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음악

힙합엘이 줌터뷰 백네번째 손님 김지후님 인터뷰

title: Quasimoto공ZA2024.06.01 17:11조회 수 153댓글 0

인터뷰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rhdgudtjs12/223342913216

줌터뷰 배경사진 ep.119.jpg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힙합엘이 줌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김지후 (이하 김) : 안녕하세요, 저는 올드스쿨 붐뱁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상형이지만 공기는 못 하는 얼터너티브 익스페리멘탈 인간 김지후입니다. 최근 조선 힙합에 대한 칼럼을 작성했고, 요즘은 노래를 잘 듣고 있습니다.

: (웃음) 자기소개 준비해오셨네요. 조선 힙합 칼럼은 어떻게 작성하게 되셨나요?

: 힙합엘이에 잠깐 '힙합도 전통 음악인가요?'라는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수능 특강에서 배웠던 고전 시가들을 몇 개 빼와서 '힙합은 우리 조선시대부터 있었다'라는 우스갯소리를 게시글로 올렸는데, 그게 반응이 너무 좋아서 3편까지 뇌절 치고 그만뒀습니다.

: 이방원과 정몽주의 디스전에 대해서 적어주셨죠. 화제의 글에도 올라가고 꽤나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 제가 인기글 해트트릭 할 뻔 했더라구요.

: 힙합엘이에서 화제의 글 트리플 크라운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죠. 원래는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가기 전에 닉네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는데, 본명을 닉네임으로 지어주셨네요.

그래서 질문을 살짝 바꿔 줌터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 사실 제가 국내 힙합으로 힙합 장르에 입문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힙합엘이 국내 게시판을 눈팅하면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제가 관심 없는 아티스트들을 주제로 계속 싸우니까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국외 게시판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그 때 공ZA님의 인터뷰를 처음 보게 되었어요. 워낙 게시판의 분위기가 서로 다르다보니까 똑같은 글이더라도 국내 게시판에서는 안 보이던 게 국외 게시판에서는 보이더라구요.

제가 뭐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이 된 기분으로 인터뷰에 참여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는 수능이 끝나면 참여하려고 했었는데 이번에 수시에 합격하게 되어 일찍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질문 :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

이센스 - "What The Hell"

 

: 이제 대학도 합격했겠다, 정시파들이 공부를 할 때 줌터뷰 참여를 통해 수시파로서의 기분을 내시는 거네요.

제 블로그에 결혼 축하한다고 댓글도 남겨주셔서 저도 지후님의 블로그를 살짝 눈팅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어떻게 푸실지 궁금하네요.

본격적인 줌터뷰로 넘어가서 오늘의 첫번째 질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 인터뷰에 참여하기 전에 이센스의 <저금통> 앨범을 한 번 더 돌렸어요. 그중에서도 "What The Hell"이 제일 좋아서 이 곡을 골라보았습니다.

 

 

제가 힙합엘이를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가입했을 때가 7월 달인데, 그 때 당시에 빈지노와 이센스라는 거물이 컴백한다는 소식에 게시판이 굉장히 들뜬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막상 <NOWITZKI>와 <저금통>을 다 들은 다음 욕 먹을까봐 국내 게시판에 이야기를 못 했는데, 제 취향으로는 후자가 좀 더 좋더라구요.

제가 기대했었던 바나 시절의 다크한 이센스와는 사뭇 달랐지만 가볍게 돌리는 맛이 좋아서 자주 듣고 있습니다. <이방인>이 위스키 같은 느낌이라면 <저금통>은 소주 같은 느낌?

물론 아직 미성년자기 때문에 술은 마셔본 적은 없지만 뭔가 그런 느낌일 것 같았어요. (웃음)

: 이제 위스키는 한 병에 평균적으로 십만원 대이고, 소주는 술집에 가면 4천원 대거든요. <저금통>이 가볍게 돌리기 좋은 앨범이기 때문에 말씀해주신 비유가 꽤 적절한 것 같네요.

: 이센스 이야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국내 힙합을 ODG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처음 입문했어요.

그 채널에 이센스가 나온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길래 이렇게 웃길까? 하고 찾아보다가 <The Anecdote>를 듣고 입문하게 되었거든요. 제 손으로 직접 처음 찾은 아티스트이다 보니 애착이 더욱 가서 자꾸자꾸 듣게 됐네요.

: 힙합이라는 장르에 직접적으로 입문하게 된 계기는 이센스라는 아티스트였고, 마침 힙합엘이를 가입하게 된 당시에는 이센스의 컴백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저금통>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What The Hell"을 골라주셨는데, 이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시나요?

: 우선 인트로가 사기예요. 앨범을 처음 돌릴 때 이 곡의 비트가 들리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더라구요.

저는 앨범을 들을 때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돌리는 편인데, 약간 곡 단위로 듣고 싶은 날도 있기는 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What The Hell"만 빼서 듣거나 가사가 없는 트랙에 이어 붙여서 들으면 꽤 자연스럽더라구요. 그렇게 섞어서도 듣는 편입니다.

 

두번째 질문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

서리(30) - "COCK BLCOK"

GZA - "Cold World"

 

: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로 이센스의 신보 <저금통>에 수록된 "What The Hell"을 소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 이 질문은 국내와 국외 힙합으로 나누어 총 두 곡을 골라보았어요. 우선 국내 힙합은 서리라는 크루가 최근에 EP를 발매했는데 좋더라구요. 그중에서 오하이오래빗 벌스가 기가 막히게 뽑힌 "COCK BLOCK"으로 선정해보았습니다.

 

 

이 곡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서리 크루는 서리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된 몇몇 영상들을 보면서 종종 접했는데 볼 때마다 너무 웃기더라구요.

한 영상에서 같은 크루 래퍼들끼 티격태격하면서 가사가 대체 그게 뭐냐, 'Cock Block'이 도대체 뭔데? 하면서 오하이오래빗을 들들 볶거든요.

그래 놓고 "COCK BLOCK"이라는 제목으로 트랙을 낸 거죠. 이런 깨알 포인트들이 너무 재밌었어요.

또, 곡 가사에서 '힙돌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건 손심바였나 쿤디판다가 술찌, 맵찔이는 술이나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왜 힙합 잘하는 사람한테 힙찔이라고 하냐고 힙돌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더라구요.

그렇게 영상에서 본인들끼리 티격태격대면서 놀던 게 곡에 반영되고, 앨범도 나오니까 팬 입장에서는 너무 좋고 재밌는 컨텐츠인 거죠.

서리라는 크루가 사실 비쥬얼적으로 엄청 멋있지는 않잖아요? 커뮤니티에서도 멋이 없다고 까이고, 서리 빠는 사람들은 음알못이라는 이야기도 종종 보였어요.

멋이 없다는 건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그걸 상쇄하는 재미나 재치는 충분한 것 같아요. 그 자체가 하나의 멋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 말씀해주신 전후 배경을 알면 "COCK BLCOK"이라는 트랙이 좀 더 재밌게 들리겠네요.

: 방금 오하이오래빗 파트가 지나갔는데, 이 곡을 듣고 오하이오래빗 개인 작업물이 너무 궁금해져서 듣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건 또 서리 크루와는 분위기가 너무 다른 거예요.

그래서 구글에 막 서치를 해보았는데 힙합 갤러리에 꾸준히 '오하이오래빗 붐은 온다'라는 제목으로 꾸준하게 글을 올리시는 분이 있더라구요.

저도 그걸 보면서 이 정도 콘셉트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면 오하이오래빗 붐은 충분히 오겠구나 싶었어요.


: 그럼 서리 크루에서 가장 좋아하는 래퍼도 오하이오래빗인 걸까요?

: 사실 서리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쿤디판다예요. 하지만 근소우위고 워낙 랩을 다 잘하시다 보니까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전부 좋아합니다.

국외 힙합으로 넘어가보자면 GZA의 <Liquid Swords>를 최근 좋게 들었어요. 저번에 제가 뻘글 하나 올리면서 올드스쿨 붐뱁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런 사람과 공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썼었는데, 공ZA님이 제가 공기를 못 한다고 하니까 '이거 완전 얼터너티브 익스페리멘탈이네요'라고 댓글을 남겨주셨더라구요. (웃음)

답글을 보고 너무 웃기기도 했고, ODG에서 이센스가 '공기? 그거 올드스쿨이잖아?'라고 이야기했던 것도 오버랩 됐어요.

그 영상에서 초등학생 두 명이 이센스에게 '센스야 우리 공기할래?'라고 하는데, 이센스가 위 멘트로 대답하거든요.

여하튼 공ZA님의 댓글이 너무 인상적이라서 제가 익스페리멘탈 힙합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이전에는 익스페리멘탈이 뭔지도 잘 몰랐었는데, 또 듣다 보니까 매력이 있더라구요.

그렇게 익스페리멘탈을 즐겨 듣다가 근본력이 부족한 탓에 마음이 헛헛해지니 다시 올드스쿨로 돌아오게 되고, GZA의 <Liquid Swords>가 그중 하나였습니다.

이 앨범은 정말 다 좋은데, 굳이 한 곡을 골라보자면 "Cold World"예요. 오늘따라 이 곡이 잘 들리더라구요.

 

 

Wu-Tang Clan이나 GZA에 빠지게 된 계기는 지금은 제 취향을 알아가는 단계인지라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그래도 낮은 톤이라든지, 한 앨범에서 얕은 이야기보다는 중2병 감성이더라도 어떠한 콘셉트를 잡은 다음 서사를 그려나가는 작품이 더 재밌더라구요. Wu-Tang Clan도 자신들이 동양 무술의 권위자라는 콘셉트로 활동했잖아요?

국내 아티스트 같은 경우에는 손심바의 <DOUBLECROSS MUSASHI>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잘 살렸고, 최엘비의 <독립음악>, 이센스의 <The Anecdote>는 자신의 이야기를 무겁게 풀어내기도 했죠.

<Liquid Swords> 또한 같은 맥락에서 첫 트랙부터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시작하는데, 그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압도되었던 것 같아요.

: 앨범의 스토리텔링이나 콘셉츄얼하게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았고, GZA의 낮은 톤도 취향이라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Liquid Swords>가 힙합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인데, 지후님의 취향에는 꽤 잘 맞았나 보네요.

: 전 딱히 불호라고 느껴질 포인트가 없었어서 신기하네요. 호불호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사실 저는 아무거나 다 잘 받아먹는 편이에요.

민트 초코, 파인애플 피자, 솔의 눈 등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릴 만한 음식도 대부분 잘 먹거든요. 이런 맥락에서 '이 앨범 마음에 드는데?'하고 잘 맞으니까 계속 돌렸던 것 같아요.

한 마디로 무언가를 시도할 때 진입 장벽이 되게 낮은 거죠. 그래서 힙합엘이 활동하면서 너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요새 국외 게시판이 또 오듣앨 같은 걸로 활발하다 보니까 주워먹을 게 되게 많더라구요. 그렇게 디깅하는 게 제 인생의 낙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은 또 익스페리멘탈 강점기가 도래한 것 같아서, 제가 질린 참이니 빠르게 올드스쿨 강점기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세번째 질문 : 나만 알고 있는 노래

아아디(Eyedi) - "& New"

 

: 안 그래도 올드스쿨 기강 잡으실 분들이 몇몇 계신 것 같아요. 그런 부분도 기대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근본으로의 회귀를 외쳐주시면서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곡으로 국내/외 힙합 넘버를 한 곡씩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나만 알고 있는 노래는 어떤 곡으로 선정해주셨을까요?

: 이 곡은 주변에서 저만 알고 있더라구요. 지금 이 분이 활동을 중지하기도 하셨구요. 아이디(Eyedi)의 "& New"라는 곡입니다.

 

 

지금 4년 째 앨범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눈물이 납니다. 제가 중학교 때 한창 시티팝에 빠져서 유튜브에 시티팝을 모아놓는 플레이리스트를 돌리다가 한 세 번째 쯤에 이 노래가 나왔어요.

그 때 당시에 다른 시티팝 트랙들도 정말 많이 들었는데도 이상하게 이 곡이 자꾸 맴돌더라구요. 그래서 이 노래는 따로 내가 알아놔야겠다 싶어서 제목이랑 아티스트 명을 댓글에서 뒤져서 찾았어요.

그렇게 "& New"를 알게 된 이후로 한 100번은 넘게 들었는데 절대 질리지 않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 분이 <Mix B>라는 앨범도 발매했는데, 그 작품에는 국내 힙합 아티스트들도 피처링으로 많이 참여하기도 했어요. 이 앨범은 "& New"와 같은 시티팝스러운 느낌은 없고 오히려 팝에 가까워서 색다른 맛이 있어요.

그 이후로 <믹스나인>이라는 아이돌 연습생 경쟁 프로그램에 나가서 탈락하더니 근황을 알 수가 없네요. 그 프로그램에서 드림캐쳐라는 아이돌 멤버들과 친분이 생겼는데, 그 이후에 같이 떨어졌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드림캐쳐도 워낙 좋아하는지라 그 친분을 유지하면서 오래오래 같이 음악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이디는 증발하고 보이지를 않네요.

 

네번째 질문 :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

쏜애플 - "살아있는 너의 밤"

 

: 언제 한 번 근황올림픽 같은 채널이 수소문해서 뭘 하고 계시는지 찾았으면 좋겠네요. 나만 알고 있는 노래로는 4년 전을 끝으로 행적을 찾을 수가 없는 아이디의 노래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인데요. 고등학교 3학년이시다 보니까 라이브를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혹시 라이브를 보신 경험이 있으실까요?

: 아니요, 공연 티켓팅을 할 장비도 없었고, 라이브를 보고 싶다는 욕심도 크게 없었어서 아직 라이브를 접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성인이 돼서 여유가 생긴다면 물론 라이브를 관람할 의향이 있죠. 안 그래도 지금 경기권 대학교에 수시를 붙은 상태긴 하지만, 서울권 대학 합격 발표는 조금 이후에 나오거든요.

만약 인서울에 성공한다면 당장 등록을 한 다음 홍대가 가까운 곳으로 달려가서 학점을 내팽겨둔 채 문화생활을 즐길 생각입니다.

제가 아는 래퍼들은 다들 홍대나 이태원에서 놀더라구요. 옛날 정보일 수도 있는데, 홍대 신주닭발에 가면 래퍼들이 항상 회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아직 홍대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어서 무척 가보고 싶어요.

또, 제가 데자부를 좋아하니까 이태원에 있는 비앙의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 3잔씩 팔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웃음)

: 서울권 대학에 합격하신다면 홍대와 이태원에서 꿈에 그리던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그럼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는 어떤 곡을 골라주셨나요?

: 한창 힙합 이야기하다가 조금 뜬금 없을 수 있는데, 제가 요새 익스페리멘탈 장르만 들으니까 질리기도 하고, 귀도 너무 아픈 거예요.

그런데 이런 내용을 힙합엘이에 올리면 몽둥이 찜질 맞을 것 같아서 저 스스로 제가 안 들어본 장르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대충 보관함을 뒤지다가 클래식이 눈에 띄는 거예요. 그중에서도 조성진이 연주한 드뷔시 앨범을 듣고 극락에 다녀왔어요.

이걸 한 번 듣고 나니 피아노 콘서트를 당장 예매해서 교양 넘치는 영부인처럼 오호호 웃으면서 클래식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어요.

또, 제가 이전부터 좋아했던 쏜애플이라는 한국 밴드가 있는데, <이상기후> 앨범의 "살아있는 너의 밤"이라는 트랙을 콘서트가 열린다면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어요.

 

 

쏜애플만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각 멤버가 3인분 이상을 하는 든든한 베이스, 기타, 드럼, 보컬로 이루어져있어요. 그리고 보컬의 경우에는 스피커로 틀었을 때 부모님께서 '귀신 나올 것 같으니까 당장 꺼라'라고 하는 창법이 있거든요.

그 창법이 제 취향에 너무 잘 맞았고, 정말 우울할 때 들으면 눈물이 주르륵 나는 창법과 톤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요.

: 쏜애플의 보컬이 지후님의 우울한 감정을 증폭시키는 기폭제 같은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귀신이 나올 것 같다는 혹평을 하셨네요.

집에서는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다고 하셨는데, 보통 방에서 혼자서 들으시나요? 아니면 거실에서 다 같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틀어놓으시는 걸까요?

: 요즘은 제가 집에 잘 안 들어가서 모르겠는데, 집에 있으면 주로 제가 혼자 있을 때 음악을 스피커로 들어요. 집에 마샬 스피커가 있는데, 그게 엄마의 소유거든요.

그래서 혼자 있을 때면 마음 놓고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그루브를 타죠. 그게 저만의 힐링입니다.

: 10대의 일탈에 대해서 한 번 말씀해주셨고, 락의 성지도 홍대이기 때문에 서울권 대학을 붙고 문화생활을 즐기신다면 무척 재밌겠네요.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로는 조성진이 연주한 클래식 넘버와 더불어 쏜애플의 "살아있는 너의 밤"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 전에 익스페리멘탈 힙합과 쏜애플의 음악은 귀를 가득 채우기로는 매한가지 아닌가요?

: 오히려 쏜애플이 더 하죠. 제가 익스페리멘탈 힙합에 질린 이유는 단순히 너무 많이 들어서예요. 제가 한 번 무언가에 빠지면 그것만 미친 듯이 돌리는 편이거든요.

지금은 올드스쿨이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올드스쿨 붐뱁을 한창 많이 들었을 때는 '이게 내 취향이 아닌가? 조금 질리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착각을 왜 자꾸 하게 되냐면 닌텐도에서 <동물의 숲> 게임이 처음 출시했을 때 유저들이 '콘텐츠 다 떨어졌다. 빨리 업데이트 좀 해라'라고 재촉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유저들을 보면 플레이 시간이 하루에 거의 20시간에 육박해요. 저도 마찬가지로 같은 앨범을 세 번씩 돌려놓고 '앨범이 너무 길어서 질리는데?', '아, 너무 귀가 아픈데?' '시끄러워서 별로네?'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요즘에는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장르들을 번갈아가면서 듣고 있어요. 식당을 가면 메뉴판이 있잖아요?

메뉴판을 보면서 '오늘은 매운 거 먹어야지', '크림파스타가 땡기는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음악도 골라서 들으면 그나마 오래오래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섯번째 질문 : 여행과 관련된 노래

빈지노 - "Break"

Seatbelts - "Tank!"

 

: 음악 청취 스타일에 대해 언급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여행과 관련된 노래인데요. 혹시 여행 가시는 걸 좋아하시나요?

: 네, 여행 가는 건 좋아하는데 가족들과 여행 스타일이 그렇게 겹치지는 않아서 혼자 여행가는 그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저희 부모님은 무조건 유적지, 산이나 언덕이 여행 코스 안에 포함되어 있어요. 경주를 예로 들면 첨성대나 동궁과 월지 같은 유적지가 대표적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곳 가고 난 후 생판 처음 보는 갈대밭 같은 곳을 가는 거예요. 저는 그 시간에 차라리 카페에 가서 앉아있고 싶은데 그러지 못 하니까 계속 마찰이 생기는 거죠.

물론 저는 꾹 참고 따라다니기는 하지만 제가 혼자 여행했더라면 이런 코스는 절대 안 짠다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부글부글 끓고 있죠.

얼른 제 돈, 제 힘으로 제 취향에 맞는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안 그래도 수시를 붙고 나서 정신머리가 해이해져서 공부가 잘 안 되더라구요.

원래는 입시 공부를 하던 태블릿으로 운전면허 필기시험 기출 문제 어플을 다운 받은 다음 그걸 공부하고 있어요. 어플로 기출 문제를 풀어보니까 표지판 문제는 대충 눈 있으면 맞출 수 있고, 무슨 상황인지는 잘 모르더라도 '서행한다'라는 말이 들어가있으면 대부분 정답이더라구요. (웃음)

: 벌써 운전면허 필기시험의 핵심을 파악하셨네요. 여행 관련 취향도 말씀해주셨는데, 만약 성인이 돼서 여유가 생긴다면 어디로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 제가 혼자 여행을 다니고는 싶은데 막상 너무 멀리 떠난다고 생각하니 조금 무섭기는 해요. 쫄보라서 치안 문제에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웃음)

소매치기를 당한다거나 그러한 상황들이 무서워서 국내 여행이나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그런데 드라이브를 해야 되니까 일본은 안 될 것 같고 국내 여행으로 먼저 적응을 해야될 것 같네요.

면허를 따고 운전 베테랑이 되면 빈지노의 <12> 앨범을 돌리고 싶고, 다른 여행지에서 차를 끌고 다니는 게 아니라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 카우보이 비밥 사운드트랙을 듣고 싶어요.

빈지노의 <12> 앨범 중에서는 "Break"를 고를게요. 제가 이 노래 가사를 외워서 따라 부르면서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 차가 있으면 브레이크도 한 번 밟아주고, 크랙션도 한 번 울리고요. 그게 낭만이잖아요? (웃음)

빈지노의 커리어 중에서 <12>를 제일 좋아하기는 해요. <NOWIZKI>보다 <12>가 좋다고 이야기하면 두드려 맞을 것 같아서 이야기는 못 꺼냈는데, 실력이나 음악적으로 이 앨범이 우월하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제 취향에는 가장 잘 맞았어요.

: 국내 게시판에서 자신이 어떤 앨범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존중하는데, 어그로를 끌기 위해 다른 앨범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면 뜨겁게 반응하시더라구요.

: 맞아요, 그리고 최근 국내 게시판은 팔로알토의 전화해 사건 이후 조금 잠잠했다가, 식케이와 스윙스가 싸우고 난 후 다시 시끌시끌해졌잖아요?

국내 힙합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식케이와 스윙스는 둘 다 제 취향이 아니라 관심 밖에 있는 아티스트들이에요.

관심도 없는 사람들 때문에 리스너들이 과몰입하면서 치고받고 싸우며 난리가 난 걸 보는 게 피로하더라구요. 그냥 '즐겁게 앨범을 들으면 안 되는 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 저도 특정 이슈 때문에 좋은 앨범들이 언급되지 않는 걸 보면서 조금 아쉽긴 하더라구요. 국내 여행 관련해서는 빈지노의 <12> 앨범을 언급해주시면서 힙합엘이 국내 게시판 이야기까지 덧붙여주셨습니다.

국외 여행은 카우보이 비밥 사운드트랙을 이야기해주셨는데, 이 중에서는 어떤 곡을 고르셨을까요?

: 이 앨범도 수록곡이 다 좋은데 그중에서도 "Tank!"는 무조건 아실 거예요. 혹시 카우보이 비밥 보셨나요?

 

 

제가 05년생으로서 산 날이 얼마 없기는 하지만, 나름 어마어마한 씹덕으로서 말하자면 카우보이 비밥을 이길 애니는 없을 거예요.

정말 근본 중의 근본인 애니이고, 소신 발언을 하자면 이 작품이 에반게리온을 능가했다고 생각해요. 제 목이 잘려도 이건 말해야겠어요.

제가 친구들에게 이 곡을 들려줬더니 '이거 런닝맨 노래 아니야?'라고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는 '맞지 맞아'라고 말하면서 뒤 돌아서 '저.. 저 근본도 모르는 것들! 어딜 카우보이 비밥도 모르면서 런닝맨을 들이대?'라고 생각하게 되죠. (웃음)

여행 관련해서 카우보이 비밥 사운드트랙을 고른 이유는 작품 속 주인공들이 우주선을 타고 다녀요. 엄청 큰 우주선을 화려하게 운전하면서 별의 별 곳을 다 돌아다닙니다.

이제 기차에 앉아서 바깥 풍경을 보면 모든 게 빨리 지나가버리잖아요? 그래서 사운드트랙을 들으면서 풍경을 보면 살아본 적도 없는 세기말 감성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어떤 미지의 존재가 날 쫓아올 것 같은 느낌?

 

여섯번째 질문 : 취미와 관련된 노래

마후마후 - "부처님"

 

: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까 인생 손해 보기 전에 카우보이 비밥을 빠른 시일 내로 봐야겠네요. (아직도 안 봤다)

여행 관련 노래로는 빈지노와 카우보이 비밥 사운드트랙을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할게요.

취미와 관련된 노래인데요. 김지후님의 취미는 어떻게 되시나요?

: 제가 이과에 오기 전에는 미대에 지원하고 싶을 정도로 그림을 무척 좋아했었어요. 안 그래도 오타쿠다 보니까 노래를 틀어놓고 그림을 그리면 그것보다 행복한 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취미와 관련된 노래로는 '우타이테'라는 장르의 곡으로 선정해보았습니다. 씹덕 장르인데, 보컬로이드로 조교한 버전으로 업로드 된 노래를 사람이 커버해서 다시 부르는 거예요.

그중에서도 RADWIMPS의 "부처님"이라는 곡을 마후마후가 커버한 버전이 있어요. 이 곡이 청각적으로 통통 튀면서 듣기 좋아서 추천드립니다.

 

: 보컬로이드 하니까 이전에 츠미님이라는 DJ 분이 보컬로이드 좋아하신다고 이야기하셨던 게 기억 나네요.

: 저 그 인터뷰도 너무 잘 봤어요. 츠미님 인터뷰를 보고 '나 보컬로이드 가방 끈 졸라 긴대, 한 번 대결해볼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웃음) 저는 요네즈 켄시가 하치로 활동했을 때부터 보컬로이드를 들었던 고인물이거든요.

여기서 모든 보컬로이드나 우타이테 곡을 소개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제가 따로 정리를 해서 추천 목록을 드릴게요.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요아소비의 "밤을 달리다"가 틱톡을 통해 역주행하기 전부터, 데뷔하자마자 관심을 갖고 들었었거든요. 이 부분에 자부심이 엄청나기 때문에 제가 '음알못이다, 힙합 X도 모른다'라는 이야기는 참아도, '너 정도면 오타쿠 아니잖아?'라는 말은 절대 못 참아요.

: 힙부심보다는 씹덕부심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시면서 마후마후의 "부처님"이라는 통통 튀는 곡도 소개해주셨습니다.

카우보이 비밥도 그렇고, 일본 문화에 적잖은 관심이 있으신가 보네요.

: 맞아요. 너네가 보는 귀멸의 칼날, 최애의 아이?! 그런 거 다 가짜야! 그중에서도 최고봉은 카우보이 비밥이야!

그리고 너네 체인소맨, 주술회전 너무 좋아하지 마라. 그것도 2기 넘어가면서 폼 개 떨어졌어! 참고로 사카모토 데이즈라는 만화는 추천드립니다.

 

일곱번째 질문 : 과거/현재/미래를 대표하는 노래

과거) 이센스 - "05.30.18"

현재) Masafumi Takada - "Re : Beautiful Morning"

미래) 뽀로로 주제가 재즈 편곡 버전

 

: 저도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친구 덕분에 이런저런 작품 봤었는데, 엄청 재밌는 것들도 많더라구요. 우타이테 장르와 더불어 애니메이션도 하나 추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인데요. 혹시 세 가지 테마 전부 골라주셨을까요?

: 네. 과거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센스의 "05.30.18"로 골라보았어요. Verse 1의 가사가 진국입니다.

 

 

이 가사가 꽂힌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하나의 에피소드를 풀어야될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보다 2학년에서 성적이 더 올랐었어요.

보통 1학년 때는 문, 이과가 나뉘지 않으니까 등급을 보다 쉽게 딸 수 있는데, 2학년에 올라가서 문, 이과로 갈리면 전교 3등까지만 1등급이라는 빡빡한 상황이 벌어져요.

그래서 보통 다른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성적이랑 등급이 같이 떨어지는데, 저는 등급이 올라버린 특이 케이스였던 거죠.

그리고 애초에 제가 사회 같은 암기 과목에 약해서 시험을 잘 못 본 것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점수를 깎아 먹다가 이과에 와서 좋아하는 것만 본격적으로 편식하다 보니까 오히려 성적이 오른거죠.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 저를 엄청 좋아하셨는데, 학년 말에 갑자기 저한테 폭언을 퍼부으신 적이 있어요. 물론 이건 제 입장이라서 선생님의 이야기는 달라질 것 같기는 하지만, 제 입장에서 먼저 말씀드릴게요.

제가 병원에 가느라 학교를 결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려면 진단서를 끊어서 제출해야 돼요. 그런데 저는 분명히 진단서를 잘 제출했는데, 선생님께서 진단서를 두 번 연속으로 잃어버리신 거예요.

그래 놓고 저한테 진단서를 왜 제출하지 않냐고 닦달을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냈었다고 말씀드리니, 갑자기 돌변을 하시더니 '나는 종이를 받으면 항상 넣어두는 자리가 있다, 근데 없으니까 너가 나가서 뒤져라'라고 하시는 거예요.

근데 '나가 뒤져라'라는 말을 듣는데 너무 석나가는 거예요. 우선 그 말이 너무 폭력적으로 느껴졌고, 다른 뜻도 노리고 말씀하신 것 같아서 교무실에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서랍 속을 찾아보다가 눈물이 터졌어요.

그렇게 펑펑 우는데 다른 선생님들이 제 모습을 보고 별 일 아니야, 괜찮다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그런데 담임 선생님은 또 저를 보더니 '너 뭐 잘 한 게 있다고 우냐'라고 그 자리에서 갈구시고, 방과 후에 또 뭐라고 하시고, 그 다음 날, 그 다음다음 날에도 뭐라고 하셨어요.

그게 제 마음 속 큰 충격으로 자리앉아서 정신과도 다녔고, 저희 어머니랑 삼자 대면 시간도 가졌어요. 그런데 어머니랑 면담할 때는 죄송하다고 하시더니, 그 다음 날에 저를 부르면서 '너 뭐 잘 한 게 있다고 엄마를 불러왔니?'라고 하시는 거예요.

서운한 게 있으면 찾아와서 대화로 풀지 왜 엄마를 불러왔냐고 뭐라고 하시는데, 제가 그 때 워낙 피곤하고 힘들어서 상대를 안 하고 싶더라구요.

애초에 그런 사람 있으면 별 대응을 안 하고 어디까지 떠드나 보자라는 마인드로 앞에 있는 사람이 활활 타오른 광경을 구경만 하거든요.

그렇게 선생님께서 활활 불 타더니 마지막으로 저한테 날린 말씀이 인상적이였어요. 그 선생님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나는 그래도 널 사랑하니까 너가 잘 되라고 기도해줄게'라고 하시면서 거룩한 성자가 된 것 마냥 행동하시고 본인의 잘못은 가리시는 거예요.

그걸 보고 어떻게 50이 넘은 사람이 어린 여자애한테 폭언을 해놓고, 기독교 신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의 기분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본인의 마음만 편하려고 하는 그 모습이 무척 어이가 없었어요.

나는 무교라서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건가? 난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은데, 내가 용서를 못하는 건 종교가 없어서인가?라는 생각으로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어요. 그 화를 너무 키워버린 탓에 결국 병원도 가게 된 거죠.

그런데 때마침 <이방인>을 돌리다가 "05.30.18"이 나오는 거예요. 첫 가사부터 '어쩌면 나도 신을 믿고 싶은가 보네, 모든 것의 이유가 하나면 얼마나 편해, 모자란 나의 탓? 그의 덕?, 난 용서하는 쪽이 되고 싶어'거든요.

제가 그 일이 있고 나서 친구, 정신과 선생님 등 이런저런 사람한테 다 위로를 받아봤는데, 직접 얼굴도 본 적이 없는 87년생 아저씨가 랩하는 것에 큰 위로를 받아서 제 인생 Verse가 되었어요.

공감이라는 게, 옆에서 이야기하면서 동정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한 건진 모르겠지만 저와 똑같은 생각을 나 대신 뱉어주니까 너무 시원하더라구요.

그게 진정한 공감이구나 싶었고, <이방인>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이에요. 그중에서도 이 트랙을 가장 좋아합니다.

: 진단서 두 장이 뭐 별 거라고 사람을 그렇게까지 몰아세울 필요가 있었나 싶네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열받았던 건 화 낼 거 다 내놓고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는 선생님의 모순이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기도를 많이 하는 독실한 신자일수록 자신이 신에 가깝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공ZA님도 조심하세요.


: 제 안위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히 주변에 기독교 신자가 많지는 않네요. 지후님의 첨언을 머릿속에 기억해놨다가 꺼내보내겠습니다.

과거를 대표하는 노래는 이센스의 "05.30.18"을 골라주셨고, 현재를 대표하는 곡으로 넘어가볼까요?

: 단간론파2라는 게임에 수록된 "Re : Beautiful Morning"으로 선정해보았어요.

 

 

챕터에 최소 두 명씩 죽는 추리 게임인데, 챕터가 진행될 때마다 하나의 살인 사건이 벌어져요.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범인을 찾아야 하는 살벌한 게임인데,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캐릭터들끼리 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이라는 설정이에요.

살인 사건이 일어난 후에 범인을 열심히 찾고, 잠을 자고 일어나면 일상 파트가 시작되는데요. 노래가 나오면서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하며 식당에서 다 같이 밥 먹으며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눠요.

그래서 이 노래가 제 현재를 대변하는 곡이 아닌가 싶었어요. 과거에 별의별 일이 다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의 저는 학원이나 독서실도 가야 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음악도 들으면서 일상을 즐겨야 하니까요.

: 과거에 조금 힘든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언제까지 얽혀 있을 수는 없는 현재의 상황이 게임의 진행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으신 거네요.

말씀해주신 단간론파2라는 게임은 설정을 조금만 들은 건데도 재밌어 보이는데요? 마피아를 귀엽게 풀어놓은 느낌이 들어요.

: 맞아요, 재미있어요. 그런데 게임 고유 스토리 라인이 꽤 복잡한 편이라서,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을 잃기 쉽고 관심도가 떨어지면 재미없는 설정 놀이에 껴야하는 느낌이 든다는 단점도 있어요.

그래서 이 게임을 충분히 즐기려면 과몰입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캐릭터 한 명이 죽을 때마다 내가 아꼈던 캐릭터가 죽었다는 슬픔과 우울, 절망감을 가지고 있어야 혼신의 힘을 다 해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어요.

스팀에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한 번 쯤 플레이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단간론파2라는 게임과 함께 "Re : Beautiful Morning"이라는 곡도 소개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는 어떤 곡일까요?

: 저는 미래에는 속 편하게 살고 싶어요. 그렇다고 마냥 퍼져 사는 건 아니고, 남들이 봤을 때 '어? 저 사람 좀 세련되고 문화생활 잘 즐기네,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네'라고 생각하는 선에서요.

그리고 저 또한 나름대로 제 일상을 즐기는 것이 제 미래의 모습이였으면 해서 만화 뽀로로 오프닝을 재즈로 편곡한 버전으로 골라보았습니다.

 

 

제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너무 힘들고 이 세상 모든 번뇌를 씻어내고 싶을 때 뽀로로를 한 번씩 봐요.

제가 보는 애니메이션 장르가 한국 것도 포함이라서, 인생이 정말 빡세다 느껴질 때면 뽀로로를 꺼내듭니다.

뽀로로를 보면 그 안의 캐릭터들이나 각 에피소드들이 재밌는 게 많아요. 포비도 다시 보니 너무 진국이더라구요.

모든 친구들이 한입거리 감인데도, 비위도 맞춰주고 화나게 해도 착하게 넘어가는 모습이 기특하고 예뻐요.

뽀로로가 카메라를 깨도 화내지 않고 괜찮다고 하고, 굴러들어온 돌 해리가 시끄럽게 노래를 불러도 '조금 조용히 불러주면 안 될까?'라고 젠틀하게 말하잖아요?

세계관 최강자도 저렇게 참고 사는데 내가 뭐라고 화를 내고 사나 싶더라구요. 오히려 뽀로로 만화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질문 :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

쏜애플 - <이상기후>

Wu-Tang Clan - <Enter The Wu-Tang>

 

: 미래에는 어느 정도 문화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갖추면서도 복잡한 세상 속에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말씀을 해주시면서 뽀로로 주제가 재즈 편곡 버전을 미래를 대표하는 곡으로 골라주셨습니다. 제가 또 어린이집 교사인데, 이러한 노래가 나오니 너무 반갑네요.

어느덧 마지막 질문을 드릴 차례인데요. 본인의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저는 인생 앨범을 두 개 고르고, 거기에서 들을 트랙을 각각 하나씩 뽑아보았어요. 락과 힙합 장르에서 하나씩 선정해보았는데, 우선 락은 아까도 잠시 언급했던 쏜애플의 <이상기후>입니다.

제가 콘셉트를 빡세게 잡고 서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 앨범이 좋다고 말씀드렸었는데, 특히 이 작품이 그러한 특징이 잘 담겨있어요. 1인칭 주인공의 시점으로 과몰입해서 들으면 끝장납니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트랙 "시퍼런 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들었는데 너무 인상 깊은 거예요. 가사를 보면서 글자 수를 세어보기도 했는데 총 427자더라구요. 그 때부터 제 좌우명이 427 글자가 되었습니다.

 

싸비 가사가 항상 자신이 최고일 필요는 없으니까 악착같이 살아가는 것에 의의를 두자라는 내용인데,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아무리 정신적으로 힘이 들고 흔들려도 이상하게 살아갈 힘이 생기고 결과도 좋게 나오더라구요.

고등학교 2학년 때도 엄청 힘들게 공부하면서 성적이 오른 게 아니라, 운이 좋게 오른 편에 가깝거든요.

이 가사를 들었던 게 저한테 크나큰 양분이 되었던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기어가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제가 생각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4개의 위를 가진 소가 각각의 위에서 음식물을 소화하는 것보다 제가 생각을 더 많이 반추해요. 우타이테 장르를 취미로 소개하기는 했지만 사색이 취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 사색이 취미인 사람이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비비면서 살게 만드는 곡은 쏜애플의 "시퍼런 봄"이었네요.

: 살짝 오타쿠 감성도 버무려보자면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들이 처절하게 싸우다가 이기는 게 더 멋있잖아요?

제가 힘들 때 그저 힘든 것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나 조금 멋진 주인공 같을지도..?'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잘 넘어가져요.


: 처절하게 싸우다가 승리를 차지하는 것이 조금 더 멋있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힙합 장르에서는 어떤 앨범으로 골라주셨을까요?

: 여태 <이방인>을 그렇게 언급해놓고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Wu-Tang Clan의 <Enter The Wu-Tang>을 선정해보았습니다. 곡은 "C.R.E.A.M."으로 골라보았어요.

사실 앨범 단위로만 돌려보았기 때문에 트랙 단위로는 어떤 가사가 어떤 뜻을 지녔는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고 흥이 나면서도 친숙한 사운드는 "C.R.E.A.M."입니다.

 

 

힙합 장르에서 이 앨범을 고른 이유라고 한다면 제가 <이방인>이라는 작품을 자양분 삼아 덕분에 잘 살고 싶었잖아요.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았을 때 저를 대표할만한 앨범을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이방인>이 맞지만, 제가 갓 스물이 되었고 당장 죽을 것도 아니니까 100세 시대로 계산한다면 끽해야 1/5 정도만 산 거 잖아요?

그렇게 따졌을 때 20%만 <이방인>일 것 같고 나머지 80%는 <Enter The Wu-Tang>으로 채워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뽀로로처럼 나만의 그룹으로 못되게 놀고 싶다면 근본에 충실해서 이 앨범을 청취하는 게 맞지 않나, 그리고 이게 제 취향에도 걸맞는 선택인 것 같아요. 미래지향적으로 노후를 대비해서 인생 앨범을 골라보았습니다.

: 콘셉츄얼한 크루이자 어마무시한 근본력을 자랑하는 Wu-Tang Clan의 앨범을 인생 힙합 앨범으로 골라주셨습니다.

혹시 Wu-Tang Clan 멤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일까요?

: 이렇게 말하는 제가 조금 웃기기는 한데, 사실 저는 Wu-Tang Clan 멤버가 몇 명인지도 잘 몰라요. (웃음)

그래도 이 크루가 생기게 된 이유나 크루의 콘셉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리스너이기 때문에 음악만 알지 다른 건 잘 모릅니다. 톤은 GZA가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Outro : 인터뷰 참여 소감

 

: 나 Wu-Tang Clan 앨범은 좋아하지만 멤버는 누가 누군지 모른다는 이야기와 함께 인생 앨범을 락, 힙합 장르에서 각각 한 장씩 골라주셨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끝으로 어느덧 인터뷰가 모두 마무리되었는데요. 인터뷰에 직접 참여해보시니 어떠셨냐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인터뷰 중간에 <이방인> 관련 이야기를 할 때 분위기가 너무 쳐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어요.

인터뷰 너무 재미있었고, 얼른 텍스트로 나와서 글로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일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만약 시끄러운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은 위에 있는 '우타이테 입문 참고서' 리스트 확인해보시고 꼭 들어보세요!

: 저도 즐겁게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힙합엘이 줌터뷰 모음집 링크] https://hiphople.com/fboard/24321292

신고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아이콘] JPEGMAFIA, Kendrick Lamar 아이콘 출시38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4.09.16
[공지] 회원 징계 (2024.09.06) & 이용규칙20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4.09.06
화제의 글 일반 외힙밈20 title: KSG하비에르 21시간 전
화제의 글 일반 생일이다43 title: VULTURES 2VULTURES2 13시간 전
화제의 글 일반 마이너한 앨범을 추천하고 리뷰를 적기만 해도 2500포가 들어오는...5 title: Heartbreak수저 18시간 전
183392 음악 nle 챠파 내한 기원 1일차 title: Tyler, The Creator (CMIYGL)asapjin 2024.06.01
183391 인증/후기 Mach-Hommy - HBO 바이닐15 DumpGawd 2024.06.01
183390 음악 예측해본다3 midwest 2024.06.01
183389 음악 켄드릭 왈:앨범 존나 허슬러중26 title: Kendrick Lamar (MMTBS)켄드릭은신이야신 2024.06.01
183388 음악 Die lit 다 좋은데12 title: Frank Ocean - Blondedlwjddn 2024.06.01
183387 일반 힙x) 다들 카톡 프로필뮤직 무슨곡으로 쓰시나요?49 title: Playboi Carti (King Vamp)노는아이카르티 2024.06.01
183386 일반 칸예 초창기 가사7 dlalsgus 2024.06.01
183385 음악 마크호미 미친 우와3 title: Kendrick Lamar (4)Alonso2000 2024.06.01
183384 일반 2017년 최고의 힙합앨범1 title: Talib Kweil배하나쨩 2024.06.01
183383 일반 이번 현대카드 슈퍼콘에 누구 올라나12 title: MBDTF칸예윙크 2024.06.01
183382 일반 Take off your dress 예토전생ㅋㅋㅋㅋㅋㅋ1 title: [로고] Odd Future방구뿡뿡 2024.06.01
183381 일반 도와주십쇼 ㅠ11 title: Illmatickegun 2024.06.01
183380 일반 [질문] 칸예의 black skinhead는5 title: MBDTF칸예윙크 2024.06.01
183379 음악 진짜광기18 title: JPEGMAFIA너도밤나무 2024.06.01
183378 일반 켄드릭에 빠졌다7 title: MBDTF칸예윙크 2024.06.01
음악 힙합엘이 줌터뷰 백네번째 손님 김지후님 인터뷰 title: Quasimoto공ZA 202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