이네요 잘봤습니다 !

  • 7.10 00:49

    엌ㅋㅋㅋ 왜 여태까지 제루 더 담자로 알고 있었지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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