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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힙합엘이가 선정한 1990년대 해외 알앤비 앨범 100선 Part Ⅰ

Melo2017.05.16 04:09추천수 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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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힙합엘이가 선정한 1990년대 해외 알앤비 앨범 100선 Part Ⅰ


벅스(Bugs)와 힙합엘이(HiphopLE)가 선정하는 힙합/알앤비 앨범 시리즈가 약 석 달을 훌쩍 넘겨돌아왔다. 이번 편에서는 1990년대의 해외 알앤비 앨범 100장을 꼽아봤다. 많은 이가 힙합/알앤비 씬의 황금기로 90년대를 꼽을 만큼 이 시기는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칠 만큼 핵심적인 음악적 사조가 공존하던 시기였다. 크게는 80년대 후반부터 이어져 온 댄서블한 뉴잭스윙, 하모니를 강조한 그룹 사운드, 그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은 힙합 소울 등이 있다. 알앤비를 꾸준히 들어온 사람들이라면 다시 한 번 진한 향수를 느끼길 바라고, 이 시대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되는 사람들이라면 많은 후대의 아티스트들이 왜 그들을 동경하는지를 알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본 글은 벅스 뮤직 포커스 란에 <힙합엘이 선정, 1990년대 해외 알앤비 명반 100선 #1 (1 ~ 50)>(링크)라는 제목의 글로 게재되었습니다. 벅스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앨범은 부득이하게 선정하지 못하였으며, 순서는 발매 연월일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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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BivDeVoe – Poison (1990.02.24)


뉴 에디션(New Edition)이 중요한 이유는 그룹 자체도, 그룹 활동이 잠잠해진 후 각 멤버도 알앤비 역사에 남을 음반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뉴잭스윙을 이야기할 때 늘 나오는 벨 비브데보(Bell BivDeVoe)의 [Poison]도 뉴 에디션의 유산이다. 하지만 뉴 에디션과 벨 비브데보의 음악은 달랐다. 리키 벨(Ricky Bell), 마이클 비빈스(Michael Bivins), 로니 데보(Ronnie DeVoe)가 [Poison]을 위해 선택한 프로듀서는 영광을 함께 한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Jimmy Jam & Terry Lewis)가 아니었다. 세련된 느낌의 이들보다는 닥터 프리즈(Dr. Freeze), 밤 스쿼드(Bomb Squad) 등 비교적 거친 스타일의 프로듀서를 기용했다. 이 색깔은 앨범의 첫 싱글이자 가장 많이 판매된 싱글 "Poison"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Poison]은 뉴 에디션보다 더욱 훵키하고, 가사나 보컬에 있어 섹스 어필을 노골적으로 어필하는 등, 힙합과 더욱 가까워진 앨범이 되었다. 하지만 뉴잭스윙이 힙합 소울에 점점 자리를 내어줌에 따라 벨 비브데보의 이후 앨범은 [Poison]만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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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ny Gill - Johnny Gill (1990.04.17)


조니 길(Johnny Gill)은 1983년에 데뷔 앨범을, 1985년에 2집 앨범을 발표했다. 싱글 몇 개가 인기를 얻었지만, 그가 유명해지기엔 부족했다. 그런 그에게 바비 브라운(Bobby Brown)이 탈퇴한 후 죽을 쑤던 그룹 뉴 에디션이 반전의 기회가 되었다. 적당한 팝/알앤비 그룹이었던 뉴 에디션은 자니 길의 합류 이후 뉴잭스윙 그룹으로 거듭났고, 앨범 [Heart Break]도 크게 히트했다. 열기가 식을세라 자니 길은 세 번째 솔로 앨범 [Johnny Gill]을 발매했다. 앨범은 뉴잭스윙의 어법을 따랐다. 당시의 과장되고 거친 드럼머신 소리보다 다른 아티스트보다 몇 년 앞선 세련된 사운드를 담았다. 그 결과로 앨범은 알앤비 차트 1위 3곡과 2위 1곡을 배출했다. 알앤비 차트 2위에 오른 "Fairweather Friend"에선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연상시키는 발성법으로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으며, 미디엄 템포의 "Feel So Much Better"은 70년대 알앤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Johnny Gill]은 자니 길이 솔로로 처음 성과를 얻은 실질적인 데뷔 앨범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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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ta Adams – Circle Of One (1990.05.14)


올레타 아담스(Oleta Adams)는 깊이 있는 보컬을 자랑한다. 그의 뿌리는 가스펠이고, 그가 선보이는 음악이 전통적인 소울에 가까운 편임과 동시에 재즈 음악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보다 과거의 영역에 가까운 그의 음색과 창법, 그리고 음악이지만, [Circle of One]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올레타 아담스는 80년대 초에 인디펜던트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그 때문인지 좋은 결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영국 밴드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를 만나게 되고 이후 그는 이들과 함께 투어를 하며 피아니스트로, 보컬로 활동한다. 티어스 포 피어스의 힘을 받아 만들어진 앨범은 그렇게 인지도를 획득하고 나서야 좋은 평가와 판매량을 얻는다. 대부분 곡을 자작곡으로 채운 이 앨범은 1990년에 만들어졌다고 하기에는 유행과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앨범을 단단하게 채우고 있는 보컬의 역량과 안정적인 구성은 당시에도,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좋은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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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II Soul – Vol. II: 1990 – A New Decade (1990.05.21)


소울 투 소울(Soul II Soul)은 짧게 얘기하기 힘든, 그만큼 독특한 위치와 포맷을 지니고 있는 그룹이다. 애시드 재즈는 아니지만 애시드 재즈 그룹 중 일부가 표방한 포맷과 유사했었다. 그렇다고 그들과 비슷하다고 말하기엔 음악 자체는 힙합, 알앤비, 소울에 가깝다. 이들은 처음부터 사운드 시스템에 관심을 가졌고, 탄탄한 멤버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DJ, 래퍼, 싱어 여럿이 함께 음악을 선보이는 형태의 그룹인 소울 투 소울은 다루는 장르도 다양했다. 알앤비, 힙합은 물론 여러 리듬과 리딤(Riddim)을 가져와 자신들의 음악에 섞었다. 그러다 보니 앨범에는 레게, 칼립소, 소카 등 여러 음악이 조금씩 담겨 있다. 여기에 신디사이저와 피아노로 팝 음악의 사운드를 가져오는가 하면, 인스트루멘탈 음악을 중심으로 진행하면서도 그 위에 랩, 보컬, 스크래치 등 다양한 소리를 올린다. 소울 투 소울의 앨범은 대부분 흥미롭지만, [Vol. II: 1990 – A New Decade]는 이 모든 요소가 가장 깔끔하게 정리된 순간이 아닌가 싶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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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ie Wonder - Jungle Fever Soundtrack (1991.05.28)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영화 <Jungle Fever>를 위해 쓴 곡이 앨범 버전으로 만들어진, 그래서 영화 사운드트랙인 동시에 스티비 원더의 앨범이기도 하다. 얼핏 듣기엔 스티비 원더 특유의 경쾌함, 흥겹고 리드미컬한 전개가 인상적인 앨범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을 생각하면 꽤 아이러니한, 그리고 들으면서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앨범이기도 하다. <Jungle Fever>는 가정에 충실하고 번듯한,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하지만 흑인으로서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중견 흑인 건축가가 주인공이다. 그의 컴플렉스는 백인 여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현되며, 결국 백인 여성과 혼외정사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사실이 가족에게 알려지며 그는 집에서 쫓겨나고, 백인 여성 역시 유색인종을 혐오하는 주변 인물들에게 좋지 못한 반응을 얻는다. 영화 중반 이후로 작품은 어두워지고 무거워지는데, 스티비 원더의 음악은 그러거나 말거나 뚜렷한 색을 유지한다. 스티비 원더의 음악을 생각하면 예상 가능한 음악이지만, 영화를 생각하면 예측하기 힘든 작품이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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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ah Hathaway – Lalah Hathaway (1990.06.29)


랄라 해서웨이(Lalah Hathaway)의 가장 큰 행운은 아버지가 희대의 음악가 도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라는 점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그의 데뷔 앨범 [Lalah Hathaway]는 다른 아티스트의 데뷔 앨범에 비해 많은 주목과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관계자들이 랄라 해서웨이가 가진 재능을 알아봤기 때문이었다. 앨범 속 랄라 해서웨이는 "I'm Coming Back", "I Gotta Move On" 같은 슬로우 잼부터 재지한 "Smile", "Somethin'", 프린스(Prince)와 자넷 잭슨(Janet Jackson)이 유행시킨 스타일에 해당하는 "Sentimental"과 같은 곡에 이르기까지, 전곡에 걸쳐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다. 앞서 언급한 수록곡의 수준도 상당하지만, 앨범을 대표하는 "Heaven Knows", "Baby Don't Cry"는 90년대 초 최고의 알앤비 곡으로 꼽힐 정도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보아 랄라 해서웨이는 단순히 '알앤비 금수저'보다는 주변인들의 도움에 힘입어 재능이 만개한 케이스로 보는 게 맞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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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 Downing – A Dream Fulfilled (1991.03.05)


리스트를 상업적 성과를 기준으로 정렬하면 윌 다우닝(Will Downing)은 최하위다. 다른 아티스트와 비교한다면 대중의 인지도도 높지 않다. 그런데도 그를 소개하는 이유는 꾸준함 때문이다. 윌 다우닝은 1988년 첫 앨범 [Will Downing] 이후 거의 2년마다 앨범을 발표했다. 정규 앨범만 해도 2016년도에 발매한 [Balck Pearls]까지 무려 19장에 다다른다. 그의 꾸준함은 앨범의 색채를 함께 읽을 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19장의 앨범은 모두 어반 컨템포러리 알앤비와 재즈에 기반을 둔다. 심지어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지배하던 2010년도에도 윌 다우닝의 앨범은 앞서 말한 장르의 결을 유지했다. 윌 다우닝의 음악은 재즈와 80년대 알앤비를 적절히 조합한 어반 컨템포러리 알앤비다. 이 장르를 오랫동안 선보여온 만큼, 그가 미친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이는 아마도 자신의 홈페이지의 부제를 'Prince of Sophisticated Soul'이라 적어놓은 이유일 것이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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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Washington – Make Time for Love (1991.04.12)


키스 워싱턴(Keith Washington)의 [Make Time for Love]에 관한 설명은 앨범 수록곡이자 대표곡 "Kissing You"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하다. 동시에 90년대의 발라드풍도 설명할 수 있다. [Make Time for Love]는 90년대 초반 어반 컨템포러리 알앤비에 있어 교과서적인 앨범이며, "Kissing You"에 담긴 음악적 특징은 [Make Time for Love] 전체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중저음의 보컬이다. 키스 워싱턴의 중저음은 유려하게 천천히 흐르다가도 갑작스레 고음을 내지르며 곡의 완급 조절을 담당한다. 두 번째는 곡의 구성이다. 피아노 건반과 촉촉한 드럼의 초반부는 오케스트라 스트링과 함께 점점 고조된다. 앞서 언급한 두 개의 특징은 키스 워싱턴의 음악과 발라드풍 어반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공식이 되었으며, 아직도 많은 발라드 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윤민수의 음악이라든지.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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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lie Cole – Unforgettable... with Love (1991.06.11)


나탈리 콜(Natalie Cole)은 재즈 크루너 냇 킹 콜(Nat King Cole)의 딸이다. 하지만 의외로 음악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살 중반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해 큰 성공을 거뒀지만, 80년대에 들어서며 마약 중독에 빠졌고, 80년대 후반에 되어서야 재기에 성공했다. 긴 세월 동안 음악을 접했고, 공백이 길었던 만큼 나탈리 콜은 재즈, 알앤비,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갔다. 그가 재기를 위해 택한 방법은 아버지 냇 킹 콜의 음악이었다. 그런 만큼 [Unforgettable... with Love]는 재즈의 색을 진하게 띤다. 여기에 나탈리 콜의 대중적인 보컬 등이 더해지면서 앨범은 큰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또한, 나탈리 콜에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레코드를 안겨주며 1991년은 나탈리 콜에게 최고의 해가 되었다. 슬프게도 2016년 1월 1일 세상을 떠나, 그의 새로운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본 작의 제목 [Unforgettable... with Love]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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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Me Badd – C.M.B. (1991.07.23)


멤버 중 세 명이 백인이었던 컬러 미 배드(Color Me Badd)는 똑같이 섹스를 노래해도 톤이 완전히 달랐다. 뉴잭스윙을 표방하던 다른 그룹보다 소울풀함은 덜하고, 가벼워 가장 팝과 가까웠다. 데뷔 앨범 [C.M.B]은 이를 기반으로 둬 300만 장 이상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싱글 "I Wanna Sex You Up", "I Adore Mi Amor", "All 4 Love"는 리드 싱어 브라이언 아브람스(Bryan Abrams)를 중심으로 옅은 농도의 보컬과 층층이 잘 쌓은 코러스로 강한 중독성을 발산한다. 특히, 여유로운 분위기의 "I Wanna Sex You Up"의 인트로에서 더그 이 프레쉬(Doug E. Fresh)와 슬릭 릭(Slick Lick)의 클래식 "La Di Da Di"를 재치있게 따온 부분이 앨범의 상쾌함을 대변한다. 이외에도 자신감이 흘러 넘치는 "Color Me Badd", "Heartbreaker", "Roll The Dice"가 잘 만들어진 뉴잭스윙의 역할을 한다. 비록 원히트 원더였지만, 아마 이후 결성된 보이 그룹들이 가벼운 느낌을 시도할 때 컬러 미 배드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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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yn White – Ritual of Love (1991.09.10)


카린 화이트(Karyn White)는 1988년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으로 데뷔했다. 당시에는 LA 리드(L.A. Reid), 베이비페이스(Babyface)와 함께 작업하였고, 뉴잭스윙 스타일을 포함한 알앤비 앨범을 발표했다. 이후 그는 두 번째 앨범을 작업하며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와 함께 작업하였다.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는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힘있게 치고 나가는 스타일의 뉴잭스윙을 선보이면서도 TR-808과 퍼커션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사운드스케이프에 있어 나름의 차별점을 둔다. 싱글이었던 "Romantic"은 카린 화이트에게 빌보드 차트 1위를 안겨주기도 했다. 사랑과 섹스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시대를 앞서간 곡이며, 곡이 가진 이야기에 걸맞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비주얼의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도 매력적이다. 카린 화이트는 이 앨범을 발표한 이후 테리 루이스와 결혼했다가 헤어지고, 지금은 부동산 중개업과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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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 & The New Power Generation - Diamonds And Pearls (1991.10.01)


80년대 프린스는 뉴웨이브와 훵크, 소울 등 다양한 장르를 섞은 미네아폴리스 사운드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다. 90년대가 되자 프린스는 자신이 만들어 낸 사운드에 90년대의 팝/알앤비 음악들을 섞는다. 이 경향이 드러나는 그의 90년대 초 앨범 중에서도 마지막 빌보드 1위 싱글 "Cream"이 수록된 본 작을 선정했다. 프린스는 본 작을 통해 그의 왕성한 창작욕을 선보이고 유행에 영민하게 대처한다. 힙합/뉴잭스윙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Gett Off", "Jughead", "Push"와 예상치 못한 그루브가 돋보이는 멜로디컬한 트랙 "Diamonds And Pearls", "Money Don’t Matter 2Night"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본 작은 프린스의 음악적 시도와 대중성이 맞닿아 탄생한 작품이며, 동시에 90년대에도 이어지는 프린스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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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ald Levert – Private Line (1991.10.15)


제럴드 레버트(Gerald Levert)는 필리 소울 그룹 오제이스(The O’Jays)의 멤버 에디 레버트(Eddie Levert)의 아들이자 알앤비 그룹 레버트(LeVert), 그리고 LSG의 멤버다. 그는 80년대 중반부터 가족들과 함께 레버트로 활동했다. 그룹이 일정 궤도에 오르자 그는 솔로 아티스트의 꿈을 꾸었다. 그 첫 앨범이 [Private Line]이다. 레버트가 "Casanova""Tempatation" 등으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만큼 그의 솔로 활동에도 많은 주목이 쏠렸다. 결과는 높은 주목도보다도 더 이상이었다. [Private Line]의 싱글 "Private Line"는 빌보드 알앤비 차트 1위를 점령했다. "Private Line"은 90년대 초반 유행하던 뉴잭스윙 사운드를 담고 있었지만, 앨범에는 전통적인 미드 템포의 알앤비가 더욱 많이 실려 있다. 제럴드 레버트의 솔로 활동은 이후에도 승승장구했고, LSG를 결성하며 그는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한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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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a Stansfield – Real Love (1991.11.11)


리사 스탠스필드(Lisa Stansfield)는 영국의 음악가이자 연기자이며, 1980년대에는 블루 존(Blue Zone)이라는 밴드의 리드 보컬로 잠시 있다가 곧 솔로로 데뷔하였다. 밴드가 해체했다기보다는 존경받는 전자음악 듀오 콜드컷(Coldcut)의 곡 중에 리사 스탠스필드가 피처링한 곡이 크게 흥하면서 솔로로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난 밴드의 두 멤버, 앤디 모리스(Andy Morris), 이안 드바니(Ian Devaney)와 함께 앨범의 모든 음악을 만들었다. 다행히도(?) 그렇게 해서 나온 앨범은 영미권, 특히 유럽 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첫 앨범의 성공 이후 리사 스탠스필드는 두 번째 앨범 [Real Love] 역시 두 사람과 함께 만든다. 화려한 첫 등장에 비해 두 번째 앨범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흥행 성적을 맞이하지만, 대신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는다. 콜드컷의 영향 덕분인지 리사 스탠스필드는 꾸준히 댄서블한 음악을 했고, 그 가운데 어린 시절부터 영향을 받아 온 소울 음악의 창법이나 색채를 유지하고는 했다. 커리어가 길어지며 함께 음악을 만들었던 두 사람과는 조금씩 멀어졌지만, 2014년 발표한 앨범 [Seven]에서는 이안 드바니와 다시 함께 작업했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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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ackson - Dangerous (1991.11.26)


90년대에 들어 마이클 잭슨은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운드를 자신의 앨범에 녹여내길 원했다. 이를 위해 테디 라일리(Teddy Riley)와 손을 잡았다.이들이 함께 만들어 낸 [Dangerous]는 첫 트랙 "Jam"에서부터 퀸시 존스의 공백을 잊어버리기에 충분했다. 마이클 잭슨은 "Remember The Time""In The Closet""Dangerous"와 같은 뉴잭스윙 넘버에서도 절륜의 기량을 뽐내며 유행을 훌륭하게 반영한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Black Or White""Heal The World"는 물론, 락 성향의 "Give In To Me" 등의 곡을 싱글로 발매하며 팝의 황제라는 닉네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준다. 물론, 마이클 잭슨에 가지는 기대치에 비한다면 이런 모습이 다소 아쉬울 순 있겠지만 본 작이 90년대를 대표하는 음반이란 건 부정할 수 없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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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 Vogue – Funky Divas (1992.03.24)


걸그룹의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타운(Motown)의 슈프림스(Supremes)가 있다. 후대의 걸그룹은 슈프림스가 쌓아놓은 토대를 따랐지만, 비교 또한 피할 수 없었다. 90년대 걸그룹 알앤비가 범람하던 시기에는 더욱 그랬다. 한편 90년대는 테디 라일리 풍의 뉴잭스윙이 범람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걸그룹'과 '뉴잭스윙'이란 키워드는 90년대 초, 중반 알앤비를 집어삼키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평을 피하지 못했다. 엔 보그(En Vogue)의 1집도 마찬가지였다. 비평에서 자유롭기 위해 엔 보그가 2집 [Funky Divas]에서 택한 방법은 다양한 사운드의 재해석이었다. [Funky Divas]는 외적으로나, 앨범의 흐름으로나 다양성을 드러낸다. 앨범은 훵크, 록, 레게, 힙합, 고전 소울 등을 자연스레 담으며, 엔 보그의 보컬 또한 곡에 따라 여러 번 옷을 갈아입는다. 바야흐로 '훵키 디바'에 걸맞은 모습이다. [Funky Divas]로 엔 보그는 후대의 걸그룹에게 슈프림스와 버금가는 영향을 미치는 그룹으로 발돋움한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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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merang Soundtrack (1992.06.30)


90년대 흑인 음악을 대표하는 많은 뮤지션은 자신의 앨범뿐만이 아니라 흑인 배우 주연의 영화 OST에도 참여해 멋진 힙합/알앤비 명곡을 남겼다. 에디 머피(Eddie Murphy) 주연의 영화 <Boomerang>의 OST도 그렇다. 베이비페이스&엘에이 리드 사단이 총 프로듀싱을 맡은 본 작에는 뉴잭스윙부터 그룹 하모니까지 90년대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정수가 담겨있다. 앨범에는 라페이스 레코즈(LaFace Records)의 아티스트가 뭉친 "Reversal Of A Dog"와 애런 홀(Aaron Hall)과 찰리 윌슨(Charlie Wilson)의 조합을 들을 수 있는 "It’s Gonna Be Alright", 알앤비 디바 토니 브랙스톤(Toni Braxton)의 탄생을 알린 "Give You My Heart등이 수록되어 있다.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의 "End Of The Road"은 빌보드 100에서 13주 동안 1위를 하며 알앤비 그룹 하모니의 전성시대를 알렸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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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y J. Blige - What's The 411? (1992.07.28)


업타운 레코즈(Uptown Records)는 소속 아티스트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의 데뷔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남성미가 강한 음악으로 여겨진 뉴잭스윙과 여성 아티스트인 메리 제이 블라이즈를 엮는 데 어려움에 빠졌던 것. 해결법으로 '힙합 소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뉴잭스윙에서 댄스음악의 요소를 덜어내고 진중한 이미지를 첨가했다. 이를 위해 루퍼스(Rufus)와 샤카 칸(Chaka Khan)의 "Sweet Thing" 커버 버전을 수록했다. [What’s The 411?]은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음악적 정체성인 힙합 소울의 공식적 시작점이다. 본 작을 첫 힙합 소울 앨범이라 보기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힙합 소울이란 명칭을 사용한 앨범은 [What's The 411?]이 최초였다. 앨범은 힙합 소울이 어떤 장르인지 확실히 선보이기에는 부족했지만, 획일적인 방향으로 흐르던 뉴잭스윙에 새로운 줄기를 제공했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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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e - Love Deluxe (1992.10.26)


샤데이 아두(Sade Adu)는 풍부한 음색과 절제미로 곡의 분위기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데 능했다. 그의 보컬은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우는 것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밴드 샤데(Sade)의 4집 [Love Deluxe]는 그의 장점이 담긴 앨범이다. 음악은 전작의 기조를 잇지만, 앰비언트의 느낌이 진해진 앨범이기도 하다. 샤데이의 대표곡 "No Ordinary Love"를 비롯해 "Like A Tattoo""Cherish The Day""Mermaid" 등의 트랙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샤데이는 소말리아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는 가사가 인상적인 "Pearls", 당시 영국의 실업난을 엿볼 수 있는 "Feel No Pain" 등을 통해 현실의 슬픔을 가사에 담아냈다. 이런 가사와 함께 몽환적이고도 고혹적인 그의 목소리가 담긴 본 작은 샤데이의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았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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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V – It’s About Time (1992.10.27)


1992년 데뷔한 3인조 알앤비 걸그룹 중에는 TLC와 더불어 SWV도 있었다. RCA 레코즈(RCA Records)에서 내놓은 SWV는 이름이 'Sisters With Voices'의 약자인 팀답게 세 멤버가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하모니가 강점이다. 데뷔작 [It’s About Time]은 뉴잭스윙을 비롯한 당대의 주류 스타일을 전반적으로 다운된 톤앤매너로 승화한 앨범이다. 리드 보컬 코코(Coko)가 곡을 호소력 있게 이끌어가면, 렐리(Lelee)와 타지(Taj)는 사이드에서 랩과 나레이션, 코러스로 받치며 풍미를 더한다.팀에게 첫 빌보드 1위를 안겨준 세 번째 싱글 "Weak"으로 대표되는 발라드 넘버도, "Give It To Me"처럼 뉴잭스윙 문법의 트랙도 마찬가지다. 테디 라일리가 마이클 잭슨의 "Human Nature"와 리믹스한 또다른 히트곡 "Right Here (Human Nature Remix)"도 빼놓을 수 없다. 분명한 짜임새와 지향점, 그 사이를 가로지를 만큼 충분한 에너지가 만들어낸 90년대 알앤비의 대표적인 성공작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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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yguard OST (1992.11.17)


본 작은 이번 리스트에서 소개한 OST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앨범이자 전 세계에서 4,500만 장이 넘게 팔리며 역대 OST 앨범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영화의 주연인 당대 최고의 가수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 대부분 트랙에 참여했다. 그의 대표곡 "I Will Always Love You""I Have Nothing""Run To You"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곡들이다. 이렇듯 휘트니 휴스턴은 본 작을 통해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보컬 실력을 뽐낸다. OST에는 휘트니 휴스턴의 인기를 견인한 프로듀서 나라다 마이클 월든(Narada Michael Walden)은 물론,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을 대표하는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가 참여했다. 본 작은 휘트니 휴스턴의 전성기 보컬을 들을 수 있는 작품이다. 최근 휘트니 휴스턴을 추모하기 위해 영화를 각색하여 만든 뮤지컬 <보디가드>가 한국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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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제이드) – [Jade to the Max] (1992.11.17)


제이드(Jade)가 3인조 걸그룹으로 TLC, SWV와 차별화되진 않았다. 오히려 뉴잭스윙, 어반 컨템포러리의 언저리에서 전형적인 모습을 띤다. 제이드가 팝 성향이 짙었던 컬러 미 배드를 내놓은 자이언트 레코즈(Giant Records) 소속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된다. 같은 맥락에서 데뷔 앨범 [Jade to the Max]의 대표곡 "Don’t Walk Away"와 "I Wanna Love You"의 뮤직비디오의 비주얼적인 섹스 어필 또한 팀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렇지만 데브라 콕스(Deborah Cox), 토니 브랙스턴 등과 협업한 바 있는 프로듀서 바쌀 벤포드(Vassal Benford)가 주도한 프로덕션만큼은 발군이다. 앞서 언급한 히트곡이 아니더라도 중반부의 뉴잭스윙 넘버들이 세련되게 다듬어져 있다. 또한, 70년대 활동한 트리오 더 이모션스(The Emotions)의 곡을 커버한 노래를 포함한 느리고 무드 있는, 비교적 고전적인 후반부도 준수하다. 뚜렷하진 않아도 안정감은 빛나는 앨범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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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k – Lose Control (1992.11.17)


90년대 알앤비를 지배한 장르 중 하나인 뉴잭스윙은 80년대 중, 후반 많은 장르 아티스트를 통해 시작을 알린다. 키스 스웻(Keith Sweat)은 그중에서도 뉴잭스윙을 확실히 떠오르게 한 결정적인 인물이다. 실크(Silk)는 키스 스웻이 90년대 들어서 자신의 커리어를 챙기는 동시에 새로운 아티스트를 찾으며 발굴한 대표적인 그룹이다. 키스 스웻은 실크의 데뷔 앨범 [Lose Control]의 대부분 곡을 만들었으며, 첫 싱글 "Happy Days"에서는 보컬로도 참여하며 이들을 아낌없이 지원했었다. 물론, 더 돋보이는 건 리드보컬 릴 쥐(Lil G)를 메인으로 다섯 멤버가 선사하는 앙상블의 밸런스가 출중하다는 점이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When I Think About You"나 "Baby It’s You" 같은 뉴잭스윙 넘버보다는 팀에게 차트 1위를 안긴 "Freak Me"와 같은 찐득한 관능미로 점철된 슬로우잼 트랙에서 도드라진다. 팀 이름에 걸맞게 이만큼 부드럽게 상대의 몸과 마음을 갈구하면 그 누가 넘어가지 않을까.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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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i - ...If I Ever Fall In Love (1992.12.22)


90년대 초, 중반에는 보이즈 투 멘의 성공에 영향받은 여러 보이밴드가 데뷔했다. 샤이(Shai)도 그렇다. 4중주 기반의 보컬 하모니, 뉴잭스윙과 멜로디의 조화 등 샤이의 음악적 토대는 보이즈 투 맨과 같았지만, 악기를 최소화해 차별점을 뒀다. 이 때문에 샤이의 음악은 90년대 초까지 보였던 과장된 드럼머신의 소리가 적다. 트렌드를 잘 따랐고 차별성도 있었던 만큼 차트 성적도 좋았다. 느릿하고 간결한 "Comforter"와 대중을 지향한 팝송 "Baby I'm Yours"가 팝 차트 10위에 올랐다. 앨범의 타이틀곡 "If I Ever Fall In Love"는 무려 팝 차트 2위, 알앤비 차트 1위에 올랐다. 당시 1위곡이 휘트니 휴스턴의 메가 히트곡 "I Will Always Love You"가 아니었다면, 무난히 팝 차트 1위를 기록할 수도 있었다. 싱글들의 잇따른 히트에 힘입어 앨범은 미국에서만 3백만 장이 넘게 팔려나갔다. 데뷔 앨범이 성공한 후 빠르게 추락한 90년대 초의 다른 알앤비 보이밴드와 달리, 샤이는 꾸준한 인기를 누리며 90년대를 대표하는 보이밴드로 남았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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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ina Belle – Passion (1993.02.16)


90년대를 강타했던 노래 중에서도 빠져서는 안 될 곡이 있다면 바로 영화 <Aladdin>의 사운드트랙 수록곡, "A Whole New World"다. 이 곡은 피보 브라이슨(Peabo Bryson)과 레지나 벨(Regina Belle)이 불렀던 곡이며,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앨범에 이 곡을 수록하기도 했다. 레지나 벨은 1987년 피보 브라이슨과 함께 부른 "Without You"라는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인기에 힘입어 1991년에 "I Can’t Imagine"을 선보였다. "A Whole New World"는 그들이 함께 부른 세 번째 곡이었다. 곡의 인기 덕분에 이후 발표한 앨범 [Passion]은 백만 장이 넘는 판매를 이루었고, 히트곡의 안정적인 느낌을 어느 정도 따라가는 앨범 구성을 택한다. 잔잔하고 드라마틱한 전개, 가창력이 돋보이는 발라드 넘버 등 앨범은 전반적으로 듣기 편안한 어덜트 컨템포러리의 문법에 충실하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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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t Jackson - janet. (1993.05.18)


[Control]과 [Janet Jackson's Rhythm Nation 1814]는 자넷 잭슨이 음악적 방향을 설정했지만, 그보다도 프로듀싱 듀오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의 공이 컸다. 자넷 잭슨의 성공이 마이클 잭슨의 후광 효과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반박하고자 자넷 잭슨은 새 앨범 [janet.]의 전곡에 작곡/작사로 참여했다. 자신이 앨범을 주도했으며,지금까지의 성공이 마이클 잭슨의 후광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 자넷(Janet)에 마침표까지 찍어 앨범 제목으로 삼았다. 앨범에는 자넷 잭슨을 스타덤에 올린 뉴잭스윙/댄스팝이 수록되긴 했지만, 과거처럼 이런 스타일이 중심은 아니었다. 힙합 드럼을 차용했지만 뉴잭스윙이나 댄스팝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That's The Way Loves Goes"와 발라드풍의 "Again"이 이를 증명한다(이 두 곡은 팝 차트 1위를 기록했다). [janet.]은 자넷 잭슨이 특정 작곡가나 가족의 도움으로 스타덤에 오른 게 아니며, 앨범의 온전한 주인은 자넷 잭슨 자신임을 증명한 앨범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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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 Braxton - Toni Braxton (1993.07.13)


토니 브랙스톤은 80년대 말부터 패밀리 그룹 브랙스톤스(The Braxtons)의 멤버로 활동했다. 그의 솔로 작업은 운 좋게 이루어졌다. 아니타 베이커(Anita Baker)를 염두에 둔 [Boomerang OST]의 수록곡 "Love Shoulda Brought You Home"가 아니타 베이커의 육아 문제로 인해 토니 브랙스톤의 곡이 된 것이다. 이후, 베이비페이스 사단은 토니 브랙스톤의 앨범을 작업하고, 1년 후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발표한다. 토니 브랙스톤은 다른 디바와 달리 콘트랄토 음역을 지녔고 같은 음역을 지닌 아니타 베이커와 달리 당시의 음악을 잘 소화했다. 본 작을 통해 토니 브랙스톤은 알앤비 음악의 새로운 디바로 떠올랐고, 라페이스 레코즈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한다. 본 작에는 "Breathe Again""Another Sad Love Song""Seven Whole Days""You Mean World To Me" 등 90년대 베이비페이스 사운드의 정수들이 수록되어 있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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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cape – Hummin’ Comin’ at ‘Cha (1993.10.12)


프로듀서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에게 엑스케이프(Xscape)는 어떤 존재일까? 단순히 자신이 설립한 쏘 쏘 데프 레코딩스(So So Def Recordings)의 첫 주자만은 아닐 것이다.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의 "Jump"로 자신을 알린 그는 이 4인조 걸그룹에 힙합적인 색채를 입히려 했다. 첫 앨범 [Hummin’ Comin’ at ‘Cha]의 많은 트랙은 대체로 힙합 소울에 가깝다. 큰 히트를 기록한 첫 싱글 "Just Kickin’ It"은 다르지만, 남부 색채의 사운드 소스가 다소 있는 데다가 뮤직비디오 속 네 멤버의 행색이 소위 '힙합 전사'라는 이상한 수식어에 밀접하기까지 하다. 가스펠 음악의 경향이 있는 엑스케이프에게 조금은 과하게 힙합을 덧씌웠으니 지금에 와서 보면 어색해 보이기도 한다. 다소 전형적이긴 해도 발라드 넘버 "Understanding"이 안정적으로 들리는 것도 가스펠 음악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의 사조인 뉴잭스윙도, 이후에 사조가 되는 힙합 소울 그 어디에 포섭되기보다는 그저 저메인 듀프리의 커리어 초창기 성향이 잘 녹아있는 것만 같아 흥미롭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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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vin Campbell - I'm Ready (1993.10.26)


테빈 캠벨(Tevin Campbell)의 데뷔는 화려했다. 스타 프로듀서 퀸시 존스의 눈에 들어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가 대거 동원된 앨범 [Back On The Block]의 수록곡 "Tomorrow"의 리드보컬로 참여했고, 곡은 빌보드 알앤비 차트 1위에 올랐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12살이었다. 데뷔 앨범 [T.E.V.I.N.]도 히트하며 대중적 입지도 얻었다. 이어서 발표한 앨범 [I'm Ready]는 변성기 전의 목소리로 노래한 첫 앨범과는 달리 성숙해진 목소리가 담겼다. 퀸시 존스의 총괄 아래 베이비페이스, 나라다 마이클 월든, 프린스, 버트 베커락(Burt Bacharach) 등의 슈퍼스타 작곡가가 동원됐다. "Brown Eyed Girl"은 "She's Out Of My Life"을 부르던 풋풋한 마이클 잭슨을 떠올리게 했고, 프린스가 참여한 "Shhh"는 프린스 특유의 선정성이 담겨 있다. 각자의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한 작곡가의 곡을 잘 조합한 어린 테빈 캠벨의 음악적 역량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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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Kelly - 12 Play (1993.11.09)


알 켈리(R. Kelly)는 소속 그룹 퍼블릭 어나운스먼트(Public Announcement)의 공연에서 관객의 주의를 끌기 위해 꿈에서 메리 제이 블라이즈와 성관계를 맺었는데, 전희(Foreplay)가 너무 대단해서 4플레이(Fourplay)를 넘어선 12플레이(12 Play)가 되었단 헛소리를 던졌다. 12플레이란 언어유희가 기발하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솔로 데뷔 앨범 제목도 [12 Play]로 지었다. 제목의 유례만큼 앨범엔 선정적인 가사가 많이 담겼다. 앨범에는 알 켈리의 랩과 뉴잭스윙 비트가 부분적으로 사용됐으나, 뉴잭스윙 앨범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본 작은 힙합 비트를 의도적으로 남용하는 시대가 저물고, 현대 알앤비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끌어왔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본 작의 성공으로 매끈한 음성과 야릇한 분위기, 외설적인 가사는 알 켈리의 상징이 된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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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deci – Diary Of A Mad Band (1993.12.21)


인제 와서 조데시(Jodeci)에 수식어를 붙인다면 그건 무조건 '야바이(위험한)'여야만 한다. 케이씨&조조(K-Ci&Jojo), 드반테 스윙(DeVante Swing)과 미스터 달빈(Mr. Dalvin), 두 형제는 언제나 끈적한 슬로우잼으로 많은 이의 침대 시트를 눈물과 땀으로 적셨다. 드반테 스윙이 느릿하다 못해 걸쭉한 리듬에 제멋대로 울렁대는 신디사이저와 토크박스를 칠한 프로덕션을 깔면, 케이씨는 상대의 몸과 마음을 원한다며 거칠게 절규(?)한다. 이 팀의 분명한 강점은 그에서 오는 마초적인 로맨스다. 다만, 두 번째 앨범 [Diary Of A Mad Band]에서는 "Ride & Slide""Sweaty"에서처럼 갈구하는 형태가 더 노골적이다. 또한, 데뷔 앨범 [Forever My Lady]에서처럼 후반부를 똑같이 뉴잭스윙 일변도로 가져가기보다는 레드 맨(Red Man), 미씨 앨리엇(Missy Eliott) 같은 래퍼들과 함께 힙합으로 채운다. 그래도 조데시 최고의 매력은 단연 사막에서 '레자' 바지를 입은 채로 강인하게(?) 사랑을 구걸하고("Cry For You"), 갱스터리즘을 연출하는("Feenin’") 배드 보이 컨셉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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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DeBarge - Heart Mind & Soul (1994)


엘 드바지(El DeBarge)는 음악가 집안인 드바지 가족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녔다. 80년대 후반부터 그는 솔로로 활동했다. 2집 [Gemini]의 상업적 실패 이후 모타운에서 워너 브라더스 레코드(Warner Bros. Records)로 소속사를 옮겨 앨범을 발매했다. 그의 4집 [Heart Mind & Soul]은 마빈 게이(Marvin Gaye)의 영향이 짙었던 전작에 비해 당대 알앤비 음악의 문법을 충실히 따랐다. 음악 동료인 베이비페이스를 비롯해 저메인 듀프리가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탓이 크다. 엘 드바지는 이런 프로덕션 위에서 자신의 장기인 세련된 미성을 선보이며 앨범의 중심에 자리매김한다. 베이비페이스표 댄스곡 "Can’t Get That Enough"를 비롯해 베이비페이스와의 듀엣곡 "Where Is My Love"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마빈 게이의 조력자 리온 웨어(Leon Ware)를 코러스로 참여시킨 "Heart, Mind & Soul"도 본 작에 수록되어 있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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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ane - Pronounced Jah-Nay (1994.02.04)


자네이(Zhane)는 르네 뉴프빌레(Renee Neufville)와 진 노리스(Jean Norris)로 이루어진 알앤비 듀오다. 이름을 제인이라 발음하기 쉽다. 그래서인지 데뷔 앨범 제목을 '자-네이로 발음합니다'란 뜻의 [Pronounced Jay-Nay]로 지었다("Intro"에 등장하는 대화 나레이션에서도 이들을 '제인'이라 잘못발음하고 멤버가 '자네이'라고 바로잡아준다). 두 멤버가 앨범의 프로덕션을 진두지휘했고, 힙합 그룹 너티 바이 네이처(Naughty By Nature)의 케이 지(Kay Gee)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앨범에서 히트한 싱글은 "Hey Mr. D.J."와 "Groove Thang"이지만 이들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은 "Vibe"다. 모든 곡에서 두 멤버는 같은 가사를 화음으로 노래하는데, 둘의 화음이 가장 조화로운 곡이기 때문이다. 곡에는 유행을 의식해 지훵크의 상징적인 신디사이저 음을 차용했다. 두 멤버의 긴밀한 조화, 그룹의 색이 뚜렷한 음악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어서 발표한 앨범에 반응이 시들했고, 결국 해체 순서를 밟았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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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4-One - All-4-One (1994.04.12)


90년대 초 보이즈 투 멘의 등장으로 두왑 스타일이 재조명받았다. 보이즈 투 멘의 성공은 여러 알앤비 보이밴드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뉴잭스윙을 기반으로 하면서 멤버간의 보컬 인터플레이를 강조했다. 1994년에 셀프 타이틀 앨범을 발표한 올포원(All-4-One)은 두 가지를 보이즈 투 맨 이상으로 해냈다. 앨범을 여는 첫 곡 "So Much In Love"는 그룹과 앨범의 성격을 드러낸다. 이 곡은 알앤비 그룹 타임스(The Tymes)가 1963년에 발표한 두왑곡인데, 올포원은 원곡에 없던 청량감을 더한다. 올포원의 가장 잘 알려진 곡은 팝 차트 정상에 오른 "I Swear"다. 멤버들의 하모니, 시원하게 올라가는 고음, 간주의 소울풀한 색소폰 솔로 연주로 채워진 곡은 현대적이지만, 옛 음악의 감수성도 느끼게 한다. 당시 알앤비 시장을 잠식했던 힙합 사운드에서 자유로운 이 곡은 신선했다. 물론 올포원이 뉴잭스윙과 힙합을 외면하진 않았다. 앨범의 전반부는 두왑/발라드에 기반을 둔 알앤비, 후반부는 뉴잭스윙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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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l – Seal (1994.05.23)


[Seal]은 영국 알앤비/소울 음악을 대표하는 가수 실(Seal)의 94년작이자 정규 2집이다. 실은 데뷔 앨범을 통해 당대 영국에서 유행하던 댄스 음악과 고전 소울에 기반을 둔 음악을 선보여 제2의 테렌스 트렌트 다비(Terence Trent D’arby)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는 2집을 통해 "Newborn Freid""I’m Alive"와 같은 댄스 음악은 물론 오케스트라와 프로그레시브 록의 요소까지 흡수한 웅장한 스케일의 팝 음악을 선보인다. 거기에 실은 악기가 아닌 보컬에 플렌저 이펙트를 걸어 공간감을 크게 살린 사운드를 들려줬다. 앨범의 첫 곡이자 제프 벡(Jeff Beck)이 참여해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Bring It On"이 대표적이다. 앨범에는 조니 미첼(Joni Mitchell)과 함께한 "If I Could", 영화 <Batman Forever>에 수록되어 96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 부문에서 상을 받았던 "Kiss From A Rose" 등 그의 보컬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다. 실의 매력적인 보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멋진 작품.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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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ree – I Ain't Movin (1994.07.05)


데지레(Des’ree)를 잘 몰라도(그의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몰라도) 한 번쯤은 "You Gotta Be"라는 곡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곡을 좋아한다면 그의 "Crazy Maze"라는 곡도, "I Ain’t Moving"이라는 곡도 추천한다. 모두 [I Ain’t Moving]이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기타를 중심으로 한 담백한 구성의 트랙 위로 등장하는 그의 목소리는 여러 CF와 영화에서 쓰일 만큼 매력적이다. 2003년 이후 좀처럼 소식을 찾기 힘든 그이지만, 그는 매력적인 작품을 여럿 남겼다. 당시 영국 알앤비 음악 내에서는 90년대 전후로 레게, 칼립소를 비롯한 중남미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들이 새로운 시도를 펼쳤다. 많은 곡을 선보인 건 아니지만, 데지레는 그 영역에 있어 나름대로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서 "Little Child""Strong Enough" 같은 독특한 곡도 담겨 있다. "You Gotta Be"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재미있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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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Faces – Changing Faces (1994.08.23)


백 보컬 출신이었던 두 사람이 결성하여 데뷔한 체인징 페이시스(Changing Faces)의 첫 앨범은 1990년대 알앤비 음악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과도 같다. 앨범은 세션에서 미디로 곡 제작 방식이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음악, 그리고 어덜트 컨템포러리와 뉴잭스윙이 사랑받으며 팝 알앤비가 만들어지는 그 시기의 음악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심지어 보컬의 음색, 가창의 방식마저 그렇다. 다만, 알 켈리가 준 "Stroke You Up", 그리고 "Fooling Around"는 앨범의 첫 번째, 두 번째 위치에 놓이며 나름의 차별점을 만든다. 특히 "Stroke You Up"은 섹시함을 잔뜩 부가하여 당시로써는 흔치 않은 섹스 송을, 그것도 여성이 화자가 된 섹스 송을 선보인다. 알 켈리는 체인징 페이시스에게 준 두 곡과 알리야(Aaliyah)에게 준 곡이 성공하며 이 시기부터 프로듀서, 작곡가로서도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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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z Ⅱ Men – Ⅱ (1994.08.30)


보이즈 투 멘에게 데뷔 초 모멘텀은 "End Of The Road"였다. 영화 <Boomerang>의 OST였던 이 느릿한 컨템포러리 알앤비는 13주간 빌보드 1위라는 초유의 기록과 함께 그룹의 노선을 확실히 했기에 의미가 크다. 하지만 소포모어 앨범 [Ⅱ]에 데뷔작 [Cooleyhighharmony]에서 보였던 트렌드를 의식한 일부 뉴잭스윙은 없다.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 팀 앤 밥(Tim & Bob) 등을 프로듀서 진에 더하고, 한 명에게 끌려가지 않는 균형 잡힌 아카펠라를 내세웠다. 앨범의 전반부는 터프한 드럼 라인은 있어도 중간 이상보다 템포가 빨라지지 않으며 멤버간 하모니를 강조한다. 자신들의 기록을 다시 갈아치운 "I’ll Make Love To You (I Will Love You)"로 대변되는 발라드한 무드의 후반부는 확실하게 진득하다. 그 결과, 행색은 영락없는 얌생이이었지만 1,200만 장의 판매량을 달성하고, 그래미 어워즈 최초의 베스트 알앤비 앨범을 수상하며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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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ta Baker - Rhythm Of Love (1994.09.13)


아니타 베이커는 90년에 들어 [Compositions]을 발매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아쉬운 상업적 성과를 남겼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앨범 활동이 끝나고 육아에 집중하느라 90년대 OST 명반 중 하나인 [Boomerang OST]에 참여할 기회를 놓친다. 음악의 유행은 빠르게 바뀌었고, 아니타 베이커는 대중들의 관심 속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그는 5집 [Rhythm Of Love]을 200만장의 판매량을 달성하며 여전한 인기와 실력을 입증했다. 본 작은 그의 음악적 고집이 담긴 앨범이기도 하다. 그는 수록곡 "My Funny Valentine""The Look Of Love""Sometimes I Wonder Why" 등을 통해 재즈와 고전 소울에 충실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싱글로 발매한 "Body And Soul""I Apologize"는 90년대에도 그가 건재함을 알 수 있는 곡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앨범 홍보 문제로 소속사를 떠나게 되고 로열티 소송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이후 기나긴 공백기를 가지게 된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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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C – CrazySexyCool (1994.11.15)


한때 걸그룹이 성숙한 컨셉만 가져가면 '숙녀가 되어 돌아온' 같은 수식어가 붙을 때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성적 매력을 갖고, 그걸 표출하는 것이 여성의 최종목표라고 상정했던 게 아니었을까. TLC를 다이아몬드(1,000만 장) 기록을 가진 유일의 여성 그룹으로 올려놓은 두 번째 앨범 [CrazySexyCool]도 그런 정형화된 스텝 중 일부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데뷔작 [Ooooooohhh... On the TLC Tip]으로 내보인 파격이 장르, 스타일적 변화에 따라 다소 누그러졌을 뿐이다. 그들은 여전히 바람 피우는 상대에게 맞불을 놓고("Creep"), 사람들이 불행의 길로 빠지지 않길 바라며("Waterfalls"), 범죄로 얼룩진 세상을 걱정한다("Sumthin' Wicked This Way Comes"). 변한 건 그간 쌓인 경험으로 애정 관계를 좀 더 깊게 노래한 것뿐이다. 이는 뉴잭스윙을 내려놓고 훵키한 기타 리듬으로 대변되는 70년대 훵크, 8, 90년대 힙합 등을 기반으로 한 힙합 소울, 슬로우잼 넘버들과 더없이 뛰어난 조화를 보인다. 개인사로 랩 담당 레프트 아이(Left Eye)의 비중이 작음에도 TLC기에 가능했던 최적의 명작.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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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y J. Blige - My Life (1994.11.29)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힙합 소울을 추구했지만, [What's The 411?]에서 내세운 힙합 소울은 불분명했다. 자신을 '힙합 소울의 여제'라고 선전하며 새로운 장르를 내세웠지만, 특징을 보여주진 못했기 때문이다. 뉴잭스윙이라는 장르적 기반과 시류를 거부하려는 의식이 충돌한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나 발표한 [My Life]는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공고히 한 작품이다. 힙합 소울은 그가 끌고 온 장르이기에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음악 정체성 확립은 곧 힙합 소울의 특성 규정과 동일했다. 뉴잭스윙의 둔탁하고 돌출된 드럼을 유지하면서 그루비한 베이스를 더했다. 음절을 리듬에 맞춰 뚝뚝 끊지 않고, 과거 60, 70년대 소울 가수들처럼 매끄러운 멜로디를 추구했다. [My Life]는 힙합 소울은 물론, 9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여러 컨템포러리 소울의 단초가 됐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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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wnstone – From the Bottom Up (1995.01.10)


토리 레인즈(Tory Lanez)의 "Say It"을 들어봤다면 원곡인 "If You Love Me"가 익숙할 것이다. 이 곡은 어반한 신디사이저, 힙합 느낌의 드럼도 매력적이지만, 가스펠 성향이 녹아있는 합창이 귀에 확 들어온다. 그만큼 마이클 잭슨이 런칭한 MJJ 뮤직(MJJ Music)의 첫 주자 걸그룹 브라운스톤(Brownstone)의 데뷔작 [From the Bottom Up]은 합창이 중점 요소다. 비록 완전체로는 유일한 앨범이고, 이후에는 내리막을 걸었지만, 이때만큼은 세 멤버의 힘 있는 목소리가 아카펠라 이상의 에너지를 뿜는다. 특히, 진한 무드의 슬로우잼과 어반 컨템포러리 알앤비에 강점을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첫 앨범 [What’s the 411?]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데이브 홀(Dave Hall)이 쓴 "Grapevyne"와 앞서 언급한 "If You Love Me"가 히트한다. 이글스(Eagles)의 곡을 커버한 ‘I Can't Tell You Why’도 흥미롭다. 프로덕션과 보컬 모두 과잉된 감이 있으나, 파워 넘치는 톤을 선호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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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na Howard - Do You Wanna Ride? (1995.02.28)


아디나 하워드(Adina Howard)는 "Freak Like Me"로 대성공했다. 싱글이 수록된 앨범 [Do You Wanna Ride?]가 그의 데뷔작임을 떠올린다면 벼락스타라고 볼 수도 있다. 본 작은 지훵크(G-Funk)의 영향이 짙다. 앨범의 첫 트랙 "You Got Me Humpin'"이나 "Freak Like Me'" "It's All About You" 등의 곡에선 쥐훵크의 대표적인 신디사이저 소리가 들린다. 훵크 샘플을 기반으로 한 점도 마찬가지다. "Freak Like Me"에는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과 부치스 러버 밴드(Bootsy's Rubber Band)의 곡을 샘플링했다. 다른 수록곡에서도 7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곡을 가져왔다. 대부분의 뉴잭스윙이 동부의 힙합 사운드를 가져왔다면, 아디나 하워드의 [Do You Wanna Ride?]는 서부의 힙합 사운드를 가져왔다. 그렇지만 미디엄 템포 발라드곡 "My Up And Down"은 지훵크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이 곡에서 아디나 하워드는 정통 알앤비의 그루브와 가창력을 가감 없이 표출한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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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 B. – Bonafide (1995.03.23)


블루 아이드 소울은 백인 음악가가 부른 알앤비/소울을 칭하는 단어다. 흑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알앤비/소울이지만, 뜻밖에도 블루 아이드 소울 아티스트는 꽤 많다. 그중에서도 존 비(Jon B.)는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부드러움을 누구보다 잘 소화한 아티스트다. 존 비는 70년대 소울과 힙합에서 영향받아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장르의 영향은 그의 첫 앨범 [Bonafide]에서부터 진하게 담겨있다. 첫 곡이자 앨범과 동명의 곡 "Boniafide"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가 떠오르는 단어와 리듬, 랩 강세가 도드라지며, "Love is Candy"와 같은 곡은 신디사이저 운용에 있어 서부 힙합과 결이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존 비는 감미로우며 부드러운 알앤비를 놓치지 않는다. 베이비페이스의 영향이 보이는 "Someone to Love"에서 존 비의 감미로움은 빛을 발한다. 그를 블루 아이드 소울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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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ell Jordan - This Is How We Do It (1995.04.04)


80년대와 90년대를 지배한 힙합 레이블 데프 잼 레코딩스(Def Jam Recordings)는 산하에 알앤비 전문 레이블인 데프 소울(Def Soul)을 런칭했었다. 데프 소울의 대표 남성 가수는 몬텔 조던(Montell Jordan)이었다. 데뷔 이전에 여러 장르를 다뤄봤고, 샘플링 작법으로 곡을 만들 줄도 아는 인재였다. 가수였지만 힙합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았다. 데뷔 앨범 [This Is How We Do It]은 고전 알앤비부터 당대 트렌드였던 힙합과 뉴잭스윙/힙합 소울에 대한 이해를 근간으로 한다. 래퍼 슬릭 릭의 명곡 "Children's Story"를 샘플링한 앨범 타이틀곡 "This Is How We Do It"은 힙합의 리듬감을 적극 활용했고, 이어서 공개한 싱글 ’Somethin' 4 Da Honeyz‘는 야릇한 분위기와 그루브감을 극대화한 힙합 소울 곡이다. 테디 팬더그래스(Teddy Pendergrass)의 80년대 알앤비 명곡 "Close The Door"까지도 커버한다. 이 앨범에서 몬텔 조던은 앞 세대 음악가들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동시에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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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Angelo – Brown Sugar (1995.07.04)


전설과도 같은 인물, 디안젤로(D’Angelo)는 모두가 알다시피 네오 소울이라는 음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이 그에게서 영향을 받았고, 그를 최고라 칭한다. 장시간 공백을 가졌던 그가 2010년을 지나 다시 활발하게 활동해도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환호했던 것은 그 기약 없는 시간을 기다린 데다가 그 시간 동안 지난 앨범들이 충분한 영향력과 유효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디안젤로의 첫 앨범은 1995년에 발표한 [Brown Sugar]다. 이 작품은 네오 소울 무브먼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점에 있으며, 상업적인 성과도 좋았다. 앨범 대부분을 혼자 만든 그는 프린스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만큼 다양한 장르의 결을 섞는,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뛰어난 실험을 선보였다. 많은 사람이 그의 음악을 듣고 '틀리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가 그만큼 기존의 문법이나 공식을 거부하고도 좋은 작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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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7 – Reflections (1995.07.18)


[Reflections]에서 애프터 세븐(After 7)은 조그만 재결합을 선언한다. 뉴잭스윙으로 가득한 셀프 타이틀 앨범에 대거 참여한 프로듀서 엘에이 리드, 멤버들과 형제지간이었던 베이비페이스와 다시 합작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 둘이 거의 배제된 소포모어 앨범 [Takin’ My Time]도 수준급 뉴잭스윙 넘버를 보유한 준수한 앨범이다. 그러나 베이비페이스 특유의 따뜻한 무드와 감성을 중요시하는 문법은 [Reflections]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신예 붐 브라더스(The Boom Brothers), 베이비페이스 사단의 키스 앤디스(Keith Andes), 존 비의 곡도 다수 나오기에 각 곡의 멜로디 라인, 소스의 질감 등이 미묘하게 다를 순 있다. 하나, "I Like It Like That"을 제외하면 모두 어반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언저리에 해당해 전반적인 결이 일관적이다. 특히, 베이비페이스가 만든 "Til You Do Me Right""How Do You Tell the One"은 시작과 중간에서 굳건히 중심을 잡는다. 애프터 세븐에게 화려한 재기를 가져다주진 못했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수작.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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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Evans - Faith (1995.08.29)


업타운 레코즈에서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퍼프 대디(Puff Daddy)는 탁월한 프로듀서이자 수완가였다. 그러나 사내 불화와 정치 문제로 퇴직한다. 그러곤 그리도 원했던 자신의 레이블 배드 보이 엔터테인먼트(Bad Boy Entertainment)를 설립한다.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힙합 소울 명작 [What's The 411?]과 [My Life]을 제작했던 노하우를 살려 새로운 힙합 소울 아티스트를 등극시킨다. 바로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다. 허스키하지만 매끄러운 음성과 폭발하는 성량을 갖춘 가수다. 코러스와 오버더빙 기법을 통해 소울/가스펠의 전통적인 질감을 구현하려 한 것이 인상적이다. 메리 제이 블라이즈를 장르적 롤모델로 삼았고, 퍼프 대디의 프로덕션이 앨범을 가로지르지만, 본 작을 단순히 상업적 전략에만 입각한 작품으론 평가할 수는 없다. 신인 가수의 데뷔 앨범임에도 페이스 에반스가 전곡을 작사하며 앨범 프로듀싱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힙합 소울을 독식하려 했던 메리 제이 블라이즈와 씬을 양분한 스타의 화려한 데뷔 앨범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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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ove Theory – Groove Theory (1995.10.24)


그루브 씨어리(Groove Theory)의 음악은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을 법하다. 실제로 TV 속에서 종종 등장한 적도 있다. 뚜렷하고 묵직한 베이스 라인, 트랙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리듬 파트 등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아할 것이다.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일관성 짙은 힙합 리듬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구성이나 표현 방식이 굉장히 세련되었다는 점이다. 1995년에 발표한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2000년대 감성을 짙게 품은 듯한 이 앨범은 8, 90년대의 힙합, 그러니까 다들 이야기하는 골든 에라의 힙합 음악과 네이티브 텅(Native Tongue)의 활동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힙합 소울이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사운드 측면에 있어 애시드 재즈와도 맞닿는 측면이 있다(직접적으로 드러나거나 완전한 표방은 아니다). 그만큼 앨범은 도시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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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ing To Exhale OST (1995.11.14)


영화<Waiting To Exhale>은 당대 흑인 여성의 삶과 우정을 다룬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이 영화의 OST는 흑인 여성 가수의 곡으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참여한 가수들이 엄청나다. 영화에 출연했던 휘트니 휴스턴을 필두로 전설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패티 라벨(Patti Labelle), 샤카 칸, 90년대 알앤비를 대표하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 TLC, 브랜디(Brandy) 등이 이 OST에 참여했다. 참여 가수들도 엄청나지만, 프로듀서 또한 90년대 알앤비의 히트메이커 베이비페이스다. 베이비페이스는 앨범에서 특유의 부드럽고도 섬세한 멜로디와 함께 여성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가사를 선보이며 앨범의 무드를 이끌어나간다. 이렇듯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이 모여있던 OST는 700만장이라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Exhale (Shoop Shoop)""Let It Flow""Not Gon’ Cry" 등이 싱글로 각각 100만장 넘게 팔리는 성취를 기록했다. 90년대 영화 OST 전성시대를 상징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 Geda



글│bluc, 심은보(GDB), Geda, 류희성, Melo

이미지│a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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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5.16 08:36
    꼭 다 들어보겠습니다!!
  • 5.16 10:01
    Bodyguard Soundtrack 이미지가 잘못됐네용ㅋㅋㅋ
  • Melo글쓴이
    5.16 12:24
    @offair
    죄송합니다. 이미지 배치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습니다. 곧바로 수정하였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 드립니다.
  • 5.16 21:38
    벅스 사용자로서 개꿀 컨텐츠 잘 보고 갑니다
  • 6.6 19:54
    Seal의 2집은 Seal II에요 사소한차이지만 ㅋㅋㅋ 몰랐던 좋은 음악들 많이 알아갑니다! 추천해주신 앨범은 꼭 들어보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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