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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 줌터뷰 아흔여덟번째 손님 DanceD님 인터뷰

title: Quasimoto공ZA2024.05.25 22:29조회 수 548추천수 7댓글 9

인터뷰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rhdgudtjs12/223264415592

줌터뷰 배경사진 ep.113.jpg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음악 관련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DanceD (이하 댄) : 안녕하세요, 언제부턴가 이 표현을 되게 즐겨 쓰고 있는데, 한국 힙합 프로페셔널 리스너인 DanceD(이하 댄스디)입니다.

그 외에는 잡다한 일을 하고 있어요.

 

 DanceD(@danceddotone)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989명, 팔로잉 1명, 게시물 1,719개 - DanceD(@danceddotone)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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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댄스디님께서 2년 전쯤에 힙합엘이 스텝 직을 내려놓으시면서 게시판에 업로드한 장문의 글이나 힙합엘이 자체 스텝 인터뷰도 참고 삼아 읽어보았는데, 댄스디나 닷원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이미 그 인터뷰에서 이야기해주셨더라구요.

 

 DanceD 은퇴 기념 뒤돌아보기 Chapter 0. + 1. 한국 힙합 프로리스너 DanceD - 국내 게시판 - 힙합엘이 | HIPHOPLE.com

국내 음악 정보와 의견을 교류하는 커뮤니티

hiphople.com

 

그래서 닉네임에 대한 유래는 넘어가고, 2023년 댄스디님의 근황은 어떠한지 먼저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우선 직업적으로는 새 일터가 생겨서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할 예정이에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순환기 내과 의사인데, 지금까지는 수련 과정에 있었다면 내년 3월부터는 교수 직함을 달고 모 종합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관련해서는 12월에 둘째이자 아들이 태어날 예정입니다.

 : 안 그래도 힙합엘이에서 언젠가는 교수 직함을 달고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주셨는데 굉장히 좋은 소식이네요.

인터뷰 직전에 댄스디님의 따님이 설거지하는 영상을 봤는데 곧 아들이 태어난다니 황금 밸런스인 것 같습니다.

종합병원 교수이자 두 자녀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는 근황을 이야기해주셨고, 현재 닷원이라는 이름으로 래퍼 활동을, 인스타그램에서는 '밀감싹 (밀렸던 앨범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이라는 이름으로 리뷰도 진행하시잖아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활동량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워라밸을 어떻게 조정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 저는 일을 우선으로 하고 있기는 해요. 그리고 일이 끝나면 남는 시간에 조금씩 하는 거죠.

밀감싹 같은 경우에는 출퇴근 시간에 차 타고 다니면서 노래를 듣고, 관련 글은 각 잡고 쓰면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는 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세이브 원고 식으로 여러 개를 쌓아놓은 다음 업로드할 시기가 되면 올리고 있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닷원으로서의 활동은 틈틈이 휴대폰으로 써왔던 가사들을 중간중간 휴가나 오프 때 몰아서 녹음하고, 그래도 남는 시간이 있으면 가사 해석도 하고 있습니다.

보통 수면 시간은 1시에 잠들어서 6시에 일어나고, 낮잠을 많이 자는 편이에요.

 : 대단하시네요. 본업을 하면서 취미 활동을 두 세 개 정도 하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저도 인터뷰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부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말 존경스럽다는 마음가짐이 듭니다.

워라밸 관련 이야기를 해주셨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확인해보니 게시글이 거의 천 개가 넘어가더라구요. 밀감싹 프로젝트는 메인 리뷰는 보통 한 앨범이 장문으로 올라오지만, 앨범 소개 형식은 여러 개의 앨범이 한 게시글에 업로드되기도 하잖아요?

정말 많은 앨범들을 디깅하시면서 감상글을 적어주셨는데 이 콘텐츠를 진행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앨범이나 아티스트가 있었을까요?

 : 기억에 남는다면 다 남고, 안 남는다면 다 안 남는 것 같은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분들이 나중에 인지도를 쌓고 잘 되는 것 같을 때 좀 더 반갑기는 해요.

그런 케이스에서 몇 명 이야기해보자면 아웃리브의 전현재나 인지도가 아직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도더나블라 등이 있어요.

후자 같은 경우에는 [중독]이라는 믹스테잎을 듣고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DM으로 이 앨범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고 작업 방식은 어땠냐 등 여러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저도 줌터뷰로 모신 분의 이름이 댄스디님의 답변에서 나오니까 괜시리 더 반갑네요. 곧 이도더나블라님의 팀 Xaoil의 정규 앨범이 발매된다고 하는데 기대가 됩니다.

그럼 래퍼 닷원으로서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가요?

 : 닷원의 계획을 말하기가 참 쉽지 않은 게 시간이 정말 잘 안 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올해 5월에 은퇴 번복 앨범을 발매한 이후에 사실 아이디어가 계속 쌓여서 앨범을 하나 더 내고 싶다라는 생각은 있어요.

앨범 가제목은 '지극히 힙합적이지 못한'으로 만들어놨고, 트랙리스트도 어느 정도 구상은 해놓았어요. 그런데 첫 트랙의 타입 비트부터 못 고르고 있어서 막힌 지가 몇 달 됐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제가 인간관계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담은 ["그"]라는 믹스테잎을 발매한 적이 있어요. 최근에 비슷한 경험을 해서 그러한 트라우마를 비워내고자 ["그" 2] 를 제작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항상 가사는 미리 작업을 해놓으니 상관이 없는데 비트 초이스나 녹음 같은 부분이 시간이 많이 소요되다 보니까 언제 나올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을 담은 ["그 2']와 새로운 앨범 '지극히 힙합적이지 못한'을 준비 중이시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후자 같은 경우에는 어쩌다가 이런 이름이 나오게 되었나요?

 : 마지막 믹스테잎 [음... 네]의 구성을 보면 제가 마지막에 랩도 못 하는데 무슨 힙합이냐라는 식으로 자학에 빠지다가 그럼에도 나는 힙합이다라는 메세지를 담은 <I AM HIPHOP>이 나와요.

 

 

 

물론 보너스 트랙이 한 트랙 더 있기는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앨범이 그렇게 마무리 되거든요.

그걸 토대로 저는 '지극히 힙합적이지 못한'에서는 제 일상이나 가족 이야기를 통해 힙합하고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힙합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싶었어요.

원래는 괜히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아 곡 작업을 할 때 제 직업 이야기를 거의 담아내지 않았었는데, 이 앨범에서는 그런 걸 가리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 힙합이 아닌 삶을 살고 있는 척을 하는 저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첫번째 질문 :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

후디 - [항해]

 

 : 다음 앨범에 대한 구상이나 콘셉트도 소개해주셨고, 본격적인 인터뷰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첫번째 질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 곡을 소개하기 전에 '밀감싹' 프로젝트에 관련해서 상술하자면 제 음악 감상이 이 시리즈를 시작한 이후로 최근에 발매된 노래를 듣는 경향으로 가게 되더라구요.

저는 솔직히 말하면 그게 건강한 감상이라고는 생각 안 해요. 물론 노래들을 억지로 듣는 건 아니지만 감상을 계속 적어야 하니 최근에 발매된 앨범 위주로 듣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최근에 들은 앨범은 퇴근하면서 들었던 후디의 [항해]예요. 한 곡을 고른다면 셀프 타이틀 트랙인 <항해>입니다.

 

 

 

전부 듣지는 못 했는데 편하고 대중적이었던 전작 [Departure]에 비해 좀 더 심오하게 풀어낸 느낌이었어요. 종종 나오는 특이한 사운드 연출도 기억에 남구요.

사실 알앤비/소울 장르는 잘 아는 편이 아니다 보니 한 번 듣고 표현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첫 인상은 보다 깊어진 후디를 엿볼 수 있었고, 피처링 아티스트들과의 조합도 괜찮았습니다.

지소울이나 pH-1은 박재범 사단 하에 함께 했었기에 나름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였고, 진보도 자연스럽게 잘 녹아든 것 같아요.

 : 가장 최근에 들은 작품으로 후디의 [항해]를 소개해주셨고, 밀감싹 콘텐츠를 진행하시면서 이후에 들어야 할 앨범 리스트가 있을 것 같은데 그 중에서 특히 기대되는 작품도 있으실까요?

 : 제가 아직 스윙스의 디스곡 <Korean Copycat>을 못 들어봐서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되고, 앨범 단위로는 펜토의 [SEEK]이 궁금해요.

최근에 발매된 작품인데 밀려 있는 앨범들이 많이 때문에 그 앨범까지 가려면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아요.

 : 아무래도 하루에 음악을 들을 시간이 한정적이다 보니 어쩔 수 없겠네요. 보통 밀감싹 리뷰는 한 번 듣고 바로 작성하시는 걸까요?

 : 이 앨범을 듣고 정리된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듣는데, 인상이 분명한 앨범 같은 경우에는 한 번만 들어도 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어떤 앨범은 여러 번 들어봐야지 정립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많으면 네 다섯 번도 돌려듣기도 합니다.

전자 같은 경우에는 뉴웨이브 레코즈에서 발매된 작품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KB 2]는 듣다 보니 할 말이 많아져서 여러 번 들었습니다. 후자는 최근에 언오피셜보이의 [MYEdrugonline]을 여러 번 돌려 들었던 것 같아요.

포스팅을 보시면 짧은 글과 긴 글을 번갈아 가면서 업로드하고 있는데, [KB 2] 같이 할 말이 많아질 것 같은 앨범을 선정해서 풀 리뷰 형식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질문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

인디고에이드 - [EEP : EARTH EVERLASTING POETRY]

 

 : 밀감싹 프로젝트 관련된 이야기도 덧붙여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은 인디고에이드의 [EEP]예요. 한 곡을 고르자면 <줄>입니다.

 

 

 

이 작품도 긴 글로 쓸 예정인데 앨범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보자면 총 4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인데, 앞선 [ELP], [EOP], [EVP]와는 다르게 본작은 현실적인 인디고에이드의 이야기를 담아냈어요.

어떤 영화를 보면 초반에는 판타지 요소를 섞은 이야기로 진행되다가 후반부에서는 사실 현실의 이런저런 면을 비유한 것임을 반전처럼 보여주기도 하잖아요?

[EEP]가 그러한 반전을 담당하는 작품인 것 같고, 서사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어서 인상적으로 들었어요. 원래도 응원을 하는 아티스트라 이전 앨범들도 호감을 가지고 들었었는데 이번 앨범이 특히 임팩트가 있더라구요.

 : 말씀해주신 것처럼 앞선 작품들의 앨범 커버가 전부 파란 얼굴의 외계인이었다면, 본작에서는 색은 유지되었지만 외계인이 아닌 우주복을 입고 있는 사람의 모습인 점에서 인디고에이드 본인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라고 유추할 수 있겠네요.

앨범의 트랙들 중에서 <줄>을 골라주신 이유도 있으실까요?

 : <줄>에서는 쇼미더머니 시즌 10 1차 예선에서 인디고에이드가 코드 쿤스트에게 '저 원재 형 후배예요'라고 이야기하는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 사건이 앨범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특히 <줄>에서는 그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줄'이라는 제목도 쇼미더머니 심사를 보기 위해 줄을 선 것에서 따왔다고 하더라구요.

앨범의 전반부가 나름의 고충 속에서도 자신감에 차 있는 인디고 에이드를 엿볼 수 있다면 후반부는 되게 우울하게 전개되는데, 그러한 전환되는 분위기가 <줄>을 통해 연출되어 골라보았습니다.

 : 앨범의 흐름을 뒤바꾸는 중요한 역할의 트랙이라서 <줄>을 선정하셨다고 이야기해주셨고, 인디고에이드가 원재 형 후배 사건은 악마의 편집이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앨범을 들어보았을 때 인디고에이드의 입장이나 그 때 당시 느꼈던 감정들이 잘 표현이 되어 있을까요?

 : 그렇죠. 그 전 트랙들부터 본인의 성장과정이나 자라온 배경들을 이야기하고, <홍대>나 우원재의 전 랩 네임이었던 <뭉크>를 통해 본인의 서사를 잘 드러내고 있어요.

<줄> 이후 앨범의 후반부에서도 본인이 느낀 감정 변화를 잘 표현하면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앨범을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겠죠. 딥플로우가 [FOUNDER]를 발매했다고 해서 노바뱀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안타깝기는 하지만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인디고에이드가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모습을 충분히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 질문 : 나만 알고 있는 노래

로기 - <LIFE>

 

 : 설득 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인디고에이드가 최선의 결과물을 발매했다고 말씀해주시면서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작품으로는 [EEP : EARTH EVERLASTING POETRY]를 골라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댄스디님의 나만 알고 있는 노래는 어떤 곡으로 선정해주셨나요?

 : 자기가 래퍼라면 보통 이 코너에서 본인의 곡을 이야기하면서 홍보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웃음)

겸사겸사 제 후배도 소개할 겸 제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로기의 <LIFE>로 골라보았습니다.

 

 

 

로기는 힙합 동아리에서 후배로 만난 사이인데, EP는 한 장이지만 싱글은 정말 많이 발매를 했어요.

듣기 편한 싱잉 랩 스타일을 위주로 꾸준하게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는 친구인데 정말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느샌가부터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을 앨범 커버로 사용하더라구요. 그런 부분도 인상적이고, 달마다 싱글을 발매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해서 <LIFE>라는 곡도 그 일환으로 나오게 되었어요. 지금도 열심히 앨범을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줌터뷰를 통해 로기라는 후배 분도 소개해주셨고, 이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 친한 사이다보니까 가끔 도와주기는 하는데, 사실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틀딱 붐뱁을 주로 하다 보니 스타일 차이로 인해 같이 작업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LIFE>는 허쓸을 주제로 보다 진중한 느낌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제게 얘기를 했고, 저도 새로운 스타일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맞물려서 작업을 진행하게 된 것 같아요.

Verse에서 약간 싱잉을 섞어보았는데, 제가 만든 Verse 중에서는 만족하는 편에 속해요. 곡에서 로기는 '댄스디만큼 허쓸하는 사람이 어딨느냐'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당연하게 하는 건데 이게 무슨 허쓸이냐'라는 겸손한 스웩을 선보였습니다.

 

네번째 질문 :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

이그니토 - <Death Penalty>

 

 : 이 이야기를 들으니 힙합엘이 댄스디 소개 글에 마지막으로 적었던 멘트가 생각나네요. '나만큼 하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어?'

나만 알고 있는 노래로 소개해주신 <LIFE>에도 관련된 내용이 잘 담겨 있는 것 같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인데요. 라이브는 보통 많이 가시는 편이신가요?

 : 지금은 잘 못 가지만 대학교 다닐 때는 정말 많이 다녔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 힙합 공연을 간 게 수능이 끝나고 나서였는데 그 당시에 더콰이엇이 아직 소울 컴퍼니였던 시절에 하던 '더 쇼'라는 언더그라운드 공연 시리즈가 있었어요.

그런 공연들이나 이그니토의 [Demolish] 쇼케이스, 더콰이엇의 [Music] 쇼케이스 등 재밌는 공연을 많이 다녔던 것 같습니다.

 : 보통 인터뷰이들이 제 또래이다 보니까 'Playboi Carti 공연 재밌었어요', '에이피 알케미 무료 콘서트 인상 깊었어요'라는 최근 아티스트들의 공연 후기들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근본 있는 공연 라인업을 이야기해주셨네요.

 : 왜냐하면 최근에 블루프린트가 폐업하기 전에 갔던 SRS를 제외하고는 마지막으로 공연을 갔던 게 10년은 넘은 것 같아요.

엄밀히 따지면 중간에 한두 번 정도 힙합 콘서트란 이름이 붙은 공연을 표가 생겨서 다녀오곤 했지만, 제가 생각하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공연이랑은 워낙 달랐어서 공연을 갔다는 느낌은 안 들더라구요.

 : 그럼 지금 당장 직업과 육아의 무게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공연을 가보고 싶으신가요?

 : 공연을 하도 안 가다 보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규모가 큰 공연은 제가 옛날에 다니던 공연과 느낌이 달라서 만약 갈 수 있다면 더콰이엇이 진행하는 랩하우스가 좋을 것 같네요.

홍대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공연이기도 하고, 다양한 출연진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고, 무대도 낮고 관객들과 거리가 가까워 아티스트와 관객이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여러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 가고 싶은 공연으로 랩하우스를 골라주셨고,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는 어떤 곡으로 골라주셨나요?

 : 원래는 박정현 노래로 할까 싶었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곡이 있어요.

이그니토의 <Death Penalty>인데, 공식으로 발매된 곡은 아니고 힙합플레이야 쇼에서 했던 비공식 곡이에요.

 

 

 

이 라이브를 저는 현장에서 들었었는데 웃긴 게 이 때 당시에 제가 재수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곳을 가면 안 됐었는데 그냥 갔습니다. (웃음)

당시 힙플쇼는 신인 두 명을 선정한 다음 무대로 올렸었거든요. 그 중 한 명이 이그니토였는데, 무대에서 이그니토를 처음 보고 완전히 얼어붙었던 기억이 나요.

앞서 말씀드렸듯 <Death Penalty>는 Necro라는 래퍼의 <Your Fuckin' Head Split>이라는 곡의 비트에 1절은 <Carnival>, 2절은 <언더 래퍼들에게 고함>이라는 트랙들의 Verse를 따와서 공연한 곡이에요.

Verse와 곡의 분위기도 너무 잘 어울렸고, 이 때의 감동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네요.

 : 처음 이그니토를 보고 느꼈던 감동과 충격과 함께 <Death Penalty>는 공연이 아니면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골라주신 것 같네요.

이 공연 이후 [Demolish] 앨범도 나왔고, 하드코어 힙합을 콘셉트로 이런저런 활동을 이어나갔잖아요?

최근에도 LBNC에서 새로운 앨범을 작업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현재의 이그니토는 이전의 이그니토에 비해 어떤 것 같나요?

 : 아직까지도 좋아하는 래퍼고, 레버런스와 바이탈리티 등 특유의 무게감을 유지한 채로 잘 활동해왔던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은 지금 활동이 많지 않다는 것이고, 발매하는 앨범마다 무게의 차이는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이그니토가 할 수 있는 게 다양한 아티스트라는 걸 보여준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새 앨범이 나온다면 제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다를 것 같아요. 차붐의 <Shocking Asia> 같은 싱글을 들어보면 이전과 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런 면이 어색하게 다가올 것 같긴 하지만 또 하나의 매력으로 잘 적응해 봐야죠.

 

다섯번째 질문 : 여행과 관련된 노래

빈지노 - <Gym>

 

 : 이전의 이그니토의 모습을 새 앨범에서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그니토에게 오히려 색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여행과 관련된 노래인데요. 가족이 생긴 이후로 여행은 어떻게 즐기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 아마 결혼을 하시고 아기가 생기고 나면 여행이라는 게 얼마나 의미가 달라지는지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사실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아내는 밖에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는데 두 달 단위로 여행을 가자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아이를 챙기면서 여행을 가야 되기 때문에 함부로 어디를 가질 못 하는 거죠. 특히 아기 때는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많지 않아서 외국으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가족이 생기고 난 지금 가는 여행이 어떤 의미냐고 하면 아이의 문화적 함양을 위한 부모의 의무라고 해야할까요?

예전 같았으면 부부를 위한 여행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서아가 보면 좋아하겠다, 이걸 보면 어떤 걸 느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거죠.

보통 아내가 심심해한다거나 국내에 너무 오래 있었다 싶으면 한 번, 서아에게 보여줄 게 생겼다 싶을 때 한 번, 해외에서 학회가 열릴 때 겸사겸사 한 번 이런 식으로 여행을 가는 거죠.

그런데 저는 보통 제 의지보다는 여행을 끌려가듯이 가다 보니까 이상하게 의무감이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나네요.

 : 그럼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여행을 가게 되면 현재로서는 따님 분이 항상 동행을 하시는 거죠?

 : 거의 대부분 그렇죠. 안 그래도 10월 달에 샌프란시스코를 학회 때문에 가게 되었는데, 지금 아내가 만삭이다 보니까 함께 못 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딸도 덩달아 못 가서 저 혼자 가게 되기는 했지만 보통은 셋이 세트로 여행을 떠납니다.

가장 마지막에 셋이서 같이 갔던 여행은 국내에 1박 2일로 잠깐 콘도를 다녀온 걸 빼면 저희 부모님 환갑 여행 때문에 발리를 간 적이 있었어요.

발리의 음식이 어른들한테는 맛있어도 애 입맛에 잘 안 맞다보니까 밥 먹이기도 힘들었고, 마지막에는 장염까지 걸려서 고생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행 관련 질문에 저같이 답한 사람이 있었을까요? (웃음)

 : 올드스쿨티처님을 제외하면 처음인 것 같기는 하네요. 혼자 가는 여행과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셨고, 여행에 관련된 노래는 어떤 곡으로 선정해주셨나요?

 : 제가 여행을 크게 좋아하지 않음에도 일본은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더라구요. 일본도 여러가지 모습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노천탕에서 쉬면서 바깥 풍경 보고 그런 거 있잖아요?

결혼 에 가족과 함께 큐슈 패키지로 여행을 갔을 때 두 세시간 정도 유후인이라는 작은 동네에 들렸었는데, 길거리 시장도 아기자기하게 있고 온천도 잘 되어 있더라구요.

부모님께서는 그 여행이 무척 마음에 드셨는지 그 이후로 1박 2일로 한 세 번 쯤 더 가셨는데, 저는 유후인을 갈 때마다 일 때문에 못 가서 부러워하기만 했었어요.

최근에 발매된 빈지노의 [NOWITZKI]의 마지막 트랙 <Gym>을 들어보면 그 유명한 '설경구경 설경구야'라인이 있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가사냐고 조롱하고 그랬는데 저는 그걸 들으면서 노천 온천에서 눈 쌓인 주변 풍경을 보며 느긋하게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더라구요. 그래서 굳이 여행과 관련된 노래를 골라보자면 빈지노의 <Gym>입니다.

 : 누군가에는 설경구 라인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댄스디님에게는 유후인 노천탕의 노곤노곤한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찰떡처럼 다가온 거네요.

여행에 관련된 노래는 빈지노의 <Gym>으로 골라주셨고, 이 곡이 수록된 [NOWIZTKI]는 어떻게 들으셨나요?

 : 밀감싹에도 작성했지만 저는 되게 좋게 들었어요. 제 글에서 [NOWIZTKI]는 빈지노의 '결혼 장려 앨범' 같다고 적었거든요.

앨범 초반부에는 말도 안 되는 가사들이 엄청 많이 나오다가 갑자기 빈지노가 현자 타임에 빠져요. 그러다가 후반부의 <Radio> 같은 곡을 들어보면 자기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어서 다시 힘을 낸다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제가 결혼하고 느꼈던 점이랑 일맥상통해서 공감이 많이 됐고, 기본적으로 빈지노가 힘을 빼고 편안하게 작업한 게 눈에 보이더라구요.

어떤 면에서는 생활 밀착형 앨범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꾸며서 나온 게 아니라 본인이 살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바이브를 가지고 만든 것 같더라구요.

전작 [12]에서는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빈지노가 애썼다는 생각이 드는데, 본작에서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내추럴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여러모로 되게 좋게 들었습니다.

 : 그럼 댄스디님은 빈지노와 마찬가지로 결혼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주변 친구들이 결혼에 관해서 물어보면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대답해요. 진짜 이 사람과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후회할 것 같다 싶으면 하라고요.

하지만 반대로 아이를 가지는 건 절대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저질러라.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안 좋은 것 밖에 생각이 안 나요. (웃음)

물론 결혼과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신 그 사람들한테 '그럼 50대, 60대 때 홀로 남겨지는 게 두렵지 않느냐?'라고 물어보고는 싶어요.

제가 왜 이렇게 더 느끼냐면 일을 하면서 만나는 환자들의 나이대가 많은 편이에요. 언제는 60대 환자가 왔는데 결혼을 안 해서 보호자로 80대 어머니가 와서 듣고 있는 거죠.

그런 걸 보면서 아내나 자녀가 있다면 이럴 때 와서 참고사항을 들을텐데, 이 어머님은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들으실까, 나중에 관리는 될까 같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나요.

 

여섯번째 질문 : 취미와 관련된 노래

K/DA - <POP/STARS>

 

 :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끼신 가족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할게요.

취미와 관련된 노래인데요. 댄스디님의 취미는 어떻게 되시나요?

 : 말마따나 힙합이죠. 여담이지만 줌터뷰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보통 힙합이 취미이실텐데 답변을 어떻게 하실지 궁금하더라구요.

힙합이 아니라면 어떤 신선한 답변을 해야할까 생각하다가 제가 유튜브에서 구독하는 게 음악 관련된 게 아니면 게임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채널이거든요.

제가 게임에는 재능이 없어서 직접 하는 건 정말 못 하다 보니 남이 하는 걸 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게임 영상을 보는 게 나름 취미라면 취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게임 관련된 노래가 뭐가 있을지 고민해봤는데 솔직히 마땅히 고를 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 질문 같은 경우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K/DA의 <POP/STARS>로 선곡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살짝 죄책감을 느낀 게 롤을 별로 안 좋아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게임을 잘 못 해서 가장 좋아하는 게임 류는 실력 필요 없이 머리만 굴리면 되는 포인트/클릭 시리즈예요.

그래도 굳이 이 곡을 고른 이유는 게임 관련 음원 중에서는 상당히 훌륭하게 나온 곡이라서 저도 즐겨 들었기 때문입니다. 들으면서 멜로디도 좋고, 텐션이 처음부터 끝까지 잘 유지된다고 생각했어요.

 

일곱번째 질문 : 과거/현재/미래를 대표하는 노래

과거) 키비 - <소년을 위로해줘>

현재) 이센스 - <What The Hell>

미래) 김아일 - [some hearts are for two]

 

 : 롤이라는 게임과는 큰 연관 없이 게임 관련해서 퀄리티가 높은 음원 중 하나로 <POP/STARS>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저도 롤을 안 하지만 (여자)아이들의 멤버들이 이 팀에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에 한 번 들어봤던 기억이 있네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인데요. 혹시 세 가지 테마를 전부 골라주셨나요?

 : 이 질문 자체가 힙합 씬이나 저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의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접목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과거를 대표하는 곡은 키비의 <소년을 위로해줘>입니다. 우선 키비는 제가 처음으로 몰입할 정도로 빠진 아티스트예요.

 

 

 

팬이라고 할 만한 래퍼였고, 그 아티스트를 처음 접한 곡이 <소년을 위로해줘>였어요.

키비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청소년의 심리를 건드리는 감성적인 가사나 표현법들이 참 좋았어요. 요즘에는 가사보다 사운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비우고 쓰는 가사들도 많이 나오잖아요?

하지만 이 시기에는 랩은 'Rhyme & Poetry'라는 의견이 만연했었고, 저도 시적인 가사를 되게 좋아했었기 때문에 키비라는 아티스트에 자연스럽게 빠진 듯 해요.

힙합 씬 차원에서 놓고 보아도 이런 감성이나 스타일이 2003년에 많이 유행했으니까 거의 시초 격이라고 말할 수 있고, 과거를 대표하는 노래로 적절할 것 같습니다.

현재를 대표하는 노래는 이센스의 <What The Hell>로 골라보았어요. 이걸 잘 말해야지 포장이 될 텐데 트렌드라는 걸 무시하고 골든 에라가 연상되는 클래식한 스타일로 앨범을 발매했잖아요?

 

 

 

최근 들어 트랩으로 완전히 치우쳤던 한국의 힙합 씬이 다시 근본으로 어느정도 회귀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한 움직임을 가장 잘 대표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금통] 자체가 큰 생각을 많이 하고 낸 앨범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스타일에 있어 전통적이라고 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들어갔고 그 중에서도 <What The Hell>이 더욱 근본에 집중한 트랙인 것 같아요.

뭔가 라임을 가지고 하는 기술적 스웨거가 느껴지는 듯 해요. '라임을 내가 이만큼이나 맞췄다'와 같은?

그런 부분에서 과거와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느낌의 곡이 현재에 나왔으니 현재를 대표하는 노래로 선정하였습니다.

미래를 대표하는 건 앨범으로 골라보았는데 김아일의 [some hearts are for two]이고, 한 곡을 고르자면 <Waterfall>이에요.

 

 

 

우선 쇼미더머니가 끝나면서 힙합과 대중과의 연결고리가 많이 약해졌잖아요? 이게 트렌드를 벗어나 대중의 눈치를 안 보는 매니악한 작품들이 더 많이 생기는 기회가 되지 않을지 상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아일의 앨범이 상당히 실험적으로 나왔거든요. 앨범을 들어보면 가사나 사운드를 거의 쓰지 않은 트랙들도 있고, 말 그대로 전위예술에 가까워요.

그런 면에서 음악을 더욱 예술적이고 매니악하게 파고 들고, 청자를 고려하지 않는 부분으로 파고드는 방향 중 하나로 이 앨범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어떻게 보면 XXX도 대중 친화적으로 음악을 만들지 않았는데, 그걸로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었잖아요?

그런 식으로 이들은 나름대로 대중에서 멀어지고자 하지만, 그게 하나의 대중을 이끄는 움직임으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상상에서 선정을 해보았습니다.

 : 쇼미더머니라는 한국 힙합의 큰 축을 대표할 만한 방송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걸 기점으로 조금 더 매니악한 하위 장르들이 탄생되어 다양한 흐름을 만들고 그걸 좋아하는 대중들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저는 김아일이 앨범 발표 이전에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했던 곡들처럼 랩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전위적인 사운드를 담고 있어 신선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 저도 랩 위주의 앨범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례로 <Pt. 2>는 또 랩 트랙이라서 그래도 랩이 죽지는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 :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

Eyedea - <Even Shadows Have Shadows>

 

 : 아무래도 감각이 있으신 분이기 때문에 다음 행보도 무척 기대됩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들도 각각 하나씩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어느덧 오늘의 마지막 질문을 드릴 차례인데요. 본인의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을 소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밀감싹 프로젝트로 인해 청취 습관이 최신 곡 위주로 듣는 걸로 바뀌어서 집중해서 한 곡을 듣거나 인생을 관통하는 트랙이 사실 상 없기는 해요.

하지만 인생 곡을 이전에 가장 좋아했던 트랙 중 하나로 골라보자면 외국 언더그라운드 래퍼 Eyedea의 <Even Shadows Have Shadows>라는 곡이 있어요.

 

 

 

'그림자에게도 그림자가 있다'는 멋있는 제목이고 정말 엄청나게 좋아했던 노래이기도 해요. 이 곡은 아무도 가사 해석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제가 직접 나서서 했습니다.

Eyedea는 계속 우울증을 앓다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티스트인데, 이 곡에서도 마찬가지로 우울감을 나타내는 표현이 가득 차 있어요.

후렴도 없고 4분 40초 동안 Verse만 나오는데, 가사가 전부 세상을 향한 시니컬한 태도와 분노로 이루어져있어요.

저도 예전에 우울감에 자주 젖어있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나는 아직 아침에 일어날 좋은 이유를 찾지 못했다'와 같은 라인을 들으니 공감이 많이 됐어요.

Eyedea가 이전에 Rhmyesayers Entertainment라는 미국 언더그라운드에서 상당히 근본에 속하는 레이블 소속인데, 거기에 속한 Atmosphere 같은 팀이나 Grieves 같은 아티스트들도 되게 좋아했었어요.

그 레이블 특유의 스타일이 잘 담겨 있는 곡이기도 하면서 Eyedea가 곡 전반에서 드러내는 세상에 대한 염세적인 태도를 비롯하여 기본적인 랩이나 라임 스킬도 너무 훌륭해서 정말 오랫동안 많이 들은 곡 중 하나입니다.

여담으로 제가 한 때 외국 힙합보다 한국 힙합을 좋아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가사 해석을 하다 보면 맨날 똑같은 총, 마약, 여자 이야기만 하더라구요.

물론 그런 메인스트림 곡들을 더 많이 신청 받다보니 생긴 편견이긴 했지만, 덕분에 꽤 오래 갔던 편견이기도 해요.

그런데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는 백인이 훨씬 많은데, 이들이 내는 감성이 한국 힙합의 그것과 비슷하더라구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든지, 우울감을 나타낸다든지 등 이런 걸 들으면 상당히 친숙하더라구요.

참 가사 해석이 저에게는 애증이에요. 근데 너무 오래 했다 보니까 안 하면 가끔 허전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이제 또 안 하면 사실상 잊혀지잖아요? 가끔 가다 보면 가사 해석인데 내 이름이 안 나온다고? 싶기도 하고, 이 곡이면 댄스디가 나와야 되는데 다른 사람의 이름이 있는 거죠.

또, 요새는 유튜브에 가사 해석하는 계정들이 많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아니 이거 밖에 해석을 못 하는데 구독자 수가 이렇다고?' 싶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2만 곡 정도 해석했으면 이 정도 스웨거는 부려도 되겠죠? (웃음)

 

Outro : 인터뷰 참여 소감

 

 : 그 정도 하셨으면 이 정도는 겸손인 것 같습니다. Eyedea의 <Even Shadows Have Shadows>를 인생 곡으로 골라주시면서 오늘의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는데요.

줌터뷰에 직접 참여해보시니 어떠셨나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항상 제 이야기를 하는 건 재미있어요.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관종 끼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참여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질문에 대한 음악 선정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서 신청을 하려다가도 망설였는데, 오늘 진행한 거 보니까 어느 정도 선방한 것 같네요.

사실 이런 콘텐츠를 사람들이 읽으면서 자기가 몰랐던 의외의 곡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거듭 말했지만 저는 그렇게 대단한 디거는 아니에요.

다들 아는 선의 음악을 듣기 때문에 앞서 말한 부분은 충족시켜드리지 못 한 것 같아 민망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웃음)

 : 음악을 많이 듣고 계신 분들에게도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한 플레이리스트인 것 같아요.

이그니토의 <Death Penalty>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 발매되는 음악을 위주로 들으시는 분들이라면 접하기 힘든 곡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음악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주신 것 같아서 무척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가 끝나기 전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제가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 최근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데 항상 응원하고 언제나 곁을 떠나지 않고 도와주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나는 언제나 너의 편이야!

 : [NOWIZTKI]가 결혼 장려 앨범이았다면 이 줌터뷰는 결혼 장려 인터뷰가 되겠네요.

 : 결혼 장려로 한정 짓기보다 '사랑 장려'로 해주시면 어떨까요. 모두모두 사랑합시다!'

 : 인터뷰를 통해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따듯해지는 순간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긴 시간 동안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무척 감사드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힙합엘이 줌터뷰 모음집 링크] https://hiphople.com/fboard/24321292

 

신고
댓글 9
  • title: Quasimoto공ZA글쓴이
    5.25 22:30

    위 인터뷰는 23년 9월 27일에 진행되었습니다 . . . 뒷북 양해 부탁드립니다??!!

  • 5.25 22:33

    캬 네임드 번역가이자 교수직 의사쌤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라니.. 정말 멋지십니다

  • 5.25 23:10
    @Delphox

    고등학생 힙합 애청자로써

    비록 넷상에서 밖에 보지 못했지만 저렇게 어른되고 싶다고 처음 생각해봄

  • 5.25 23:04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DanceD 그는 신인가?

  • 5.26 01:23

    항상 양질의 번역 잘 보고 있슴니다! 사랑해요❤️

  • 5.26 07:41

    정독했슴돠

     

  • 1 5.26 14:09

    우왕ㅋㅋ

  • 2 5.26 14:15

    근황 정리하자면

    ㅡ이직은 3월에 해서 일 잘하고 있고

    ㅡ둘째는 11월에 태어나 잘 크고 있고

    ㅡ"그"2는 4월에 나와 잘 묻혔고

    ㅡ마지막에 힘내라했던 아이는 요즘은 되게 잘 나가서 제가 위로가 필요합니다ㅋㅋ

  • 5.26 22:49

    잘 읽고갑니당 댄스디님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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