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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찬, 음과 말 그 사이에서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7.15 15:20추천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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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아주 기본적으로 음으로 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노랫말이 더해지면 말로 하는 예술이 되기도 한다. 음과 말이 한데 모여 음악의 매력을 배가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여기,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혜성 같은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꽤 오래전, 돕멘션(Dopemansion)에서 반쿠디(Vankudi)라는 이름으로 프랭크(FRNK), 김심야와 함께 활동하고, 이제는 본명으로 멋진 출발을 한 구원찬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반복]을 시작으로 가볍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 결이 깨끗한 알앤비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담담하면서도 솔직한 말들로 색을 칠하고, 그 색을 한 단어로 묶어 직관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구원찬. 그의 음악 속 음과 말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살펴보자.






1. 반복


반복

[명사] 1. 같은 일을 되풀이함.


동화가 되어 내 구석구석 네 분위기가 흘러나오네 - 동화 中 -


어떤 상황이 이곳에서는 펼쳐질지 매번 가늠할 수 없는 일이지

나는 네게 착륙하고 있어 오래있을 것만 같아 - 행성 中 -



구원찬의 데뷔 앨범 [반복]은 관계를 시작하고 끝내고, 또다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 그는 과정 각각이 지닌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그 모든 과정을 반복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임을 말한다. 삶은 수많은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관계는 새로움과 익숙함을 반복하며 생겨난다. 우리는 그 관계 하나하나에 수없이 적응해 나가야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 영원한 관계는 없기에 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구원찬은 마치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이 영화 막바지에서 그랬듯, 그 야속한 원리를 어차피 멈출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즐기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토록 따뜻하고도 찬란한 음악이 또 있을까.







2. Format


Format

1. (무엇의 전반적인) 구성 방식

2. (책 등의) 판형

3. 포맷, 서식


여태껏 쌓인 먼지를 깨끗이 털어버려요

지나간 일들은 지났어 새롭게 시작 새롭게 - Format 中 -


다 싫은걸 쟨 나랑 너무 안 맞아 이젠 웃고 싶어 그대로

삶이란 게 그런 거래 babe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둘 중 가짠 나만 알지 babe - 조울 中 -


컴퓨터에 심각한 오류가 났을 때, 아니면 어떤 일을 갈아엎고 새로 시작할 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포맷한다'고 말한다. 모든 걸 초기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해 나간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포맷을 하기로 선택하는 이유란, 어쨌든 과거를 거쳐 도달한 현재 상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구원찬도 그랬던 걸까? 꼭 음악이 그렇다기보다는 지나간 날들에 아쉬움을 표하는 것만 같다. 그는 피셔맨(Fisherman)의 아기자기하고 반짝거리는 소리에 걸맞게 간지러운 첫 만남의 순간을 추억한다. 그 순간을 회상하면서 여전히 떨림을 느끼고 또 후회한다. 한편으로는 기쁨과 슬픔이 섞인 낯선 감정에 아이처럼 투정 부리기도 한다. 우리 모두 이전에 저질렀던 실수를 돌이켜보고, 끝내 성장한다. [Format]은 조금은 거창해 보일 수 있는 그 성장이란 말을 구원찬만의 표현 방식으로 풀어낸 산물이다.







3. 방향



방향 [명사]

1. 어떤 방위를 향한 쪽.

2. 어떤 뜻이나 현상이 일정한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쪽.


내 방향은 계속 그곳이야 운전은 아직 서투네

쉴 새 없이 또 달려야겠어 엔진을 바꿔야겠네 - 정비 中 -


이제 다시 내 방향을 고정할거야 결국에 난 그곳에 도착할거야 - Way 中 -



젊음이나 청춘 같은 포장하기 좋은 단어보다 직설적이면서도 덤덤한 표현들이 더욱 빛날 때가 있다. 구원찬과 프로듀서 험버트(Humbert)가 함께 만든 [방향]이 그렇다. 누구나 이번 생이 처음이기에 서툴다. 그 속에서도 구원찬은 자기 자신에게 확신과 믿음을 가지며 자아를 성찰한다. 이내 방향을 잡고서 앞에 놓인 내, 외적 장애물을 하나하나 헤쳐나간다. 그는 제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연연했지만, 정답은 결국 자신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내면에 세워진 장벽까지 넘어서며 재정비하고, 스스로 믿지 못하는 것 그 자체가 오답이라고 말한다. 그가 작사한 대부분 곡과 앨범이 그렇지만, [방향]은 유독 어떤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오롯이 담고 있다. 모든 사람이 구원찬처럼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들어준다면 조금씩은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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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확인, 그리고 빛


구원찬은 첫 앨범 [반복]을 발표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준비된 아티스트였다. 그는 이미 앞으로 나올 앨범 제목을 공개하면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을 예고했다. '확인'과 '빛'이 새 앨범들의 제목이라는데, 늘 모두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재창조해내는 그이기에 어떤 앨범일지 마냥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음과 말의 아름다움이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지 꼭 '확인'해보도록 하자.



CREDIT

Editor

J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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