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담고있으며 다른 리스너들의 의견을 폄하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글이 굉장히 난잡하고 두서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 켄드릭 라마가 꼭 카티의 MUSIC에 참여해야만 했을까? "
지난 3월, 플레이보이 카티의 정규 3집 MUSIC의 발매 이후 뜨거운 감자로서 자리한 주제이다. 발매 이전 앨범을 미리 접하게 된 DJ 아카데믹스에 의해 지속적으로 언급되어 오던 '역대급 협업' , 그리고 그 협업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플레이보이 카티와 켄드릭 라마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밝혀졌다. 단순히 한곡 피처링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무려 3곡이나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며 MUSIC에서의 켄드릭 라마는 다른 피처링진들에 비해 훨씬 더 큰 존재감을 뽐냈다.
다만, 그의 참여는 마냥 긍정적인 의견들만을 불러오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부정적인 의견들이 더 많이 나타날 정도였다. 음악성이 확연히 다른 둘을 도대체 왜 붙여놓는 것인지, 불필요한 피처링 분량을 굳이 왜 추가한 것인지, 수많은 혹평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켄드릭 라마와 플레이보이 카티의 콜라보는 분명히 주목받을만한, DJ 아카데믹스가 수차례 이야기한 '역대급 협업' 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매쉬업이었으나, 많은 이들에게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
필자 또한 이러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 중 한명으로서, MUSIC에서 켄드릭 라마의 참여가 어떤 이유에서 좋지않은 시각으로 비춰졌는지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 1.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은 피처링 ]
뮤직에서 켄드릭이 직접적인 모습을 보인 트랙들에는 MOJO JOJO, BACKD00R, GOOD CREDIT이 있다. MOJO JOJO에서는 피처링으로 표기되어 있지는 않지만, 더블링으로 참여했으며 BACKD00R에서는 보컬, GOOD CREDIT에서는 랩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중에서 필자에게 가장 큰 거부감을 자아낸 트랙은 단연코 BACKD00R 일 것이다. MOJO JOJO야 유출곡으로 공개되었던 시점부터 '구리다' 는 느낌을 받았기에 켄드릭의 더블링에는 큰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감상 초기에는 그의 더블링이 밋밋한 분위기를 다소 턴업시킨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 GOOD CREDIT 또한 피처링 벌스 자체는 평소 랩을 잘하기로 유명한 켄드릭 라마답게 준수한 퀄리티를 보였다.
다만, BACKD00R에서 켄드릭의 보컬 참여는, 필자에게 거슬릴정도로 부정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다들 알다시피, BACKD00R는 앨범의 정식발매 이전 유출된 트랙 BACKD00R A MF가 수정을 거친 뒤 공식적으로 수록되어 발매된 트랙이다. 유출곡을 들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BACKD00R는 프로듀서로 참여한 칸예 웨스트의 감각적인 샘플링 기법 그리고 사운드가 독특하게 나타난 곡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은 곡이다. 칸예 웨스트 특유의 칩멍크 샘플과 플레이보이 카티의 하이톤 랩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습에 많은 팬들은 BACKD00R의 정식발매를 기대했다.
다만, 정식발매된 BACKD00R의 모습은 팬들이 기대하던 바와는 다소 상반된 형태를 보였다. 기존에 공개되었던 사운드는 동일했지만 곡의 훅 부분에 즈네 아이코와 켄드릭 라마의 보컬이 자리하게 된 것.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새롭게 추가된 보컬 훅은 곡의 분위기와 정말,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기존에 공개된 트랙의 사운드 자체가 흔히들 말하는 감성적인 모습을 보이긴했지만, 이러한 사운드가 경쾌한 비트, 그리고 플레이보이 카티의 플로우와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곡의 매력적인 포인트였다.
하지만, 즈네 아이코와 켄드릭 라마의 보컬 훅은 경쾌하게 이어져오던 곡의 분위기를 단숨에 알앤비스러운 모습으로 바꾸어버린다. 경쾌하게 울려퍼지던 드럼 사운드가 줄어들고 갑작스럽게 밀고들어오는 두 아티스트의 보컬은 곡 내에서 심하게 동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전 곡들과의 대조를 통해 설명해보자면, Fell In Luv와 같은 곡 중간에 갑자기 luther의 보컬을 집어넣는 느낌이었다. 그루브를 타야할 시점에 갑자기 등장하는 보컬은 곡에서 느낄수 있는 흥을 몇배는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며 필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다.
특히, "Vamp Life Spooky" 라는 라인을 필자는 굉장히 싫어한다. 뱀프라는 컨셉에 어느정도 호러스러운 모습(H00DBYAIR나 EVILJ0RDAN에서의 모습) 을 대응시키려던 카티의 의도와 상반되는, 다소 유치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크게 신경쓰지 말았으면 한다.
[ 2. 억지로 '악동' 스러워 보이고자 하는 모습들 ]
모두가 알겠지만 켄드릭 라마는 작년 드레이크와의 디스전, 그리고 신보 gnx의 발매를 통해 인식 및 이미지 변화를 이루어내려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작들에서 보여준 컨셔스적인 메시지, 그리고 흑인 사회에 대한 진중한 성찰과 같은 모습들은 켄드릭 라마에게 반강제적으로 블랙 메시아의 형상을 부여했고, 이러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Mr. Morale & The Big Steppers에서 블랙 메시아로서 본인의 모습을 직접 부정하기도 했던 그였기에 gnx의 발매는 이러한 변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켄드릭 라마의 MUSIC 참여 또한 이러한 변화를 위한 발판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에게 블랙 메시아로서 인식되던 켄드릭이 불량배스러운 음악의 대명사 격 아티스트인 플레이보이 카티와 콜라보를 한다니, 누가 들어도 흥미롭지 않은가? 두 아티스트가 대체 어떤 모습으로 합을 맞추며 어떤 색다른 퍼포먼스를 선사할지는 분명히 기대할만한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추측을 했지만, 정작 공개된 결과물은 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MUSIC에서 켄드릭은 본인의 새로운 정체성을 내세우기 보다는 플레이보이 카티의 악동스럽고 과격한 이미지에 자신을 투여하기에 급급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설명한 BACKD00R 말고 남은 트랙들, MOJO JOJO와 GOOD CREDIT을 살펴보자. 전에 이야기했지만 MOJO JOJO는 유출때부터 필자에게 '구린' 트랙으로서 인식되던 그냥저냥인 트랙이었다. 흥미로운 점이라고는 1도 보이지않은, 재밌는 요소들을 모두 제거한 EVILJ0RDAN을 듣는듯한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흥이라는 것을 전혀 느낄수 없는 밋밋한 사운드와 EVILJ0RDAN의 열화판스러운 카티의 랩은 너무나도 맛이 없었다. 이러한 무색무취의 트랙을 어느정도 매력있게 탈바꿈함으로서, 켄드릭의 더블링은 그 의의를 어느정도 지닌다고 생각은 한다. 그렇지만, 더블링은 지나칠 정도로 과하다. 도저히 의도를 알수없는 백투더퓨처 카티, 포 에일리언 카티와 같은 애드립과 쁘르르 쁘르르 삐삐삐와 같은 유치한 추임새까지, 켄드릭의 더블링은 밋밋함을 재밌음으로 바꾸는 것을 넘어 과하다싶을 정도로 시끄럽게 바꾸어놓는다. 물론 이전의 특색없는 모습에 비해서는 이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카티의 추임새에 비해 켄드릭의 추임새는 비트나 사운드, 랩에 잘 묻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인 데에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다음은 앨범 내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로 자리하게 된 GOOD CREDIT 피처링이다. 이전에 이야기했듯이 피처링 자체는 좋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공격적인 트랩 비트+사운드 위에서 거침없이 랩을 뱉어내는 켄드릭의 모습은 좋은 타격감과 청각적 쾌감을 자아낸다. 다만 문제의 라인이 있으니, 바로 ' Carti my evil twin' 라인이다. 직역하자면 '카티는 내 못돼먹은 친구새끼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 곡 위에서 합을 맞췄는데 이정도는 할 수 있는것 아니냐? 할수있다. 이 라인이 굉장히 어색한 이유는, 뮤직 이전 카티와 켄드릭은 이렇다 할 음악적 접점이 없었다는 것에서 비롯될것이다. 물론 둘이 개인적으로 만나 모르는 사이 교류를 늘려나갔던 것인지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공개적으로 함께하는 모습이 비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켄드릭의 갑작스러운 친분 과시(?)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설령 실제로 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악적 교류를 이어나가도 있었다 쳐도, 둘의 교류를 알지 못하는 리스너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엥? 스러운 라인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에 비추어보았을때, 필자가 켄드릭 라마의 참여에서 느낀 가장 아쉬운 점은 이런 '보여주기식 이미지' 였다. 켄드릭과 카티의 콜라보는 필자에게 있어서도 분명히 엄청나게 기대되는 이벤트였지만, 그에 비해 켄드릭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자신의 캐릭터성을 적절히 녹여내는 것이 아닌 카티의 악동스러운 이미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맞추려 하는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분명 MUSIC을 매개로 새로운 켄드릭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을텐데도, 이러한 소극적인 모습은 필자에게 큰 아쉬움을 자아냈다.
[ 마무리 ]
비록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인해 혹평 아닌 혹평을 쏟아낸 필자이지만, 켄드릭의 MUSIC 참여가 완전히 무의미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의 참여로 인해 켄드릭이 앞으로 보여주게 될 새로운 모습들과 참여들에 대해 더 많은 기대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MUSIC에서 켄드릭 라마가 보여준 모습들이 기대에 비해 상당히 실망스러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클럽에서 마주친 국어 선생님"
개인적 감상으로 20년대 들어서 그냥 켄드릭 자체 음악 폼이나 감이 좀 예전 같지 않은듯
제가 정확히 이 주제의 연장선에서 집필하고 있는 글이 있는데, 제 해석을 단추려서 말하자면 릴 웨인과도 어느 정도가 관련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뮤직 자체도 실망스럽게 느낀 입장이기에, 켄드릭의 참여 여부를 떠나서 결과는 똑같이 실망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켄드릭은 참여는 그저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진지라 생각하던바 주저리주저리 써봤네요.
분탕의도는 없다는 점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카티마이블트윈 이런거 다 떠나서 그냥 기억에도 안 남고 굳이 필요하지도 않았던 느낌이라 별로임
기억엔 존나 잘남던데
저도 꼭 필요한 피처링이었나? 라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답할것 같네요
기대한 바에 비해 큰 특색이 느껴지지 않았던 느낌…
"클럽에서 마주친 국어 선생님"
가장 완벽한 비유
진짜 이 비유 친 사람 레전드임 ㅋㅋㅋㅋㅋ
엘이러중에 한명이었는데 구라아니고 켄드릭 나오는 트랙 들을때마다 생각남
누군진 모르겠지만 진짜 천재네
ㅅㅂ ㅋㅋ
mojo jojo 더블링은 지나치게 과하다 느끼긴 했었는데 2번째 벌스에서의 카티와 켄드릭 캐미가 은근 있어서 나름 좋았음. 남은 두 곡은 굳이...? 싶긴 함. 근데 뮤직에서 돋보이는 피처링 자체가 적었음 위켄드랑 스캡타, 퓨처 정도?
저도 모조조조 더블링 자체는 특색없던 곡을 어느정도 탈바꿈 시켰다는 점에서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말씀대로 과한게 살짝 거부감 들었을뿐…
뮤직에서 돋보이는 피처링이 적었다는 말씀도 공감가네요.
첫감상 이후 기억에 남았던 피처링이 위켄드 스켑타 뿐이었던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ㅋㅋ
걍 둘이 안어울림
이전까지 둘이 보여주던 스타일이 어느정도 다른탓도 있겠지만, 저도 선생님 말씀이 틀린 말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카티의 스타일 위에 켄드릭을 어정쩡하게 얹어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거든요.
제가 정확히 이 주제의 연장선에서 집필하고 있는 글이 있는데, 제 해석을 단추려서 말하자면 릴 웨인과도 어느 정도가 관련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릴 웨인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서 어떤 연관점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글 기대하겠습니다
오 좋은 글 감사해요 전 음악을 아무생각없이 듣는 편이라 켄드릭 피쳐링도 좋게 들었는데 이렇게 이유를 들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 감상으로 20년대 들어서 그냥 켄드릭 자체 음악 폼이나 감이 좀 예전 같지 않은듯
그것도 어느정도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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