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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이비 (Boi B)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5.14 04:31추천수 9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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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이비 (Boi B)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을 보다 보면,  별 행동을 하지 않아도 괜히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다. 반면,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해도 이상하게 영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 의미는 다르겠지만, 이런 걸 보고도 '사람 냄새'라고 할 수 있을까. 제각기 다른 취향이 있겠지만, 리듬파워(Rhythm Power)라는 팀은 일반적인 정서로 보면 그래도 전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웃기더라도 우스워 보이진 말자'라는 유명한 말을 따르는 것만 같이 그들은 늘 유쾌한 음악을 그 나름대로 치밀하고 진중하게 해왔던 것만 같다. 그중에서도 보이비(Boi B)는 든든한 인상만큼이나 '솔찬한' 랩을 선보이는 편이라 그런지,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아도 마치 동네형 같은 친밀감이 두둑히 느껴지는 래퍼다. 그런 그가 새 EP [Night Vibe]로 평소와 다른, 아니 어쩌면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호랑나비"로 시작해서 "호랑나비"로 끝나기에는 더 많은 걸 가지고 있는 보이비를 인천에서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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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간단하게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간단한 소개, 인사 부탁드립니다.

B: 안녕하세요, 저는 리듬파워(Rhythm Power)의 래퍼 보이비입니다. 반갑습니다. 힙합엘이 인터뷰를 하게 되다니 너무 감개무량하네요. 저도 항상 많이 보거든요.





LE: 최근에 어떻게 지내셨나요? <쇼미더머니 5> 끝나고 나서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작품 활동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잖아요.

발표한 음원이 많았던 건 아닌데, 작업을 나름 열심히 했어요. <쇼미더머니> 끝나고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 형들이랑 카스 프로젝트로 발표한 “highfiVe” 바로 하고, 하반기에는 내내 리듬파워 작업 계속했었거든요. 그러다 작업했던 것 중 한 곡인 “방사능”을 2월에 내고, 11월, 12월에 걸쳐 한 달 정도 투자해서 만든 [Night Vibe]를 냈고요. 나름 전국 팔도 돌면서 행사도 솔찬하게 했고요. (웃음)





LE: 앨범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얘기하긴 하겠지만, 많은 래퍼가 <쇼미더머니>에서 선전하고 나면 그 전과 후의 삶이 달라졌다고들 하잖아요. 보이비 씨는 어땠나요?

겉으로 보일 때 큰 차이는 없어요. 길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는 일은 많아졌는데요. 아, 클럽에서 괜찮습니다. 그건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요. 제 인생에서 미모의 여성분들의 환대를 그렇게 많이 받아본 경험이 흔하지는 않거든요. 그 외에 별다른 건 없어요. 똑같이 친한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고, 작업하고 있는 것도 똑같고요. 제가 임하는 태도도 같은데, 래퍼로서의 자신감 정도만 조금 더 붙었어요.





LE: 올해는 <쇼미더머니>에 다시 참가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은 시즌인 거로 알고 있어요. 보이비 씨도 1년 만에 다시 참여하게 됐잖아요. 제가 알기에는 경연 무대를 치른 래퍼 분들 중에 바로 다음 해에 재참가한 래퍼로는 보이비 씨가 처음이 아닌가 싶어요.

거창한 이유는 없고요. 작년 결과에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조금 남아서요. 작년보다 제가 늘었다고 생각도 하고요. 그걸 보여주기에 <쇼미더머니>만한 곳이 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쇼미더머니>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래퍼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자연스럽게 나간 거죠. 저라는 래퍼가 우리나라 최고 수준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에 매우 적합한 무대라고 생각해요.





LE: 아무리 커리어가 있고, 랩을 해왔어도 <쇼미더머니>에서의 큰 무대를 경험해볼 기회가 평소에 래퍼분들에게 그렇게 많진 않잖아요. 그래서 경연을 치르면서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얘기하시는 경우가 더러 있는 거 같더라고요.

사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래퍼들에게는 <쇼미더머니>가 불리한 포맷이에요. 왜냐하면, 카메라 엄청 많이 들어와 있고, 대기 시간 엄청 길고, 랩을 해야 하는 시간은 되게 짧거든요. 아무리 베테랑 래퍼고,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많이 해봤어도 환경이 다르잖아요. 반면에, TV에 많이 나온, 상대적으로 아이돌 래퍼가 좀 더 유리할 수도 있는 거죠. 그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랩하는 게 익숙한 사람들이니까요. 물론, 저 같은 경우에는 경연을 하면서 성장했다고까지 느끼진 않았어요. 대신에 제가 저희 팀끼리 하다가 아메바컬쳐(Amoebaculture)랑 계약했잖아요. 어느 시점부터 다른 래퍼들과의 교류를 많이 못 했어요. 직접 부딪힐 일이 별로 없고, 그 와중에 팀은 잘 안되고. 그러다 보니 ‘아, 내가 잘하는 건가?’, ‘내가 랩을 잘하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근데 <쇼미더머니>에 나가면 진짜 베테랑 래퍼부터 완전 패기 넘치는 신예 래퍼들까지 다 나온단 말이에요. 그 사람들이랑 같이 하면서 ‘나 되는구나. 내가 느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한 가지 더 느낀 점이 있다면, 이게 맞는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극한 트레이닝이 돼요. (웃음) 한 시즌을 겪으면 주어진 시간은 되게 짧다 보니까 본인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내야 할 때가 와요.





LE: 약간 군대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나오시는 분들이 족족 너무 힘들다고들 얘기하시더라고요. 연속으로 참가 안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굉장히 비슷해요. 근데 저는 약간 재미있어요. (웃음) 긴장은 엄청 하죠. 그렇다고 ‘아, 내가 랩을 계속하려면 억지로 나가야 하네.’ 이런 건 아니에요. 약간 WWE 보는 느낌이에요. 랜디 오튼(Randy Orton) 있고, 존 시나(John Cena), 있고, 트리플 에이치(Triple H)이 있듯 각자 기믹 있고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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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쇼미더머니> 얘기를 간단하게 해봤는데요. 뒤에도 계속 관련된 얘기가 나오겠지만, 새 앨범 얘기를 안 해볼 수가 없잖아요. 새 앨범, [Night Vibe]에 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PR 시간입니다. (전원 웃음)

[Night Vibe]는요. 제가 워낙 밤낮이 바뀌어서 사는 타입이다 보니까 되게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컨셉이었어요. 다만, 팀이 최우선이니까 굳이 할 생각이나 시간이 없었어요. 그러다 작년 하반기에 리듬파워 작업을 한창 하던 중에 한 번은 회사와 논의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집에 오면서 약간 삐뚤어진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아, 몰라. 나 그냥 믹스테입 낼래.’ 이런 생각이 든 거예요. 다 만들어서 통째로 들고 갈 거라고. 그때부터 멤버들한테도 얘기하고 솔로곡을 작업하기 시작했죠. 한 달 좀 넘게 걸렸나? 그 정도를 집에서 가녹 정도는 한 상태로 작업해서 만든 앨범이 [Night Vibe]에요. 마찬가지로 작업은 다 밤에 이루어졌고요.





LE: 그 ‘Night Vibe’라는 컨셉은 언제부터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던 건가요?

그 생각을 처음 한 게, 제가 군대 가기 전날에 “삼화고속”이라는 노래를 사운드클라우드로 공개했었잖아요. 그걸 공개했을 때, 작업한 곡들이 더 있었어요. 근데 그 전해에 제이콜(J. Cole)이 [Born Sinner]를 내기 전에 [Truly Yours]라는 EP를 두 개 정도 냈었어요. 전 거기에 담긴 무드가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솔로를 하게 된다면 어쨌든 메인은 리듬파워니까 엄청난 힘을 들이면서 마케팅을 하고 그럴 게 아닐 거라 보고 저도 그런 느낌으로 솔로 작업물들을 쌓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사실 [Night Vibe]도 믹스테입으로 발표하려고 했었어요. 근데 개코 형이 좀 더 키워도 될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는 EP로도 할까 했었는데, 개코 형이 EP도 붙이지 말고 그냥 ‘Night Vibe’로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요즘에는 그렇게 구분 짓는 게 크게 의미가 없기도 하잖아요. 결국, 그 조언을 들었죠.





LE: 작년에 처음 보이비 씨를 알게 된 사람들 입장에서는 알고 있고 기대하던 이미지, 음악과는 사뭇 다른 측면이 있는 거 같은데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사실 <쇼미더머니>에서 떨어지기 전까지, 팀 선택에 올라간 멤버 중에 인지도가 가장 낮았을 거예요. 전 오히려 떨어지고 나서 사람들이 기억하게 된 경우에요. 그러다 보니 그건 당연한 거 같아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죠. 전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계속할 뿐이어서요. 그리고 “호랑나비” 같은 경우에는 리듬파워의 색깔과 일맥상통하는 곡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리듬파워를 할 때는 그 색깔로 가는 거고, 저 혼자서 할 때는 이런 류의 색깔을 가져가게 될 거 같아요. 이런 무드를 워낙에 좋아해서요.




LE: 아, “호랑나비”가 리듬파워가 지향하는 흥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흥 부분은 일치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리듬파워는 딱 잘라서 말씀드리면, 대중적인 팀이거든요. 저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지금까지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어도 확실히 대중적인 쪽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호랑나비”)가 일맥상통하게 잘 맞아떨어졌고, 그런 측면에서 솔직히 길 형한테도 많이 배웠어요. 그 형이 10년 넘게 대중음악계에서 대중음악을 한 사람으로서 갖고 있는 직감 같은 거죠. <무한도전>을 했던 형이잖아요.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운 점이 많았어요. “호랑나비”가 믹스할 때 훅 볼륨이 말도 안 되게 컸었어요.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못 들었는데, 나중에 듣고 이건 좀 상식을 벗어난 믹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진짜 훅의 볼륨 레벨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한 두 배 가까이 클 거예요. 보통 우리끼리 음악 만들면 그렇게 안 했을 거예요. 근데 (길 형은) ‘이거 이렇게 해야 해.’라는 속된 말로 ‘겐또’가 있는 거죠. 그런 디테일한 부분들에서 되게 많이 배웠어요.





LE: 그렇군요. 반면에 보이비 씨의 커리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앨범에서 지향하는 바를 어느 정도 이해할 거 같기도 한 게요. 보이비 씨가 리듬파워로서 아메바컬쳐에 소속되기도 전에 발표했던 곡으로 올댓(All That)의 “잊지 못해서”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무디(Moody)한 느낌이랄까요? 부드러운 분위기를 잘 즐기고, 그 안에 자기 랩을 잘 녹여내는 느낌이 있었던 거 같아요. 본래 좋아하시는 음악이라든가, 추구하시는 음악적인 스타일이 그런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편인가요?

되게 오그라드는데요. (웃음) 저 알앤비 진짜 좋아하거든요. 옛날부터 그랬어요. 90년대 알앤비 진짜 좋아해요. 제가 기린 형을 좋아하거든요. 신기하게도 기린 형도 저를 좋아하는 게, 서로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걸 아는 거죠. 어렸을 때부터 힙합만큼 알앤비를 좋아했는데, 제가 노래는 할 수 없으니까 (웃음) 랩을 하면서 그런 무드를 좋아하는 걸 어필하고 그걸 시도해보려고도 했죠.





LE: 특별히 좋아하시는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진짜 너무 많은데… 그래도 제가 래퍼고, 힙합을 하다 보니까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류의 아카펠라 그룹보다는 조데시(Jodeci)나 드루힐(Dru Hill), 조금 다르긴 하지만 뉴 에디션(New Edition)도 되게 좋아했었어요. 진짜 어렸을 때는 베이비페이스(Babyface) 같은 팝스러운 느낌도 좋아했지만, 계속 즐겨 듣게 되는 건 112 같은 팀인 거 같아요.





LE: 약간 진한 걸 좋아하시나 봐요.

그렇습니다. 완전 남자. ‘찌찌 섹시’라고 하죠. (전원 웃음) 셔츠 이만큼 풀고 흐느적거리면서 노래 부르는 스타일 있잖아요. 다 모여서 가창력 자랑하는 게 아니라 여성들에게 구애하는 흑인 남성의 진한 무드를 굉장히 좋아해요.





LE: 조데시의 “Cry For You”의 뮤직비디오 보면, 사막에서 레자(?) 바지 입고 노래를 부르고 그러더라고요. (웃음)

근데 신기한 게, 요즘 조데시 노래를 샘플링으로 진짜 많이 써요. 드레이크(Drake)가 “How Bout Now”에서 “My Heart Belongs to You”를 샘플링한다든가… 유행이 돌고 돈다고, 진짜 그러나 봐요. 아무튼, 저는 알앤비를 굉장히 좋아해요. 뮤지끄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도 좋아하고요. 에릭 베네(Eric Benet)은 어렸을 때 진짜 좋아했는데, 요즘은 조금… 아, 맥스웰(Maxwel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이 [Maxwell's Urban Hang Suite]에요. 어떻게 보면 인생 앨범 중 하나에요. 얼마 전에 LP로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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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말씀하신 대로 기린 씨와 콜라보를 꽤 자주 하셨는데요. 보통은 뉴잭스윙이라 불리는 스타일에 초점이 많이 가 있는데요. 기린 씨와 함께 만드는 그 스타일이 가진 흥과 리듬파워가 지향하는 흥이 서로 결이 다른 거 같아요. 그 점에서 아무래도 특별한 장르적 지향점이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기린 형이 얘기가 나와서 말씀드리는데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기린 형 노래는 저랑 작업한 곡이 아니에요. (웃음) “너의 곁에”라든지, “Jam” 같은 뉴잭스윙을 좋아해요. 박재범(Jay Park) 형이랑 같이 한 “City Breeze”도 좋아하고요. 사실 저희랑 같이 작업한 곡은 그렇게 자주 찾아 듣지는 않는 거 같아요. (웃음) 기린 형한테 미안하네요.





LE: 그래도 콜라보한 트랙 중에 가장 좋아하시는 트랙이라면 어떤 건가요?

제일 조화로웠던 건 “요즘 세대 연애방식”이었던 거 같아요. 기린 형도 초창기랑 지금 스타일이 완전 다르거든요. 형이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이 훨씬 발전했거든요. 생각해보면, 예전 콜라보 곡들에 있는 제 랩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요. 인위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서요.





LE: 앞서 말씀해주실 때, 자연스럽게 서로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신 거 같은데요. 별다른 대화 없이도 그냥 알아차리게 된 건가요? 처음에는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는지가 궁금해서요.

기린 형도 올댓의 “잊지 못해서”를 듣고 저한테 연락을 줬었어요. 트위터로 연락했었는데, 그때 저는 기린이라는 아티스트가 있는 것만 알고 형의 음악을 아예 모르던 때였어요. 형이 그때 “Please Stay”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기 전에 저한테 보내준 거예요. 그걸 멤버들이랑 셋이서 같이 보는데, ‘이 사람이랑 무조건 해야 할 거 같아. 이 사람 뭔가를 알아.’라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그렇게 바로 작업한 곡이 “Oldschool Love”라는 곡이었어요. 그때 처음 하고, 계속 인연이 좋게 이어지고 있죠. 요새는 제 자리를 어글리덕(Ugly Duck)이 차지해서요. 기린 형의 파트너 하면 원래는 저였는데, 제가 제대한 후에 <쇼미더머니> 하는 사이에 어글리덕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LE: 근데 기린 씨랑 어글리덕 씨가 같이 만든 곡이 없지 않나요?

막상 곡을 같이 만든 건 아닌데, 거의 모든 파티는 같이 다니는 거 같아요. 뮤직비디오에도 늘 나오고요. 기린 형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형이 뮤직비디오에 카메오로 나와달라고 해도 얼마든지 가거든요. 형의 작품 속 일부가 되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커요. 만약에 이 인터뷰를 형이 본다면… (전원 웃음) 제가 낯간지러워서 직접 얘기하진 못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LE: 말씀해주신 “Oldschool Love”라는 곡에는 보이비 씨 혼자 참여했지만, 같은 앨범의 수록곡 “그대여 이제”는 멤버분들도 함께 했어요. 그래서 또 다른 시너지가 나는 거 같은데요. 리듬파워 멤버분들이 서로 색깔이 조금씩 조금씩 다르잖아요. 그중에서 보이비 씨 같은 경우에는 역할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서 가지고 계신 메리트가 딜리버리나 무게감이 아닐까 싶어요.

피드백들을 보면, 발성, 톤 딜리버리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데요. 저는 그걸 통칭해서 랩할 때 목소리의 해상도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LE: 타고난 건가요, 아니면 연습에 의한 건가요? 래퍼분들 중에 애초에 발성 자체가 좋으신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올댓을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완전 달라요. 왜 이렇게 됐냐면, 목소리도 원래 이렇지가 않았어요. 제가 처음 랩을 할 때 루다크리스(Ludacris)를 되게 좋아했었는데요. 대학교 다닐 때 힙합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어떤 선배 형이 나스(Nas)의 [God’s Son] 라이브 영상을 보고 있었어요. 거기 보면 맨 마지막에 “Made You Look (Remix)”를 공연하는데요.





LE: 유명한 라이브죠. 제이다키스(Jadakiss) 나오고, 루다크리스 술병 들고나오고… (웃음)

맞아요. 저는 그때 거기서 나스밖에 몰랐어요. 근데 제이다키스는 기억하기에 그 당시에 톤이 엄청 강점이긴 했지만, 라이브에서 잘 터지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아직도 기억 나는 게, (루다크리스가) 술병 이만한 걸 들고나와서 옆에 경호원한테 주고 마이크를 잡고 ‘워럽, 뉴욕!’이라고 하는데, 거기서 이미 다 잡아먹었다 싶더라고요. 그땐 이미 나스는 목이 가 있었어요. (그 곡에서) 랩을 거의 안 했어요. (전원 웃음) ‘이 새끼 누구지?’ 싶은데, 진짜 랩을 무슨 기차 화통 삶아먹은 듯이 막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루다크리스를 엄청 들었었어요. 제가 영어를 못하거든요. 가사 같은 걸 잘 모르는 상태에서 듣는데, 설계된 플로우나 톤이 너무 멋있었어요. 그래서 처음 랩을 할 때 한 몇 년 동안 계속 루다크리스를 들었었는데, 그게 양날의 검이었다고 생각해요. 루다크리스를 엄청 파고 따라 했었거든요. 근데 제가 톤이 안 잡혀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따라 하다 보니까 라이브를 할 때마다 목이 나가는 거예요. 세 명이서 공연하니까 보통 공연하면 열여섯 마디 서네 개 정도를 해요. 전혀 그럴 이유가 없는데, 목이 나가더라고요. 나중에는 레코딩할 때도 그러고, 테이크마다 끊어가야 해서 힘들었었어요.





LE: 자기 목쓰는 방법을 몰랐던 거군요.

네. 어느 시점이라고 딱 집지는 못하겠어요. 그러다 오래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 톤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라이브도 잘할 수 있게 되고, 그쪽으로 좋은 피드백을 듣게 되는 거 같아요.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많이 해서 그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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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보이비 씨가 랩을 할 때, 긍정적인 의미에서 거들먹거리는 억양 같은 게 있지 않나 싶어요. 발음할 때, 정확하게 발음하기보다는 좀 더 특색을 주어서 발음하면서 유연한 느낌이 나지 않나 싶어요. 그 점에서도 루다크리스와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어요.

영향이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리듬파워로서 밝고 재미있는 곡을 많이 하다 보니까 정직하게 하면 재미가 없더라고요. 약간씩 나름의 엣지를 주는 거죠. 루다크리스가 플로우를 설계하고, 발음할 때 노래에서 밴딩 넣듯이 음절에 특정한 포인트를 줘요. 저도 그걸 따라 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루다크리스 안 따라 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임했는데도 불구하고 랩을 타이트하게 짜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습관이 저도 모르게 나와요. 그런 부분은 아예 제 랩에 가져와버린 거죠.





LE: 혹시 입대 전과 후로 비교했을 때, 스타일적인 변화도 있을까요?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톤이나 스타일이 바뀌는 래퍼분들이 꽤 계시다고 알고 있어서요.

사실 군대가 많은 직종에게 그렇지만,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잖아요. 저는 운 좋게 군악대에 갔어요. 물론, 스타일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확실히 2년 동안 못 따라잡은 감이 있었죠. 근데 는 거는 박자 감각인 거 같아요. 거기에 악기 연주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거든요. 제가 또 타악기였어요. 언제는 제가 짬을 좀 먹은 다음에 드럼하는 애들을 데려다 놓고 앉혀놓고 ‘레이드백으로 쳐봐.’라고 했었어요. 그러고 나서 저는 그거보다 더 레이드백을 줘서 랩을 하는 연습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랩은 너무 하고 싶고 너무 답답하니까요.

그러다 휴가 나와서 지구인이랑 행주랑 술을 먹는데, 지구인이 ‘너가 군대에서 뭘 할 수가 없으면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랩 들고 가서 카피 연습해봐.’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영어 못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정말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가사를 프린트하고, 20대 초반 래퍼 지망생처럼 [Ready to Die]랑 [Life After Death]랑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 들고 들어가서 야간 연등 시간에 음악 틀어놓고 가사 보면서 랩하고 그랬었어요. 지금도 제가 생각하는 그 박자 그대로 완벽하고 멋있게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근데 레이드백을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정도는 된 거 같아요.





LE: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를 두고서는 그런 말을 하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숨소리조차도 그냥 랩 같다고.

맞아요. 그건 타고난 거거든요. 보통은 저같이 훈련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 사람들은 덩어리로 레이드백을 해요. 5음절, 4음절, 아니면 한 마디.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그것도 훈련됐으니까 하는 거예요. 근데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같이 진짜 타고난 사람들은 모든 음절을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가사도 안 썼었다고 하잖아요. 왠지 저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가 레코딩할 때마다 박자가 다 달랐을 거 같아요. 그 정도로 자유자재로 박자를 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악기 연주랑 비슷한 거 같아요.





LE: 악기 연주하시면서는 정확하게 도움 된 에피소드 같은 게 있을까요? 어느 순간에 예전에 음악하면서도 몰랐었던 걸 깨달았다든가…

아니요. 제식 행사 때는 정박으로 해야 해요. (전원 웃음) 무조건 칼박이에요. 거기서 혼자 레이드백하겠다고 하면 나중에 욕먹어요. 무조건 칼 앞박. 나중에 짬 먹으면 심벌 안 치고 큰 북이나 심벌이 좀 편하거든요? 큰 북은 무조건 앞박이에요. 그냥 그 안에서 개인적으로 랩 연습을 계속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위문 공연 같은 거 가면 솔직히 음향이 그렇게 좋지 않거든요. 그런 무대를 계속 경험하다 보니 하드 트레이닝된 부분도 있고요.





LE: 루다크리스나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에 관한 이야기도 하면서 톤, 억양 등등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또, 보이비 씨가 라이밍을 할 때 타격감을 확실하게 주려는 듯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임팩트가 강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한 게요. 저는 사실 제가 라임을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랩을 나중에 다시 보면 억지 라임들이 있더라고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구겨 넣다 보니까 라임으로는 말이 안 되는데 그냥 어감이 좀 비슷하다고 해서 라임인 것처럼 발음하려고 하는 게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과하게 하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건 사실 랩을 쓸 때의 성의 문제기 때문에 제가 가사를 쓸 때 고민하고 더 연구해야 하는 부분인 거 같아요.





LE: 라이밍을 대충했다는 걸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 빈지노(Beenzino) 씨의 초창기 노래들을 다시 들은 적이 있어요. 빈지노 씨는 플로우도 유려하고, 가사 스타일도 너무 확고한 아티스트잖아요. 듣는데, 라임이 너무 완벽한 거예요. 좀 오래된 얘기지만, 어렸을 때 SNP 이런 분들이 라이밍에 대해 연구하고 했었잖아요. 근데 빈지노 씨가 초창기 때도 자기 랩으로 그 라이밍을 완벽하고 하는 거예요. 그건 진짜 작품을 만들 때의 정성이거든요. 그 정성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잘하려면 반성해야겠다.’라고 느끼게 됐어요. 결국에는 10년도 더 전에 SNP 같은 분들이 만들어놓은 방식이 맞는 거 같아요. 피타입(P-Type), 버벌진트(Verbal Jint). 데프콘(Defconn) 같은 형님도 라임으로 떡칠해버리는 랩도 하셨잖아요. 그런 것들을 들으면서도 배울 수 있는 게 여전히 있는 거 같아요.





LE: 이번 앨범으로 치면, 라이밍하는 방식이라든가, 앞서 계속 말씀드렸던 랩의 여러 요소로 봤을 때 어떤 노선을 취하셨다고 볼 수 있을까요?

사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반성한 게 앞서 말씀드린 부분들이라서요. (전원 웃음) 첫 번째 트랙 “와썹”을 들어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보여요. 랩의 구조나 박자도 무던한 거 같고. 근데 라임이 아쉽더라고요. 저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나 제이콜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믹스하고 모니터하면서 좀 더 확실하게 하려면 라이밍을 더 신경 써야겠다 싶더라고요. 작업할 때는 ‘한 달 만에 믹스테입 다 만들어서…’ 이러면서 저돌적으로 했었는데, 만들어놓고 보니까 아쉽게 느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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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트랙별로 얘기를 이어가 보죠. “와썹”에는 <쇼미더머니> 이전 이후의 상황이라든가, 방사능에서 리듬파워로 건너오기 전과 후의 상황이 가사에 잘 녹여져 있어요. 그 중간중간에 보이비 씨나 주변 사람이 아니면 설명이 좀 더 되어야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테디를 따라 했다, 안성의 자취방, 가게 매니저의 훈계질 이런 내용의 가사들이겠죠.

1절 같은 경우에는 제가 멀티태스킹이 잘 안돼요. 그래서 연락이 잘 안 되는 지독한 면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친했는데, 잘 못 보게 되는 친구들이 생긴 거죠. 예전에 중앙대학교 안성 캠퍼스에서 힙합 동아리하면서 알게 됐는데, 지금은 랩은 안 하고 A&R을 한다든가, 몇몇 친구들이 있어요. 걔네들이 응원하고, 잘 되어가고 있는 거 같아서 보기 좋다고 하는데,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같이 음악했던 애고, 얘 집에서 데모 녹음도 하고,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 컴퍼티션 참여 곡 만들고 그랬었는데… 안성의 자취방, 8만 원 짜리 마이크, 그것도 다 그 내용이에요.

2절은 제가 구월동 롯데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한 2년, 1년 반? 후부(Fubu), MLB 이런 데서 옷 팔고 그랬었어요. 랩을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대신 수입은 따로 없고 학교는 휴학한 상태였어요. 한창 킹더형 레코드(King the 兄 Records) 컴필레이션 앨범 낼 2008, 9년쯤이었어요. 같은 층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얘도 래퍼래.’라고 얘기가 도는 거예요. 근데 그때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래퍼들이 많을 때가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랩이나 힙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저한테 ‘너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했으면 좋겠어.’라고 하는 게 너무 빡치는 거예요. 그랬던 걸 생각하면서 지금 상황은 어찌 됐건 제가 래퍼로서 올라가는 중이잖아요. 뭔가 상황이 반전됐다는 느낌의 드레이크 식 찌질함 있잖아요. 그런 걸 제 스타일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LE: 드레이크의 찌질함이라고 표현해주셨는데요. 가사 중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요새 나는 쇼핑백 드는 쪽이 편해 조금 찌질해 보이지만 / 이런 에너지가 날 움직여 왔다고 부정하지 않네” 지금 누리는 게 좋으면서도 약간 좀 부끄러운 구석이 있는 건가 싶더라고요.

그 상태 자체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이런 거에 뿌듯해하는 저 자신이 찌질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거 가지고 통쾌해하고 있는 건가 싶은 거죠. 근데 부정할 수 없는 게, 저는 저보고 안될 거라고 했던 놈들이 저를 쉽게 말하지 못하게 되는 걸 보면서 에너지를 얻어요. 앞으로도 그런 내용은 종종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아, 최근에 코드쿤스트(Code Kunst) 앨범에 있는 “StrOngerrr”에 있는 로꼬(Loco) 씨 벌스를 듣고 되게 통쾌해했었어요. 저한테도 그런 무드가 있기 때문에 그런 류의 감정을 계속 거르지 않고 녹일 생각이에요.





LE: 역전의 서사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이걸 사서 좋고, 뭐 이런 게 아니라 아까 얘기 나왔던 드레이크의 “How Bout Now”도 전 여친한테 하는 얘기잖아요. ‘나 이렇게 커졌는데, 넌 아직도 거기 있네?’ 이런 거죠. 그런 찌질함인 거 같아요.





LE: 구월동 롯데 백화점에서 알바할 때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 당시인 2008, 9년 얘기를 좀 더 해보죠. 2009년 겨울이라고 가사에 나오는데, 그때가 아마 킹더형 레코드에 몸담으면서 방사능으로 활동하던 때로 알고 있어요. 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전반적인 상황을 얘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제가 있던 동아리에 팔도 보이즈(8℃ Boyz) 형들이 있었어요. 그중에 애스브라스(Assbrass, 배드민턴) 형이랑 지금도 작업을 제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때 저는 리듬파워 애들이랑 래퍼가 하고 싶은데, 방법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근데 동아리에 가니까 형들이 양갱(Yanggang) 형의 앨범을 자기들끼리 만들어서 공연하고, 데모도 돌리고, 커뮤니티에서 피드백도 받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어,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처음 한 게 UMF 슈퍼루키 오디션이었어요. 거기서 저희가 잘 되어서 한 1년 정도 UMF를 하다가 킹더형 레코드에 들어갔었죠. 킹더형 레코드 컴필레이션 앨범이 거의 저희의 첫 녹음물이었어요. 그 안에서 쭉 하다가 킹더형 레코드가 한 1년 있다가 없어졌을 거예요. DJ 스킵(DJ Skip) 형님이 J2 엔터테인먼트(J2 Entertainment)로 소속을 옮기셨었어요. 그러면서 킹더형 레코드가 와해되고, 회사가 없는 상태에서 음악을 그만둘 건 아니니까 우리끼리 앨범이 낼 때가 됐다 싶어서 만들기 시작했죠. 대학교 형들 통해서 알음알음 알게 된 인맥 통해서 비트 받고 그랬죠. 그때 또 운이 좋았던 게, 킹더형 레코드 때 DJ 스킵 형님이 힙합플레이야 쇼 오프닝을 한 번 꽂아주셨는데, 대형이 형(힙합플레이야 소속)이 저희를 좋게 봐주신 거예요. 그래서 ‘너희 앨범 낼 때까지 계속 힙합플레이야 쇼 오프닝 해.’라고 하셔서 계속 에너지를 받았죠. 그 에너지로 앨범 준비해서 방사능으로서 [리듬파워]를 냈는데, 그 당시 힙합 커뮤니티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뮤지션들이 저희를 전보다 주목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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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또 다이나믹듀오 형들 눈에도 띈 거죠. 그 형들이 군대에 있을 때였는데, 진행하시던 국군 방송 라디오에 저희가 게스트로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행주가 마티즈(Matiz)를 타고 다녔었는데, 타고 가면서 셋이서 ‘X발, 죽여버리자.’라고 했었어요. 진짜로 국군 방송 마이크를 터뜨렸었어요. (전원 웃음) 지구인도 그 톤이 엄청나거든요. 저도 그때 톤이 안 잡혀 있고 목소리만 엄청 클 때에요. 두 곡 라이브했는데, 둘 다 목 다 쉬고 그랬어요. 다이나믹듀오 형들이 놀란 거예요. ‘이 새끼들 뭐지?’ 싶었겠죠. 그쯤에 아메바컬쳐에서 오디션을 열더라고요. 그때 저희는 [리듬파워]를 내고, 아까 말씀드렸듯 리듬파워는 애초부터 대중적인 걸 하고 싶은 팀이었으니까 회사를 알아보자 싶어서 그 EP를 데모 삼아서 엄청 돌렸었어요. YG 엔터테인먼트(YG Entertainment), JYP 엔터테인먼트(JYP Entertainmnet), 오스카 엔터테인먼트(Oscar Entertainmnet), 티에스 엔터테인먼트(TS Entertainmnet), 용감한 형제 쪽 다 돌렸었어요. 몇 군데는 피드백도 왔었어요. 그러던 중에 아메바컬쳐가 오디션을 여니까 ‘여기는 무조건 해야지.’ 싶었고, 지원해서 아메바컬쳐에 오게 됐죠. 그때 아마 오디션을 지원하고 나서 그사이에 다이나믹듀오 형들이 라디오 게스트로 불러주셨던 거로 기억해요. 나오면서 형들한테 한마디 했던 거 같아요. 저희 아메바컬쳐 오디션 지원했다고. 근데 계약하고 발표 나기까지 그래도 꽤 텀이 있었던 거 같아요. 한 6개월? 그사이에 다른 회사들이랑 얘기도 좀 하고… (전원 웃음) 간을 좀 봤죠. 우리끼리 ‘YG를 갈까, 아메바를 갈까?’ 이러고 있고.





LE: 혹시 회사를 알아볼 때쯤에 경제적인 상황이라든지, 아니면 팀적인 비전을 바라봤을 때 이쯤에는 이렇게 해야 오래 존속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던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저희가 되게 짧은 시간 안에 앨범 내고 별다른 커리어 없이 계약을 했었잖아요. 한창 패기 넘치던 때였어요. 단순히 지금 돈을 못 벌어서지, 그렇게 막 오늘내일 밥을 못 먹고 그런 건 아니었어요. 스물셋이어어서 오히려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게 신기한 때였어요. 공연 페이로 삼삼이네에서 고기 구워 먹고 그랬었으니까요. 그리고 ‘계약하고 음악으로 돈 벌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저 말고 지구인, 행주도 했었던 거 같아요. 그때까지 알바하고, 학교 다니고 그러고 있어야겠다 싶었죠. ‘우리가 음악으로 먹고살려면 지금 타이밍에 계약을 해야 해.’라는 식의 절박한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LE: 아메바컬쳐에 소속된 이후에 리듬파워, 보이비 씨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굉장히 붕 떠 있었어요. 왜냐하면, 계약을 했는데 그때 회사에 다이나믹듀오 형들이랑 슈프림팀(Supreme Team)이 있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다이나믹듀오는 그 당시에 엄청 큰 뮤지션이었어요. 슈프림팀은, 이미 언더그라운드에서 장난 아니었고요. 제가 백화점에서 알바하다가 ‘성경(보이비 본명) 씨, 슈프림팀 알아요?’라고 누가 물어보면, ‘네, 친해요.’라고 대답하면 엄청 놀라는 수준이었죠. 진짜 그냥 언더그라운드의 제왕이었어요. 믹스테입을 3천 장 팔았다더라 하면서 전설이었죠. 그런 팀들이 있는 회사에 저희가 EP 한 장 내고 들어가게 된 거죠. 이센스(E SENS)나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 형이나 ‘같이 하는 거지, 뭐.’ 이런 느낌으로 다가오니까 제가 뭔가를 이룬 거 같고, 같이 다니면 저도 뭔가 되는 새끼인 거 같고 그랬어요. 그리고 같이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 해왔던 사람들은 ‘니네 진짜 잘 될 거야.’라고 했었어요. 왜냐하면, 보여준 게 하나밖에 없는데 그 하나가 그 형들의 리스펙을 끌어냈었으니까요. 우리에 대한 의심을 아무도 안 했던 거죠. ‘얘네는 진짜 뭐가 있다.’ 이런 바이브였어요. 그래서 되게 붕 떠 있었고, 저희끼리 인하대 쪽에 100에 18짜리 방에서 하루에 곡 한두 개씩 쓰면서 ‘이거 X된다. 이게 세상을 바꿀 거야.’라고 하면서 집단 환각 상태에 빠져 있었어요. (전원 웃음) 그때 한창 미국에서 렉스 루거(Lex Lugar)가 핫할 때였는데, 동영상을 보니까 걔도 막 열악한 상황에서 작업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놓고 지네 친구들끼리 ‘이거 X돼.’라고 하고… 근데 결과적으로 렉스 루거도 지금은… (웃음)





LE: 방사능 시절의 EP [리듬파워]도 그렇고, 아메바컬쳐 소속의 리듬파워로서의 커리어도 그렇고, B급 감성이 가장 중요한 음악적인 정체성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어요. 근데 사실 한국에서는 그 B급 감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리듬파워가 흥행이 부진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굉장히 좋게 말씀해주신 거예요. 저희 진짜 엄청 망했어요. [누구 하나 빠짐없이 잘생겼다 리듬파워]가 2012년에 나왔는데, 한창 활동할 때는 잘 몰랐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계약해서 방송 돌 때니까 차트나 음원 수익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어요. 근데 한 번은 연말에 회사 사장님이랑 다 같이 밥을 먹는데, 사장님이 ‘너희 기죽을까 봐 그 동안 말을 안 했는데…’라고 하면서 저희한테 실적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때 직접적인 수치들을 보니까 저희는 적잖이 충격을 먹었었죠. 아무튼, 저희는 확실히 B급 감성이에요. 왜냐하면, 인천 남자 애 세 명이 친구인 그룹이잖아요. 친구끼리 오그라드는 걸 잘 못 해요. 제 이번 앨범도 사실 제 친구들이 들으면 못 듣겠대요. ‘알겠는데, 나는 좀 그렇다.’ 이렇게 되는 거 있잖아요. 그런 애들 세 명이서 같이 음악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방향이 그렇게 흘러가요. 셋이서 모여 있으면 하는 얘기도 그렇고, 그게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여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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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까 말씀드렸던 망했던 [누구 하나 빠짐없이 잘생겼다 리듬파워]에 관해 얘기하면요. 제가 최근에 그 앨범을 다시 들었거든요. 저는 계속 그 앨범이 그냥 단순히 망했던 앨범이라고만 생각했었어요. 근데 리듬파워는 대중적인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팀이고, 거기에 맞춰 비전을 넓혀가고 구체화 하고 싶어하는 팀이란 말이에요. 그 앨범에 그 모습이 있는 거예요. 대중적인 힙합을 오래 했던 형들을 보면 단순히 랩을 잘하는 걸 넘어서 일종의 ‘구다리’의 개념이 있어요. 예를 들어, 3분 50초 정도의 곡이다 하면 그 시간 내내 듣는 사람들을 한 번도 안 지루하게 해요. 뭐가 하나 나오면 이어서 또 다른 뭐가 나오고, 또 이어서 다른 뭔가가 나오고. 근데 저희가 그 앨범에서 그 ‘구다리’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걸 너무 컨셉츄얼하게 가고,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트로트나 뽕끼 넘치는 쪽을 너무 지향해버린 거죠. 그렇게 역량은 부족한데, 음악을 과하게 가져가 버리니까 사람들이 듣기 힘든 음악이 되어버린 거예요. ‘이런 걸 왜 해?’ 약간 이렇게 된 거죠. 하지만 다시 들어보니까 저희는 그때 ‘구다리’라는 개념을 어렴풋이 알고 그걸 음악에 계속 녹여냈었던 거 같아요. 근데 그다음에 나온 “Bond Girl” 같은 싱글은, 저희 팀이 그전에 완전히 자빠져버렸잖아요. 사람이 한번 크게 처음 자빠져버리니까 파이팅이 잘 안 되는 거예요. 회사는 우릴 살려야겠고 하니까 그 당시에 거의 보증 수표였던 자이언티(Zion.T), 프라이머리(Primary)가 참여했었죠. 인제 와서 얘기하자면, “Bond Girl”은 우리스러운 색깔이 거의 없는 곡이었어요. 듣기에는 “사나이”나 “리듬파워”의 편곡된 버전보다 좋을 수 있죠. [월미도의 개들] 같은 경우에는 그 이후에 저희가 작업한 걸 저 군대 가기 전에 한 번 턴 거고요.





LE: [월미도의 개들]은 엄청 칼을 갈고 냈다는 느낌의 앨범이었던 거 같은데요.

왜냐하면, 그게 제일 날 것이니까요. 저희는 날 것의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 팀이거든요. 너무 짜여 있으면 사람들이 저한테 느낄 매력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짜여 있으면 SM 엔터테인먼트(SM Entertainmnet) 음악을 듣지, 저희 것을 왜 듣겠어요.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걸 요소요소에 넣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LE: [월미도의 개들]은 보이비 씨가 군대에 가시니까 세 분이서 그전에 제대로 해보자는 식이었던 거 같은데, 그래서인지 사실 대중적인 코드가 많이 있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없었죠. 그때부터 [Night Vibe]에 오기까지, 저희는 특별한 어떤 기획 없이 ‘싸게 싸게 많이 많이’ 식으로 갔어요. ([월미도의 개들]도) 처음에는 믹스테입이었거든요. 진짜 말 그대로 털고 가자는 쪽이었어요.





LE: 어쨌든 아메바컬쳐 내에서 멤버 이동이 꽤 있었는데도 리듬파워는 지금까지 소속되어 남아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 밖에서 안 보이는 내부에서의 유대 같은 게 특별히 있나 싶더라고요.

일단 단순하게는 계약 기간이 아직 안 끝나서고요. (전원 웃음) 그걸 떠나서 형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는데, 형들이랑 인간적으로 친해졌어요. 굳이 같이 음악을 하게 되지 않더라도 그냥 많이 친해졌어요.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랑도 그렇고요. 유대는 분명히 있죠. 저 같은 경우에는 군대로 공백이 있었는데, 제대하고 나서 더 그런 거 같아요. 군대 가기 전까지는 솔직히 좀 어려웠었어요. 아무래도 눈치도 보이고요. 어마어마한 마이너스를 안겨줬으니까요. (웃음) 군대 다녀온 이후부터는 유대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계약은 또 다른 얘기기 때문에… (전원 웃음) 다른 회사랑 친하게 지낼 수도 있는 거고… 형들이 섭섭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죠. 친하니까 이런 말 하는 거예요.





LE: “아침에 다시 얘기해”에는 식케이(Sik-K) 씨가 참여했고, 프로듀싱은 우기(Woogie) 씨가 담당했잖아요. 식케이 씨와 우기 씨가 식케이 씨 앨범 [FLIP]에서 합을 많이 맞췄잖아요. 그 앨범을 좋게 들어서 이 곡을 같이 하게 된 건가요?

당연히 그 앨범 되게 좋게 들었고요. 아마 많은 사람이 좋게 들었을 거예요. 곡을 같이 하게 된 계기는 좀 복잡한데요. 일단은 지구인이 제가 제대하고 <쇼미더머니>를 할 때 우기랑 친했어서 저한테 우기를 소개해줬어요. 저도 알앤비 존나 좋아하고 하니까 ‘너, 왠지 얘랑 존나 잘 맞을 거 같아.’라고 하면서 소개받았죠. 역시나 잘 맞더라고요. 우기가 외모와는 다르게 되게 여리고 감성적인 친구거든요. 식케이도 지구인 통해서 친하게 지내게 됐어요. 계속 친하게 지내다가 우기랑 솔로 작업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처음부터 생각했었어요. 제가 머릿속에 가지고 다니는 키워드들이 있거든요. 키워드를 가지고 곡을 푸는 걸 좋아해요. “아침에 다시 얘기해”도 그 키워드를 한 번 쓴 경우인데, 우기랑 하면 좋겠다 싶어서 제가 우기한테 제안했던 거죠. 근데 만들다 보니 훅이 좀 난감하더라고요. 그래서 식케이한테 전화해서 ‘나 이거 우기랑 같이 만들고 있는데, 너가 훅 한 번 해봐 주면 어때?’라고 물어보고 거의 하루 만에 받아서 계속 디벨롭해서 나온 곡이죠.





LE: 식케이 씨 스타일도 그렇고, 뮤직비디오 스타일도 그렇고, 트래비스 스캇(Travi$ Scott)의 “Goosebumps” 뮤직비디오가 연상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런데 그걸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편곡된 버전 말고 초안은 완전 기타 어쿠스틱, 오히려 저스틴 비버의 [Journals] 앨범 아시죠? 기타 톤이나 풀어내는 방식이 그 무드였어요. 근데 우기(Woogie)가 곡을 한번 엎고 싶다고 해서 다시 편곡해서 피아노 위주로 다시 갔는데 훨씬 섹시하고 좋더라고요.





LE: 딱히 레퍼런스가 있고 그랬던 건 아니었군요.

그런 건 아니에요. 비디오는, 식케이는 괜찮은데 제가 출연하면 몰입도가 깨질 거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전원 웃음) 그래서 원래 비디오는 안 찍으려고 그랬어요. 굳이 의미가 없다 싶고 돈만 쓰는 거 같아서요. 그래도 트래픽이 있으면 좋으니깐 아예 외주로 맡겼었어요.





LE: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을 보니 식케이 씨가 소속되어 있는 옐로즈맙(YELLOWS MOB) 쪽 분들하고 친분이 있으신 거 같더라고요.

그루비룸(GroovyRoom)이랑도 작업을 몇 번 했었어요. 그 정도? 사실 제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자연스럽게 친해지면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계속 관계를 이어 나가는 타입이에요.





LE: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로는 우기 씨 외에도 핫 원(Hot one), 레이백사운드(LAYBACKSOUND)의 크림(CREAM), 애스브라스, 코드쿤스트 씨까지 다양해요. 그러면서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차분하게 잘 통일된 편인데 전반적인 톤앤매너 조절을 어떻게 하려 했나요?

처음부터 (이런 분위기를 완벽히) 구상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제 취향에 맞는 걸 고르다 보니 이렇게 됐더라고요. 프로듀서랑 협업할 때 이런 무드로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싶은 걸 요구하거나 아니면 그에 따라 프로듀서들이 보내온 여러 비트 중에 골랐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리 다양한 프로듀서랑 작업해도 통일되는 무드가 있는 거 같아요. 근데 사실 제가 느끼기에는 “My Jersey”는 조금 튀어요. 그거 빼고는 전체적으로 얼추 맞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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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말씀해주신 “My Jersey”라는 곡에서는 옷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본인의 스타일을 꽤 멋들어지게 과시해요. 오늘도 저지를 입고 나오셨고, 평소에 저지를 많이 좋아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지를 좋아했어요. 주석 씨라든지, 그때 마스터 플랜(Master Plan) (뮤지션들은) 다 저지를 입었거든요. 외국의 캠론(Cam’ron), 주엘즈 산타나(Juelz Santana) 같은 아티스트들도 다 그랬고요. 홍대 가면 다 짭저지 입고 그러던 때였어요. 목에 쇳독 오르고. 근데 제가 또 축구를 좋아하거든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보는 걸 되게 좋아하는 편인데, 그냥 막연하게 사서 입고 다니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게 한 작년인가 재작년부터였어요. 제가 사실 취미가 딱히 없거든요. 다만, 몰두할 수 있는 게 생기면 오타쿠 같이 파고드는 편이라 좀 많이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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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Jersey”는 원래는 다른 주제로 진행했었어요. 원래 제목이 ‘열한시 반’이었나 그랬는데, 너무평범하고 잘 묻는 거 같지도 않은 거예요. 그러다 한 번은 옷장을 봤는데 다 저지인 거예요. 보통 래퍼들이 자기 옷 입는 스타일에 대해 랩을 많이 하니까 저도 이걸 캐릭터화하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 아이디어를 얻자마자 가사를 하루 만에 다 썼어요. 그날 밤 안에 훅이랑 랩이랑 인트로 녹음을 다 해버렸고요. 여담이지만, 이 곡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크림이 저한테 비트를 보내준 지가 꽤 됐었는데요. 다 만들고 보니까 불안한 거예요. 다 만들어서 들어볼려냐고 해서 일단 비트만 보냈는데, 크림이 ‘형, 이거 넉살이 먼저 가져갔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웃음) 멘붕이었죠. 그래서 크림이 ‘형, 일단 제가 넉살한테 물어볼게요.’라고 하고 물어봤더니 아직 가사를 안 썼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넉살한테 읍소를 했죠. (전원 웃음) 그랬더니 ‘아, 형~ 괜찮아요.’ 하면서 양보해줘서 이렇게 나오게 됐어요.





LE: 저지는 옷장에 몇 개 정도 가지고 계시나요? 수십 개 정도 가지고 계시나요?

아직 100개는 안 되는데 몇십 개는 돼요. 슬슬 뿌리기 시작하고 있어요. 제가 입고 공연을 했거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올라왔다거나 아니면 사진 찍을 일에 입었다 하는 건 왠지 또 입기 좀 싫더라고요. 그래서 션(Sean) 형님이 운동화를 바자회에 내놓으셨던 것처럼 저도 저지 바자회 같은 걸 열어 볼 생각이에요. 제가 또 미련은 별로 안 가지고 지나간 건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라서요.





LE: 요즘은 힙합 아티스트들도 하이앤드하게 입잖아요. 반면에 저지는 스포티한 스타일이고요. 저지 말고도 다른 선호하시는 스타일이 있을까요?

제가 스포티라는 말을 너무 좋아하는데… (웃음) 저는 유행이랑 상관없이 그냥 옛날부터 저지를 좋아했던 거 같아요. 이제는 나이를 좀 먹어서 저지 빼면 나머지는 무채색 옷만 자꾸 사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좀 튈 때가 필요하면 저지를 입는데, ‘이게 나고. 이만한 건 없다.’라고 생각하곤 해요.





LE: 그럼 무대에 항상 올라가실 때는 저지를 입고 올라가시는 편인 건가요?

항상 그러지는 않는데, 많이 입는 편이에요. 그리고 많은 사람이 알아보는 건 아니지만, 저지 덕후들은 알아보는 특이한 저지가 있어요. 어제도 그 덕후들이랑 이야기하다 왔는데. ‘저거 유로 2004 프랑스?!’ 막 이런 식으로 ‘언제 언제 챔스 결승? 패치 봐!’ 그런 바이브가 있어요. (전원 웃음) 선수들도 뻔한 거 안 하고 그 시즌 그 팀에서 제일 멋있다고 생각했던 선수들 거를 많이 사는 편이에요.





LE: 아스날(Arsenal) 팬이시죠? 리그가 거의 끝나가는데, 아쉽게 이번에도 우승이랑 거리가 좀 멀어요. 팬으로서 어떻게 보셨나요?

우승이랑 거리가 먼 건 상관이 없어요. 애초에 우승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작년에는 기대를 조금 했어요. 올해는 거기까지는 아닌데, 이러다가 4위도 못 할 수도 있어요. 제가 화가 나는 부분은 선수들이 4위에 만족하는 느낌을 저한테 주는 거예요. 그 어떤 승리 정신, 지기 싫어하는 투지감 있잖아요. ‘이 경기 내가 무조건 3점을 딴다.’ 그런데 ‘1점도 괜찮아.’ 이런 느낌이 보이는 거죠. 동점 골 넣고 세레모니 하고 있고. 보면서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올해는 유독 화가 많이 났어요. 제가 아스날을 응원하면서 한숨을 쉰 적은 많았었는데, 화가 난 적은 없거든요. 화가 난 건 올해가 처음이에요. <쇼미더머니> 떨어졌을 때보다 더 화나요. (전원 웃음) 앨범 망했을 때도 이렇게 화나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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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혹시 예전에 아스날이 무패 우승 신화 세웠을 때부터 그때부터 보신 건가요?

네, 딱 그 시즌이었어요. 저는 그때 유럽 축구가 뭔지도 몰랐어요. 근데 아버지가 영국에 출장을 갔다 오셨는데 엄청 큰 포스터를 사 오신 거예요. 관심은 없지만, 그냥 멋있어서 방에 붙여놨거든요. 그게 베르캄프(Bergkamp), 앙리(Henry), 융베리(Ljungberg)였어요. 딱 세 장을 붙여놨었는데, 그 해에 아스날이 무패 우승을 한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아! 이 팀 존나 멋있다!’ 생각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었는데… 근데 제가 알기로 제이지(Jay Z)가 아스날 팬이어서 아스날 지분을 가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팀인데도 아스날 팬 중에 런던 노동자 출신으로 구성된 꼰대 팬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흑인이 우리 팀 사는 거 싫다.’, ‘우리 지분 흑인한테 팔기 싫다.’라고 해서 제이지가 지분을 못 샀어요. 그 후에도 제이지가 구장도 몇 번 오고 그랬어요. 그런 거 보면서 ‘제이지 형도 아스날 팬이다. 아스날이 힙합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더 좋아하게 되기도 했어요. 07, 08시즌부터는 정이 들더라고요.





LE: 함정에 빠지기 시작하셨군요.

그러면서 화도 나고… 아, 그때 화났네요. 아데바요르(Adebayor)가 맨시티(Manchester City)에서 역주행 세레모니할 때… (웃음) 올해 이전에 화가 난 건 그때뿐이네요.





LE: 이르긴 하지만 내년 시즌은 어떻게 보세요?

일단 실패한 잉글랜드 유망주들 다 팔아야 하고요. 그리고 짱짱한 수비형 미드필더 하나 샀으면 좋겠어요. 진짜 파이팅 넘치는 미드필더. 그리고 왼쪽 풀백도 좀 불안해요. 베예린(Bellerin)은 물론 켜야 해요. 나초 몬레알(Nacho Monreal), 깁스(Gibbs)가 아직 부족해요. 센터백은 괜찮아요. 공격수도 자꾸 사람들이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아스날에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올 수는 없어요.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야 해요. 아, 월콧(Walcott), 램지, 잭 윌셔(Jack Wilshere) 정들었지만 팔았으면 싶어요. 산체스(Sanchez)는 나갈 거 같은데, 판 돈으로 슈퍼스타를 사기보다 선수층을 더 두껍게 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습니다. 말을 하다 보니 [Night Vibe]보다 더 열정적으로 말한 거 같아요. (전원 웃음)





LE: 스타일 관련해서는 약간… 크리티컬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물어볼게요. 탈모…가 약간 있으신가요? (전원 웃음)

약간이 아니라 꽤 있어요. 이 나잇대 중에는 아주 심한 편이에요.





LE: 스타일링 하실 때 특별히 문제는 없으세요? 신경 쓰인다든지요.

문제야 늘 있죠. 제가 여러모로 최악인 게 구레나룻도 안 나고, 머리가 옆으로 자라고, 옆 짱구에다 탈모에요. 좀만 잘 못 하면 헤이아치가 되는 상황이거든요. (전원 웃음) 당연히 모자를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별로 창피하지 않더라고요. 떳떳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은근히 탈모인들 많아요. 옆머리로 소갈머리 감추려 하고, 다 그러는 거예요. (전원 웃음) ‘천만 탈모 시대에 나부터 당당해지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성급하게 모자를 벗지는 않아요. 약간 염색이 된 상태면 조금씩 벗죠.





LE: 조만간 광고 들어 오는 거 아닌가요?

제 인생 목표에요. (전원 웃음) 하이모 CF를 물려받는… 평생직장이잖아요? 박상원 아저씨의 파크랜드처럼 열심히 해서 꿰차고 싶은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려면 많이 커야 해요. (웃음)




LE: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이래저래 했는데, SK 와이번스(SK Wyverns) 저지는 잘 안 입으시나요? 예전 방사능 시절 때는 뮤직비디오에서 입으셨던 거 같은데요.

인제 와서 고백하자면 그 당시 SK 와이번스 팬은 행주가 유일했어요. 가끔 가긴 해도 인천이라서 가는 거였어요. 그냥 우리끼리 ‘우리 인천 애들이니까 인천에서 뮤직비디오 찍을 때 SK 와이번스 저지 입고 찍으면 멋있겠다.’라고 생각해서 한 거지, 그렇게 엄청 팬은 아니에요.





LE: 인천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오늘 모인 장소도 인천이기도 하고요. 인천 연고(?)의 섹시 스트릿($exy $treet)의 씨잼(C Jamm) 씨하고도 작업하고, 코드쿤스트 씨랑도 작업하신 적이 있잖아요. 특별히 지역적인 부분에서의 유대나 교감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방사능 EP를 작업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출신을 막 대표하는 가사에 적는 래퍼가 거의 없었거든요. 저희는 남들이 안 해본 걸 하는 걸 좀 좋아하는 거 같아요. 미국 힙합을 듣다 보면 같은 뉴욕이어도 ‘나는 뉴저지(New Jersey)에서 왔어, 퀸스(Queens)에서 왔어, 브롱스(Bronx)에서 왔어, 난 브루클린(Brooklyn) 출신이야.’ 다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편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이런 걸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우리 인천이야.’ 싶었어요. 그래서 라임어택(RHYME-A-) 형이랑 “인천상륙작전”을 같이 하기도 했고요. 근데 요즘은 비교적 덜 드러내는 거 같아요. 굳이 제가 노골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느낄 사람은 다 자연스럽게 느끼는 거 같고요. 딱히 말씀하신 사람들이랑 지역적인 유대감을 갖고 작업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잘해서 같이 했던 것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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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래도 인천에 관련된 나름대로 에피소드가 있을 거 같기도 해요.

일단 씨잼, 비와이(BewhY) 같은 경우는 좀 있어요. 저희가 [리듬파워]를 내고 인하부고 모교 축제에 학교 선생님들이 요청해서 갔다가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는 도중에 섹시 스트릿 애들이 막 쫓아왔었어요. 씨잼이 그때 안경 핏이라든지 그런 게 김건모를 닮았었거든요. 그 이미지가 너무 선명해서 요즘 걔가 치명적인 척하는 게 와 닿지는 않는데요. (전원 웃음) 하여튼 와서 수성사인펜으로 (팔뚝에) 씨잼이라고 적고서 ‘저 씨잼이라고 하는데 랩 좀 들어주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너 랩해? 한 번 해봐.’ 하니까 진짜로 비와이가 비트박스하고 씨잼이 랩을 하는데 잘하는 거예요. 꼭 녹음해서 저한테 보내달라고 이메일 주소를 알려줬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비와이도 그때 랩을 했었대요. 전혀 인상 깊지 않아서 기억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긴 한데… (웃음)

그러고 나서 1, 2년이 지나서 트위터를 한창 할 때였어요. 어느 날 멘션으로 ‘형, 그때 저 씨잼이라고 하는데 저 기억하시나요? 사운드클라우드에 저 믹스테입 올렸는데 한 번 들어봐 주세요.’라고 씨잼한테 온 거예요. 그때 지구인이랑 같이 있었는데, ‘야, 얘 기억하지?’하면서 들어봤는데 너무 잘하는 거예요.그게 아마 [What The Nice]라는 믹스테입이었을 거예요. 그때 걔가 영 머니(Young Money) 스타일로 했었는데, 역시나 랩을 잘하니깐 ‘야, 이 새끼 진짜 존나 잘해.’라고 하면서 저희끼리 막 신나 했었죠. 그때쯤에 씨잼이 트위터로 래퍼들한테 연락을 쭉 돌렸어서 래퍼들이 좋아하는 래퍼가 되었죠. 씨잼을 통해서 코드쿤스트도 알게 되었어요. 씨잼이 코드쿤스트랑 먼저 작업을 해서 들어봤는데 잘하는 거예요. 코드쿤스트가 파이팅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그게 참 좋아요. 뭐 만들면 ‘형 X되는 거 같다고…’ (전원 웃음) 계속 너무 잘해서 전혀 허세로 보이지 않고 위닝일레븐(Winning Eleven)도 좋아해서 가끔 같이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씨잼을 다시 보게 되면서 비와이도 다시 알게 됐는데, 섹시 스트릿 애들이 한번 보자고 해서 구월동 카페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2013년도로 기억하는데, 비와이가 마루 카라티를 입고 온 거예요. 흰색 카라티에 나뭇잎 로고 있는 마루 기억나세요? 심지어 약간 짭인거 같았는데, (전원 웃음) 인천에서 팔았거든요. 카라티를 단추를 다 잠그고 와서 수줍어하며 인사하다가 10시에 엄마가 부르신다고 집에 들어갔었어요. (전원 웃음) ‘얘는 래퍼라고 하기에는 너무 바른 생활인데?’ 생각했었는데, 공연 영상을 보니까 잘하더라고요. [월미도의 개들]에도 비와이가 비트를 하나 주고 그랬죠.





LE: 이래저래 인연이 많네요. 근데 [Night Vibe]에서는 그동안 인천 이야기가 꽤 하셨던 것에 비해 그런 이야기가 거의 없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노골적이지는 않게 되었죠. 특히 제가 그렇게 됐어요. 왜냐하면, 저도 일하다 불편해서 서울에 가야 할 거 같거든요. (전원 웃음). 올 하반기에는 갈 생각이에요. 그걸 떠나서 그간 많이 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또 리듬 파워로 하면 또 그런 얘기를 하게 돼요. 인천 친구들이라 그런지 그런 거 같고, 혼자 할 때는 그냥 온전히 저에게 집중하는 거 같아요.





LE: 그래도 기억하기에 소리헤다 씨 앨범에 수록된 “Walk With Me”에 솔로로 참여하셨을 때는 ‘구월동 거리를 걷지’ 이런 가사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그때는 한창 인천, 인천 했던 때라 그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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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인천을 떠나기 전에 인천 자랑 한 번 쭉 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제 생각에 인천은 최대 장점은 그냥 바이브인 거 같아요. 똑같은 쌈뽕이어도 타 지역과는 다른 쌈뽕이 있어요. 강한 친구들이 유독 많은데, 그 친구들만의 쌈뽕이 있어요. (전원 웃음) 비록 저는 어렸을 때 강한 친구가 되지는 못했지만, 보고 동경해오던 입장에서 그걸 음악에 녹여내는 게 재미있어요. 그 외의 지역 특색은 따로 없는 게, 저희 부모님 세대분들이 서울에서 살다가 사정이 안 좋아져서 잠깐 거쳐 가려다 눌러 앉아버린 경우가 많아서요. 그래서인지 약간 쓸쓸한 바이브가 있기도 하죠. 또, 물가가 싸요. 인하대 가면 좀 놀라실 거예요. 라면이 10년 전에 100원이었어요. 계속 제조해주는데, 인하대 안에 라면 공장이 있는 줄 알 정도로 막 찍어내서 줘요. (전원 웃음) 그런 소소한 추억 아닌 추억들이 있죠.
 




LE: 강한 친구는 저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부평 일진’ 그런 느낌인가요?

‘도봉산’이라고 있어요. 도화, 운봉, 운산 이 세 개 고등학교를 한국의 스즈란이라고 해요. 만화 <크로우즈> 보면 나오는 학교 있잖아요. 얼마 전에 어쩌다 알게 된 저희 또래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 얘기하는 거 들어보면 ‘누구 죽었대.’, ‘이 새끼 깡패였대.’, ‘누구 수금하러 다닌대.’ 막 이런 이야기들이에요. 약간 다른 이야기긴 한데, 그래서 저는 차붐(Chaboom) 형의 [Original]이 진짜 좋았어요. “안산 느와르” 듣는데, 형 랩이 진짜 너무 찰진 거예요. 인천도 비슷해서 저는 그 느낌을 알잖아요. 제가 그 세계에 없어서 그걸 랩으로 풀어내지 못할 뿐이죠.





LE: 다시 트랙 바이 트랙으로 얘기를 돌아와 볼까요? 얼마 전에 저스트 뮤직(Just Music)에서 새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왔는데 “카니발 갱”이란 노래가 있더라고요. 보이비 씨 앨범 수록곡 중에도 “카니발 프리스타일”이라는 노래가 있잖아요.

제가 먼저 나왔죠. 저는 후발주자가 아니에요. (전원 웃음)





LE: ‘프리스타일’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서인지, 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실제로도 진짜 카니발에서 가사를 썼던 건가요?

제가 이제는 저만의 가사 쓰는 방식 같은 게 확실하게 생겼어요. 한 자리에서 아예 랩 메이킹을 끝까지 하지는 못해요. 그냥 그때그때 생각나는 구절들을 킵 해놓거든요. “카니발 프리스타일”은 진짜 작년에 지방 행사 다니면서 카니발 안에서 적어놓은 구절들을 랩으로 소화한 곡이에요. 약간 드레이크의 “5AM In Toronto”와 같이 랩을 쭉 하는 느낌도 내고 싶었어요.





LE: 군대에 가실 때는 “삼화고속”이라는 트랙을 딱 던져놓고 입대를 하셨는데요. 이번 앨범에 군대 안에서의 심정이 담겨 있는 “번호”라는 트랙이 있더라고요. 군대 내에서 다른 사람들이 <쇼미더머니>를 비롯해서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서 복합적인 감정 같은 게 들셨을 거 같아요.

잠깐 그 전에 새는 이야기인데요. “삼화고속”의 커버 이미지를 보시면, ‘Night Vibe’라고 쓰여 있어요. 원래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이콜처럼 무료 EP를 내고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장 받고 한 달 반 남짓의 시간이 있어서 몇 개 작업했었는데, 완성도 면에서 부족해 보여서 그냥 “삼화고속”만 내고 갔던 거예요. “번호”는, 가사를 보면 탈영범을 쏴서 잡은 이야기를 듣고 대박 아니냐고 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군대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었어요. 약간 정치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어른들 이해관계에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애들이 피해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는 군악대니까 영결식이 있으면 수도병원에 가서 장송곡을 연주해요. 가면 죽은 군인분의 가족들을 다 보는데, 그렇게 허무하고 허탈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물론, 보상이야 해주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니까요. 전 이제 예비역인 입장이지만, 이걸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전 그냥 음악을 하는 애니깐 (이런 복잡한 감정들을) 음악으로 표현할 건데, 이 방식과 시스템이 제가 느끼기에는 문제점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계속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기는 거예요. ‘아, 이게 뭐지? 왔더니 돈도 제대로 못 받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그런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가수하다가 새로 들어왔다는데, 너무 지독하게도 안 유명한 거예요. 짬찌 때는 간부들이 얘를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던 거로 알아요. 원래 연예인들은 군악대 오면 악기 안 배우고 군내 행사를 다녀요. 그런데 저는 그냥 진짜 다양하게 악기 연주하고 그랬어요. (전원 웃음) 아무튼 그랬고, 이등병 때 정신 교육을 하잖아요. 원래는 국군방송을 틀어야 하는데, 간부들이 잠깐 딴 데 가면 가요 프로를 군대에서 그렇게 보거든요. 그런데 (TV에서) 티아라(T-ARA) 효민 노래가 나오는 거예요. 심지어 노래가 진짜 좋았어요. ‘아, 좋다. 진짜 이쁘다.’ 이러고 있었는데, 피처링으로 갑자기 로꼬 씨가 등장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스물셋에서 넷된 고참들이 ‘성경아, 이거 잘하는 거야? 못하는 거야?’ 물어보고, 저는 이등병이니까 ‘잘하는 겁니다.’, ‘저건 좀 별로인 거 같습니다.라고 대답하고 그랬어요. 그러고 있는 제가 정말 답답하고 미칠 거 같은 거예요. ‘아, 나도 하고 랩하고 싶은데…’ 그런 갈증이 있었죠. 그래서 휴가 나오면 계속 녹음해보고 그랬어요.





LE: 연예인이라든지, 사회 활동을 오래 하고서 꽉 채워서 군대에 가는 사람들은 군대에 일찍 가는 사람들보다 특별히 느끼는 감정 같은 게 있을 거 같아요. 특히나 보이비 씨 같은 경우에는 군대에 계셨을 때 한창 <쇼미더머니>가 잘 되어가고 있을 때였잖아요.
 
병영식당에 가서 밥 먹고 있으면 식당에서 “가드 올리고 Bounce” 같은 거 나오고 있고 그랬죠. (전원 웃음) 진짜 슬픈 건 그 와중에 힙합을 들으니까 좋더라고요. 마음이 복잡했었죠.





LE: 이번 앨범에 들어간 노래 중에서는 군대에서 쓰신 가사는 없는 건가요?

“번호”랑 “와썹”. “와썹” 같은 경우에는 1절의 가사가 성격이 좀 변하긴 했는데, 기본적으로는 그 때 생각했던 감정들이에요. 그때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가사가 ‘휴가 나와서 연락도 없고.’ 였는데, 제 상황이 바뀌면서 다른 식으로 나왔죠. “아침에 다시 얘기해” 같은 경우에는 키워드를 군대에서 생각했어요. 그 정도인 거 같아요.





LE: 보통 군 복무를 하다 보면 제대하고 나서 어떻게 어떻게 하겠다고 계획을 많이들 세우잖아요. 보이비 씨는 어땠나요?

보통 인생 10개년 계획을 세우죠. (전원 웃음) 저는 사실 <쇼미더머니 4>를 군대에서 나가려고 했었어요. 제가 휴가 나왔을 때 (리듬파워) 애들이 나가겠다고 이야기해서 저도 ‘우리 셋 다 나가자. 나 군복 입고 나갈 거야.’라고 했었죠. 그리고 저 군대 있을 때 ‘Mr. 쇼미더머니’ 스윙스(Swings)가 왔었거든요. 본인이 본인을 ‘Mr. 쇼미더머니’라고 칭했었잖아요. 걔 영향도 컸어요. 스윙스가 말하는 게, 주변 사람들한테 영향을 많이 끼칠 수 있는 스타일이에요.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는 그 사람의 몫인데. 하여튼 저는 그걸 좋게 받아들였어요. 하여튼, 앞에 고향만두 같은 거 놓고서 (전원 웃음) 스윙스가 ‘성경아, 진짜 나가야 해. 내가 하는 말 진짜야. 나 믿어.’, ‘너가 그냥 군복 입고 나가서 랩을 하면 임팩트 X돼. 군복 입고 나가서 군대 랩 그냥 해버리는 거야.’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출연하려고 했고, 군대에서도 참가가 가능할 줄 알았어요. 부대에서 <슈퍼스타 K> 나가는 사람도 있고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막판에 저희 대장님이 ‘아무래도 어렵겠다. 계속 너를 따로 외출, 외박 끌어다가 주고 이게 쉽지가 않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진돗개 씨 같은 경우에는 의경이어서 외박 같은 게 많으니까 가능했을 텐데, 저는 초반에 또 휴가를 많이 써 놔서 쉽지가 않았어요. 그렇게 생각을 접고 나서 제대하고 나서 하게 된 거죠. 사실 방송을 안 하게 될 경우도 생각했었는데, 안 해도 믹스테입이나 EP를 내야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LE: 그럼 <쇼미더머니>를 출연을 하시고 나서 그다음 계획이 이번 EP였던 건가요?

어떻게 보면 제가 <쇼미더머니>를 안 나갔으면 [Night Vibe]를 그때 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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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Night Vibe]의 마지막 트랙인 “Night Vibe”는 말 그대로 밤 분위기 물씬 풍기는 곡이에요. 그런데 가사 중에 ‘다시 만날 땐 우리 넷이 다 해낸 거라고’라는 부분은 듣는 분들이 ‘리듬파워가 3명인데 왜 4명이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거 같아요.

리듬파워가 원래 4명이었어요. 정확히는 방사능이 4명이었죠. 19, 20살 때 처음 우리끼리 ‘랩 해보자!’ 이러면서 모텔에 컴퓨터 스피커 가져다 놓고 CDP 틀면서 랩하고 그랬었어요. 저, 행주, 지구인, 그리고 눈썹이란 애가 있었어요. 근데 눈썹이란 친구가 21살인가 22살 때, 자기는 도무지 재능도 없고 한 거 같아서 못하겠다고 했었어요. 노래방에서는 걔가 제일 잘했었는데… (웃음) 섭섭하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받아들이고서 그 이후에도 친하게 지냈었어요. 그러다 날짜도 정확히 기억하는데, 2013년 8월 14일에 눈썹이 죽었어요. 몰랐는데, 우울증이 있었더라고요. 만나면 항상 다른 친구들이랑 똑같이 낄낄대니까 재미있고 편했었는데… 그렇게 걔가 가고 나서 그 가사를 쓰게 된 거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저희가 인천 프로 간장 새우를 엄청 많이 홍보했었잖아요. 그게 걔 친동생이 하는 가게에요. 장례식장에서 그 친구 동생을 처음 봤거든요. 근데 그 새끼랑 똑같이 생겨서 보면서 붙잡고 펑펑 울고 그랬어요. 가게를 열었대서 멤버들이랑 가보자 했는데, 외진 데에 있어서 장사가 너무 안되는 거예요. 한 4시간 앉아 있었는데 손님이 우리밖에 없는 거예요. ‘이거 망했다. 어떡하냐. 우리가 뭐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해서 “방사능” 쇼케이스도 거기서 하고 그랬는데, 이제 가게를 판다네요.





LE: 음식점에서, 그것도 인천에 있는 곳에서 쇼케이스를 한다니까 신기했었는데, 일부러 거기서 하려고 하셨던 거군요.

그렇죠. 뭔가 우리스럽기도 하고요. 저희는 리듬파워스러운 걸 좋아하거든요. 그라임(Grime)의 힙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장소가 뭘까 고민하다가 ‘뭐 있어? 역시 인천의 프로 간장 새우이지!’ 이렇게 된 거죠.





LE: 그날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았나요?

보이는 것만큼은 아닌데요. (전원 웃음) 가게가 그렇게 많이 안 커요. 그날 저희가 긴장했던 게 그겨울에 제일 추운 날에다가 눈까지 왔었거든요. 구월동 로데오 한복판에서 게릴라로 홍보를 막 하는데 그냥 신기해만 하는 거예요. ‘저희 공연하니까 오세요’라고 하니까 간다고 하고 각자 술 마시고 여자 꼬시기 바쁘죠. (웃음) 그래도 막판에는 좀 와서 그림은 괜찮게 나온 거 같아요.





LE: 다행이네요. “Night Vibe”에서 또 흥미로운 가사가 있다면, ‘미디어는 꿈을 쥐여주고 부숴 / TV를 더 이상 우리는 믿지 않어’라는 부분인 거 같아요. 그런데 결국 보이비 씨의 삶을 나아지게 한 건 어떻게 보면 TV이고 미디어인 거 같은데요.

사실 대부분 제 가사가 큰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아요. 저는 제 스타일이 직관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도 그래요. 물론, 저도 미디어의 덕을 본 사람이고, 앞으로 더 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어린 나이에 미디어의 덕을 본 게 아니잖아요. 그 전에는 누가 미디어로 뜨고 지고 그러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봤죠. 사람들은 이만큼 올려놓으면 그 올려놓은 사람들을 막 부수기 좋아하잖아요. 미디어로 막 띄웠다가 또 미디어로 흠집 내고. 그런 과정들을 보면서 적은 가사에요. TV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말만 말하자면 답답한 마음에 쓴 가사에요. 그걸 작업 할 때 정치적인 이슈도 있었고요. 저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제가 지켜보는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LE: 그렇군요. 이래저래 힙합 씬의 큰 미디어 아닌 미디어인 <쇼미더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되게 많이 한 거 같은데요.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과 무관하게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한데요. 방사능부터 리듬파워까지 이어져 오며 꾸준히 유지해왔던 3인 체제 팀으로서의 앨범 및 활동 계획을 말씀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일단,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리듬파워는 대중적인 팀이에요. 대중적인 팀을 워너비하는 팀이고요. 계속 사람들이 더 신나고 더 즐거울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려고요. 딱 정확한 롤모델은 아니지만, 디제이 디오씨(DJ DOC) 같은 느낌을 주는 팀이 되고 싶어요. 리듬파워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라는 게 있잖아요. 누가 봐도 알겠지만, 우리 팀에는 그렇게 잘 생긴 놈도 없고, 어렸을 때부터 씬에서 엘리트 코스 같은 걸 밟은 편도 아니에요. 한 번 밟을 뻔했다가 되레 자빠지고. (웃음) 그렇지만 저희가 후발주자를 별로 안 좋아해서 차라리 많이 자빠질지언정 계속 새로운 걸 하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리듬 파워가 사람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비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어필하려면 계속 열심히 해야겠죠. 한 10년 동안 안 쉬려고요. 구체적인 걸 얘기하자면, 사실 쌓아놓은 곡이 아직까지는 많지 않아요. <쇼미더머니>도 있었고, 리듬파워로는 소소하지 않고 좀 크게 일을 벌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요. 올 하반기에 작업을 많이 해볼 생각이에요. 저희가 아까 얘기 나왔던 2012년에 낸 첫 앨범을 만들었을 때보다 배운 것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걸 갖고 최대한 능력을 발휘해서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내년에 또 <쇼미더머니>를 하지는 않을 거니까 저 개인적으로는 내년을 보고 있어요. (웃음)





LE: 만약에 참여하시게 되면 3연속 참여를 하시게 되는 거겠네요. (웃음)

만약에 하면 1차에서 일부로 떨어질 거예요. (전원 웃음) 인터뷰에서 ‘제가 진짜 한 달 동안 이 벌스만 썼습니다. 이제 다 죽여버릴 거에요.’라고 하고, 실제로는 ‘아.이.참.나.한.테.는.팻.드.레.인.나’ 막 이러면서 개소리하고 떨어지고. (웃음) 그런 게 아니라면 참가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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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후발주자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2월에 발표했던 “방사능”이 그라임이잖아요. 아마도 국내에서 그라임이라는 장르를 정면으로 표방한 건 처음 아니었나 싶은데, 그 곡도 역시 적어도 한국에서는 뭔가 다른 걸 해보고, 선두에 서고 싶어서 시도했던 건가요?

애스브라스 형이랑 작업을 많이 하는데요. 형이 예전부터 영국 음악을 되게 좋아했었어요. UK 개러지부터 해서 계보가 엄청 길고 많아요. 그러다가 당연히 형이 그라임도 만들어 본 거죠. ‘이런 건 어때?’라고 하면서 들려줬는데, 그라임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실제로 저희가 접하게 된 지는 몇 년 안 됐어요. 스켑타(Skepta) 영향도 컸고. 물론, 그라임이라는 장르가 한참 전부터 있었지만, 제가 그라임을 멋있다고 받아들이고 나서 그라임을 들으니까 한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형, 비트 주세요. 해볼게요.’라고 하고 갖고 있다가 충동적으로 만든 거예요. 처음에는 랩도 그라임 뮤지션들처럼 하고 싶어서 비슷하게 해보려고도 했어요. 쉽지는 않더라고요. 악센트도 다르고, 박자도 앞으로 빡 땡겨서 가야 재미있으니까요. 저는 그 느낌을 완벽하게 살리기에는 조금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 곡에서 그라임을 제대로 소화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거 같아요.





LE: 앞으로도 리듬파워로서 그라임을 좀 더 하게 될까요?

몇 달 전에 케익샵(Cake Shop)에 노벨리스트(Novelist)가 왔었거든요. “방사능”을 한창 작업하고 있던 때라서 궁금해서 가봤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그때 ‘X발, 우리끼리 더 하자.’ 이런 얘기가 나오긴 했었어요. 아마 하게 될 거 같아요.





LE: 이제 마지막으로, 보이비 씨 개인으로서의 계획이나 비전도 얘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군대에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원래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우리 팀이 잘 되든, 안 되든 나는 음악을 계속할 거니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게 나오고 좋은 결과가 있겠지.’ 이런 마인드였어요. 근데 대학교도 졸업 못 하고, 돈도 모아놓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채로 음악만 몇 년 했는데 앨범은 다 망한 채로 29살에 입대하니까 ‘아, 끝날 수도 있겠구나. 마지막이라는 게 분명히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는 당장 내일도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못하게 될 수도 있고,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겠죠. 그랬을 때,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얼마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다 못 쓰고 끝나버리면 너무 억울할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무조건 다 끌어다 쓸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가 옛날 인터뷰에서 ‘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농구선수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코비 브라이언트는 그 말을 편하게 했겠지만, 그 사람의 인생을 아니까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저런 마인드구나.’ 싶더라고요. 바로 옆에 개코 형이 있어서 많이 배우는 것도 있어요. 그 형이 약간 가지고 있는 재능을 계속 터뜨리고, 심지어 한계점이 오면 그걸 넘어보기도 하는 타입이에요. 개코 형이 이뤄놓은 거랑 제가 이뤄놓은 걸 비교하면 차이가 나겠지만, 그래도 지향하는 바는 그 점에서 비슷한 거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그런 마인드로 하려 하고, 그리고 앞으로 얻게 될 관심이나 부 이런 것들은 다른 쪽으로도 써보고 싶어요.





LE: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Melo, Geda
사진 ㅣ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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