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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ia Rodrigo -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를 듣고

TomBoy2026.07.20 22:48조회 수 119추천수 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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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2

 

 

 

 

 

아레사 프랭클린이 하늘의 별이 됐을 때, 뉴욕 타임스는 다음과 같은 수사로 그녀의 생애를 기념했다. "아레사는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여성의 원형 같은 존재가 됐다." 그녀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디바였지만 확실히 그 음악에는 시대의 간극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어느 정도는 주제의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아담과 이브가 서로에게 느꼈을 설렘을 맛보고자 사랑에 빠지기를 갈망하고 공허한 상실감이 두려워 이별을 똑바로 응시하지 못한다. 누구의 입장도 대변해 주지 못할 것 같은 흔한 사랑 노래에 둘러싸여 살다가 어느 날 내 감정을 나보다 더 잘 나타내주는 음악을 마주치기도 한다. 사랑과 이별. 이것은 입 밖에 내기 무색할 만큼 유치한 소재이지만, 그 대책 없는 유치함이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반세기 후 사람들은 우리가 사랑을 표현했던 방식을 어떻게 평가할까? 누가 그들의 아레사 프랭클린이 될 것인가? 지난 몇 년 간 올리비아 로드리고만큼 그 주제에 몰두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나이대의 여성들처럼 그녀의 사랑은 역동적으로 작동하는 무언가다. 옥시토신, 도파민, 엔도르핀이 만들어내는 폭풍은 당신을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바꾸어놓는다. 질투하고, 집착하고, 매달리고, 모든 것을 부풀려서 생각하며, 단지 상대방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바꾸거나 위장한다. 매번 동화 같은 로맨스를 꿈꾸면서도 지저분하고 복잡한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다. 세 번째 정규 앨범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에서도 올리비아는 이전 두 앨범과 비슷한 태도를 유지한다.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랑을 바라보는 그녀의 관점이다. 올리비아 로드리고에 따르면 관계가 무너지는 것은 반드시 누군가의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들에게 주어진 유통기한이 다했기 때문이다.

 

얼터너티브 록과 그 인접한 장르의 충직한 팬임을 자처해 온 올리비아의 전략은 그녀를 또래 뮤지션들과 차별화시켰다. 그녀는 데뷔작 <Sour>를 통해 메인스트림에 본인의 존재를 선명히 각인시켰으며 <Guts>를 통해 자신의 성취가 요행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발목을 잡은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코드와 가사 그리고 좀처럼 의도를 알아차릴 수 없는 전개 방식이었다. 이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줄 것 같다는 믿음, 대다수 젊은 뮤지션들은 그 믿음에 부응하지 못하고 되레 빚을 진 채 살아간다. 이 앨범이 발매되고 후기를 읽던 나는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말로 운을 떼는 걸 지켜봤다. "올리비아가 이런 앨범을 만들 줄 몰랐어." 데자뷔가 느껴지지 않는가? 누군가 비로소 하이프라는 알을 깨고 기대치를 뛰어넘는 작품을 들고 돌아왔을 때마다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말로 화답했다. "로드가, 라나 델 레이가, 찰리 XCX가 이런 앨범을 만들 줄 몰랐어." 누군가 이럴 줄 몰랐다는 표현이야말로 완성도를 평가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직관인 것이다.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는 '돈키호테'처럼 결이 다른 두 개의 파트로 나뉜 콘셉트 앨범이다. 전반부 a Girl So in Love의 메인 테마는 매료되는 기쁨과 낙천성 그리고 아이러니이다. 소프트 피아노 발라드로 시작하는 Stupid Song은 재생과 동시에 식상하게 느껴지지만, 올리비아의 애절한 보컬이 끝나고 점차 에너지를 끌어올리며 미디 템포의 팝 펑크로 변모하는데 그 연결이 꽤나 매끄럽다. 현대 팝 펑크 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은 그들의 모든 시도가 밀레니얼 에이브릴 라빈의 아류처럼 간주된다는 것이다. U + Me = <3나 My Way 같은 곡도 그 숙명을 피하지 못했다. 하물며 중독성 강한 코러스와 장난기 어리고 자조하는 가사가 포인트라는 점도 라빈의 그것을 빼닮지 않았던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더 이상 아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중독성 있는 코러스와 자조하는 가사에서도 올리비아 자신의 것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는 "우리는 예술을 차용하는 것이지, 발명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단순히 모방하거나 영향받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남의 것을 완전히 소화시켜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 자신의 경험, 생각, 느낌, 입장과 혼합하여 얼마나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아마도 올리비아는 댄 니그로와 함께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를 녹음하며 이 과정을 거쳐온 것 같다. 로드, 라나 델 레이, 찰리 XCX가 지나온 그 길을.

 

후반부 You Seem Pretty Sad는 제목 그대로 침울한 분위기에 젖어 있다. The Cure를 포함한 대부분의 곡들은 아름다운 브리지와 풍성한 레이어드 보컬을 담고 있으며, 후렴의 극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 것은 편곡이라기보다 올리비아의 보컬 퍼포먼스이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제발 한 번만 나를 봐달라고 외치는 듯한 발라드, 즉 traitor나 logical 같은 곡들은 올리비아의 음악을 감상하는 데 걸림돌 같은 존재였다. 다행히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에서는 조금이라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연출이 거의 없다. 아웃트로 Cigarette Smoke나 The Cure를 제외하면 그런 유형의 곡이 없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힘을 뺀 탓도 있겠지만, 가장 큰 공은 한껏 성숙해진 올리비아의 가창력에 돌아가야 할 듯하다. 앨범의 어떠한 곡에서도 뻔한 공식을 뒤따른 듯한 인상을 주지 않고 각 트랙의 성격에 맞게 고유한 스타일이 독특하게 혼합돼 있다. 한 마디로 올리비아의 보컬은 사랑스러우면서도 긴박하다. 특히 Honeybee와 Less 같은 곡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10대 소녀의 일기장을 읊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랜드 피아노 선율에 의지해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곡을 이끌어나가며 그녀의 아이돌인 로드와 테일러처럼 미묘하고 세련된 정서마저 풍겨온다.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흠결은 가사이다. 그동안 올리비아는 자신의 레퍼런스가 음악과 퍼포먼스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잘 통제해 왔다. 그녀는 다른 아티스트의 DNA를 복사해 넣은 복제품이 아니다. 누구보다 독창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송라이팅과 보컬 또한 준수하다. 문제는 이 앨범에서 그 독창적인 관점이 흐릿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구조가 복잡하고 감정선이 세밀한 가사를 쓰지 않고도 훌륭한 송라이터가 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올리비아 자신이 말했듯 위대한 팝스타 대신 위대한 송라이터가 되고 싶다면 좀 더 복잡하고 세밀한 가사를 쓸 줄 알아야 한다. 위대한 송라이터가 된다는 것은 각본을 직접 쓰지 않는 연출가가 아니라, 자신이 구상한 장면에 어울릴 법한 대사를 쓸 줄 아는 각본가가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를 처음으로 들었을 때 곧바로 떠오른 것은 로드의 <Melodrama>였다. 당시 로드는 <Pure Heroine>이라는 제법 그럴싸한 데뷔 앨범으로 성공 가도에 들어섰지만, 동시에 제시 웨어나 제임스 블레이크 같은 인디 뮤지션들의 아이디어를 노골적으로 차용했다는 오명에 직면했다. 결국 그녀는 Melodrama를 통해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냈다. 그렇다면 Melodrama는 Pure Heroine에 비해 완전히 새로운 음악인가?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는 Sour나 Guts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빼어난 앨범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올리비아와 로드는 그냥 자신이 하던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기존의 음악에서 보완점을 찾고, 디테일을 살짝만 바꿔서 테이크를 다시 가져가고, 셀럽으로서의 자아보다 보컬 연습에 좀 더 비중을 두고, 댄 니그로나 잭 안토노프와 함께 전에 없던 시너지를 발산하며 하루하루를 채워 갔을 것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일과 위대한 송라이터가 되는 일 사이에 단 하나의 공통점 있다면 거기에 왕도는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듣는 것은 결실이 아니다. 당신이 듣는 것은 열매를 맺기 위해 분전해 온, 누군가의 하루하루가 축적된, 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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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앨범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올리비아 로드리고에 대해
이 앨범보다 많은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앨범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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