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피처

칸예의 감정 기록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6.21 19:23조회 수 6732댓글 9

thumbnail.jpg

Ryan Dorgan/New York Times


많은 아티스트가 기다렸다는 듯 프로젝트를 발매하는 6월이다. 걸출한 앨범 여럿이 쏟아지는 중인데, 그중에서도 흑인음악 팬들이 6월을 통째로 기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칸예 웨스트(Kanye West, 이하 칸예)와 친구들의 와이오밍 프로젝트 때문일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믿기지 않을 만큼 정확히 발매일을 지켜가며 계속되고 있다. 그중 [ye]와 [NASIR]의 리스닝 세션 파티가 있었을 때는 칸예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온화한 표정과 넉살 좋은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다. 아티스트,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을 떨쳐내고 해방감을 얻은 걸까. 이 같은 심경 변화는 그의 여덟 번째 앨범 [ye]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2010년대 이후 작품들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치유적인 사운드와 온화한 가사가 가득했다. 이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또 한 번 칸예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아주 솔직하게 드러낸 결과처럼 다가왔다. 하여 본 기사에서는 칸예의 커리어를 큼지막하게 나누고, 이를 아티스트 개인이 겪은 사건에서 야기된 당시의 주된 정서와 엮어 짚어보고자 한다.



2.jpg

Brad Barket/Getty Images


1. [Graduation] & [808s & Heartbreak] - 슈퍼스타, 그리고 어머니의 아들

칸예는 래퍼, 솔로 아티스트로 등장하기 전에도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확고한 프로듀서였다. 이는 미디어를 통한 발언과 행동에서 뚜렷하게 드러났고,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빛나는 재능이 그 뒤를 받쳤다. 이른바 '칩멍크' 작법이 기반을 둔 데뷔 앨범 [The College Dropout]과 소포모어 앨범 [Late Registration]으로 엄청난 상업적•음악적 성과를 이뤄냈고, 당대 최고의 랩스타로 거듭났었다. 2007년에는 한껏 부푼 기대감 속에서 세 번째 앨범 [Graduation]을 세상에 내놨었다. 대표곡 "Stronger", "Good Life"에서처럼 특유의 샘플링 작법을 살리면서도 오토튠을 비롯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접목하여 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칸예는 또다시 큰 성공을 거두었고, 힙합, 아니 팝 아티스트로서의 위상은 더욱 치솟았다. 그럴수록 그는 자신감 넘치는 아티스트의 삶을 만끽했다.


♬ Kanye West (Feat. Kid Cudi) - Welcome To Heartbreak

엄청난 성공 후에 기쁨만 가득했던 건 아니었다. 앨범이 발매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칸예의 어머니 돈다 웨스트(Donda West)가 의료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 심지어 2002년부터 이어져 오던 약혼녀와의 관계도 마침표를 찍는다. 하지만 칸예는 마음을 추스를 틈도 없이 랩스타의 삶에 적응해야만 했다. 세 장의 앨범과 궤를 전혀 달리한 [808s & Heartbreak]는 이 같이 지극히 사적인 사건들을 배경으로 둔 앨범이다. 전자 사운드를 가져간 건 3집과 흡사했으나, 여기에 TR-808 드럼 머신을 적극 활용해 전혀 다른 색채가 탄생했다. 보컬은 오토튠을 일반적인 값 그 이상으로 적용해 슬프게 뒤틀려 있었고, “Welcome to Heartbreak”, “Bad News”를 비롯한 대부분 곡의 가사는 하나 같이 극도로 무거웠다. 칸예는 호화로운 삶을 노래하는 다른 랩스타들과 다르게 감정의 최저점에서 우울을 노래하는 데 집중했다. 분명 또 하나의 안정적인 앨범으로 인기를 유지할 수도 있었는 데도 그는 자신이 머금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을 음악 속에 고스란히 투영하길 바랐다. 그렇게 [808s & Heartbreak]는 당시 칸예의 마음 속 슬픔을 그대로 품는 앨범이 됨과 동시에 이후 내놓은 앨범들에 순간의 감정들이 그대로 묻어나는 초석이 된다.





3.jpg
Kevin Winter/Getty Images

2. 자의식 과잉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 트러블 메이커, 그리고 예술가

늘 자신감에 차 있던 칸예였지만, [808s & Heartbreak]를 발표할 때는 사뭇 달랐다. 미디어에 비친 모습은 어딘가 불안정했고, 심적으로 결함이 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급기야 시상식에서 희대의 사건을 일으키며 트러블 메이커 이미지를 자처했다. 앨범이 발매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2009년 9월, 칸예는 MTV에서 여는 비디오 뮤직 어워드(Video Music Awards)에 참석한다. 그는 시상 중인 무대에 난입하여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수상 소감 시간을 통째로 뺏은 데다 충격적인 발언까지 서슴없이 하며 그전까지 쌓아온 자신의 모든 명성과 인기를 단번에 실추시킨다. 비극적인 개인사로 뒤틀려 버린 감정이 한껏 부푼 자의식과 만나 음악계 최악의 사건 중 하나를 만든 것이다. 모두가 칸예에게 비난을 가했고, 칸예도 사과를 전달했었다. 단, 형식적인 사과였을 뿐, 그는 끝내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 Kanye West (Feat. Bon Iver) - Lost In The World

계속되는 논란에 칸예는 이내 팀을 꾸려 하와이로 향했다. 망명(?) 생활의 시작이었다. 심정적 고난에서 비롯된 창작욕은 2010년 8월 <G.O.O.D. Friday> 프로젝트로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매주 금요일 한 곡을 무료로 공개했던 이 프로젝트는 새 앨범 발매 직전인 11월 중순까지 계속됐다. 마침내 그해 11월 말 발매된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음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온다. 그는 “Power”, “Runaway” 같은 곡의 가사에서 자신의 성격과 행동을 반성하기는커녕 합리화한다. 또, 본능에 가까운 노랫말들을 흩뿌려 놓은 "Monster”, "Hell of a Life” 같은 곡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은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 커리어를 총망라한 절정의 맥시멀리즘으로 엄청난 찬사를 받았고, 일종의 질환에 가까워진 그의 우직하다면 우직한 감정 표현 방식은 음악으로나마 절대적인 인정을 받는다. 일련의 사건들에서부터 작업 기간까지 이어졌을 고뇌와 반성, 또 그에 대비되는 자의식과 즉흥적인 감정이 부딪히며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빚어낸 셈이다. 결국, 세상과 타협하지 않던 칸예는 되려 독단적으로 걸작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그의 자아는 한껏 더 부푼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를 만큼 커져버린 칸예의 자아는 다음 행보로 이어져 [Yeezus]를 만들어낸다.





4.jpg
Pooneh Ghana

3. [Yeezus] & 결혼 - 신, 그리고 새신랑

칸예의 감정이 시발점이 되어 나타나는 독단적인 행동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단적으로, 한 번은 자신에게 들이닥치는 파파라치들에게 고함을 치고, 그들의 카메라를 뺏어 망가뜨렸다. 공연 중 냅다 소리를 지르며 해당 공연을 종료하기도 했다. 그쯤, 수록곡의 제목이 된 'I Am a God'이 칸예의 여섯 번째 앨범의 타이틀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실제로 공개된 타이틀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Yeezus'였다. 칸예의 자의식이 극에 달한 순간이었다. 그는 신적인 이미지를 음악 외적인 영역에도 적용했다. 공연을 할때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휘황찬란한 마스크를 썼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자신을 '래퍼가 아니라 창조적 천재'라 칭했다. 인간계의 화장실 따위는 사용할 수 없었는지, 자택 화장실에 황금칠을 하기도 했다. 음악은 끝내 폭발해버린 칸예의 자의식과 맞물려 더욱 추상적이고 잔혹해졌다. 전작과는 완전히 상반된 극한의 미니멀리즘도 한몫했다. 앨범 커버 아트워크를 전부 걷어낸 후 쥬얼 케이스에 빨간 스티커만을 붙였고, 수록곡 “I Am a God”에서는 피처링 표기에 신을 써넣었다. 그는 이 곡에서 자신의 위치를 신 바로 아래로 주장하는가 하면, “New Slaves”의 가사가 랩 뮤직 역사를 통틀어 최고라며 극에 달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Kanye West (Feat. Paul McCartney) - Only One

칸예는 이 시기에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을 동반자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을 만난다. 데뷔 이후 빠짐없이 주목받던 지니어스 칸예, 그리고 유명한 거로 유명한 이슈메이커 킴 카다시안의 만남은 당연히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장녀 노스 웨스트(North West)의 탄생 이후 칸예의 내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14년 마지막 날 공개된 싱글 “Only One”가 그 증거다. 그는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단출한 반주 위에 어머니 돈다 웨스트의 시선으로 자기자신을 향해 노래하는 따뜻한 가사를 읊었다. 지금껏 앨범 커버 아트워크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다가 딸과 함께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음악 외적으로는 파파라치들에게 잘 지내보자며 친근함을 드러내고, 불우 아동들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등 세상을 혼자 사는 것만 같던 칸예가 변했다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탓이 아니었다. 57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는 벡(Beck)의 ‘올해의 앨범’ 수상 순서에서 또다시 무대 위에 오르려는 듯한 행동을 보이며 자신의 지난 행동들을 풍자했었으니 여유를 되찾았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5.jpg
HYPEBEAST

4. [The Life of Pablo] & [ye] - 남편, 그리고 가장

전세계 66개의 도시에 걸쳐 “New Slaves”의 프로젝션 영상을 쏘는 등 지금껏 거대하고 체계적인 행동을 보이던 칸예. 그러나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발매한 시기인 2016년부터는 확실히 갈팡질팡하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The Life of Pablo]의 정식 타이틀을 공개하기 직전까지 타이틀을 끊임없이 교체했다. 관계자들의 루머 또한 하나로 모이지 않을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칸예에게 개복치(?) 같은 기질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앨범 발매 전 엄청난 규모로 진행된 리스닝 세션 파티에서 웃음기 가득했던 걸 생각하면, 그 후로 되려 안정을 찾은 게 분명했다. 일말의 설전 이후 화해한 키드 커디(Kid Cudi)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었다. 안정적인 가족을 이룬 후 대외적인 스트레스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로운 것처럼 보였다. 올해 들어 와이오밍 산에서 작업을 마치고 무려 다섯 장의 앨범을 들고 내려온 칸예의 모습도 그랬다.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6월 1일 공개된 여덟 번째 앨범 [ye]의 리스닝 세션 파티를 연 칸예는 여전히 온화하고 느긋해 보였다. 현장에서 처음 공개된 내용물 [ye] 역시 그랬다.


♬ Kanye West - Violent Crimes

킴 카다시안의 발언에 따르면, [ye]는 칸예가 “노예 제도는 선택이었다”라고 말한 TMZ와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이후 2주 동안 새로 만든 앨범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각 곡을 채우는 노랫말들이 현재 칸예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정들로 가득 차 있다. “No Mistake”에서는 '나보다 덜 성공한 사람의 조언은 듣지 않는다’며 그 누구보다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고, “Wouldn’t Leave”에서는 자신의 남자를 위해 버텨준 모든 여성에게 곡을 바친다는 말로 곡을 끝마치며 이전의 칸예에게는 기대할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마지막 트랙인 “남자들은 딸을 가지기 전까지 짐승들” 같은 가사가 담긴 “Violent Crimes”의 교훈적인 가사는 그가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 거듭나며 한층 더 성숙해졌음을 실감케 한다. 세간의 평가에 따르면, [ye]는 칸예의 커리어 사상 가장 평범하고 색깔 없는 앨범일 수도 있다. 하나, 현재의 삶을 즐기고, 가족들을 돌보는 가장이 된 칸예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앨범이 가지는 의미는 생각보다 클지도 모른다. 많은 시간이 지나 칸예가 전지전능한 음악의 신 ‘Yeezus’에서 다시 우리들의 친구, 그리고 아버지 ‘Ye’로 돌아왔다. 한때 끝없는 자존심과 함께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던 칸예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인간적인 아티스트가 되었다.


CREDIT

Editor

snobbi

  • 8

댓글 달기 WYSIWYG 사용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댓글 9
  • 2018.6.21 21:10 댓글추천 0

    좋아.

  • 2018.6.21 21:23 댓글추천 0

    잘읽었습니다!!!

  •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아

  • 만화 주인공 같이 극단적인 감정선의 움직임이 보아는 것 같네요 ㅋㅋㅋ 슈퍼 스타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게 되는지를 정말 우리는 드라마 보듯이 보게 되는데, 그게 우리한테는 즐겁지만 본인한테는 얼마나 부담일지도 우리가 알 길은 없고... 워홀이 팝아트를 통해 제시한 현대의 단상을 삶 그 자체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주: 워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18.6.22 02:34 댓글추천 0

    Ye에 대한 평가가 정말 공감되네요. 칸예가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이렇게 까지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한 적이 있나 싶을정도...

    칸예의 웅장하고 꽉찬 프로듀싱을 바랬다면 분명 단촐한 앨범이라 생각하겠지만 가장 칸예의 인간적인 앨범이라 정말 좋았어요..

  • 2018.6.22 03:17 댓글추천 0

    ye!

  • 2018.6.22 10:25 댓글추천 0

    한번도 진심으로 실망한 적 없는 아티스트

  • 2018.6.23 00:22 댓글추천 0

    단촐한 앨범 자켓은 신의 한 수

  • 2018.6.24 10:06 댓글추천 0

    많은 영감 받고 갑니다.

2018.07.06 조회 4635
2018.06.29 조회 5111
2018.06.28 조회 1807
2018.06.21 조회 6732
2018.06.18 조회 6410
2018.06.15 조회 10370
2018.06.06 조회 2039

검색

이전 1 ... 4 5 6 7 8... 154다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