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 Dirty Bastard - Return to the 36 Chambers: The Dirty Version
당신은 음악을 청취하며 아티스트와 앨범을 분리할 수 있는가? 다양한 의견들이 교차하곤 하지만, 몇몇 작품들에선 아티스트가 직접 제 몸뚱이를 불사르며 자아와 정신세계를 녹여낸 흔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 예시는 주로 내면의 각성 혹은 자전적 성찰을 주제로 한, 이견 없는 찬사들에 휩싸인 작품들에게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따라서 Nas가 없는 <Illmatic>, Kendrick Lamar가 없는 <good kid, m.A.A.d city>, Frank Ocean이 없는 <Blonde>의 형상이 공허에 가까운 무언가로 귀결된 상상은 매우 자연스럽다. 이런 작품들은 아티스트의 풍경화나 정물화 등이 아닌, 거울과 캔버스를 오가며 수천 번에 걸쳐 덧칠한 자화상에 빗대어지곤 한다.
하지만 1993년 등장한 무당파의 일원들을 곁눈질로 살펴보기라도 한 이들이라면, 과연 그들 중 앞선 클래식들에 비견할 주제를 끄적일만한 인재가 있을까 고민할 것이다. 자그마치 100년 뒤에도 그들은 꾸준히 술과 여성을 탐닉하고, 폭력을 일삼으며, 고갈되기 직전까지 미 전역의 영화에서 쿵푸 스킷을 차용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의심에 답변을 주자면, 놀랍게도 예시의 그들만큼 솔직하며 진정성 있는 일원이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도 한 치의 망설임과 거짓 없이, 힙합씬 최고의 악동이자 또라이 인생 그 자체를 살아온 Ol’ Dirty Bastard가 그 주인공이다.
그를 설명할 땐 그의 방탕한 삶이 오롯이 드러난 독보적인 랩 스타일을 배제할 수 없다. Ol’ Dirty Bastard는 그의 사망 이후 아직까지도 유사한 래퍼를 찾기 힘들만큼 타고난 스타일의 개척자였다. 취권을 모티프로 중얼댐과 모호한 발음을 섞으며 지저분하고도 아름답게 음의 높낮이를 그려내는 랩 퍼포먼스. 가장 야만적이고 노골적인 면을 표출하기에 적합하다. 예시로 오늘날의 Denzel Curry, Danny Brown 등을 떠올려보자. 불도저 같은 미친 파괴력을 감상할 때면 공기의 흐름을 지배하는 그 힘을 실로 느끼게 되곤 한다.
하지만 부적절한 활용으로 되레 곡의 짜임새를 무너뜨리는 6ix9ine 등의 경우가 반례로 떠오르듯, 목소리의 크기를 곡의 환기 요소로 활용할 땐 무작정 소음에 가깝도록 시끄럽게 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란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 정도를 균형 있게 조절하며 활용하는 것이 뛰어난 음악적 표현력으로 취급되곤 한다. 때문에 그 계보를 쫓아갔을 때 제대로 된 종자의 씨앗이 90년대의 Ol’ Dirty Bastard부터 꽃을 피웠다는 사실은 괄목할 감상 지점이다. 그가 <Enter the Wu-Tang Clan (36 Chambers)> 중 단 4곡에 참여했음에도 충분히 완성된 혀놀림으로 점철한 랩들을 선보이며 참여곡마다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흔적들을 남긴 것이 증거다. 만약 Ol’ Dirty Bastard를 처음 감상한다면, 그만의 낯선 퍼포먼스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불현 듯 휩쓸리는 자신을 관찰할 수 있겠다.
그 유일무이한 매력을 어서 세상에 꽃 피워 많은 이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고 싶었던 걸까. Wu-Tang Clan의 전설적인 정규 앨범 <Enter the Wu-Tang (36 Chambers)>가 발매된 후 Ol’ Dirty Bastard는 Method Man의 <Tical>에 이은 두 번째 솔로 프로젝트 <Return to the 36 Chambers: The Dirty Version>의 주인공이 되었다. Wu-Tang Clan의 타 멤버들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의문이 들 수 있는 지점이다. 무당파의 떼거리들과 나란히 섰을 땐 가히 차별적인 매력으로 돋보이곤 했지만, 과연 오직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1시간 동안의 서커스에서도 지루함 없이 독보적인 주인공으로 활약할 수 있을까?
이 과분하고도 불필요한 고민은 난잡하고 지저분한 5분간의 자기소개 “Intro”에서 깔끔하히 사라진다. 그는 자신의 지저분한 쇼를 감상하러 온 관객들에게 상당히 난잡하고 불쾌한 감사 인사를 남긴다. 소개 인사로 조금의 접점조차 없을 제임스 브라운을 언급하며 다분히 외설적인 연애 편지를 낭송하고, 구강성교를 받았던 일화에 더해 임질 감염에 대한 고백까지. <Bastard>와 <Goblin>의 Tyler, The Creator, <The Slim Shady LP>와 <Relapse>의 Eminem처럼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보여준 힙합 아티스트들이 여럿 있었으나, 그보다 앞서 존재했던 종잡을 수 없는 미치광이의 캐릭터리즘이 90년대의 투박하고 풍부한 감성에 힘입어 한껏 어필된다.
Ol’ Dirty Bastard 자신을 완벽히 설명함과 동시에 앨범을 정확히 꿰뚫는 첫 트랙 “Intro”에 이어 본격적인 그의 유일무이함은 앨범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실로 극대화된다. 최고의 킬링 트랙 “Shimmy Shimmy Ya”를 필두로 하여 “Baby C’mon”, “Brooklyn Zoo”, “Raw Hide”까지 아쉬움 없는 트랙들로 Ol’ Dirty Bastard의 퍼포먼스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괄목할 점은 앨범에서 그의 과할 정도로 강력한 유니크함을 덜어내거나 깎아낸 부분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혀준 RZA의 프로듀싱과 무당파들을 비롯한 피처링 객원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더욱 풍부히 전개된다.
랩뿐만이 아닌 가사 역시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웃음이 절로 나오는 순간들 뿐이다. 어느 여학생과 자신을 주제로 외설적 창작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한 “Don’t U Know”, 겉으론 사랑노래인 척 조금씩 새어나오는 본연의 탕아 기질을 숨기지 못하는 “Drunk Game (Sweet Sugar Pie)”, 출생 이후 26살의 나이가 될 때까지도 복지 수당을 받으며 생활한다는 거리의 진실함을 뽐낸 “Raw Hide” 속의 날카롭고 거침없는 가사까지. 자신이 얼마나 악랄한 방랑아인지 가감없이 뽐내는 그의 모습은 음악적 메시지와 혼란스러운 행적에 설득력 있는 힘을 실어주며 Ol’ Dirty Bastard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가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에서는 다양한 곡에 와일드 카드처럼 등장하여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에 반해, <Return to the 36 Chambers: The Dirty Version>에서는 그의 폭풍처럼 몰아치는 랩에 지치기 전 잠시 진정할 시간을 주듯이 다른 래퍼들을 분위기 이완의 재료로서 활용한다. 앨범은 그 제목처럼 ‘36 Chambers’의 재림을 강조하지만,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며 동시에 Ol’ Dirty Bastard에게 어울리는 옷으로 탈바꿈되었다. 무당파의 시그니처와 같은 쿵푸 스킷의 빈도가 줄어든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쟁쟁한 동료 래퍼들 사이에서 종종 그의 진가가 비교적 괄시당하곤 하지만, 과연 그를 그저 무당파의 일원으로만 취급하는 게 합리적일까? 이미 타계한 이에게 의견을 물을 순 없겠지만, 아마 그는 스스로를 Wu-Tang Clan의 멤버 그 이상으로 자신만의 예술적 세계를 구축하고자 굳게 다짐했을것만 같다.
요절한 래퍼들 모두가 안타깝지만 갠적으로 odb가 정말 아까움
너무 유니크해가지고 계속 살아있었으면 어떤 커리어를 이어갔을지가 정말 궁금한....
삶의 마무리마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ODB답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말 아쉽긴 하네요
리뷰 공장입니까? ㅋㅋㅋ
낼 회사가서 읽어보겠읍니다
The Roots의 Things Fall Apart도 조만간 올라갑니다 많관부
ㅓㅜㅑㅓㅜㅑ
Lets go~
여기가 리뷰 보물창고인가요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함미다
돈상점 한 번 해주실 수 있나요?
함 고민해보겠습니다 근데 만약 한다면 Exmilitary로 하지 않을까...
그것도 좋네요
앨범 듣고 보니 리뷰가 맛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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