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Waltz for Debby 앨범 리뷰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그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베이시스트 스캇 라파로가 죽은게 상심이 컸는지 앨범을 발매하고 한동안 폐인처럼 방구석에서 지내게 된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가 정신을 차리고 기타리스트 짐 홀과 함께 [Undercurrent] 라는 앨범을 발매 하게 되는데...
(언더커런트의 오리지널 앨범 커버, Toni Frissell의 사진 "Weeki Wachee Spring, Florida" 이다.)
언더커런트(Undercurrent)는 빌 에반스와 짐 홀이 같이 합작한 앨범으로 1962년 8월에 발매 되었다.
수록곡은 LP 기준으로
1. "My Funny Valentine"
2. "I Hear a Rhapsody"
3. "Dream Gypsy"
4. "Romain"
5. "Skating in Central Park"
6. "Darn That Dream"
이렇게 된다.
앨범 제목 Undercurrent의 뜻은 암류라는 뜻으로 어두운 정서로도 해석이 된다. 한마디로 빌 에반스의 당시 심정은 마치 깊은 어두운 물 속 즉 암류를 헤매는 듯한 심정이었을 거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드럼과 베이스 없이 오직 빌의 피아노와 짐의 기타만 나오는데, 이 점 때문에 곡들의 감정선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빌 에반스는 저번 리뷰에서 설명 했으니, 이번엔 짐 홀이 누군지 알아보자
짐 홀은 1930년 12월 4일 생으로 미국의 재즈 기타리스트이다. 그는 재즈라는 음악의 기타를 중요한 위치에 올린 인물 중 한명으로 그의 연주법이나 쓴 곡들은 후세에서도 큰 영향력을 끼쳤다.
(짐 홀 사진)
그는 10살 때 부터 기타를 쳤었고 할아버지는 바이올린, 아버지는 피아노, 삼촌은 기타를 쳤었다. 본래는 클래식을 공부했으나 후에 재즈로 전향한다. 그래서 빌 에반스 처럼 잔잔한 연주가 특징이며, 대표작으로는 쳇 베이커, 로날드 한나와 함께한 Concierto가 있다.
참고로, 2003년 내한공연도 왔었고 6년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앨범 리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빌 에반스의 음악은 왈츠 포 데비에서 마치 끝이 났다는 듯이 얘기 한 적이 있는데 과연 그럴까? 한 번 앨범을 들여다보자
My Funny Valentine
앨범의 첫 곡으로 재즈에서 많이 리메이크 되는 곡 중 하나인데 클래식의 느낌이 나는게 특징이다. 빌 에반스는 코드의 화음을 잘 쌓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짐의 컴핑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이 두 남자... 다음 곡에서는 어떨까?
I Hear a Rhapsody
전 곡은 빠른 리듬으로 다소 신나는 감이 있었지만 이 곡부터는 분위기가 다운 된다. 그리고 곡 중반부에 빌 에반스의 점점 격양 되는 솔로 연주가 매우 인상적이다.
Dream Gypsy
앨범의 분위기가 점점 어두워지는 분위기다. 이 곡 역시 중반부의 빌 에반스의 격양된 솔로 연주가 돋보이는데 빌 에반스의 심정이 잘 묻어나는 곡이다.
Romain
곡 인트로 빌 에반스의 코드 연주부터 어둡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앨범 최고의 곡을 뽑으라면 이 곡을 뽑을 수 있을 정도로 감정선을 매우 잘 살렸다. 초반부 짐의 기타 솔로 연주부터 후반부 둘의 연주까지 전해지는 이 감정은 슬프고도 어둡다.
Skating in Central Park
전 곡이 너무 어두워서 그런지 이번 곡은 조금 평화로운 느낌이다. 제목처럼 센트럴 파크에서 조용히 혼자 스케이트를 타는 듯한 기분이랄까 멜로디가 매우 아름답다. 늦은 오후에 들으면 잘 어울리는 곡이다.
Darn That Dream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다.
마지막 총평: 사실 스윙감이 생명인 재즈에서 드럼과 베이스가 없다는건 당시엔 엄청난 모험이었다.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빌 에반스의 느낌을 잘 살리게 해줬는데 왜냐하면 빌 에반스의 특징 중 하나인 다른 연주자와 함께 대화를 하는듯한 연주가 오히려 이 둘 만 있으니깐 극대화 됐던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도 매우 실험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에반스의 행보: 스캇 라파로의 죽음 때문이었는지 이 시기에 빌 에반스는 마약에 빠지게 된다. 근데 중독이 매우 심하여 팔에 주삿바늘 자국 때문에 팔이 아파 한손으로 연주를 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오랜 연인 앨레인 덕분에 1963년 마약을 끊을수 있었다.
(마약에 중독돼서 역변한 에반스)
그는 아이를 갖기 원했으나 엘레인은 불임이라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1973년 빌 에반스는 LA에서 네네트 자자라(Nenette Zazzara)라는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 이후 에반스는 앨레인에게 자기는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며 고백하게 됐는데 엘레인은 이해한다며 그를 안심시키고는 지하철에서 투신자살 하고 만다.
이후 엘레인이 죽고 에반스는 한동안 끊었던 마약을 다시 시작하였으나 곧 네네트 자자라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가정을 다시 새로 꾸리게 된다.
(네네트 자자라와 함께 직은 사진)
하지만 얼마안가 비극이 찾아오는데 1979년 그의 친형 해리 에반스가 정신질환으로 자살을 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의지를 했던 형이 죽자 상심이 컸는지 에반스는 한동안 연주를 안했고 그저 최소한의 생활비를 위해 가끔 공연만 다니는 정도였다.
(위에 있는 사람이 빌 에반스 아래에 있는 사람이 형 해리 에반스)
그렇게 친한 친구 스캇 라파로, 연인이었던 엘레인, 형 해리까지 죽자 에반스는 마약에 더욱 빠지고 건강이 악화 되더니 평생을 괴롭히던 만성 간염 약을 자진해서 끊었고, 병원에 실려온 지 며칠 뒤 1980년 9월 15일에 사망하고 만다.
(빌 에반스의 묘석)
빌 에반스의 친구가 말하길 “이 세상에서 가장 긴 자살이었다” 라고 말했다네요.
참고로 빌 에반스의 아들 '에반 에반스'는 작곡가 및 영화 음악 감독으로 활동중입니다.
https://twitter.com/EvanBajaCali <- 에반 에반스의 트위터 주소
정말 삶이 어둡군요..
이 앨범 우울할 때 듣기 참 좋은데 이런 배경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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