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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수투 지바노포 (娿態秀投 知䇑努捕)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7.03 01:30추천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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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수투 지바노포(娿態秀投 知䇑努捕). ‘아리따운 모양을 지닌 빼어난 것을 던지고, 우뚝 서 있음을 알고, 노력함에 따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리라’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지바노프(Jeebanoff)가 걸어온 음악 커리어를 조금은 멋대로 요약해봤다. 지바노프는 2016년 첫 EP [So Fed Up]을 발표하며 씬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당시 그는 얼터너티브 알앤비라는 트렌드를 따르면서 세련되고 서정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섬세한 단어 선택과 경험담을 토대로 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가사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그 결과, “삼선동 사거리”로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한다. 그렇게 지바노프는 1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한국 알앤비/소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우뚝 선다.

많은 이의 찬사를 받으며 씬을 대표하는 이로 자리잡았지만, 지바노프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첫 EP를 발표한 지 5개월 만에 두 번째 EP [For The Few.]를, 레이블 굿투미츄(goodtomeeyou)와의 계약 소식을 알린 뒤에는 세 번째 EP [KARMA]를 선보였다. [KARMA]는 팝적인 터치를 가미하면서도 지바노프만의 색이 고스란히 담으며 좋은 음원 차트 성적을 기록하는 등 대중들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한 앨범이다. 더 나아가 히피는 집시였다, 한요한 등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참여하며 이전보다 폭넓게 영향력을 끼치기까지 한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새로운 EP [주마등 : 走馬燈]을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번 EP는 지난 EP들과 음악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지바노프의 발전을 거듭하는 면모를 네 가지 한자성어와 함께 알아보자.




다재다예(多才多藝): 재능과 기예가 많음

많은 음악가가 앨범에 과하게 많은 걸 담아내려다 전체 방향에 갈피를 못 잡는 함정에 빠지곤 한다. 반면, 지바노프는 확연하고도 뚜렷한 컨셉 하에 개별 곡을 묶어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하는 데 탁월하다. 이는 앨범 전반에 작사, 작곡으로 관여하며 일관된 컨셉과 사운드의 흐름을 유지하는 데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는 [주마등 : 走馬燈]에서도 전곡 프로듀서로 참여함은 물론, 그간 호흡을 맞춰왔던 LNNN, 지아나(GiiANA)와 함께 일관된 결을 구축해냈다. 타이틀이 뜻하는 바처럼 순간순간의 단상과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선별한 단어와 사운드로 표현하기도 했다. 더불어 트레일러 영상을 직접 기획함은 물론, 대만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등 비주얼적으로까지 앨범의 뚜렷한 컨셉을 구체화해냈다. 실제로 트레일러 영상은 수록곡과 장면 장면들이 조화를 이뤄 앨범이 가진 서정성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낸다. 이처럼 지바노프는 이번 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면에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고, 단순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한 명의 아티스트로 거듭난 듯하다.






유능제강(柔能制剛): 부드러운 것이 능히 강하고 굳센 것을 누른다

[주마등 : 走馬燈]은 사운드 측면에서 지난 EP들과 확연하게 차이 난다. 팝적인 사운드를 반영했던 [KARMA]와 달리 이번 EP의 사운드는 전반적으로 부드러움과 차분함을 넘어 다소 우울하게 느껴질 정도다. 포문을 여는 “학교”부터 일찌감치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인트로부터 피아노와 노이즈 소스가 흘러나와 차분함을 안기고, 리듬 파트와 함께 시작되는 지바노프의 보컬은 부드러운 인상을 안긴다. “마지막 아침” 역시 피아노로 시작해 청자의 마음을 가라앉힌 상태로 진행된다. “마냥”을 제외한 모든 트랙이 서정적이고도 부드러운 사운드로 도입부를 가져간다. 아무래도 청자들이 자신이 그려내는 감정선에 더욱 몰입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Good Place”에서는 화자의 혼란스럽고 슬픈 감정 상태를 애절하게 질러대는 보컬이 아닌 이펙터를 먹인 보컬을 다른 사운드 소스들과 한데 섞어 표현했다. 때문에 [주마등 : 走馬燈]은 강렬한 사운드에서 오는 짜릿한 쾌감이 아닌 부드러움으로 긴 여운을 자아내며 오랫동안 마음속, 머릿속에 남을 작품처럼 다가온다.







주객일체(主客一體): 나와 대상이 일체가 됨

지바노프는 <아레나>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놓는 데 재능이 있다. “학교”와 “마냥”이 대표적이다. 그는 앨범 쇼케이스와 라이브 영상을 통해 두 트랙 모두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자에서 지바노프는 본인의 학창시절 기억을 살려 마음속 어딘가에 큰 꿈을 꾸는 당시의 자신을 소환한다. 후자에서는 학창시절에 꿈꿨던 어른이 된 자신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실제 경험을 바탕에 둔 솔직한 가사는 EP 전체로 봐도 빛을 발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는 앨범 소개에서 밝혔듯이 기존의 가사 방식에서 더 나아가 타인의 선택과 결정에 자신을 투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Good Place”와 “마지막 아침”의 가사를 가만히 살펴보자. 앞선 트랙들과 달리 구체적인 화자의 행동이 드러나지 않고 타자와의 소통이 아닌 본인의 독백이 중심이 된다. 두 곡에서 화자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자신에게 책임을 물으며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이렇듯 그는 본 EP를 통해 [KARMA]와는 다른 시선의 가사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능한 자신의 재능을 맘껏 뽐냈다.







욕속부달(欲速不達): 어떤 일을 급하게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하니 급할수록 돌아가라

[주마등 : 走馬燈]은 겉으로만 보면 팬들에게 일련의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일 수 있다. 지난 EP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적은 수인 다섯 곡만이 수록되어 있으며, 러닝타임도 20분 남짓이다. 게다가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는 가사가 딱히 없어 내용이 아리송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런 일말의 아쉬움은 아마 마지막 트랙 “The Ferry”를 듣고 다시 처음부터 들었을 때 말끔히 해소될 거라 확신한다. 이 곡에서도 지바노프는 어떤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기보다는 해석의 여지가 다분한 가사를 읊는다. 다만, 그 안에서 “이곳에 세월은 빨리도 흐르죠. 그대는 뭔 미련이 남아서일까요. 그날의 세월은 아직 멈춰있네요.”라는 노랫말만큼은 분명하게 다가온다. 처연하다 못해 스산한 분위기의 프로덕션, 서글픔이 어린 보컬과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기는 대목이다. 그렇듯 [주마등 : 走馬燈]은 급하지 않게 천천히 앨범에 숨겨진 메시지를 파악한다면 남다른 방법으로 감상하고, 또 감동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혹 다 듣고도 감흥이 영 오지 않았다면, 왜 지바노프가 차분한 분위기의 음악과 보컬을 선보였는지, 왜 수직적인 서사가 아닌 수평적인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아냈는지에 주의를 기울이며 다시 재생 버튼을 눌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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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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