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drive.google.com/file/d/1XrGTREvB8ywLj0wQnYlAXUP8JTOe6bo-/view
위 글은 w/HOM 8호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리틀 심즈(Little Simz)의 Drop EP 시리즈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온 프로젝트였다. 그녀의 앨범 발매가 얼마나 체계적인지를 설명해 주는 대목과도 같다.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 발매된 이듬해에는 새로운 정규 앨범이 발매되었으니, <Drop 7>는 그녀가 빠른 시일 내에 리스너들 앞으로 새로운 앨범을 들고나올 것이라는 신호와도 같다 . 즉, Drop EP 시리즈는 리틀 심즈의 다음 정규작을 예고하는 미공개곡 모음집 정도로 생각하면 적절할 것이다. 항상 이러한 작업물들로 리스너들을 흥분시키는 것은 그녀에겐 거의 일상과도 같은 일이지만, 그녀의 새로운 앨범에는 조금 색다른 기대를 걸어보게 된다. 본작은 리틀 심즈가 처음 시도하는 스타일의 앨범이라는 것이 바로 그 기대의 까닭이다. 리틀 심즈가 웅장하고도 창의적인 비트초이스, 그리고 현란하고 여유 넘치는 래핑으로 리스너들의 이목을 끌어왔다면, <Drop 7>에서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기반으로 하여 아프로비트, 그라임, 브레이크 등 그녀와는 거리가 다소 멀어보이는 듯한 장르의 음악을 구사해낸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였다. 하지만 리틀 심즈는 전혀 문제없이 소화해내고야 만다. 이런 큰 변화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이다.
그녀의 스타일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트랙은 "Mood Swings"이다.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의 "Introvert", <NO THANK YOU>에서의 "Angel" 등, 언제나 가장 큰 청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인트로 트랙을 선보여온 그녀이기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처음엔 익숙하지 않더라도 몇 번 들어보게 된다면 청자들은 그녀에게 설득당하고 만다. 리드미컬하고도 정교하게 짜인 비트 위에 마치 한 마리 사자를 풀어놓은 듯한 리틀 심즈의 랩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낸다. "Torch" 또한 앞선 이유로 앨범 최고의 뱅어로 자리매김하였다.. 빠른 템포의 비트 위 리틀 심즈가 뱉어내는 랩은 이전의 스타일과는 분명 크게 다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어색함은 커녕, 리틀 심즈에게놀라울 정도로 잘 어울리는 곡이다.
하지만 여느 Drop 시리즈가 그렇듯, <Drop 7>의 퀄리티 자체는 다소 조잡한 편이다. 대부분의 트랙이 완성되지 못한 느낌이 들었고, 이는 지금까지의 시리즈 EP들 중에서도 가장 심한 축에 속한다. "Fever"는 상당히 지루하고 어떤 장점조차 찾아보기 힘든 트랙이며, "SOS"와 "I Ain't Feelin It"같은 곡들은 다소 촌스럽고 기억에 남는 부분 없이 그저 흘러가는 트랙으로만 느껴졌다. 길이가 1분이 채 안 되는 "Power"는 앨범에 왜 존재하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는 트랙이다. 미공개곡에서 부분적으로 공개되는 일종의 스니펫(Snippet)처럼 느껴지는 트랙은 다소 당황스럽고 앨범의 몰입을 해치는 데에 가장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Far Away"는 어떠한가, 앞서 언급된 트랙들에 비해서 훨씬 더 나은 퀄리티의 노래임은 확실하다. 전작들의 보컬과 비교하면 "Far Away"에서의 리틀 심즈의 보컬 퍼포먼스는 매우 훌륭하다. 그녀의 내성적인 면모가 돋보이며, 잔잔한 피아노와 호른으로 버무려진 근사한 비트 또한 매우 좋은 요소였다. 하지만 그에 반해 곡의 전개는 너무나도 뻔하고 지루하다. 보컬 퍼포먼스와 비트 모두 좋은 트랙이었으나, 그 둘의 조화는 그다지 좋게 다가오지는 못하였다.
그렇게 리틀 심즈의 <Drop 7>는 다소 아쉬운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Drop 시리즈의 퀄리티는 언제나 이 정도에 머물러 있었고, 여기로부터 뻗어나가는 진가는 정규작에서 발휘되곤 하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곧이어 발매될 새로운 앨범 또한 그럴 것이라는 확신을 품는다. <Drop 7>에서의 트랙들은 다소 아쉽게만 느껴지지만, 추후 우리는 더욱 발전된 새로운 스타일의 리틀 심즈를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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