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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Pinodyne [PINOcchio] 음감회

title: [회원구입불가]Bluc2013.04.03 00:42추천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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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EtchForte | A Matter Of Time


예상보다 준비는 조금 늦어졌다. 이런 저런 사정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음감회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요즘 핫하다는 에치포르테(EtchForte)는 오자마자 인터뷰를 촬영하였고, 나는 자연스럽게 진행을 도왔다. 관객들에게 나눠줄 가사가 조금 늦어져서 자연스럽게 오프닝은 피노다인(Pinodyne)의 결성 계기와 앨범을 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특히 이번 앨범이 계획된 날짜로부터 밀렸다는 점과 두 아티스트가 지닌 방향, 준비 기간에 대한 애환을 들을 수 있었다. 늘 그래왔지만 이번 앨범 역시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잘 짜인 사운드와 함께 피노다인 음악이 가지는 특유의 이야기들이 좀 더 진하게 녹아있다는 점을 미리 말해주셨다. 이윽고 도착한 가사들이 관객들에게 주어지고, 본격적인 음감회는 시작되었다.

 

첫 트랙을 시작하며 나오는 책을 넘기는 소리는 지난 앨범 마지막 트랙에 쓰인 책갈피라는 표현을 인용하여 첫 가사 첫 줄이 지난 앨범과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이 곡의 가사에서 패닉(Panic)의 노래가 인용되었는데, 패닉이라는 팀의 음악가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허클베리피라는 사람과 잘 맞기도 하였고, 이러한 내용을 랩으로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전했다. 첫 앨범 첫 트랙의 가사가 인용된 것도 알 수 있었고(어딘지는 나중에 들어보면 알 것이다) 전작의 출사표보다는 차분하게 시작하고자 했다고 한다.

 

두 번째 트랙으로는 피노다인이 마음 속으로 정한 타이틀 곡걸리버 여행기 Pt. 1”이었다.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고 멘붕의 큰 기제였지만 공연장에서 많이 들려줄 노래이며 곧 뮤직비디오도 나온다고 한다. 사회에 있어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독특한 가상의 세계를 펼치는 소설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나라들에 대입하여 이야기를 풀어 나갔으며 이어지는 세 번째 노래와 네 번째 노래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어진다. 세 번째 트랙은 공개곡캥거루이며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다양한 표현과 비유를 사용하여 펀치라인을 짜는 것이 그 말을 풀어내는 엠씨에게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우회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엠씨 제리케이(Jerry.k)가 피쳐링으로는 적격이라고 생각했다고. “허클베리핀의 모험의 경우에는 허클베리피(HuckleberryP)라는 aka를 짓게 된 계기가 다 녹아있는 곡이며, 다른 사람에게 갈 뻔한 곡을 마음으로는 힘겹게, 실제로는 싱겁게 가져온 곡이라고. 마크 트웨인의 소설톰 소여의 모험에 등장하는 허클베리 핀과 같이 획일화된 방식에서 벗어난 삶은 누구에게는 손가락질의 대상이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점, “지금 행복해야 나중이 행복하다라는 설명은 곡을 들었을 때만큼 크게 와 닿았다.

 

이후 세 트랙은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다룬다. 투피엠으로 하려다가 제목을 바꿨다는 오후 두 시는 혼자 사는 남자라면 폭풍으로 공감할 이야기들을 다뤘고, 드레이크(Drake) “The Motto”에서 알파벳 하나만 바꿨다는 “The Lotto”는 실제로 매주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내 주위에도 있다. 우리 아빠라고). 특히나 이 곡은 디제이 짱가(DJ Jjanga)의 스크래치, 허클베리피의 내면 연기 스킷과 같은 장치들이 더욱 곡을 재미있고 탄탄하게 만들었는데, 음악적 재미만큼 극적인 재미도 크다. 한 분께서 질문을 쏟아냈던손만 잡고 잘게는 샛별님이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만큼 또 리얼리티도 살린, 신의 한 수가 된 섹시한 트랙이었다. 음감회 중간에 피타입(P-Type) 과 제이팩토리(JayFactory), 팔로알토(Paloalto), 이보(Evo) 등 여러 분들이 도착하였다.

 

그 이후 세 트랙은 쉽게 말해 바닥을 치는, 어두운 트랙들이었다. “쓰다에서는 허클베리피 님이 설명을 아끼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에서는 곡에 참여한 두 목소리의 주인공 모두 둘째가 아니라는 반전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과 같은 경우에는 보컬 벤(Ven)의 참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피쳐링을 생각할 때 단순히여기에 어울리겠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이 사람이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하는 기획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둘째가 아님에도 이 곡에 굉장히 많이 공감하고 끄덕였던 만큼 둘째가 아니더라도 어떤 공감할 수 있는 감정적 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설명이 있었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상황 자체에 공감한다면 곡이 표현해낸 감정에 충분히 이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엠씨지만 타 장르처럼 자신의 상상을 이야기하는 것,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랩으로 더 훨씬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러한 시도들을 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제목이 반전을 지닌 “RE;허풍쟁이는 그간 잘 풀어내지 않았던 불면증, 열등감과 같은 감정들을 털어낸 트랙이었다. 쉽게 내어보이지 않았던 만큼 안에서 썩어 병이 되었고, 트랙으로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그리고 공개된 곡 중 하나이자 허클베리피님 스스로도 위로를 받았던 곡 “pAin”과 가장 감동적인 곡고마워서로 음감회는 끝이 났다. 마지막 두 트랙은 설명보다는 각각의 곡이, “pAin”의 경우에는 뮤직비디오가 더 잘 표현하고 있지 않나 싶어서 줄였다.

 

음감회에서 가장 감동받았던 부분은 관객들의 이입이었다. 이번 앨범은 그 어떤 앨범보다 감정선이 진하고 전체적인 흐름 자체를 신경 썼던 만큼 감정의 굴곡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러한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가는 관객들의 모습이 눈에 보였고, 함께 공감하며 신나게 웃다가 급 숙연해지는 분위기에 내 앨범이 아닌데도 굉장히 흐뭇했다. 관객들이 많이 집중했던 만큼 앨범이 가진 힘은 큰 것이리라 생각된다. 가사를 나눠줬던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워낙 피노다인의 이번 앨범 자체가 가진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음감회의 내용도 풍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팬들답게 질서가 아주 좋았고 질문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아마 충분히 많은 설명과 집중에서 오는 소모 때문에 그런 듯싶었다. 그렇게 보이는 면모로 티는 나지 않았지만 굉장히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집으로 가는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나오는 사람들 같았다. 그래서 이 앨범은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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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4.6 17:57
    이번 앨범도 좋았습니다! 잘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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