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며.
올해는
음악 많이 안들었어. 거기에 맞춰서 이번 리스트는 굉장히 단촐할거야. 급하게 써서 글도 좋지는 않을 거고. 그래도, 이렇게 올해
음악을 잠깐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문장은 여기저기 떠다니고 읽으면서도 이 새끼는 지금 뭐라는 건가.
라는 생각이 자주 들겠지만 미안해. 이번 상반기는 이렇게 써야할 것 같아. 그냥 간단한 단상으로 여기고 넘겨줬으면 좋겠어.
자세한 건 연말에 다루자구.
"2017년 상반기의 힙합 앨범들"
Kendrick Lamar - DAMN.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DAMN."은 거품이라고 생각해. 만약에 이 앨범에 담겨있는 무난무난한 팝랩송들까지도 명곡으로 추앙받고 이 앨범까지 명반으로 추앙받는다면, 그건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래. 좋은 곡들은 많아. "XXX."가 그렇고, "DUCKWORTH."가 그렇고, "DNA."도 그래. 그렇다고 나머지 곡들까지 명곡으로 취급되면 말이 좀 안되지. 그치?
그럭저럭 좋은 앨범. 아니다. 좋은 앨범. 그런데 이만큼 칭송을 받을 필요는 없는 앨범.
Vince Staples - Big Fish Theory
아직 글은 쓰지 않았지마는, 상당히 인상적으로 들었어. 베이스가 엄청나게 강조된 프로덕션들이 등장한다는 것이 아마도 첫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점이고, 두번째는 그게 찰지다는 거야. "Summertime '06"보다는 "Hell Can Wait"에서 많이 느꼈던 점인데, 빈스 스테이플스는 톤 자체가 일정한 만큼 맞는 프로덕션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프로덕션이 이런 종류의 프로덕션이라고 생각해. 예를 들면 "Hell Can Wait"의 "Fire"가 있겠고, 어. 본작의 "Big Fish"라던가. 그런 부분들은 마음에 들었어.
그냥 다음에 글로 쓸게. 좋은 앨범이야.
맞다. 추가로 말인데. 이 앨범에서 나오는 "BagBak"같은 트랩 랩송이라면, 나는 쌍수 들고 환영해. 너무 좋은 걸. 이래야 한다구. 박자가 빡세게 쪼개지고 퍼커션이 가벼워지는 만큼 래핑이 더 섬세해지고 타이트해져야한다고.
Bedwetter - Volume 1: Flick Your Tongue Against Your Teeth and Describe the Present
트래비스
밀러(Travis Miller) 형님. 릴 어글리 메인(Lil Ugly Mane)일 수도 있고, 숀 켐프(Shawn
Kemp)일수도, 뭐.. 이름은 많겠다만. 이번에는 베드 웨터라는 이름으로 낸 앨범. 정신병원 병실이 앨범 커버로 지정된 만큼-
지금까지의 트래비스 밀러의 음악중에는 가장 자기 혐오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나처럼 되게 감정이 불안정한 사람은 쉽게 빠져들 만큼.
그 부분은 좋았어. 노이즈가 가득가득 끼어서, 불쾌할대로 불쾌하고. 그만큼 듣고 싶고. 난 좋았어.
Big Boi - Boomiverse
"Chocolate"이 나오는 순간 느꼈다. 아. 내 안의 빅보이는 죽었구나. 라는 거.
Jonwayne - Rap Album Two
존 웨인은 참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는 엠씨고, 랩도 썩 괜찮게 하는 편이야. 이 앨범에서도 그 부분이 없어지지는 않아. 질좋은 랩들도 자주 등장해. 본인이 재단한 비트들도 정말로 좋은 것들이 많고.
그래도
중간에 있는 곡들이 잊혀지는 부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것은 단점. 몇몇 곡을 보면 참 좋지만 나머지 곡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좋은 앨범이지만 막 그렇게 좋지는 않은 앨범. 동시에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해볼만한, 그런 앨범.
Roc Marciano - Rosebudd's Revenge
록 마르시아노(Roc Marciano)가 랩을 뱉는 것만 보면 나는 자지러지는 편이야. 엄멈머. 하면서. 카(Ka)와 비슷하게 차갑고 무게있는 단어들을 뱉는 엠씨지만, 그 안에 들어가있는 그루브는 독특하고, 기분 좋은 것들이거든. 그래서 이 앨범도 좋게 들었어. 초입부에 울려퍼지는 '로즈-버드'라는 말로부터 시작되는, 20세기 초 느낌이 물씬물씬 나는 것도 정말로 좋았고.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어.. 그거. 전작이 더 좋았던거 같다는 거?
Joey Bada$$ - All-Amerikkkan Bada$$
조이 배드애스는 참 내가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음. 참 보면 미국 힙합의 어떠한 단면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뭐라고 해야하나. 트랩 씬을 제외한, '몇년 전의 표준이었던 팝랩' 의 모범을 참 잘 보여주는 거 같어. "Devastated"를 보고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꽤나 재밌게 들었던 것 같다. 왠지 옛날 생각이 많이 났던 앨범.
Oddisee - The Iceberg
오디씨(Oddisee)의 음악은 글쎄. 난 예전 음악이 더 좋았던 것 같아. 아무래도. 나는 오디씨를 "People Hear What They See"로 접했거든. 블루 엔 엑자일 2집이 발매하던 해에. 힙합DX에서 칭송을 받던 그 앨범을 들으면서,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 아. 힙합이 이렇게 세련될 수도 있구나. 하면서. 그땐 참 그 음악을 좋아했었어. 그리고 그 이후의 음악을 들으면서 오디씨를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했던 것 같아.
그래도 이 앨범으로 다시 오디씨를 조금은 좋아하게 된 것 같아. 뭐라고 해야하나. 존중하는 느낌으로.
Brockhampton - Saturation
개인적으로 프로덕션을 조금 훑고 내려가보고 싶은 앨범이야. 케빈 앱스트랙트(Kevin Abstract)의 음악은 좋아했어. 가사가 워낙 마음에 들어서 말이지. 그리고 이 앨범을 들었는데- 글쎄. 다른 힙합 음악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
굉장히 팝의 색채가 많기도 하고, 독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평가는 미친듯이 좋고. 왜일까 궁금해졌어.
좀 더 깊게 듣고 글로 써보려고.
The Underachievers - Renaissance
"참으로 독특한 음악이지만 어째 평가는 항상 준수하다는, 미묘하게 평범한 앨범"
Freddie Gibbs - You Only Live 2wice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가 트랩을 하게 될줄은 몰랐다. 나에게 프레디 깁스는 "Str8 Killa No Filla", "Cold Day in Hell" 이후 바로 "Piñata"로 넘어갔기 때문에, 그 이후에 어떻게 이렇게 변화하게 되었는지는 이해가 가질 않아. 중간에 얼핏 들었던 "Old English" 빼면. 그래도 그런대로, 괜찮다 싶어. 프레디 깁스는 굉장히 스킬이 좋은 엠씨고, 그만큼 이 앨범도 괜찮게 살렸으니까.
그럭저럭 좋게 들었어.
Migos - Culture
미안합니다.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Taylor Bennett - Restoration of an American Idol
아직도 내가 들었던 감상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지루하다.
Gorillaz - Humanz
굳이 이 앨범을 힙합의 범주에 넣은 이유는- 알잖아. 이거 힙합 앨범인거.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내 경우에는, 그렇게 나쁜 앨범이라는 생각은 안들어. 지금까지의 고릴라즈의 색을 버렸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안좋지는 않았어.
고릴라즈라는 태그를 떼고 들으면 괜찮은 앨범. 애초에 "Plastic Beach"같은 음악 다음에 이런 음악이 나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알지만, 그렇게까지 욕할 필요는 없잖아.
여기서 킬로 키쉬(Kilo Kish) 목소리가 너무 귀여워서 결국 그 앨범까지 듣게 됐고. 어쨌거나 괜찮다.
Young Thug - Beautiful Thugger Girls
"Take Care"는 좋은 곡이야.
영 떡(Young Thug)에 대한 감상이 요즘 들어서는 더 좋아지게 되었는데, 아마 그건 아예 영 떡을 힙합의 범주 밖으로 구분짓기 시작해서일거야. "JEFFERY"를 들으면서부터, 나는 영떡을 그냥 팝과 레게 언저리의 어딘가로 보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마음이 참 편해지더라. 이 앨범도 그렇게 편하게 들었어. 솔직히 말하면 "JEFFERY"만큼 화끈한 감상도 없었고, 중간에 잊혀지는 부분도 상당히 있었어. 그래도 눈살찌푸려지는 음악은 아니었던 것 같아. 그니까- 좋았어!
"2017년 상반기의 비힙합 앨범들"
Mount Eerie - A Crow Looked at Me
글쎄. 마운트 이어리(Mount Eerie)의 음악도 좋았고, 주변 상황도 알고, 그렇지만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썩 와닿지는 않았다. 이상하지. 수푸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의 음악은 감정이 터져나올 것만 같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 앨범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그걸 노렸는지도 모르겠지. 미묘하게 비어있는 느낌. 나는 그걸 별로 반갑게 여기지는 않았어.
Slowdive - Slowdive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과 슬로다이브(Slowdive)는...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면서도, 솔직히 내가 좀 얼빠 기질을 드러내긴 하지. 아니 레이첼 고스웰이 얼마나 고운지. 이것 참.
그건 그렇다 치고, 정말로 좋게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현란한 음악을 선호하는 편이긴 한데, 마블바랑 슬로다이브는 예외라니까!
Lorde - Melodrama
"Green
Light" 부터 시작해서 몇 바퀴를 돌렸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예비군 훈련 왔다갔다 하는 동안 이것만 틀어뒀거든. 그러고 좀
놀랐던 거 같아. 잠깐 로드가 몇살이었지? 싶어서. '현란한 여성 팝 음악'의 또 다른 발자국으로, 정말 좋은 앨범이었다고
생각해. 마음에 들었어.
Sampha - Process
바에
갈 때마다 나는 이상하게 "Blood On Me"나 "(No One Knows Me) Like The Piano"를 청하는
편이야. 꽤나 괜찮은 앨범이었어. 신기한 건, 난 이 앨범 커버를 보자 마자 굉장히 밀도있는 일렉 음악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단 좀 더 담백하고 좋은 느낌이었다는 거. 어쨌거나 좋았어.
Arca - Arca
앨범
커버만 보고 엄청 놀랐던 것 같어. 생각보다 더 좋아서 놀랐고. 뭐라고 해야하나. 난 이런 종류의 공간감을 정말로 좋아해. 되게
뭐라고 해야하나. 뒤틀린 듯 뒤틀리지 않아서, 뭔가 아침 출근길에 틀어놓고 고개를 넘다 보면 되게 무언가가 잘못될 것 같은,
호러물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 들거든.
그게 너무 좋더라.
2. 마치며.
미안합니다 여러분. 올해 상반기는 이렇게 도망가버려씁니다... 직장 적응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왜 6개월만에 20kg이 쪄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아. 하반기에는 운동할거야..
아마도 여러분의 의견과 다른 부분도 굉장히 많을 거고, 심지어는 너무 과격하게 깎아내린 부분도 있을 수 있어요. 어.. 네. 어쩌다 보니까 의견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되게 섬세하게 여름 감성을 살렸더라구요. 참 예뻤어요. 조금 더 들어보고, 글로도 쓰지 않을까요?
Arca는.. 네.. 증말루다가.. 무서웠어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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