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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Sweatshirt (얼 스웻셔츠) - Some Rap Songs

title: BFTToywiz2024.01.27 22:34조회 수 802추천수 10댓글 7

https://www.youtube.com/watch?v=twT1zz5GMfU

 

Earl sweatshirt (얼 스웻셔츠)의 정규 3집 [Some Rap Songs]

2015년에 발매 된 정규 2집 [I Don't Like Shit, I Don't Go Outside]이후 약 4년 만의 결과물이다.

 

[Some Rap Songs]는 간결하다 못해 도통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제목,

아무렇게나 찍힌 듯한 커버까지, 과장을 조금 보태 정규 앨범이라기엔 지나치게 짧은 24분의 러닝타임까지.

앨범을 감싼 모든 요소가 불규칙스럽다 못 해, 청자가 쉽게 발을 들이게 두지 않으려는 의도마저 철저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그 의지를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앨범의 껍질뿐만이 아닌, 앨범 전체를 경유해서 드러난다.

본작은 앱스트랙 힙합(Abstract hiphop)장르를 대표하는 힙합 앨범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상당히 직관적이다.

예를 들어 보자면, 대개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앨범 내내 의식의 흐름에 치중한 듯 여러 상황들을 아무렇게나 집어와 혼란스럽게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따금 튀어나오는 가사가 놀라울 정도로 날카롭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본작 최고 트랙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Shattered Dreams"

"Why ain't nobody tell me I was bleedin'?" (왜 아무도 내가 피를 흘리고 있다고 말하지 않은 거야?) 라인은 대표적이다.

두서없이 당시의 여러 감정과 상황을 뱉어내다 종종 튀어나오는 무거운 언어는 갑작스럽지만 자연스럽게 그 감정이 읽히며

동시에 어지럽게 늘어놓던 라인들도 이 라인을 중심으로 귀결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추상적인 가사가 이어지다 갑작스레 친구들과 어머니를 샤라웃하는 언뜻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가사들은

얼이 앓고 있는 우울증을 극복하려는 의지로 자연스럽게 읽힌다.

 

얼 스웻셔츠는 이를 앨범 내내 이를 고수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느릿하게 읉조리며 기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변하지 않는 톤과 동시에,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도 솔직하게 표현한 그의 가사는

격정적으로 쏟아내는 랩만큼이나 감정적이고, 그 어느 때보다 개인적이다.

 

프로덕션도 뛰어나다. 뒤틀린 고전 소울 샘플과 노이즈 소스, 느슨한 질감의 드럼과

거기에 얹힌 얼 스웻셔츠의 모노톤의 랩은 서로 밀어내기 쉬운 편안함과 불안함을 기가 막히게 엮어냈다.

얼 스웻셔츠는 이와 같은 요소들로, 동시에 공존하기 힘든 추상적인 요소들과 직관적인 요소들을 동시에,

그것도 효과적으로 묶어 내는 데 성공했다. 단순한 우연이 아닌 의도적으로 철저하게.

 

물론, 본작의 트랙배치도 아주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얼은 본작을 통해서 생전 아버지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청하고자 했었다.

이를 방증하는 "Playing Possum"은 서로 만나지 못했던 부모님 간의 대화를 트랙 내에 재현해냈다.

허나 이후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공허함과 울분을 표출하는 “Peanut"이 바로 이어지고, 바로 이어지는 앨범의 마지막 곡인

"Riot!"은 세상을 떠난 얼의 삼촌인 Hugh Masekela의 곡을 샘플링했다.

너무 절묘하다.

 

[Some Rap Songs]에서의 얼 스웻셔츠는 흠잡을 데 없는 그의 경력 중 가장 감정적이고,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담겼다.

그는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 감정에 차올라 무딘 칼날을 되는대로 휘두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의도적으로 계산된 휘두름이며, 그의 감각은 놀랍도록 날 서 있다.

 

그는 이전까지는 [Doris], [I Don't Like Shit, I Don't Go Outside], 이후로는 [Sick!], [Voir Dire]까지,

여러 잘 만든 힙합 앨범들을 지금까지 발매해왔다. 그리고 [Some Rap Songs]는 그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앨범이다.

본작을 감싼 모든 것이 갑작스러움과 동시에 그 의도가 놀랍도록 직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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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외게여러분들 저는 그간 국게에서 활동해왔던 유저입니다.

외게에서 게시하는 첫 게시물이 앨범 리뷰라니 뭔가 좀 재밌네요.

리뷰를 다 쓰고나니 방금 전에 이미 한 분이 이 앨범을 리뷰하신 걸 확인했는데..

확인하고 다시 제 글을 보니 제 글이 너무 초라해보이네요.

재밌게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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