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개강의 시즌이다 보니 1년이 더 제대로 시작하는 것만 같은 3월. 그래서인지 한국힙합 씬은 유난히 수많은 작품으로 붐볐다. 지난 <쇼미더머니>에서 활약했던 매니악(Maniac), 한해, 주노플로(Junoflo), 슬리피(Sleepy)는 새 EP를 냈고, 아날로그 소년은 정말 오랜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으며, 영비(Young B), 오션 검(Osshun Gum), 윤비(Yun B), 페노메코(Penomeco)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피들의 재기 넘치는 작품들도 속속들이 나왔다. 단 두 곡으로 곧 발매될 정규 앨범 [GOØDevil]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 자메즈(Ja Mezz), 여전히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하는 로꼬(Loco), 디피알 라이브(DPR LIVE), [Upgrade III]로 "빡세게" 돌아온 스윙스(Swings), 그리고 <고등래퍼2>의 주역들도 빼놓을 수 없다. 외에도 알앤비/소울 영역까지 넓혀서 보면 더 많은 작품이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저스디스와 팔로알토의 합작 앨범 [4 the Youth]는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다. 스물두 트랙에 걸친 장대한(?) 러닝타임에 한 번, 실험, 시도, 도전에서 비롯되어 폭발한 두 래퍼의 예술적 감각에 두 번,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다 준 작품이었다."
지난 3월 27일, 멜론(Melon) 뮤직스토리 힙합엘이(HiphopLE) 채널에 올라간 [4 the Youth]에 관한 글(링크)의 서두를 여는 말들이었다. 여기에 더 보태 첫 컴필레이션 앨범은 내놓은 메킷레인 레코즈(MKIT Rain Records), 오래 간만에 30여 분에 달하는 신박한(?) 힙합 트랙 하나를 발표한 프로듀서 뉴올(Nuol), 여전히 앞서 나가는 기리보이(Giroby), 또 한 번의 생일을 자축하는 도끼(Dok2)까지, 한국힙합 씬에 정말 뭐가 많았던 지난 한 달이었다. 하지만 앞서 인용한 본문에서처럼 [4 the Youth]만큼 풀렝스로 탄탄한 퀄리티를 자랑하며 그렇게 화제가 되는 데에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작품이 또 있을까? 다른 이들의 소중한 작품 하나하나를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저스디스(JUSTHIS)와 팔로알토(Paloalto), 팔로알토와 저스디스의 이번 앨범은 그 방대한 형태로 보든, 신과 구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보든 이래저래 2018년 3월의 최대 문제작이었다. 발매한 지 어느덧 정확히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할 만하고,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다. 대한민국, 서울을 살아가는 84년생 팔로알토 전상현, 91년생 저스디스 허승의 혼란스러우면서도 찬란한 음악, 삶, 그리고 젊음.
LE: 힙합엘이 회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팔로알토(이하 P):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터뷰합니다. 팔로알토입니다. 반갑습니다.
저스디스(이하 J): 저스디스입니다.
LE: 이번 인터뷰는 두 분의 새 앨범에 포커스를 맞춘 인터뷰인데요. 그런 만큼 거두절미하고, 먼저 [4 the Youth]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P: [4 the Youth]는 저와 저스디스가 함께 만든 콜라보 앨범이에요. 재작년 말에 저스디스의 <JT2de: 2 MANY HOMES 4 1 KID> 콘서트에서 공식적으로 둘이 함께 앨범을 만들 거라고 발표했고, 1년 넘는 작업 기간을 거쳐서 올해 3월 7일에 발매된 앨범입니다.
LE: 꽤 일찍 콜라보 작업 소식을 전한 편인데(링크), 혹시 너무 미리 말한 게 아닌가 후회하신 적은 없나요?
P: 후회는 안 하구요. 그게 저스디스 콘서트에서 발표하기 조금 전에 같이 만들어 보는 걸 확정 지었거든요. 아마 사람들은 금방 나올 거라고 체감했을 거예요. 근데 저희는 아무것도 작업이 안 된 상태에서 발표했던 거죠. 그 후에 작업하면서 트랙 수도 많아지고 아이디어도 추가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어요. 트랙 수가 많다 보니 믹스하는 기간도 오래 걸렸고, 그 외 여러 가지, 뮤직비디오나 커버 아트워크 같은 부수적인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구요. 그러다 중간에 9월쯤 인스타 라이브에서 10월쯤 나올 거라고 얘기했었는데, 제 설레발이었구요. (웃음) 원래는 작년 안에 끝내서 내고, 각자 개인 프로젝트 하는 게 좋겠다 싶었는데, 하다 보니 쉽지 않더라구요.
LE: 오래 걸렸던 만큼 앨범이 풍성하고 튼실하게 잘 나온 거 같은데요. 전반적인 구조와 구성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J: 일단 제가 주도적으로 진행했어요. 2 CD 구성인데, “Next One”이라는 트랙이 첫 번째 챕터의 아웃트로라 할 수 있고, “Cooler Than the Cool”의 ‘처음부터’라고 하는 그 라임부터가 두 번째 챕터의 인트로라고 할 수 있어요. 앞부분의 “4 the kids (Intro)”라는 인트로는, 글자만 봤을 땐 아름다운 주제를 담았을 것 같은데, 에미넴(Eminem)의 익살스러움을 가져와서 [4 the Youth]의 전체적인 주제가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암시하고 있어요. 그 정도가 바탕이 되고, 어떤 특정한 생각을 갖지 않고 가볍게 했던 거 같아요. “Ayy”나 “Switch”에서는 혼란스러워하다가, 그다음에는 분노하고 화내고, “Slump”라는 트랙을 기점으로는 “Slump (Interlude)”의 내용처럼 ‘우리가 가진 기프트를 좋은 데 써야겠다’라는 마음을 먹는 거죠.
LE: 두 파트에 관해 어느 정도 설명해주셨는데, 두 분이 생각하시기에 전반부와 후반부, 각각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J: 근데 애초부터 전반부, 후반부를 계획한 게 아니라서요. 저희 앨범 소개란에도 쓰여 있는데, 에로스적인 의미뿐만이 아닌 사랑, LOVE라는 키워드가 전체를 관통한다고 생각해요. 화를 내는 것도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거니까요. 없으면 무관심하겠죠.
P: 작업할 때 전체적인 컨셉을 정해두고, 뚜렷한 계획을 갖고 했던 게 아니었어요. 초반엔 저스디스가 어떤 비트에 가녹음을 해서 들려주는 식으로 해서 좀 더 많이 했어요. 전 [Victories]라는 앨범을 내고 활동하던 시기랑 겹쳤었어요. 그 앨범이 또 그전에 겪었던 여러 논란을 정리하는 의미가 있어서 날카롭고 어두운 부분들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저스디스와 하는 앨범은 좀 더 밝은 마음가짐으로 하고 싶었는데, 그 모드를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죠. 그 사이에 저스디스가 의욕적으로 작업한 거고, 들려준 게 거의 다 마음에 들었어요. 제 가사는 그 이후에 쓰인 것들이에요. 그렇게 하나하나 곡을 자연스럽게 쌓다 보니 스물 몇 곡이 됐죠. 그리고 ‘4 the Youth’라는 타이틀은 그렇게 앨범 작업이 많이 진행된 후에 고민하다 나온 건데요. 애초에 컨셔스한 마인드로 앨범을 작업해서 ‘우리가 Youth를 위해 좋은 방향을 제시하자’ 이런 건 아니었어요. 그냥 1년 반 동안 저희가 느낀 여러 감정이 담겨 있는 거고, 모아서 보니 ‘우리가 음악하면서 살아온 젊음이 여기 다 담겨 있구나’ 느낀 거죠. 또, 그걸 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대입해봤을 때도 ‘그들의 젊음을 위한 걸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4 the Youth’라고 타이틀을 정하게 됐었어요.
J: 저는 반응 보면서 신기했던 지점이 있었어요. ‘4 the Youth’라는 타이틀은 제가 처음 제시했는데, 그때 제 느낌은 지금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느낌과 정반대였거든요. 누가 ‘Hiphop is for the youth’라고 얘기하면, 저는 컨셔스적인 이미지가 0이에요. 와카 플라카 플레임(Waka Flocka Flame)이 떠올라요. (전원 웃음) 그 말이 신나는 이미지인데, 어쩌다가 뭐 청춘을 위한 앨범이 되어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살짝 어이가 없더라구요. (전원 웃음) 이게 무슨 개 같은 일이야. 그래서 제가 (팔로알토) 형한테 그랬어요. ‘형, 이거 형이 컨셔스 앨범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아니, 나도 그런 적 없어’라고… (전원 웃음) 우리 둘 다 그런 적이 없어요. “Cooler Than the Cool”을 먼저 내면서 생긴 기대감인가 정도로 생각을 마무리하긴 했어요.
P: 일단 “Cooler Than the Cool” 영향이 좀 컸던 거 같구요. 저스디스나 저나 가벼운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떠올렸을 때 일차적으로 좀 진중한 이미지가 떠오르고,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래퍼들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이 있다 보니까 ‘이 사람들이 가사적으로 어떤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거다’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아요. 전혀 그런 게 아니고 그저 우리의 Youth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재미있는 게, “Cooler Than the Cool”을 싱글로 내기 전에는 ‘와, 이거 내면 사람들이 꼰대 같다고 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엔 이런 힙합이 없으니까요. ‘얘네 왜 이렇게 진지함?’, ‘왜 이렇게 랩을 많이 함?’ 이럴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런 진중한 걸 저희한테 기대하는 거 같더라구요.
J: 전 원래 별생각 없었어요. ‘컨셔스 앨범? 내 이미지가 그러니 그랬나 보지’하며 넘겼어요. 근데 속았다는 피드백을 봤을 땐 화가 났어요. ‘X발, 얘네가 우리 속였다’ 이런 피드백들이 좀 있었거든요. ‘와, 제목 저렇게 지어서 광고 엄청 하더니, 그런 내용 X도 없네’ X발 속이긴 누가 속여. (웃음). 약간 누명 쓴 기분이고 황당했어요.
LE: 그러면서도 “Cooler Than the Cool”을 두고 단순히 ‘누가 잘했다’, ‘누가 찢었다’ 이런 식의 테크닉적으로만 바라보는 피드백도 꽤 있었잖아요.
P: 저는 요즘 가사에 쓰기도 하는데, 랩 음악을 너무 스포츠로만 듣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아요. 방송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여러 래퍼가 같은 트랙에서 랩을 할 때 다 경쟁으로만 보는 느낌? 하나의 아트폼으로서 이 사람들이 같이 한데 잘 어우러졌나보다는, ‘누가 찢었네’, ‘누가 더 자극적이네’ 위주로 가시적인 피드백이 많아진 것 같아요. 물론, 실제로 만들 때 테크닉한 걸 의식하기도 했지만, 부수적인 요소였거든요. 주제를 전달할 때 재미를 더하기 위해 그런 건데, 반응이 ‘누가 발랐네’ 위주면 꼭 반갑지만은 않아요.
J: 여전히 문화 수준이 미개한 것 같아요.
P: 왜 이렇게 수위가 세. (웃음)
LE: 그래도 “Wayne” 같은 트랙에서 지투(G2) 씨를 기용한 건 어떤 사운드적으로 임팩트를 주기 위한 의도도 있었을 거 같아요.
J: 애초에 지투가 훅을 한다고 생각하고 그 곡을 썼어요. 만든 지가 거의 2년 가까이 지났는데요. 한국에 그라임이 없을 때 형한테 하고 싶다고 했었죠. 그때 디씨 트라이브(DC Tribe)에서 그라임하는 사람 딱 한 명 봤었어요. 어떤 외국 그라임 채널이 올라갔었나. (LE: 댐데프(Damndef) 씨인 거 같네요.) 맞는 거 같아요. 그때 어떡할까 하다 직접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지투 목소리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었죠. 재미있는 게, 저는 지투의 벌스가 똑같은 길이이길 원했어요. 그 말을 팔로알토 형 통해서 피처링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전달하진 않았는데, 이태원 클럽에서 지투를 만났더니 ‘형, 저 벌스 되게 많이 썼어요’ 이러는 거예요. ‘왜 많이 썼지? 누구 맘대로?’ (전원 웃음) 근데 지투가 엄청 기뻐하는 거예요. 너무 잘 썼다고 빨리 들려주고 싶어서 미치겠다고. 받아보고 나서 ‘주인공 줍시다’ 이런 느낌으로 아예 프로덕션적으로 자리를 내줬죠. 저랑 팔로알토 형은 완벽한 루프였구요. 앨범 듣고 ‘지투 밖에 들을 게 없었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거 보면서 또 미개하다 느껴요. (웃음) 만드는 과정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고, 그냥 ‘이 사람이 와서 앨범 주인을 발랐어’ 끝.
P: 그것도 어떻게 보면 스포츠적인 관점으로 보는 거죠. “Wayne”은 말씀하신 대로 확실히 “Cooler Than the Cool”과는 다른 의도로 접근한 곡이었어요. 근데 작업이 끝난 다음에 “요즘 것들”이라는 노래가 <쇼미더머니>에서 나오더라구요. ‘아, 늦었다’ 싶었어요. (전원 웃음) “Wayne” 보고 ‘제2의’ 뭐라고 하면 억울할 거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다행히 그런 얘기는 없더라구요. 또 하나 에피소드가 믹스 담당해주신 케이스타(Kaystah) 형은 원래 그라임이라는 장르를 즐겨 들으시는 분이 아니었어요. 그라임을 잘 모르셨는데, “Wayne”을 오히려 피티 파블로(Petey Pablo) 스타일로 해석하시고, 사운드 방향을 잡아가신 거예요. 저스디스는 그라임의 형태로 만들었는데, 더리 사우스 스타일로 해석하신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연용으로 만들자는 의도가 가장 컸어요. 앨범이 발표되기 전에 제가 DJ도 해서 작년 10월쯤 대전 클럽에서 이 노래를 틀었었는데요. 사람들이 뭔 노래인지도 모르는데, 신나게 놀더라구요. 사전 정보가 없는데도 분위기를 살리는 거 보고 앨범 나오고 나서도 많은 분이 페이보릿 트랙으로 뽑아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LE: “Wayne”도 그렇고, 이번 앨범에 저스디스 씨가 프로듀서로 꽤 많이 참여하셨잖아요. 예전에 저스디스의 프로듀싱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이번엔 그 반대였던 거 같아요.
J: 당연히 기분 좋았는데, 그렇다고 딱히 큰 생각은 없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물타기 하는 게 짜증 날 때도 있지만, (웃음) 저도 사람들이 말하는 부분에 어느 정도 공감했었거든요. 헤비 리스너들이 말하는 요점을 어느 정도 아는데, 상황마다 제가 말할 만한 게 있는 거 같아요. “Cooler Than the Cool”이나 “Wayne”도 그렇고, 그 곡들을 만들던 당시엔 그런 스타일을 쓰는 대표적인 비트메이커가 없었어요. 친분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쓸지도 말지도 모를 곡을 만들어 달라고 하기에는 불편했구요. 또 제가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 걸 좋아해서 단순히 제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만약에 그런 류의 비트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그 사람에게 받아보고 싶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앞으로도 제가 직접 만들 거예요. 그리고 선입견일 수도 있는데, 저는 만나서 호흡해서 만드는 걸 좋아하고, 그 안에서 배워가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만들고 나서 단순히 상품을 만든 거 같지 않고 어떤 기억이 남는 게 좋아요. 연락이 되고 호흡이 맞는 사람이랑 작업하는 게 중요해요. 사운드클릭닷컴(Soundclick.com) 이런 데서 (비트를) 살 수도 있지만, 그런 게 제 취향이 아니라서 직접 만드는 거 같아요.
LE: 저스디스 씨도 많이 참여하셨지만, 다른 프로듀서분들도 굉장히 많이 참여했어요. 각각의 프로듀서분들과는 어떤 식으로 협업이 진행됐나요?
P: 저스디스와 저랑 원래 소통하는 프로듀서들에게서 모아 둔 비트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둘 다 마음에 드는 비트를 골랐어요. 예를 들면, 김신 같은 경우는 김신이 한 2, 3년 전쯤에 저한테 데모를 몇 곡 보냈어요. 당시에 18살인가, 19살인가로 들어서 되게 놀랐어요. 저한테 보낸 비트들이 10대가 만들 비트가 아니었거든요. (웃음) 제 세대에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들었을 만한 비트들이었어요. 그리고 이름이 김신이라 ‘김 God’이잖아요. (전원 웃음) 이름도 좀 특이하고 해서 저스디스한테 마음에 드는 비트 몇 개 들려줬죠. 그러다 “Slump”라는 곡의 비트에 함께 작업하게 됐구요. 이안 캐시(Ian Ka$h)의 경우는 저스디스가 친분이 있어서 저랑 같이 듣고 여러 개 비트를 받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런 식으로 비트메이커마다 조금씩 달랐어요. 다만, 아예 모르는 프로듀서에게 컨택을 해서 진행한 경우는 없었어요.
LE: 아무래도 여러 비트를 펼쳐두고, 레고를 조립하듯이 끼워 맞춰가듯 앨범을 작업했다고 보는 게 좋을까요?
J: 팔로알토 형이랑 제가 작업을 같이하자 했을 당시에 저에게 고착화된 이미지가 있었어요. 전 예전부터 팔로알토 형을 올라운더라고 생각했어요. 빡세면 빡센 거, 따뜻하면 따뜻한 거, 모든 거를 다 하니까. 그에 반해 저는 많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어떤 하나에 좀 치중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많이 느꼈거든요. 그래서 올라운더로서 형이랑 같이 다양한 장르를 건드리고 싶었어요. 초반에 난장으로 겹치지 않게 비트를 골라서 한 열 개 정도를 작업했을 때부터 저는 계속 계산하면서 쌓았던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어, 지금 이런 장르를 해버렸는데, 또 다른 장르가 필요해’ 이러면 그 장르를 찾아다닌 거죠.
P: 앨범의 트랙 순서나 유기성 같은 건 저스디스가 주도적으로 맡았구요. 저는 그냥 주어진 제 역할을 했어요. (전원 웃음) 저스디스가 본인 앨범에서 유기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니까 (맡겼죠.) 단, 처음부터 모든 게 계획된 건 아니었고, 만들어 가면서 자리를 잡아갔죠.
J: 하나 재미있던 게, 다른 데서 형이 작업 과정에서 문제도 되게 많았다는 얘기를 꺼냈는데, 저도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많이 해 봤잖아요. 그것들에 빗대어 보면, (이번 작업은) 문제가 정말 없었던 거로 기억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형도 프로듀서잖아요. 사실 래퍼 둘이 작업할 때 시퀀싱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형도 비트를 찍어봤고, 믹스를 해봤다 보니까 제가 주도적으로 작업하면서 마음이 편했던 거 같아요.
P: 저는 래퍼랑 같이 만드는 프로젝트가 이번이 세 번째에요. 옛날에 P&Q, 팔로알토 & 이보(Paloalto & Evo), 그리고 이번에 저스디스랑 하고. P&Q, 팔로알토&이보 때는 제가 좀 주도적이었어요. 이번에는 반대로 저스디스가 주도적으로 하고, 제가 맞춰가는 식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어요. 그만큼 저스디스한테 의지도 많이 했어요. 제가 이 앨범에 많은 걸 쏟아서 막판에 어떤 부분에선 힘이 달렸거든요. 그럴 때도 믿음이 있었어요. ‘아, 모르겠어, 네가 알아서 좀 해봐’ 이러면 얘가 알아서 다 해줬어요. (웃음)
J: 저는 그 말을 기다리는 거예요. (전원 웃음) 이 형도 미안해서 그 말을 안 하는데, 저는 그 말이 나올 때까지 쪼는 거죠. (웃음) 어차피 이 형이 안 할 거를 알고 있어요. (전원 웃음) 쪼다가 ‘아, 네가 해’ 이러면 ‘네, 제가 하겠습니다’ 하는 거예요. (웃음) 그때부터는 컨펌의 자유를 얻은 거죠. 넘겼으니까 형은 할 말 없어.
LE: 어떻게 보면 호흡이 잘 맞은 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P: (작업)하면서 진짜 좋았고, 서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저스디스는 자기 팬들에게는 이 앨범이 어떤 면에서는 약간 아쉬운 앨범일 수도 있다고 했었어요. 잘 들어보시면, 저스디스의 공격적인 면은 많이 줄어들고, 반면에 저의 공격적인 면은 많이 올라갔거든요.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맞춰진 건데, 저스디스의 어떤 공격성을 기대한 사람들은 아쉬울 수도 있겠죠. 또, 저스디스는 이 앨범에서 평소에 컨택해보고 싶던 아티스트랑 함께하고 다뤄보고 싶던 주제를 다뤄보고, 저도 개인 작업물에서 할 수 없던 것들을 이 앨범에서 하면서 욕구를 채우다 보니 그런 밸런스가 잘 맞춰진 거 같아요.
J: 전 제 매니아들이랑 현장에서든, 어디에서든, 어느 정도 소통을 해요. 어떤 때는 제 이름을 타투로 새긴 그 사람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 사람한테 저는 음악을 병 걸린 것처럼 만드는 새끼일 거예요. 근데 이번엔 팀 앨범이라는 포맷이니까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고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전 팀 앨범에 한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서사나 방향성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 예시가 충분히 없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앨범 마무리 단계에서 제가 에너지를 되게 많이 썼어요. 최소한 그 사람들이 싫어할 수는 없게 만들기 위해 하려고 했어요. 마무리 작업할 때 그런 부분이 좀 빡셌던 것 같아요.
LE: 확실히 저스디스 씨는 상대적으로 다음 한 스텝이 중요한 신진 아티스트로서 이미지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고려하셨던 거군요.
J: 2017년에 제가 피처링을 정말 많이 했어요. 20곡 넘게 했고, 저는 나름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근데 제가 소비되는 캐릭터는 정해져 있더라구요. 예를 들어, 스내키 챈(Snacky Chan) 형이랑 “변태”라는 곡을 했었는데, 나오기 전에 주변 아티스트들에게 많이 들려주고 평소랑 되게 다르고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거든요. 근데 사람들은 자꾸 저를 어떤 스테레오타입 아래에서 소비하려고 하더라구요. 그런 괴리에 대한 생각이 없지는 않죠. 그렇다고 곡을 계산적으로 만들지는 않으니까 딱히 그런 기존의 이미지를 깨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전 곡을 만들 때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비율은 감성이 8, 이성이 2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성적으로 만들고 이성적으로 마무리하는데, 마무리할 때 사람들을 고려하는 거 같아요. 일단 제 진심이 담겼다면 그건 됐고, 이성적으로 제 진심을 못 듣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작업하는 거 같아요. 그 과정에서 앞서 말씀드린 괴리를 고려하는 거 같아요.
LE: 팔로알토 씨 같은 경우에는, 가사를 보았을 때 미디어를 비롯한 외부의 시선에 대한 날 선 비판이 많았던 거 같아요.
P: 일단 그전에 “Switch”라는 곡부터 얘기하면요. 주제나 컨셉을 저스디스가 정했는데, 같이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지금은 저스디스가 인디고뮤직(Indigo Music)이랑 싸인했지만, 앨범 작업 초창기에서 중반까지는 언사인드 하입(Unsigned Hype)이어서 얘는 음악을 만들면서 스스로 매니지먼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회사를 8년째 운영하면서 뮤지션도 겸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두 가지 모습이 공존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모습들이 저희 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저는 회사를 만들고, 햇수가 늘어나고, 소속 아티스트들이 더 알려지면서 뮤지션에서 사장의 역할에 포커싱할 때가 조금 더 많아지더라구요. 예를 들어, 제가 회사를 운영하는 방침과 아티스트가 하고자 하는 생각이 다른 지점이 있어도, 간격이 너무 크지 않으면 저는 서포트를 해요. 그리고는 제 개인의 정신적인 부분은 제 삶이나 음악 안에서 해소해요. 보면 예전에 우리 회사의 A라는 어떤 아티스트가 이렇게 행동하면 그게 전체 모습인 것처럼 평가가 됐잖아요. 그런 게 늘 조금 답답했어요. 저는 회사를 처음 만들 때부터 우리 회사가 크루처럼 움직이지 않고, 각자의 색깔이 다 다르면서도 멤버 각자의 영역이 한데 모였을 때 윈윈이 되는 그림을 그렸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아티스트로서도 헤드라이너다 보니까 다 저를 중심으로 뭉쳐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컴필레이션 앨범도 만들게 되고 그랬는데, 그랬듯이 제가 아티스트로서 표현하고 싶은 것들,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Switch”라는 노래 안에, 음악 안에 담은 거죠.
그리고 미디어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느끼셨다고 하셨는데요. 예를 들어, “Wayne”이라는 곡에 ‘미디어는 나를 빨아먹고 뱉어냈어도 난 back to work 안 뺏기네’ 이런 가사가 있는데, 그 가사를 썼던 게 <쇼미더머니 4> 출연하고, <힙합의 민족> 출연하고 그다음이었어요. 그런 방송에 출연한 이후에 ‘팔로알토라는 캐릭터가 되게 소비됐구나’라고 느꼈어요. 방송계 입장에서 더 소비할 게 없을 때는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더 이상 저를 써먹지 않겠구나 싶은 마음을 그 가사에 담았어요. 하이라이트레코즈(Hi-Lite Records)와 팔로알토하면 방송에서 나오지 않는 캐릭터,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리얼 힙합’에 부합하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웃음) <쇼미더머니> 입장에서는 그런 캐릭터, 이미지인 저를 써먹은 거죠. 근데 이제는 소비가 됐고, 저는 저대로 방송에서 제 모습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거죠. ‘너네들 내가 <쇼미더머니> 나왔다가 안 나왔다고 끝난 게 아니야. 나는 <쇼미더머니> 나가기 훨씬 전부터 이 활동을 이어왔고, 앞으로도 똑같이 이어갈 거야’라는 말을 여러 벌스를 통해 들려준 거죠.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Wayne”의 그 라인인 거죠.
LE: 두 분이 미디어나 외부 시선에 대한 생각이나 또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에 있어서 공통분모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확실한 공감대가 있어야만 이 정도 볼륨의 앨범을 만들 수 있는 거 같기도 하구요.
J: 공감대에 관해서 말씀드리면, “Switch”랑 마찬가지로 제가 인디펜던트였던 때의 상태가 “Bro” 가사에도 나와요. 제 동년배 중에 일찍 회사랑 계약해서 수입은 저랑 비슷하지만, 이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부정적으로는 ‘왜 이렇게 멍청해?’라는 생각이 들고, 긍정적으로는 ‘얘는 계속 퓨어하게 음악을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많지 않아요. 근데 저보다 (팔로알토 형이) 훨씬 오래 해오셨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공감대가 있는 거죠. 그다음에 <쇼미더머니>에 대해서는, 저는 형이 미디어를 통해서 욕도 많이 먹고 그랬으니까 팔로알토 팬으로서의 분노? 그 지점에서 공감대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전 이 앨범 작업을 시작했을 때, 형의 그 분노를 끌어 올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었어요. 형이 한 번 조져야 된다! (전원 웃음) 형이 예전에 [Project : Brainwash]에서 “Mind Control”에 피처링했을 때 반응이 엄청 뜨거웠는데, 그런 게 이 앨범 안에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 자신도 팬으로서 지켜봐왔으니까 내용적으로 빡치는 뭔가를 끌어올리고 싶었던 거 같구요.
P: 저는 <쇼미더머니 4>에 프로듀서로 출연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고, 저스디스는 그런 경험이 없잖아요. 예를 들어, 허클베리피(Huckleberry P)도 <힙합의 민족>에 대리 출연자로 출연한 것 외에는 그런 미디어에 노출된 적이 많이 없잖아요. <쇼미더머니>에는 늘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구요. 근데 사람들이 이분법적으로 ‘허클베리피 도대체 왜 있는 거임? 팔로알토, 지투, 레디(Reddy)는 <쇼미더머니> 나갔는데?’라고 생각하잖아요. 각자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는 거죠. 그런 것처럼 제가 미디어에 대한 어떤 비판적인 목소리를 음악에 담았을 때 ‘이 새끼 저스디스 힘 얻고 뭐 하는 거지?’ 이렇게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작업 중에 했어요. 전 그저 그런 매체에 출연해보고 느낀 감정들을 이 앨범을 통해 해소한 거거든요. 그걸 저스디스가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보니 밸런스가 잘 맞았던 거 같아요.
J: (작업) 초반에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앨범을 만들기 위한 서로의 가사에 대한 검열이 있었어요. 그때 형이 저한테 ‘나는 너 정도의 스탠스를 취할 수 없다’라고 해서 방향성을 다잡고 그랬죠. 뜨거운 논쟁이나 토론을 벌인 건 아니고 (웃음) 미디어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감을 잡는 거죠. (형이) 말씀하신 대로 허클베리피 형도 부정적인 스탠스인데, 저는 더 강경하게 부정적인 스탠스에요. 사람들은 ‘왜 맨날 <쇼미더머니> 얘기만 해?’ 이러는데, 지금처럼 <쇼미더머니> 질문이 들어오잖아요. 그 사람들이 저한테 <쇼미더머니> 이야기를 댓글로 달기도 하구요. 다른 사람들이 제 삶에서 계속 노출시키는 거고, 전 정말 리얼할 뿐이에요. 만약 아무도 <쇼미더머니> 이야기 안 하고 제 삶에서 없어지잖아요? 그럼 저도 얘기 안 할 거예요.
LE: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분이 소통을 많이 한 게 느껴지는데요. 어떤 유대가 깊달까요? 두 분이 처음 앨범을 만들기로 했을 때나 아니면 아예 첫 만남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J: 저는 (형을) 처음 봤을 때가 이미 제 믹스테입에 두 번이나 등장하셨고, 또 제가 만나겠다고 약속을 잡은 상태에서였어요. 처음 만난 게 “Population Control” 작업 때였는데, 제가 정말 횡설수설했던 거로 기억해요. 일단 ‘X발 X나 잘 보여야지’ 이런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전원 웃음) ‘무슨 말이든지 계속 던져야겠다. 난 계속 주목을 받아내야 해, 어떻게든 엮여야 해’ 이랬어요. 저한테는 그런 기억으로 자리 잡았는데, 그때 형은 ‘하하하, 그래 빠빠’ 했죠. 그다음에 형이 저한테 “No Love” 작업을 제안했고, 그때 하이라이트레코즈 스튜디오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모든 게 시작됐죠.
P: 오케이션(Okasian)이랑 저스디스가 작업실을 같이 쓰고 있었어서 원래 알고는 있었어요. [Money Vs. Love: Dream] 믹스테입으로 처음 알았구요. 그쯤에 오케이션이 저한테 저스디스 노래를 들려줬는데, “무의미”라는 곡이 발표되기 전에 이 새끼 X나 물건이라면서 그 노래를 들려주더라구요. 그때 관심이 확 갔었어요. 그러다 아까 얘기 나온 “Population Control”에 매드 클라운이 피처링을 부탁했는데, 저스디스랑 지투가 같이 한다고 하더라구요. 어떤 곡들은 스튜디오에서 같이 작업 안 하고 그냥 녹음만 해서 보내주기도 하는데요. 그때는 일부러 만나고 싶어서 같이 녹음했었어요. 지투도 우리 회사가 아니고 지금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데다, 저스디스랑 지투가 같이 만나서 작업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매드 클라운이 렌트한 스튜디오에서 모였었죠. 녹음하면서 저스디스가 저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요. 롤링홀(Rolling Hall) 공연장에서 CD 드린 적 있는데 되게 관심 없어 하면서 갔다고. (전원 웃음) 아마 오케이션이 저스디스를 대기실로 데리고 왔는데 저는 정신이 없었겠죠. 그땐 그 정도 얘기를 나누다가 이후에 “No Love” 작업 때 양재동 사무실에서 얘기 나누다 보니 공감대가 많다는 걸 느껴서 가까워지기 시작했죠.
LE: 불쾌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런 반응들이 있더라구요. ‘아니, 저스디스 딱 보면 하이라이트레코즈 느낌인데 인디고뮤직을 갔네?’ 인디펜던트부터 인디고뮤직까지, 일련의 역사가 있잖아요.
J: 그냥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어우 X발… (전원 웃음) 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인데, 매번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이 있고 그에 대한 인터뷰가 나가요. 이후에 그다음 문제가 있고, 또 그에 대한 인터뷰가 나가요. 그리고 관련된 SNS 글이 올라가요. 이게 무한 반복되니까 미개해 보이고 Educate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쇼미더머니>를 보고 자라서 힙합을 소비하는 사람이 지금 한국힙합의 대다수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쓴 장문의 글 같은 걸 읽어 보면 ‘힙합이 뭐야? 크루 만들고 영입해서 싸우는 거잖아. 근데 왜 저스디스는 인디고뮤직인데 하이라이트레코즈랑 곡을 내?’ 그냥 이런 거예요.
LE: 패싸움 같은 느낌?
J: 네, 그냥 패싸움. 거기에 제가 또 하나의 예시가 된 거예요. 스윙스(Swings) 형이랑 이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이 부분이 언급될 때마다 두 사람이 불편할 테니까 스윙스 형한테도 죄송하고, 팔로알토 형한테도 죄송해요. 단순하게 얘기하면, 팔로알토 형이랑 스윙스 형이 X나 여유롭고 쿨한 사람들이어서 이 작업이 이루어진 거예요. 그냥 좋은 거고, ‘와, X나 멋있다’ 이렇게 해석해야 하는데, 그걸 해석할 배경 지식 자체가 없어요. ‘힙하압~ X발 싸워야 돼’ 뭐 이런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 부분에서 ‘내가 또 화살을 X나 맞는구나’ 싶어요. 그런 피드백들이 없어질 때쯤에는 다른 회사 멤버들끼리 콜라보하면 ‘‘힙알못’아, 저스디스랑 팔로알토 모르냐? 원래 이런 거야’ 이런 댓글이 달리겠죠. (전원 웃음) 제가 “씹새끼 (Motherfucker Pt.2)”라는 곡을 냈을 때도요. MC 스나이퍼(MC Sniper)도 있고, DJ DOC도 있고, 그런 폭력적인 주제를 다루는 곡들이 과거 한국힙합에 많았어요. 대신 제가 그걸 낼 당시에는 많이들 다루지 않던 주제였고, 내면서 크나큰 고통과 상처를 겪었죠. (전원 웃음) 계속해서 말해도 소용없는, 벽에다 계란 던지는 걸 그전에 한 번 경험한 거죠. 지금도 따라다니잖아요. 답이 없어요. (웃음) 그 곡에 대해서도 신인들이 크레딧을 안 주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살짝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씹새끼 (Motherfucker Pt.2)”라는 노래가 나온 뒤에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랩하는 사람들) 2할에서 3할은 다 그런 얘기 쓰기 시작했거든요. ‘왜 내 얘기 안 써?’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흐름이 돌아가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작용이 하나도 없어요. 서로 다른 회사인데 (같이 하는 게) 멋있다는 반응이 안 나오는 걸 “씹새끼 (Motherfucker Pt.2)”로 예를 들면 ‘저스디스 카피캣! 이 새끼 카피캣! 저스디스 카피캣의 카피캣!’ (전원 웃음) 이러는 거죠.
P: 한 번은 제가 너무 답답해서 “Brown Eyes View”가 선공개될 때 글을 써서 올린 적이 있어요. 레이블은 레이블이고, 우리 둘은 이미 인간적인 + 음악적인 유대감이 있으니까 그런 건 전혀 상관없다고. 근데 이런 부분에서는 그전으로도 거슬러 올라가요. “My Team”이란 곡이 나왔을 때, 당시에 레디랑 허클베리피가 ‘Fuck Radio Fuck TV <쇼미더머니> 치트키’ 하니까 모든 멤버가 ‘방송 X까라’ (태도를 가진 거로) 인식됐고, 비프리(B-free)가 산이(San-E) 디스했으니까 하이라이트레코즈는 산이의 적이라고 일반화가 됐잖아요. 한 명의 소속 아티스트가 어떤 얘기를 하면 전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움직인다고 생각하잖아요. 한국힙합은 레이블들이 크루처럼 움직이다 보니까 그렇게 인식되는 거 같아요. 또, <쇼미더머니> 보면 프로듀서별로 누구 팀, 누구 팀 해서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승리하잖아요. 전 그게 힙합뿐만 아니라 가요 시장으로 봐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SM, YG, JYP 해서 이 회사는 이렇고, 저 회사는 저렇고. 한국 사람들 정서가 기본적으로 편을 나눠서 싸우는 데에 익숙한 거 같아요. ‘이 집단은 이래야만 해’라는 스테레오타입이나 프레임도 엄청 강하게 씌워져 있구요. 근데 정작 그 삶을 사는 사람들을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한단 말이에요. 저스디스가 어느 회사를 가든 저스디스와 저 둘 간의 관계는 둘 간의 관계고, 다른 관계는 그다음 문제죠.
과정에 대해서도 좀 얘기하면, 전 저스디스랑 계약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지투랑 스웨이디(Sway D)랑 계약하던 시점이었어요. 제가 저스디스랑 계약하고 싶어하듯 다른 멤버 중에서 누구는 지투랑 계약하고 싶었고, 누구는 스웨이디랑 계약하고 싶은 상황이었어요. 그럼 세 명 다 러브콜을 보내보자고 해서 지투랑 스웨이디는 계약이 성사됐죠. 저스디스는 계약서 오가고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조건이 안 맞아서 계약이 불발됐어요. 일적으로 조건이 안 맞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죠. (계약과는 별개로) 뮤지션 대 뮤지션, 인간 대 인간으로의 관계는 계속 쌓아가는 거죠. 그러다 이 친구도 혼자 일까지 해내기가 벅차니까 여러 회사랑 얘기하다가 본인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니까 인디고뮤직과 계약한 거거든요. 저도 축하해줬어요. 대신 이번 앨범은 계약 전부터 작업하고 있었으니까 계속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그런 얘기들이 자꾸 나오니까 답답한 마음이 컸어요. 사실상 저스디스가 상징적인 케이스가 된 거죠. 다음에 비슷한 케이스가 생기면 좀 희석되겠죠. 그럴 거라고 보는 게, 저희 레이블이 CJ랑 인수•합병할 때나 제가 <쇼미더머니> 나갈 때보다 작년이나 지금 VMC가 받는 화살이 좀 덜했던 거 같아요. 이미 제가 많이 맞아놔서 (전원 웃음) 그 친구들이 그 화살을 맞을 때는 이해가 있는 상태에서 맞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들이 있을 때 한국힙합 안에서 제가 먼저 겪은 게 몇 개 있다 보니까 그런 상황을 종종 체감해요.
J: 더더욱 슬픈 건, 예를 들어 머니 스웩을 하는 래퍼들이나 자신을 상품으로 여기는 걸 불편해하지 않는 래퍼들이 있잖아요. 저희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고 진정한 피드백을 원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웃음) 그런데도 우리한테까지 그러니까 아쉽죠. 저는 어떻게 보면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서브젝트를 많이 던지는 편에 속하잖아요. 그러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전 아까 얘기한 매니아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거든요. 근데 ‘넌 못 돈 벌잖아 X신’ 이러는 게 너무 고통스러운 것 같아요. 인디고뮤직, 하이라이트레코즈도 어떻게 보면 그런 인식의 연장선인 거죠.
P: 좀 다른 얘기일 수도 있는데요. 아까 둘이 가까워지게 된 계기에 그냥 말이 잘 통했다 정도로 얘기했었는데, 저스디스가 좀 남달랐던 부분이 있었어요. 이 친구가 형들이랑 공감대가 있고 가까워질 수 있는 이유가 저스디스는 ‘Carry On Tradition’을 해요. 그만큼 ‘국힙’을 많이 좋아했고, 영향받은 사람이기도 한 거죠. “씹새끼 (Motherfucker Pt.2)”라는 곡이 나오고 난 후에 본인에게 크레딧을 주지 않는 데에 아쉬워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감동받기도 하는 게, 더블이 형(더블케이, Double K)이랑 “That Boi” 할 때, 베이식(Basick)이랑 “SM58” 할 때, 그 래퍼들이 지금 엄청 잘 나가고 돈을 많이 벌어서 같이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 친구가 어렸을 때 영항받은 사람들과 한 아트폼에서 같이 한다는 순수한 기쁨과 즐거움을 표현한 거죠.
그 점에서 저랑 저스디스가 쾌감을 느끼는 상징적인 한 부분이 있어요. 예전에 제이콜(J.Cole)이 “Let Nas Down”이란 곡을 냈잖아요. 노아이디(No I.D.)를 통해서 “Work Out”이라는 노래에 나스(Nas)가 실망했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나스를 실망하게 하다니’ 이러잖아요. 근데 나스가 또 리믹스곡으로 “Made Nas Proud”를 내면서 ‘아니, 너는 날 자랑스럽게 해줬어’ 이러는데, 그게 힙합의 쾌감이란 말이에요. 아니면 누구의 라인을 따와서 레퍼런스로 넣는다든지, 그런 게 힙합의 Unity를 형성하는 끈끈한 힘이거든요. 전 힙합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큰 이유가 이 문화 안에 존재하는 그런 끈끈한 유대감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젠 너무 상업화되면서 Lit하고 Cool해야 하니까 거세되는 거죠. (전원 웃음) 그 부분에 대한 저희 둘의 의견이 엄청 비슷해요.
J: 덧붙이면, “A.T.C.N”부터 제 가사에는 늘 그런 지점이 있어 왔어요. ‘유행 알아도 따르지 않지’ 같은 가사요. 그런데 사람들은 (가시적으로) 안 보여주면 ‘이 새끼 못해’라고 하는 거죠. 전 처음부터 이런 것도 있다는 걸 계속 어필했어요. 그게 미디어의 영향력을 이기지는 못한 거죠. 어떤 해결 방안을 얘기하려는 건 아니구요. 이 인터뷰를 보는 사람 중에 이 지점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 거예요. 그걸 형이 알아주셔서 너무 기쁜데, 원래는 지니어스(Genius) 같은 사이트가 있어서 힙합 듣는 사람끼리는 다 알아들어야 하는 거죠. 전 정말 그때마다 다 표현했어요. 베이식 형이랑 작업할 때는 예전에 형 믹스테입 많이 들었다고 직접 얘기하고, 어떤 가사 레퍼런스로 가져와서 가사에 쓰기도 했구요. 더블케이 형이 예전에 썼던 ‘김치’ 라인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같이 따라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 풍경을 계속 보고 싶죠. 근데 예전에 호모 리릭쿠스(Homo Lyricus) 같은 무브먼트도 있긴 했어도 마무리가 잘 안 됐고… 플레이어들에 대한 피드백도, 힙합에 대한 사랑도 줄어든 느낌이 있는 거 같아요.
P: 이런 삶이 있으면 저런 삶도 있는 거잖아요. 최근에 에비던스(Evidence)가 [Weahter or Not]이라는 새 앨범을 냈잖아요. 커먼(Common)이랑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도 같이 앨범을 냈구요. 들어보면 그 사람들은 본인들의 삶을 살고 있는 거잖아요. 에비던스가 본인다운 붐뱁스러운 곡을 냈다고 ‘아, 이 새끼 퇴물이네’ 이러지 않잖아요. (웃음) 그 삶 자체로 존중받고, 에비던스의 영향력이 또 엄청나잖아요. 투어도 돌고, 다 Soul Out 되고. 근데 갑자기 에비던스가 릴 펌(Lil Pump)이나 식스나인(6ix9ine) 같은 걸 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전원 웃음) 근데 한국은 뭔가 기성 래퍼들도 다 똑같이 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아, 이 사람 뒤처지지 않고, 역시!’라는 말을 듣는 게 다 대기업 기업 직원같이 되는, 앞서가라고 강요받는 환경이에요. 트렌드세터인 아티스트도 있는 거고, 다른 아티스트도 있는 건데… 최근에 아날로그소년도 앨범이 나왔는데, 그냥 아날로그소년스러워서 되게 아름답게 받아들였거든요. 근데 그런 기준이 요즘엔 너무 가시적인 데만 집중하는 거 같아요. 이번 앨범 반응 중에서는 ‘팔로알토 감 안 잃고 잘 하고 있다’라는 게 있었는데요. 되게 고맙고 기분 좋은 말인데, 그 말의 기저에 ‘넌 인정’ 이런 마인드가 깔려 있는 거 자체가 아쉬워요. ‘오, Lit~’ 이런 거죠. (전원 웃음)
LE: 미국에서도 작년에 비슷하다면 비슷한 논쟁이 있었잖아요. 소위 말하는 멈블 래퍼들이 기성 래퍼를, 반대로 기성 래퍼들이 멈블 래퍼들을 대하는 자세에 관한 것이었죠. 어떤 세대 간 갈등이라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한국에서 혹자는 ‘존경할 사람이 없는데 누굴 존경해?’라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이런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한데요.
P: 그렇죠. Real 하면 제이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로직(Logic) 있고, Fake 하면 릴 야티(Lil Yachty), 릴 펌, 릴 뭐, 영 뭐, 다 있잖아요. 최근에 릴 잰(Lil Xan)이 투팍(2Pac)보고 ‘Boring Ni**a’라 해서 와카 플라카 플레임이 ‘너 힙합에서 빼’라고 트윗 남긴 것까지 다 봤어요. 근데 미국은 땅덩이도 너무 넓고, 인간도 너무 많고, 미국에서 나오는 힙합이 미국에서만 끝나지 않고 글로벌하게 나가니까 그런 논란이 있어도 어차피 소비층이 다양하니까요. 덤파운데드(Dumbfoundead)는 이번에 <THE YIKES! TOUR>라고 해서, 투어 스케줄이 엄청 많더라구요. 소비하는 팬덤이 존재하니까 가능한 거죠. 각자가 자기 원하는 대로 사는 거죠. 반면, 한국은 너무 좁고, 매체가 (힙합에) 편승하고, 아티스트들조차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니까 밸런스가 안 맞는 부분이 생기는 거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한국은 유독 더 밸런스가 안 맞는 거 같아요.
J: 최근에 이 부분에 대해 일리닛 형(ILLINIT)이랑 최근에 얘기했었는데요. 예를 들면, 블랙 똗(Black Thought)의 훵크 플렉스 프리스타일(Funk Flex Freestyle) 영상이 나오면 저랑 일리닛 형은 미치고 저는 밤새는 거예요. ‘X됐다, 외계인이다’ 이러면서. (전원 웃음) 그 영상 베스트 댓글 중 하나가 ‘이 정도 급은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9) 불러와라’였는데, 실제로 나와서 또 11분 (프리스타일) 보여주고. 그런 바 카운트 게임은 따로 존재하잖아요. 저런 재미있는 것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여기서 그런 걸 하면 ‘X나 트렌디 하지 못해, 퇴물됐어’ 이러죠.
P: 저 새끼 아직도 10분 동안 랩을 쳐 해? 지금이 2018년인데? (전원 웃음)
J: 그런 의견에 지지 않으려는 어떤 사람들이 싸우는 형태를 볼 때, ‘야, 켄드릭 라마, 제이콜 이런 게 리얼 힙합이야’라고 하는 것도 머리 아프고…
P: 최근에 힙합엘이에서도 ‘착한 힙합’ 비슷한 제목으로 로직(Logic) 노래에 관해 얘기했잖아요. 비슷한 케이스로 매클모어(Macklemore)는 (선한) 메시지를 담기 위해 음악을 도구로 사용한다고 얘기했었어요. 반대로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같은 사람들은 그런 생각 안 하고 살 거 아니에요. ‘한국 가면 나에게 여자랑 술을 주도록 해’ 이러는데. (전원 웃음) 아예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거고, 각자의 삶을 사는 거예요. 한 번은 <Sway in the Morning>에서 블랙 똗이랑 메소드 맨(Method Man)이랑 프리스타일 세션을 했었는데, 블랙 똗은 미친 사람이니까 계속 뱉어내고 메소드 맨은 자기가 아이폰에 써놓은 가사를 읽으면서 벌스를 하는데 그 자체가 즐겁게 느껴졌어요. 전성기 때는 둘이 서로 다른 성향의 래퍼였지만, 나이 먹고 그런 데 나와서 같이 랩하는 모습, 그런 광경이 흔하지 않잖아요. 한국힙합 안에서도 그런 걸 볼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 ‘사람들도 좀 더 자연스럽게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상황은 그냥 소비되고 편 가르는 싸움 되어서 끝나고, 돈 벌면 장땡인 식으로만 모든 아티스트들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니까 아쉬운 거죠.
J: 다들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서 그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평론가들도 그렇게 스위칭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쇼미더머니> 음원에 상주고… 그런 걸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럼 나는 왜 해? 나는 누가 반겨줘?’ 저도 하기 싫은 거예요. 옛날에 넋업샨 형이랑 춘천에서 차 타고 오면서 제가 넋업샨 형한테 어린 패기로 ‘형이 좀 좋은 모습 보여주세요~’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요. (전원 웃음) 그때 그 형이 ‘이걸 해도 평론가마저 돌아서고, 다 캐시 카우 빨아먹고, 다음 캐시 카우 찾는 식으로 시장이 돌아가는데 어쩌냐?’라고 말한 게 이제 이해되더라구요. 전 어떻게 보면 작년을 비롯해서 그 기로에 놓인 지 오래됐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계속 앨범을 만들면서 샷을 던지는 거죠.
P: 둘이 그런 얘기도 했던 게, 아까 말씀하신 대로 한국힙합에 그만큼 존경할 인물이 없어서 안 듣거나 ‘탈덕’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힙합이 탄생하고 비즈니스가 굴러가는 미국도 보면 100% 완벽하고 클린한 아티스트는 없어요. 근데 한국힙합은 특히나 과거의 것에 대해 박수 쳐주고 존중해주는 문화가 특히나 없다고 생각해요. 그 문화를 다루고 보존하는 채널도 없고, 남는 건 인터넷 글뿐이고, 그 외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남겨지지 않은 채로 잊히고. 미국 힙합 보면 다큐멘터리도 엄청 많이 나오잖아요. 여러 분야에서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구요. <Hiphop Evolution> 다큐멘터리도 보면, 보통 처음 힙합이 시작된 걸 DJ 쿨허크(DJ Kool Herc)로 보지만, 다른 시각을 제시해요. 다각도로 볼 기회를 주니까 그만큼 각자 선택하고 볼 수 있고 판단할 기회가 많아요. 한국은 그런 다큐나 글이 많이 없다 보니까 진짜 관심 있는 사람이 찾아보지 않는 이상 보존이 안 돼서 예전 것들이 잊히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아름다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안 되는 거죠. 이 부분에서 늘 좋은 레퍼런스로 제시되는 게, 나스(Nas)의 “One Love”인데,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붐뱁이네’ 이러고 말겠지만, 그 노래가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스토리텔링으로 게토의 모습을 표현해냈기 때문이잖아요. 그 당시로 돌아가서 그런 지점을 들여다보게끔 해야 하는데 그런 걸 소개하는 콘텐츠가 한국에 많이 없는 거죠.
LE: 이 부분은 저희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부분이네요. (웃음) 앨범 얘기로 돌아가서 조금 가벼운 질문드려볼게요. 완곡을 하는 데에 가장 힘들었던 트랙은 어떤 트랙이었고, 반대로 가장 수월했던 트랙은 어떤 트랙이었나요?
P: “Bro”랑 “Switch”가 비교적 빨리 나왔던 것 같아요. “Cooler Than the Cool”은 부담감이 좀 있었고, 좀 오래 걸렸어요. 왜냐하면, 저스디스랑 허클베리피 벌스가 먼저 나왔었고, 저스디스는 그 벌스를 딩고 프리스타일(Dingo Freestyle)에서 공개한 상황이었어요. 그 둘이 제 마음속에 있는 내용을 꺼내놔서 어떤 내용으로 가야 할지 걱정이었어요. 고민을 많이 하다 저스디스와 허클베리피는 박근혜 정부 당시 벌스를 썼는데, 저는 문재인 정부로 바뀐 뒤에 나라 분위기가 희망적으로 바뀌었을 때 ‘이 시류에 대해 가사로 써야겠다’ 싶어서 첫 라인을 광화문으로 끊었죠. “Slump”는 저스디스가 슬럼프가 왔을 때 벌스랑 훅을 짜서 보내줬고, 저는 슬럼프가 올 때까지 좀 기다렸어요.
J: 이 앨범은 팀 앨범이다 보니까 끝까지 혼자 끌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어서 (가사가) 빨리 나왔던 거 같아요. 재미있는 게 저도 형이랑 똑같이 “Switch”가 제일 빨리 나왔어요. 이어폰 한쪽만 끼고 그 비트를 틀자마자 ‘좌뇌가 켜지는 것 같아’ 하고 바로 썼어요. 반대로 “Cooler Than the Cool”에서 제 벌스가 2011년쯤에 써놨던 앞마디를 부풀린 거니까 어떻게 보면 제일 오래 걸린 거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LE: “Slump”를 작업할 때는 두 분 다 실제로 슬럼프가 왔을 때 가사를 쓰셨다고 하셨는데, 모든 작업을 하실 때 그 감정이나 시점을 기다리면서 하셨는지 궁금한데요. 그러다 보니 기간이 길어졌는지 싶기도 하구요.
P: (작업) 초중반까지 저스디스가 이런 주제로 써보자고 던져준 게 많고, 그 무드에 맞춰서 가려면 저스디스가 입혀둔 코드에 감정이 맞춰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대신 “Brown Eyes View” 같은 경우는 제가 먼저 가사 작업을 시작했는데, 비트가 너무 좋아서 금방 나오겠다 싶어서 제 방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가사를 썼어요. 근 몇 년간 제 작업 방식이, 비트 틀어놓고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 최근에 느끼는 생각을 담는 식이에요. 어떤 주제를 정해놓고 간다기보다는 쓰면서 감정들을 정리하는 타입이에요. 진짜 가사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원래는 두세 곡 더 계획되어 있었는데, 저스디스가 벌스를 써왔는데 이 주제는 아닌 거 같다면서 다시 쓴 것도 있고, 제가 벌스를 갖고 왔는데 저스디스가 이건 좀 아닌 거 같다고 한 것도 있었어요. 초반에 만들어놨다가 시간이 지나서 마음에 안 들어서 막바지에 다시 작업하자 했다가 막상 그때가 되니까 그 감정이 안 살아나서 엎은 곡도 있구요.
J: 저만 벌스를 세 개 쓴 곡도 있어요. (전원 웃음) 그런 곡들을 결국 수록이 안 됐는데, 그랬기 때문에 막판에 인터루드라든지, 어떤 구성에 좀 더 빡세게 힘을 줬어요. 이 비워진 부분을 어떻게든 메꿔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서…
LE: 인터루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들어가는 방식이나 톤 때문인지 [2 MANY HOMES 4 1 KID]가 연상되기도 하더라구요.
J: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저는 MF 둠(MF DOOM) 빠돌이에요. (웃음)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보이스 샘플을 많이 쓰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모든 앨범을 작업할 때 1부터 100까지, 다 설정해놓고 제가 각각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대를 기다렸다가 만들면서 완성했어요. 근데 [4 the Youth]는 전혀 달랐어요. 만약에 형이 먼저 가사를 썼으면 피처링하는 거 같기도 하잖아요. 그런 기분이 드는가 하면, 저도 ‘2017년 현재 자체를 담자’라고 생각하면서 현재의 감정에 최대한 충실하고 솔직하려 했고, 음악적인 밸런스에 제일 집중했어요.
P: 앨범의 유기성이나 스토리는 인터루드의 내용을 알아야만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가사처럼 음원 사이트에 원본 내용이랑 해석본을 같이 넣고 싶었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구요. 그 내용을 저희가 @4theyouthgram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려뒀어요. 그 계정이 아무래도 저희한테 큰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만 보는 계정이다 보니까 못 보신 분들은 인트로나 인터루드가 영어라서 그냥 흘려들을 수도 있고, 의미를 못 찾을 수도 있어요. 인스타그램 계정 가셔서 인터루드의 내용을 확인하시면 앨범 전체 스토리를 확실히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J: 그것도 재미있었어요. 못 찾는 건 못 찾는 건데, 힙합엘이 게시판이나 음원 사이트 댓글 창, 유튜브 댓글 창에서 아무도 궁금해하질 않더라구요. (전원 웃음) 아무도 ‘이거 뭐야?’라고 하면서 토론을 안 해요. 인터루드에 대해 아무 얘기도 안 하고 그냥 ‘유기성 없네?’, ‘이거 뭐지 왜 있지?’ 이런 댓글만 달려 있고. (전원 웃음) 제가 리스너들을 너무 과대평가한 거 같아요. 물론, 저희 코어한 팬들은 인스타그램 DM이나 인스타 라이브로 물어봤지만요.
P: 그거에 대한 궁금증은 저도 못 본 것 같아요. 심지어 이 커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하는 피드백도 못 본 것 같아요.
LE: 안 그래도 여쭤보려고 했는데 말이죠. (웃음) 커버 아트워크든, 인스타그램 계정이든, 뮤직비디오든, 여러 부분에서 비주얼라이징에 신경을 쓰신 거 같아요. 커버 아트워크 얘기를 먼저 해보도록 하죠. IAB 스튜디오(IAB Studio)랑 작업하셨잖아요. 어떤 이유에서 함께하게 됐나요?
P: 저희도 염두에 두긴 했어요. 커버 아트워크만 공개했을 때 사람들이 감을 못 잡을 거라구요. 추측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사진을 올리면서 이해를 어느 정도 돕자는 의도로 @4theyouthgram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었죠. 근데 심지어 그 계정에 달린 댓글 보면서도 사람들이 우리 의도를 정확히 캐치한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더라구요. 아무튼, IAB 스튜디오 얘기를 좀 해보면요. 저는 사실 저스디스랑 저랑 사진을 멋지게 찍어서 그 사진으로 (커버 아트워크를) 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근데 저스디스가 보통 앨범 커버 아트워크 하면 인물 사진이나 CG로 멋있게 비주얼라이징하는데, 우리는 실제로 조형물을 만들어서 그걸 찍은 사진으로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죠. 아, 처음에는 저스디스가 지금이랑은 다른 아이디어를 냈었어요. 어떤 형태가 있었는데, 일종의 설치미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다가 IAB 스튜디오를 컨택했죠. IAB 스튜디오 스타일과는 다르지만, 원래 IAB 스튜디오 색깔을 없애면서 이런 걸 하고 싶다고 제안했더니 즐겁게 받아들여 줬어요. 본래 생각했던 컨셉이 아닌 다른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논의를 거쳐서 지금 컨셉이 나오게 됐죠. 초록색은 저스디스의 가사가 컴퓨터로 프린팅된 거고, 주황색은 제 자필 가사에요. 이게 어떤 파형이잖아요. 주황색은 제가 ‘4 the Youth’라고 뱉은 음파를 파형으로 표현한 거고, 똑같이 초록색은 저스디스가 ‘4 the Youth’라고 뱉은 걸 파형으로 만든 거예요. 앨범 커버 아트워크에 텍스트 제목이 없는 이유도 비주얼로 다 표현했기 때문이었어요.
J: 제가 처음 냈던 아이디어는, 글자가 모빌처럼 떠 있는 건데,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게 어떻게 보면 제가 처음으로 하이라이트레코즈라는 어떤 회사의 돈을 사용하는 거잖아요. 들뜬 마음도 있었고, 제가 파인아트 쪽 사람들과 교류도 많이 하고 활동도 많이 하다 보니까, 그런 설치미술적인 요소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어렸을 때 [The Blueprint 3] 앨범 커버 아트워크 보고 엄청 예술적으로 느끼기도 했구요. 사실 포스트 모더니즘이 오면서 전시 자체가 예술이 된 지는 엄청 오래됐거든요. 팝 아트 같은 건 이미 다 지났구요. 근데 사람들은 아직도 엄청난 서사를 원하잖아요. 제가 한국 음악 디거는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힙합에서는 이런 시도가 없었어요. 이렇게 하는 게 이 앨범을 가장 강력하게 비주얼라이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제가 강력하게 원했던 거 같아요. 근데 결과가 이렇게 되어 버려서… (전원 웃음)
P: 갑자기 이렇게 비관적으로…? (웃음)
LE: 일부러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신 건가 싶기도 했는데요. 좀 더 넓혀서 보았을 때도, 이번 앨범, [4 the Youth]가 이 해석의 여지가 넓은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나요?
J: 완전히 50/50인 것 같아요. 하나 예시를 들면, 제가 핸드폰을 열어서 문자를 읽었다는 현상이 있고 그 현상만 가사에 썼어도, 해석이 어마어마하게 가능하잖아요. 저는 그게 힙합뿐만 아니라 현재 전 세계적인 예술이 가고 있는 경향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그걸 실천했다고 생각해요.
P: 예전에는 제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작업물을 냈을 때, 그 의도대로 해석이 안 되면 되게 답답하거나 아쉬웠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보통 사람들은 자기 삶에 대입해서 생각하니까 이 앨범도 저스디스가 얘기한 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를 거라 생각해요. 저는 인스타 스토리에 왜 이런 가사를 썼는지를 좀 썼어요.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의식해서 듣겠구나 싶어서요. 실제로 많은 DM이 날라왔는데 다들 각자 방식대로 해석하더라구요. 그중에서 제가 전시하고 싶은 것들을 또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는데, 사람들한테 다르게 해석할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근데 자기 삶 속에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저는 공격적인 트랙에서 한국힙합 씬의 상황이나 그 속의 다른 래퍼들에게 느끼는 불만을 담은 건데, 어떤 사람은 학교생활이나 친구와의 관계에 대입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더라구요. 저는 그렇게 각자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좋고 그러지 않고 그냥 음악으로만 듣기 좋다고 생각해줘도 만족스러워요. 사람마다 음악 듣는 방식은 다르니까. 예를 들어, 저희 믹싱 엔지니어 케이스타 형은 음악을 들으실 때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 안 하는 거 같더라구요. 그 형은 저스디스를 두고 아웃사이더들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라고 평가해요. 근데 이번 앨범이 팝한 면도 많은 걸 두고 팔로알토랑 작업하면서 ‘인싸’ 성향을 가져서 반갑다고 많이 얘기하셨어요. “잠궈 (Lock Up)” 같은 곡만 봐도 사운드도 그렇고, 래칫이 베이스인 게 되게 ‘인싸’스러운 곡이잖아요. 그런 얘기 들으면서 사람들이 그 노래, 이 앨범을 틀어놓고 차에서 즐기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결국, 다양하게 각자의 방식대로 즐겨줬으면 좋겠어요.
J: 제 팬 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저스디스 팬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럽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스디스 들어봐’ 해서 찾아 들어보면 “씹새끼 (Motherfucker Pt.2)”를 듣는 거죠. ‘어, 씨 이런 걸 왜 들어? 이 사람이 나한테 욕을 해’ 이러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예전에 “꽃”이라는 곡이라든가, 제 진짜 예전 믹스테입 [QUAL N TITY : True Up] 때 했던 걸 원해요. 그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P: 저는 이번에 특히나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많이 물어봤는데, 제 와이프는 이 앨범을 되게 세련된 앨범으로 총평해주더라구요. 저희 회사 이사님 같은 경우에는 “Bro”가 제일 별로라고 하더라구요. 왜 별로냐고 물어보니까 가사도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자긴 “Wayne”이 너무 좋대요. (J: 두 개 다 내 비트인데… (전원 웃음)) 그렇게 각자의 선호하는바, 기호에 따라서 피드백이 달라서 재미있었어요.
LE: 계속해서 인스타 스토리 얘기가 나오는데요. 기억하기에 팔로알토 씨가 몇 달 전쯤에 인스타 스토리로 일종의 일갈을 날리신 적이 있잖아요. 그 일갈이 이번 앨범에서 내보이신 공격적인 측면과 결이 흡사한 거 같기도 한데요.
P: 전체적인 얘기는, 한국힙합 아티스트들이 미국에서 유행하는 걸 알맹이 없이 따라 하는 것에 관한 거였죠. 당시에 그 부분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그걸 못 참고 올린 거죠.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오래 커리어를 쌓은 기성 래퍼들이 지금 트렌디한 걸 했을 때 ‘너는 감이 안 떨어지고 트렌드를 쫓아가니까 인정’ 이런 분위기라든지, 아니면 미국에서 지금 막 유행하는 걸 선착순처럼 그대로 갖고 와서 그냥 하는 모습 같은 거죠. 제가 이번 앨범에서 진짜와 가짜에 대해서 가사로 꽤 이야기하잖아요. 제가 인간적으로 모르는 래퍼의 음악을 들었을 때, 이 사람이 진짜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평가할 수 없잖아요. 그 사람의 진짜 사람을 들여다본 적이 없으니까. 대신 그 기준이, 랩이 스킬적으로 짱이고, 음악적으로 완성되어 있고, 그런 게 아니라 “잠궈 (Lock Up)”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진짜와 가짜는 자신을 속이느냐 안 속이느냐에 따라 갈리는 거 같아요. 저는 여기서 진짜와 가짜를 되게 퍼스널하게 얘기하는 거예요. ‘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나는 너를 가짜로 규정하겠어’라고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때 인스타 스토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것도 (몇몇이) 자신의 음악을 아이덴티티없이 하는 데에 불만스러웠고, 그 불만이 쌓여 있었던 거죠. 제가 봤을 때 이건 진짜 너무 심했다 싶은 것들이 반응이 좋다든지, 아트폼으로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오히려 그냥 흘러간다든지 하는 걸 보면서 답답했었어요.
근데 그 시기에 슬리피(Sleepy)가 그걸 보고 연락이 왔어요. 자기가 마침 제가 생각하는 거랑 비슷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류의 곡을 준비하고 있어서 피처링을 부탁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최근에 발표됐던 곡이 “기믹”이에요. 저는 그때 행주가 참여하는 줄은 몰랐는데, 베이식(Basick) 벌스가 되게 와닿고 리얼하다고 느꼈어요. 걔가 되게 오래 활동하면서 중간에 회사 다니면서 잠시 쉰 적도 있었고, <쇼미더머니 4>에서 우승하고서 그 이후의 행보들이 팬들이 원하는 바에 충족되지는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랩을 진짜 잘하거든요. 그런 상황의 마음들이 벌스에 잘 담겨 있었어요. ‘미국힙합 따라 하니까 너네 다 병신이야!’ 이런 게 아니라 되게 객관적인 시각에서 얘기하는 거 같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한국적인 힙합을 해야 한다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아티스트로서 어떤 음악을 하건 다 찾아가는 과정이란 말이에요. 저도 완벽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시행착오들이 겪으면서 색깔을 점점 찾아간 거죠. 근데 좀 얄팍하게 음악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늘 아쉬움을 갖고 있는 거죠. 모방이 창작의 어머니라는데, 다 영향받으면서 자기 거를 찾아가고, 음악에 자기 삶이나 보여주고자 하는 걸 담는 건데, 그런 부분에서 의도나 생각 없이 음악의 형태나 제스처 같은 걸 잘 베껴오는 거 같은 거죠. 그런데 모르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걸 이용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린 팬들은 잘 모르니까 갖고 와서 자기 거인 것처럼 한다든지, 그 상태에서 안주하는 모습들이 아쉬운 거죠. 그 아쉬움을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생각하면 어떨까 해서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고, 가사로도 쓴 거죠. (결국, 아티스트에게) 제일 중요한 건 아이덴티티인 거 같아요.
LE: 인스타 스토리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구태여 정확하게 디스같이 누구라고 지목하지는 않지만, 어떤 사람이나 특정 인물 몇몇을 겨냥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웃음) 디스곡으로 분류되어서 화제가 되는 걸 원치 않는 마음에서인지, 아니면 듣는 사람들에게 상상할 여지를 남겨주기 위함인가 싶더라구요.
P: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늘 얘기했었는데요. 작년에 차붐의 “에쿠스”가 나왔을 때도 제 벌스를 두고 사람들이 추측을 많이 했었잖아요. 심지어 제가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 이름도 나오고, 흥미롭긴 했어요. 근데 사실 그런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쓴 게 아니라 래퍼와 래퍼의 비프라는 건 음악적인 경쟁을 넘어선 문제라고 생각해요. 싸움, 전쟁이라고도 얘기들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이름을 지목해서 디스전이 벌어지면 이슈가 많이 되잖아요. 저도 그걸 가까이서 보고, 겪어보면서 느끼는 건 분명히 다른 곡보다 디스곡이 훨씬 더 소비되고 관심을 받고 얘기가 많아요. 근데 그 안에서 이슈가 됐던 래퍼가 그다음에 어떤 곡을 냈을 때 그만큼 주목을 못 받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에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싸움 구경, 불 구경 위주로 흥미가 더 강하다는 거고, 저는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 부분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서 아쉬움이 늘 있었어요. 제가 좋아했던 아티스트들은 비프에 많이 휘말리거나, 그걸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주목을 끄는 편이 아니었구요. 저는 늘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가사에 어떤 특정 인물을 지목하지 않는 이유도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논점이 많이 흐트러진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특정 아티스트를 연상하면서 가사를 써도 그 사람을 다시는 안 보고, 너무 증오하고 혐오해서 쓴다기보다는 바뀌었으면 좋겠고, ‘좀 들어라’라는 마음이기 때문에 디스로 끌고 가서 서로의 감정을 심각하게 해치는 걸 원하지 않아요. 이번 앨범을 보면,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있잖아요. 중반부에 둘이 되게 화나 있단 말이에요. 저는 사실 그 가사들을 쓰고 앨범이 계속 완성되는 과정에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곡 하나하나만으로 판단했을 때, ‘팔로알토가 누굴 지목하고 있는 거지? 근데 이 새끼 왜 이름 없이 얘기할까?’ 혹은 ‘하이라이트레코즈를 나간 아티스트들과의 관계 얘기인가?’라고 추측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잖아요. 제가 그런 류의 이슈들이 몇 개 있었으니까. 그쪽에 포커싱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 어떤 가사들은 현재 진행형이 아닌 경우도 있어요. 근데 그냥 [4 the youth]라는 앨범이 우리의 젊음을 담고 있으니까 어떤 과정들을 다 담아야겠다 싶어서 그대로 뒀어요.
LE: 결국에는, 아티스트분들이 트렌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연결되는 거 같은데요.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어제 나온 노래를 오늘 따라 할 수도 있잖아요. SNS로 인해서 동시성이 굉장히 발달했으니까요. [4 the youth] 같은 경우에도 요 근래 유행했던 장르나 스타일들이 이리저리 뒤섞여 있는데요. 그 음악적 트렌드를 받아들이면서도 본인들만의 차별점을 어떻게 두려고 하셨는지 궁금한데요.
J: 제 생각은 되게 단순한데, 앨범에 담긴 세부 장르들이 원래 다루는 주제가 존재하잖아요. 근데 저희는 그런 주제를 다루지 않았죠. 그 자체가 차별화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어떤 장르를 가져오든 간에 내용이 저스디스와 팔로알토의 이야기니까. 갑자기 그라임 가져왔다고 해서 영국의 그라임 래퍼들처럼 하는 게 아니니까. 저는 나름 그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했어요. “Wayne”을 만들 때는 ‘그라임처럼 랩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그런 지점부터 출발해서 가사의 수위는 어때야 하고, 어떤 Broken Language를 써야 하는지 같은 부분에서 (제 스탠스를) 유지하려 했어요. “Next One” 같은 경우에도 브라스가 나오는 사우스 음악에다 제가 거의 스토리텔링을 해놓은 거잖아요.
P: 곡마다 비트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저스디스와 팔로알토가 이 비트를 어떻게 해석했나 그 관점으로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비트가) 다양한데, 우리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기 위해서 어떤 특정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따라가지는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아까 저스디스가 얘기한 것처럼 “Next One”은 예전에 릭 로스(Rick Ross)가 했던 스타일의 노래인데, 거기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잖아요. 저스디스가 그 안에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은 거죠. 예를 들어, “잠궈 (Lock Up)”가 래칫이라고 YG 플로우를 카피해서 하는 게 아닌 거죠. 그렇게 하면 그냥 장기자랑이지, 프로 아티스트로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Bro” 같은 경우에는, 전 비트를 처음 받았을 때 되게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808s & Heartbreak]랑 [Yeezus] 때 하던 정서가 담겨 있다고 느꼈어요. 다만, 저희가 칸예 웨스트의 그것을 갖고 와서 담아내는 건, 제가 칸예 웨스트도 아니고 완전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까 다른 식으로 해석해야겠다 싶어서 제 모드에 몰입해서 한 거죠. 보면, 저스디스나 허클베리피 같은 래퍼들을 두고 목소리를 뒤집는다든지, 감정에 변화가 있다든지 하니까 스킬풀하다고 평가하잖아요. 전 그런 변화가 많이 없고,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뭐가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전 제가 그런 성향을 갖고 있지만, 랩적인 디테일로 보았을 때 제가 음악에서 보여주는 스타일이 세분화되어 있어요. 근데 목소리 로우톤에 (변화가 많이 없으니까) ‘뭐야, 똑같아’라고 느끼시는 분들이 있는데, 해석에 포인트를 두고 들으면 ‘아, 팔로알토의 디테일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LE: 오리지널리티를 갖추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하신 거 같은데요. 그 점에서 피처링진을 어떻게 기용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공통적으로 보이는 기준이 한 세 가지 정도가 있더라구요. 첫째로 하이라이트레코즈 소속 아티스트 분, 젊고 걸출한 알앤비 보컬리스트분들이 둘째, 마지막으로는 <쇼미더머니>에 참가하지 않았던 래퍼들로 보였어요.
J: 피처링진에 대해서 논의를 나눌 때, 제가 봤을 때 ‘그 사람 별로다’라고 쳐내다 보니까 지금처럼 된 거 같아요. 하이라이트레코즈 멤버들 같은 경우에는, 저는 별생각이 없었어요. 저는 윤비(YunB)라는 친구를, 신예 래퍼 중에서 가장 좋아해요. 한 아티스트로서 리스펙이 있는 수준이거든요. 윤비 음악 들을 때마다 너무 놀랍고. 지투는 그냥 제가 항상 그 목소리를 악기처럼 쓰고 싶었는데, ‘하이라이트레코즈니까 되게 쉽게 쓸 수 있겠네’ 그런 생각도 들었던 거 같아요. (전원 웃음) 사실 딱히 (말씀해주신) 기준 같은 걸 두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P: 공교롭게도 하이라이트레코즈 멤버들이 세 명이나 피처링하고, 인디고뮤직 아티스트들이 한 명도 없는데요. (웃음) 그런 의도가 전혀 없구요. 심지어 저도 ‘하이라이트레코즈가 세 명이나 참여했네?’라고 인식하지 못했어요. “Wayne” 같은 경우에는, 텐션감이 엄청나잖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애초에 훅 만들 때 지투를 상상하면서 만들기도 했고, “My Life So Bright”도 저스디스가 맨 처음에 가사를 썼는데, 예전의 하이라이트레코즈를 보면서 본인이 영향받은 데에 리스펙을 표했죠. 그리고 저는 그 하이라이트레코즈의 역사에 있었으니까 제 가사 쓰고 하다가 그럼 윤비가 제일 최근에 하이라이트레코즈와 계약한 아티스트고, 윤비라는 아티스트가 과거 힙합이나 힙합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으면서 음악 스타일은 또 요즘 것이니까 이 친구가 피처링하면 좋겠다 해서 하게 된 거죠. 허클베리피도 그냥 “Cooler Than the Cool”이란 곡에 어울리는 사람이 그냥 허클베리피였던 거죠. 피처링은, 그 사람의 소속 같은 걸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이 곡에는 이 래퍼가 들어가서 이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다 이런 식이었어요.
한 명 한 명 얘기를 좀 더 하면요. “잠궈 (Lock Up)” 같은 경우도, 일리닛 형이 팝적인 성향을 잘 갖고 있는 래퍼고, 노래 주제에 되게 부합하기도 했어요. 일리닛 형도 되게 폐쇄적인, (웃음) 두루두루 사람들을 만나고 작업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까… 그리고 일리닛 형이 저스디스랑 같이 크루도 하고 가까운 사이니까 부탁하게 된 거죠.
뱃사공은, 일단 그 비트가 되게 신났어요. 공연 때 하면 신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사가 빡세고 공격적이에요. 그 빡셈과 상관없이 저희는 “Fuck Out My Face”를 사람들이 신나게 들어줬으면 했어요. 근데 그 신남과 빡셈을 소화해줄 동네 양아치 같은 형이 (전원 웃음) 피처링을 하면 좋은 효과가 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뱃사공한테 부탁했었죠.
챈슬러(Chancellor)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저스디스가 훅을 짰어요. 그 훅을 둘이서 오토튠을 걸어서 소화했는데, 마지막에 노래 잘하는 보컬이 불러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추상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존 레전드(John Legend) 같은 사람이 나오면 멋있겠다 싶었어요. 고민하다가 제가 챈슬러가 곡 만드는 스타일이나 보컬로서 갖고 있는 매력을 너무 좋아해요. 불켜진극장이라는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받았는데, 진짜 지리고 팬티 갈아입었죠. (웃음)
“4 the Youth”라는 곡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여기에 진짜 오래 음악한 장인 같은 사람을 섭외해서 현자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러다 그 사람을 누구로 할 것인가 고민하는 와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서 앨범 막바지 기간이 됐죠. 원래대로 하기에는 제한사항이 많은 거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J: OG 한 명 퉁치려면 신인 다섯 명 이런 느낌이었어요.
P: 그래서 요즘 한창 떠오르는, 최근에 알앤비 씬이 또 주목받고 있잖아요. 저희들도 보이는 아티스트들이 있고 해서 각자에게 정중하게 부탁했어요. 챈슬러를 워낙 좋아하니까 가사나 멜로디를 써서 가이드를 줬고, 저희가 리스트업한 아티스트들한테 연락해서 시간도 좀 짧고 가이드대로 녹음해줘야 하고 개런티가 없으니까 편하게 거절해도 된다면서 부탁드리는 입장에서 조심스럽다고 했었어요. 동시에 “4 the Youth”라는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새로운 아티스트들의 참여로 의미가 더해질 거 같다고 했는데, 참여한 다섯 분이 흔쾌히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진보(Jinbo) 형 같은 경우에는, 저는 형이랑 몇 번 작업한 경험이 있는데요. 무드슐라(Mood Schula) 형이랑 저스디스가 원래 좀 교류를 하고 있어서 비트를 받게 됐고, 저스디스도 진보 형을 워낙 좋아했어서 저를 통해서 작업이 성사가 됐어요. 재미있었던 게, 저도 무드슐라 형이랑 작업하고 싶었는데, 지금까진 기회가 닿지 않았거든요. 진보 형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형 스튜디오에 가서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무드슐라 형이랑도 씨피카(CIFIKA)랑 같은 회사에 계시다 보니까 만나서 공감되는 얘기를 엄청 나눴어요. 저야, 그 두 형이랑 어렸을 때부터 서로 알았는데, 저스디스라는 새로운 아티스트와 같이 만나서 뭔가를 만든다는 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Ayy” 가사에 보면, ‘Bring Mood Schula, this is JUSTHIS, / ayy, 졸 좋아, 사업수완이, ayy / 근까 Palo 형과 boss 와 boss지, 나는,’이라는 라인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알고 들으시면 더 이해가 될 거예요.
이어서 씨피카 얘기도 하면요. 브릴리언트(BRLLNT)의 “Brown Eyes View” 비트가 퓨처 베이스잖아요. 요즘은 퓨처 베이스가 사람들에게 익숙한 스타일이겠지만, 저희가 비트를 초이스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이었어요. 퓨처 베이스 하면 떠오르는 보컬이 몇 명 있었는데, 저스디스가 씨피카라는 아티스트가 있는데 같이 해보면 재미있을 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전 씨피카를 저스디스를 통해서 처음 듣게 된 건데, 음악은 현대적이지만 보컬이 갖고 있는 성향은 복고적이다 싶더라구요. 이런 사람이 오히려 “Brown Eyes View”에 피처링하면 되게 새롭겠다 싶어서 같이 한 거죠.
크러쉬(Crush)는 ‘야, 크러쉬 음원 깡패니까 피처링하면 대박이겠다’ 이런 게 아니구요. (전원 웃음) “The Key”는 진짜 팝적인 곡이잖아요. 주제도, 저는 제 와이프한테 하는 이야기고, 저스디스는 그 곡을 작업할 당시 사랑에 빠졌던 여자한테 하는 얘기고 한데, 그냥 크러쉬가 떠올랐어요. 크러쉬가 팝한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 가요적인 면도 갖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기억나는 게, 제가 처음 전화를 했을 때 크러쉬가 ‘형, 너무 좋은데 혹시 딘(Dean) 컨택하고 저한테 연락하신 거 아니죠?’ 이러는 거예요. (전원 웃음) 본인이 먼저 그러는데, 절대 아니라고. 너한테 처음 연락한 거라고. (웃음)
LE: 참여해주신 아티스트분들과 그분들이 참여해주신 곡에 관해서 하나하나 이야기해주셨는데요. 당연한 거겠지만, 그만큼 이 많은 트랙을 모두 내 새끼처럼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근데 요즘은 시대가 워낙 빠른데, 그 와중에 스무 곡 이상의 앨범을 내니까 작품을 두고서 앞서 얘기 나온 것처럼 ‘유기성 없네?’라고 하면서 퉁치면서 전체적으로만 보고 하나하나 디테일을 못 보는 게 아쉬우실 거 같기도 해요. 또, 지금의 볼륨으로 만들면서 앨범이 피로감 있게 다가와서 전체적인 반응만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셨을 거 같은데요.
J: 일단 스무 트랙 넘게 하자는 건 제 의지가 강했다고 보는데, 저스디스에 대한 기대치를 제가 직접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최소 50% 이상은 만족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서 스물두 트랙이 된 거죠. 그걸 두고서 ‘시대가 빠른데 우리가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이런 고민은 사실 팔로알토 형이 더 하셨을 거 같아요.
LE: 팔로알토 씨는 근래 들어 EP 단위의 결과물을 많이 발표하셨잖아요.
P: 트랙 수가 많아진 건, 말한 대로 저스디스의 의지가 컸죠. 제가 이 곡들을 모두 소화해낸 데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얼마 전에도 얘기했는데, 저스디스는 이 앨범을 두고 좀 더 부정적인 부분에 포커싱되어 있었어요. 전 오히려 이 앨범이 나오고 나서 모든 부분에 감사했어요. 앨범 나오기 전부터의 주목도, 그리고 앨범 나온 다음에 진심으로 피드백하는 사람들, 많은 부분이 감사했어요. 또, 스물두 트랙이어서 완성되어서 나오기까지 우리 회사 직원들도 며칠 밤까지 새가면서 진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근데 우리 회사에 저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 앨범 계획이 동시에 다 겹쳐서 일을 다 같이 해내기까지 했구요. 직원들이 또 뮤직비디오 장면 뭐 하나 틀어지는 것까지도 신경 쓰는, 되게 강박적인 게 좀 있는 편이거든요. 그런 여러 사람의 힘이 합쳐져서 나온 게 감사해요.
전 이 앨범을 위해서 작년을 거의 바쳤다고 봐도 돼요. 제가 작년에 낸 곡 보면, “Escape”랑 “Cooler Than the Cool”, “Rapflicks”, “Brown Eyes View” 이렇게 4개인데, 그렇게 작업물을 많이 안 냈던 것도 이 앨범에 제 모든 걸 쏟기 위해서였거든요. 그전에 냈던 [Victories]라는 앨범에도 그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의 제 경험들이 완전 녹아 있어요. 그때도 굳이 트랙 수를 적게 해서 낼 마음은 아니었어요. 더 많이 만들고 싶은 의지도 있었지만, 지금 나온 버전이 컴팩트하다고 느꼈었고, 이번 앨범은 둘이 하다 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분산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트랙 수가 자연스럽게 많아진 거죠.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주제도 있었구요. 예를 들어, “Switch” 같은 경우도 저의 그런 바뀌는 삶에 대해서 어필하고 싶었지만, 지금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걸 생각해내지 못했단 말이에요. 아까 잠깐 얘기한 것처럼 저스디스는 좌뇌를 껐다 켜고, 저는 우뇌를 껐다 켜는 컨셉이죠. “My Life So Bright”도 제가 혼자 그런 트랙을 하기에는 약간 낯간지럽단 말이에요. (웃음) 근데 하이라이트레코즈가 아닌, 그리고 하이라이트레코즈를 그간 봐왔던 래퍼가 그런 주제를 다뤄주면서 거기에 저랑 윤비가 들어가는 그림도 자연스럽게 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 일종의 케미가 스물두 곡을 만드는 데에 역할을 한 거 같아요. 만들면서 힘에 부치거나 그러지 않았고, 조금 힘에 부친다 싶으면 저스디스한테 얘기해서 ‘이건 진짜 완성 못 하겠다’라고 하고 곡을 뺐죠. 아무튼, 저는 되게 뿌듯하고, 해소감이 엄청나요.
LE: 두 분이 앨범에서 하는 이야기가 공통된 결을 가지고 있잖아요. 한편으로는 서로 대립되고, 상반되는 구도로 곡을 만들면 그것 나름대로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더라구요.
J: 빠진 트랙 중에 그런 게 하나 있었어요. 저는 그 구도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봐요. “Cooler Than the Cool”을 예로 들면, 허클베리피 형이랑 제가 그렇게 빠르고 타이트하진 않지만, 편곡을 좀 비워서 밸런스를 맞춘다든가, “잠궈 (Lock Up)”도 일리닛 형이랑 제가 빡세게 했는데 팔로알토 형 파트에서는 비트가 바뀌거든요. 그런 식으로 어느 정도 대립적인, 밸런싱이 되어 있다고 느껴요.
P: “Love & Drunk”에서는 제가 훅이랑 브릿지만 했단 말이에요. 가사 내용이, 전 유부남이니까 더 이상 공감이 안 되는 거예요. (전원 웃음) 이런 가사를 쓸 수가 없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지 오래됐다고 했죠. 그래서 저스디스도 이 곡이 앨범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면서 어글리덕(Ugly Duck)이 DJ로서 활동을 많이 하고 파티나 클럽에서의 상황을 자주 겪으니까 비슷한 내용의 파트를 소화해줬으면 좋겠고, 저는 유부남으로서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서 결혼한 사람이니까 그런 입장에 대해서 ‘그런 거지 뭐’ 같은 느낌으로 훅이랑 브릿지를 해달라고 해서 한 거죠. “Seoul Romance”도 조금 지점이 달라요. 저는 제 이야기로 시작하거든요. 어렸을 때 제가 음악한다고 했을 때 어른들이 ‘음악하지마. 음악하면 돈도 못 벌고 힘들어’라고 하는 거에 대해서 ‘아, 꼰대 꺼져’ 이게 아니라 나이 들어서 보니까 어른들 말도 이해가 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가진 게 없는 만큼 사람들은 나를 무시하고, 이 도시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으니까. 그래서 돈의 중요성에 대해서 내가 성장해갈수록 나도 느끼지만, 세상도 그런 쪽에만 포커싱을 하면서 어린 친구들도 다 영악해져 있다고 하는 거죠. ‘사람 마음은 속여서 사는 거야’ 약간 이런 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건데, 메시지로 보면 저스디스도 똑같지만 풀어내는 방법이 다르죠. 저는 성장하면서 겪은 이야기로 풀어내지만, 저스디스는 지금 서울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죠.
“I Like It”이란 곡도 얘기해보면, 제가 하이라이트레코즈 하면서 파티도 여러 번 했고, 그런 걸 기획하고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노는 걸 좋아하거든요. DJ도 한 5년째 하고 있는데, 그런 이유에서거든요. 사람들이 그 공간에 있을 때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서 반응이 좋으면 기쁘고, 그런 기쁨이 되게 커요. 사실 저스디스는 그런 문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보니까 그 노래에서 제 가사는 그런 문화에 익숙하고 그걸 좋아하는 사람의 가사고, 저스디스는 그런 파티를 즐겨가고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파티 갔는데 즐겁네?’ 그런 무드로 쓴 거라서 어떻게 보면 상반된 입장일 수도 있죠. 아예 상반된 의견을 다룬 곡은 없지만, 그렇게 곡 안에서 둘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기도 하단 말이에요. 전 이 씬에서 십몇 년 동안 활동하고, 회사도 8년째 운영하는 래퍼라고 치면, 저스디스는 1집을 내고 최근에 회사에 들어간 아티스트니까 각자의 입장이나 성격에는 차이가 있죠. 저희는 그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맞췄다고 생각해요.
LE: 중간에 “Seoul Romance” 이야기가 나왔는데, 유시민 작가님의 음성을 넣기로 한 건 팔로알토 씨의 의견일까요?
P: 그게 원래는 저스디스가 본인의 벌스를 보내주면서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 스피치하는 보이스 샘플을 넣어놨었어요. 좋았는데, 우리가 가사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한국어로 전달하는 인터뷰나 강연 내용을 넣으면 좋겠다고 했죠. 각자 찾아보다가 제가 예전에 <성장문답>이라는 채널에서 유튜브를 통해서 본 유시민 씨 인터뷰가 인상이 깊어서 편집해서 저스디스한테 들려줬고, 저스디스도 좋다고 해서 넣게 됐죠. 근데 원래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넣었는데, 그분이 허락을 안 해주셔서 못 넣게 되었어요. 저스디스가 걱정한 게, 유시민 씨의 목소리만으로 채우면 사람들이 정치적인 의도로 받아들일까 봐서였어요. 저희가 이 음악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논점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우려했죠. 아니나 다를까 그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웃음) ‘저 유시민 싫어하는데, 불편했어요’ 이런다든지. 이 내용 자체에 집중했으면 좋겠는데, 유시민이라는 분이 노무현 정부 때 장관도 하시고, 지금도 이것저것 많이 하시는 데다 사람들이 자극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말씀을 많이 하셔서… 저희가 @4theyouthgram 인스타그램에도 올렸는데, 쿨하게 예술가의 작품에 자기 목소리가 쓰이는 게 즐겁고, <성장문답>에서 허락하지 않아도 본인이 어떻게든 동의를 구해주겠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해서 세 구간에 걸쳐 목소리를 넣은 거죠.
J: 제가 맨 처음에 제임스 브라운 샘플을 넣었던 건, 완전히 음악적인 접근이었어요. 비트가 약간 나레이션이 나와야겠다 싶어서 아무거나 쑤셔 넣어서 보낸 거였어요. 그러다 한국어로 된 음성을 넣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저도 들었을 때 한국에서 이런 걸 멋있게 풀어내기 위해서는 굉장한 당위성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예를 들어, 팝하고, 영어도 막 유창하게 쓰는 아티스트가 이런 걸 하면 짜치게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수도 있는데, 저와 팔로알토 형이어서 무리 없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다른 데서도 항상 말하는데, 전 당위성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이걸 내는 게 나에게 떳떳한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데, 전 그렇게 유시민 씨의 팬도 아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더더욱 다른 사람을 받고 싶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기 어려워졌고 유시민 씨에게 그런 메일까지 받아버리니까 그 순간 팬이 되어서 ‘OK. 다 유시민으로 고’ 그렇게 되어버린 감이 있죠. (전원 웃음) 만약 그런 상황이 없었다면 정치적인 거 아니냐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아, 그 생각을 못 했네’라고 생각하게 되겠지만 그러지 않았죠. 되게 신기하고 의미 있는 트랙, 앨범 마스터하기 전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트랙이었어요.
LE: “Seoul Romance”나 “Cooler Than the Cool”은 정치적으로 해석되기에는, 두 분이 곡에서 말씀하시는 바가 그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각자의 개인적이고 실질적인 태도에 가까운 거 같아요. 연결해서 보면, 앨범에서 가장 꽂히게 지적하는 부분 중 하나가 천민자본주의였던 거 같은데요. 돈에 종속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느껴졌는데, 두 분이 생각하시기에 자본에 얽힌 각자의 삶의 태도는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요?
P: 돈 당연히 중요하죠. 그 중요성을 느끼니까 제가 고민 끝에 <쇼미더머니>같이 완전 상업적인 목적이 있는 프로그램에도 프로듀서로 나갔죠. 그전에도 정글 엔터테인먼트(Jungle Entertainment)에서 타이거 JK(Tiger JK) 형이랑 (윤)미래 누나 한창 유명하실 때 같이 활동도 해봤구요. 회사를 운영하면서 더 체감해요. 제 직원들 월급 다 줘야 하고, 이 사람들이 공짜로 일해줄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저는 유부남으로서 가정도 책임져야 하고, 개인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도 해야 하구요. 회사를 만들 때는 어떤 깊은 생각이 없었고, ‘와, 이거 하면 재미있겠다’하고 저지른 거였어요. 하다 보니까 수익적인 부분에서 풍요로움이 더 있어야 아티스트들도 서포트할 수 있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구현할 수 있겠다고 느끼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이 회사를 운영하는 데에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에 제한받지 않는다든가 손해를 보지 않는 상황에서 돈을 가져올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죠. 여러 방법을 찾던 와중에 CJ E&M이랑 좋은 관계에서 인수 합병 계약도 하게 된 거죠.
그렇게 회사의 대표로서 겪어보면서 느끼는 게, 인간이 다운그레이드되는 건 견디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기 위해서 사람이 얼마나 독해지고 악해질 수 있는지를 많이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처음에 하고자 했던 걸 하면서 느꼈던 만족감이나 즐거움들이 하나씩 성취되면서 무던해지는 거죠. 그러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목적이 흐려지기 마련이에요. 8년이라는 세월은 진짜 짧은 세월이 아니거든요. 근데 “4 the Youth” 저스디스 벌스에 보면, ‘직업이 되는 순간 없어지지 특히 재미, / 근데 알고 인정하는 순간 내 삶이지 그래 happy’라는 라인이 있는데, 전 이 가사가 너무 가슴 깊이 와닿았어요. 저나 저스디스나 처음에는 동경하는 아티스트 보고 음악 들으면서 ‘와,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어’ 했는데, 점점 그 삶을 살게 되는 거죠. 근데 그 삶에 들어가다 보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도 보게 되는데, 그러면서 실망하고 상처받게 되잖아요. 거기에 회의감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관두거나 떠나는 거고, 저희는 그걸 받아들이면서 그 과정을 거치는 것조차도 행복이라고 여기는 거죠. 그래도 예전에 느꼈던 행복을 느끼면서 음악을 하려면 계속 도전을 해봐야겠다 싶더라구요. “Ayy”라는 곡의 가사 속에 ‘나는 변화를 원하니 JUSTHIS / 연락해 악수 청하지’ 이 부분이 그런 지점에서 쓴 거예요. 다음으로 뭔가를 하려면 제 솔로 프로젝트보다는 제가 마음에 드는, 리스펙하는 아티스트, 그리고 저와 공통점을 많이 갖고 있는 아티스트랑 앨범의 형태로 뭔가를 내는 게 음악적으로, 예술적으로 해소할 방법이겠다 싶었어요.
어쨌든 그래서 돈이 살아가는 데에 중요하긴 하지만, 천민자본주의라는 게 뭘 해도 돈만 많으면 장땡이라는 이데올로기란 말이에요. 어떤 래퍼들은 가사에서 진짜 그렇게 얘기한단 말이에요. ‘Young & Rich, 난 돈 많고, 그게 내 권력이고, 넌 돈 없으니까 X신. 나 Rollie 찼어’ 그렇게 얘기하는 래퍼의 수가 더 많아져서 그런 류의 음악을 듣는 사람 중에 ‘일단 부자이고 봐야겠다. 돈 많이 벌어야겠다. 래퍼면 돈 많이 벌 수 있지. 그게 짱이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모습이 되게 슬프더라구요. “Seoul Romance”에서 유시민 씨가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전 그게 공감돼요. 제가 회사 운영자로서 지난 2, 3년 동안 행복하지 않았어요. 행복하다는 느낌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고, 대신에 예전에 하이라이트레코즈 처음 할 때 한 달 한 달 일적으로 운영이 겨우 되던 때는 오히려 행복했어요. 물론, 현실적인 상황은 초창기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좋아요. 그런 데서 돈도 중요하지만, 이 유한한 삶에서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삶으로 체감한 거죠.
예전 얘기를 잠깐하면, 제가 “3호선 매봉역”이랑 팔로알토 & 이보(Paloalto & Evo) 앨범 만들 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접어들면서 현실적인 생각에 되게 많이 빠져 있었어요. 의지도 꺾이고, 기운 빠지고 그랬는데, 경제적인 압박 때문에 힘든 것도 있지만, 상황이 좋아져도 성취감과 만족감이 덜해졌을 때의 공허함이 있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계속 성취해 나가야 하는 게 되게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이런 앨범을 만드는 게 큰 행복이었죠. 반응 보면 어떤 건 저도 빡치죠. 근데 이 앨범이 나오고 나서는 그런 것들이 저한테 영향을 줄 수 없을 만큼 너무 감사했어요. 이 앨범을 하면서 제 생명이 연장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저스디스라는 래퍼를 만나지 못했고, 이 친구와 작년의 그런 기간이 없었으면 저는 진짜 음악을 관뒀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초심이라는 게, 이제는 맞지 않아서 쳐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계속 이어 나가야 하는 것도 있는데, 현실에 부딪히면서 혹은 제가 그 어떤 걸 성취해서 마음의 온도가 식었던 걸 이 친구와 작업하면서 다시 채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아무튼, 저는 그래서 제가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요. 한국힙합 씬 안에서 커리어도 오래 쌓았고, 여러 가지를 Prove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J: 취향이라고 말하면 취향이고, 사실이라고 말하면 사실인데, 예를 들어 제이콜의 “Love Yourz” 같은 노래를 들어보면 ‘너가 돈 없을 때 더 행복했지?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그런 가사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팔로알토 형은 그런 사람인 거죠. 근데 아까 얘기 나온 것처럼 그렇게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돈이 짱이야. 돈 많이 버니까 X나 좋더라’ 그런 사람들이 있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데, 어떤 면에서는 “Seoul Romance”랑 맥락이 비슷해요. ‘야, 돈 벌어도 X나 행복하지 않아’라고 얘기해도 ‘너 거지잖아’라고 하니까 ‘X발, 내가 벌고 올게’ 해서 [2 MANY HOMES 4 1 KID]도 내고, 2017년 동안 1억이라는 돈을 벌고 그다음에 그 말을 하니까 “Seoul Romance” 가사처럼 그런 걸 아직도 믿는 게 낭만이라고, 또 이 사회가 저를 거절하는 거죠. 가사에 있는 75,000이라는 숫자는 과학적인 수치인데, 사람의 행복에 관여하는 돈이 1년에 75,000달러라는 자료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그걸 벌어보자 해서 벌고 나니까 어떻게 보면 저도 말할 수 있는 입장에 섰다고 느낀 거죠. 근데도 ‘아직 넌 거지야’라고 답을 받는 걸 “Seoul Romance”에 담은 거죠. 처음에 취향이면 취향이고, 사실이라면 사실이라는 말한 게, 저는 누군가에게는 아직 스탠다드가 부족한 사람일 수 있어요. ‘10억 벌어봤어? 100억 벌어봤어? X나 행복해’ 그 사람들에게 전 할 말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겠죠. 다만, 전 적어도 제가 경험한 바를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죠. 그래서 제이콜 같은 아티스트가 그런 가사를 썼을 때, 전 이 사람의 가사를 믿을 수 있는 거죠. ‘이 사람은 진실을 얘기하는구나’ 느끼는 거죠. 팔로알토 형도 저한테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구요.
아까 나왔던 모방 얘기도 저는 다 같은 맥락으로 보거든요. 진짜/가짜 나누는 것도 그렇고, 기준은 다 다르겠죠. 근데 저는 항상 상품화를 거부하고, 그런 것들과 구분되길 원하면서 내가 만드는 건 작품이라고 강조하는 사람인데, 힙합 씬이 전체적으로 상품화되면서 제가 음악을 만들면 ‘이거 차트 몇 위야? 쟤보다 차트 안 나왔어. 너 X밥’, ‘돈 얼마나 벌었어? 쟤보다 못 벌었어. 너 X밥’ ‘나 작품 만들었어. 응, 닥쳐 너 X밥’ 이러는 거죠. 이게 계속해서 반복되면서 물질에 관한 이야기를 서울에서 하는 거 자체가 되게 힘들어요. 그 자체가 서울의 낭만이 아닐까 싶어서 “Seoul Romance”라는 곡을 만든 거죠. “Zombies” 가사에도 그런 부분이 나와요. ‘음악 아니라 바둑 마냥 노리면 한 수 / 그런 놈들 죽이는 내 verse는 이세돌의 78수’ 그게 무슨 말이었냐면, 상품 만들듯이 음악을 만드는 거죠. ‘미국에서 이런 노래가 핫해. 이런 노래를 한국에서 지금 하면 어떻게 될까? 가사는 이렇게 써야 할 거 같아’라고 생각하면서요. 옛날에 제가 알던 힙합은 반 미디어적인 성향이라고 단정짓는다기보다는, ‘Yo, Live Your Life’ 이런 거였거든요. ‘한국 가요는 공장에서 찍어내듯 해. 애들 성형시키고 옷 입히고. 그래서 얘네 X나 멋없어. 너의 삶을 살아. 우리가 힙합이라는 미국 음악을 들었는데, 이게 X나 멋있는 거야’ 이런 거죠. 저는 그런 걸 들으면서 큰 건데, 지금은 아티스트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다 공장이랑 다를 바가 없거든요. 스타일리스트 다 붙고, 스태프 몇 명 붙어서 뭐 X나 하고.
저는 그런 사람들을 진짜라고 해야 하느냐, 가짜라고 해야 하느냐고 하면 저는 그냥 그건 모르겠지만 나를 계속 구분해달라고 어필하는 상황인 거 같아요. 말씀드린 그대로 돈을 벌면서 이런 이런 즐거움들이 있었지만, 그게 제가 어렸을 때 ‘와, 천만 원만 있으면 진짜 좋겠다’라고 생각했을 때의 그 느낌은 아닌 거죠. 그럴 때 그 자료를 찾아봤던 거고, 75,000달러라는 거예요. 안 해보고 말할 수 없으니까 해보고 체감을 한 거예요. 그래서 2017년에는 저의 그런 과도기가 담겨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는 제 50% 밑으로 음악을 한 적이 없어요. 50%가 허락하지 않는 걸 돈만 위해서, 혹은 다른 이유, 싫은데도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 위쪽 퍼센트, 50에서 100까지의 퍼센트가 2017년 동안 과도기였다고 생각해요. 어떨 때는 ‘X나 허슬해야 해. X나 많이 내야 돼’라고 생각해서 막 많이 낸다든가, 어떨 때는 ‘좀 더 퀄리티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해’라고 느끼면서 과도기를 겪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 과도기가 이 앨범 안에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에 해석의 여지를 크게 둔다 하면 누군가는 그 의미까지 들을 수 있는 거죠. 그냥 가볍게 들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말 수도 있는 거구요.
P: 이 앨범을 두고서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예를 들면, 제가 벤츠를 몬다고 ‘아니, 너 X발 벤츠 몰잖아 이 새끼야’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구분하면 안 된다는 거죠. 유시민 씨도 그런 얘기하잖아요. 돈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음씨 따뜻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고. 그것처럼 인간이 추구하는 건 다 다르잖아요. 삶이라는 게 누군 잘못됐고, 누군 맞고 이렇게 분류할 수가 없단 말이에요.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더 느껴요. 돈을 올해 이만큼 벌었으면, 내년에 그보다 더 많이 벌고, 거기서 성취감을 얻고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 삶의 공허함은 그걸로만 채워지지 않는다는 거죠. 올해 5억을 벌었는데, 내년에 8억을 번다고 ‘와, 작년보다 3억 더 벌었어. 나이스!’ 이게 안 되는 거예요. 저는 1년에 얼마나 벌었고, 통장에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세보질 않아요. 모르고 살아요. 물론, 이 자리에서 제가 ‘돈을 벌어보니까 사랑이 최고야’라고 얘기하는 것도 되게 교만할 수 있다 싶은 게, 지금 어딘가에서 작업실 월세 25만 원 겨우 내면서 작업하는 사람이 봤을 때는 ‘X발 새끼 배부른 소리 하네’, ‘저 새끼는… 너 팔로알토고, 어디서 X밥 취급 안 당하잖아’ 이럴 수도 있잖아요. 저도 그런 걸 당연히 생각은 하죠.
그래도 하나 일화를 얘기하면, 제가 어렸을 때도 타이거 JK 형 옆에서 보면서 그때 <무한도전> 나오고 그러니까 대한민국 모두가 알아보던 사람이었잖아요. 스케줄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수준이었어요. 오줌 싸는 거 찍힐 수도 있으니까. 그 형을 보면서 행복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저 형은 지금 대한민국 짱인데 왜 행복하지 못하지?’ 그런 생각을 어렸을 때 했는데, 그러면서 저렇게 인기가 많아지고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하지 못한 모습을 사람들한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음악 하면서 커리어도 쌓아가고, 회사도 커지고 이러면서 결국에는 사람이 유한한 삶을 사는데 자기가 뭔가를 성취했거나 순간순간에 가치를 느끼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걸 더 크게 느끼게 된 거 같아요. 이 앨범 들었을 때도 그런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자기가 알바하면서, 혹은 어떤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고민이 있었는데, 조금 더 용기 내서 하고자 하는 걸 더 과감하게 도전해봐야겠다고. 이런 게 제가 음악으로 행보를 보여주면서 생겨나는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해요. 저는 돈보다는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하나하나 성취해나가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거 같아요. 그렇게 해서 돈이 벌렸을 때 스스로에게도 떳떳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돈을 쓸 때의 기쁨이 더 큰 거죠. 찜찜한 어떤 거로 번 돈으로 썼을 때도 편할 수는 있을지라도 그렇게 해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앨범이 차트에서 몇 위건, 반응이 어떻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요. 그냥 이 순간이 너무 좋아요.
LE: 팔로알토 씨는 지금 행복한 사람인가요?
P: 네, 저는 지금 이 순간들이 되게 좋아요. 근데 제가 그 순간에 젖어 있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다음 것도 생각하게 되고, 저희 아티스트들 나올 것도 있다 보니까 지금 닥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걱정하는 건 있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저는 지금 행복한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앞으로 잡힌 공연들, 제가 그동안 했던 곡들 말고 저스디스랑 같이 무대를 할 거니까 그런 것들도 기대돼요. 동시에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려 노력하고, 그렇게 느끼는 거 같아요. 담배 끊은 것도 저스디스한테 큰 영향을 받았는데, 얘가 저보다 일찍 끊었거든요. 180일 동안 끊고 인스타 스토리에 ‘You Can Do It’이라고 올려서 제가 거기에 완전 필 받은 거죠. 나도 할 수 있다! 그때 딱 끊은 건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 그런 게 너무 좋아요. 만성피로 같은 게 있었는데, 담배를 끊으니까 그런 것도 없고, 앨범도 나올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결국 나왔구요. 그런 것들에 대해 큰 해소감이 있고 행복하죠.
J: 저는 뭐, 일리닛 형이랑 있을 때는 행복한데요. (전원 웃음) 그 외에는 저는 벌써 2집 모드에 약간 들어가 있어서요. 대신 그건 있어요. 지금 제 삶이 굉장히 축소가 많이 됐어요. 개인적으로 보자면, 이번 앨범이 나오고 나서 [2 MANY HOMES 4 1 KID], 혹은 그전에 냈던 [Money Vs. Love: Dream]과 비교했을 때, 연락처에 있는 총 숫자는 많아졌지만 연락이 오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그거 때문에 슬픈 게 아니라 너무 좋아요. 제 삶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축소됐고, 그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가? 저 자신을 객관화해봤을 때, 저는 예술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거든요. 인디고뮤직이라는 회사와 싸인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스윙스 형이 저에게 큰 스튜디오 작업 공간을 준 거거든요. 전 그게 너무 행복하거든요. 그냥 거기서 음악을 듣기만 해도 행복해요. 그렇게만 생각하면 너무 행복해야 하는데, 2집 모드라는 게 그걸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거죠.) 근데 그렇게 스트레스받는 걸 제가 좋아하는 거예요. 저는 사실 그 모험 자체를 좋아하는 거죠. (그걸 깨달은 게,) 제가 예전에는 일기를 꾸준히 썼는데, 지금은 간혹가다 너무 복잡하다 싶어서 정리할 때 한 번씩 쓰는데요. 최근에 한 번 일기를 딱 썼는데, 다른 일들까지 포함해서 싹 정리되면서 ‘나는 그냥 이걸 X나 좋아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2집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지만, 사실 그걸 제가 너무 원하는 거죠.
LE: 거의 막바지인데요. 앨범 제목이 ‘4 the Youth’기도 하고, 젊은 세대의 아티스트들, 리스너들, 그리고 청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P: 다들 꼴리는 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웃음) 많은 얘기를 했지만, 저도 꼴리는 대로 했구요. “4 the Youth”에서 제가 ‘나는 하고 싶은 말 참 많았네, / 하고 싶은 대로 살았네 / 음악에 담은 나의 삶을 사랑해’라고 하는데,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는 게 제일 불행하다, 남의 성공을 따를 때 그게 네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게 제가 다 겪어본 거니까요. <쇼미더머니>로 예를 들면, 시즌 2랑 시즌 3 때도 오퍼가 들어왔는데, 거절했던 게 그 방송이 보여준 이런저런 면들이 아쉬워서였거든요. 그러다 시즌 4 전에 제 와이프나 가까이서 같이 일하는 주변 사람들이 ‘야, 너 프로듀서로 제안이 들어오면 나가봐’, ‘사람들 많이 좋아하니까 나가면 너도 더 알릴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지 않아?’라고 하니까 고민하다 기회가 되어서 나가게 됐죠. 지코(ZICO)랑 인간적인 관계가 전혀 없다가 같이 하면서 서로 최대한 맞춰주려고 했는데, 사실 만족은 못 했어요. 방송 출연한 이후로 일도 돈도 많아지고, 대중적으로 더 알려지기는 했지만, 제가 그전에 했던 거에 대해서 모르고 방송에서의 모습으로만 저를 알게 되는 사람들도 늘었죠. 그게 남들이 이야기하는 성공인데, 어떻게 보면 제가 거기에 한 번 따라가 본 거잖아요. 그 안에 제 자부심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더라구요. 근데 또 사람이 아이러니한 게, 이번에 평창 올림픽 경기에서 “거북선”이 나오니까 뿌듯하더라구요. 북한 응원단이 앉아 있으니까 저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다는 게 기쁘더라구요. 그런 게 아이러니하지만, 골똘히 잘 생각해보면 결국에는 자기가 꼴리는 대로 사는 게 후회가 없는 거 같아요. 그 과정에서 겪는 힘든 일들은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거구요. 그래서 이 인터뷰를 보는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든지, 꼭 그렇지 않아도 젊은 사람들한테 모든 게 인생의 한 과정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저도 그 과정에 있는 거구요. 꼴리는 대로 살면서 배우고, 사람이 완성되는 거죠.
LE: 20대 중반으로서 저스디스 씨는 어떤 말씀이 하고 싶으신가요?
J: 나 같은 개척자에게 충성. (전원 웃음) (P: 그거 내 가사 아냐? (웃음)) 맞아요. "32bars To Kill" 농담이구요. 글쎄요, 모든 Youth에게 얘기한다 하면 형이랑 의견이 똑같은데, 이 인터뷰를 보는 사람이 저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저처럼 살 거라면… 하… (전원 웃음) 그럴 거라면 남이 얘기하는 걸 최대한 신경 안 쓰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걸 인지하는 것까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이번처럼 저와 또 다른 앨범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보스가 되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거닌다기보다는 적어도 아티스트로서 스스로를 객관화할 줄 알고, 돌아가는 시장도 파악할 줄 알고, 그러기 위해서 인지하는 건 너무나 중요한데, 결국 그 어떤 것도 나를 규정지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거 같아요. 저는 그 습관이 아까 말한 일기라면, 자주 하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한 2014년부터 최소한은 유지하고 있는 거죠.
LE: “Seoul Romance”를 듣고 궁금했었어요. 두 사람의 어릴 적 꿈과 그 시절 상상하던 어른일 때의 모습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그 모습과 많이 가까워지셨다고 생각하시는지 싶어요.
P: 저는 제가 10대 시절 어렸을 때 상상했던 모습을 이미 다 달성해서 사실 앞으로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을 많이 하고 살거든요. 그래서 제가 지난 몇 년간 행복하지 못하거나 만족하지 못하고 살았던 거 같아요. 지난 2, 3년 동안은 그런 목표 없이 산 거예요. 저에게 주어진 바만을 Complete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이었어요. (그 목표를 다시) 찾아가고 있거든요. 이 앨범 작업하면서도, 작년에 되게 많이 찾아갔어요. 그리고 제가 [Victories]의 “Home”에서 ‘연습해, 아름답게 사라지는 모습’이라는 가사를 썼었는데, 이제는 그런 부분도 많이 생각해요. 제가 팔로알토로서의 마무리를 언젠가 해야 하는데, 제 혼자 느낌에는 그게 먼 미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까운 미래에 팔로알토라는 아티스트의 행보를 끝내야 하는데, 그걸 스스로, 제 음악을 들어왔던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좋은 모습으로 끝낼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무튼, 이루고 싶은 건 다 이룬 상태여서 전 제 삶에 새로운 게 시작됐다고 느끼고, 그 타이밍이 이번에 [4 the Youth]를 작업하는 기간과 맞물린 거죠.
J: 저도 이미 다 이뤄서요. 꿈이라고 하면 너무 허황된 거 같구요. 현실적으로 제가 이걸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해서 하고 싶었던 건 다 했죠. 형이랑 비슷하게 저도 뭘 바라고 하지 않았거든요. 이걸 하면서 굶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도의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물질적인 건 아니지만 또 다른 큰 성취를 향해서 살고 있는 거 같아요. 목표 없이도 보내보고, 이게 나의 목표인가 생각도 해보는 시기가 2017년이었던 거 같아요.
LE: 어쩌다 조금 추상적으로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요.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P: 글쎄요. 일단 4월 7일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을 앞두고 있구요. 저희 단독 콘서트는 딱 계획된 건 없어요. 안 하려 그러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계획된 게 없구요. 둘이 얘기 오가는 건 있긴 하고, 하고 싶기도 해요. 저스디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시간이 좀 되어서 각자 팬들이 원하고 있어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하고 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모던 아츠 소사이어티(Modern Arts Society)라는 이름으로 이것저것 해보려고 해요. 3월 24일날 이미 이태원에 있는 클럽 토스트(Toast)에서 첫 번째 파티를 열어서 저스디스랑 같이 퍼포먼스도 했어요. 그리고 저희 하이라이트레코즈는 올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작업물이 앨범 단위로 많이 준비되어서 윤비 나왔고, 레디 나오고, 차근차근 나올 계획이에요. 저도 개인 작업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일단 이번 앨범 내고 나서는 제가 음악을 얼마만큼큼 사랑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구요. (전원 웃음) 오래 하다 보니까 제가 음악을 어느 정도 사랑하고 있나에 대해서 수치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시간이 필요해서요. 저한테는 이게 너무 삶이라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왔어서… 예전만큼 음악을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들거든요. 저한테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어요.
J: 제가 작업량이 활발한 거기도 한데, 이 앨범을 만드는 동안 피처링 작업도 많이 했고, 그 와중에 어떻게 보면 [2 MANY HOMES 4 1 KID]를 내기 전부터 2집을 만들고 있기도 했어요. 한 두 번 정도를 엎었죠. [4 the Youth]를 만드는 기간에도 저는 계속 만들고 있었던 거고, 완전 마무리 작업 때만 양이 너무 방대하다 보니까 이 앨범에만 포커싱을 했었죠. 이제 빠져 나와서 아까 말씀드린 행복감이 이 앨범을 통해서 생긴 거 같아요. [4 the Youth]를 만들기 전에는 솔로 앨범, 2집 하면 스트레스받으면서 ‘언제 하지 X발’ 이랬는데, 이 앨범을 만드는 동안 그걸 손을 못 댔으니까 ‘와, 이거 너무 하고 싶었어’ 이런 느낌으로 불타고 있어요. 올해 안에 나올 거고… (P: 오, 씨. 레알? (전원 웃음)) 무언가를 바꿀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뷰 | Melo, Loner
사진 | ATO
저도 이 라인 되게 좋았습니다.
팔로알토형 맨처음 chief life 앨범으로 접했을때 가사중에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던게
랩에 싫증나면 곧바로 관둘거야. 할 말 없으면 절대 가사도 안 쓸거야
이 라인이 바꿔 말하면 십몇년 활동해옴에도 아직 재미있게 해나가는 뜻인가 싶어서 너무 부럽고 대단하고 멋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좋은 아티스트들이 좋은 앨범 내주셔서 감사하네요.
올해 안에 2집..
약속 지켜줘..
앨범 해석 리뷰글 올라온 적도 있었고, 커버에 대한 글도 본 기억이 있는데
걍 본인이 대충 훑어보고 본인이 바라는 반응이 안 보이면 리스너들 수준 존나 미개하다면서 깎아내리기 일쑤네
헤이팅을 한 것도 아니고, 그 사람들은 다 그 사람들 나름의 방식대로 음악을 즐긴 것뿐인데
그걸 존나 미개하다 취급을ㅋㅋㅋㅋㅋㅋ
진짜 오왼 보는 것 같네
힙합엘이 같은 매체들 덕분에 인터뷰보구 음반구입한거 꽤 많은듯 삘받아서 댓글도 달고
크 완전 멋있는 사람들~
개인적으로 이번앨범 너무너무 좋았어요
힙합이 뭔지도 모르고 역사도 암것도 모르고
듣는수준은 많이 부족하고 궁굼한부분도 많이 못집어냈지만
여전히 제가 제일 많이 듣는 앨범중에 하나에요.
좋은 음악 내줘서 고마워요
잘봤습니다!
실화야 뭐야?
분야는 다르지만 지금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에 해답이 어느정도 되어준 인터뷰같아요. 원래도 저스디스 팬이었지만 앞으로의 두분의 행보가 더 기대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냥 자기 느낀 걸 말하는 건데 건방떤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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