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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구원찬 - 반복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9.26 00:43추천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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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동화
02. Sweether
03. 감정관리
04. 행성


가능성을 보인 아티스트가 오랜만에 모습을 보이면 일단 반가움이 크다. ‘어디서 뭘 하다 이제야 돌아온 거야?’ 싶어서, 그 사이에 아티스트로서 얼마나 발전했을까 싶어 기대를 하게 한다. 많이 느껴 온 감정이고, 꽤 자주해 온 경험이지만, 그럴 때마다 괜스레 생경하기만 하다. 이번에는 본명으로 첫 EP [반복]을 발표한 구원찬이 그랬다. 이름만 들으면 신인인가 싶을 테고, 실제로도 여전히 신인일 수도 있다. 그는 사실 3년 전, 지금은 XXX로 활동 중인 프랭크(FRNK)와 김심야(Kim Ximya)와 함께 돕멘션(Dopemansion)으로 활동했던 보컬 반쿠디(Vankudi)다. 당시 돕멘션으로는 EP [Young Adult’s Way]와 싱글 “Smoke Seoul”로 비트뮤직, 퓨처 소울에 가까운 문법을 구사했었다. 약간씩 설익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보다 앞서는 건 전체 음악적인 결을 일정하게 조율하고, 프로듀서, 래퍼, 보컬, 서로 다른 포지션에서 그 결을 해치지 않는 준수한 호흡을 보여준다는 감상이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영역을 꾸준히 만들어 나가는 중인 XXX와 별개로 구원찬이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첫 작품 [반복]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리키는 방향은 돕멘션 때와 다를지라도, 구원찬은 자신이 유지해야 할 코어한 요소를 잘 지키고 더욱 강화해 작품을 좋은 쪽으로 이끌었다.


♬ 구원찬 - 행성


과거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Young Adult’s Way]와 “Smoke Seoul”은 전반적으로 프로듀서 프랭크에 의해 조율된 결과물들이다. 반면, [반복]에서는 구원찬, 그리고 편곡으로 프로덕션을 함께한 험버트(Humbert)가 거의 모든 부분을 주조한다. 그만큼 구원찬만의 매력이 전보다 더 잘 엿보이는데, 일차적으로는 보컬 그 자체가 안정되게 다가온다. 전에 비해 가성으로 바뀌는 구간이라든지, 아니면 보컬 스타일상 가성을 오래 유지해야 하는 구간에서 크게 불안감을 노출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평범한 듯 담백하고 운치 있는 노랫말들이 귀에 잘 들어온다. 특히, “동화”와 “행성” 속 상대에게 동화되고, 착륙하고 있다는 가사적 표현이 짙은 서정성을 머금고 있다. 장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구원찬은 [반복]에서 최신의 흐름인 무엇이라도 섞어 만드는 얼터너티브적 성질을 부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순히 이지리스닝 계열의 팝 알앤비를 표방하지도 않는다. 대신 악기들의 톤을 가볍게 가져가며 부담을 덜고, 클래시컬한 진행과 무드로 편안함을 유도한다. [Young Adult’s Way]에도 수록됐던 “Sweether”는 초반부의 피아노나 브라스 세션을 더함과 동시에 좀 더 힘을 뺀 보컬로 감정에 접근해 성공적인 리워크 버전으로 거듭난다. “감정관리”에서는 중반부에서 강해지는 드럼 비트와 기타를 중심으로 한 네오 소울적인 변주로 감정선을 원활히 끌어 올린다. 그리고 이 모든 구성 요소는 구원찬이 묘사하고자 한 사랑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보이게끔 하는 밑바탕이 된다. 그러니 분명하고 강력한 한 방은 없을지라도, 트렌디하거나 혁신적이지는 않을지라도. [반복]은 단출하게나마 전하고자 하는 감정에 온 신경을 써가며 예쁜 만듦새를 뽐내는 알앤비/소울 앨범이라 할 수 있다.


글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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