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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VMC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9.30 10:15추천수 5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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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VMC를 떠나서 힙합 자체가 영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많이 한 생각이지만, 힙합은 젊은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가장 멋있을 수 있는 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VMC 다른 멤버들 모두 플레이어로서의 최전선에서 물러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 그때는 겸허하게 자기가 그 시기를 받아들이고, 디렉터로 전환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발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희가 최대한 이 순간에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유효할 때까진 최선을 다하고, 또 그런 부분을 VMC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VMC는 명문구단처럼 계속 유지가 되고, 계속 그 안에 멤버가 교체되는 형태인 거죠. 지금의 멤버들이 나중에는 VMC 안의 ‘OB’로서 그 다음을 챙기는 형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딥플로우(Deepflow)는 힙합엘이와의 리페어 인터뷰에서 VMC가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지막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 역시 할 거 같다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로부터 2년, 그리고 첫 컴필레이션 앨범 [RUN VMC] 발매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VMC는 과거보다 훨씬 커진 규모로 건재하다. 실제로 멤버들이 직접 이제 언더독이 아님을 체감하게 됐다고 할 정도로 현재는 한국힙합 씬을 대표하는 힙합 레이블로 성장했다. 그런 그들이 스스로 재미있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VISTY BOYZ]를 들고 돌아왔다. 모든 이야기를 담지는 못했지만, 지금 가장 뜨거운 감자인 VMC의 멤버 열네 명 전원과 함께 [VISTY BOYZ]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LE: 우선, 간단하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대표로 딥플로우 씨나 로우디가(Row Digga) 씨께서 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딥플로우(이하 딥): 우탄이가 (하는 걸로.) (웃음)

우탄(이하 우): 안녕하세요. 저희는 비스메이저 크루에서 비스메이저 컴퍼니가 된 VMC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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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오늘 인터뷰는, 새 컴필레이션 앨범 [VISTY BOYZ] 발매를 맞아 준비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설하고 바로 앨범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도록 할게요. 일단 전체적으로 [VISTY BOYZ] 앨범 소개를 몇 분께서 해주시면 어떨까요?

딥: [VISTY BOYZ]는 저희가 2013년에 처음으로 (냈던) 컴필레이션 앨범 이후로 4년 만에 나온 앨범이에요. 멤버 수가 굉장히 많은데, 많은 멤버들이 골고루 밸런스 있게 참여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만든 앨범입니다. 또, 멤버들의 다양한 색을 담아냄과 동시에 어떤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앨범이기도 합니다.

브래스코(이하 브): 굉장히 러프하고 시끄럽고, 멋있고 거친 사운드를 담고 있구요. 의도한 건 저희가 어린 시절에 보고 듣고 자라왔던 90년대 힙합, 마초적이고 야성미 넘치는 것들을 담았네요. (웃음)

딥: 컴필레이션 앨범이 굉장히 많지만, 참여 멤버가 몇 명이냐에 따라서 (앨범 내에 담긴 음악의) 밸런스가 굉장히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어쨌든 핸디캡이라면 너무 많은 멤버가 있다는 건데… 그 부분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끔 포인트를 주고 고민한 앨범이에요. ‘이 정도 규모의 멤버들이 골고루 배치된 컴필레이션 앨범은 없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만든 앨범입니다.





LE: 그런 만큼 파트 분배가 중요했을 거 같은데요. 앨범만 들어서는 정확히 파악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보는데요.

딥: 저희가 래퍼가 한 8명 되나? 그중에 현재 활발하게 자기 앨범도 내고, 공연 활동도 하는 멤버도 있고, 아닌 멤버들도 있어요. 예전에는 래퍼였지만, 지금은 DJ를 하는 베이비나인(Babynine)이라는 친구도 있구요. 근데 저는 일단 랩을 한 경력이 있으면 모두 다 같이 랩을 했으면 좋겠다는 전제가 있었어요. (웃음) 우리의 즐거움을 위한다는 게 이번에 컴필레이션 앨범의 목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은 차등 분배를 조금 하긴 했어요. 활발히 하는 친구들이 조금 더 많은 트랙에 배치되어 있어요. 다만, 비트는 조금 예외였던 게 ‘좋은 비트 위주로 고르자’라고 마음먹고 골랐어요. 원래 저희가 메인으로 밀었던 프로듀서가 티케이(TK)인데요. 결과적으로 벤(VEN)의 비트가 많이 들어갔어요. 그 이유는, 단순하게 저희가 6개월 정도 한 비트 컴퍼티션에서 벤의 비트가 가장 많이 셀렉됐기 때문이에요. 결론은, 래퍼들의 파트를 배분할 때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했고, 비트를 고를 때는 그런 목적이나 기준 없이 멤버들이 가장 선호하는 비트 위주로 갔던 거 같아요.





LE: 누가 어떤 트랙에 참여할지는 어떻게 정했나요? 아무래도 트랙 수가 꽤 되고, 멤버도 많다 보니 가령 컨셉이나 비트를 공지하고, 참여할 멤버를 공모하는 식으로 하진 않았을까 상상되기도 하더라구요.

넉살(이하 넉): 특정 곡을 좋아하고, 하고 싶어 했던 멤버가 참여한 건 아니구요. 비트에 맞게끔 딥플로우 형이랑 저랑 프로듀서들이 모여서 그냥 배분해줬습니다. (전원 웃음) 약간 공산주의 배식 스타일이죠. ‘넌 이 만큼 먹고 떨어져’라고 해야 하나. 왜냐하면, 래퍼들이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혼선을 줄이고, 또 저희가 가진 텐션이 떨어지기 전에 빠르게 진행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울리는 래퍼들에게 곡을 배분하고, 그에 맞게끔 편곡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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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알기에는 어떤 분은 참여하고 싶었는데 참여하지 못한 트랙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앨범 작업 진행 방식이라든가, 그 방식을 통해 나온 아웃풋 등 여러 부분에서 불만 아닌 불만이 있었을 거 같기도 한데요.

딥: 그런 경우도 있긴 하죠. 왜냐하면, 어떤 친구는 믹스하면서 그 곡이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거든요. 중간중간에 아예 체인지된 경우도 있구요. 저희가 ‘나 저 곡 하고 싶어’라고 하며 생길 혼선을 불식하려고 딱 그 곡에 참여하는 친구들에게만 해당 곡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그렇다고 딱히 어떤 논란이 불거질 만한 부분이 있었던 건 아니구요.

벤: 앨범을 작업하는 과정에서의 불만은 멤버가 많다 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런 과정에서 진행이 안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나오는 불만은 없었어요. 대신, 나중에 곡을 받고 믹스를 하는 과정에서 ‘아, 저 트랙에 들어가고 싶다’는 느낌은 들었어요. 그래서 작업이 끝나고 사람들한테 말했어요. 참여하고 싶었는데 참여하지 못한 멤버가 저인 거 같아요. (전원 웃음) 그게 “우미관”이라는 트랙이었어요. (웃음)

던밀스(이하 던): 불만은 없었고, 저는 오히려 믹스가 되는 과정에서 좀 더 만족했어요. 멤버들이 녹음했을 때랑은 다르게 곡이 완성되니까 오히려 랩을 되게 잘했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순서 배열 같은 부분에서도 만족했죠. 아까 얘기 나온 대로 재미있는 이벤트 같은 느낌이어서 잘 즐겼어요.

브: 멤버들 간에 신뢰라고 해야 하나? 그게 저희 멤버들, 식구들 사이에 성벽처럼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저 같은 경우는 신뢰도가 굉장히 두텁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아웃풋에 대해 믿어주고 그런 거죠. 이번에 믹싱 과정에서도 저는 너무 좋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믹싱할 때 ‘남들이 뭐라 하든 우리끼리는 너무 좋다’라는 생각도 있어요. 평가적인 부분은 전혀 신경도 안 쓰이구요.

딥: 근데 짜증을… (웃음)

브: 짜증을 많이 냈는데! (웃음) 원래 내던 거에 비하면 정말 안 냈던 편이었어요. 제가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VMC 컴필레이션 앨범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사실 무책임한 면도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가 가족이다 보니까 이 친구가 약간 잘못을 했을 경우에도 예쁘게 보이기도 하는 거 같아요. 아무튼, 그런 불만이 이번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드러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앞으로 저희가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는 생각해요. 그 정도로 서로를 신뢰하고 있으니까요.





LE: 신뢰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얼마 전에 흥미로웠던 게, VMC의 행정 전반을 맡고 계신 임희정 씨를 샤라웃하는 파티가 있었잖아요. 제 기억에 한국힙합 씬에서 그 정도 규모로 한국힙같이 일하는 직원분에 대한 샤라웃을 콘텐츠로 만든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혹시 뭐, 간단히 소개라도… (전원 웃음)

넉: 나가 있어~ 왜 앉아 있어~

임희정(이하 임): 수고하셨습니다~ (전원 웃음)

딥: 아, 이리 와~ 안돼~ 희정이는,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하기 전에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어요. 같은 크루 멤버거나 주인 의식이 없으면 못 하는 행동이 있잖아요? 직원이더라도 굉장히 사소한 부분에서 그런 게 드러난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 시키지도 않았는데 청소를 해둔다거나 그런 거죠. 그런 사소한 것들로 이 사람이 여기에 애정이 있느냐 없느냐가 보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희정이가 보여준 애정이 있었고, 그에 대한 저희의 피드백으로 (파티를) 하게 된 거죠. 사실은 코드가 굉장히 안 맞아요. (전원 웃음) 싫어하는 거 같기도 하고. (웃음) 애증의 관계인데… 일을 너무 잘하고 슈퍼우먼이에요. 저희한테 너무 필요한 존재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샤라웃하게 되는 거 같아요.





LE: 가사에 나온다는 걸 당연히 앨범 나오기 전에 알고 계셨겠죠?

임: 네, 저는 다 알고 있었습니다. (전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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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렇군요. (웃음) 사실 [RUN VMC] 때는 주력 멤버끼리 어떤 하나의 팀, 스쿼드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이번 앨범에서는 그게 확장된 느낌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RUN VMC]와 [VISTY BOYZ]를 놓고 봤을 때, 본인들이 생각하는 차이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오디(이하 오): 말씀하신 대로 그때가 짜인 스쿼드 느낌이면 이제는 스쿼드가 많아진 느낌이죠.

넉: 무식한 새끼… 좀 더 해봐. (전원 웃음)

딥: 제대로 말해.

오: 더 좋아졌어요. (전원 웃음)

티케이(이하 티): 제가 말씀드릴게요. 예전에 [RUN VMC] 할 때는 저희가 단체곡 위주로 만들자는 계획에 따라 작업했어도 그 당시 멤버 구성으로는 다양한 조합을 짤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계속 똑같은 사람들끼리 작업할 수밖에 없었죠. 근데 이번에는 멤버 수가 많고, 각자 스타일이 다 다르다 보니까 여러 가지 조합을 만들 수 있었고, 그만큼 작업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재미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LE: [RUN VMC]나 [VISTY BOYZ]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하긴 하지만, 사실 전반적인 색깔이랄까요? VMC의 색채는 아주 크게 달라진 거 같진 않아요. 그런데 한때, 로우디가 씨는 VMC하면 너무 ‘우와악 힙합이다’라는 이미지만 강한 걸 벗어나고 싶다고 하셨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로우디가(이하 로): 그건 DNA의 문제인 거 같아요. 저희도 전 앨범에 비해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 시장을 소비하는 층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원래 추구하던 투박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많이 하면서 좀 더 타협점을 찾으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알게 모르게 원래 있던 습관이 나오면서 지금의 모습이 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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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야성미’, ‘VMC의 색’, ‘DNA’ 등 몇 개의 키워드가 나왔는데요. 어쨌든 컴필레이션 앨범이란 건 필연적으로 단체 곡 형식의 연속이잖아요. 그런 같은 형식을 반복하였을 때 매너리즘 같은 건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 해결하려 했는지 궁금한데요.

넉: 그걸 매너리즘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일반적인 컴필레이션의 맛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만약에 매너리즘이 느껴지고, 귀가 너무 피곤하다 싶으면 컴필레이션 앨범을 안 즐기시면 될 거 같아요. 저희 의도는 딱 이거였어요. ‘앨범을 듣고서 귀가 피곤해질 때까지 랩으로 쏴서 죽여야겠다’ 그게 컴필레이션 앨범의 맛이라고 봤어요. 만약 다채로운 맛,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 같은 걸 원하면 개별 뮤지션들의 개인 앨범을 들으시는 게 더 좋을 거예요. 이번 앨범은 월드컵처럼 하나의 이벤트죠. 리그 경기가 있다면 월드컵도 있고 유로도 있잖아요. 그래서 매너리즘이라고 하기에는 저희가 그걸 의도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LE: 미국의 레이블, 크루 컴필레이션 앨범도 수두룩하게 많고, 또 [RUN VMC]가 나올 때쯤에는 한창 한국힙합 씬에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오던 시기였잖아요. 혹시 레퍼런스까지는 아니더라도 [VISTY BOYZ]를 만들면서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보자’ 참고한 앨범이 따로 있을까요?

딥: 일단 저희 앨범에 제 입김이 항상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일관성이 있는데요. 물론, 그걸 입 밖으로 내지도, 멤버들에게 강요하지도 않았지만요. 저는 항상 우탱 클랜(Wu-Tang Clan)을 오마주해요. 각 곡의 제목이라든가, 곡 안에 들어간 여러 오마주의 요소들이 우탱 클랜을 모티브로 삼은 것들이 많아요. 그렇다고 ‘우리가 한국의 우탱 클랜이다’ 이런 건 아니지만, 우탱 클랜이 쓰는 방식 중에 유머러스한 부분들이 많잖아요. 일부러 우스꽝스럽고 유치한 가사들을 쓰고, 쿵푸 같은 것들을 어필하고… 그런 요소가 굉장히 재미있기 때문에 자주 오마주해요. 예를 들면, 인트로에 고전 영화의 소스를 까는 게 대표적인 부분이죠. 하지만 이건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고, 실제로 비트를 셀렉하면서 공언할 때는 ‘우리 레퍼런스 잡지 말자. 그냥 듣고 좋은 것들을 골라서 하자’라고 하며 진행했기 때문에 특별히 참고했던 앨범은 없어요.





LE: 좀 전에 멤버 몇 분께서 말씀해주실 때, 귀가 따갑고 빡센 걸 추구하려고 했다고 하셨잖아요. 실제로 사운드가 맥시멀한 느낌이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어떤 의도로 곡을 믹스, 마스터링했고, 또 그걸 통해 어떤 무드를 내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브: 아날로그적인 믹스를 하면 따뜻한 느낌이 많이 나는 편이에요. 다른 음반들을 들으면 제가 말씀드리는 빈티지랑 아날로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와 다르게 제 나름대로 컨셉으로 잡고 싶었던 부분이라면, 따뜻함과 차가움을 곡에 맞게 배합하는 거였어요. 컴필레이션이고, 센 무드가 주되니까 시끄럽게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과격하게 하고 싶었어요. 볼륨 양에 관해 이야기하면, 저희 음반이 요새 나오는 다른 음반들보다 볼륨 양이 적아요. 그건 제가 의도한 부분이에요. 제가 보통 레퍼런스로 삼는 믹스 컨셉은 릭로스(Rick Ross),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제이콜(J.Cole)의 음반이에요. 근데 이번 컴필레이션 앨범은 그것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장 최근에 나왔던 DJ 칼리드(DJ Khaled)의 음반을 많이 참고했어요. 그 앨범의 믹스 컨셉은 굉장히 러프하고, 사실 조금 부담스러운 정도로 볼륨이 큰 편이에요. 그걸 참고하면서도 볼륨감은 적게, 사운드는 과격하게 가는 부분 때문에 제가 좀 힘든 면이 있기도 했어요. 어찌 됐든 ‘따뜻한 무드를 주기는 싫다’라는 점 때문에 듣는 분들이 좀 따갑다고 느낄 수 있는 사운드긴 해요. 바삭바삭한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고, 크런키하다고 할 수도 있겠죠. 아, 그리고 제가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 라디오에서도 얘기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보사노바를 들어요. (전원 탄식)

넉: 또 시작이야~ 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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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 정말 들어요. 요즘 아침마다 보사노바를 들으면서, VMC 음반을 잘 안 들었거든요. 그러다 VMC 음반을 들었는데 좀 시끄럽긴 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사운드에 대한 밸런스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멀쩡한 상태에서 들으면 미친 노래 같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멋진 옷 입고, 술 취한 상태에서 이어폰 꽂고 들으면, 좀 더 과격해지고 멋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딥: 저도 사운드가 시끄럽다는 피드백을 많이 봤는데, 브래스코(Brasco)가 VMC에서 나오는 앨범들에 관한 믹스 피드백들에 민감한 편이에요. 근데 이 친구가 VMC 앨범을 믹스한 게 실제로 몇 안 돼요. 왜냐하면, 전역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그 전까지는 나잠 수라는 친구가 많이 했어요. 사실, 믹스에 대한 피드백을 들었을 때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게 이건 퀄리티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어떤 예술적인 부분이라기보다는 상품의 퀄리티에 관한 거죠. 그래서 생각을 조금 해봤는데, 일단 저희 트랙들의 멀티를 한 번 펼쳐서 같이 보면 이해가 더 빠를 것 같아요. 일단 이번 앨범이 컴필레이션 앨범이고, 멤버들도 너무 많잖아요. 멤버들이 더블링을 하나, 두 개 더하면 트랙 수가 늘어나 버려요. 그리고 저희가 내고 싶은 무드의 곡들이 굉장히 꽉 차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소스가 매우 많았어요. 저희는 이런 핸디캡을 갖고도 믹스를 해낸 브래스코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최근에 나온 앨범들의 무드랑 비교를 하는 건, 예를 들어 리짓군즈(Legit Goons)의 앨범과 VMC 앨범의 사운드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벤: 어불성설이죠.

딥: 굉장히 심플한 음악과 저희 음악을 비교 선상에 놓고 사운드만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당연히 저희가 의도한 게 강약조절 안 하고 사운드적인 것도 굉장히 시끄러운 건데, 그런 피드백이 나올 수밖에 없죠. 아무튼, 시끄럽다는 피드백에 대해서 좀 더 말하자면, 저희가 시끄러운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소스가 꽉 차 있었을 뿐이죠. 어쩔 수 없었어요. 그 부분에 대한 핸디캡은 분명 있었다고 생각해요.

브: 제가 간과했던 부분도 있던 것 같아요. ‘내 믹스 색깔을 너무 뚜렷하게 믹스에 넣지 않았나?’라고 피드백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청자들과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걸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전역하고서 제대로 믹스한 첫 음반이다 보니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어요. 앞으로 발전된 사운드를 들려드리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LE: 아무래도 나잠 수 씨 같은 경우에는 스탠다드하게 믹스하는 편이라서 그런 피드백이 나왔던 걸 수도 있겠네요. 이번에는 프로듀서분들에게 질문을 드려볼까 하는데요. 본인의 어떤 곡이 셀렉됐는지, 그리고 혹 본인 의도와 다르게 다른 비트가 셀렉되지는 않았는지 등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버기(이하 버): 일단 저는 이번에 컴필레이션 앨범을 한다 해서 비트를 고를 때, 정말 최신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근데 결과적으로는… 안 그런 것 같아요. 셀렉된 제 비트는 안 그런 것 같아요. (전원 웃음)

벤: 저는 제일 집중한 게, 힙합에서의 컴필레이션이라는 점이었어요. 저희 래퍼들이 해야 하는 곡이니까, ‘어떻게 하면 우리 래퍼들이 좋아할까?’에 대해 생각했어요. 제 생각도 많이 들어갔지만, 래퍼들이 더 좋아할 만한 곡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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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럼 비트를 미리 만들어놓은 게 아니라 맞춰서 만드셨던 거겠네요.

벤: 그렇죠. 저희 컴필레이션 앨범 작업 시작하면서 개인 작업은 다 멈추고 컴필레이션 비트만 계속 쓰기 시작했어요. 한 달에 한 번 프로듀서들이 모여서 비트 셀렉도 하고 그랬죠.





LE: 래퍼분들이 느끼시기엔 어떠셨나요? 녹음하시면서 각 프로듀서의 비트에 랩을 할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우: 저희한테 들려주기까지 프로듀서들의 과정도 있었겠지만, 결국 야유회나 회의에서 저희가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정됐기 때문에 논의는 충분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대체로 곡도 다 맘에 들었구요. 단순하게 래퍼들 입장에서 애를 먹었던 건 비트 때문이 아니라 제목을 정한다든지, 키워드를 정한다든지, 그런 일종의 주제를 정하는 작업을 할 때였어요. 래퍼들은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할 수 있잖아요.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보니 모든 래퍼가 한 가지에 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 한 가지로 묶는 작업이 저한테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비트적인 부분에서는 이미 저희도 되게 많은 비트를 썼고, 그걸 취합하는 과정이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최고로 만족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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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빅원(BIGONE) 씨는 어떠셨나요?

빅원(이하 빅): 조화나 화학적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내는 작업을 계속 했던 거 같아요. 비트가 어떻다기보다는 누구와 누가 만나서 곡을 만들어나가는가에 중점을 뒀어요.





LE: 빅원 씨는 멤버 분들 중에 비교적 신인인 축에 속하시잖아요. 본인이 생각했을 때, 참여하신 곡 중 조화가 가장 잘된 곡은 어떤 곡인가요?

빅: 조화로 봤을 때는 “우미관”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넉살 형 다음으로 나오는데요. 제가 넉살 형의 가사를 듣고 썼거든요. 형의 느낌을 맞추려고 노력했고, 만족스러워요.





LE: 다른 래퍼 분들도 곡을 만들 때 다른 분이 먼저 만든 가사를 듣고 곡을 쓰셨나요? 곡이 만들어지는 진행 방식도 궁금하네요.

넉: 듣고 쓰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었죠. “SMITH”는 스무 마디씩 하는 곡이니까 굳이 만나서 쓰진 않았던 거 같구요. “티키타카”는 저랑 우탄이랑 만나서 좌회전, 우회전해가면서 대부분 다 같이 썼죠. “LIMBO”는 플로우를 맞춘 곡이었구요. 프로듀서랑 래퍼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작업을 한 거 같아요. 개인 작업을 할 때는 프로듀싱을 해서 래퍼가 받아 집에서 쓰는 식인데, 많은 래퍼가 참여하고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야 하다 보니, 프로듀서도 랩이나 가사 맥락을 이해하고, 래퍼들도 당연히 서로 이야기하는…. 대부분 서로 한데 모여 만드는 편이었어요.





LE: 테마를 뽑아낼 때, ‘우미관’, ’DEAD OR LIVE’, ‘TARANTINO’처럼 명확한 원전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키워드는 어떻게 나왔나요?

넉: 저희가 그 키워드 회의만…. (전원 웃음)

티: 저희가 한 달에 한 번씩 음감회를 했는데요. 그때마다 숙제가 있었어요. 한 명씩 주제를 세 개씩 적어와서 발표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건진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딥: 숙제로 키워드를 한 사람당 다섯 개 이상은 회의 때 가져와라. 그 다섯 개도 검열을 거친 거여야 한다. 이렇게 정하고서 했는데, 보면 학교처럼 숙제를 해오는 멤버도 있고, 안 해온 멤버도 있고 그랬어요. 취합된 게 몇십 개가 있었고, 최종회의 때 비트를 다 고른 상태에서 맞는 키워드를 조립하는 식이었죠.

넉: 그때 던밀스(Don Mills)가 자기가 생각해온 주력 아이템의 반응이 좀 실망스러우면 갑자기 없던 주제를 꺼내고 그랬어요. (전원 웃음) 예를 들면, 갑자기 ‘신발 주머니라는 게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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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중에 살아남은 게 뭐가 있을까요?

던: 락키엘(Rocky L) 형이 했던 게 “우미관”이었고…

넉: “VICE MAKES CASH”는 오디(ODEE) 거였고.

던: “RICH BLACK MORE”도….

딥: “TARANTINO”는 넉살 의견이었지. “티키타카”는 누구 의견이었지?

전원: 그건 우탄.

딥: 우탄이 축구를 안 보는데 티키타카라는 용어를 안다고?

넉: “티키타카”도 던밀스가 한 거 같은데?

던: 제가 했어요!

딥: 얘도 축구 몰라

브: 서로 약간 뺏어가려는 거 같은데?

딥: 나는 일단 티키타카라는 용어를 몰랐어.

던: 난 축구 잘 알지. 98년도부터 축구를 봤는데.

넉: 근데 98 월드컵에 멈춰있어.

딥: “티키타카” 누군지 손드세요.

우: 나 맞는 거 같은데? 어디서 나온 거야 진짜.

딥: 너 ‘티키타카가 뭐야?’ 이랬잖아.

넉: 어쨌든, 제 기억에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서 70% 이상이 완성됐고, 디테일은 후에 컨셉 작업을 통해서 완성됐어요.





LE: 곡 제목도 제목인데, 음반 제목도 늘 원전이 따로 있잖아요. 런 디엠시(Run DMC)라든지,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라든지요. 그런데 그들의 느낌을 그대로 되살린다기보단, 단어만 취해 온다는 느낌이 있는데요.

딥: 런 디엠씨 이후에 비스티 보이즈가 역사적으로 연결된 건 그냥 얻어걸린 거구요. 잘 되는 힙합 레이블들이나 크루들은 명확한 브랜딩이 있더라구요. 어떤 크루는 범고래이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만 하더라도 1이잖아요. 좋은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코끼리를 할까… 강아지를 할까…. 그런 거보다는 저희는 ‘V’라는 시그니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옛날부터 제목에 ‘V'를 이용한 워드 플레이를 밀었고, 음반 제목도 그런 일환이었죠. ‘VISTY’라는 브랜딩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밀고 싶어요.





LE: 이리저리 해주신 얘기를 종합해보면, VMC는 규칙적이고, 계획적이고, 틀이 잡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음반이 나올 때 뜸 들인단 느낌도 상대적으로 적은 거 같구요.

딥: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매번 할 때마다 다 만들고 발매일 잡자고 얘기해요. 이번에도 계획대로 발매하는 걸 실패해서 동의하진 않아요. 아마 희정이가 속으로 비웃고 있을 거예요.





LE: 내부에서는 딜레이가 꽤 있는 편인가 봐요.

딥: 여유를 느낀 적은 없었어요. 아무래도 멤버 수가 많다 보니 규칙은 자연스레 생겼죠. 없으면 통제하기가 힘드니까요.

넉: 한 명이 밀리면, 네 번째 순서는 2, 3년 즈음 밀리고 그러니까요.

우: 대부분 정규 음반 욕심이 많다 보니, 한 번 한 번이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 회사 측에서 음반이 나오는 기간이나 분위기를 고려해서 순서를 정해주죠. 앞에 있는 사람도 빨리 안 하면 등 뒤로 불안함이 막 느껴져요.

로: 제가 힙합엘이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요. 저희는 불신하는 반응이 좀 덜 올라올 뿐이지, 기본적으로 국내 힙합 팬들 사이에서 레이블을 향한 불신은 늘 깔려 있는 거 같아요. 저희도 후반 작업 때문에 알게 모르게 지연된 적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VMC는 또 밀리네’라는 반응이 있었어요. 딥플로우의 말이랑 비슷하게, 여유라는 걸 많이 느낀 적은 없어요. 새 음반을 내놓으면 ‘또 VMC 했네’ 같은 비판도 있는데요 뭐. 다만, 다른 곳보다는 언론 플레이를 덜 해서 비교될 뿐이죠. 저희도 그렇게 체계적이진 않아요.

딥: 컴필레이션 앨범 발매 날짜도 원래 목표는 작년 12월이었어요. 2년 전부터 디스코그래피를 쌓아갈 방향을 계획했는데, 거기에 맞춘 게 12월이었죠. 저희로서는 엄청 지연된 편이에요.

우: 로우디가 형 말처럼 저희는 SNS 같은 곳에 음반 언제 나온단 이야기를 함부로 잘 안 하는 편이라서 밖으로 티가 안 나는 거지, 저희 머릿속에선 이미 많이 늦춰진 거죠.

넉: 각자 다년간의 경험으로 어디 가서 야부리 털면 망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내부적으로 확실히 공표되기 전까지는 다른 곳에서 말을 잘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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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로우디가 씨가 살짝 힙합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비판에 관해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이번 컴필레이션 앨범 발매 타이밍이 넉살 씨와 빅원 씨의 <쇼미더머니> 출연과 겹쳤는데, 이에 관한 반응도 있었어요.

넉: <쇼미더머니>에 나왔고, 제가 끝까지 갔잖아요. 그 빨을 받으려고 컴필레이션 앨범을 프로그램 직후에 냈단 반응은 오해예요. 오히려 예상보다 제가 <쇼미더머니>에 오래 남아서 앨범 발매가 밀렸어요. 저희가 빡세게 작업했다면 <쇼미더머니> 전에 나올 수도 있었어요. 생각보다 방송이 길어져서 마지노선으로 잡은 게 9월 초였던 거죠.

로: 물살 탄 김에 노 젓자는 게 아니고, 이걸 내야 저희도 다음 상품을 낼 수 있어요.

딥: 우연히 <쇼미더머니>가 끝난 다음 주에 발매 일자가 잡혔을 뿐이에요. 저희에게 최적의 시기는 <쇼미더머니> 전에 내는 거였어요. 하지만 <쇼미더머니> 이후로 밀렸고, 공교롭게도 넉살이 결승전까지 간 거죠. 마케팅적으로는 굉장히 적절한 시기에 유통사에서 발매 시점 연락이 왔어요. 원래는 저희가 언더독이었고, “악당출현” 같은 정서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응원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제는 저희가 언더독이 아니란 걸 체감했어요. 음반을 내면서 예약 판매가 끝났구요. 단지 스케줄이 겹쳐서 ‘넉살의 <쇼미더머니>에 맞춰서 VMC가 컴필레이션을 내는구나’라는 시각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거 같은데요. 저희도 힙합 커뮤니티에 많이 의존했고, 반응을 보고 있으므로 그 의견들이 보이죠. 저희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기도 하니까요.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한데, 이제는 힙합 커뮤니티가 전부가 아니게 됐어요. SNS, 타 커뮤니티,   원사이사, 유튜브 등의 의견은 일관적으로 좋고, 힙합 커뮤니티의 양보다 몇십 배의 크기로 좋은 의견이 많아요. 저희는 성공적인 결과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희 마음 한켠에서는 힙합 커뮤니티의 반응을 중요시하기에 민감하기도 해요. 그래서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거구요.





LE: 그런 의견을 아예 안 보시는 분도 계실까요?

넉: 최고의 쿨남이 누구인지, 쿨가이 선발 대회를 시작하자.

락키엘(이하 엘): 스타일리스트(Sta Illest) 형이잖아.

넉: 스타일리스트 형은 한글을 못 읽어서… (전원 웃음)

스타일리스트(이하 스): 저는 커뮤니티보다는 주로 멜론이나 유튜브 반응을 봐요. 왜냐하면, 저는 안 좋은 이야기는 안 보고 싶은데, 저희끼리 이야기할 때 커뮤니티에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온단 이야기를 하니까요. 일부러 음악을 유통하는 곳 위주로 봐요. 아까 딥플로우가 이야기했듯이, 양에서 차이가 나요. 유튜브는 특히 외국 팬들이 많이 와서 댓글을 남기니까요. 그런 걸 보면 ‘우리가 언더독이 아니구나’라는 걸 체감하게 되죠.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요.

로: 그렇다고 오해해서는 안 되는 게, 딥플로우 말대로 저희의 성장 기반은 힙합 커뮤니티고, 힙합 팬들이에요. 힙합 팬덤이랑 척을 지려는 건 아니라는 거죠. 제가 24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만큼….

우: 잠은 언제 자 대체?

로: 제가 잠은 의자에서 자는데요. 여하튼, 꿈보다 해몽이면 좋은 거고, 선을 넘으면 기분이 나쁜 건 마찬가지지만, 힙합 팬들이 아쉽다고 느낀 점이 있다고 하면, 그게 힙합에서 중요한 요소일 거예요. 세대가 바뀌어도 원하는 바는 비슷하고, 중요한 요소는 늘 있잖아요. 아쉬운 걸 적당히 걸러서 만들어야겠죠. 잠깐 돌아가면, [RUN VMC]에서는 딥플로우가 큰 그림을 그리고, 저를 포함한 락키엘, 브래스코 같은 굴러들어온 1.5세대가 정리되지 않았다면, 이번 음반은 ‘VISTY BOYZ’라는 명제만 띄워놓고 하나하나 만들어간 음반이에요. 그렇다 보니 저희에게는 4년 뒤에 회사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만든 의미 있는 음반이에요. 필연적으로 멀티가 많다거나, 골라놓은 곡이 그러다 보니 믹스가 요즘 음악이랑 다를 순 있어요. 저도 요즘 만년 과장처럼 신식으로 즐겨보겠다고 사운드클라우드 즐겨 듣거든요. 그런 릿(LIT)한 음악 듣다 보면 악기 구성부터가 다르죠. 저희가 [VISTY BOYZ]를 만들면서 필연적으로 골랐던 곡들에 맞춘 믹싱하고 만들었을 뿐이에요. 저희가 놓친 게 있다면, 다음에 새롭게 보여드리면 되는 거죠. 아무튼,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면, 컴필레이션 앨범은 노를 저으려고 낸 게 아니고, 빨리 내놓아야 새로운 시동을 걸 수 있기에 최대한 빨리 내놓아야 했어요. 확대 해석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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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딥플로우 형이 말한 것처럼, 언더독을 벗어난 걸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벗어나는 중이기 때문에 비판적인 시선들이 더 많은 거 같아요. 리스너 분들의 취향에 안 맞아서 욕을 먹는 경우도 많겠지만, 홍역을 치르고 있는 거죠. <쇼미더머니>라는 한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모션 아이템을 쓰면서 저희도 과도기를 겪고,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예전의 모습과 비교하게 되는 식이죠. 저희가 바뀐 건 없지만, 프로모션이 과격해지니 ‘저 사람들 뭐야. 왜 저래?’ 이렇게 보면서 음악 이전에 사람이 변했다고 전제를 까니까 비판적인 시선이 많아진 거 같아요. 로우디가 형 말처럼 앞으로가 중요한 거 같아요. 저희는 똑같이 저희 스타일대로 갈 거고, 변하지 않을 거 같단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잘 해야죠.





LE: 항상 앞으로가 중요하긴 하죠. 여럿 리액트에 관한 이야기를 이래저래 나눠봤는데, 다시 앨범과 프로덕션에 관한 질문으로 돌아가면요. 벤 씨와 함께 프로덕션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신 티케이 씨는 이번 앨범에서 [Tourist]에 들어갔던 곡이나 평소 구사하시는 스타일과는 다르게, VMC에 맞췄단 생각이 들었어요.

티: 딥플로우 형이랑 컨셉을 다 잡고 제가 물어봤어요. 뭘 만들어야 하냐고. 마음대로 하래요. 벤 형이랑도 이야기했는데, 뭘 해야 하는가가 첫 번째였어요. 멤버 수가 너무 많고, 우리가 잡아놨던 ‘VISTY BOYZ’라는 명제도 처음에는 명확하지 않고 그냥 무형의 무언가였어요. 그러다 비트 작업을 시작할 때는 평소에 안 하던 걸 하려고 했어요. 제가 비트 두 개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다른 세계에서 온 거 같았는데, 그게 안 됐죠. 처음에 헤매고, 그게 또 반복되니까 아무 생각 없이 놓고 만들었어요. 그렇게 나온 게 “우미관”이었고, 그걸 되게 좋아하길래 그때 감을 잡았죠.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아까 얘기 나왔던 믹스의 연장선인 거 같기도 한데, 어떤 목표를 잡은 게 아니고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자는 게 목표였어요. 저 또한 제가 좋아하는 걸 한 거구요. 그렇게 하다 보니 소스도 자극적인 게 많이 들어간 거 같아요. 그게 우리가 좋아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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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티키타카”에는 브레이크비트랑 TR-808을 동시에 쓰였잖아요.

티: <고등래퍼> 때 미션 중 하나가 붐뱁 잘하는 애 두 명, 트랩 잘 하는 애 한 명이 같이 경연을 해야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두 개가 섞인 스타일을 시도했어요. 당시에는 똑같은 테마를 유지한 채 BPM을 바꿨었는데, 한 번 해보고 나서 또 해보려 할 때는 좀 더 좋아 보이려고 BPM 100대의 붐뱁 브레이크를 쓰고, BPM 50의 트랩으로 바꿔야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티키타카”라는 제목이 정해지기 전부터 계속 변신하는 곡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DEADPOOL”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그 당시 제가 꽂혀있던 게 그런 쪽이었던 거죠. 딱히 노리고 한 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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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스타일리스트 씨는 어떠셨나요?

스: 저는 사실 다른 작업을 하느라 많이 참여를 못 한 게 아쉬웠어요. “HOOTANG”은 원래 그런 곡이 아니라 다른 곡이긴 했는데, 체인지업이 필요할 거 같았어요. 컴필레이션 음반이고, 서너 명이 참여하는 거다 보니, 너무 룹한 느낌은 피하고 싶었어요. 그런 걸 없애려고 최대한 여러 버전의 체인지업을 줘서 들려줬죠. 그렇게 맞춰가면서 어울리는 래퍼들을 끼워 맞췄어요. 어떻게 그림이 잘 나오더라구요. 프리훅에서 랩을 하다가 훅에서 터지고, 벌스마다 필터링을 걸고. 던밀스 부분에서는 아예 비트 자체가 바뀌구요. 그런 거를 많이 시도해서 재미있는 곡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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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TARANTINO”에 관한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소위 말하는 분위기로 조지는 곡이잖아요.

버: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힘든 트랙이었어요. 약간 암세포처럼… 엄청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곡이었어요. 편곡 부분에서도 감이 안 잡혀서 힘들었구요. 처음에 베이비나인 형이랑 얘기하면서 훅을 잘 만들었어요. 그래도 뭔가 심심한 거예요. 지루한 느낌이 계속 들었어요. 그러다 브래스코 형이 랩으로 참여하면서 믹스에 관한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게 됐고 딥플로우 형이랑도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칼, 자동차 소리 같은 걸 추가하게 됐죠. 그러면서 지금의 버전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넉: 너 비트가 아닌데? (전원 웃음)

딥: 사실 다들 그냥 만든 건데, 길게 설명하려니까 어려워하는 거 같아요. (전원 웃음) “TARANTINO”는 초기에 앨범에 넣을까 말까 했던 트랙이에요. BPM 자체가 랩하기에, 저희가 단체곡으로 소화하기에 편한 트랙이 아니어서요. 근데 제가 항상 앨범을 기획할 때, 항상 넣는 장치적인 곡들이 있거든요. 전 그걸 기획물이라고도 표현하는데, 그런 종류의 곡이죠. 앨범에 들어갔을 때, 흐름이 유기적이게끔 환기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고, 장치적으로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몇 번 갈아엎는 과정 안에서도 필연적으로 넣을 수밖에 없었던 트랙이었어요. 그 안에 리듬 측면에서 덜 지루하게 만들려 했고, 곡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스토리텔링에 신경 썼던 거 같아요.





LE: 하나의 극이라고 치면, 각각의 배역이라든가,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을 설명해주시면 어떨까요?

딥: 일단 제목이 ‘TARANTINO’인데, 그 아이디어를 넉살이가 낸 거로 기억해요. 제가 그걸 되게 마음에 들어 했던 이유가 넉살이의 설명 때문이었어요.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영화를 보면, 끝부분에는 꼭 피를 보잖아요. 그 점이 전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처음에는 배틀랩으로 풀어가려고 했어요. 근데 만드는 과정에서 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넉살이가 설명해줄 거예요. (웃음)

넉: 배틀랩은 실패했구요. 모든 벌스가 망했어요. (전원 웃음) 저희가 하려는 B급 정서로서의 퀄리티가 안 나왔기 때문에… 저희가 컴필레이션 앨범을 저희 재미있자고 하는 거긴 하지만, 곡의 완성도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봤어요. 메인 디렉터인 딥플로우 형이 좀 아쉽다고, 다시 한번 해보자고, 차라리 이렇게 할 바에는 기획물로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스토리텔링 쪽으로 가닥을 잡았죠. 모두 멘붕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참여하기로 했던 베이비나인 형과 저와 우탄, 브래스코 형이 모여서 쓸데없는 얘기들을 하기 시작했어요. 누가 죽을 거냐. 누가 죽일래.

우: 일단 넉살이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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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넉살이 <쇼미더머니> 나갔으니까 죽어도 싸. (전원 웃음) 죽이자. 그래서 제가 ‘OK. 그럼 내가 빨리 죽고 빠질 테니까 누가 죽일래?’라고 했죠. 우탄이가 자기가 질척이다가 형을 죽이는 거로 가자고 했죠. 어찌 보면 되게 클리셰하지만, Fake 래퍼의 전형적인 모습을 모델로 삼고, 그런 저를 우탄이가 죽이고, 나머지 부분은 같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고 했죠. 그래서 1절에서는 저와 우탄이가, 변한 래퍼와 예전에 그 래퍼의 측근이었던 래퍼가 대화를 나누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이런 식으로 하자고 했죠. 사실 죽음의 이유는 그렇게 명쾌하지 않아요. 엄청난 복수극도 아니고… (웃음)

딥: 그래서 “TARANTINO”에요. 폭력성에 대해 어떤 이유를 붙이지 않았어요. 다른 메타포도 존재하지 않고 그냥 결국에는 피를 보는 것을 전제로 깔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왜냐하면, “TARANTINO”니까.

우: 그리고 되게 자연스러웠던 게, 쿠엔틴 타란티노 작품들이 많지만, 전 그중에 <씬 시티>를 즐겨보는 편인데요. 약간 그 영화에서 맛이 그런 거라고 보거든요. 사실 이 곡이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되게 유치하게 들려요. 그렇지만 <씬 시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도 불필요하게 과격한 폭력성을 보인단 말이에요.

로: <씬 시티>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감독이 아니야. (전원 웃음)

딥: 제작에 관여했지.

우: (감독이) 아니었구나. (웃음) 아무튼, 전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그 영화를 그렇게 이해하고, 그 정서를 담고 싶었고, 그 유치함이 맛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넉: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특징 중 하나가 쓸데없는 말이 많고, 현장 묘사가 실감 나잖아요. 저희도 상황 묘사에 많이 집중했어요. 앞에 어떤 이유와 근거가 있기 때문에 얘가 죽었다는 식이 아닌 거죠. 예를 들어, <펄프 픽션> 같은 걸 보면 차 뒷좌석에 있던 애가 갑자기 총 맞아서 죽고, 차에 치이고 시작하잖아요. 맥락이 없지만, 그 현장에 대한 묘사를 가져가려고 했던 거죠. 그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기 위해서 브래스코 형이 등장하는 거죠. 그 이유로 Fake 래퍼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나열하는 거죠. 그러면서 ‘걔는 죽어도 싸지’라는 식이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현장 묘사로 재미있게 끌어가는 트랙이에요.

딥: 넉살이가 스토리에 티나라는 여자를 넣었다는 건 쿠엔틴 타란티노가 영화에 재미있는 장치를 넣는 것 같은 거예요. 오마주로 넉살이가 그렇게 했을 때, 그걸 아는 사람만 아는 거잖아요. 추가적으로 티나가 옛날에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의 “비극 Part 1”에 나오는 티나냐는 이차적인 이야깃거리가 생긴다는 것 자체도 저희의 의도가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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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나인(이하 베): “TARANTINO”가 맨 처음에는 느와르를 테마로 해서 이어가다 보니까 약간 쳐지는 감이 있다 싶었어요. 그걸 좀 어떻게 해보자 얘기를 하다가 90년대나 2000년대에 나스(Nas)와 에이지(AZ), 제이다키스(Jadakiss)와 스타일스 피(Styles P)처럼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을 모티브로 잡았어요. 비트가 쳐지다 보니까… (전원 웃음) 그렇게 대화를 컨셉으로 잡아서 좀 더 타이트하게 꾸며가자고 해서 완성한 게 지금의 “TARANTINO”에요.

딥: 노리에가(N.O.R.E.)랑 나스가 같이 했던 “Body in the Trunk”라는 곡도 모티브 중 하나였어요.

베: 네. 그런 식으로 예전에 한창 유행하던 대화식의 트랙들을 모티브로 삼았죠.





LE: 어쨌든 현실과 밀접하게 맞닿게 해서 어떤 메타포를 심어놨다기보다는 픽션으로서 가치가 있게끔 하려 했다는 거군요.

딥: 만약에 그렇게 느껴졌다면 그것도 좋고, 아니어도 좋고.





LE: [VISTY BOYZ]에 있는 “TARANTINO” 이외의 다른 트랙들을 보면, 가사가 VMC 멤버들이 사는 래퍼의 삶과 잘 맞닿아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항상 한국힙합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사항 중 하나가 작품과 현실 간의 괴리였단 말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크게 고민은 없었나요?

우: 의도하진 않았지만, 저희도 솔직히 가사 안에 100% 진실만을 담아내는 건 아니죠. 다른 래퍼들과 저희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몸으로 체감하지는 못하는데요. 이것도 거창하게 얘기하면 예술이잖아요. 뭔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런 자극적인 요소들이라든지, 메타포 같은 게 필연적으로 들어가는 거 같아요. 그리고 다들 베테랑이라고까지 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앨범도 여러 장 내고 활동을 좀 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되게 자연스러웠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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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는 가사를 쓸 때,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굳이 없는 얘기 안 하면서도 가사를 좀 있어 보이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딥: 저 얘기 맨날 하던데. 있어 보이게.

넉: 무식한 놈.

오: 네. 무식함을 약간 가리기 위한…





LE: 소재의 고갈 같은 건 없었나요? 어떤 테마, 키워드가 제시됐는데, 내용적으로 딱히 얘기할 게 없어서 특별히 힘들었다든가 이런 경우는 없었나요?

넉: 대부분 트랙이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주제로 한 열 곡 정도를 만들어내는 느낌이었어요. 다양하게, 비트와 플로우에 맞춰서 적절한 단어를 골라서 진행한 거예요. 하나의 주제를 딱 정해놓고 그것에 관해서 이야기를 펼쳐가고,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식이라기보다는 비트가 주는 감흥대로 이야기해버리는, 뇌를 끈 상태로 진짜 랩 위주로 간 거죠. 힙합, 랩이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적인 요소들을 다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아까 얘기했던 “TARANTINO” 같은 경우에는 어떤 사람이 들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지만, 나머지 주된 트랙들은 그냥 바운스감이 강하고, 랩을 딱 들었을 때 귀로 느껴지는 청각적인 요소를 부각하려고 했죠. 그래서 가사적인 부분에서 힘들었다? 힘들었긴 했는데, 재미있는 부분들도 있었어요. 힘든 점은 같은 주제로 열 곡 이상을 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재미있는 부분은 대신에 저희가 다채로운 비트들을 선정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새로운 플로우들을 다양하게 뱉어낼 수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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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근데 어차피 힙합 가사라는 게, 돈을 빗대서 이야기하든, 아니면 자신의 랩이나 피지컬에 관해서 이야기하든, 사실 주제가 그렇게 다양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안에서 어떤 키워드를 활용해서 제목과 테마를 만들면, 그에 따라서 같은 말도 여러 번 계속해서 다르게 표현되는 거뿐이죠. 다만, 이게 컴필레이션 앨범이기 때문에 저희가 앨범을 만들면서 신경 썼던 건 유기적인 부분이었어요. 서로의 가사가 너무 어긋나지 않게끔 하려 했죠. 그러기 위해서 다른 멤버가 먼저 쓴 가사를 체크한다든지 하면서 좀 더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 전체적인 바이브를 다 같이 맞추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LE: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대체로 배틀랩의 형식을 띤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당연히 마초적인, 강한 뉘앙스가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 뉘앙스가 과해 도를 넘으면서 윤리적으로 지적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그런데 VMC는 이번 앨범에서 그럴 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던 거 같아요.

딥: 저희가 연대 의식을 갖고 자체 검열까지 하고 있지는 않은데요. 최종 마무리할 때, 어떤 곡에서 락키엘이라는 래퍼의 가사를 리버스한 부분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가사 마감을 하는 저와 희정이가 생각하기에 ‘이건 좀 그렇다’ 싶었던 거죠. 근데 전 이렇게 생각해요. 저는 사실 힙합 가사를 윤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워드 플레이로서 성공적인가 아니냐를 기준으로 보는데요. 예를 들면, 예전에 송민호(MINO) 씨가 <쇼미더머니 4>에서 했던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라인 있잖아요. 전 그걸 윤리적으로 괜찮냐, 아니냐가 아니라 펀치라인으로서 성립하느냐 안 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봤어요. 그 라인이 저한테 설득력 있고 재미있으면 상관없어요. 근데 그게 재미없었으면 그냥 구린 거예요. 그리고 윤리적인 측면이 그 라인을 더 구리게 보이게끔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측면으로 보았을 때, 저희 앨범에서 제 눈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으면 락키엘의 벌스처럼 리버스되는 거죠. (전원 웃음) 아무튼, 전 그 가사가 힙합 언어 안에서 워드플레이로서 성립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LE: 혹시 락키엘 씨의 리버스한 가사가 “VISTY LOOP”의 “다시 듣고 와봐라 니 앨범 장르는 @#$%&@!^”, “부러워 변절된 유명한 &%$ uh yeah” 이 부분인가요?

딥: 독일어처럼 랩하는 부분이죠.

우: 라이브 때도 그렇게 똑같이 부르기로 했어요.

엘: 그렇게 수준 낮은 표현은 아니고… 대체로 쓰는 표현인데, 그게 걸렸으니까 딥플로우 형이 하자는 대로 했죠.

넉: 상상 이상의 상스러움으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웃음)

딥: 그걸 두고서 던밀스는 ‘이게 얼마나 심한 욕이면 이렇게 처리했겠냐’라고 생각하게 하는 어떤 부가적인 효과가 있겠다고 하더라구요.

넉: 근데 그 부분이 녹음하고 리버스한 게 아니라 리버스된 걸 따로 녹음한 거예요. (전원 웃음)

던: 핡쉬#@!$% 예~





LE: 락키엘 씨의 그 부분 말고 다른 부분은 특별히 없었나 보네요.

넉: 제가 보기에 저희 VMC 플레이어 중에 락키엘 형 빼고는 그렇게 상스러운 투의 가사를 잘 쓰는 멤버가 없어요. (웃음) 특히, 저는 그런 것들을 많이 피하려고 하는 편이구요. 왜냐하면, 제 기준에서는 그런 라인 하나가 빛나면 참 좋은데, 그거 하나로 이슈화되기에는 한 곡을 만들어 내는 데 들인 에너지가 더 크니까요. 한 라인만으로 폄하되거나 기억에 남는 것도 이슈메이킹이나 상품적인 측면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그래도 그거 하나 때문에 ‘야, 그 노래에 되게 상스러운 가사 있잖아. 막 X발, 썅X 같은 거’라고 (전원 웃음) 인식되는 건 피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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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락키엘 씨 같은 경우에는 엔피 유니온(NP Union)으로도 활동 중이시잖아요. 제가 알기에 엔피 유니온의 음악에서는 그런 류의 거친 가사를 많이 안 쓰시지 않나요?

엘: 왜냐하면, 제가 리더이기도 하고, 어깨에 다른 멤버 일곱 명이 있기 때문에 제 욕심으로 상스러운 가사를 써서 이 사람들의 앞길을 막을 수가 없잖아요. 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괜히 안 써도 되는데 ‘X발X이…’ 하면… (전원 웃음) 부모님들도 다 듣고 하니까요. 그게 개인 앨범이고, 개인 랩이고 하면 그냥 하는 건데, 단체로 한 곡을 해야 하는 거니까 최대한 하지 말자고 생각하죠.





LE: [VISTY BOYZ]에서는 그 거친 야성이 튀어나온 거군요.

엘: 처음에 주제 짤 때부터 짐승 같이 가자고 한 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다들 세게 나오겠구나’ 싶었죠. 그렇다고 너무 상스럽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딥: “VISTY LOOP”에서 제가 요구했던 건 컬트적인 건데요. 얘가 잘못 해석한 거예요. 그냥 ‘욕지거리 하자’ 이런 식으로… (전원 웃음)

엘: 욕짓거리는 아니었어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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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 저는 가사 작업하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건, “BOYS IN THE CLUB”이었는데요. 제가 18살 때, 압구정 클럽에 간 걸 아주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한 벌스 안에 일기처럼 썼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들으면서 그 날이 너무 많이 생각나요. 딥플로우 형과의 첫 만남이 담겨 있는 가사라서 저한테는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BOYS IN THE CLUB”에도 “TARANTINO” 같지는 않지만, 약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음반에서 살짝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서 마음에 들어요. 여담이지만, 제가 그 가사 안에 상황에서 고등학생인데 클럽에 간다든가 하는 부분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약간… (웃음) 살짝 섞여 있지 않냐는 부분에서 살짝 이야기가 있었죠.

딥: 거기에 팔로알토(Paloalto) 형이 얘한테 맥주를 주는 순간에 관해서 쓴 가사가 있는데요. 욕먹지 않겠느냐 하더라구요. 비록 한 십 몇 년 전 이야기지만, 고등학생한테 술을 권했다는 것 자체가 요즘 같은 시대에 괜찮겠냐고 걱정했었어요. 근데 제가 상관없다고 했어요. 그건 되게 재미있는 일화니까.

브: 아, 팔로알토 형이 천주교에요. (전원 웃음) 그래서 맥주를 되게 아무렇지 않게 ‘어, 다 그런 거 아니야?’라고 하면서 쿨하게 주셨어요.

던: 천주교는 술 괜찮을 거예요. 기독교가 좀 안 되고 그런 게 있는 거지.

브: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실 수 있고.





LE: “BOYS IN THE CLUB”도 그렇고, 그 앞의 트랙 “DEADPOOL”도 그렇고, 마지막 트랙 “WE MAKIN’ VICTORY”로 끝내기 전에 나오는 이 두 트랙이 공교롭게도 클럽에 관한 트랙들이잖아요. “DEADPOOL”이 29세 버전이라면, “BOYS IN THE CLUB”은 19세 버전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어쨌든 구성적으로 클럽에 관한 트랙들을 후반부로 뺀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요?

우: 프로덕션적인 이유 아니었어요?

딥: 비트를 먼저 배치하고, 주제를 나누었던 거 같은데… 왜 그렇게 했지?

티: 프로덕션적인 부분이 맞는 게, 원래 배치상에서는 버기(BUGGY) 형 비트랑 연결이 부자연스럽지 않나 싶었어요. 그래서 두 트랙을 붙이게 됐었죠.





LE: 테마적으로 두 곡을 붙인 건 아니었군요. 아무튼, VMC 멤버 분들은 클럽에서 놀 때 어떻게 노는 편이신가요? SNS나 <던밀스의 DDR> 등으로 VMC 멤버분들이 같이 노는 스타일이 종종 보일 때가 있었잖아요.

넉: 버기가 주 4회 클럽에 가는 친구인데요.

버: 지금은 아니에요. 예전에 많이 갔었는데…

넉: 예전이 저번 주잖아. (전원 웃음)

버: 아… 저희 보통 소주 먹고, 만취 상태로 클럽 가서 놀죠 뭐. 뭐가 있나? (웃음)

넉: 저희 술 많이 먹죠.

티: 락키엘 형 그 말 있잖아요. ‘놀러 왔나? 술 마시러 왔지’ (웃음)

버: 맨날 술 마실 때 락키엘 형이랑 앉아 있으면 바쁘냐고 물어봐요. ‘요즘 바빠?’ 이렇게 물어봐서 ‘아니요’라고 대답하면 ‘그럼 술 따라!’ 이러고…

딥: 그 얘기를 왜… (웃음)

넉: 저희가 홍대, 이쪽 힙합 씬에 남은 거의 최후의 소주 전사들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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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여전히 양주보다는 소주를 많이 택하는 편인가요?

넉: 그렇죠. 왜냐하면, 멤버가 많다 보니까 함부로 어디로 이동하거나 회식하기도 좀 빡세요. 저는 클럽 다 좋아하는데, 일단 소주파라서… 저희는 소주를 많이 먹어요. 솔직히 이 멤버가 다 같이 우르르 클럽에 가면 저희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딥: 저희는 보통 그냥 소주 많이 먹어요. 클럽은 소주 먹고 2차, 3차, 더 기분 내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멤버들이 가는 편이에요. 클럽 많이 가긴 하는데, 저희가 아는 DJ가 음악을 튼다든가 할 때 응원해주러 가고, 그런 식으로 개연성 있게 가는 경우가 많아요. 평소에는 술 먹는다 하면 소주 먹죠.





LE: 뭔가 에피소드가 있을 것만 같은데,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시는 거 같은데요? (전원 웃음)

딥: 한 98% 정도를 말 못 하고 있는 거 같아. (전원 웃음)

넉: 근데 요새 좀 뜸해지긴 했어요. 저희가 재작년, 작년까지만 해도 진짜 자주 먹었는데, 요새는 컴필레이션 앨범도 있고, 저도 <쇼미더머니> 나가고 하다 보니까… 다들 스케줄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하죠. 예전에 한 3년 전쯤에 저희가 항상 샤라웃하는 매드홀릭(Madholic)에서 오디랑 저랑 버기가 <위대한 개츠비>처럼 무슨 축제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계단에서 같이 서있고…





LE: 근데 매드홀릭 계단이 그런 그림이 안 나오지 않나요? (웃음)

넉: 저희만큼은 그 영화 속의 파티처럼… 진토닉 잔 탁~ 딥플로우 형이 그걸 보면서 참 좋아했었지. (전원 웃음) 저 바보들 보라고.





LE: 넉살 씨는 확실히 요즘 많이 바빠지셔서 예전보다 멤버분들이랑 자주 못 봐서 아쉬우실 거 같기도 해요.

넉: 아쉬운 건 있죠. 요즘에는 낙이… 행사하는 게 많아져서 항상 피곤에 쩔어 있고, 컨디션이 제 상태가 아니에요. 즐거울 때가 소주 먹을 때랑 작업실에서 <위닝일레븐> 할 때, 버기 군을 이기고 놀릴 때, 그럴 때가 가장 즐거울 때죠. (웃음)





LE: “티키타카” 뮤직비디오가 <위닝일레븐>, <배틀그라운드>를 모티브로 하니까 궁금했는데, 멤버분들끼리 같이 게임을 많이 하나요?

우: 몇 명 정해져 있죠. 맨날 같이 <위닝일레븐> 하죠.

딥: <위닝일레븐> 파가 있고, <배틀그라운드> 파가 있어요. 원래 저는 <오버워치> 파였고, 그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파였어요. 요새는 <배틀그라운드>, 그러니까 PC 게임 파가 있고, 콘솔 게임 파가 있는 거 같아요.





LE: 그럼 게임을 하다 보니까 거기서 자연스럽게 착안해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셨던 거겠네요.

딥: 그랬던 거 같아요. 감독님이 저희랑 <위닝일레븐>을 자주 하다 보니까 같이 생각하게 됐던 거 같아요.




LE: 촬영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배틀그라운드> 파트 같은 경우에는 약간 <SNL 코리아>에서 한창 하던 GTA 시리즈처럼 촬영하셨잖아요.

넉: 뮤직비디오 촬영하면서 또 한 번 느낀 게, 제가 포복하면서 가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총을 맞고 쓰러지는 부분도 있고. 갑자기 예전에 뮤직비디오 찍을 때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구요. 땅에 묻히고, 겨울에 끌려다니고, 총 맞고… (웃음) 이제는 군복 같은 걸 입고서 포복하라고 하니까 ‘이야, 정말 다 하는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FC 바르셀로나(FC Barcelona) 유니폼을 입고 러닝머신을 뛰는 장면이 있어요. 프리 러닝하듯이 벌스를 쭉 뱉어야 했는데, 갑자기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구요.

우: 러닝머신을 갖다 놓고 걸으면서 풀로 립을 한 번 하고, 또 러닝머신 기준으로 7.5로 속도를 올려서 달리면서 한 번 하고 그랬어요. 근데 게임이다 보니까 표정 관리를 해야 한대요. 캐릭터처럼 무표정으로. 그러니까 호흡 관리가 힘들더라구요.





LE: 뮤직비디오에 되게 컬트적인 면이 많았던 거 같은데, 앞으로 또 나올 뮤직비디오가 있다면 새로 공개되는 뮤직비디오도 그런 식의 B급 정서일지 궁금하더라구요.

딥: 요즘 저희 뮤직비디오 디렉팅을 봐주시는 서동혁, 플립이블(Flipevil) 감독님이 원래는 커머셜하고 멋있는 거 많이 하시는 분이었어요. 근데 저희랑 작업할 때는 다른 쪽으로 하고 싶은 걸 푸시는 게 아닌가… (전원 웃음) 예전에 오디의 “Drop” 때도 그렇구요. 저희도 멋있고, 웰메이드하게 하고 싶은 니즈가 있는데, 그 형이 저희랑 하면 꼭 그렇게 간다는 느낌이 있어요. 사실 “티키타카”에서는 지금 버전보다 더 멋있는 그림을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나왔어요. 어쨌든 저는 감독님을 많이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결과적으로도 반응이 좋고 성공적이어서 ‘역시 동혁이 형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고 보지만요. 그 형이랑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만들까 생각하다가 “티키타카” 다음에 뮤직비디오를 만들 곡으로 “Limbo”나 “TARANTINO”, “SMITH”를 후보군에 올려놨었어요. 근데 그 형이 “티키타카” 촬영 도중에 허리디스크가 심하게 터져서 입원까지 하셨어요. 원래는 초안도 보고, 수정도 하고, 그렇게 해야 하는데, 발표하기 두 시간 전에 마스터를 보여주셨어요. 그 정도로 물리적으로 너무 힘드셨어요. 하지만 저희는 굉장히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진행했죠. 현재는 계획되었던 것들이 다 캔슬된 상태에요. 원래는 영상 쪽으로 그 형한테 의지하고 있었는데, 올 연말까지 모든 스케줄을 캔슬하셔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에요. 또, 그 상황을 타파하면서 다른 감독과 상의해서 해야 하나 생각도 좀 하고는 있는데, 고민하고 있어요.





LE: 뮤직비디오 속에 나오는 당시 FC 바르셀로나 스쿼드가 감독이 호셉 과르디올라(Josep Guardiola)고, 굉장히 유명한 선수들이 짜임새 있게 있던 상태였잖아요. VMC에서는 누가 사비(Xavi Hernanadez), 누가 세르히오 부스케츠(Sergio Busquets)고, 이런 식으로 얘기해보면 어떻게 매칭할 수 있을까요?

넉: 이건 축구 전문가인 로우디가 형님이… 형을 카를로스 푸욜(Carles Puyol) 정도로 갈까요?

딥: 아이러브사커(I Love Soccer) 명예 회원. (전원 웃음)

로: 아이러브사커랑, 슛골닷컴(shootgoal.com) 멤버인데요. (전원 웃음) 근데 각각 멤버를 선수에 대입하기엔… 뮤직비디오 중간중간에 나오는 게임 플레이 영상을 찍을 때, 저희 멤버들을 바르셀로나에 직접 넣어서 플레이도 해보고 그랬는데, 대입하기엔 어려운 거 같아요. 바르셀로나, 티키타카를 곡 안에 하나의 장치로 가져갔던 거라…

넉: 아니, 그냥 편하게 얘기해주시면 되지 왜… (전원 웃음) 우리 팀에 사비는 없구요~

로: 제가 봤을 때 다 공격수다 보니까… 넉살이 정도가 한 공미를 맡을 수 있는 친구인 거 같고, 오디라든가, 우탄이는 스트라이커고.





LE: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이번 컴필레이션 앨범이 하나의 축구 게임이라고 치면, MOM은 누구일까요? 누가 가장 이번 앨범에서 스퍼트를 달렸고, 에너지를 많이 쏟았는지 정도로 보면 될 거 같은데요.

딥: 이걸 꼽으면 각자 서운한 게 있을 거예요. (웃음) 하지만 그래도 MVP를 꼽으면 오디가 일정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많은 곡에 참여하기도 해서 잘해준 거 같아요. 약간 몰아주기 식이 좀 있어요. 사실 넉살이가 열한 곡 참여하면서 제일 고생했는데… (웃음)

넉: 오디 군이 별명이 있어요. ‘컴필 불사조’라고. (웃음) 컴필 시즌에는 모든 생명력을 얻어서 다 쏟아붓는 그런 거죠. 제가 입단 전에 나온 [RUN VMC] 때도 가장 빛나는 플레이어였구요. 저는 이번에 [VISTY BOYZ] 하면서 딥플로우 형이랑 랩 디렉팅을 최대한 많이 보려고 했는데, 오디 군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LE: 앨범 제작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에 주력으로 삼는 멤버가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었을 거 같기도 한데요. 실제로도 기획 단계부터 그랬었나요? 계획과는 다르게 중간에 에너지가 더 넘치는 멤버가 있어서 그 멤버가 더 많이 했다든가 그랬나 싶기도 하구요.

딥: 기획을 같이 해나가긴 했는데,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마침표를 찍는 건 항상 저였고, 제 입김이 많이 들어가게끔 유도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멤버는 이만큼 들어갔으면 좋겠다, 라는 식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거 같아요. 넉살이가 저희 멤버 중에서 독보적인 하이톤이어서 단체곡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봤어요. 딱 쏘아붙이는 톤이 있어야 하니까. 브래스코도 하이톤이긴 하지만, 넉살이는 더욱 강력한 하이톤이니까 힘을 많이 써달라고 요구했어요. 이런 트랙에서는 너의 목소리가 딱 들어가면서 텐션이 올라가야 한다고. 그러다 보니까 열세 곡 중에서 열한 곡이나 하게 됐죠. 이 파트에서는 던밀스가 애드립을 해줘야 하고, 그 멤버 파트가 아니지만 그래도 뭘 해줘야 하고, 이런 것들을 어떤 기준이 확실히 있진 않아도 본능적으로 판단한 거 같아요. 아까 인터뷰 초반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금 멤버들 중에 에너지 있게 활동 중인 멤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많이 배치된 건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리고 다른 멤버들한테는 양해를 구했죠. 너희들이 꼭 참여했으면 좋겠지만, 서포트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왜냐하면, 에너지가 많은 친구들이 더 실력 발휘를 할 수밖에 없는 컨디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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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서로 어느 정도 인정하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었군요. 넉살 씨는 아무래도 <쇼미더머니> 일정과 컴필레이션 앨범 일정이 겹친 데다가 좀 전에 딥플로우 씨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열한 곡이나 참여하셔서 정말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넉: 힘들었죠. <쇼미더머니>에서 “N분의 1” 할 때까지도 (컴필레이션 앨범에 들어갈) 벌스를 쓰고 있었어요. 그래서 본선에 돌입해서야 비로소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때 딥플로우 형이 저한테, ‘열한 트랙에 너가 들어가야 된다’고 했는데, 제가 ‘미쳤냐, 당신이 제정신이냐’ 그렇게 얘기했었죠. 저는 처음에 걱정됐어요. 저 자신이 작업물을 막 쏟아내는 스타일이 아닌 걸 아니까. 그런데 올 한해를 계속 그렇게 보냈어요. 처음에는 걱정하고 있다가, 어차피 이번 앨범에 제 목소리가 밸런스적인 요소로 활용되는 거니까 마음 편하게 작업했죠. 본선 직전까지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죠.





LE: 이번에 빅원 씨 역시 <쇼미더머니>에 나오셨잖아요. 빅원 씨는 다른 차원의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아까 말씀 드렸던 것처럼, 레이블에 후속으로 들어오기도 하셨으니까요. 다른 멤버들과 합을 맞출 때 ‘내가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겠다,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겠다’ 특별히 어떤 생각이 있었나요?

빅: 부담 같은 건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랑 해야 하는 음악이 조금 달랐어요.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야만 트랙이 더 멋있게 나올 거라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벌스를 쓸 때마다 그런 식의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VMC의 색깔에 내가 최대한 묻을 수 있어야겠다. 그렇게 작업해서 그런지, 나중에 트랙을 들어봤을 때 제 벌스가 유독 튄다거나 하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또, 저는 아무래도 처음 작업하는 거니까, 형들도 작업할 때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엄청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이번 앨범은 VMC 합류하고 처음으로 뭔가를 같이 한 거였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아직 데뷔하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해요. 아직 신인 중의 신인이라고 생각하구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다른 것보다, 그저 형들과 함께 작업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어요. 저한테는 굉장한 자랑거리고, 큰 자부심이죠.





LE: 혹시 그전까지 정식 결과물이 아닌 공개곡 형식으로 트랙들을 발표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나요?

빅: 그렇죠. 저의 마음가짐이 뭐랄까, 이걸로 확실하게 한탕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재미로 했던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이제 앞으로가 중요할 거라 생각해요.





LE: 빅원 씨는 원래 댄서로도 활동하셨잖아요. 올해는 히피는 집시였다의 “지네” 뮤직비디오에 댄서로 출연하기도 하셨구요. VMC 내에서도 빅원 씨가 래퍼의 역할도 맡겠지만, 혹시 댄서로서 활약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까요?

빅: 저는 래퍼와 댄서의 포지션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사운드적인 포지션으로 활동하는 것과, 시각적인 포지션으로 활동하는 걸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춤은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기 때문에 어떤 포지션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해나가는 거죠. 제가 잘할 수 있고, 제가 멋져 보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보여주고 싶어요.





LE: 필요한 상황이면 하실 수 있다는 말씀이신 거네요.

딥: 그렇죠. 그런데 VMC 안에서 빅원이 댄스로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전원 웃음) 원하지 않아요. ‘야 춤춰봐!’ 이럴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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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를테면, 크로노그라피라고 하나요? 춤추는 영상을 VMC의 음악을 바탕으로 제작해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딥: 사실 초반에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그런 게 있었죠. 그런데 요즘에는 아예 음악적인 것에 몰두해 있는 상태예요. 사실 빅원이 VMC에 들어왔을 때는 랩 포지션이 아니었어요. 우탄의 “My Name Is My Name”, “DO DO DO”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춰줘서 알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단순하게 저 친구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같이 어울리게 됐던 거죠. 그 이후에 빅원이 랩 하는 걸 가까이서 봤고, 최근에는 스타일도 많이 정립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곧 나올 싱글이 있는데, 거기서는 빅원이 예전에 조금씩 어필했던 느낌과는 다른 느낌이 있을 거예요. 음악이 굉장히 설득력 있거든요. 여기까지 굉장히 자연스럽게 흘러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로서는 빅원에게 춤을 춰 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을 예정이에요. 뭐, 언젠가 뮤직비디오에서 노래하면서 춤도 같이 추면 멋있긴 하겠죠.

빅: 필요하면 하는 거죠. 억지로 하겠다 이런 건 없구요. 굳이 하고야 말겠다는 마음도 절대 없어요. 언젠가 제가 춤을 추고 싶거나, 춰서 이점이 생길 때 할 거예요.

넉: 사실 제가 그 싱글을 들어봤는데,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빅: 들어봤어요, 형?

넉: 들어봤지. 엄청 좋던데? 쌌어. (전원 웃음) 제목은 기억 안 나.

딥: 내가 들려줬어.

넉: 진짜 깜짝 놀랐어. 너가 그런 재주가 있었어? (웃음) 재밌을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LE: 이제 다시 앨범, 랩 쪽으로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이번 앨범에서는 래퍼분들이 각자의 스타일을 활용해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각자가 조각이 되어 여기저기 들어갔던 거 같아요. 그중에서도 우탄 씨의 랩이 상당히 베리에이션 있었던 거 같아요. 샤우팅을 치기도 하는가 하면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듯하게 랩을 하는 구간도 있었구요. 어떻게 보면 [Dope Boys Club]부터 스타일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요.

우: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고민까지는 아니고, 제가 이렇게 했을 때도 좋고, 조금 다르게 했을 때도 좋고 그런 식이죠.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든 장점이 있을 것 같아요. [Dope Boys Club]을 만들 때도 이렇게 만들었어요. 그냥 끌리는 대로. 이 비트에는 이런 식으로 하면 좋겠다, 저런 식으로 하면 좋겠다 하면서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죠. 사실 나잠 수 형이 저에게 용기를 많이 줬어요. 제 목소리를 듣고 여러 사람의 랩을 듣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해준 거죠. 나잠 수 형이랑 믹스 끝나고 소주 한 잔 하면서 얘기했었거든요. (웃음) 저는 한 가지 확고한 스타일이 아닌 여러 가지 스타일을 구사하는 게 위험부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잠 수 형이 그런 부분에서 용기를 많이 준 것 같아요. 너한테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좋다는 식으로. 그래서 앞으로는 여러 가지 랩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LE: 랩적으로 변화한 특별한 시기, 시점이 있었을까요? 앨범이나, 트랙 모든 걸 통틀어서요.

우: 개인적으로는 “악당출현” 벌스를 녹음할 때 생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그 벌스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빠른 랩을 좋아하지는 않아서요. 그런데 속도감을 떠나서, 녹음하면서 형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말을 해줘서 조금 다르게 작업했어요. 저는 톤이 지나치게 과해지면 부담스러울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녹음하면서 어찌 됐건 새로운 시도를 해보니까 재밌더라구요. 그때를 기점으로 생각의 문이 열린 것 같아요. 그래서 [Dope Boys Club]도 내게 된 거구요.





LE: 영향을 서로 많이 받을 것 같기도 한데, 소리를 크게 치며 랩하는 스타일은 그간 던밀스 씨가 많이 보여주셨잖아요.

우: 그것도 맞아요. 그때 던밀스가 한창 [미래]를 준비 중이었는데, 아무래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듣고, 저렇게 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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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던밀스 씨 같은 경우에는 이번 앨범에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기존에 고수하던 스타일대로 접근하셨는지, 아니면 다른 접근도 있었는지 싶은데요.

던: 사실 저는 조금 더 하고 싶었던 스타일의 곡들이 따로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느낌의 곡들이 빠졌어요. 그래서 원래 작업하던 방식대로 했죠. 크게 소리도 쳤다가 나긋나긋하게도 하고. 나긋나긋하게 랩한 트랙은 “RICH BLACK MORE”, “WE MAKIN’ VISTORY” 같은 트랙이 있죠. 원래는 “VISTY LOOP” 같은 곡도 랩할 때는 차분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다른 멤버들이 봐줄 때, 조금 세게 하면 어떻겠냐 하는 의견이 나와서 조금 세게 했었죠. 그랬더니 다들 좋아하더라구요. 저도 좋았구요. (웃음)





LE: 혹시 본인 벌스가 아닌데 추임새를 따로 넣었다거나 했던 트랙이 있을까요? 아니면 ‘이런 건 캐치 못 했지’하는 부분이라든가요.

던: 아마 대부분 캐치하셨을 것 같긴 해요. 우탄이가 “DEADPOOL” 벌스 할 때, 제가 뒤에서 애드립 쳐준 것도 있고… 생각해 보니 그렇게 많이는 없는 것 같네요.

딥: 제가 디렉팅을 볼 때, 항상 던밀스와 우탄이의 샤우팅을 악기적으로 사용하려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서는 던밀스가 소리쳐주면 좋겠다, 뭐 이런 거죠.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요청하는 편이구요. 그래서 어떤 날은 던밀스가 녹음실 와서 ‘예!!!’ 이것만 하고 집에 간 날도 있어요. (웃음)





LE: 이렇게 여러 가지 스타일의 트랙들이 얼기설기 얽히다가, 마지막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클리셰적인 트랙이 나와요. [양화]의 “가족의 탄생”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고, [RUN VMC]의 “Forever I”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요. 누군가 듣기에는 마무리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딥: 원래는 마지막 트랙을 그렇게 하지 않았었는데, 결국 최종적으로 교체하게 된 트랙이 바로 이 “WE MAKIN’ VISTORY”예요. 이렇게 마감한 이유는, 앞에서는 그야말로 강한 트랙들로만 가득 차서 조절이 아예 안 됐기 때문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강하기만 한 걸 고수하느냐, 아니면 조금 클리셰적이지만 그동안 구사했던 VMC의 화법을 따르느냐 선택을 해야 했어요. 결국 후자를 택한 거죠. 클리셰적인 것의 리스크를 저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던밀스 가사에도 보면 클리셰라고 암시하는 부분이 있기도 할만큼요. 어찌 되었든 저희는 그 리스크를 선택했죠. 이 마무리가 결국 여타의 요소들을 의식하지 않고 듣는 사람들에게는 더 편하게 다가올 거라고 생각한 거죠.





LE: 그 선택이 어떻게 보면, 예전에 딥플로우 씨가 저희와 인터뷰 하셨을 때 말씀하셨던 ‘나는 스탠다드 한 걸 좋아한다’라는 말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요. VMC를 얼터너티브한 집단이라기보다는 스탠다드한 걸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딥: 아니요. 이번에는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보니 제가 어쩔 수 없이 각자 추구하는 바를 하나로 묶기 위한, 필연적으로 강압적일 수밖에 없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저의 개인적인 기준인 것 같고, 아마 다른 멤버가 제 자리에 있었다면 느낌이 많이 달랐을 거예요. 넉살이가 앨범 총 디렉터였다면 마무리가 달랐을 수도 있죠. 말씀하신 실험적인 면이 훨씬 더 많았을 거구요. 이건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기호였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앨범이 제 영향력이 많이 행사된 마지막 앨범일 거예요. 이 이후에는 다들 개별적인 커리어로 다들 돌아갈 거구요. 결론은, 여기까지는 제가 마감을 짓겠다는 거고, 다음 커리어부터는 각자 색깔에 많이 의존할 거예요.

로: 딥플로우가 얘기한대로 앨범 준비하면서 ‘꼭 이렇게 준비해야 한다’라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었어요. 이 많은 멤버를 하나로 뭉치게 하기 위한 필연적인 스테레오 타입이었던 거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 앨범을 내야만 다음 작업물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랬죠. 그래서 빅원이라든가, 티케이라든가, 뒤에 나오는 멤버들의 결과물 들어보시면 아마 또다시 ‘VMC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비록 실험적이라고는 말하지 못 할 수도 있지만, 정말 다양한 음악이 나올 거예요.





LE: 생각해보면 VMC가 처음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변화를 거쳐왔던 것 같아요. 예전엔 전체적으로 더 핏하게 짜인 느낌이 있었다면, [작은 것들의 신]이나 그 이후에 나온 앨범들 같은 경우에는 VMC가 가지고 있었던 색깔을 조금씩 조금씩 벗어난 듯한 느낌을 줬던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를 더 기대해봐도 되겠죠?

딥: 제가 점점 페이드 아웃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직 메인 디렉터로 있지만, 초반에 비해 저의 입김이 많이 줄어들고 있어요. 초반에는 멤버들에 대한 노파심이 컸어요. 대부분 멤버가 신인이었고, 앨범을 제대로 만들 줄 모른다고 저 혼자 의심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해줘야 해’라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게 아예 없어요. 멤버들이 음악을 만드는 방식에 대해 완전히 신뢰하고, 리스펙하고 있죠. 이런 부분에서 변화가 생겨나는 것 같아요.





LE: 그렇다면 남은 올해, VMC의 앨범 활동은 어떻게 될까요?

딥: 곧바로 빅원의 세 곡짜리 싱글이 나올 예정이구요. 그다음에는 티케이의 피지컬 앨범이 나올 것 같아요. 이후는 미정이구요.





LE: “WE MAKIN’ VISTORY” 가사를 보면, ‘더 중요한 게 있어, 우리만의 포지션 난 한국힙합 첫 페이지에 첫 줄 맨 앞’ 이라는 딥플로우 씨의 가사가 있어요. VMC가 한국힙합 씬 내에서 어떤 포지션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기도 해요.

딥: 매년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도 바뀌고, 제가 체감하고 있는 것도 바뀌어요. [양화]를 낼 때만 해도 단순하게 VMC가 롱런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내부적인, 회사로서의 컨디션이 좋아지긴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점치기가 힘들어요. 왜냐하면, 지금 VMC의 행보는 그전까지 없던 케이스니까.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빅 딜 레코드(Big Deal Records)도 있었고, 마스터 플랜(Master Plan)도 있었고, 소울 컴퍼니도(Soul Company)도 있었죠. 저는 이들의 흥망성쇠를 전부 지켜봤어요. 이런 것들을 전례로 삼아서, 힙합 레이블들이 젊은 친구들이 모여 인디펜던트로 해 나가는 게 수명이 있고, 보통 10년 하면 진짜 길게 한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VMC에게는 이런 전례들을 답습해서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게 하면 길게 할수록 우리가 해내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소울 컴퍼니나 빅 딜 레코드라는 전례를 적용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무엇보다 현재 뮤직 비즈니스의 환경 자체가 아예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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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예전 레이블들을 생각하는 때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새로운 모양새가 되어가는 때라고 느끼고 있어요. 이제 롤 모델을 아예 삼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 레이블들은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이런 식으로 회사를 키웠구나 하는 것들에 대해 답습할 만한 모범 사례가 없는 것 같아요. 그들이 잘 못 해서 없다기보다,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만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느껴버려서죠. 그 가사는 ‘우리가 이제 답안을 만들어 가고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든 시점에서 쓴 가사에요. ‘첫페이지 첫 줄 맨 앞‘이라는 라인으로 저희의 행보에 대한 자신감을 비치려 했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저희가 레이블들을 손에 꼽고, 순위를 매기고 이런 걸 하고 싶진 않아요. 그런 건 좀 유치하잖아요. 절대 비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AOMG의 흐름이 있는 거고, 일리네어 레코즈의 흐름이 있는 거고, 또 마찬가지로 VMC의 흐름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저 역시도 궁금해요. 5년 뒤에 어떻게 되어 있을지, 멤버가 그대로일지, 아니면 교체가 되어 있을지 등등… 이런 것들에 대해 제가 최대한 그리고 싶은 그림대로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이라서, 현재 VMC가 어떤 포지션이라고 딱 말할 수는 없어요. 추상적으로 그려 놓은 청사진에 맞춰 가기 위해 시간과 함께 가는 거겠죠.





LE: AOMG 말씀을 하셨는데, AOMG가 CJ와 파트너십을 맺고 난 후에 정말 많은 말들이 오갔잖아요. 이번에 “티키타카” 뮤직비디오가 CJ 쪽 채널로 올라간 걸 보고 VMC도 CJ 쪽과 뭐가 있는 거 아니냐는 낭설이 있었어요. 뮤직 비즈니스를 아주 살짝만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코웃음 칠 썰이긴 하지만요. 어쨌든 앞으로 VMC가 일종의 대규모 자본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딥: 지금 저희는 CJ와 유통 계약이 되어 있어요. 하지만 AOMG나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 같은 곳과는 다른 게, 저희는 개인 사업자라서 대기업의 지분이 들어온다는 개념이 쉽게 성립되지 않아요. 저희는 그저 프로모션을 해줄 수 있는 좋은 유통사로 CJ를 선택한 거예요. 발매일 같은 부분에서 신경을 잘 써주기도 하구요. 그런데 어쨌든 유통사가 CJ로 나오다 보니 그런 소문들도 있더라구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인 것 같아요.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저희는 아직 개인 사업자예요. (웃음) 먼저 아셔야 하는 게, 음악 레이블을 운영하는 게 수지타산이 아직 안 맞는 장사예요. 그래서 저희가 매출이 많이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큰 리스크를 안고 있어요. 앨범을 계속해서 낼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그리고 레이블의 기능을 하려면 그만큼 돈을 벌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 투자를 받는 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형태예요. 팬들이 이런 부분들을 놓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저희에게는 레이블을 운영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단순하게 ‘자본과 손을 잡았구나’ 하는 걱정에 대해 저희는 ‘아직 팬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저희가 저희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거대 자본과 손잡지 않겠다는 게 아니고 그냥 우리끼리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에요.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까지 없던 움직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서요. 또 이런 면을 재미있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투자를 받지 않아도 해나갈 수 있는 것에 꽂혀 있는 것 같아요. ‘우린 거대 기업에 돈 절대 안 받을 거야’ 이런 건 아니고 그저 ‘그냥 우리끼리 해낼 수 있는 걸 해보자’, ‘나중 일은 모르는 거니까 당장은 우리끼리 열심히 해보자’ 이런 마인드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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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VMC는 다른 레이블에 비해 진정성, 우직함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쇼미더머니> 같은 방송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꽤 많은 거 같아요. 실제로 본인들도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는지 싶은데요.

로: 간단하게 얘기하면, 본인들이 VMC에게 기대하는 옷을 입혀서 그런 거예요. 예전에 넉살이가 [작은 것들의 신] 나와서 힙합엘이랑 인터뷰할 때 제가 똑같은 얘기를 했었어요. 그때도 저희는 자본을 거부한 적은 없어요. 운영 면에서, 만약에 CJ 지분이 올라서 그들과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좋지만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동안 투자가 필요했을 때 저희가 거절했던 적은 없어요. 기회주의적인 성격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딥플로우가 얘기한 것처럼, 저희는 저희만의 스탠스로 해나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는 거고, 그 때문에 매일이 과도기지만 아직까지는 엄청난 투자 없이 최소한의 유통 계약만으로 운영할 수 있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 멤버들도 그렇고, <쇼미더머니>에 아쉬움을 느끼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천차만별일 거예요. 다만, 그런 생각들을 강제로 규합할 수는 없죠. 가령 [VISTY BOYZ] 같이 하나의 명제로 묶을 수 있는 수단은 있을지 몰라도, 사람의 생각에 대해선 강요할 수 없을 것 같아요.





LE: 오늘 꽤 많은 질문을 드렸어요. 앨범에 대한 이야기, 주변 반응, 총체적인 이야기 등등. 그래도 저희가 짚고 넘어가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중에 하고 싶었는데 못한 말이 있다거나 하시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트랙에 대한 얘기나 혹은 앨범 감상 포인트도 좋구요.

넉: 락키엘 형 뭐 없어요? 아까 뭐 XX 이런 얘기 말고… (웃음)

로: 제가 하나만 더 보태면, 컴필레이션 앨범이라는 게 미국 컴필레이션 앨범도 우탱 클랜이 됐든, 퀸즈 브릿지의 래퍼들이 됐든, 앨범이 나왔을 때 바로 명반이라고 평가받았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지금 명반이라고 평가받는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HI-LIFE]만 하더라도, 팔로알토 형 얘기를 들어보면 그 당시 반응은 미지근했다고 해요. 아쉬움은 당연히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이상적으로 보면, 어느 집단에서나 한 앨범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랩 괴물이면 좋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밸런스라고 생각해요. 우탱 클랜이라고 해서 모두가 메쏘드 맨(Method Man)이나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같은 레벨로 랩을 하진 않잖아요. 단지 르자(RZA)와 즈자(GZA)라는 코어들이 있었고, 그들이 움직여서 만든 거였죠. 그래서 저희 앨범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을 이해는 하지만, 그걸 확대 해석해서 멤버 누구를 쳐내야 한다거나 하는 반응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했던 거니까. 그리고 평가라는 게 또 미래에 가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도 하구요.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장비나 환경적인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저희의 색깔을 충분히 담았다고 생각해요. 비록 시류에 맞는 앨범은 아니지만 말이죠. 사실 트렌디한 느낌을 내길 원했다면 앨범 제목을 이렇게 짓지도 않았을 거예요. 뭐, 스무디 비스티? 이렇게 했겠죠.

전원: 뭐야 그게. (웃음)

로: 어쨌든 시류에 맞추려고 했으면 애초에 ‘VISTY’ 라는 명제를 크게 가져가지도 않았을 거예요. 트렌드라는 틀에 맞추기보다, 그냥 ‘이런 메뉴가 나왔네’라는 식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딥: 저희가 오늘 이렇게 인터뷰하는 게 의미 있고, 앨범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지만, 사실 [VISTY BOYZ]는 이 몇 시간 동안의 말들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냥 만든 앨범이에요. (웃음) 피드백에 대해서는, 보면서 가장 짜증이 났던 리플은 그런 거예요. 활발히 활동하는 멤버들을 제외하고 다른 멤버들을 쩌리라고 표현한다거나 몇 명은 쳐내야 한다, 이런 훈수를 두시는 분들이 있어요. 마치 해외 축구 리그 보듯 누굴 영입하고 방출하고 이렇게 간단히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근데 저희는 저희끼리 팀이고, 이미 팀이라는 전제가 머릿속에 완벽하게 박혀 있어요. 모두가 함께한다는 거죠.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다 같이 한다는 것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전제였어요. 그래서 멤버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보면 불쾌하기만 해요. 저희가 곡 안에서 디테일하게 녹여낸 오마주들이나, 어필하고자 했던 것들을 같이 향유하거나 캐치하지 못하면서 외적인 것들에 대해서만 훈수 두는 의견에 대해서는 저희도 똑같이 공감하지 못해요. 일단 피드백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사실 힙합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피드백들에 대해서도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일단 저희가 먼저 보여줬던 것들에 대해 공감받지 못했으니까, 그들의 피드백도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저희가 ‘I don’t give a f**k’ 이라는 건 아니고, 그저 여론몰이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VMC 앨범 저조하다, 잘 안 됐다 같은 의견들이 커뮤니티 내에서 여론몰이가 되는 게 조금 불쾌해요.

우: 아니, 저조한 앨범이 어떻게 하루 만에 1500장이 팔려. (웃음)

딥: 저희끼리 해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이벤트적으로 재미있게 잘 했다는 생각이 있어요. 저희끼리 재미있게 논 것 가지고 인터뷰도 이렇게 길게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참 좋아요. 사실은 굉장히 쓸데없는 말도 많이 한 것 같아요. (웃음) 그냥 한 거라서. 아무튼, 팬분들이 이번 앨범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앞으로 저희 개개인의 디스코그래피로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LE: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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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Melo, GDB(심은보), Urban hippie
사진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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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사실 처음에 좀 실망하고 믹스도 많이 실망했던 사람 중 하나인데 지금은 적응이 되서 그런지 믹스도 별로 문제가 안되고 그 전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각자 멤버들 다 조화롭게 꾸며내고 랩적으로 몰아붙이고 그런거를 싱글로 만들긴 쉽다하더라도 앨범형태로 만들기 정말 쉽지 않을텐데 그걸 해낸것 같고요. 되게 인상적이었고 앞으로 행보도 기대합니다.
  • 10.1 06:46
    걍 바로 구입해서 잘 듣고있고
    인터뷰 보는 내내 인스트러멘틀 들으며
    보니 더 간지나고 좋네요
    앞으로도 계속 응원합니다 visty bwoysss!!!
    아 들으면서 티나 재밋었습니다 넋형ㅋㅋㅋ
  • 10.2 00:00
    내용을 읽고 들어보니까 정말 한층 더 깊게 들리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당
  • 10.18 22:59

    넉살 : 쌌어


    너무 강렬하게 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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