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rhdgudtjs12/223186403360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음악 관련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Minoh (이하 M) : 안녕하세요, 저는 호주에서 일을 하다가 음악을 하겠다는 동기부여를 얻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프로듀서 Minoh입니다.
제가 호주에 가게 된 건 원래는 한국에서 비트를 찍으면서 래퍼들에게 제 음악을 팔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 때 한창 비트코인이 유행하던 시기였어요.
떄마침 군입대 시기도 겹쳐서 음악에 대한 생각은 아예 잊은 채 비트코인으로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비트코인이 쫄딱 망해버린거죠.
그래서 호주에서 제가 싼 똥을 치우기 위해 돈을 벌려고 갔고, 친누나의 결혼도 볼 겸 한국으로 돌아와 누나가 비워 준 방에 작업실을 차려서 음악을 열심히 다시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폐관 수련을 거친 뒤 다시 호주로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어요. 제가 호주의 음악 씬을 경험하면서 제가 하려는 음악들이 한국보다는 호주에서 더 잘 통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음악 커뮤니티나 시장도 한국보다 훨씬 잘 형성이 되어있거든요.
한국에는 평생 올까말까 한 거물 급 아티스트들이 내호 공연을 자주 오기도 하구요. 물론 한국 음악 시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모로 저에게 도움이 되는 씬은 호주에 가까운 것 같아 좀 더 실력을 쌓고 다시 호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공 : 안 그래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려주신 믹스 셋을 들어보았는데, 디제이로서의 역량이 출중하신 것 같더라구요.
셀렉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의 믹스도 좋았구요. 이런 믹스 셋을 짜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M : 제가 사운드클라우드에 처음 올린 믹스 셋이 10달 전인데, 제가 일 하느라 바빠서 중간에 디제잉을 멈췄었거든요.
그래서 한 두 달 정도 하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애초에 디제잉에 관심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프로듀서로 활동을 하게 됐었거든요.
저는 원래 EDM 프로듀서/DJ가 되고 싶었어요. 2017년 어떤 락 페스티벌에서 Justice라는 엄청 유명한 프랑스 DJ가 헤드라이너로 선 적이 있었는데, 그 디제이의 공연을 보고 너무 감명을 받아서 그 꿈을 계속 키워나갔던 것 같아요.
제가 아직 DJ로서의 경력은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믹스 셋 하나가 전부라 경력이라고 하기도 부끄럽지만, 호주로 돌아가게 된다면 주변에 DJ를 하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제 로드 맵을 전자음악 쪽으로 펼쳐나갈 생각입니다. 그게 좀 더 저에게 행복한 일일 것 같아요.
한국의 씬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호주 쪽이 전자음악 계열의 장르에 좀 더 열려있고, 파티 문화도 좀 더 활성화되어 있고, 거의 유럽 문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그래도 저는 한국에 있을 때 힙합 장르를 주로 들었고, 이 문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주전공으로 전자음악을, 부전공으로 힙합을 택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Mura Masa 같은 프로듀서처럼 말이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DJ 겸 프로듀서 중 한 명인데 Mura Masa처럼 활동하는 게 제 현재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첫번째 질문 :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
Disclosure - <Waterfall>
공 : DJ/프로듀서로 활동하실 계획도 들어보았고, 본격적인 인터뷰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첫번째 질문인데요.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를 소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M : Disclosure의 <Waterfall>이라는 청량감 넘치는 노래를 가장 최근에 듣고 있었습니다.
워낙 Disclosure를 좋아해서 꾸준히 듣다 보니 스포티파이 추천 목록에 계속 떠서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던 것 같아요. 특히 샤워할 때 더욱 듣기 좋은 듯 합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스포티파이를 사용하는 이유는 호주에서 스포티파이를 가장 많이 쓰기도 하고,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노래를 곧바로 공유할 수가 있어요.
제가 올린 노래를 사람들이 바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제가 듣는 노래를 다른 사람들도 알고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거죠.
공 : 이 곡 같은 경우는 Disclosure의 앨범을 돌리시다가 들으신 건가요, 아니면 싱글 단위로 들으셨나요? 평소에도 어떻게 청취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M : 저는 약간 반반인데, 특정 곡이 너무 좋다 싶으면 앨범까지 다 돌려보는 편이고, 앨범을 돌리다가 몇몇 노래 빼고 별로라고 느끼면 골라서 몇 곡 정도만 듣습니다.
이 곡이 들어간 [Energy]라는 앨범은 명반이에요. <Waterfall>을 비롯한 투명하고 청량한 느낌의 트랙들이 되게 많이 수록되어 있어요.
물론 이런 스타일의 곡들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저는 이 앨범처럼 Chill한 느낌을 선호하거든요.
제가 17~18년도에 음악을 시작하면서 미디를 다뤘었는데, 그 때 가장 시중에 뜨던 EDM이 바로 이런 Chill한 바이브를 가지고 있었어요.
The Chainsmokers나 Marshmello, Martin Garrix 등의 DJ들의 만드는 음악에 저 또한 많은 영향을 받기도 했구요.
두번째 질문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
Zack Bia - <Hardcore>
Mall Grab - <1ofthozedaze>
공 : Disclosure를 비롯한 여러 DJ들에게 음악적인 영향을 받으셨다고 말씀해주시면서,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로는 <Waterfall>을 골라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M : 저는 음악을 시작한 다음 노래를 들을 때 특정한 기준이 생겼어요. 바로 제가 만들고 싶은 느낌을 가진 음악들을 듣는 것인데요.
제가 만들고자 하는 음악이라고 하면 대중성과 난해함을 적절하게 섞은 느낌이고, 그런 트랙들이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곡도 우연찮게 스포티파이 알고리즘을 통해 접하게 되었는데, Zack Bia의 <Hardcore>라는 트랙이고 Don Toliver가 피처링했습니다.
전자음악과 알앤비/소울을 반반 섞은 느낌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적절하게 잘 버무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이런 음악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어요.
Chill한 건 과거의 제 취향을 대변하는 것이고, 지금은 호주에서 음악으로 활동할 생각이 있으니 호주에서 잘 먹힐 법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이런 하우스 장르의 감성과 빈티지한 샘플이나 사운드 요소들이 섞인 느낌을 호주 사람들이 굉장히 선호하는 것 같아요.
위 곡이 살짝 잔잔한 느낌이라면, 호주 파티에 어울리는 곡을 하나 더 추천해볼게요. Mall Grab이라는 호주 씬에서 제일 유명한 DJ인데, 이 분의 <1ofthozedaze>라는 트랙입니다.
파티에서 되게 많이 나오는 곡이고, 제 음악 취향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이런 스타일의 음악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최근에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믹스 셋이 약간 이런 느낌인데, 제가 듣기에는 꽤 괜찮아서 한 파티 메이커에게 제 셋을 보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주최 측에서는 무겁고 어두운 감성의 테크노 셋을 원했고, 제가 구성한 트랙들이 너무 메인스트림 위주가 아니냐며 까였었어요.
물론 한국에서는 메인스트림에 전혀 가깝지 않지만, 호주 사람들에게는 '이거 다 예전에 들어본 노래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파티의 콘셉트와도 맞지 않았고, 호주에서는 너무나 흔했던 감성이기에 제 셋이 통과가 되지 않은거죠.
다크 테크노 같은 경우에는 호주 사람들이 암만 좋다고 추천해도 왜 듣는지 이해가 잘 안 됐었는데, 어둡고 Chill한 분위기의 방에서 술에 잔뜩 취해 들으면 느낌이 확실히 다르긴 하더라구요.
왜 그런 장르에 대한 니즈가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는 계기였지만 한국의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미국에 2년 동안 살기도 했었기 때문에 외국 문화에 나름 적응된 편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 사람이다 보니까 솔직히 타문화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죠. 물론 재미는 있지만요.
사실 호주의 모든 사람들이 다크 테크노를 좋아하고, 그 장르가 메인스트림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어폐가 있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는 훨씬 더 큰 시장과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풀어보자면 호주 사람들과 조금 친해지고 나서 그 사람들이 저에게 너 혹시 '페기 구 알아?'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물론 알기는 알죠. 그런데 BTS가 아닌 페기 구의 이름이 먼저 들렸다는 게 너무 신선했어요.
이 분이 엄청 유명한 한국인 DJ인데, 정작 한국 사람들에게는 전혀 인지도가 없고, 유럽이나 호주 등 영미권에서는 헤드라이너 급으로 뽑히는 DJ 중 한 명이에요.
물론 전 음악을 만들다 보니까 이 사람의 음악이 취향에 맞지는 않더라도 몇 곡 정도는 들어보았는데,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모르실 거예요.
그런데 호주 여자 애들은 페기 구라는 이름에 아주 열광하거든요. 유럽 권의 빅뱅, 블랙핑크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실제로 스포티파이 재생횟수도 1억 회가 넘어가고, 월별 청취차도 천오백만 명에 육박하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도 자신의 음악이 먹히지 않는 한국을 떠나 베를린에서 거주하시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구요.
그런 식으로 우리나라와 호주의 음악 문화는 상당히 다른 편이에. 페기 구가 왜 한국을 떠니서 활동하고 있는지 백번 이해가 가는 거죠.
세번째 질문 : 나만 알고 있는 노래
RIN, Bausa - <Keine Liebe>
공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로는 두 곡을 소개해주시면서, 한국과 영미권의 EDM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나만 알고 있는 노래로는 어떤 곡을 골라주셨을까요?
M : 제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조건 뽑는 노래가 있는데, 제가 독일 친구가 있다 보니 독일 힙합을 어느 정도 접할 수 있었거든요.
원래는 독일 힙합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가 독일 친구들이 추천해줘서 들어보았는데 노래가 생각보다 되게 좋더라구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잘 듣고 있구요.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았던 곡은 RIN과 Bausa의 <Keine Liebe>예요. 독어라서 바로 가사를 이해하기는 어려워 저도 번역기를 돌려보았는데, 가사가 되게 철학적이고 좋더라구요.
'Keine Liebe'가 'No Love'라는 뜻이고, 평범한 여자가 항상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본인이 잘 난 걸 보여주고 싶어하지, 마음 속에는 사랑이 없는 Bitch라는 내용이었어요.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중요시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가사인 거죠.
후렴에는 '네 마음 속에는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있는 사랑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해요.
이 곡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빈티지한 사운드 요소가 많이 섞인 것이에요. RIN이라는 래퍼가 그런 부분을 평소에 잘 활용하기도 하구요. 유럽의 색깔을 잘 녹여낸 느낌?
이 래퍼가 요새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영국 힙합 다음으로 가장 수요가 많은 게 독일 힙합이거든요. 일단 인구 수가 많기도 하고, 나름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에 음악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죠.
영국 힙합도 좋기는 하지만 결국 독일 힙합을 좀 더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아요. 뭐 따지고 보면 유럽 권의 힙합 음악들을 다 좋아하기는 하죠.
네번째 질문 :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
Tame Impala - <The Less I Know The Better>
공 : 나만 알고 있는 노래로는 독일 힙합 넘버인 RIN과 Bausa의 <Keine Liebe>라는 곡을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인데요. 앞서 빅 네임 아티스트들이 내호공연을 많이 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실제로 라이브를 통해 보신 아티스트들도 있을까요?
M : 자랑 아닌 자랑을 하자면 우선 제가 호주에서 공연을 총 세 번 가보았는데, Kendrick Lamar - Post Malone - RHCP 순으로 봤어요.
그만큼 호주에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방문을 해서 콘서트를 열고 있죠. 제가 퍼스라는 지역 출신인데, 멜버른, 시드니, 애들레이드 다음으로 퍼스가 네 번째로 큰 도시예요.
그런데 퍼스가 아무 것도 즐길 거리가 없는 노잼 도시로도 유명하거든요. 그런데 이 도시에서 나온 꽤 유명한 예술가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배우 히스 레저나 1인 밴드 Tame Impala가 있습니다.
사실 호주가 영미권 국가다 보니 호주 하면 힙합이 대세일 것 같은데, 오히려 락이 우세하는 모습을 보여요.
문화 자체가 힙합을 좋아하는 느낌이 아닐 뿐더러 발음도 이상해서 호주 힙합 씬의 플레이어들은 썩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호주 사람들은 주로 인디 락이나 전자음악 같은 장르 음악들을 즐겨듣고, 실제로 라디오에서도 주구장창 나와요.
이전에 Tame Impala가 퍼스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었는데, 제가 일하느라 보지를 못 했거든요.
그 아쉬움을 담아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로는 Tame Impala의 <The Less I Know The Better>라는 곡이에요.
Tame Impala가 3집을 계기로 붕 뜨기도 했고, 저도 스포티파이 인기 순위로 골라 듣는 편이기 때문에 주로 3집 위주로만 감상을 하는 것 같아요.
3집의 여러 명곡 중에서도 이 트랙을 고른 이유는 후렴이 좋고 멜로디가 익숙해서 라이브를 했을 때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 쉬울 것 같아요.
저도 제 친구들과 놀다가 잠시 담배를 피면서 쉴 때 이 노래를 틀면 다 같이 떼창하고 그랬어요.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지고 와서 Tame Impala의 이 곡이 나오면 가사를 모르더라도 멜로디는 대충 아니까 너도나도 흥얼거리는 거죠.
저도 일하면서 Tame Impala가 퍼스에 온다길래 그제서야 Kevin Parker가 퍼스 출신인 걸 알았어요. 이런 노잼 도시 출신이라는 걸 알고서 화들짝 놀랐죠.
사실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다 보니 못 가게 된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죠. 아레나가 엄청 크다보니 10만원 정도면 멀찍이 떨어진 좌석에서 콘서트를 감상할 수 있거든요.
Post Malone과 RHCP의 합동공연은 8만원에 보기도 했어요. 물론 아주 먼 자리였지만요. 스테이지에서 보려면 25만원 정도를 내야돼요. 그래서 Kendrick Lamar는 그 값을 지불하고 스테이지 근처에서 봤습니다.
제 친구들이랑 같이 간 콘서트였는데 '힙합 공연인데 미친 듯이 놀아야지'라고 이야기하면서 주저없이 돈을 내고 즐기러 갔죠.
제가 Kendrcik Lamar도 좋아하긴 하지만 원래는 Playboi Carti나 Lil Uzi Vert 같은 트랩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더 많이 듣거든요.
그런데 Kendrick Lamar의 라이브를 듣는 순간 곧바로 '와.. 오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 한 공연이기 때문에 5집 수록곡을 위주로 공연을 했고, 게스트는 pgLang 레이블의 Baby Keem과 Tanna Leone를 데려 왔는데 둘 다 너무 뜨거웠어요.
특히 Baby Keem은 라이브할 때의 에너지가 미쳤더라구요. No.1까지는 아니지만 Top 5 안에는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
다섯번째 질문 : 여행과 관련된 노래
Disclosure - <Tondo>
델리스파이스 - <항상 엔진을 켜둘께>
공 : 호주에서 보셨던 공연과 Tame Impala가 퍼스에 방문했을 때 가지 못했던 아쉬움을 담아 <The Less I Know The Better>를 골라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여행에 관련된 노래인데요. 어떤 곡을 선곡해주셨을까요?
M : 제가 최근에 호주 친구들과 발리에 다녀왔었는데, 거기에서 들은 두 곡을 골라보았어요.
첫 번째 노래는 Disclosure의 <Tondo>라는 곡이고, 제 믹스 셋에도 수록되어 있는 노래예요. 인도네시아에 정글 지역이 많은데, 거기를 오토바이 타면서 듣기에 딱 좋은 곡이기도 합니다.
'Tondo'가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모르겠지만(제가 찾아보니 필리핀 마닐라 근처 도시 이름이었습니다), 이 곡도 앞서 소개했던 [Energy] 앨범에 수록된 트랙이거든요. 그 앨범이 대부분 이런 분위기의 곡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Disclosure가 일상 속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적당히 신나는 텐션을 유지해준다는 부분에서 참 좋은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Tondo>는 인도네시아의 트로피컬한 정글 바이브를 너무 잘 담아냈구요.
앨범 명처럼 남미와 아프리카의 원초적인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하고, 이 앨범은 정말 끝까지 들어보셔야 해요. 각 수록곡들도 좋고, 앨범의 유기성도 있기 때문에 들으실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다음 곡은 한국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항상 엔진을 켜둘께>입니다. 곡 제목처럼 여행을 가기 전에 항상 엔진을 켜둔다는 느낌이 곡에서 잘 묻어나와 골라보았습니다.
앨범 커버도 비행기가 들어가 있어 어딘가로 떠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고, 정말 좋은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인디 밴드 중에서 Top 10안에 무조건 든다고 생각해요.
TMI지만 어릴 때 델리스파이스의 보컬에게 사인도 받았어요. 저희 이모님이 보컬 분하고 친구 사이셔서 제가 델리스파이스를 좋아하니 사인을 받아달라고 부탁드렸거든요. 물론 디스코그래피 중에서 가장 별로였던 7집에 사인을 받았지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델리스파이스의 앨범은 <챠우챠우>가 있는 1집과 이 곡이 수록된 4집입니다. 그 중에서도 후자를 청량감 있는 노래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 더욱 좋아합니다.
여섯번째 질문 : 취미와 관련된 노래
Nirvana - <Come As You Are>
공 : 여행에 관련된 노래로는 Disclosure와 델리스파이스의 곡을 각각 하나씩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취미와 관련된 노래인데요. Minoh님의 취미는 어떻게 되실까요?
M : 제가 빈티지 샵에서 오래됐지만 개성 있는 옷을 구입하는 걸 무척 좋아해요. 지금 2006년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이걸 동묘에서 3만원 주고 얻었거든요. 그리고 Nirvana라는 밴드도 좋아해서 티셔츠도 3장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옛날 밴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Nirvana의 <Come As You Are>이라는 곡을 취미와 관련된 노래로 골라보았습니다.
이 곡을 고른 이유를 솔직히 말하자면, 일단 Nirvana의 노래를 다 좋아하기는 해요.
그런데 <Smells Like Teen Spirit>을 고르기에는 조금 짜치지 않나요? (웃음) 이게 그 다음으로 조회수가 높아서 이 트랙으로 골라보았습니다.
이 곡과 <Lithium>이 가장 따라 부르기가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스타일의 노래가 대중성과 음악성의 중도를 가장 잘 지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Nirvana의 앨범을 풀렝쓰로 돌린 건 [Bleach] 밖에 없어요. 그 음반이 Nirvana의 막가파 시절의 감성을 제대로 담고 있거든요.
[Nevermind]도 굉장히 좋은 앨범이지만, 커트 코베인이 대형 기획사에 들어간 이후 심히 마음 고생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이 아티스트가 발매한 가장 원초적이고, 날 것의 음악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을 때 소형 기획사에서 DIY로 만든 [Bleach]가 결론으로이어지는 거죠. 이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롭더라구요. 그런 음악이 빌보드나 음원 차트에 어울리지는 않죠.
일곱번째 질문 : 과거/현재/미래를 대표하는 노래
과거) 이센스 - <Back In Time>
현재) slowthai - <Ladies>
미래) Salute - <Wait For It>
공 : 동묘 빈티지샵 디깅을 취미로 소개해주시면서 관련된 곡으로는 Nirvana의 트랙을 골라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인데요. 세 가지 테마 전부 골라주셨을까요?
M : 네, 전부 골랐습니다. 과거부터 먼저 소개하자면 국내 힙합에서 무조건 1등 자리를 차지하는 건 이센스라고 생각해요.
이센스의 <Back In Time>이 과거에 발매되기도 했고, 제가 재수를 하면서 서울로 왔을 때 이 곡을 처음 접하고 엄청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나서 과거를 대표하는 노래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경산 촌놈 더 티내 안 감추네'라는 가사가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미국에서도 살았지만 제주도에서 18년 살았으니까 제주 촌놈이잖아요? 이 가사에서 경산을 제주로만 바꾸면 마치 제 스토리인 것 같은 거죠.
이처럼 제 마음을 이해해주는 래퍼가 이센스가 유일했기 때문에 제 마음 속에서는 항상 이센스가 국내 힙합에서 No.1이었습니다.
1집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반이고, 2집에서는 살짝 주춤했고, 3집에서는 원래의 폼을 다시 되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방인]도 물론 좋았지만, 전작에서 보여줬던 게 워낙 강렬하다 보니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The Anecdote]에서는 특히 자신의 서사를 너무 해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진중하고 청자에게 스며들게 잘 표현했어요.
뭔가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는 듯 한 날 것의 느낌을 진심으로 보여준 것 같아 모든 노래에 무척 공감이 되었습니다.
현재를 대표하는 노래는 제가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영국 래퍼인 slowthai의 <Ladies>를 골라보았어요.
물론 요새는 힙합만 듣는 게 아니다보니 최근에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지금 당장 힙합 트랙을 짜야한다면 이러한 느낌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이센스와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고, 가사도 무척 진중하고 좋았어요. 하지만 벌스와 훅의 내용의 유기성은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Verse에서는 자신이 랩을 하면서 겪었던 감정적 고충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하느님에게 빌어봤자 나에게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는다'와 같은 가사를 통해 이런저런 힘든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런데 훅에서는 갑자기 여성들을 언급하면서 '여자들이 우리를 진정한 남자로 만들었다'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연관이 크게 없지만 곡의 감성이나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를 보고 '이게 유럽이지'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곡이 처음 나왔을 때는 유튜브에서 싫어요 도배가 이루어졌을 만큼 가사를 그렇게 잘 썼다고 볼 수는 없지만 충분히 저에게는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고, 그런 부분에서 slowthai라는 래퍼에게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는 Salute라는 영국 DJ의 곡을 골라보았어요. 최근에 유럽에서 가장 하입을 받는 DJ고, 이 분이 아시아 투어를 돌면서 처음 방문한 나라가 한국이었거든요. 그래서 이태원에 오신 내한 공연도 직접 가기도 했습니다.
소프에서 트신 곡들 중에 <Wait For It>이라 노래가 있었는데, 이 트랙을 들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이런 곳에서 음악을 트는 DJ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하우스와 개러지를 섞은 청량한 느낌의 스타일의 곡을 주로 만드시고, 편집샵에서 자주 접할 법한 트랙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해피하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제가 정말 DJ가 된다면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고 싶거든요. 그래서 아마 트랙을 짠다면 Mall Grab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라는 싶어요.
방향성은 어느 정도 구상하기는 했지만, 한국에 와서 다시 음악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차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 :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
이센스 - [The Anecdote]
공 :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도 각각 한 곡씩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질문을 드릴 차례인데요. 본인의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을 소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M : 사실 이미 소개하기는 했습니다. 이센스의 [The Anecdote]를 인생 앨범으로 골라보았어요.
앞서 말했듯이 이 앨범을 듣고 이센스에게 저라는 존재가 이해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 음반을 발매해준 이센스에게 항상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라이브도 3년 전에 봤었는데 너무 잘 하고, 8년 전에 나온 작품을 거의 매일 같이 듣는 건 [The Anecdote] 밖에는 없었어요.
아무리 유명한 아티스트라고 하더라도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앨범을 듣게 하는 뮤지션은 이센스가 유일했습니다.
호주, 발리, 인천, 제주 어디를 가든 언제나 어디서나 들을 정도로 제 일상 속에 스며든 앨범입니다.
한 곡을 골라 보자면 <Back In Time>은 이전에 들었으니 이번은 <Writer's Block>을 뽑아보겠습니다.
이 트랙은 창작자로서의 고통을 잘 말해준 것 같아요. 모든 창작자라면 한 번쯤은 겪어보는 상황이잖아요?
이 곡을 비롯하여 이 앨범의 주요 수록곡들을 3년 전 서울랜드에서 한 랩 비트 페스티벌에서 라이브로 접해보았는데, 이센스는 날고 긴다는 래퍼들 중에서도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의 힙합 장르 리스너들에게 '한국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이 뭐냐?'라고 묻는다면 [The Anecdote]와 [누명]이 나오지 않을까요?
음악, 서사, 가사, 스킬 등 모든 요소가 총체적으로 완벽하게 표현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안 된 게 있다면 이센스의 비쥬얼이죠. (웃음)
농담이고 <Back In Time> 뮤직비디오도 너무 잘 찍었고, 여러모로 저의 인생을 대변하는 작품이라 인생 앨범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Outro : 인터뷰 참여 소감
공 : 마치 본인의 이야기를 이센스가 대신 써내려간 듯 한 느낌을 받은 [The Anecdote]를 인생 앨범으로 골라주시면서 오늘의 인터뷰가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인터뷰에 직접 참여해보시니까 어떠셨나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M : 저는 대단히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모르는 사람에게 제가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를 아무리 해봤자 통하지 않겠죠.
공ZA님처럼 음악을 잘 아시는 분과 이야기를 하는 게 제 인생의 낙인 것 같아요. 그런 가볍고도 감사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참여했고, 참여하길 잘 했다고 생각해요.
이 인터뷰는 이전에 참여했던 junu라는 고등학생 프로듀서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어린 나이지만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그 친구가 15살이었을 때 알게 되었는데, 저는 그 나이에 던파나 하고 있었거든요. (웃음) 벌써부터 음악을 잘 이해하고 그쪽 방면에서 탤런트가 보이는 것 같아 미래가 정말 기대가 되는 프로듀서입니다.
공 : junu님을 인터뷰 말미에 샤라웃해주시면서 즐거운 인터뷰 시간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앞으로 본인만의 스타일을 개척하신 뒤 많은 사람들의 피를 끓게 하는 DJ/프로듀서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무척 감사드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힙합엘이 줌터뷰 모음집 링크] https://hiphople.com/fboard/24321292
역시 에넥은 만인의 클래식이군요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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