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라는 타이틀과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젊은 아티스트들은 남들보다 유난히 높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 한 명의 음악가가 되는 과정을 드러내며 시선을 끄는 순간, 이미 그들의 방황과 시행착오 또한 혼자만의 기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마침내 그 허들을 넘은 아티스트가 있다. 영비는 수많은 파도에 부딪히는 그 '고등래퍼'들을 대표하는 인물을 넘어, 어엿한 한 명의 아티스트가 되었다. 마이크를 넘겨받으며 주목받은 때부터 게시판의 한 페이지를 장악하는 화제의 중심이 되기까지.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진 영비의 솔직한 속마음을 직접 듣고 왔다.
LE: 우선,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릴게요.
Y: 안녕하세요. 저는 인디고뮤직(Indigo Music), 그리고 딕키즈(DiCKIDS) 크루에서 활동하고 있는 래퍼 영비입니다.
LE: 앨범을 내고 요즘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거 같아요. 최근 기분이 어떤가요?
일단 오랫동안 음악적으로 자리잡고 싶었어요. 이제 시작이 된 거 같아서 굉장히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LE: 음악적으로 성장했다는 피드백이 많던데, 혹시 많이 찾아보셨나요?
사실 그동안 좋은 얘기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피드백을 많이 안 찾아봤어요. 그래서 힙합엘이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제 이름을 검색해서 찾아본 적이 진짜 20번도 안 돼요. 그런데 이번에는 앨범이 나오고 나서부터 계속 핸드폰만 붙잡고 피드백을 확인하고 있어요.
LE: 1년 전 저희와 진행한 <7INTERVIEW>에서 "2018년에는 자신을 오디션 래퍼라 하는 이들의 생각을 바꿀 거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로 그 말이 지켜진 것 같아요. 1년간 그 다짐을 계속하고 있었을까요?
그 인터뷰를 했을 때가 “TEEN TITANS”라는 싱글을 냈을 당시였는데, 그때만 해도 사실 음악적으로 큰 계획이나 지식이 없었고, 경험도 부족했죠. 그런데 그 이후로 1년 동안 계속 음악에만 집중한 거 같아요. 의지를 다지고 있었어요.
LE: 한편으론 그 이후 유튜브 콘텐츠나 <한요한을 웃겨라> 등을 통해 유쾌한 이미지도 어느 정도 생긴 거 같은데요. 이런 것들이 음악을 하는 데 영향을 끼치진 않았나요?
물론 영향이 가는 음악도 있었어요. 곡 분위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편이죠. 하지만 앨범 수록곡들을 작업할 때는 그런 영향과 상관없이 확실히 진지하게 임한 것 같아요.
LE: 이번 앨범에 진지한 태도가 묻어나긴 하죠. 최근 유쾌한 예능형 콘텐츠에 자주 얼굴을 비추면서 작년보다 여러모로 많이 여유로워지신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제가 회사에 들어온 이후, 꽤 오랫동안 회사 아티스트들이랑 안 친했거든요. 정신적인 면에서 힘든 부분이 있어서 원래 친했던 친구들이 아니면 친해지기가 힘든 시기였어요. 그런 부분에서 괜찮아지고 나서 제가 작정하고 아티스트들이랑 친해지려고 노력했죠. 이제는 정말 다 친해요.
LE: 본격적으로 앨범 얘기를 한 번 해볼게요. 타이틀 ‘Stranger’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어느 순간 문득 지금의 저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생각나곤 해요. [SOkoNYUN] 작업 때는 ‘소년’이었고,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는 딱 ‘Stranger’였어요. 사실 제가 2018년에 EP를 내고 처음으로 정신 병원에 갔거든요. 그때부터 그 단어를 떠올리기 시작했어요. 제 정신부터 대중들에게 비치는 이미지까지 다 종합해서 ‘Stranger’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됐어요.
LE: 언급한 김에 ‘SOkoNYUN’이라는 타이틀에 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도깨비 말’을 연상케 하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SOkoNYUN]을 만들 당시, 소년이라는 단어가 저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제가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음악을 하기 전 제 모습,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의 삶, 그리고 그 삶 안에 있던 사람들을 그리워했어요. 그렇게 과거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결국 초등학교 때까지 기억이 내려갔는데, 문득 그때 썼던 ‘도깨비 말’이 떠올랐어요. 사실 ‘도깨비 말’이라는 게 유치할 수 있지만, 그때는 재밌을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것도 재미있을 거 같았고, 실제로 제가 많이 쓰기도 했어요.
LE: 연상은 됐지만 정말 ‘도깨비 말'일 줄은 몰랐는데 신기하네요. (웃음) 앨범 타이틀뿐만 아니라 곡 제목도 항상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은유적이거나 추상적인 느낌을 줘요. 보통 곡을 만들어놓고 제목을 짓는 편인지, 아니면 제목을 먼저 짓는 편 중 어느 쪽인지도 궁금했는데요.
그 얘기도 [SOkoNYUN] 때부터 시작되는데요. [SOkoNYUN]에 수록된 “CASIO”와 “POLO”, 이 두 트랙의 제목이 2016년부터 제 머릿속에 있었어요. 그게 2년 뒤에 곡으로 나온 거죠. 이렇게 제 삶 속에 자리 잡은 단어들이 있어요. 보통 브랜드 이름이라서 머릿속에 박혀 있는 것 같은데, 그 단어들이 저에게 영감을 줬었어요. 따지자면 제목을 먼저 짓고 작업을 하는 편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LE: 앨범 커버 아트워크를 두고도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어요. 깁스한 형상, 우는 형상 등이 자신을 붙잡는 과거를 뜻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커버 아트워크에 숨겨진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아까 정신 병원에 처음 간 게 2018년이라고 했는데요. 원래는 [SOkoNYUN] 이후 두 달 뒤에 EP가 하나 더 나왔어야 했어요. [SOkoNYUN]을 내고 텐션이 너무 좋아져서, 3일 후에 바로 두 곡을 들고 오기도 했을 정도였거든요. 그날도 ‘이제 필을 제대로 받은 것 같다’ 이러면서 녹음을 하고, 집으로 갔죠. 그런데 집 분위기가 이상하더라고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냐면… 제 여동생이 자살 시도를 하려고 떨어졌어요.
그 후로 모든 작업을 멈췄어요. 제가 이뤄 놓은 것들이 모두 무의미해졌죠. 이뤘다는 것의 예를 들면, 우리 가족이 이전 집에서 한 번도 이사를 안 했다가 제가 번 돈으로 다 같이 이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동생이 뛰어내리기 전에 "전 동네로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생각이 들었죠. 제가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할수록, 더 나아지려 할수록 주변 사람들에게는 독이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부 그만하고 싶었어요. 가만히 있는데, 가만히 있기도 싫은 느낌이었어요. 두 달 동안 아무 것도 안 했어요. 그런 상태가 계속 이어지다가 처음으로 정신 병원에 간 거죠. 어릴 때 제가 생각했던 20살의 저는 그런 곳에 가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오랫동안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가 210이라는 친구한테 부정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정신 병원에 가게 됐죠.
앨범 커버 아트워크의 오브제들도 다 여기서 나온 거예요. 깁스는 동생이 발에 했던 깁스고, 전화는 제가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던 엄마의 전화예요. 쌓여 있는 서류는 제 돈을 관리해주는 아빠를 의미하고, 링거는 할아버지가 입원했을 때를 생각하며 넣었어요. 제 가족에 관한 것들을 담고 싶었어요. 저는 그것들이 전부 다 상처라고 생각해요. 그 상처를 이제 제가 다 짊어지고 있다는 뜻을 담고 싶었죠. 그리고 이제는 괜찮아졌어요.
LE: 괜찮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실제로 “LOVEUMYSIS (interlude)”라는 트랙을 들어보면, 동생에 대한 각별한 감정이 있는 거 같아요.
맞아요. 동생의 사건 이후로 처음으로 ‘무의미’의 의미를 알게 됐어요. 사실 저는 이전까지만 해도 자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어요. ‘자살을 왜 하지?’라고 안 좋게 생각했는데, 그 이후로 생각이 달라졌어요. 동생이 없으면 모든 게 무의미하다는 걸 알게 됐죠. ‘이래서 자살을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고, 그런 감정이 조금 깊어 졌을 때도 있었죠. 그 내용이 “LOVEUMYSIS (interlude)”에 담겨 있어요. 이 곡 이후로 앨범이 우울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LE: 앨범의 흐름을 여쭤보면, “Gray”로 시작, “SOkoNYUN Freestyle”에서 “Business Class”까지 소위 빡센 트랙들이 이어지다가 “체스”부터는 다시 쓸쓸한 감성으로 돌아가는 구성인 것 같아요. 의도한 건가요?
앨범 막바지 작업 때는 일부 의도하기도 했는데, 사실 앨범 전체 순서나 이야기는 중간중간 계속 수정됐어요. 일단 “Gray”를 의도적으로 첫 트랙으로 한 건 확실해요. “SOkoNYUN Freestyle”에 보면 “댓글을 봐 누가 더 악인지”라는 가사가 있어요. 과거에 저는 스스로를 검은색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댓글을 쓰는 그 사람들이 더 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처음 앨범을 구상할 당시에는 “Gray”를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흰색이고 쟤네가 검은색인데 내가 왜 섞여야 해’ 이런 생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섞여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다른 얘기인데, 흰색과 검은색이라고 쓰게 된 이유에 관해 얘기해 볼게요. 제가 한창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 210과 전화하면서 ‘왜 항상 내가 입은 검은색 옷에만 보풀이 묻을까’ 같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저는 그 정도로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었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다 멋지게 검은색 옷을 입는데, '왜 내 옷은 빨아도 보풀이 묻어 있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때 210이 저한테 음과 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고, 그때부터 “Gray”의 내용이 떠올랐어요. 내가 흰색이든, 쟤네가 검은색이든, 이제는 섞여야겠다. 그 시선으로 세상을 보니까 시간이 갈수록 조금 더 순해지더라고요. 친절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Gray” 가사 중에 “친절이 없다면 미래도 같아”라는 라인이 있어요. 이 곡을 쓰기 전에 친절하지 않았던 제 모습은 ‘너희와 섞이지 않겠다’, ‘남남 하자’였는데, 이제는 검은색인 사람이 저에게 불친절하게 해도, 혹은 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아도 제가 먼저 말을 걸 수 있게 된 거죠. 예를 들면,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제 과거를 말하면서 길게 글을 적는 게 웃기다 못해 화가 났었는데, 이제는 화를 안 내게 됐어요. 그게 지금 제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식이에요.
LE: “Gray”라는 트랙이 현재 영비 씨의 감정 상태를 대변하는 트랙이라고 봐도 되겠군요. 계속 210 씨를 언급하셨는데, 앨범에 참여한 210과 쿠지(kuzi) 씨는 딕키즈의 멤버잖아요.
쿠지랑 저는 오랫동안 친구 사이였고요. 210은 쿠지의 동네에서 같이 따라온 친구예요. 처음에는 제가 되게 싫어했었고요. (웃음) 그래서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도 친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둘 다 저한테 큰 영향을 줬죠. 제가 음악에 대해서 별생각도 없었을 때, 라이브는 그래도 좀 되니까 TV빨로 행사나 뛰고 있었을 때, 그 친구들이 음악을 어떻게 하는 건지 저한테 보여줬어요. 그때는 정말 '얘네가 떠야 하는 애들인데…' 이런 생각도 했어요. 제가 딕키즈의 리더인데, 음악으로는 얘네들의 반도 못 따라간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계속 이대로라면 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뒤에서 열심히 했죠. '아무리 랩 잘해도…’ 이런 생각도 처음 했고요. 저를 많이 바꿔준 친구들이에요.
LE: 어떻게 보면 각성의 계기가 된 동료들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홈보이(Homeboy) 씨의 참여에도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 “ROSE”에는 스키니 브라운(Skinny Brown) 씨랑만 하려고 했는데, 둘이서 하기에는 부족한 “ROSE”의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예전에 “ROSE”를 쓰게 한 그 사람의 생일날 같이 여행을 갔었어요. 그때 제가 듣고 있던 게 홈보이의 “Birthday 2018”이었어요. 되게 슬픈 노래였는데, 제가 그걸 들려줬었거든요. 그 사람에게도 홈보이의 곡이 특별해지게 된 거죠. 그래서 홈보이가 직접 제 곡에 참여한 걸 들려주고 싶었고, 피처링 제의를 했죠. 사연이 사연이다 보니 같이 일 해본 적이 없는데도 제가 어떤 내용으로 곡을 써 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많이 드렸어요. ‘촛불’ 이런 단어를 써 달라고 한다든가… (웃음)
LE: 앨범 안에서 ‘3년’이라는 기간을 몇 번 언급한 것 같은데, 혹시 '그 분'과 관련된 기간인가요?
제 앨범에 있는 사랑 노래들이라고 할까요? “체스”, “ROSE”, “Ferrari” 등에서 노래하는 대상이 전작의 “Khaki”, “POLO”에서도 같고, “아침에”에서도 등장했던 사람이에요.
LE: “ROSE”에 추억 속의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했다니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공을 들인 트랙이겠네요?
그런 것 같아요. 사실 “ROSE”와 “Ferrari” 두 곡이 비트 때문에 오랫동안 실랑이를 벌였던 곡들이에요. 그래서 “ROSE”는 원래 뺄 생각도 있었어요. 회사에 정확한 결과물을 넘겨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거든요. 근데 방자라는 프로듀서 형이 그 곡만 4, 5일을 계속 만져주는 거예요. 앨범 작업을 할 때 제가 그 형 집에서 얹혀 살았는데, 계속 그 노래만 들리니까 제 앨범의 곡인 데도 ‘그만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전원 웃음) 하지만 그 정도로 형이 열심히 공들여 주신 덕분에 지금처럼 나올 수 있었어요. 여담이지만, “ROSE”의 인트로, 아웃트로 가사는 훨씬 오래전에 써놨던 것들이에요. 생각나는 것들을 노트에 적는 편이어서, 나중에 어떤 곡에 들어가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나머지는 정신 병원에 다니는 중에 쓴 가사, 멜로디고요.
LE: “Gray”, “ROSE”, “Next?” 이렇게 세 곡에서는 ‘Stranger’라는 단어가 직접 언급된 것 같아요. 공통점이 있나 싶은데요.
“Gray”에서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 같아요. “Gray”에서 "선과 악 선 긋지 넌 왜, 선 다음 악 난 뒤로 해”라는 가사를 썼는데요. ‘선 다음 악’이라는 게 제가 말한 친절이에요. '나도 내 안의 검은 모습이 있는데, 흰색으로서 먼저 친절을 베풀 거야. 근데 먼저 선을 넘으면 나도 검은색이 될 수 있어'라는 느낌이죠. ’Stranger’가 언급되는 곡들은 다 이런 감정인 것 같아요. “Next?”에서의 저는 완전히 검은색인 거고요.
제 마음이 힘들어서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는데, 카페 종업원의 표정 같은 사소한 거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어떤 사람은 원래 불친절한 거일 수도 있는데, 저는 ‘아, 내가 영비라서 그런가’하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카페를 간다 치면 젊은 종업원이 있으면 날 싫어하는 사람일까 봐 일부러 나이 드신 분 계시는 카페로 가고 그랬어요. 편의점도 돌아다니다가 찾아서 갔고요. 지금은 덜 그러지만요.
LE: 사실 ‘Stranger'라는 단어는 ‘Strange'에 ‘r'이 붙은 거잖아요.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도 될 수 있고, 뉘앙스에 따라 이상한 사람이라는 뜻도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요소를 함축하려 선택한 단어인가요? 아니면 원했던 의도를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떤 단어가 따로 있을까요?
한국어로 바꿀 수 있다면 ‘공황장애’ 정도가 될 것 같아요. 공황장애라니까 되게 무겁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저는 평소에도 210한테도 “공황장애형!” 이렇게 부르거든요. 사실 그렇게 부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정신적으로 좀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를 수 있는거고요. 아무튼 제가 의도했던 ‘Stranger’를 한국어로 표현한다면 공황장애인 것 같습니다.
LE: 타이틀곡이다 보니 “ROSE”에 관한 이야기를 좀 오래 했는데요. 사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 총 3곡이잖아요. “서울”, “ROSE”, “REVENGE”를 선택하셨는데, 3곡이나 꼽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타이틀을 두 곡 이상 정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열세 트랙이나 있는데 한 곡만 정하기가 싫어서였어요. 외국 앨범들도 사실 한 번에 다섯 곡을 밀고 그러잖아요. (웃음) 타이틀곡부터 듣는 분들이 많아서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최대한 많이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듣고 이전 트랙으로 가거나, 다음 트랙을 궁금해할 수 있는 트랙들로 정했어요.
LE: 프로덕션에 관한 얘기를 조금 해볼까 해요. [SOkoNYUN]의 “Gin tonic”. 이번 앨범의 “Business class” 등 베이스가 두드러지는, 어찌 보면 요란한 트랙에서 진가가 드러난다는 반응이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키드밀리(Kid Milli) 씨의 전자음악적인 시도가 겹쳐 보이기도 했는데요.
키드밀리 형의 “WHY DO FUCKBOIS HANG OUT ON THE NET”이 나왔을 때 완전 신선함을 느끼긴 했어요. 그런데 키드밀리 형에게 영감을 받았다기보다는 브록햄튼(BROCKHAMPTON)의 영향을 받은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브록햄튼을 듣고 ‘아, 이런 거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되게 많이 배웠어요. “Gin tonic”도 브록햄튼을 듣고 쓰게 된 곡이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일 많이 들은 아티스트에요. 물론, 텐타시온(XXXTENTACION)은 항상 듣고 있고요.
LE: 안 그래도 텐타시온에 관한 언급하려 했는데요. 예상하셨겠지만, 이번 앨범에서 보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 쓸쓸함이 묻어나는 점 등에서 텐타시온과 릴 핍(Lil Peep)의 느낌이 묻어난다는 말들이 꽤 있었어요.
일단 음악적인 영향도 당연히 있지만, 텐타시온 같은 경우는 존재 자체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사망 후에는 더욱 커졌고요. 사실 살아있을 때는 그렇게 사랑하는 아티스트는 아니었거든요. 텐타시온이 떠났을 즈음에 제가 정신 병원에 다니게 됐는데, 그 우울감을 인정하고 텐타시온의 음악을 다시 들으니 더 빠지게 된 거죠. 그래서 쿠지랑 같이 텐타시온의 음악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릴 핍의 음악은 오히려 많이 안 들었던 편이에요.
LE: “POLO”, “ROSE” 같은 곡은 릴 핍에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조금 의외네요. 이런 류의 음악을 구현하는 데 판다 곰(Panda Gomm) 씨의 역할이 크지 않나 싶어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프로듀서 같은데, 간단한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작업 비화도 좋고요.
판다 곰 형은 제가 열여덟 살 때부터 알던 형이고요. 작업은 [SOkoNYUN]에서 “Khaki”와 “CASIO”로 처음 하게 됐어요. 그때는 친하지만 조금 데면데면한 형 정도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녹음할 곳이 없어서 이태원의 형 집에 놀러가게 됐어요. 작업 때문에 온 게 아닌 것처럼 있다가 “맞다 형, 저 요즘 작업하고 있는데 녹음한 거 봐 주실래요?” 이런 식으로 접근했죠. 웃더라고요. “이거 때문에 온 거잖아” 이러면서… (전원 웃음) 그러다 제가 아예 월세를 내고 같이 지내기 시작하면서 앨범이 빠르게 진행됐어요. 그때부터 형의 진가를 알게 됐고, 이제는 너무 잘하는 형이라는 걸 알아요.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작업할 것 같아요.
LE: 이번 앨범에서 전작의 느낌을 가져오려고 한 게 보였어요. 사실 영비라는 아티스트에게서 이런 음악이 나올 거라는 건, [SOkoNYUN]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요. 이런 음악적 노선을 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제 원래 감성이라는 게 곧 이유인 것 같아요. 원래부터 붐뱁만 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아마 그랬다면 <고등래퍼>가 끝나고 그냥 랩으로 때려 박는 싱글을 몇 개 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음악을 하는 건 싫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몇 곡 낼 걸 그랬나 싶기도 한데, 그때는 너무 감성적이어서 그런 결정을 안 했어요. 사실 감성 자체는 제 안에 있는데, 음악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지금 같은 트랙이 못 나왔던 것 같아요. 정말 힘들어서 곡이 안 나오기도 했고요. (정신적으로) 나아지고 나서 가사가 정리되고, 음악도 많이 듣다 보니 제 감성을 구현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때는 덱스(Dex)라는 친구가 사운드 잡는 걸 도와줬죠.
LE: 아직 영비 씨가 붐뱁으로 때려부수는(?)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도 있어요. 앞으로도 붐뱁 스타일로는 앨범 단위의 작업물을 낼 계획이 없나요?
생각은 있는데, 힙합 팬들이 원하는 거랑 아티스트들이 원하는 게 다르긴 한 것 같아요. 저는 재미가 없을까 봐 시도를 안하는 거거든요. 네 트랙이든, 다섯 트랙이든 만들 수는 있는데, 앨범 자체를 그렇게 꾸려내는 게 재미없을 것 같아서 시작을 안 하는 거죠. 그래도 계획은 있긴 해요. 아티스트 중에서 그렇게 내봐도 괜찮겠다고 말해주는 분들도 계시고요. 하지만 올해는 다양한 것들이 너무 많이 준비되어 있어서 그걸 먼저 공개하고 우선순위에서 맨 나중으로 둘 것 같아요.
LE: 랩 스타일에 관한 얘기도 조금 해볼까요? 특유의 랩 스타일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잖아요. ‘침 고이는 랩’이라는 댓글을 보기도 했는데, 이런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거북하게 들을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침 고이는 소리인가?’하고 의아한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요즘은 발음을 고치려고 하고 있어요. 피드백 때문이 아니라 저 스스로 너무 센 게 질렸거든요. 이제는 좀 더 약하게 하려고요. 원래 비읍(ㅂ)이나 지읒(ㅈ)의 발음을 세게 하는데, 평소에 녹음하다가 제가 "다시 녹음해야 해"라고 하는 경우는 보통 더 세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더 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시 녹음하는 경우가 많아요.
LE: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 수록곡에서도 대체로 침착해진 것 같아요.
톤이 많이 침착해졌죠. 아닌 곡도 있지만, 그런 톤의 비중이 커졌어요. 이번 앨범에서 발음을 그렇게 신경 쓰진 않았지만요.
LE: 본인의 발음에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있나요? 혹자는 테디(Teddy) 씨를 오마주한 것 같다고도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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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음에 영향을 준 래퍼라고 하면 테디도 맞고요. 씨잼(C Jamm) 형도 있어요. 옛날에 [파급효과 (Ripple Effect)] 때의 씨잼. 제가 처음 랩을 시작했던 고등학교 때, ‘발음'이라는 폴더에 '씨잼'이라는 폴더가 따로 있었어요. 씨잼의 발음에 대한 제 설명도 써놓고… 스윙스(Swings), 더 콰이엇(The Quiett), 씨잼, 저스디스(JUSTHIS) 다 마찬가지예요. 이분들이 직접 참여해 주셔서 이번 앨범이 의미가 더 크기도 해요. 그리고 처음으로 타격감이 있는 발음을 하고 싶다고 느꼈던 건 투팍(2Pac) 때문이었어요.
LE: 타격감 같은 요소에 투자하다 보니 종종 딜리버리가 부정확할 때도 있는 거 같아요.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리듬감이나 랩이 줄 수 있는 청각적 쾌감에 좀 더 충실한 편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요즘은 가사가 다 나와 있잖아요. 처음에 가사를 보지 않고 들었을 땐 이렇게 들렸던 가사가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가사였다니’ 할 수 있어서 더 재밌는 시대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한테는 가사가 다 잘 들리는게 오히려 더 구린 것 같아요.
LE: 라이브와 녹음에서의 차이를 느끼기도 하나요? 음원 버전도 좋긴 하지만, 라이브에서 타격감이 더 산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아서 래퍼로서 고민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가 그런 피드백을 받은 게 [IM]이 나왔을 때부터인 것 같아요. 제 개인 곡이 아직 많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의견이었죠. 제 스타일이 사람들한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당시에는 그게 제 문제점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실제로 저도 그때 음악을 들으면 확실히 음원이 더 별로예요. 가사도 별로고요. 제가 생각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의 저는 별로예요. 지금 와서 들으면 사실 [SOkoNYUN]도 라이브에 비해서 아쉬운 편이죠. 그런데 이번 앨범은 그런 피드백도 많이 반영하면서 신경 썼기 때문에 다를 거예요.
LE: 이제 영비 주변의 인물들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하는데요. 먼저 딕키즈 크루 얘기를 해볼게요. 근황이 궁금한데, <7INTERVIEW>에서도 컴필레이션 앨범을 언급하셨잖아요. 그런데 <고등래퍼> 이후에 큰 움직임은 없는 것 같아요.
그 후로 준비를 안 했어요. (전원 웃음) 핑계를 대자면 팀 상황이 안 좋았어요. 불리 다 바스타드(Bully Da Ba$tard)랑 언오피셜보이(unofficialboyy)가 둘 다 나갔거든요. 리더였던 언오피셜보이가 나가면서 제가 리더가 됐어요. 원년 멤버 두 명이 사라졌고, 남은 원년 멤버도 두 명밖에 없는 상태였어요. 이런 상황을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죠. 저희가 공개적으로 얘기할 만큼 제대로 자리를 잡은 크루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쿠지, 210, 범비(Bumby)는 아니지만, 제 생각에 각자 음악적으로 준비가 안된 멤버가 많은 것 같아요. 원래는 ‘그래도 컴필레이션을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준비된 애들끼리 먼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 딕키즈의 계획은 그래요. 저는 쿠지랑 둘이서 앨범을 준비하고 있고, 컴필레이션 앨범을 부담감을 가지면서까지 무리하게 진행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공연은 다 같이 할 수 있겠죠.
LE: 그래도 딕키즈에 대한 애정은 남아 있는 거죠?
사람들이 제가 (딕키즈에 대한) 애정이 사라졌다고 말하는데, 저는 분명 애정이 있어요. 제가 직접 끌고 가고 싶은 마음도 넘쳐요. 밖에선 안 보이겠지만, 좋아지고 있어요. 아마 내년에는 뭔가 하지 않을까요? 이번 연도에도 싱글이나 같이 한 곡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지금도 다 같이는 아니어도 두 곡 정도 같이 한 곡이 있고요. 꼭 같은 크루라고 해서 모두 함께 같은 곡에 참여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LE: 그럼 딕키즈 크루 다음 둥지라고 할까요? 인디고뮤직도 이야기해 볼게요. [IM]에서 수록곡의 절반 이상에 참여하셨는데, 팀의 일부로서 작업에 참여하는 것과 개인 작업물을 혼자 리드하는 것 사이에 임하는 태도나 자아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컴필레이션 작업을 아직 한 번밖에 안 해보긴 했지만, 사실 그때는 그랬어요. 그래서 억지스러운 가사를 많이 적었던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하는 생각이 있고, 실제로 뱉을 수 있는 말이 있는데, 그때는 그냥 속으로 생각한 말을 적었어요. “범퍼카"에서도 그랬죠. 그때 가사들은 100% 진심이 아니었지만, 기믹이 섞여서 저한테 안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컴필레이션 작업은 저한테 재미 없었고, 싸움 같았어요. 래퍼로서 한 트랙에서 다른 래퍼와 함께할 때 싸우는 것과는 또 다른 싸움. ‘대중들한테 나는 이런 아티스트니까 랩을 잘하기보단 이런 가사를 적자’ 이런 머리 싸움을 혼자서 했어요. 제가 아직 어려서 지식도 없고, 경험도 부족해서 싸움을 계속하다가 망했고요. (웃음) 그래도 앞으로 가사도 깊어지고, 좀 더 좋아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LE: 좀 쥐어짰다는 느낌이 들 수 있겠네요. 인디고뮤직의 다른 멤버들에 관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같이 일하고, 매일 만나고 하다 보면 당연히 영향을 받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멤버를 꼽아볼 수 있을까요?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저스디스 형이요. 형의 말이 제일 셌어요. 빈도로 따지자면 저랑 대화를 나눈 횟수는 제일 적은데, 대신 임팩트가 컸어요. 2017년 회사 송년회에서 저스디스 형이 저한테 “너는 랩은 잘하는데 음악은 못 한다”라고 말했어요. 송년회 하는 신라호텔의 그 좋은 분위기 속에서 돌직구를… (전원 웃음) 그런데 사실 그때 저한테 그렇게 말해줄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진짜 제대로 꽂아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형이 말한 걸 계속 생각했어요. 형의 한마디가 제일 셌던 거 같아요.
LE: 요즘에도 저스디스 씨에게 고민이나 자문 같은 걸 구하시나요?
그렇진 않은데, 그래도 대화할 때마다 되게 많이 느껴요. 최근에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저스디스 형이 좋은 말을 해줬어요. “넌 잘하는데, 가사를 가끔 날려 쓰는 부분이 있어”라고. 근데 그것도 마침 저한테 되게 필요했던 말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심리적으로 괜찮아졌을 때여서 ‘아, 한방 또 왔다. 가사 열심히 써야겠다’ 생각했죠.
LE: 말만 들었을 때는 저스디스 씨와 별로 친한 느낌이 들지 않는데요. (웃음)
저스디스 형이랑은 딱 지금 같은 관계가 좋은 것 같아요. 저스디스 형과 제 생활 방식이 잘 맞진 않아요. 술도 잘 안 드시고, 클럽을 가시는 것도 아니라서요. 근데 대화할 때는 재미있어요.
LE: <7INTERVIEW>에서 인디고뮤직에 들어간 이후 높아진 기대치와 부담감 때문에 힘들었다는 말을 했었는데, 요즘은 레이블 안에서 본인의 상태가 어떻다고 느끼세요?
제가 부담감을 느낀다고 했던 건 그 당시에 제가 회사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때는 ‘그냥 인스타에서나 가족, 가족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어요. 딱 스무 살이어서 그런 회의적인 생각을 많이 할 시기였죠. 근데 지금은 다 좋은 사람들이고, 너무 사랑해요.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요. 지금은 회사가 너무 좋아요.
LE: 초반에는 남 같았지만 가족처럼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는 건데, 그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천천히 마음을 열게 된 건가요, 아니면 특정한 사건이 계기가 된 건가요?
제가 심리적으로 괜찮아진 후에 오랜만에 회사에 갔어요. 그전에도 스윙스 형은 항상 저한테 요즘 되게 괜찮아 보인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오랜만에 괜찮아진 채로 회의에 갔는데, 아무도 (좋아진 제 상태를) 눈치 못 채는 것 같았어요. 그때 (한)요한이 형이 저를 쳐다보더니 “저 새끼 뭐 있는데?” 이러는 거예요. 저는 거기서 감동했어요. ‘내가 괜찮아진 걸 알다니!’ 그 말은 지금까지의 제 모습을 봐왔다는 뜻이잖아요. 특별한 말도 없이 그냥 전보다 표정만 조금 밝게 하고 있을 뿐인데, 그렇게 말해준 거죠. 그때부터 사람들이랑 술도 많이 마시기 시작했어요. 또 다른 계기는 천재노창 형이 돌아왔을 때였어요. 무대에 서거나 대중 앞에 나타나기 전에 회사에 먼저 와서 저희끼리 술도 많이 먹고, 저하고도 친해졌어요. (천재)노창 형이랑 친해지면서 회사 사람들이랑 더 친해졌어요.
LE: 술을 많이 드신다고 하셨는데요. 가사 속에서도 그렇고, 곡 제목을 'Gin tonic'이라고 지을 정도로 애주가인 거 같은데요. 음악 작업을 하면서 술에서 영감을 받는 편인가요?
영감이라기보다 맛으로 먹어요. 작업할 때 주로 맥주나 위스키를 마셔요.
LE: “띵” 뮤직비디오에서는 아예 알코올중독 컨셉으로 나왔잖아요.
신기하게 제가 (술을 좋아하는걸)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말을 안 해도 ‘술 좋아하시죠?’ 이런 느낌으로. 딩고 쪽에서 잡아 주신 컨셉이에요.
LE: 다시 레이블 이야기로 돌아오면요. 비슷한 나이대이고,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서인지 노엘(NO:EL) 씨와 라이벌로 맞붙이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어요.
라이벌이면 라이벌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나이대가 비슷하고, <고등래퍼>도 같이 나왔으니까요. 그 사람들은 싸우는데, 저희 둘은 너무 친해요. 상관없어요. 노엘이랑 그렇게 연결하니까 더 재미있어지는 거 같아요. (여론을) 보면서 서로 견제하면 안 좋겠죠. 저희는 안 그러기 때문에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LE: 그래도 솔직히 누가 더 잘하나요?
저요. (전원 웃음)
LE: 그런데 이번 앨범 멜론 댓글이 그런 게 있더라고요. 둘의 싸움이 이제야 시작이라고. 레이블 이야기를 지나서 예전 학교생활 시절을 짚고 넘어가면요. <고등래퍼>가 끝나고 진행했던 한 인터뷰에서 학교보다 다른 데서 많은 걸 배웠다고 하셨더라고요. 막연히 학교에서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중학교 1학년 때는 공부랑 운동만 했어요. (공부로) 상위권이었어요. (웃음) 중학교 2, 3학년 때 되어서 나쁘게 됐어요. 안 좋은 학교생활을 보냈고, 나쁜 짓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때 그 인터뷰에서 제가 그렇게 말했던 이유는 공부보다 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어려서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은데, 학교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는 학교보다 다른 데서 더 배우고 싶었거든요. 왜냐하면, 밖이 더 재미있어 보였고, 실제로 (학교에) 갇혀 있는 것보다 재미있었거든요.
LE: 논란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얼마 전 발표된 “IMJMWDP”에서도 직접 이야기하셨잖아요. 학교 폭력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로 영비 씨를 계속 따라다니고 있어요. 하나하나 추궁하려는 건 아니지만, 말로서 직접 해명하기보다 음악 안에서 언급만 하는 이유가 궁금하더라고요.
일단 사람들이 조금 잘못 알고 있는데, 2년 전에 피해자에게 연락했었고요. 피해자의 친구가 제 친구여서 조심스럽게 사과할 기회를 달라는 의사를 전해달라고 했어요. (피해자 친구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인제 와서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하더라고요. 지금 생각나서 더 싫다고, 됐다고. 이런 느낌으로 말해서 제가 기다리겠다는 식으로 넘어갔어요. 그 후로 어떤 상황인 거냐면, 사람들은 공식적인 사과를 원해요.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닌 거예요. 제가 그 일을 제 입 밖으로 꺼내는 게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지금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그 친구가 싫어하고 하지 말라고 한 거예요. 그런데 무슨 공식적인 사과를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 논란이 아니면 아닌 거고, 맞으면 맞다고 하고 빨리 끝내라고 하는데, 끝날 수 없는 거예요. 그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마 그 친구 주변에서도 물어보지 않을까 싶고, 그게 더 힘들 거 같아요. 그래서 전 최대한 어떤 자리에서도 그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 친구는 제 음악을 안 듣겠지만, 전 제 생각을 음악 안에서 말할 뿐이고요. 사람들은 누군지도 모르고,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쇼를 원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사과하는 쇼. 저한테는 그게 가볍지 않거든요.
LE: 음악에서도 언급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어요.
음악에서 얘기했다기보다 전 그냥 제 과거 행동에 대한 후회를 가사에 썼던 거 같아요. 가사에 ‘학폭 flow’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게 지금 하나의 웃긴 밈이잖아요. 전 그게 웃겨지는 게 어이가 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쇼를 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말에 달리는 ‘ㅋㅋㅋ’ 같은 게 그 일 자체를 가볍게 만드는 거 같고요.
LE: 그러다 보니 인터넷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 괴리감을 느꼈을 거 같기도 해요.
그렇죠. 저를 진심으로 대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해요. 인터넷에서 논란을 계속 언급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고, 평생 안고 가야 한다고 하는데, 평생 안고 갈 거니까 걱정 안 해 주셔도 돼요. 이번 앨범 반응 보고 느꼈는데, 학교 폭력에 관한 댓글을 되게 집중적으로 달더라고요. 전 처음에는 어떤 글이 올라올까 싶어서 욕먹는 게 무서웠는데, 제 과거의 문제에 대해서 계속해서 말해주는 게 고마웠어요. 예전에는 ‘쓰레기 새끼’ 이런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넌 이렇게 해야 해’라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보고 있어요. ‘쟤는 자존심 때문에 사과하지 않을 거 같다’라는 반응도 봤는데, 그런 거 없고 전 그 피해자 친구가 카메라 켜고 무릎 꿇으라면 무릎 꿇을 수 있어요.
LE: 여러 논란도 있었고, 근 몇 년간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매년 달라졌을 거 같아요. 그때마다 자신이 변화했고, 성숙해진 거 같나요?
1년마다, 한 달 단위로 변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도 많아요. 지금은 조금 어른스러워진 거 같아요.
LE: 점점 나아지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올해 전체로 봤을 때, 앨범이 되게 빨리 발매된 편이잖아요. 앞서 앞으로 계속 뭔가 나올 거라고 얘기해주셨지만, 2019년 동안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 있는지 스포 아닌 스포 해주시면서 마무리하면 될 거 같아요.
팬들이 원하는 붐뱁 같은 힙합적인 느낌보다 음악적인,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보여줬고요. 지금은 그걸 더 하고 싶어요. 쿠지랑 낼 앨범이 있는데, 올해는 많은 음악을 들려드리려고 해요. 지금까지 제가 게을러서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안 쉬고 작업해서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LE: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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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bbi, limstagram,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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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 티고
내용 좋네요. 특히 씨잼, 저스디스, 자기 이야기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씨잼은 팬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그 정도로 영향을 끼쳤다는 건데, 음악 못한다는 이야기, 씨잼한테도 해주면 좋겠네요 ㅋㅋㅋ
저스디스는 꽤나 직설적인 거 같네요. 비즈니스라더니 슬슬 정말 충고와 조언을 해주는게 IM을 더 탄탄하고 음악성과 대중성 모두 뛰어난 대세 레이블로 거듭날 수 있게 도와준 거 같기도 하고요.
자기 이야기는 말해줘서 좋은데, 이건 어쩔 수가 없음. 자기가 반성하는 태도라도 보여서 좋지만... 이미 피해자가 나온 이상 대중은 정작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도 '한 건 한 거잖아?^^'라며 욕할 거기에 앞으로 영비는 계속 반성을 하며 살아가는 수 밖에 없는 거 같네요.
고랩 1 때는 그냥 딱 랩만 잘하더니 이제 앨범도 잘 뽑고 랩도 잘하니 진정한 아티스트가 된 거 같다는 느낌..
학폭 논란 끝~~ 이번 앨범 너무 잘 들었습니다. 앨범 커버에 뜻은 충격적이네요
이젠 진짜 음악도 잘하는 아티스트가 된듯..앨범 너무 잘들었습니다 앨범 커버가 저런 뜻이었군요...
음악을 너무 잘하는듯
랩은 기본이고
또 비지니스 클래스 같은 음악이 맘에 들었는데
영감 받은 아티스트가 따로 있었다니
들어보고 싶어졌음
동생 이야기 너무 속상하네요.
항상 논란도 많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버거운 시간을 보낸 듯 한데, 이번 작업물을 보면 잘 버텨내고 이겨내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고 참 보기 좋네요.
대중으로서 볼 수 있는건 단편적인 모습들 뿐이지만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점점 성숙해져가는 것 같아요.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기대됩니다.
잘 봤습니다. 그동안 발음이나 음악적 스타일 등 궁금한게 많았는데 하나하나 잘 설명이 된 인터뷰였네요
앨범 커버 뜻 진짜 충격적이네요..
저런 일 겪고도 이 정도의 앨범을 냈다는거 자체가 엄청난듯
음악적 욕심도 많은거 같고 미래가 기대 됩니다.
영비 항상 응원한다
동생 이야기에 너무 놀랐네요... 영비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겨낸 모습 보기 좋습니다!
그리고 한요한 “저 새끼 뭐 있는데?” 이거는 진짜 음성지원 되네요ㅎㅎㅎ
영비 본인이 말했듯이 학폭에 관련된 논란은 끝날수없는게 맞는듯 .
그리고 사실 팬들도 이에 영향을 받는게 영비에 대한 이미지가 안좋다보니 저도 영비 팬이지만 솔직히 밖에서 떳떳하게 영비팬이라고 못말하는 부분도있음. (지인들한테 영비음악 좋아한다고했더니 돌아오는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
그래도 영비가 반성하는 마음은 잊지말고 쭉 가져간다면 팬들도 끝까지 응원하니까 좋은음악 좋은마음가짐 유지하길..
간만에 인터뷰 읽었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
본인이나 회사의 뜻이 아닐까 싶네요 영비(Young B) 이런식으로 표기됐던 음원들도 이제 전부 그냥 '영비'로 바꼈더라고요
이번 엘범으로 본인이 고등래퍼로 반짝 뜨고 지는 한명의 스타가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증명 했다고 생각이 드네요
잘못한 부분에서 더 많이 본인 스스로 언급을 통해 그런 이미지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누그러뜨렸으면 하네요
담 엘범도 기대
인간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미래가 기대되는 아티스트
영비는 음악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계속 성장하는 것 같음
사람들이 물어뜯는것도 힘들텐데 음악으로 멋지게 보여줘서 앞으로도 기대되네요
양홍원, 학폭 논란이 끝날 줄 알았나?
영원히, 네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논란이 될 거고 거기에 대해서 불만 따위 가지지 마라
네가 저지른 죄악이자 업보니까
평생을 피해자한테 속죄하고 살아라
끊임없이, 음악에서든 인간 양홍원으로서든
영원히
ㅋㅋㅋㅋㅋㅋ 비겁하고 찌질하게 피해자 생각안하고 지들 망상이나 지들이 쳐당한거 양홍원한테 뒤집어씌우고 평생 악플다는것들만 피곤하겟네요
나중 가서 인신공격한 애들 고소 당해서 조사받게되면 서가서도 악플 평생 쓴다는 소리 나오겠죠? 다들 ㅎ
우왕 잘봣어요 영비 응원합니다
이번 앨범은 정말 좋았다
인상깊게 잘봤습니다
저스디스 잼네요 ㅋㅋㅋㅋㅋ
스트리밍 사이트 별점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말씀 하신대로 끝날 수 없는 논란인 것 같은데 잘 안고 가실 것이라 믿습니다. 저희같이 영비 음악 좋아하고 영비라는 사람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만 기억해주시고, 앞으로도 쭈욱 좋은 음악 들려주세요~~~
(앨범아트는 정말..가슴이 아픕니다ㅠ)
brockhampton 많이 듣는구나ㅋㅋ 재밌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사실 내 랩은 논란도 덮어 이런 가사보고 좀 뻔뻔하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비도 사람이네요. 여러 고민이 많았을 것 같네요. 인터뷰를 보니까 음악을 각잡고 다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 읽었다. 진짜 궁금하던 것들 다 인터뷰해주셨네요. 엘이 감사합니다.
소년 앨범 엄청 맘에 들었었는데. (요즘도 많이 들음) 이번 앨범은 또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 싶었더니, 이런 사연들이 있었군요. 그래도 빨리 회복하고 돌아와줘서 고맙습니다. 올해 활동 기대되네요. 우선 첫 단콘에서 봅시다!
어릴적부터 힙합을 좋아했고 제가 어린시절에는 힙합이 인기가 없었고 혼자 이상한 음악만 듣는다며 학창시절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입니다.
MP3를 빌려달라더니 좆같은 곡(당시 언더 힙합곡들)밖에 없다며 지독히 폭행당해왔었죠.
학창시절의 학교폭력 트라우마는 제가 3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잊을수가 없습니다. 가해자와 가해자와 연관된 인간들을 SNS상에서 간혹볼때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리네요.
저는 피해자임에도 그 지역을 떠나서 살게됐습니다. 뭐 제가 떠나와서 정착한 이곳에서 일이 잘 풀린것도 있지만 제 고향은 지옥같아서요.
저는 군대도 쉬웠습니다. 제가 복무했던 시기엔 구타 있었는데 중고딩때 학교폭력 당했던것보다 훨씬약했어요. 제 동기는 그걸 못버티고 관심병사가 됐지만요 ㅎ
왜 싫어하는지 안 당해본사람은 모릅니다.
제가 영비님에게 괴롭힘 당한건 아니지만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을 보면 사람의 인격은 사춘기(2차성징)이 완성이 되는 시기에 완성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학생때의 트라우마는 사람의 인격을 죄지우지 해 버릴수도 있다는겁니다. 사형수 신창원이 삐뚤어진 계기도 학창시절때라 잖아요.
왕따 출신에 아무것도 아닌사람이 요즘 핫한 신인의 인터뷰에 이런 글 올려서 죄송합니다. 근데 학교폭력은 나쁜게 맞아요. 저도 힙합을 참 좋아하고 왕따당한 계기가 언더힙합 듣는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시작된 괴롭힘에 10년 넘게 그 일을 방어기제처럼 애써 회피하고 없던 일처럼 취급하며 고향도 못가고 사는 사람이지만
힙합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영비님이 랩을 잘하고 재능이 대단한것도 알지만 앞으로도 좋아할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영비님만큼은 피해자와 꼭 화해하시길 기원합니다. 래퍼로써 이루고싶은것 이루시길 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가해자가 무릎꿇어도 사과 받아주질 못합니다. 억만금을 줘도요. 죽이고싶을 정도로 밉습니다. 10년이 지나도 같습니다.
인터뷰 왜 이제야 봤지 ㅜㅠ 잘 읽었습니다
0B
잘 읽었습니다. 영비에 대해서 깊게 알게되었네요, 앨범 되게 잘 들었는데 더 좋아질듯합니다
진솔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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