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두렵지 않다.'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 라는 시 속 구절이다.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이 구절을 읽으며 막연한 위로와 안도감을 느꼈던 것 같다. 왜였을까. 아마 난 나비의 모습에서 삶에의 어떤 기백을 느꼈던 것 같다. 그 나비에게서 나는 삶의 감당할 수 없는 무력감을 감당하려 애쓰는 초인의 모습을 보았다. 나비는 오래 살아봐야 몇 개월 남짓을 살아가고 죽지만, 바다는 그에 비하면 불멸에 가까우니까. 웃프게도 나비라는 무지성체의 본능에서 이런 안도감을 느끼는 내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그 모습이 살아있다는, 지성체로서 약동한다는 증거 같아서 또 한켠 위안을 얻었다.
쾰른 콘서트는 키스 자렛의 피아노 즉흥 연주 앨범이다. 키스 자렛은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에서, 연주를 위해 요청된 피아노도 없는 상태에서, 몇몇 흑건은 소리 조차 안나오는 음정이 맞지 않는 피아노로 이런 명작을 탄생시켰다. 피아노는 소리가 충분히 울리지 않는 고음역대와 저음역대 탓에 중음역대를 중심으로 연주했으며, 작은 피아노의 음량이 부족한 탓에 타건을 있는 힘껏 쳤다. 당시 동행했던 동료는 오히려 열악한 여건이였기에 이런 훌륭한 연주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오로지 중음역대와 베이스 리프를 위한 저음역대를 통해 연주하면서 오히려 귀가 즐거워지는 멜로디가 탄생했고, 있는 힘껏 친 타건은 50년이 지난 현재 지구 반대편의 고등학생의 마음을 울린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이 앨범은 그 존재 자체로 나에게 위안을 준다. 연주를 듣다보면, 키스 자렛의 탄성, 일명 허밍이 들리곤 하는데, 연주자의 실책이라고 느낄 수 있는 이 조차도 나에겐 위로가 되었다. 나는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위축되거나 상처 입을 때 항상 이 앨범을 듣곤한다. 이 앨범 속에선 다른 노래에선 찾을 수 없는, 마치 <바다와 나비> 속 나비 같은, 한 인간의 기백이 나를 마중 나온다.




1빠 축하드립니다
시간을 더 들였으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아쉽게도 다음주가 시험이라서 시간이 여의치 못합니다 어제 교통사고 당해서 오른발이 괴사해서 한달 정도 못 걸어다니는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또 힘을 얻으려고 이 앨범을 듣고 있었는데 마침 리뷰이벤트 있길래 적어봅니다
화이팅 하십시오!!!
시 구절 앨범이랑 잘 어울리네요. 정말 멋진 앨범!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전 앨범에 아티스트의 의도치 않은 목소리가 나오는게 좋더라고요. 약간 앨범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
이건 탄성이랑은 정 반대의 사례긴한데 뉴트럴 밀크 호텔 2집에서 Oh Comley 원테이크로 녹음하고 곡 마지막에 holy shit이라고 외치는것도 비슷한 이유로 좋아합니다 ㅋㅋ
속도가 장땡인 입시 속에서 사색가로서 느끼시는 고통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작성자님의 사색을 게으름이라고 평할 수도 있을테고, 모종의 이유로 불확실함만 커져갈 수도 있을테죠. 하지만 인생이 그리 가혹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의 불확실함도 언젠가는 무뎌지고 다만 사색으로 파낸 깊이가 나를 편안히 눕혀주는 시기가 분명히 찾아오실 거예요.
저보다 똑똑하신 분께 주제넘는 조언을 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왜인지 작성자님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는 마음이 앞서서 몇자 적어봅니다 ㅎㅎ
조언에 주제넘음이 어딨습니까. 따뜻한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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