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P Rocky - [At.Long.Last.A$AP]
01. Holy Ghost (Feat. Joe Fox)
02. Canal St. (Feat. Bones)
03. Fine Whine (Feat. Future, Joe Fox & M.I.A.)
04. L$D
05. Excuse Me
06. JD
07. Lord Pretty Flacko Jodye 2 (LPFJ2)
08. Electric Body (Feat. ScHoolboy Q)
09. Jukebox Joints (Feat. Joe Fox & Kanye West)
10. Max B (Feat. Joe Fox)
11. Pharsyde (Feat. Joe Fox)
12. Wavybone (Feat. Juicy J & UGK)
13. West Side Highway (Feat. James Fauntleroy)
14. Better Things
15. M'$ (Feat. Lil Wayne)
16. Dreams (Interlude)
17. Everyday (Feat. Rod Stewart, Miguel & Mark Ronson)
18. Back Home (Feat. Mos Def & Acyde)
에이셉 라키(A$AP Rocky)의 2집 앨범 [At.Long.Last.A$AP]을 처음 접했던 청자들의 반응을 기억한다.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믹스테입 [Live.Love.A$AP]과 데뷔 앨범 [Long.Live.A$AP]에 비해 이번 앨범은 다소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내려앉은 사운드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수긍할만한 반응이다.
확실히, 전작들은 트랙들에 다채로운 소리를 이식한 덕분에 수록곡들에는 각자의 개성이 있었다. 그런 사운드를 구축하기 위해 에이셉 라키는 각자의 스타일이 뚜렷한 뮤지션들을 기용해 앨범 수록곡에 희석했다. 그럼에도 앨범의 흐름이 난잡하게 흐트러지지 않은 건 그가 자신의 고유의 사운드를 모든 트랙의 중심에 세워 곡의 흐름을 잘 통제했기 때문이다. 비록 스크릴렉스(Skrillex)의 프로덕션이 지나치게 이질적이었던 "Wild For The Night"을 포함해 객원 뮤지션들의 존재감이 컸던 몇몇 트랙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Long.Live.A$AP]에서 에이셉 라키는 객원 뮤지션들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앨범의 고삐를 잘 붙들어 맨 편이었다.
이번 앨범은 그 고삐를 한층 더 단단하게 쥔 모양새다. 말하자면 전작보다 수록곡들이 어느 한 구심점에 견고하게 응집한 듯한 느낌이다. 물론 그 중심은 에이셉 라키, 자신이다. 이는 트렌드나 객원 뮤지션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음악을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게 성장한 그의 입지 덕분이다. 비록,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에이셉 얌스(A$AP Yams)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자칫 위기에 빠질 뻔 했지만, 쥬시 제이(Juicy J),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는 에이셉 라키가 추구한 방향으로 그를 도와 앨범의 균형을 잘 잡아주었다.
몽환적인 비트 위에 느긋한 톤으로 랩을 얹어 클라우드 랩(Cloud Rap)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의 음악 스타일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다만, 클라우드 랩과 함께 그의 음악 스타일을 규정짓는 핵심적인 요소였던 찹드 앤 스크류드(Chopped & Screwed: 목소리의 템포를 낮추는 리믹스 기법)는 이번 앨범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면, 주로 훅을 채우는 데 사용했던 찹드 앤 스크류드는, 조 폭스(Joe Fox)라는 신예 보컬리스트의 합류로 더이상 큰 의미를 지니지 않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 폭스는 에이셉 라키가 런던 길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발탁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던 뮤지션이다. 한낱 버스커에 불과했던 그가 한순간에 에이셉 라키의 정규작의 3할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인데, 에이셉 라키의 판단을 정확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소울풀함 떨림을 지닌 마성의 목소리로 조 폭스는 앨범 전반부와 중반부의 사운드를 책임지며 전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이끈다.
마찬가지로 M.I.A., 칸예 웨스트(Kanye West), 퓨처(Future), 릴 웨인(Lil Wayne) 같이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뮤지션들도 이번 앨범에선 보조자의 위치에 머문다. 주도권을 쥔 에이셉 라키가 모든 트랙을 진두지휘하는 앨범은 큰 굴곡 없이 고르게 진행된다. 그 진행이 전체적으로 내려앉은 사운드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청자들이 '심심한 사운드'라고 반응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분명 단번에 청자의 귀를 휘어잡는 트랙은 찾기 힘들지만, 각각의 트랙들이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트랙들이 일관된 분위기를 공유하기에 앨범의 흐름도 하나의 유기체처럼 매끄럽다.
♬ A$AP Rocky - L$D
그런 흐름 속에서 모든 트랙이 각자의 매력을 머금고 있다는 건 이번 앨범이 가진 강력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60년대 히피들이 애용했던 환각제 LSD에서 이름을 딴 "L$D"에선 그가 사랑하는 세 가지(Love, Sex, Dreams)를 두고 마치 이성을 향한 연가처럼 노래한다. 곡에 흐르는 앰비언트 사운드는 그의 혼이 나간 듯한 보컬과 맞물리며 청자들로 하여금 실제로 환각 상태에 빠진 듯한 착각마저 들게끔 한다. 꾸준히 합작해온 스쿨보이 큐(ScHoolboy Q)와 재회한 "Electric Body"에선 뚝뚝 끊기는 비트 사이에 라임을 빼곡히 채운 랩으로 청자들에게서 쾌감을 자아낸다. 여러 보컬 샘플을 견고하게 짜맞춘 "Jukebox Joints"에선 칸예 웨스트가 자신의 스타일을 강조하기보단 내려앉은 사운드를 구축함으로써 에이셉 라키의 방향성에 발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한마디로 이번 앨범에선 에이셉 라키의 활용 능력이 확연하게 성장했음을 알 수 있는데, 특히 미겔(Miguel),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 마크 론슨(Mark Ronson) 같이 음악적 색깔이 분명한 뮤지션들을 한데 모아놓은 "Everyday"에서도 그는 자신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트랙은 쥬시 제이와 UGK가 참여한 "Wavybone"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에이셉 라키에게 UGK란 그룹이 가지는 의미다. 주지하다시피 UGK는 그가 어린 시절에 가장 존경했던 우상이었고, 그가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그룹이다. 그런 그들과 합작하는 것은 그의 꿈이었을 터. 하지만 에이셉 라키가 데뷔하기도 전에 핌프 씨(Pimp C)는 세상을 떠나버렸고, 그의 꿈은 영영 이뤄질 수 없게 된다. 일종의 요행이라고 해야 할까. 핌프 씨가 생전에 녹음을 많이 남겨뒀던 덕에 에이셉 라키는 자신의 어릴 적 영웅과의 합작이 가능하게 됐다. 단순히 우상과의 합작이란 상징성에서 물러나 랩과 프로덕션의 측면에서 보아도 빈틈없이 탄탄한 트랙이다.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청자들에게 어떤 만족감을 줄 것인지를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이는[At.Long.Last.A$AP]은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다. 그 흔적은 앨범이란 큰 그림으로 볼 때는 다소 흐릿하지만, 개별적인 트랙에선 또렷하게 드러난다. 줄곧 팬들로부터 이번 앨범의 문제점으로 지목돼온,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할만한 킬링 트랙의 부재는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지만,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서 [At.Long.Last.A$AP]은 분명한 웰메이드 앨범이다. 전작을 답습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가진 색깔을 한층 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까지 보여준 놀라운 앨범이기도 하다.
글 | greenplaty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앨범...한 마디로 명반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차 드러나는 라키 랩스킬이 정말 죽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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