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열전] Tyler, The Creator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이하 타일러)는 근 몇 년간 이 시장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성공한, 그리고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신인 중 한 명이다. 물론 그가 아무
것도 없이 단번에 반짝 떠오른 것은 아니다. 만약 그가 아무런 음악적 장치들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주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에게는
훌륭한 동료들이 있고, 차별화되고 확실한 컨셉이 있다. 다들
어리고 정신 사납다는 점에서 이미 남다른 듯하지만 말이다. 오드 퓨처(Odd
Future)라는 미친 집단을 만들고, 운영하고 이끄는 타일러는 그런 의미에서 훨씬 대단한
존재이다. 오드 퓨쳐는 ‘OFWGKTA : Odd Future
Wolf Gang Kill Them All’ 혹은 ‘울프 갱(Wolf Gang)’, 첫 글자만 뒤집어서 ‘골프 왱(Golf Wang)’이라고도 한다.
우선 타일러는 지금의 크루를 열일곱 살쯤인 2007년에 이미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또래들로 구성된 초기 멤버들과 LA를 기반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멤버들을 더 모았고, 그 가운데에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도 있었다. 첫 컴필레이션 앨범인 [The
OF Tape]를 만들어서 발표한 뒤 타일러는 곧바로 자신의 첫 솔로 앨범 [Bastard]를
발표한다. 그리고 두 앨범 모두 미국 인디펜던트 음악 전문 온라인 매거진 피치포크(Pitchfork)를 통해 호평을 얻는다. 여기서 발표했다는 건 단순히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 이상의 의미로, 타일러 스스로가 곡을 쓰고, 기획을 하여 만들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맥락에는 ‘차별화된 음악’이 있었다. 이후
컴필레이션 앨범 [The OF Tape 2]나 멜로하입(MellowHype)의
앨범 등을 발표하며 레이블로서의 입지도 다져나갔다.
물론 그가 처음 오드 퓨처 음악의 컨셉으로 잡았던 호러코어(horrorcore)라는
음악은 전혀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더욱이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두고 여러 가지 논란과 공격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동시에 그가 보여줬던 행보나 기괴함들은 기존에 찾기 힘들었던 신선한 방식 중 하나였다. 그는 단순히 음악만으로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라이브, 뮤직비디오, 앨범 아트워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컨셉을 노출시킴으로써 인지도를 얻었다. 거기에 특유의 저음과 탄탄한 랩 실력, 가능성 있는 어린 집단의
영민한 수장이라는 점은 많은 팬들과 아티스트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는 집단의 이름으로
레이블을 세웠고 스토어를 만들었으며 앨범 외에도 각종 머천다이즈를 팔았고, 유명 브랜드 인케이스와 콜라보까지
했다. 특유의 컨셉과 아트워크, 디자인들은 약간의 부담과
센스를 더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레이블의 리얼리티 쇼
“Loiter Squad” 역시 방영하였다. 특유의 똘끼로 주목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모자라 보이거나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 진정성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을 스스로 해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정말 크리에이터이다.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아트워크도 하고, 곡도 쓰고, 랩도
하고.
♪ Tyler, The Creator - Yonkers
그가 주목을 받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단연 “Yonkers”의 뮤직비디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전후로도 주목을 받고 있었지만 이 뮤직비디오 하나로 큰 시선을 끌었다. 자신이 뮤직비디오 감독일 때 쓰는 이름이자 자신이 지닌 악한 자아 중 하나인 울프 해일리(Wolf Haley)가 감독한 이 뮤직비디오는 바퀴벌레를 먹고 자살을 하는 장면으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고,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극찬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결과도 그의 랩이 결코 비주얼에 비해 평범하거나 뒤쳐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자신의 두 번째 앨범 [Goblin]을 통해 큰 입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 타일러는 이후 많은 아티스트들을 만났고 피처링 활동도 하였다. 그리고 최근, 몇 차례 번복되고 다시 만들었다는 새 앨범 [Wolf]를 오랜 시간
끝에 발표하였다. 그는 자신의 세 번째 앨범인 이 앨범을 통해 처음에는 훨씬 과격한 가사와 프로덕션을
보여주고자 하였으나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관심사가 바뀌면서 앨범의 방향을 많이 바꿨다고 한다. 물론
타일러가 호러코어라는 딱지를 공식적으로 뗐던 만큼 앨범은 예전만큼 귀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지는 않다. 오히려
앨범 전곡을 자신이 직접 만들면서도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예전보다 훨씬 성장한
짜임새를 선보이는 이번 앨범은, 강박관념이 느껴졌던 예전과는 달리 여유가 느껴지며, 곳곳에 선보이는 오드 퓨처 멤버들의 피처링은 듣는 재미를 더해준다. 물론
성적이고 충격적인(!) 표현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허구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에
가까우며, 무엇보다 정말 자신의 랩 실력과 장점을 잘 알고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는 여전히 거침없는 가사와 호모포비아적 내용을 담는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은 호모포비아가 아니라고 하며 자신의 가사를 하나의 예술로 접근해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괴짜 같은
행동들 때문에 많은 환호만큼의 미움도 받았다. 예전에는 그렇게 받은 미움을 폭력에 가까운 광기로 응했다면
이번 앨범은 조금 더 사람답게(?) 풀어냈다. 그의 음악을
들을 때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변치 않는 핵심 포인트이자 가장 본질적인 두 가지는 바로, 프로듀서로서 만들어낸 본인 색이 짙은 비트와 랩퍼로서 펼치는 그의 랩이다. 특히, 처음부터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아티스트로서 큰 장점 중 하나이다. 물론 그를 지켜보는 팬들은 그가 매우 정상적이고 개념 찬 발언들을 하면서 기괴하기 짝이 없는 결과물들을 내놓는
것을 보면 정신이 없고,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이 작품은 이렇게 즐겨라 하며 섣불리 가이드 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특히 타일러의 음악은 더욱
그렇다.) 당장 어떤 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다들 즐기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된 거다.
♪ Tyler, The Creator - IFHY
글 | Bluc
타일러 화이팅ㅋㅋ
역시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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