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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no [Luv 4 Rent] 리뷰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3.17 11:27조회 수 787추천수 7댓글 6

미국 세인트루이스 주의 한 래퍼, 스미노(Smino), 그가 하는 음악들에는 무언의 대단한 실험성이 있는 것도, 거창하거나 심오한 대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제 마음을 꽉 잡아끄는 매개체가 있다면, 응당 그것을 설명하고 싶었달까. [Luv 4 Rent]는 특히나 그런 작품이다. 그의 곱슬머리에서 뻗어 나온 가족, 우애, 연인 등, 공동체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데 있어서, 스미노는 내성적임에도 거리낄 것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직관적인 그의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본인의 사랑 역시 거리낄 것이 없었기 때문 아니겠냔 생각. 그런 숙고 속에 '임대(Rent)'라는 표현의 모호함은 더욱 증가했다. 대가를 통해 자신의 몫을 내어준다는 이야기를 사랑의 과정에 있어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기에, 본디 사랑이란 과정 안에는 전후곡절한 사유들이 분명 존재할 터이기 때문이다. 결국 스미노 본인이 빌려 온 사랑에 대한 해답을 찾듯이, 나 역시도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본 리뷰의 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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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v 4 Rent]의 골자는 힙합에 두었으나, 곁가지들은 펑크(funk) 사운드, R&B/Soul, 심지어는 팝의 요소까지 수용한다. 물론 이토록 다양한 장르를 수용함에 있어서는 자신의 다재다능함을 기반에 두었겠으나, 그의 내성적인 면모와 불안한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까지 활용되는 데에는 시의적절한 영역이기도 했다. 스미노의 다재다능함을 자랑하는 팔레트 위에는 크게 영감을 받은 Kendrick Lamar 말고도, Outkast, Stevive Wonder, Frank Ocean, Prince와 같은 인사들이 버젓이 자리 잡았다. 비록 몇몇의 장치들은 그들에게서 노골적으로 가져왔으나, 온전히 스미노의 역량 아래에 새로운 그림으로 완성되어가니, 모방이라는 감상보다는 재창조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일례로 Frank Ocean의 향취를 빌려온 "4rm Da Source"는 세상을 떠난 사촌을 향한 훌륭한 답가이자 시의적절한 앨범의 인트로로 자리매김했으며, "Ole Ass Kendrick"은 말 그대로 펑키한 소울 비트 위에서 Kenrick의 작품을 오마주했다. 물론 Kendrick의 것과는 달리 R&B만의 흥취가 가득하다. 애초에 음악을 완성하는 가사나 코러스, 멜로디는 스미노의 역량 아래에서 꽃피웠으니, 모방이 아닌 재창조로서 [Luv 4 Rent]만의 특색은 제대로 갖추게 되었다.

스미노의 주된 강점은 귀를 감싸는 멜로디와 변화무쌍한 완급조절에 있다. 펑키한 남부 색감의 비트 위에서 창조되는 스미노의 멜로디들은 굵직한 베이스 라인과 코드 진행 속에서 꽤나 잘 어울리는 형태가 아닌가. 당장에 "Pro Freak","Blu Billy"에서 재치 있는 펀치라인과 함께한 익살맞은 랩 퍼포먼스는 청자에게 독특한 흥취 거리를 제공하며, 제세동기를 사랑에 빗댄 "Defibrillator"는 앨범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의 코러스를 자랑한다. 무엇보다도 그가 멜로디로 표현하고자 함에 있던 것은 순수한 감정에 있었으니 족할 뿐이다. 아름다운 코러스와 감미로운 멜로디가 항해하는 트랙의 선율들은 하나같이 스미노스러운 감정으로 잘 포장되었다.

어찌 보면 스미노의 랩 활용은 그가 같이 투어를 돌았던 JID의 거울상과도 같달까. JID가 라임이 가득하면서도 다량의 플로우 변화로 랩이 주는 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했다면, 스미노의 랩은 라임이 멜로디와 어울리며 줄 수 있는 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한 방면으로 나아갔다. 일례로 Ravyne Renae가 참여한 "Lauder Too", "Settle Down"은 같은 피쳐링진 속, 같은 속사포 랩을 자랑함에도 각각 비장함과 멜로디컬함의 색다른 선을 나눠 타고 있다. 물론 앨범의 방향성이 다른 것도 있겠거니와, 스미노와 JID의 랩을 구성하는 형태는 상당히 다른 면을 자랑하기에 거울과도 같다는 설명은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광채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서로 빛나고 있으니, JID 만큼이나 스미노가 가진 매력의 색은 그보다도 다른 감각을 제공한다.

[Luv 4 Rent]만이 가진 비기는 무엇일까? 스미노가 가진 역량은 설명했으니, 본작만이 자랑하는 순수한 서정성에 대하여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작품 내에 등장하는 친척 및 동료 인사들은 스미노가 자라 지내던 세인트루인스의 고향 위의 배경 인물임을 감안해 보자. 그리고, 그들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앨범 내에 물씬 드러난다면? 실제로 그렇다. 스미노는 그들에 대한 사랑을 과장하지도, 업신여기지도 않는다. 그저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고자 하는 데에 집중할 뿐이다. 작중에서 친척과 친구들의 통화 내역, 스미노의 언급 중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모습에는 어디까지나 공동체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근본으로 담겨있었으니 말이다. 그 순수함에 매료된다면 [Luv 4 Rent]만의 무기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다시 돌아와서, 인트로 "4rm Da Source"의 크레딧은 일종의 자신에 대한 질문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인트로 트랙의 본 질문은 곧장 본인에게 향한 것이자, 근원을 찾아가고자 한 여정이다. 당연하게도 스미노는 모종의 대답을 앨범을 통해 내놓는다. 스미노의 조부모의 이름을 딴 트랙 "Lee & Lovie"가 화룡점정이 된 것 역시도, 본 앨범을 마무리하는 가장 순수한 증류수에 가까운 트랙이 되었기 때문이다. 조부모의 아포리즘에는 편법 따위는 없으며, 실로 간단한 이야기를 제시할 뿐이었으니. 사랑하고 나누어 주면 될 뿐이라는 뻔하디 뻔한 그런 이야기 말이다. R&B 발라드 풍의 곡조 위로 이제껏의 물음에 대한 스미노의 내면적 고찰이 실로 우습고도 아주 간단한 대답으로 마무리되니, 이제껏 내가 무슨 생각을 해왔냐는 자조만이 남을 뿐이다. 어찌 되었건 그 해답은 순수한 결정처럼 간단하고도 만족스러웠으니 좋았다.

스미노의 이전 작품들의 앨범 커버들을 살펴보면, <NOIR>, <blkswn> 두 작품 모두 누군가가 대신 머리를 땋아주는 사진으로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Luv 4 Rent>만이 유일하게 혼자 거울을 보며 머리를 땋는 장면이다. 그가 언급한 대로, 누군가가 바라보기 위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들춰다 보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앨범 커버로 표현된 스미노의 사유적 단막극이 유달리 내 마음에 쏙 든 것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의 훌륭한 고찰이 이제는 정면을 바라본 채 밖으로 향할 때는 어떨지 궁금하다. [Luv 4 Rent]의 고찰점이 외연으로 확장해 나가길 기대하며 말이다.


4/4 스미노 콘서트를 기대하며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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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3.17 12:29

    진짜 고트임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3.17 14:39
    @베어페이스
  • 3.17 16:12

    평이 나쁘지 않은 와중에 듣지는 않았던 앨범인데, 흥미롭고 매력적인 리뷰라서 앨범도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3.17 17:15
    @Pushedash

    감사합니다:) 스미노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 추천드립니다!

  • 1 3.17 17:16
    @앞날

  • 3.1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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