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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의 알앤비: Stevie Wonder - Song In The Key Of Life (1976)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7.19 18:41추천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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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의 알앤비(그.알)>는 류희성 현 재즈피플 기자, 전 힙합엘이 에디터가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장기 연재입니다. 1960년부터 2015년까지, 해당연도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아티스트와 앨범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알앤비/소울의 역사를 모두 꿰뚫을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1960년대를 기점으로 반세기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1970년대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리틀 스티비 원더(Little Stevie Wonder)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의 어린 음악가 취급을 받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아티스트로 거듭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래하고 피아노를 칠 뿐 아니라 하모니카와 타악기, 그리고 당시 전격 등장한 각종 신디사이저와 건반 악기를 최전선에서 다뤘다. 마치 스티비 원더를 위한 시대 같았고, 기술의 발전도 그를 향하는 듯했다. 그가 물 만난 고기처럼 온 영역을 활보하며 음악적 상상력을 펼쳐내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스티비 원더가 1970년대에 발표한 작품 중 자신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앨범로는 세 장을 언급할 수 있다. 두 개의 넘버원 팝 싱글을 앞세워 그를 본격적인 스타덤에 오르게 한 [Talking Book], 사회적인 메시지와 훵크 사운드가 절묘하게 조화한 [Innervisions], 스티비 원더의 커리어에서 대표작으로 꼽히는 [Songs In The Key Of Life]다. 사운드의 완성도는 물론, 스티비 원더의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 정점은 [Songs In The Key Of Life]다. 이 앨범은 100명이 훌쩍 넘는 연주자들이 참여한 것만으로도 유명하다. 바비 험프리(Bobby Humphrey), 조지 벤슨(George Benson) 등 훵키한 퓨전 재즈 사운드를 이끄는 재즈 연주자들을 여럿 동원됐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다. 3년 전, 허비 행콕은 퓨전 재즈와 훵크계를 뒤흔들었던 대작 [Head Hunters]를 발표했었다. 흑인음악이란 영역에서 각각 최고를 점하던 스티비 원더와 허비 행콕이 만나 완성한 "As"는 훵크 사운드를 기반에 둔 알앤비 발라드에 가깝다. 동시에 곡 중간에 등장하는 펜더 로즈 솔로에서 폭발하는 그루브는 훵크가 반드시 강렬한 댄스 음악일 필요는 없다는 걸 시사한다.



♬ Stevie Wonder – Sir Duke


세 장의 앨범이 스티비 원더의 커리어를 수놓았던 이 시기는 흑인음악 역사적으로 훵크가 주요 장르가 되며 악기의 중요도가 가장 높았던 때였다. 재즈가 그랬듯 각 악기의 개별적인 개성과 그것들의 조화가 중요했다. 탁월한 악기 연주자였던 스티비 원더도 선배 음악가인 레이 찰스(Ray Charles)나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처럼 재즈에 대한 갈망과 존경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이는 그가 앨범에 흑인음악계의 주요 세션 연주자뿐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재즈 연주자들을 동원해 악기 연주에 생동감을 강화한 이유일 것이다. 수록곡 중 "Sir Duke"를 통해서는 재즈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빅밴드 리더였던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을 추모하기까지 했다. 듀크 엘링턴이 추구했던 빅밴드의 관악기 사운드와 훵키한 리듬감을 절묘하게 조합했다. 이 곡은 곧바로 이어지는 훵크계의 레전드곡 "I Wish"와 함께 팝 차트와 알앤비 차트에서 동시에 넘버원에 올랐다.

귀에 익은 게 넘버원 히트 싱글만은 아니다. 꼭 알앤비나 재즈에 애착이 있는 게 아니더라도 익숙한 곡들이 이어진다. 래퍼 쿨리오(Coolio)의 히트곡 "Gangsta's Paradise"의 샘플인 "Pastime Paradise", 시각장애인이기에 직접 볼 수 없는 갓 태어난 딸 아이샤(Aisha)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며 썼다는 스토리가 잘 알려진 "Isn't She Lovely"는 팝 차트에서 성과를 내진 못했어도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명곡이다. 이런 곡들이 있다고 해서 [Songs In The Key Of Life]가 단순히 1970년대 훵크 스타일만 담아낸 앨범이라 보기는 어렵다. 라틴 사운드를 머금은 "Another Star", 줄루어로 노래한 "Ngiculela – Es Una Historia – I Am Singing", 재즈 하피스트 도로시 애쉬비(Dorothy Ashby)와의 아름다운 듀엣이 담긴 "If It's Magic", 블루스 록과 훵크가 조화한 "Black Man"도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각자의 색깔을 지닌 곡들은 스티비 원더의 목소리, 전자 건반 소리, 훵크 리듬으로 한데 묶인다. 그렇게 이 앨범은 다양한 소리와 장르가 뒤섞인 작품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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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의 LP, 디럭스 에디션에는 한 장의 EP가 추가된 패키지로도 발매됐던 [Songs In The Key Of Life]. 앨범은 정점에 올랐던 스티비 원더의 음악적 재능이 만개한 작품이다. 그 재능은 개별 수록곡의 높은 완성도로 이어졌다. 또, 그 완성도는 긴 재생 시간에도 청자에게 질릴 틈을 주지 않고 되려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끔 한다. 흔히 사람들은 이 앨범을 스티비 원더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앨범으로 꼽는다. 하나, 실험성의 부산물인 난해함은 실은 그 어디에서도 강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다양성과 통일성, 실험성과 대중성을 적당히 지닌 [Songs In The Key Of Life]는 확실하게 시대를 대표하는 명반이다.


*관련링크
그해의 알앤비 이전 시리즈 보기 1(1960 ~ 1974) / 보기 2(1975 ~)


CREDIT

Editor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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