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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Durag Dynasty - 360 Waves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3.04.12 03:18추천수 3댓글 2

duragdynasty.jpg

Durag Dynasty - 360 Waves
 
1. The Next One (Intro)
2. Durag Dynasty Theme   
3. Tender Greens  
4. Fish Meat (Feat. Prodigy)   
5. 360 Waves   
6. Trailer Mix (Feat. Phil The Agony)
7. Spiral Event (Feat. Evidence)
8. Yasir Arafat Prelude
9. Yasir Arafat
10. Tetrahydrons on Mars (Feat. Chace Infinite)
11. Goon Call (Feat. Iman Thug) 
12. Bigger U Are The Harder You Fall  (Feat. Big Twinz & Alchemist)
13. Shooters 
14. Luxury Whip
15. Funyons


맥락을 알면 재미가 두 배가 되는 앨범이 있다. 물론 앨범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상이 가능한 장치여야 가치를 인정받겠지만 앨범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채 그 작품을 택하는 일도 실제로 극히 드문 일일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맥락이라는 것은 무어냐. 바로 '향수' 되시겠다. 캘리포니아 언더그라운드 특유의 바이브가 적어도 어떤 느낌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면 일단 이 앨범을 추천한다. 그리고 당신이 두랙(Durag)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붐뱁(Boombap)의 묘미를 잘 알고 있다면 이 앨범은 만점짜리는 아닐지라도 좋은 앨범으로 다가갈 것이다.
 
일단 이 앨범을 발표한 그룹은 두랙 다이너스티(Durag Dynasty)이다. 캘리포니아 언더그라운드에서 잔뼈가 굵은 플래닛 아시아(Planet Asia)를 필두로 킬러 벤(Killer Ben), 트라이스테이트(TriState)가 팀을 만들었다. 물론 플래닛 아시아를 제외한 두 명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따로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찾아서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많이 나오지도 않으니 괜찮을 것이다.) 인디펜던트 혹은 언더그라운드라고 부르는 영역 안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이들이 나름대로의 슈퍼그룹을 만들었고, 이 프로젝트의 총 지휘자로는 바로 알케미스트(Alchemist)가 있었다. 그는 이 앨범의 전곡을 만들었는데, 역시 명불허전의 실력을 보여주며 앨범의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현재 씬에서 가장 꾸준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DJ이자 프로듀서이며 메인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를 자유롭게 오가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인 알케미스트는 자신이 어떠한 그림을 그리는 데 능한지, 그리고 하나의 캔버스를 두고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컨셉을 짤 줄 아는 아티스트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과거의 것들을 잘 재현하는 감각과 함께 그 안에 최근 그가 보여줬던 흐름들의 연장선을 녹여냈다. 그래서 앨범은 의외로(?) 다채로운 면모도 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맛은 거의 없지만 아무것도 안 바르고 그냥 먹어도 맛있는 빵을 먹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탄수화물이 그렇듯 씹을수록 맛이 난다는 점도 흡사하다.
 
반면에 랩퍼들은 근래 듣기 힘든 BPM 안에 담아내는 특유의 타이트한 라이밍과 함께 그 이름만큼 과거의 바이브를 100% 유지하는 느낌이다. 추억의 코드나 향수에 의존하는 면모도 보인다. 말 그대로 가벼움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타임머신이다. 우선 그들의 그룹 이름도 이러한 지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명확하지만, 앨범 타이틀 역시 [360 Waves](헤어스타일 이름)이다. 요새 누가 이런 헤어스타일을 하는가? 이미 유행이 한 차례 꺾였지만 그만큼 향수를 지니고 있으며, 조이 배대스(Joey Bada$$)도 종종 언급하는 만큼 지금은 어떤 올드 스쿨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어쨌든 거리의 철학이 돋보이는 현학적인 가사들이나 폭력적인 면모가 모두 담겨 있는 가사들, 그리고 여유를 챙기면서도 오밀조밀하게 짜놓은 라이밍은 그만큼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즐겁게 들었다. 천편일률적으로 하이햇 롤과 신스가 등장하는 가운데 가끔씩 이러한 음악들이 ‘신보’로 나온다는 건 어쩌면 정말 감사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앨범이 가진 단점 중 하나는 바로 변주가 없다는 것, 그리고 단조로움과 뚝심의 경계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킬링 트랙이나 어떤 이펙트가 강한 지점 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과거의 향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 앨범을 충분히 따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친 귀를 달래줄 앨범임에는 틀림없지만, 편안함이 지루함이 되어 듣다가 졸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앨범을 만드신 분들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그 이름부터 앨범 제목, 가사와 음악까지 모두 방향과 컨셉이 확실하다. 처음에는 병맛 커버와 이름들, 그리고 뮤직비디오까지 보면서 이걸 들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플래닛 아시아와 알케미스트라는 두 이름을 믿고 구입했는데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 신보들을 늘 체크하고 그러다 보면 정말 귀가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이런 음악들은 관심과 시야를 넓혀 준다는 점에서, 신보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알케미스트에게 감사를.


♪ Durag Dynasty - 360 Waves



글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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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4.12 11:13
    플래닛 에이시아도 작업량 후덜덜 하내요... 얼마전에도 앨범 하나 냈는데;...
  • 4.13 11:32
    한 번 들어봐야겠네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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