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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가 선정한 2000년대 해외 힙합 앨범 100선 Part Ⅱ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5.18 05:48추천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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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Bugs)와 힙합엘이(HiphopLE)가 선정하는 해외 앨범 시리즈. 이번 편에서는 2000년대의 해외 힙합 앨범 100장을 꼽아봤다. 힙합 음악은 2000년대 들어 중요한 변화를 맞았다. 동부와 서부로 대표되던 기존의 로컬 힙합 씬이 서서히 힘을 잃었다. 그 틈을 타 다른 지역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남부 힙합 아티스트들은 특유의 억양과 TR-808의 활용, 중독적인 훅의 사용을 토대로 지역만의 힙합 음악을 선보였다. 이윽고, 그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메인스트림 차트를 장악하면서 명실공히 남부 힙합의 시대가 열린다. 그중에는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중서부 지역의 아티스트들도 있었다. 아울러 수많은 원히트 원더 뮤지션들이 등장, 클럽에 최적화된 음악으로 인기를 얻었다. 한편, 영국에서는 로컬의 전자음악과 미국의 힙합 음악이 섞인 그라임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주목받는다. 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2000년대의 다양한 힙합 음악을 아래 리스트를 통해 즐겨보길 바란다.


* 본 글은 벅스 뮤직 포커스 란에 <힙합엘이 선정, 2000년대 해외 힙합 명반 100선 #2>(링크)라는 제목의 글로 게재되었습니다. 벅스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앨범은 부득이하게 선정하지 못하였으며, 순서는 발매 연월일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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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 The Hard Way (2004.08.17)


213의 공식은 간단하다. 스눕 독(Snoop Dogg)과 워렌지(Warren G)가 한 벌스쯤을 하고, 네잇 독(Nate Dogg)은 랩과 보컬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특유의 스타일을 통해 주로 훅과 브릿지를 소화한다. 이들의 유일한 합작 앨범 [The Hard Way]는 그 구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한다. 내용도 갱스터임을 과시하고, 여성 편력을 드러내고, 대마초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등 크게 다를 바 없다. 이 앨범이 매력적인 건 그 모든 걸 이미 알고도 당할 정도로 셋의 공식 자체가 중독적이다 못해 완벽하기 때문이다. 기존 팬이라면 지훵크를 비롯한 웨스트코스트 힙합이 한두 스푼 들어간 팝적인 사운드에 갸우뚱할 수도 있다. 다만, 각각 하이텍(Hi-Tek)과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제공한, 앨범의 문을 여는 “Twist Yo’ Body”와 롱비치의 여름을 순수하게 찬양하는 “Another Summer”만 들어도 알 수 있듯, 그조차도 세 멤버의 조합이 구심점이 되어 각 트랙이 한데 잘 어우러지게끔 한다. 첫 앨범을 내기까지 오래 걸렸고, 정통 웨스트코스트가 아니면 어떠랴. [The Hard Way]는 분명 세 아티스트의 커리어상 최고의 명작으로 남진 못할지언정, 그들에게도, 듣는 이들에게도 가장 편하고 즐겁게 여겨지는 앨범일 것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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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 - The Rest is History (2004.10.19)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국판 <쇼미더머니>, <Rap of China>에 힙합맨(Hip-Hop Man)이라는 이름으로 복면을 쓰고 등장해 금의환향의 느낌으로 화제가 되었던 주인공은 진(진 어영/Jin Au Yeung, 이하 진)이었다. 그는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메인스트림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활동한 사람이다. 최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었고 또 기대를 모았다. 그는 당시 BET 방송국에서 했던 <Freestyle Friday>라는 프리스타일 배틀 프로그램에서 7회 우승을 하였고, 2002년 유일하게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러프 라이더스(Ruff Ryders)와 계약한 뒤 발표한 첫 앨범 [The Rest is History]는 당시 초호화 참여진으로 가득했다. 레이블 식구들은 물론 트위스타(Twista), 칸예 웨스트, 와이클리프 진(Wyclef Jean), 라이프 제닝스(Lyfe Jennings),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 등 최고의 음악가들이 진을 서포트했다. 지금은 제이콜(J. Cole)의 조력자인 프로듀서 엘리트(Elite) 역시 이 앨범에서 만날 수 있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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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VA – 新人クレバ (2004.11.03)


아마 이 리스트에 포함된 유일한 일본 음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정책에 따라 4차 문호개방 당시 가장 먼저 한국에 수입된 앨범은 제이팝 앨범도, 비주얼 계열의 록 앨범도 아닌 힙합 앨범이었다. 바로 킥 더 캔 크루(Kick The Can Crew)의 앨범 [Good Music]이다. 킥 더 캔 크루는 아무런 미국 활동 없이 2003년 소스 힙합 어워드(Source Hiphop Awards)에 후보로 오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크루 멤버 중 가장 독보적이었던 크레바(KREVA)는 크루 활동 중지를 선언한 후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 앨범은 솔로로서 데뷔하는 앨범이었다. 이후 크레바는 꾸준히 솔로 앨범을 내며 일본 내에서도 힙합 시장은 물론, 대중음악 전체에서 높은 인지도와 지지를 받는 큰 존재가 되었다. 2017년에는 긴 공백을 깨고 킥 더 캔 크루가 다시 뭉쳤는데, 긴 공백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중의 지지를 얻으며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아마 크레바의 꾸준함과 많은 인기가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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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 Rule – R.U.L.E. (2004.11.09)


2000년대 초, 팝 랩 시장을 넬리(Nelly)와 함께 양분하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자 룰(Ja Rule)이다.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와 함께 탁월한 멜로디 메이킹을 자랑하는 아티스트다. 그만큼 노래에 가까운 랩을 선보이며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에 투팍(2Pac)을 이용하다 애프터매스(Aftermath) 사단의 심기를 건드려 디스전을 겪으면서,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R.U.L.E.]은 일련의 시련을 겪고 다시 심기일전해 발표한 앨범이다. 초반부에는 “Wonderful”과 “New York”과 같이 뉴욕 힙합의 왕좌를 차지했던 이전 영광을 되찾으려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중, 후반부에서는 “The Manual”, “Life Goes On”과 같이 서정적인 이야기가 이어지고, 때로는 “Gun Talk”, “Bout My Business”에서처럼 반격을 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대중들은 물론, 코어 힙합 팬들의 요구까지 적절히 반영한 사운드가 빛을 발하며, 그의 탄탄한 라이밍과 함께 탁월한 멜로디 메이킹까지 같이 즐길 수 있는 앨범이다. 자 룰의 마지막 불꽃이 담긴 앨범.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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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 Doom – Mm..Food (2004.11.16)


엠에프 둠(MF Doom)은 영국인이다. 런던에서 태어나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그리고 프로듀서인 동시에 라이브 앨범까지 발표한 래퍼다. 워낙 프로듀서로서 이름이 알려져서인지 그저 프로듀서인줄만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기에 그를 대신하여 구차하게 이야기를 해봤다. 심지어 엠에프 둠은 독특하고 유쾌한 가사도 쓴다. 묵직한 커리어와 가면 때문에 그를 진지한 음악가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은 가장 보통의, 평범한 이야기도 나눌 줄 아는 음악가다. 개인적으로 [Mm..Food]는 엠에프 둠의 커리어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다. “One Beer”나 “Vomitspit” 같은 곡을 듣고 있으면 괜히 그와 친구가 된 기분까지 든다. 지금까지 빅 다다(Big Dada), 라임세이어스(Rhymesayers), 스톤 스로우(Stone Throw) 등 멋진 인디펜던트 레이블만 다닌,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부터 비샵 네루(Bishop Nehru)까지 멋진 이들과 팀을 이룬 엠에프 둠은 친근하지만 어딘가 멋진 음악가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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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op Dogg – R&G (2004.11.16)


‘형이 왜 거기에서 나와?’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는 아티스트 스눕 독을 설명하기에 딱 좋은 유행어다. 그는 지훵크를 비롯해 팝과 레게, 케이팝 등 어느 영역에서 등장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아티스트가 되어 버렸다. 이는 그가 꾸준한 활동을 통해 주류 음악의 흐름에 영민하게 대처한 탓이다. 그리고 그 영민함의 시작점에는 넵튠스(The Neptunes)의 레이블 스타 트랙(Star Trak)을 통해 발표한 [R&G]가 있다. 빌보드 첫 1위를 달성한 “Drop It Like It’s Hot”를 비롯해 팝 사운드가 빛을 발하는 “Signs”, “Let’s Get Blown”이 넵튠스의 작품이다. 당대 최고의 주가를 자랑한 릴 존(Lil Jon)과 50 센트(50 Cent)와 넬리가 각각 참여한 “Step Yo Game Up”, “Oh No”, “Girl Like U” 역시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지훵크의 원형을 만든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와 오랜 동료 수파플라이(Soopafly)를 앨범에 참여시켜 오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영민한 면모도 보인다. 굴레와도 같던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지금의 스눕 독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앨범이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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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 Be (2005.05.24)


와신상담의 마음이었을까. 커먼(Common)은 90년대 초부터 의식적인 래퍼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 일종의 실험을 시도했던 [Electric Circus]로 실패를 맛본다. 이후 내놓은 여섯 번째 앨범 [Be]는 어떠한 수식 없이 명료한 타이틀만큼이나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방향과 작품을 구성하는 내용물 모두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기틀이 되는 건 2000년대 중반, 하이 피치 샘플링, 이른바 칩멍크 작법으로 제1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칸예 웨스트와의 합작이다. 커먼은 앞선 두 장의 앨범을 함께한 소울쿼리언스(Soulquarians)의 일원 제이 딜라(J Dilla)가 아닌 그와 함께함으로써 무리하게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서도 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한 소울풀한 사운드를 주조한다. 조금은 현학적이라 느껴졌던 가사는 유해지며 더욱 폭넓은 설득력을 만든다. 이와 더불어 미시적인 현상과 거시적인 시선을 적절히 버무리며 건전한 주제 의식을 내포한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일깨우고, 계몽하려 하진 않는다. 그저 자신을 포함한 아프로-아메리칸들이 쉽지 않은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말할 뿐이다. 커먼은 [Be]를 통해 처음으로 차트 1위를 기록했고, 이후 지금까지도 이 앨범에서 내보인 태도 그대로 우직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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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n Price – Moneky Barz (2005.05.31)


션 프라이스(Sean Price)는 90년대 뉴욕을 대표하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크루 부트 캠프 클릭(Boot Camp Clik)과 레이블 덕 다운(Duck Down)의 일원이었다. 크루에는 블랙 문(Black Moon)을 비롯해 스미프 앤 웨썬(Smiff-N-Wessun)과 같이 쟁쟁한 이들이 속해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이후엔 인기가 주춤했다. 이 와중에 션 프라이스는 솔로 앨범 [Monkey Barz]를 선보였고, 레이블에 다시 한번 이목을 집중시키게 된다. 앨범은 크루의 일원들이 함께 모인 데 의의가 있다. 벅샷(Buckshot)이 함께 한 “Bye Bye”, 션 프라이스의 팀인 헬타 스켈타(Heltah Skeltha)이 참여한 “Jail Shit”가 대표적이다. 전반적으로 고전 소울 음악의 소스들을 활용한 사운드 운용이 눈에 띄며, 션 프라이스의 묵직한 랩과 대비되어 독특한 감흥을 안겨 준다. 저스터스 리그(Justus League)라는 크루로 활동하던 크리시스(Khrysis)가 프로듀싱한 “Onion Head”와 나인스 원더(9th Wonder)의 트랙인 “Heartburn”이 대표적이다. 션 프라이스의 스킬풀한 랩과 당대 유행하던 샘플 운용을 감상할 수 있는 앨범.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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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Shadow – Endtroducing… (2005.06.07)


DJ 쉐도우(DJ Shadow)의 [Endtroducing…]은 영국 모왁스 레코드(Mo’Wax Records)에서 1996년도에 발매되었지만, 2005년도에 디럭스 에디션이 미국에서 발매되었으므로, 2000년도 힙합에서 다룬다. DJ 쉐도우는 익스페리멘탈 인스트루멘탈 힙합이라는 장르의 선구자이자, 이에 대표 격인 인물이다. 그런 그의 음반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 이 음반이다.  [Endtroducing…]에서 DJ 쉐도우는 훵크, 힙합, 앰비언트, 재즈, 소울을 가리지 않고 샘플링했다. 그렇게 완성한 [Endtroducing…]은 그리 많지 않은 샘플을 썼음에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기존의 샘플링 작법이 음악에서 샘플을 따고, 리프를 만드는 정도에 그쳤다면, DJ 쉐도우는 이 음반 안에서 드럼과 샘플, 두 가지만으로 영화 음악과 같은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Endtroducing…]은 샘플링으로 분위기를 만드는 법과 샘플을 사용하는 방식 그 자체에 있어서 힙합이나 팝이 아닌, 다른 장르를 개척하며 역사적으로 아주 큰 의미를 지니는 음반이다. – GDB(심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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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ng Yang Twins - U.S.A. (United State of Atlanta) (2005.06.28)


크렁크는 릴 존과 그가 키운 팀 이스트 사이드 보이즈(The East Side Boyz)가 이끈 장르였다. 그에 버금가는 사운드를 구가했던 게 바로 잉 양 트윈스(Ying Yang Twinz)다. 이들은 남부에서나 좀 날리던 듀오였는데, 릴 존의 “Get Low”에 참여한 것이 대형 히트를 기록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서는 팝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I Got That) Boom Boom”에 참여하며 팝 시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발표한 정규 앨범 [U.S.A. (United State of Atlanta)]가 대박이 난 건 당연했다. 두 멤버는 정말 취한 듯이 랩을 했다. “Put That Thang Down” 같은 전형적인 크렁크 곡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크렁크 비트를 차용한 남부 힙합 앨범에 가깝다. 정말 취해서 주체하지 못하는 듯이 랩을 한다. 크렁크 랩의 상징인 소리 지르기는커녕, 속삭이는 랩을 하는 “Wait (The Whisper Song)”을 수록하기도 했다. 급기야 “Long Time”이라든지, “23 Hr. Lock Down”, “Bedroom Boom” 같은 곡에서는 말랑말랑한 알앤비 트랙에 랩을 올리기도 했다. 남부 힙합을 재료로 만든 여러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멋진 앨범.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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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Jeezy – Let’s Get It: Thug Motivation 101 (2005.07.26)


영 지지(Young Jeezy)에게 후진이란 없다. 그는 마치 돌직구를 빡빡 꽂아대는 파이어볼러처럼 언제나 드럭 딜링을 하는(혹은 했던) 갱스터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우고, 특유의 거친 목소리로 묵직한 랩을 한다. 그 스타일이 커리어 내내 한결같아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스스로 한계선을 긋는 감이 있지만, 이를 통해 남부 래퍼로서 메인스트림 씬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래서 데프 잼(Def Jam)의 러브콜을 받아 좀 더 정식으로 솔로 커리어를 연 첫 앨범 [Let’s Get It: Thug Motivation 101]은 영 지지의 단점보단 장점이, 지루함보단 신선함이 빛나는 앨범이다. 같은 애틀랜타 출신의 지역 프로듀서 쇼리 레드(Shawty Redd)를 중심으로 비장하기까지 한 프로덕션은 대체로 서던 리듬에 바탕을 둔 정석적인 남부 힙합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 위에서 영 지지는 한순간도 섣불리 비틀지 않고 빠득빠득 눌러가며 뱉는 랩으로 거리의 소리를 들려준다. 라인이 끝날 때마다 거의 매번 등장하는 그만의 애드립은 감칠맛을 내는 재료로 쓰인다. 디테일을 말하자면 에이콘(Akon)이 프로듀싱하고, 허슬러의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영혼의 생존자라 비유하는 최고 히트곡 “Soul Survivor”를 필두로 언급할 트랙은 많다. 다만, 이 앨범은 한 곡 한 곡이 아닌 작품 전체로 힘이 더 세고 단단한 서던 명반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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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Late Registration (2005.08.30)


[The College Dropout]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칸예 웨스트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어서 발표한 [Late Registration]은 음악적으로 더욱 과감해졌으며, 다소 단순했던 데뷔 때의 랩보다 발전했다. 일례로 “Diamonds from Sierra Leone”에선 칸예 웨스트의 샘플을 다루는 세련된 기술과 크게 발전한 랩 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곡이다. 이 곡은 아프리카에서 가볍게 소모되는 목숨에 관해 이야기한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컨셔스 랩(의식적인 내용을 담은 랩)이 크게 발전한 형태다. 자신의 돈을 마구 써버리는 여성을 해학적으로 이야기하는 “Gold Digger”, 그의 곁을 떠난 어머니를 위한 “Hey Mama”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뤘다. 그중 “Gold Digger”는 칸예 웨스트만의 유쾌하고 풍자적인 해석으로 모든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우아한 편곡이 돋보이는 “We Major”, “Celebration”과 같은 수록곡들은 조금은 둔탁했던 전작과 가장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데뷔 앨범도 훌륭했지만, [Late Registration]은 칸예 웨스트가 거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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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6 Mafia – Most Known Unknown (2005.09.27)


쓰리 식스 마피아(Three 6 Mafia)의 멤버는 다양하다. DJ 폴(DJ Paul)과 쥬시 제이(Juicy J) 둘을 중심으로 1995년에 데뷔하고, 로드 인페이머스(Lord Infamous), 쿱스타 니카(Koopsta Knicca), 크런치 블랙(Crunchy Black), 갱스타 부(Gangsta Boo)가 그룹을 거쳤다. 긴 커리어를 가졌고, “Sippin on some syrup” 같은 히트 싱글을 가졌지만, 나름의 분노가 있었나 보다. [Most Known Unknown]이란 모순적인 음반 제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작부터 ‘쓰리 식스 마피아는 알려졌지만, 동시에 알려지지 않았다. 거리는 우리를 인정했음에도 음악 산업은 그렇지 않다’라는 해설 이후, 그룹의 히트 싱글들을 주욱 나열한다. 이후 나오는 곡이 그룹의 첫 메이저 히트 싱글 “Stay Fly”라는 점은 재밌는 부분. 서던 힙합에 기반을 두고 음악을 해온 이들인 만큼, 음반은 이후에도 약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트랩으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 특유의 호러 힙합 기믹이 가해지면서, 온갖 자극적인 요소를 담아낸다. 이 음반의 성공 이후 이들은 최초로 오스카 어워드(Oscar Awards)에서 공연한 흑인 음악가가 되었으니, 더는 ‘언노운’이라 부르긴 어려울 듯하다. - GDB(심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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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millionaire - The Sound of Revenge (2005.11.22)


카밀리어네어(Chamillionaire)는 카멜레온과 밀리에네어(백만장자)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당시는 50 센트가 힙합 씬을 휩쓸며 갱스터 랩이 급부상하고 있던 시기였다. [The Sound Of Revenge]로 데뷔한 카밀리네어는 유사한 컨셉으로 등장한 래퍼였다. 간단하지만 중독적인 훅을 만들었다. 랩 스타일은 그의 동향(휴스턴) 선배 랩 듀오 UGK가 그랬듯, 마지막 음절을 길게 늘어뜨렸다. 매체들은 ‘50 센트와 지유닛(G-Unit)에 대한 휴스턴의 대답’이라 평가했다. 실제로, 카밀리어네어는 50 센트를 연상시키는 비트 인스트루멘털과 훅을 사용한 싱글 “Turn It Up”으로 히트를 기록했다. 이어서 발표한 “Ridin’“으로 팝 차트 넘버원을 기록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전국구 슈퍼스타가 부재했던 휴스턴 씬에서 등장한 슈퍼스타였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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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lz Santana - What the Game’s Been Missing! (2005.11.22)


주엘즈 산타나(Juelz Santana)는 캠론(Cam’ron)의 곡에 참여하면서 특급 래퍼들로 구성된 그룹 디플로매츠(The Diplomats)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음절을 뚝뚝 끊는 독특한 랩 스타일을 구사했다. 더불어 잘 생긴 외모, 스웩과 여유가 가득한 톤을 갖춰 많은 기대를 모았다. 데뷔 앨범 [From Me To U]를 발표하며 힙합 씬에 존재를 드러냈고, 2005년에 알앤비 가수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의 대형 히트곡 “Run It”에 피처링하며 대중적인 입지를 확보했다. 그 이후 발표한 [What The Game’s Been Missing!]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인 상태에서 나온 작품이었다.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다. 160개의 곡을 녹음했고, 그중에서 스물두 곡을 추려 앨범에 수록했다. 휘파람과 드럼으로 만든 단순한 비트에 특유의 끊는 랩을 더한 “There It Go (The Whisle Song)”으로 팝 차트 6위에 오르고, 랩 차트 3위에 오르는 히트를 기록했다. 주엘즈 산타나는 [What The Game’s Been Missing!]으로 전반적으로 트렌드에 뒤쳐져 있던 뉴욕 힙합 씬에 매력적인 신예의 등장을 알렸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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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Dilla – Donuts (2006.02.07)


제이 딜라는 역대 힙합에서 가장 뛰어난 프로듀서로 꼽힌다. 이러한 평가는 아마 후대에도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그 이유는 여럿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Donuts]이라는 음반 덕분이다. 제이 딜라는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LP를 고르고, 샘플을 자르며 31개의 인스트루멘탈을 만들었다. 얼핏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 곡이 2분 남짓하기에 실제 러닝 타임은 다른 음반들과 엇비슷하다. 동시에 음반 자체가 랩을 위한 게 아닌, 제이 딜라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샘플링을 통해 담아냈기에 호흡이 굉장히 빠르기도 하다. 그냥 듣기에도 매우 좋고, 제이 딜라라는 거장 프로듀서가 투병하며 깨달은 점을 샘플에 투영했듯이, 내용도 충실한 데다 작법적으로도 기존 힙합의 샘플링과 달리 다양한 시도를 담아냈기에 유작이자 최고의 음반임과 동시에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음반으로 남을 수 있었다. 이 음반 발매 3일 후 제이 딜라는 사망했지만, 그로부터 약 5년 후 ‘LA 비트 씬’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등, 제이 딜라와 [Donuts]이 남긴 유산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 GDB(심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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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40 – My Ghetto Report Card (2006.03.14)


이포리(E-40)는 베이 에이리어 씬을 대표하는 베태랑 래퍼다. 그는 아홉 번째 정규작 [My Ghetto Report Card]에서 당대의 메인스트림 사운드를 차지했던 크렁크를 적극적으로 가져온다. 이는 릴 존(Lil Jon)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트랙들인 “Tell Me When To Go”, “White Gurl”, “I’m Da Man”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앨범의 대표곡이자 당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던 티페인(T-Pain)이 참여한 “U And Dat”은 클럽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물론, 근간이 된 베이 에이리어 씬 또한 잊지 않는다. 그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릭 락(Rick Rock)과 보스코(Bosko)가 각각 참여한 “Yay Area”, “They Might Be Tapin”와 “Just Fuckin’“, “Happy To Be Here”에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이포리는 새로운 사운드를 거부하지 않고 독특한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낸다. 그러면서도 현대의 사운드에 맞춰 베이 에이리어 씬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그 결과, 이포리는 앨범을 통해 빌보드 앨범 차트 3위를 기록하는 등 큰 상업적 성과를 거두었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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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face Killah – Fishscale (2006.03.28)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는 기성 래퍼들이 타성에 젖어갈 때 좋은 솔로 커리어를 꾸준히 쌓아왔다. 우탱 클랜(Wu-Tang Clan) 활동을 통해 구축한 큰 형님 이미지를 이용해 신진들을 자신의 앨범에 끌어들여 다양한 시도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퀄리티는 늘 못 해도 보통은 되는 편인 덕에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다섯 번째 앨범 [Fishscale]에서도 그는 여전히 하이톤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랩을 선보이며, 동시에 우탱 클랜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음악 팬들을 고루 만족시키려 한다. 프로듀서 진에는 각각 “9 Milli Bros”, “Jellyfish”의 엠에프 둠을 비롯해 “Whip You With A Strap”의 제이 딜라, “The Champ”의 저스트 블레이즈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우탱 클랜의 향취는 물론, 당대의 힙합 사운드에 기반한 프로덕션을 앨범에 구축해 놓고 있다. 특히, 피트 락(Pete Rock)이 프로듀싱에 참여한 “Be Easy”는 앨범의 킬링 트랙이기도 하다. 더불어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Back Like That”에서 대중성을 확보하기까지 하며, 보너스 트랙인 “Three Bricks” 에선 동부 힙합의 팬까지 끌어안는다. 고스트페이스 킬라가 선보이는 다양한 음악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앨범.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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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 - King (2006.03.28)


자신을 ‘남부의 왕’이라 칭하는 래퍼가 있었다. 티아이(T.I.)였다. 2집 앨범 [Trap Muzik]과 [Urban Legend]로 남부에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는 있었으나, 지역을 대표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자신감과 거만함 때문에 폭행을 당할 정도였다. 이어서 그가 발표한 [King]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자칭 ‘왕’을 앨범 제목에까지 내놓은 작품이었는데, 내용물이 충분히 납득할 만 했다. 스위지 비츠(Swizz Beatz), 저스트 블레이즈, 매니 프래쉬(Mannie Fresh), 넵튠즈 등의 스타 프로듀서들이 만들어놓은 탄탄한 비트는 꽤나 괜찮았던 전작들마저도 초라하게 만들 정도였다. 발음을 심하게 꼬는 남부 발음과 억양을 강하게 주면서 부드럽게 흘리는 플로우는 독보적이었다. 리드 싱글 “What You Know”가 팝 차트 3위, 흑인음악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앨범도 팝, 알앤비, 랩 차트에서 넘버원 3관왕을 이루는 등 티아이에게 큰 영예를 안겨줬다. 음악적 완성도에 상업적/대중적 성적까지 더해지며 앨범은 ‘남부의 왕’의 탄생을 당당히 알렸다. 여담이지만, [King]은 티아이가 배우로 데뷔한 작품 <ATL>의 사운드트랙 앨범으로도 활용됐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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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g Joc – New Joc City (2006.06.06)


2000년대 중반, 힙합은 동부와 서부를 벗어나 남부로 중심축을 옮긴다. 애틀랜타 삼대장 티아이, 루다크리스(Ludacris), 영 지지는 그 인기의 주역들이었다. 트렌디한 감각으로 배드 보이 엔터테인먼트(Bad Boy Entertainment)를 이끌던 퍼프 대디(Puff Daddy)도 이에 뒤처지지 않았다. 스핀오프 레이블로 배드 보이 사우스(Bad Boy South)를 설립하고, 지역 레이블인 블록 엔터테인먼트(Block Entertainment)와 파트너십을 맺는다. 영 족(Yung Joc)은 두 레이블이 결탁한 이후, 음악 시장에서 처음으로 큰 성공을 거둔 프론트 맨다. 물론, 데프잼(Def Jam)으로 떠난 영 지지의 후속 주자처럼 보이긴 하나, 어쨌든 그의 첫 앨범 [New Joc City]는 서던 힙합을 중심으로 팝적인 가치도 지닌 작품이다. 영 족은 앨범 내내 적당히 흘리고 늘인 발음과 일정한 플로우, 그리고 캐치한 훅을 구사한다.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인 남부 래퍼의 모습을 안정적으로 선보인다 할 수 있으며, 여기에 듣기 쉽고 재미있는 톤 앤 매너를 더해 “It’s Goin Down”과 “I Know You See It”을 히트시켰다. 원히트 원더이고, 크게 신선하지 않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그 무난한 수준이 서던이라는 흐름을 짚을 때 외려 유의미하고, 흥미로울지도 모르겠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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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ta Rhymes - The Big Bang (2006.06.13)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는 항상 신 스틸러, 약방의 감초, 최고의 조연이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제이지(Jay-Z)와 함께 고등학교 때부터 프리스타일을 주고받았던 그는 플립모드(Flipmode)라는 자신의 크루도 있었으며, 당연히 그에게도 히트곡이 있고 그보다 중요한 긴 커리어가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신 스틸러의 이미지가 굳은 이유는 그가 빛났던 순간 중에서 피처링으로 등장할 때가 더욱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음악적인 색채, 혹은 긴 호흡에서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정규 앨범을 봐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이 [The Big Bang]이다. 드레드에서 빡빡이로 돌아온 그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큐팁(Q-Tip), 윌아이엠(Will.i.am), 닥터 드레(Dr. Dre) 등 엄청난 참여진을 몰고 나타났으며, 그만큼 작품은 좋을 수밖에 없다. 후에 “Touch It”이라는 곡은 많은 래퍼들이 참여한 리믹스 버전으로도 굉장히 유명해졌으며, 에미넴(Eminem)까지 참여한 버전을 BET 어워드(BET Awards)에서 라이브로 선보인 적 있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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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 Chemist - The Audience’s Listening (2006.07.11)


컷 케미스트(Cut Chemist)는 DJ와 프로듀서를 겸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도 음악적 기량과 턴테이블리스트로서의 기술적 면모를 모두 인정받은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주라식 5(Jurassic 5)라는 위대한 그룹의 명곡 “Jayou”, “Quality Control”과 같은 곡을 쓰는가 하면, 각종 파티와 무대에서는 현란하게 긁기도 했다. 그런 그의 두 가지 성격을 모두 담은 작품이 바로 [The Audience’s Listening]이다. 2년을 준비하고 1년을 샘플 클리어에 시간을 쓴 이 앨범은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턴테이블리즘의 정수를 담아낸다. 다양한 장르와 언어를 채집하여 자신의 것으로 재조립하고 엮어내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함부로 논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맥락과 갈래를 엮어내는 데 성공한다. 일종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마 디제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복잡하고 화려한 디제잉 기술에 감탄할 것이며, 힙합 음악의 팬이라면 여러 샘플이 한 곡 안에서 어떻게 등장하는지를 들으며 감탄할 것이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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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ts - Game Theory (2006.08.29)


90년대에 데뷔한 루츠(The Roots)는 단 한 번도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적이 없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밴드다. 그럼에도 이들의 작품은 늘 찬사로 가득했다. [Game Theory]는 그러한 커리어에서도 정점을 찍은 몇 개의 앨범 중 하나다. ‘게임이론’이란 제목의 이 앨범의 커버 아트워크에는 교수형을 상징하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루츠의 드러머 퀘스트러브(Questlove)는 이 앨범이 어둡고 암울한 현실을 담아냈다고 했다. 당시 미국은 중동 지역 문제에 개입해 분쟁을 가속화하고 있었다. 래퍼들의 폭력적인 언어 사용은 점점 더 심해졌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에는 이런 세태에 대한 불안과 비판이 담겼고, 자연스럽게 침울한 분위기가 앨범을 지배하게 됐다. 루츠의 앨범 중 가장 어두운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앨범을 발표한 2006년은 힙합 프로듀서 제이 딜라가 사망한 해이기도 한데, 이들은 첫 곡과 마지막 곡을 제이 딜라의 곡을 써서 추모했다. 내려앉은 분위기와 루츠 특유의 언더그라운드적 사운드가 만나 탁월한 질감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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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ek – Hi-Teknology 2 (2006.10.17)


프로듀서 하이텍은 탈립 콸리(Talib Kweli)와의 콜라보 앨범을 통해 씬의 주목을 받았고, 이를 통해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1집은 메인스트림 사운드와 언더그라운드 시절의 스타일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어 팬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2집 [Hi-Teknology 2]에서는 이런 시행착오가 다소 줄어들었다. 그는 앨범 안에 자신이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이유였던 알앤비/소울 음악의 샘플링을 통한 질감을 재현함은 물론, 풍부하고 따뜻한 사운드를 구축해 놓는다. 돌아온 그의 재능을 환영하듯 최고의 래퍼들이 앨범에 참여하였다. “Where It Started At (NY)”에서는 제이다키스(Jadakiss), 패푸스(Papoose), 탈립 콸리, 랙원(Raekwon)과 같은 뉴욕의 명망 있는 래퍼들이 뭉쳤다. “Music For Life”에선 커먼과 제이 딜라, 버스타 라임즈까지 합세하고 있다. 앨범의 킬링 트랙 중 하나인 “Keep It Moving”에서는 큐팁과 커럽트(Kurupt)의 랩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다. 화려한 참여진의 랩과 동시에 하이텍의 물오른 프로듀싱 감각을 즐길 수 있는 앨범.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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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me – Doctor’s Advocate (2006.11.14)


비트, 랩, 가사. 더 게임(The Game)의 소포모어 앨범 [Doctor’s Advocate]는 딱 이 세 가지가 훌륭하다. 얼빠질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모두 단단하고,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 코스트 신성의 등장을 알린 확실한 데뷔작 [The Documentary]보다는 덜 다채롭고, 덜 상업적이다. 하나, 프로덕션은 윌아이엠부터 하이텍까지, 다양한 프로듀서를 기용함에도 서부 힙합 특유의 텐션 넘치는 문법 위주로 완성도와 통일성을 품는다. 그 위에 올라간 가사는 한때 동료 50 센트와의 비프로 애프터매스(Aftermath)에서 내쳐진 자신의 상황을 중심으로 일관된 서사를 보인다. 더 게임은 이를 괜한 허튼짓(?) 하나 없이 동부식의 복잡다단한 라이밍 방식이 배인 랩 스타일로 꽉 차게 소화한다. 그리고 그는 이 앨범을 통해 단 한 가지 명제가 진실임을 확언한다. 바로 웨스트 코스트의 진정한 계승자는 자신뿐이라는 것. 비로소 더 게임은 아버지처럼 여겼던 닥터 드레없이도 스스로 일어서게 된다. ‘닥터 드레의 대변인’이라는 앨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와신상담하여 결자해지한 2000년대 서부 힙합의 최고 명작.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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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pse – Hell Hath No Fury (2006.11.28)


클립스(Clipse)를 이야기할 땐 [Lord Willin’]을 먼저 꺼내야 하겠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선 정식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없다. 그렇다고 [Hell Hath No Fury]가 뒤처진다는 뜻은 아니다. 2000년대를 풍미한 프로듀서 그룹, 넵튠스의 가장 실험적인 비트가 [Hell Hath No Fury]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맬리스(Malice)와 푸샤 티(Pusha T) 형제로 구성된 클립스의 가장 큰 주제는 갱스터 힙합이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은 갱스터 랩이 주는 비장함이나 무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악기는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리듬을 잔뜩 부각한 넵튠스의 비트 탓이다. 간결한 비트의 공간을 채우는 건 클립스의 몫이다. 비슷한 하이톤에, 플로우도 비슷한 둘이지만, 절대 똑같진 않다. 탁음이 좀 더 강한 푸샤 티가 무게를 잡아두면, 맬리스가 이어받아 환기하는 식에 가깝다. 앞서 ‘넵튠스의 가장 실험적인 비트가 담겼다’라고 말했듯, 음반을 들어보면 기존 힙합과는 전혀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맬리스는 현재 종교인의 삶을 살고, 푸샤 티는 굿 뮤직(G.O.O.D Music)의 사장 겸 음악가로 활동 중이다. - GDB(심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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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igy – Return of the Mac (2007.03.27)


2017년, 세상을 떠난 프로디지(Prodigy)는 자신의 첫 솔로 앨범 [H.N.I.C]를 통해 래퍼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싱글 “Keep It Thoro”는 여러모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곡의 프로듀서는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였다. 프로디지와 알케미스트는 결국 함께 앨범을 발표하는데, 그것이 바로 [Return of the Mac]이다. 앨범은 인디펜던트로 발매되었음에도 좋은 반응을 꾸준히 얻었으며, 프로디지는 결코 과거 동부 힙합의 영광에 기생하지도, 맙 딥(Mobb Deep)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지도 않음을 증명해냈다. 래퍼로서의 프로디지는 누구보다 몰입감 있게 이야기를 구성할 줄 알았고, 좋은 기술로 듣는 이에게 청각적 쾌감을 선사했다. 알케미스트는 그런 프로디지와 좋은 궁합을 선보였다. 그만큼 프로디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이 아쉬울 뿐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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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 Red Gone Wild: Thee Album (2007.03.27)


레드맨(Redman)은 [Malpractice]로 호평을 받은 이후 6년 만에 새 앨범 [Red Gone Wild: Thee Album]을 발표한다. 앞서 선보였던 커리어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은 여전히 있지만, 훨씬 더 세련된 프로덕션을 들고 오며 자신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보통 오래 음악을 한 베테랑이 트렌디한 프로덕션을 입으면 맞지 않는 옷이라는 인상을 주며 퀄리티가 아쉬워지는데, 레드맨은 자기 정체성이 워낙 강해서인지 그러한 인상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훨씬 더 재미있는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시간이 지나 성공한 2017년에도 좋은 차, 좋은 주택이 아닌 후드의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다는 레드맨답다. 특유의 유머 감각은 물론 세련되고 정돈된 느낌까지 있으니, 한국어 가사 때문에 KBS <스펀지>에도 나왔던 레드맨을 그간 들어보기 망설였다면 입문작으로 가장 추천하는 앨범이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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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e Thugs N Harmony – Strength & Loyalty (2007.05.08)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는 있다’라는 이야기는 본 썩스 엔 하모니(Bone Thugs-N-Harmony)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그들에게 카밀리어네어의 “Ridin”에 리더 크레이지 본(Krayzie Bone)이 참여하면서 기회가 찾아온다. 크레이지 본은 주특기인 멜로디컬한 플로우를 서던 힙합곡에서 선보였다. 이것이 비트와 기가 막히게 조합을 이루면서 빌보드 1위를 기록하게 되었고, 덕분에 그룹은 재조명받게 된다. 이를 통해 스위즈 비츠의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본 작을 발표하게 된다. 앨범에는 오랜 파트너인 DJ 유닉(DJ Uneek) 대신 스위즈 비츠, 에이콘,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 윌아이엠 등 당대의 메인스트림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그 결과, 2000년대 더티 사우스 음악과 팀의 음악색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 앨범이 탄생하게 된다. 팝 트랙 “I Tried”,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참여 한 “Lil Love” 등이 인기를 얻어,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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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roahe Monch - Desire (2007.06.26)


패로 몬치(Pharoahe Monch)는 모스 뎊(Mos Def), 탈립 콸리 등과 함께 로커스(Rawkus)라는 레이블 소속이었다. 90년대에는 오거나이즈드 컨퓨전(Organized Konfusion)의 멤버였고, 1999년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솔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듯했다. 그러나 두 번째 솔로 앨범인 [Desire]가 나오기까지는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이 앨범은 사실상 그의 첫 앨범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앞선 앨범과는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는가 하면, 자신의 음악적 방향이나 사고관이 기존과는 확실하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엄청나게 복잡하고 뚜렷한 라임 배치, 그것을 듣는 이에게 전달하는 기술이 이전에 그가 가진 무기였다면, [Desire]에는 유머와 가사의 의미, 좋은 프로덕션까지 더해졌다. 패로 몬치의 존재감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에미넴의 동료 미스터 포터(Mr. Porter)부터 퍼프 대디의 프로덕션 팀 멤버들, 에리카 바두(Erykah Badu)에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까지, 은근히 호화 라인업을 자랑하기도 한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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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ies – The Real Testament (2007.08.07)


2000년대 힙합/알앤비 씬에서 티페인과 에이콘의 피처링은 곧 흥행 보증 수표였다. 많은 아티스트가 독보적인 보이스 톤으로 중독적인 훅을 줄 수 있는 그들을 찾았다. 플라이즈(Plies)는 신인임에도 무려 한 앨범에서 그 둘과 동시에 함께한 래퍼다. 티페인이 참여한 “Shawty”, 에이콘이 참여한 “Hypnotized”은 모두 네스티한 가사에 비교해 부드럽고 팝적인 멜로디로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그에게 성공을 안겨다 줬다. 누가 봐도 플라이즈보다는 피처링 게스트들이 활약해 히트한 거로 보였다. 하지만 앨범 전체로 보면 살펴볼 만한 구석이 꽤 있다. 우선, 플라이즈는 남부, 플로리다 출신답게 앞서 언급한 곡들을 비롯해 전곡에 걸쳐 한참 맛이 간 듯한 쉰 목소리로 거친 랩을 선보인다. 가끔은 박자도 살짝 엉클어지고, 랩보다 더블링에 더 집중하게 될 때도 있지만, 그 점이 외려 남부 랩 특유의 지저분한 맛을 온전히 낸다. 또, 단순히 돈, 여자, 거리의 삶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흑인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경찰들을 비판하거나(“100 Years”, “I Know U Workin’“) 자신을 걱정하는 어머니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Runnin’ My Momma Crazy”). 인트로에서 보장하는 진실성까지, 흔히 알려진 남부 랩스타가 하는 ‘더리 사우스’가 아니라 더 흥미가 가는 앨범.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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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K - Underground Kingz (2007.08.07)


텍사스 출신의 랩 듀오 UGK는 1996년 앨범 [Ridin’ Dirty] 이후 상당한 공백기를 가졌다. 제이지의 2000년 히트곡 “Big Pimpin’“에 참여하여 잊혔던 자신들의 이름을 알렸다. 2001년에는 앨범을 발표했으나, 멤버 핌프 씨(Pimp C)의 총기 사용으로 수감되는 바람에 활동이 어려워졌다. 2007년에 핌프 씨가 석방되며 앨범 작업에 착수했고, 결국 [Underground Kingz]을 발표했다. 오랫동안 앨범 작업을 하지 못했던 데에 한을 풀듯 두 장에 걸쳐 모든 걸 담아냈다. 비음 섞인 남부 억양과 통통 튀는 그루비한 랩 스타일이 잘 표현된 앨범으로 평가된다. 앨범에 수록된 싱글 “Int’l Players Anthem (I Choose You)”은 UGK의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팝 차트에 진입한 최고의 히트곡이 됐다. 앨범이 호평을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으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본 앨범 발매로부터 네달 뒤인 2007년 12월 4일, 핌프 씨가 호텔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이후 2009년, 멤버 번 비(Bun B)는 핌프 씨의 녹음물을 모아 발표한 [UGK 4 Life]로 UGK의 마지막을 알렸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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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A. – Kala (2007.08.08)


기존 음악의 관점에서 ‘실험적이다’라고 느껴지는 음악은 대부분 인터넷을 기반에 두고 탄생했다. M.I.A. 또한 그렇다. 공교롭게도 그의 첫 음반 [Arular]는 정식 발매되기 전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이들은 음반을 다운로드했고, 일반 대중들에게 퍼지기도 전에 M.I.A.의 사운드와 비트, 그가 사용한 단어 등을 이야기했다. 두 번째 음반 [Kala]는 그보다 더욱 괴악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M.I.A.는 노래도, 랩도 아닌 듯한 보컬을 선보이고, 비트에 사용한 신시사이저는 듣기 좋은 화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리듬은 흥겨운 댄스 음악의 결을 따라간다. 이 리듬을 위하여 아프리카의 악기부터 소카 음악, 영국 기반의 그라임 사운드 등 다양한 댄스 음악이 사용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면 첫 음반 제목 ‘Arular’는 아버지, 두 번째 음반 제목 ‘Kala’는 어머니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 음반을 두고 자신의 어머니와 그의 고생과 노력을 담겨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GDB(심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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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Graduation (2007.09.11)


제이지가 칸예 웨스트에게 ‘너는 거리 출신이 아니니 래퍼가 될 수 없어’라고 말했을 때, 그가 랩을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음악 시장은 지금과 분명 달랐을 것이다. 그만큼 칸예 웨스트가 2000년대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는 ‘곰돌이 시리즈’라 일컫는 [The College Dropout]과 [Late Registration]에서 ‘칩멍크 사운드(보컬 샘플의 피치를 올려 사용하는 시카고 기반의 프로듀싱 작법)’의 유행을 이끌고,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물론, 칸예 웨스트의 랩이 별로라는 비판이 있긴 했다). ‘곰돌이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제목마저도 ‘졸업’인 [Graduation]은 랩을 향한 비판도 걷어내고, 상업적 성과도 얻어낸 음반이다. 우선, 전작보다 훨씬 팝하고, 듣기 편하다. 전자음악을 더하며 기존 힙합 음악가들과 결이 달라졌기에 다른 래퍼들과의 비교도 피할 수 있었다. 음악을 많이 소비하는 곳 중 하나인 클럽의 경향 또한 힙합에서 전자음악으로 넘어가던 때였기에, 전자음악의 가미는 칸예 웨스트를 다시 한번 미국 메인스트림에서 가장 빠른 프로듀서로 자리 잡게 했다. 이를 기점으로 칸예 웨스트의 프로듀싱이 많이 달라졌기에, 정말 ‘졸업’이라 부를 만한 음반이다. - GDB(심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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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ja Boy - Souljaboytellem.com (2007.10.02)


2007년, 빌보드 팝 차트 1위에 이름도 생소한 10대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바로 솔자 보이(Soulja Boy). 당시 1위를 차지했던 노래 “Crank That (Soulja Boy)”은 10대 솔자 보이가 직접 만든 곡이었다. 그의 랩이 올라갔고, 인터넷엔 그가 만든 안무가 담긴 비디오도 게재됐다. 이 곡이 좋은 반응을 얻자 인터스코프 레코드(Interscope Records)가 그에게 계약을 제시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데뷔해 정식 싱글을 발표할 수 있었다. ‘솔자 보이 댄스’는 그야말로 전 세계를 강타했다. 랩을 하면서 춤을 춘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허술한 프로덕션과 랩으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Crank That (Soulja Boy)"가 수록된 앨범 [Souljaboytellem.com] 전반에 그런 스타일의 곡이 실려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냈고, 많은 래퍼가 가볍고 허술하게 들리는 그의 랩 스타일을 차용해 인기를 구가했다. ‘좋은 랩’으로 여겨졌던 타이트한 랩이 다가 아니었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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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e Fiasco – Lupe Fiasco’s The Cool (2007.12.18)


단언컨대,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는 메인스트림에서 성공한 래퍼 중 가장 극단적인 사회의식을 가진 아티스트다. 동시에 팝 랩 영역에 해당하는 대중적인 히트 트랙도 다수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두 특징 사이에서 중간점을 어디로 잡았는가는 그의 디스코그라피를 논할 때 중요한 기준이다. 그 점에서 두 번째 앨범 [Lupe Fiasco’s The Cool]은 타협점을 가장 잘 찾은 앨범이다. 앨범은 아버지와 친구의 죽음, 비즈니스 파트너의 징역살이로 데뷔작보다 훨씬 어둡다. 중반부의 “Intruder Alert”, “Streets On Fire”, “Little Weapon”에서는 질병, 폭력, 가난, 미디어에 둘러싸인 흑인들의 불우한 환경을 논한다. 전체적으로 마이너한 선율이 그득하지만, 특히 후반부의 “Hello / Goodbye (Uncool)”과 “The Die”는 록 어프로치를 활용하여 그의 감정과 사고를 더욱 격앙되게 옮겨놓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랩 스킬을 포함해 음악적인 멋을 갖춘 트랙들(“Go Go Gadget Flow”, “Superstar”, “Paris, Tokyo”)까지 충분히 들려준다. 여기에 “Dumb It Down”, “Fighters” 같이 상업적 노선과 상반되는 자신의 올곧은 태도를 내보이는 트랙들까지, 많은 부분에서 설득력을 갖춘 루페 피아스코 커리어 최고의 명작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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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 Wayne - Tha Carter III (2008.06.10)


남부 힙합 씬의 아이돌 그룹 핫 보이즈(Hot Boys) 해체 이후 릴 웨인(Lil Wayne)은 홀로서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동료였던 비지(B.G.)나 쥬브나일(Juvenile)에 비하면 그의 인기는 볼품없는 수준이었다. 솔로 앨범에 대한 평가도 그냥 그랬다. 그러다 자신의 성 카터(Carter)를 내건 앨범을 내기 시작했고, 2005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Tha Carter II]부터 그는 자신의 외계인 같은 목소리를 매력적으로 다듬어냈고, 그의 양부이자 레이블 사장 버드맨(Birdman)과 발표한 [Like Father, Like Son]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고 나서 내놓은 [Tha Carter III]는 모든 것을 바꾸었다. 보컬 샘플이 반복되는 비트에서 랩을 쏟아내는 “A Milli”, 대세 훅메이커 티페인과 함께한 세련된 남부 힙합 트랙 “Got Money”, 차분한 비트로 남부 힙합에 대한 선입견을 깬 “Lollipop”이 모두 팝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산뜻한 기타 연주와 알앤비 보컬을 배경으로 랩 하는 “Mrs. Officer”에선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또 다른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음반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선 시점에서도 미국에서 300만 장을 팔아 치우며 그해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대형 히트작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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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 - Paper Trail (2008.09.30)


[King]의 성공 이후 티아이의 행보는 탄탄대로였다. 이어서 발표한 앨범 [T.I. vs. T.I.P.]는 [King]에 비해 작품성은 낮게 평가됐지만, 싱글 “Big Shit Poppin’ (Do It)”이 중독적인 훅으로 클럽에서 대형 히트를 기록하며 팝, 알앤비, 랩 앨범 차트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남부의 왕’을 거쳐 슈퍼스타가 된 그의 자신감은 더욱 치솟았다. 세계의 정상에 섰다고 뽐내는 “On Top Of The World”라든지, 티아이와 함께 당대 힙합 씬을 삼등분한 릴 웨인, 칸예 웨스트, 거장이자 슈퍼스타 제이지와 함께 ‘자랑 대잔치’를 벌인 “Swagga Like Us” 등이 담긴 [Paper Trail]은 그가 내달린 절정의 커리어를 실감하게 한다. 티아이는 [Paper Trail]을 통해 싱글을 일곱 개나 내놨다. 그중 네 곡은 팝 차트 5위 안에 들었고, 1위에 오른 “Whatever You Like”의 자리를 그의 또 다른 싱글 “Live Your Life”가 빼앗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King]과 [T.I. vs. T.I.P.]에 이어 세 앨범 연속 팝, 알앤비, 랩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건 당연한 결과였다. 2008년 가장 인상적인 랩 앨범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명작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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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ip – The Renaissance (2008.11.04)


2016년,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가 무려 18여 년 만에 내놓은 복귀작 [We Got It from Her… Thank You 4 Your Service]는 놀라웠다. 유행을 제치고 본래 하던 방식대로 접근했음에도 팀의 원초적 매력으로 대중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9년 만에 나왔던 큐팁의 두 번째 앨범 [The Renaissance]도 그랬다. 레이블과의 갈등으로 오랜 시간 걸렸지만, 그는 이 앨범을 빈티지하면서도 세련되고 청량하게 제작한다. 가사에서 그러듯, 현대 음악 산업의 논리에 굴하지 않고(“Move”),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지 않은 채, 많은 이를 그가 말하는 르네상스로 끌어들였다(“Official”). 여기엔 큐팁 특유의 여전히 중독적인 앵앵거리는 목소리와 여유 있는 리리시즘, 직접 구성한 밴드 세션, 라파엘 싸딕(Raphael Saadiq), 디안젤로(D’Angelo), 제이딜라 같은 추억 어린 전설적인 이들의 참여가 고루 작용한다. 보컬 샘플과 교차하며 랩을 뱉는 “Won’t Trade”, 초반에 자신의 랩만으로 절륜한 리듬감을 자아낸 “Dance on Glass”, 샤라웃을 통해 힙합 역사를 자연스레 훑는 “Life Is Better”까지, 귀가 짜릿한 구간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역시 큐팁은 어느 시대에도 클래식하고 진리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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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808s & Heartbreak (2008.11.14)


늘 좋은 이야기만을 들어온 칸예 웨스트였지만, [808s & Heartbreak]은 아니었다. ‘곰돌이 시리즈’를 거쳐오며 사람들이 칸예 웨스트에게 기대하는 음악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상업적 성과는 여전해도 비평가에게 있어 혹평을 받았다.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음악적 변화가 가장 크다. 음반은 TR-808이란 드럼 머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더군다나 항상 밝은 음악을 지향했던 전작들과 달리 ‘Heartbreak’라는 제목처럼 내내 어두운 기조를 유지한다. 하지만 지금 들어본다면 꽤나 익숙할 것이다. 이유는 [808s & Hearbreak]의 등장 이후, 이에 영향받은 이들이 비슷한 음악을 계속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음반은 TR-808과 신시사이저를 가공하여 슬픈 곡을 쓰거나, 래퍼가 자신의 슬픈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류의 새로운 유형을 선보였다. 후대에 나타난 같은 계열로는 드레이크(Drake),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파티넥스트도어(PARTYNEXTDOOR)를 비롯해 수많은 아티스트가 있다. 발매 당시에는 혹평받았지만, 다음 세대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재미있는 음반. - GDB(심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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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acris - Theater Of The Mind (2008.11.24)


그야말로 망나니 컨셉이었던 [Chicken & Beer]에 이어 발표한 [Release Therapy]에서 루다크리스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진지하고 성숙한 가사를 담았다. [Theater Of The Mind]는 그러한 흐름 속에서 발표한 앨범이다. ‘생각의 극장’이라는 앨범 제목처럼 커버 아트워크에는 여러 명의 루다크리스가 영화관 객석에 앉아 하나의 화면을 바라본다. 모두가 루다크리스지만 태도와 의상, 시선은 제각각이다. 앨범에 담긴 내용도 과거와는 달리 문란한 섹스만을 향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는 “Wish You Would”, 말랑말랑한 트랙 “One More Drink”, 클럽튠을 지향한 “What Them Girls Like”, 나스(Nas), 제이지와 함께 힙합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 “I Do It For Hip Hop”, 올바른 길로 가길 권유하는 “Do the Right Thang” 등이 담긴 앨범이다. 그가 속한 남부 힙합 씬이 음악 시장을 지배한 시기였지만, 정작 루다크리스는 남부 힙합 사운드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폭넓게 펼쳐냈다. 넓어진 스펙트럼과 탄탄한 프로덕션, 수준 높은 게스트 아티스트가 완벽한 합을 이루는 앨범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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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aan – Troubadour (2009.02.24)


케이난(K’Naan)은 소말리아 난민이다. 캐나다로 망명하는 데 성공했고, 랩 음악으로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 그는 소말리아의 음악을 기억하고 있고, 동시에 힙합에 애정을 품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음악에는 힙합, 월드 뮤직, 네오 소울, 레게 등 다양한 장르가 자연스레 섞여 있다. 첫 앨범보다 더욱 풍성한 스펙트럼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앨범 [Troubadour]에는 메탈리카(Metalica)부터 모스 뎊, 애덤 리바인(Adam Levine), 데미안 말리(Damian Marley)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이 한데 모여있다. 월드컵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Wavin’ Flag”을 비롯해 앨범에는 랩과 보컬을 자연스레 넘나드는 케이난의 목소리와 그로부터 전달되는 메시지가 알차게 담겨 있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케이난은 대중적으로 만들어진 리믹스 버전의 가사가 아닌,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원곡의 가사를 부르며 소말리아 깃발을 들기도 했다. 케이난이 음악을 하는 이유가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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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 Wow - New Jack City II (2009.03.31)


어린 나이에 랩스타가 되어 주목받았던 바우 와우(Bow Wow)는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부지런히 활동하며 나름의 히트곡을 남겼다. 오마리온(Omarion)과의 인상적인 콜라보는 물론, “Shortie Like Mine”, “Outta My System” 등 플래티넘 싱글도 보유하고 있었다. [New Jack City II]는 긴 공백기 이전의, 사실상 한 시즌의 마지막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00년대 가장 성공한 남부 프로듀서 중 한 명인 저메인 듀프리와 손잡고 만들었음에도 판매량 면에서는 조금 아쉬웠지만, 바우 와우만 놓고 보면 속된 말로 ‘간지의 절정’을 부렸다고 볼 수 있다. 기량이 최고조에 오른 랩 실력은 물론, 곡의 분위기를 최대치로 이끌고 구성하는 능력은 앨범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나간다. 비록 저메인 듀프리가 대부분 곡을 썼지만, 하나하나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여러 단편을 모아 보는 느낌을 주는데, 여기에는 좋은 샘플링의 힘이 컸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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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 Rida - R.O.O.T.S. (2009.03.31)


“Low”와 “In The Ayer”, “Elevator”라는 엄청난 클럽튠으로 데뷔한 플로 라이다(Flo Rida)는 등장부터 대박이었다. 전 세계 클럽에서 그의 음악이 울러 펴졌고, 모두가 훅을 따라 불렀다. 하지만 이런 곡들이 수록된 앨범 [Mail On Sunday]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히트 클럽튠과 질이 낮은 트랙들이 수록된 앨범 정도로 여겨졌다. 이어 발표한 [R.O.O.T.S.]는 그러한 평가를 탈피하려는 앨범이었다. 물론, 그가 발표한 첫 싱글 “Right Round”는 전작의 어법을 그대로 답습한 굉장한 클럽튠이었다. 다만, 몇몇 싱글들을 모아 구성한 모음집이 아닌, 앨범이란 하나의 작품을 구상하려 했다. 티아이의 “Whatever You Like”와 릴 웨인의 “Lollipop”을 모두 팝 넘버원에 올리며 2008년을 휩쓸었던 프로듀서 짐 존신(Jim Jonsin)을 기용한 “Shone”이라든지, 당대 최고의 알앤비/팝 프로덕션 팀 스타게이트(Stargate)와 알앤비 스타 니요(Ne-Yo) 기용해 말랑말랑한 사운드를 만들어낸 “Be On You”가 대표적이다. 플로 라이다가 주체하지 못하는 클럽 사운드에서 멈추지 않고, 영역을 확장해낸 결과가 바로 [R.O.O.T.S.]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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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k Ross - Deeper Than Rap (2009.04.21)


거물 마약상 컨셉을 내세우지만 과거 교도관이었단 사실이 밝혀지며 곤욕을 치렀던 릭 로스(Rick Ross). 한때 엄청난 거구였던 탓에 국내에도 ‘릭돼지’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그저 조롱의 대상으로 치부하기엔 상당한 실력과 독창적인 랩 스타일을 가진 래퍼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힙합 시장은 미국 남부의 조지아 주, 정확히는 애틀란타라는 도시에 집중됐지만,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남부 힙합 씬의 시장의 중심은 마이애미 주였다. 릭 로스는 마이애미 힙합 씬이 건재함을 증명해 보인 래퍼 중 하나였다. 몇몇 싱글을 히트시켰고, 데뷔 앨범 [Port Of Miami]와 [Trilla]가 연달아 히트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마피아 보스’라는 그의 현재 이미지가 생겨난 건 3집 앨범 [Deeper Than Rap]부터였다. 프로덕션 팀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가 주조한 묵직하면서도 웅장한 프로덕션은 그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청각화한 듯했다. 여기에 살짝 쉰 듯하고 살찐 목소리는 프로덕션과 완벽하게 조화했다. 남부의 스타 래퍼가 거장의 이미지를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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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ack Eyed Peas - The E.N.D (2009.06.03)


남부 힙합이 지배했던 2000년대는 후반기에 들어서자 급격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힙합으로 가득했던 클럽에선 전자음악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음악 씬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알앤비는 전자음악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힙합도 예외는 아니었다. [Elephunk]에 이어 [Monkey Business]로 연달아 히트를 기록한 블랙 아이드 피스(The Black Eyed Peas)는 유행에 예민한 ‘힙’한 그룹이었다. 4년 만에 발표한 [The E.N.D.]는 전자음악을 힙합에 완벽하게 이식한 작품이었다. 윌아이엠의 사이보그 같은 훅이 인상적인 “Imma Be”, 단순하지만, 중독적인 “Boom Boom Pow”, 경쾌한 사운드로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는 “I Gotta Feeling”이 모두 팝 차트 1위에 올랐다. 세 싱글은 1위 기록을 28주 동안 기록했는데, 이는 반년 넘게 블랙 아이드 피스가 차트를 장악했음을 뜻하기도 한다. 앞섰던 두 앨범의 숱한 히트곡으로도 경험한 적 없는 성적이었다. 블랙 아이드 피스는 이 앨범으로 2000년대의 끝자락에서 자신들의 화려한 커리어에 정점을 찍는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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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ughterhouse – Slaughterhouse (2009.08.11)


래퍼들은 랩을 잘하는 걸 두고 ‘죽여놨다’, ‘찢어놨다’라고 말한다. 뭘 죽이고, 찢은 건지 어리둥절할 수도 있지만, 이는 힙합에서 터프하고 화려한 랩 테크닉을 구사하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는 그 점에서 메리트가 컸던 그룹이다. 로이스 다 파이브나인(Royce Da 5’9), 크루킷 아이(Crooked I), 조 버든(Joe Budden), 조엘 오티즈(Joell Ortiz)는 서로 다른 출신, 커리어, 배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팀의 셀프 타이틀 앨범에서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타이트한 랩으로 똘똘 뭉친다. 녹음하는 데 고작 엿새가 걸렸다지만, 그들은 어둡고 둔탁한 동부 힙합 사운드 위에 균일한 퀄리티의 잘 짜인 랩을 얹어 최고의 호흡을 자랑한다. 특정 구간에서 플로우를 똑같이 구사하거나(“Sound Off”), 각자의 벌스에서 첫 구절을 통일하는(“Microphone”, “Cuckoo”) 등의 방식으로 구성적 재미를 보여주고, 하드코어함에서 오는 피로감을 덜어낸 점도 고무적이다. 더불어 배틀랩 일색인 초반과 다르게 후반에서는 현재 힙합에 대한 가치관을 드러내고(“Cut You Loose”), 흑인들이 처한 불우한 환경을 이야기하며(“Pray (It’s A Shame)”), 일종의 진정성도 획득한다. 유행과는 멀었지만, 조합 그 자체만으로 ‘딴딴함’을 자랑하는 수작.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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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 Cudi – Man on the Moon: The End of Day (2009.09.15)


2000년대와 2010년대를 구분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얼터너티브’, 즉 대안이다. 기존의 형태에 벗어난 시도를 대안이라 부른다. 힙합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건 전자음악의 사운드와 노래였다. 과거 금기시되었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고, 샘플링에 기반을 둔 작법은 미디 신호로 옮겨왔다. 키드 커디(Kid Cudi)는 그보다 한 걸음 앞선 음악가였다. [Man on the Moon: The End of Day]는 ‘달 위의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하나의 영화 같은 음반이다. 세 곡씩 끊어 진행하는 이야기는 주인공의 감정을 대변한다. 해가 저물어가는 순간에는 간결하고 밝은 음악이 나오고, 해가 지고 밤의 공격이 이어지는 “Solo Dolo (Nightmare)”에서부턴 긴박한 사운드와 내용으로 진행한다. 음반의 첫 싱글이자,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는 “Day ‘n’ Nite (Nightmare)”에서부터 스트링 세션이 아닌 신시사이저가 곡의 중심에 자리 잡는 것 또한 비슷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키드 커디는 나레이션, 노래, 랩 등 음악 속 보컬의 모든 부분을 대부분 직접 해결한다. 이러한 영화와 같은 구성과 그의 노래와 랩을 넘나드는 보컬은 후에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GDB(심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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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P. – Foundation (2009.09.15)


M.O.P.의 2000년대는 처음과 끝만이 존재한다. 일단 포문을 여는 네 번째 앨범 [Warriorz]는 갱스타 파운데이션(Gang Starr Foundation) 멤버답게 DJ 프리미어(DJ Premier)의 지원 아래 “Ante Up”, “Cold As Ice”가 히트하며 우수한 스코어를 기록한다. 문제는 실속 없는 지유닛(G-Unit) 활동, 레이블 이슈 등으로 다음 앨범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매우 곤란했다는 것. 그러나 릴 페임(Lil’ Fame)과 빌리 댄제(Billy Danze)는 이에 굴하지 않고 대형 레이블을 끼지 않은 채, 자신들의 방식대로 새 앨범 [Foundation]을 만든다. 앨범은 늘 그랬듯 두 래퍼가 블록같이 쌓아 올리는 동부식의 단단한 배틀랩으로 하드코어함과 하이 텐션을 내내 유지한다. 단, 레게/댄스홀 아티스트인 드마르코(Demarco)가 참여한 “Street Life”나 레드맨이 참여한 “Riding Through” 같은 트랙에서 알 수 있듯 마냥 에너지틱한 랩으로만 승부하지 않고 대중적 접점도 만든다. DJ 프리미어의 비중이 줄고, 새로운 붐뱁 프로듀서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을 기용한 점도 시대의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Ante Up” 같은 확실한 킬링 트랙은 없지만, 9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M.O.P.만의 정제된 두꺼움이 또다시 돋보인 앨범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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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e – Attention Deficit (2009.11.07)


많은 힙합 팬이 왈레이(Wale)가 메이저 목적지로 메이바흐 뮤직 그룹(Maybach Music Group)을 선택한 데에 의아했을 것이다. 그는 사실 2000년대 중반부터 워싱턴 D.C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키워왔고, 미디어에 노출되며 현대적 소울/훵크 음악의 대가 마크 론슨(Mark Ronson)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모두 고고 사운드와 힙합을 섞는 등 당시 여전히 힘을 과시했던 서던 랩과는 다른 얼터너티브한 노선을 탄 덕분이었다. 첫 정규작 [Attention Deficit]은 이에 결정적인 점을 찍으며 지난 행보를 대변한다. 마크 론슨의 지휘하에 지금도 왈레이와 꾸준히 함께하는 중인 베스트 켑트 시크릿(Best Kept Secret)와 같은 이가 주조한 프로덕션은 고전적인 톤을 중심으로 꽉 차 있으면서도 다채롭다. 그중 왈레이의 랩까지 포함해 전반적으로 건조한 편이기에 재즈민 설리반(Jazmine Sullivan), 크리솃 미셸(Chrisette Michele), 레이디 가가(Lady Gaga), 마샤 앰브로셔스(Marsha Ambrosius) 같은 여성 보컬과의 콜라보 트랙들이 유독 빛나는 편이다. 자전적인 이야기부터 인종차별을 문제시하고, 한 여성에게 위로를 건네기까지, 왈레이 특유의 달려나가는 랩으로 만들어 나가는 드라마틱한 내용 구성, 연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빈티지 왈레이’를 만나볼 수 있는 웰메이드 앨범. - Melo



글│bluc, 심은보(GDB), Geda, 류희성, Melo

이미지│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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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5.19 07:45
    "역시 큐팁은 언제나 클래식하고 진리다."
    크으...
  • 5.20 18:04
    못들어본앨범들까지 주말동안 즐겁게 잘 들었네요 2010년 이후의 앨범들도 기획해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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