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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BOI CARTI IN ABUNDANCE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7.06 16:07추천수 1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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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LTUREHUB


2016년 3월, 댓피프(Datpiff)에 등록된 믹스테입이 하나 있다. 제목은 'In Abundance'. 자그마치 45곡으로 구성된 이 정체 모를 믹스테입에는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그저 몽롱한 연기를 내뿜는 누군가의 사진 위에 'Playboi Carti'라는 하얀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 밑에 채도가 낮은 회색 글씨로 제목이 쓰여 있을 뿐이었지만, 어떤 믹스테입인지 알기에는 충분했다. 당장 첫 트랙 "YUNGXANHOE"부터 재생해보면,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2 부팅 사운드를 샘플링한 비트가 나온다. 별빛이 쏟아지듯 흘러나오는 그 소리는 'Abundance', 그가 왜 풍부라는 뜻의 단어를 타이틀로 삼았는지를 알게 한다. 단지 수록한 트랙 수를 뜻했던 걸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믹스테입은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이하 카티)의 세계와 예술을 담고 있다. 이를 접했을 때, 청자들은 풍부함을 넘어 방대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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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는 2015년 싱글 "Broke Boi"로 처음 주목받았다. 이후 2017년 XXL 프레쉬맨(XXL Freshman)에 선발된다. 실력이나 스타일에서 의심이 가지 않는 특급 신인이었다. 다만, 그 와중에도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의문이 하나 있었다. 그가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앨범은커녕, 믹스테입도 하나 없었다는 것. 이는 릴 야티(Lil Yatchy)가 페이더(Fader)와의 인터뷰에서 그랬듯 종종 동료 래퍼들의 농담거리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카티와 관련된 2016년, 2017년 초 유튜브 영상에는 믹스테입이 언제쯤 나오냐는 내용이 많았다. 그 의견들에 답변이라도 하듯, 카티는 같은 페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정식 믹스테입이 늦어지는 이유로 프로듀서를 들었다. 그는 마치 구찌 메인(Gucci Mane)과 제이토벤(Zaytoven) 같은 관계를 원하는 듯했다.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지 않은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셀프 타이틀 믹스테입에 수록된 "Magnolia"부터 함께한 프로듀서 피에르 본(Pi'Erre Bourne)과 집중적으로 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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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간을 돌려 [In Abundance] 시절의 카티 또한 나름대로 일관성 있었다. 그는 애틀랜타에 기반을 둔 언더그라운드 레이블 어풀 레코드(Awful Records)에 몸담았던 시절에도 빅 보이였다. [In Abundance]는 당시 팬들의 갈증을 일부 해소하는 믹스테입으로, 2014년부터 2016년 초창기까지 카티가 참여한 곡이나 정식 릴리즈되지 않은 미발매 곡 중 최고만을 모아둔 형식을 취했다. 현재는 버블검 킹즈(BGUM Kingz)라는 레이블에서 발매한 거로 나와 있지만, 오피셜하지 않은 팬메이드 믹스테입에 가까웠다. 카티는 현재의 미니멀함과는 전혀 딴판이지만, 어풀 레코드의 전매특허인 꽉 차 있고 지저분한 소리와 끈적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소화했다. 쫀득하고 반복적인 카티의 랩은 어풀 레코드의 창의적인 프로듀서 이더리얼(Ethereal)과 슬러그 크라이스트(Slug Christ)에게 최고의 요리 재료였다. 그들은 카티의 소리를 원하는 대로 주물러 새로운 리듬을 만들었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최초의 히트곡 "Broke Boi"를 프로듀싱한 멕시코드로(MexiKodro), 변형된 신디사이저로 귀신 목소리 같은 기괴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브랜든 토마스(Brandon Thomas)와의 합작품처럼 카티라는 랩스타의 음악적 자양분이 이 믹스테입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21 새비지(21 Savage), 리치 더 키드(Rich The Kid), 막소 크림(Maxo Kream), 그리고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 같이 훗날 스타덤에 함께 오르는 다양한 신예들의 예전 랩 스타일을 구경할 수 있는 건 덤이다.


믹스테입 [Playboi Carti]를 거쳐 [Die Lit]이라는 탄탄한 앨범까지, 카티는 이제 동년배 다른 트랩 래퍼들보다 조금 더 앞서 나가는 중이다. 작업물에 대한 우려는 종식된 지 오래고, 씬에서 누구보다 팬시한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랩 스타일은 가벼워 보일 수 있으나, 결코 카티의 음악을 쉽게 생각할 수 없게끔 하는 일종의 무게감, 깊이, 두터움이 분명하게 있다. 그 속에는 직접 경험한 남부 애틀랜타 사운드와 에이셉 라키(A$AP Rocky)를 비롯한 뉴욕의 영향이 뒤섞여 있다. 그리고 그 모태가 [In Abundance]에 있다. [Die Lit]에 수록된 트래비스 스캇(Travi$ Scott)과 함께한 "Love Hurts" 속 귀를 찌르는 듯한 높은 음역의 전자음 같은 요소는 이미 [In Abundance] 때부터 있어 왔다. 그러니 에이셉 라키, 칸예 웨스트(Kanye West), 드레이크(Drake) 등 거물들의 앨범에 빠르게 관심 밖으로 밀려났음에도 [Die Lit]을 2018년 상반기 최고의 문제작 중 하나로 생각한다면 [In Abundance]를 늦게나마 즐겨보길 바란다. 한꺼번에 감상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우선 믹스테입의 1/9에 해당하는 다섯 곡을 먼저 소개한다.




1. YUNGXANHOE

카티는 현재 랩네임을 쓰기 전, 써 카티에(Sir Cartier)라는 이름으로 랩을 했다. 그때도 비트를 고르는 안목이 탁월했는데, 주로 느린 템포의 비트에 특유의 박자감으로 청량감을 더하는 편이었다. 오드 퓨처(Odd Future)의 영향이 분명히 묻어나는 "Steez"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In Abundance]의 첫 트랙이 "YUNGXANHOE"라는 건 카티가 그 시절로부터 확실하게 변모했음을 의미한다. 그는 이 곡에서 같은 시기에 유행하던 클라우드 랩의 문법을 따른다. 서문에서 말했던 베이퍼웨이브가 생각나게 하는 플레이스테이션 2 인트로 샘플이 인상적이다.



2. Ian Connor

카티는 항상 패션에 관심이 많았으며, 모델로도 활동한 바 있다. 모델 겸 스타일리스트인 이안 코너(Ian Connor)와 친구라는 사실은 꽤나 알려져 있다. 대신 이안 코너의 이름을 딴 곡이 있다는 사실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카티는 이 곡에서 랩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랩을 얹은 트랙보다는 카티의 목소리를 샘플로 활용한 비트에 가깝다. 오지 마코(OG Maco)의 "U Guessed It"을 프로듀싱했던 브랜던 토마스(Brandon Thomas)의 탁월한 프로듀싱 능력과 카티의 미니멀한 색채 간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카티의 최근 색깔과도 흡사해 보인다.



3. Broke Boi

"Magnolia" 이전에 카티의 가장 큰 히트곡이라면 "Broke Boi"일 것이다. 2015년 발표된 이 곡은 여타 멈블 래퍼들이 달리는 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릴 야티나 릴 우지 버트 같은 다른 멈블 랩 아티스트들과 프로듀서 풀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카티는 뿅뿅거리는 멜로디와 게임 사운드 같은 전자음을 올린 멕시코드로의 프로덕션 위에서 여유롭게 랩하며 곡 제목인 'Broke Boi'를 연신 내뱉는다. 언뜻 들어도 "Magnolia"와 구성이 비슷하다. 단, "Broke Boi"에서의 랩이 좀 더 힘이 빠진 멈블랩의 전형이었으며, 이 시기에는 그런 스타일이 대세였다. "Magnolia"에서는 이전 히트 트랙에서 살릴 점만 살리고, 변화를 줄 부분은 변화를 주어 성공한 셈이다.


4. BOOTYCHAAAIN - Milkshake Remix

부티체인(Bootychaaain)의 "Milkshake"를 리믹스한 트랙이다. 지니어스(Genius)에 따르면, 이 노래는 2015년 'Chucky Tape'이라는 이름으로 네 트랙 중 하나로 묶여 발매되었던 거로 보인다. "Brokeboi"처럼 밝은 톤의 톡톡 튀는 비트 위에서 보여준 멈블랩과는 완전히 상반된 편이다. 카티는 귀가 찢어질 듯한 극강의 로우파이 사운드에서도 절륜한 박자 감각으로 주도권을 쥔다. 이는 카티가 다른 멈블 래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 중 하나다. [In Abundance]에 수록된 "Ohh"나 "The Omen"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통용된다. 훨씬 가벼워지긴 했지만, 무거운 베이스와 칼처럼 날카로운 전자음의 조합은 "Love Hurts"에서도 들을 수 있다.


5. Ethereal (Feat. Playboi Carti) - Beef

어풀 레코드에서 확실한 스타일을 갖고 프로듀싱, 더 나아가 랩까지 하는 이더리얼은 카티의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프로듀서다. 이 곡에서는 그루비한 드럼과 피아노를 연상케 하는 전자음으로 카티의 차진 박자 감각과 멋들어지게 어우러졌다. 하이톤인 카티와 나지막이 읊조리듯 랩하는 이더리얼, 그 조합에 맞춘 듯한 진득한 분위기의 프로덕션이 현재 카티는 줄 수 없는, 묵직하면서도 강력한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런 노래를 꺼내 들을 때마다 가끔은 옛날 카티가 그립다. 모든 건 변하고,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게 변한다는 사실 뿐이니 어쩌겠는가. 새로운 카티를 응원할 뿐이다.


CREDIT

Editor

Kimi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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