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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 매거진 이벤트] 우리는 왜 예상치 못한 장애물 앞에서 분노하는가

title: Dropout Bearmountain311시간 전조회 수 390추천수 13댓글 16

I Thought About Killing You

너 아니면 나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해

 

https://youtu.be/no1YszVVybo?si=X9rCaMKeldVxvHnP

 

칸예 웨스트는 고백한다. 신중하게 생각한 결과, 누군가를 진지하게 죽여야겠다는 결정을 했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는지 자신이 죽어야겠다고 말한다. 너 아니면 나,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선택 앞에서 그는 반복하며 말한다. 너를 죽여야겠지만 내가 죽을 생각도 했다. 난 널 사랑하지만 널 사랑하는 마음보다 내가 날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칸예 웨스트는 둘 중 어떠한 선택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두 사람 모두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원했던 것들을 이루기 전부터 이룬 후와 원하는 것들이 새롭게 생긴 지금까지 이 둘은 계속 함께였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누군가는 날 미워할 테니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말이다.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이 있지만 누군가는 그런 짓을 하는 걸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너는 그런 일이 벌어지길 원한다. 근데 혹시 말이다. 알고 보니 내 본심은 나도 그렇게 되길 원하는 거라면 어떡하지? 내가 너에게 동화되는 걸까 아니면 원래 난 이랬던 걸까. 이걸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너 아니면 나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오프닝 트랙 <I Thought About Killing You>는 극단적 자아분열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이 곡에서 그는 '너'를 죽이고 싶다고 고백한다. '너'는 단지 외부의 타인이 아니라 내면에 잠재된 또 다른 자아, 즉 원초아(id)로 볼 수 있다. 이는 충동적이고 반사회적인 자기 일부를 타자화하는 동시에 그것을 제거함으로써 자아를 정화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다. 하지만 그 타인이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점에서 그 타인을 죽이는 행위는 곧 자살과 동일시된다. 그는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일그러진 그림자’ 중 하나가 반드시 죽어야만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느낀다.

이러한 자아 분열과 파괴 충동은 유대, 기독교 전통의 격언인 ‘한 생명을 살리는 것은 세상을 살리는 것이다’와 연결할 수 있다. 이 격언은 성경 창세기에서 가인이 동생 아벨을 살해한 사건에서 유래한다. 가인은 하나님에게 제물을 바친 후, 하나님이 아벨의 제물에만 관심을 보이자, 질투와 분노에 휩싸여 아벨을 처치한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그 죽음이 단순한 형제 간의 갈등을 넘어 개인의 존재와 도덕적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임을 경고한다. 이 이야기는 한 생명을 죽임이 개인의 본질과 삶의 의미 자체를 위협하는 것임을 상기시키는 교훈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칸예 웨스트가 자신의 원초아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그에게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파괴의 길로 이끄는 것이다. 원초아를 제거하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붕괴시키며 내면의 균열을 더욱 심화시킬 뿐, 평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1.  우리의 삶이 ‘매번 찾아오는 선택의 기로에 어떠한 장애물도 없는 탄탄대로가 아님’을 대부분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렇기를 원한다. 매 순간 상황의 통제성을 자신이 꽉 쥐고 있으며 언제든 놓고 싶을 때 놓고 잡고 싶을 때 잡으며 성공의 짜릿함을 상상한다. 그렇다고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희망만이 가득한 인생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모두에게 그런 이야기가 부여되지는 않는다는 법칙을 인지하고 있다. 근데 그 특별한 삶을 누릴 주인공이 자신이길 원한다. 많은 이들이 그런 모순적인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Yikes

가끔은 나도 내가 겁나

 

https://youtu.be/kPPyUO6m3-4?si=1BCBz5BNweqGV5af

 

2번 트랙은 이전 트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자신의 조울증과 주어진 상황을 비유를 통해 말했다면 이 트랙은 그가 조울증을 겪고 있으며 때문에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 또, 어쩌면 이 조울증이 생기는 데에 일조했을 수도 있는 이전의 일들을 미약하게나마 말해준다.

자신의 조울증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초월적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선언처럼 들린다. 그는 사회가 장애라 낙인찍은 정신 질환을 자신만의 능력으로 재정의하며 스스로의 통제 불가능함을 영감의 산물로 표현한다. 곡의 전반부는 충동적이고 혼란스러우며 마치 환각 상태의 독백처럼 느껴진다. 반복되는 단어들이 그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고양된 상태인지 보여준다.

이 곡은 결국 ‘혼돈 속에서의 자기 발견’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자신의 불안정함을 예술적 무기이자 정체성의 일부로 수용한다. 조울증을 억누르기보다 그것이 주는 감각과 몰입을 예술로 전환한다.

1번 트랙에서 원초아(너)와 대립하고 있었지만 이 트랙에서는 계속 함께 하기를 택하며 외부와 그의 관계도가 반전된다. 그의 원초아를 옳지 않은 모습으로 보았던 외부를 적으로 돌리고, 그들이 자신과 ‘또 다른 나’를 해치려고 한다고 말한다.

They don't know they dealin' with a zombie

쟤네들은 상대가 좀비인 걸 몰라

 

Niggas been tryna test my Gandhi

놈들은 내 안의 간디를 시험하려 해

 곡의 시작은 결연적이며 이야기가 진행되며 내면의 합일이 이루어졌음을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아웃트로에서 조울증이 자신의 슈퍼파워라고 단언하며 포효한다. 헌데 어쩐지 그의 울부짖음에는 확고한 신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체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절규 또한 느껴진다.

 

 

 

All Mine

램프에서 지니를 꺼내보자

 

https://youtu.be/TrQ7w1bdNvY?si=yhyJMg_Ch-9jNcHE

 

아마도 원초아(또다른 나)가 원하는 것이리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여 사회적 규범과 도덕성에서 벗어나 쾌락만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고 여러가지 상황을 예를 든다. 이의 연장인듯 데이팅 웹사이트를 언급하며 이런 성적욕구가 비단 자신만이 가진 것이 아니고, 모두 솔직해지자고 말한다.

Right now let's do what we want

현재에 몰두하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자

그는 이러한 외설적 이야기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며 자연스럽게 대두되길 주장한다.

Ayy, none of us would be here without cum

우리도 그렇게 해서 태어난 거야

그리고 하고싶은 게 있으면 뒷일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라며 우리에게 유혹을 건낸다. 마치 이 트랙에서 나이키를 까내리고 아디다스를 치켜세우는 자신처럼.

곡의 내용은 상스럽기 그지없으며 외도 상황을 말하는 모습은 그가 전혀 가정적이지 않음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개인적인 해석으로 코러스에 등장하는 슈퍼모델 같은 그녀가 현재는 전처가 된 킴이고, 그녀와의 육체적 쾌락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가상의 상황들을 연출하며(사실 가상인지 현실인지는 그만 알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말하는 일종의 세레나데라고 본다.

 

 


 

 

  1. 놀랍게도 이런 일상 대부분은 모순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어도 마주하기 싫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그 괴리를 맞닥뜨렸을 때, 그때 우리는 무너지고 만다. 깊은 심연으로 끝없이 빠지며 피부에 바람이 부닥쳐도 감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오래도록 떨어진다. 친구들에게 파워레인저 얘기를 하는 게 어느순간 유치한 것이 되었다. 항상 5살일 것만 같았던 나는 어느샌가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평생토록 내 생일 여섯자리만 기억할 거 같았던 그 친구의 잠금화면은 2년도 지나지 않아 나조차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못한 지문만 기억하고 있다.

Wouldn't Leave

이젠 우리 사이가 낯설게 느껴져

 

https://youtu.be/nMkXJohQiuQ?si=uCNU0Xy8BiGMpiyQ

 

앨범은 이제 B사이드로 전환된다.

부부생활이 길어지면 사랑보다는 정, 의리로 그 관계가 이어진다는 말이 있다. 칸예 웨스트 또한 킴과 그러한 시간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를 사랑해서 관계를 맺었고 그 사랑으로 자녀들이 태어났다. 사랑하지만 그녀를 슬프게 만들었다. 그가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면 그녀는 상처받았다. 그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강해질수록 그는 하고싶은대로 행동하고 스스로를 아프게 했다.

Butterfly in my wrist, you make me run out of my skin

너 때문에 손목에 나비를 하나씩 그려 넣다 보니 이젠 자리가 없어

끝없이 이어지는 칸예 웨스트의 기행은 더 이상 그에게만 영향을 주지 않았다. 어쩌면 돈다만큼 가까웠을 킴에게, 그가 맞은 똑같은 화살이 쏟아졌다. 금전적 문제만이 아닌 정신적으로도 타격을 입은 두려운 시간에도 그녀는 묵묵히 그를 보살폈다. 연예계 활동과 자녀 부양, 부부관계와 사회의 힐난뿐인 관심은 그녀를 철저히 파괴했다.

My wife callin', screamin', say, "We 'bout to lose it all!"

아내는 전화해서 소리 질러 "이러다 다 잃겠어"

자신을 떠나도 괜찮다는 그의 말에도 그녀는 떠나지 않았다. 무너져내리는 상황에는 그녀는 마지막까지 가족을 택했다.

이전까지 오로지 자기중심적이며 어쩌면 이기적일 수도 있는 서사였다면, 이 트랙을 기점으로 다른 이를 위해 노래하기 시작한다. 여성성을 착취하며 향유해온 이전의 모습에서 탈피하고, 여성을 자신만큼 고귀한 존재로 인식한다. 단순히 킴만이 아닌 자신 같이 멍청한 남자를 사랑하고 함께해주는 모든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보낸다.

For every damn female that stuck with they dude

자신의 남자를 위해 버텨준 모든 여자들 한 명 한 명에게

 

Through the best times, through the worst times

최고의 시간을 함께 할 때도, 최악의 시간을 보낼 때도 역시

 

This for you

이 노래를 그분들께 바친다

 

 


 

 

  1. 내가 원했던 이상은 조용히 가려지고 원하지 않았던 현실은 고요히 떠오른다. 너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들어와서 변화를 눈치챌 틈도 없었다. 평생 몰랐다면 어땠을까. 운명은 내편이 아니라서 선의의 거짓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내가 몰라도 될 부연 설명까지 자세하게 들려주며 나를 이루는 수많은 것들의 틈 사이로 깊게 파고들어 철저히 파괴한다.

No Misetakes

이건 분명해, 난 아직 널 사랑해

 

https://youtu.be/4I8gDpuvZt4?si=Yab1zxumpDxKqzpP

 

이번 트랙은 이전 트랙의 주인공이었던 킴에게 칸예 웨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노래인 동시에 그가 본인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의 가정과 환경이 잠시 주춤했을 뿐, 칸예 웨스트는 이전까지의 상황을 마치 지나간 폭풍처럼 여기며 이제 뚜껑을 열고 햇빛을 쬐자고 말한다. 끝까지 함께해준 그녀에게 진심으로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하며 고난에서 벗어나 재기할 것을 다짐한다.

The Lord still shines on you

주님은 아직 너에게 빛을 비추시네

코러스는 ‘god makes no mistakes’으로도 볼 수 있다. 신은 실수하지 않는다. 결국 주어진 모든 것들은 신이 정하셨으며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음을 말한다. 단순히 신이 시험과 시련을 내리는 것이 아닌 사랑하기 때문에 더 큰일을 위해 성을 쌓고 있음을 뜻한다. 칸예 웨스트 또한 이러함을 알고 있으며, 신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아도 신이 계속해서 그를 자신에게 끌어당기며 너무 멀리 떠나지 않도록 한다. 신이 그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칸예 웨스트 또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1. 우리는 무너진다.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는 슬퍼한다. 우리는 좌절한다. 우리는 자책한다. 내 일상이 망가진다. 내가 믿었던 신에게, 사랑하는 이에게 따진다. 내가 항상 걷던 길에서 넘어진다. 내가 나에게 이유를 묻는다. 그러다 보면 또다시 바다는 언제 격렬했다는 듯이 잠잠해진다. 파도가 거칠었던 잦아졌던 팔을 허우적거리며 숨을 고르려 했던 것은 그대로지만. 적어도 이제는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짠물이 적어지니 살 것 같다고 느낀다. 난 여전히 얼굴의 일부분만 물밖으로 간신히 내민 상태이지만, 괜찮아졌다고 말한다.

Ghost Town

우린 여전히 과거의 그 꼬마야

 

https://youtu.be/5S6az6odzPI?si=AnkWZSUIksQu6hzm

 

이 노래는 굳이 내가 무어라 해석하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노골적으로 진심인 가사로 점철되어 있다. 이 노래를 통해 당신이 얻은 것이 따뜻함을 넘어 뜨겁게 끓는 위로이던, 따라하기는 조금 위험하지만 수긍할 만한 공감이던, 남들 앞에서 함부로 입 밖에 꺼내기 어려운 용기이던 그것이 모두 맞다. 당신이 이 노래를 듣다가 눈물을 흘려도, 조금은 질색해도, 어쩌면 무의식 중으로 원했던 이상일지도, 아무것도 몰랐기에 모든 것이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던 어린시절이 생각나던 모든 것이 그가 전하고자 했던 것들이다.

이들은 너무나도 순수한 것들 내뱉는다. 자신에게 놓인 상황에도 언젠가는 빛나는 왕관을 쓰길 원한다. 정말 편안하게 눕길 원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모르지만 그게 이루어지길 원한다. 당신에게 사랑받길 원한다. 언젠가 이 모든 문제들이 사라지길 원한다. 무대 위 모든 조명이 나를 비추길 원한다. 가식 없이 진심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길 원한다. 그 무엇도 나를 아프게 하지 않고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

But everything I try, just takes you further from me

하지만 뭘 하든간에, 너는 멀어져 가는거야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불합리적이기에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도, 아니면 불합리한 세상이기에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도 난 내가 원하는 걸 이루고 싶다. 이것이 ‘살아있지만 죽은 것 같은 이들뿐인 도시’에서 나를 움직이고 살아가게 만들고 살아있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정말. 정말로 그날이 온다면, 난 말할 거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아주 큰 소리로. 몇 번이고 외칠 것이다.

And nothing hurts anymore, I feel kinda free

더 이상 아무것도 아프지 않아, 자유로워진 기분

이 노래는 단순히 개인이 겪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받는 사랑’의 해소와 결핍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을 포함한 전범위적 사랑의 결핍에 좌절한 이들을 위한 헌사다. 파티넥스트도어의 벌스는 마치 진짜로 취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용이 없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지만 어떤한 이유에서 모든 말을 다 하지는 못하고 마지막으로 생각난 말만 겨우 내는 그런 느낌이다. 상대방이 싫어할까봐, 말이 너무 어려워서,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서 등 머릿속 폭풍 속 수많은 내가 원하던 것들과 지금 원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너무 많은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있지만 우선은 조금 쉬자. 이걸 끝내겠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언젠가. 그 언젠가가 된다면 모든 것들이 말끔하게 정리될 거야. 그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조금 쉬자.

칸예 웨스트는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입(hype) 받길 원하고 성공하길 원하며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를 과시하지만, 조금은 진정된 상태로 말이다. 다른 이들이 마약을 멀리하길, 자존감이 떨어진 이에겐 자신의 에너지를 나눠주며 자신의 지난날들을 회개한다. 이런 행위가 마치 이전의 죄를 씻어내려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다른 이들이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기를. 그리고 그는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거짓없이 진실한 마음과 모습이 모두에게 위치하길 기도한다. 모두가 자신처럼 말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이런 마음은 잠시 묻어두자. 하지만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린 여전히 옛날의 그 꼬마들이다. 순수하게 사랑받길 원하고 세상의 주인공이길 원한다. 모두가 날 좋아해야 하고 모두가 날 위해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교도 갔고, 군대도 갔고, 이젠 담배도 마음대로 피고, 술도 언제든지 마시고, 군대도 다녀왔고, 회사에 들어갔고, 엄마아빠를 보고 싶을 때만 볼 수 있다. 그래서 모두가 날 좋아할 수는 없고, 모두가 날 위해 움직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옛날의 그 꼬마들이다. 엄마가 내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으면 마트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누군가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어서 괜히 괴롭히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누군가가 날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혼자 울기도 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가까워지는 현실이 괴로워하기도 하고. 우린 너무나도 모순적인 존재다. 순수함과 타락함이 공존하는 너무나도 더럽고 추악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옛날의 그 꼬마들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 것이다. 내가 정말 살아있는 게 맞을까. 어쩌면 난 이미 죽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불을 켜서 손을 올려봤다. 불길 타닥거리며 손바닥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혈관을 타고 피가 흐르는 게 느껴진다. 불이 뜨거워서가 아니라 내 피가 뜨겁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1. 조금 진정이 되면 내 주변 사람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내가 그들에게 너무 모질게 굴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나 때문에 그들도 나처럼 힘들지는 않았는지 걱정한다. 어쩌면 지금, 조금 전의 나처럼 힘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다. 나로 인해 슬프고 아팠다면, 만약 그랬다면 나를 떠나도 된다. 그리고 난 여전히 사랑한다.

Violent Crimes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https://youtu.be/DSY7u8Jg9c0?si=TaKtcw-bWifQ3Glq

 

부성애에 대한 내용은 공공연히, 애초에 표면적으로도 잘 나타난다. 위 내용을 통해 말했지만, 이전의 급진적인 가부장제 사상에서 벗어나 여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려는 모습으로 변화하며 그가 정신적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무래도 주된 이유는 그의 딸 노스 웨스트의 영향이 클 것이다. 여성을 착취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그들에게 저지른 죄들을 용서해주길 원한다. 그리고 딸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겠다 다짐한다. 딸의 남자친구를 마구 위협했던 영화의 그 남자들처럼, 딸이 만나게 될 세상에게는 공격적으로 대하지만 딸에겐 엄격하지만 조금은 유쾌하게 부탁한다.

Don't do no yoga, don't do pilates

요가도 안 돼, 필라테스도 안 돼

 

Just play piano and stick to karate

그냥 피아노랑 가라데만 하자

 

I pray your body's draped more like mine and not like your mommy's

네가 옷 입는 것도 그냥 나 같으면 좋겠어, 너희 엄마처럼 말고

 

Just bein' salty, but niggas is nuts

농담이야, 하지만 남자애들은 돌았단다

자신이 여성들에게 했던 짓들을 다른 남자들도 할 것이란 걸 너무나 잘 알기에 그는 절실하게 말한다. 모든 남자들이 정신차리길. 그녀가 이런 현실을 알아야 하지만, 일단은 잠시 미루기로. 그리고 신에게 간절히 기도한다.

나는 이 노래를 가끔, 퇴근길에 듣고는 한다. 눈을 감고 멜로디에 집중하고 속으로 가사를 곱씹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꺼풀이 떨리며 눈두덩이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 단순히 표면적으로 드러난 딸을 향한 부성애만이 아니라 부모자식 간의 내리사랑임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이 노래를 들을 때 조금은 부끄럽지만, 한 번쯤은 가사에 자신의 이름을 대입하며 들어보길 바란다. 그러면 이전보다 더 포근한 위로를 받을지도 모른다.

기독교를 믿지 않더라도 ‘엄마는 하나님이 땅에 내려주신 천사다’, ‘엄마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과 닮았다’ 같은 말을 들어본 사람이 적게나마 있을 것이다. 자꾸만 종교적인 해석으로 묶으려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양해를 구하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수 없다고 해도 이것이 내가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는 사랑이다. 아무튼. ‘하나님의 자녀’란 말이 있듯이 이전의 <No Mistakes>처럼 신의 입장에서 보내주는 사랑을 표현했다고 본다. 세상이 나를 힘겹게 하더라도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누군가가 날 위해 살아간다. 날 위해서 기도하고 날 위해서 움직인다. 그 존재가 부모님일 수도, 다른 가족일 수도, 뵙고 싶은 신일 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아니면 날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라도 당신이 무너지지 않길 원한다. 설령 무너져서 혹은 무너질 거 같아서 울고 싶더라도 그런 당신조차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눈물로 잠에 들 때, 악몽을 꿀 때, 실수로 그릇을 깼을 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을 감출 때도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 당신이 몰라도 된다. 하지만 그 기도가, 그 사랑이 당신과 함께하길 바란다.

 

 


 

 

마지막

개인적인 감상으로 <Ye>는 한마디로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문제들이 생기지 않았고 내가 겪지도 않았을테지만,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이런 행복한 일들을 겪을 수 없었겠지.’를 표현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사랑받은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다고들 한다. 그러면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을 베풀 수가 없는 걸까? 우리는 모두 처음을 겪는다. 엄마아빠도 엄마아빠로 사는 게 처음이었고, 우리도 누군가의 자녀로 사는 게 처음이었다. 우리 모두 해본 적 없는 사랑을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주어야 한다. 당연히 서툴 것이다. 그 표현방식이 무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안다. 사실 그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지만, 상대방이 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 그런 진실이 내가 받은 상처를 합리화할 수도 있지만, 나 역시 당신을 사랑하기에 또다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그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일까. 아니면 조그만 복수일까. 언젠가 모든 것이 정리되는 날이 온다면. 그날이 언제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그날이 올 때까지 당신을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날이 오지 않기를 원할 것이다.

 

자투리

 

고스트타운 070셰이크의

Oh, once again I am a child

오, 다시 한 번 나는 어린 아이가 돼

 

I let it all go, of everything that I know, yeah

다 놓아버려, 내가 아는 전부를, yeah

 

Of everything that I know, yeah

내가 아는 전부를, yeah

 

And nothing hurts anymore, I feel kinda free

더 이상 아무것도 아프지 않아, 자유로워진 기분

마치 치매에 걸린 노인이 어린아이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로마서 7장 15절

조울증으로 인한 자기혐오와 그에 따라온 자극적인 언행들, 이와는 모순되게도 격정적인 자기애의 공존은 ‘나는 미워하는 동시에 사랑한다’로 정의할 수 있다. 이중 문장은 로마서 7장 15절—"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와도 닮아 있다. 이 커버는 텍스트, 이미지, 상징이 교차하는 하나의 '시각적 고백서'다.

 

매번 주된 주제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본질적으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자아’와 ‘정체성’의 균열, 외부와의 대립이다.

첫 세트랙은 자기고백, 이후 네트랙은 이전의 모습을 반성하며

자신을 사랑했던 것 같이 다른 이들에게 그 사랑을 나눠줌

 

Wouldn't Leave-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 여성에 대한 위로와 존중

No Mistakes-킴에 대한 사랑, 칸예에 대한 신의 사랑

Ghost Town-자신처럼 힘겨운(자아, 정체성) 이들에게 보내는 공감과 위로

Violent Crimes-딸에 대한 부성애, 동시에 신이 그의 자녀들을 걱정함

 

사족

체감상 3주 동안 쓴 거 같음

퇴근하고 너무 피곤해서 + 모임 일정, 기타 해야 될 일들이 너무 많아서 쓸 겨를이 없었음😢

노동요 - 선데이서비스콰이어 라이브 스트림, 지킹, 돈다, 예

작업할 때마다 실시간에 칸쪽이가 사이버똥 싸지를 때마다 내가 쓰는 글 속의 칸쪽이랑 괴리감이 너무 심해서 괴로웠음

어쩌면 이런 괴리조차 내가 본물으로 말하던 것일 거라 생각하며 기도하는 중임.

분량 많은데 저번처럼 관심 적으면 현타 올 거 같아서 이벤트 참여용으로 씀

 

각 곡마다 소제목 붙여서 주제 부각함.

 

몇몇 곡 제외하고 시작부분마다 짧은 글로 시작하는데,

원래는 그 부분들만 따로 모아서 쓴 수필임

최대한 곡들의 분위기에 맞춰서 나눠봤음.

 

볼드체로 쓴 내용은 볼드체 아닌 내용에 비해서

아주 개인적인 감상과 해석 + 하고 싶은 말이라고 보면 됨

 

뭔 말인지 모르겠거나 궁금한 부분 등 댓글로 물어보면 다 말해줌 

 Keep My Spirit Alive

 Thank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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