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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왜 그냥 '음악'이어야 하는가?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3.04.09 17:39추천수 8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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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냥 '음악'이어야 하는가?



※ 몇 달 전에 하나의 음악을 놓고 오고간 설전을 보며 느낀 바 있어 썼던 글입니다. 제가 겪는 모든 일은 제게 ‘배움’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배우고 있는 거죠. 힙합엘이에서도 참 소중하고 유익한 배움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배움의 경험을 공유하고 좀 더 여러분과 흐름이 있는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남깁니다.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방향인 ‘여유가 있는 음악 감상’에 관해 제 생각을 밝혀보는 계기도 되겠네요. 따스하게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생각과 생각 사이, 그 공백을 즐겨 보는 것이 어떨까? 

소크라테스의 말이라고 알려진 문장이 있다. “너 자신을 알라(gnōthi seauton)”. 인터넷 백과사전에서는 이 말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졌다는 유명한 말.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지혜가 신에 비하면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 무엇보다 먼저 자기의 무지를 아는 엄격한 철학적 반성이 중요하다고 하여 이 격언을 자신의 철학적 활동의 출발점에 두었다.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탈레스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어려운 일이며, 쉬운 일이라면 남을 충고하는 일이라고 대답하였다 한다. 이와는 반대로 희극 작가 메난드로스는 오히려 ‘남을 알라’고 하는 쪽이 더 유익하다고 비판하였다. 키케로는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외적인 신체가 아닌 자기의 마음을 아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플루타르코스가 전하는 데모크리토스도 신의 어려운 명령이라고 해석하였다." 


이야기 서두부터 유익하기는 해도 힘이 빠지는, 어려운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 앞서, 혹시나 하는 걱정에 밝혀 둔다. 이 이야기는 절대 내 생각이 옳고 당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덧붙여 절대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이야기도 아니다. 나는 ‘요청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데 가르치려고 드는 폭력’에 대해 매우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 속에서 흐르는 내용은 ‘권유’다. ‘이렇게도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풀어볼 뿐이다.

우려의 말은 이쯤 하고, 위의 백과사전 인용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중학교 도덕 교과서만 거쳐도 알만한 저 문장, “너 자신을 알라”는 ‘무지’를 ‘앎’으로써 무엇인가를 배우고, 아는 데에 최적의 상태에 이르라는 충고로 해석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본다. 그렇다. 언제나 ‘자기만 옳다’는 생각은 모두의 시각을 좁게 한다. 내가 모르는 부분을 알려고 할 때 우리는 능력 이상의 배움을 얻는다. 도덕적으로 ‘타인의 말에 경청하라’ 같은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인식의 폭과 수용 가능한 지식의 양은 한계가 있다. 당신이 몰랐던 부분을, 당신과 현재 말다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좀 더 상세하게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의견 교환을 넘어 벌어지는 욕설이 튀어나오는 ‘언쟁’은 언제나 슬프고 소모적이다.

하나 마나 한 이야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때 들었던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 본다. 여백의 미가 우리나라 미술 특유의 매력이라고 미술 시간에 배웠고, 감나무에 까치밥이라고 감 몇 개를 남겨둘 정도로 여유가 있던 ‘우리나라 사람’인 우리가, 엘이를 함께 하고 있는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타인의 생각을 꼴보기 싫어하는 팍팍한 사람’들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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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결국 모두, 그저 ‘누군가’의 음악

이런저런 뮤지션을 좋아하면서 발견한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는 어떤 장르나, 컨셉, 특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음악 시장에 들어오지만 결국 ‘누군가의 음악’, ‘그 뮤지션의 음악’으로 남는다는 것. 나스(Nas)가 특히 그러한 점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닥터 드레(Dr. Dre) 또한 그러하다. 끝나지 않는 ‘디톡스(Detox)'의 희망고문으로 현재 욕을 많이 드시고 있지만, 이 분은 갱스터 랩이라는 장르를 잉태했다고 평가해도 큰 문제가 없을 N.W.A의 멤버였다. 그뿐인가? 이 분의 음악은 쥐-펑크(G-Funk)로서 장르의 색깔이 확고했다.. 하지만 갱스터 뮤직의 본가 같은 느낌을 주던 데쓰 로우(Death Row)에 닥터 드레가 있었던 시절도 이젠 그 흔적이 희미하고, '닥터 드레의 음악은 쥐-펑크다'라고 하는 것도 무언가 안 맞는 촌스러운 소리가 되었다. 지금의 닥터 드레의 음악은 이제 그냥 ‘닥터 드레의 음악’이다. 

좀 더 망상을 해보자. '만약 투팍 샤커(Tupac Shakur)가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망상은 떡 라이프(Thug Life)의 화신이 살아서 오늘까지 자신의 랩을 하고 있었다면, 이런저런 시상식에서 에미넴(Eminem)의 어깨를 두들기며 상을 주는 장면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시간은 흐를 것이고, 격한 떡(Thug)의 이미지가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시점은 왔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조금은 부드러워진 투팍과 투팍의 음악을 만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정도 경력이 된 뮤지션의 발언은 한결같았다. ‘이제는 그냥 우리의(저의) 음악으로 들어 주세요.’라는 발언 말이다. 어쩌면 음악 비평가들도 피하고 있는 족쇄를, 그냥 편하게 음악을 즐기면 되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적으로 ‘이 음악이 힙합이냐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지금 이곳, 힙합엘이의 자유 게시판과 같은 ‘서로의 의견이 오고 가는 곳’에서도 발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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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아니 말하기 피곤한 어떤 음악인

이제 이 이야기의 본 목적으로 좀 더 들어가자. 힙합엘이의 자유 게시판에서 이름이 나오기만 하면, 격렬한 말싸움의 향연과 심해지면 욕설의 주지육림이 벌어지는 두 음악인이 있다. 비트메이커이자 레이블 CEO인 한 명은 정도가 비교적 약하니, 다른 한 명에 관해 이야기하자. 이 가수를 처음 접했던 건 [2001 대한민국 Hip Hop Flex]에 삽입된 “G-Dragon”이라는 곡을 들으면서였다. 어린 나이에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었고, 이 당시에는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이 친구는 모 대형 기획사에서 매우 잘 컸다. 그리고 지금의 대중음악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딱히 이 가수의 음악에 취향이 맞지는 않는다. 사실 여러 불미스러운 일에 관한 기사가 이 가수의 정보와 함께 터져 나와서 심리적인 거리감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이 가수는, ‘맹목적인 사랑을 받든, 저주에 가까운 욕을 먹든’ 분명한 실체가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이야기가 불거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가수가 게시판에서 거론되는 이유가 ‘그를 매우 사랑하여 좀 더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과 ‘그러한 사랑이 과한 것이 마음에 안 들고 굳이 그 가수를 힙합의 범주에 넣고 싶지 않은 사람’의 충돌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덜 피곤할 수 있을까? 아니 딱히 그럴 방법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앞서의 ‘누군가의 음악’이라는 이야기에 이 가수를 대입하여, 그의 팬은 음악에 필요 이상의 권위를 부여하려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그가 싫은 (힙합) 음악 애호가는 ‘그의 음악’을 그냥 놓아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결국 ‘미덕’이다. 미덕은 강요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실천하면 아주 좋은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가수를 둘러싼 이야기는 다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얘기’일 가능성이 높다. 서로가 서로의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얘기’에서 조금이라도 불만을 가지는 한, 우리는 서로에게 영원히 ‘납득할 만한 접점’을 갖지 못할 것이다.





<레이 찰스(Ray Charles) - Let It Be>


4. Let It Be

솔직히 나는 이 가수가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쳇말로 ‘빠이든 까이든’ 어느 쪽의 편을 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뚜렷한 채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 곡이 생각이 났다. 물론 비틀즈(The Beatles)의 원곡을 듣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고인이 되신 레이 찰스 옹의 목소리는 한 번이라도 더 듣는 것이 좋으니 이 곡을 골랐다.

게시판에서 읽고 착잡했던 글과 댓글, 내가 여기까지 끌어온 이야기가 다 소용이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Let It Be”가 뜻하는 것처럼 넉넉함과 안락함이 느껴지며, 정말 가끔은 모든 생각과 고민을 잠시 접고, 있는 그대로, 흐르는 그대로 상황을 지켜봐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지는 않겠다. 조금만 덜 싸우자. 상처받기 전까지만 싸우자. 그리고 욕구대로 욕을 뱉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욕에 덮이는 주객전도 상황은 만들지 말자. 어디까지나 권유다. 나나 여러분이나 결국 하고 싶은 대로, 보이는 대로 느끼고 말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하는 권유.


사실 이 모든 이야기는 나에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시점에서인가 깨달은 것인데, 나는 특정한 스타일의 음악에만 ‘음악을 듣는 재미와 맛’을 느낀다. 그렇지 않은 음악을 들을 때는 ‘이런 음악도 있고, 현재의 트렌드는 이렇고’를 배우는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든다. 나아가 불편한 느낌이 드는 음악도 있었다. 물론 나랑 취향이 맞는 친구들과는 이 불편한 음악을 마구 욕하며, 우리에게 맞는 음악은 입이 아프게 칭찬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석에서, 술이나 좀 들어갔을 때 해야 안 추한 것이겠지. 편협해지지 않기 위해,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꽉 막힌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계속 이 주제를 마음에 품고 있을 듯하다. ‘넉넉하고 여유롭게 음악을 대하자는 이야기’를.


무언가 확 마음먹은 대로 이야기를 풀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레이 찰스 어르신의 “Let It Be"가 있으니 다행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3분 조금 넘는 시간에 다 담으셨다. - 물론 비틀즈,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옹이 원조지만. - 다들 “Let It Be”하자.



글 | Mr. TExt



신고
댓글 10
  • 4.9 19:12
    아량의 부족함에서 오는 문제같아요.
    그리고 (힙합)리스너들은 어깨에 들어간 힘 좀 뺐으면..
    가사가 과격하다고해서 듣는 사람들까지 그럴 필욘 없는데 말이에요.
    취향존중!
  • 4.9 22:43
    좋은 글이네요~
    서로 다른 의견도 어느정도 수용..까지는 아니라도 '그럴수도 있겠네' 정도로는 받아들이면 좀 더 분위기 좋을 것 같아요.
    엘이는 게시판 내 불화(?)도 이렇게 대화로 풀어가려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 4.10 17:31
    문제는
    나와세 말은 "그냥 저의 음악으로 들어주세요" 해놓고
    광고는 힙합이니 뭐니 하는 애들이 너무 많아요
  • 4.11 12:17
    @MoveCrowd

    예 맞습니다.

    모든 뮤지션에게 '너무 높은 수준의 윤리적 태도'를 강요할 수는 없고, 솔직히 예술에 '너무 맑고 깨끗한 도덕의 1급수' 같은 언행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머리가 없는, 멍청한 짓이라고 봅니다.

    (힙합 음악도 분명한 예술의 부분이라고 강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힙합 뮤지션 여러분이 높은 자부심과 진중한 책임감이 있으시면 더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진지한 커리어 의식'과 '일관된, 음악을 향한 삶의 결'을 보여주시는 뮤지션 분들이 분명히 있고, 깊은 Respect의 마음을 보내는 중입니다. 이러한 분들의 삶은 '미덕'이십니다. 이런 분들의 음악을 한 번이라도 더 듣게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

    말씀하신 '문제의 뮤지션'들은 (뮤지션...일까요? 그냥 유명해지고 싶은 이중인격자일까요?) 아닌 것이 아니라, '장삿속'이 빤히 보이는 유형인 거 같습니다.

    굳이 들어줄 필요 없죠 : ) 좋은 것 듣기도 바쁜데...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저도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 ) 와 아이디 너무 좋으셔요.

    좋은 일만 넘치시길.


    p.s. 아 이 댓글을 읽으신 분들, 오해가 없으시길. '그냥 단순한 제 생각'이고, 제가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저 문제의 뮤지션'들도 나름의 인생을 잘 살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4.18 14:20
    @Mr. TExt
    와 이런 장문의 댓글이~!

    말씀하신 것에 공감합니다.

    좋은 것 듣기도 바쁘니까요!!
  • 4.10 22:15
    진짜 공감갑니다. 자기의 취향은 자기의 취향일뿒
  • 4.12 00:14
    취향을 강요하게되는건 자신이 소수라고 생각하게되서 그런게아닐까요?
    같이듣자~ 이런느낌에서 들어! 로 변한거같은데..
    그냥 모두 즐겼으면 좋겠네요
  • 4.13 09:12
    이거 보니까 저도 약간 그런 경험있어서 반성하게 되네요
    마지막 let it be 하자는 말이 인상깊네요
  • 4.15 15:27
    사랑과 평화
  • 4.22 12:43
    멋있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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