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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 Wah Wah, 놀이도감 - [UBUBU]

title: Takeoff그린그린그림2025.09.24 12:35조회 수 140댓글 0

https://youtu.be/Hhk9d6Umu44?feature=shared

 

[앨범 소개]

주변에 평소 영감을 많이 주는 예술가가 있다. 어느 날 그 예술가가 대화 중 의아한 말을 했다.
음악은 예술이 아니라고.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범주 안에서 너무도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음악이 예술이 아니라니,
처음엔 의아했지만 이후 음악을 둘러싼 여러 상황과 사건을 목격하면서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한편, 직업상 음악을 들으면서 완성도란 무엇인가에 관해서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위의 얕은 깨달음을 통해 청취하는 행위의 관점과
해석이 달라졌는데 그중 가장 큰 변화라면 어떤 음악에서는 ‘예술적 완성도’를 찾기보다 ‘음악적 완성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유행하던 ‘싱어송라이터’의 형식이 저물고 밴드의 시대가 다가왔다. 처음부터 밴드라는 포맷으로 결성되었든 가수에 세션이 붙으면서
녹음과 공연에서만 연주 지원을 하든, 하여간 요즘 들어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을 기본 구성으로 작곡, 편곡, 연주하고
녹음과 공연을 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본래 여러 명이 모여서 합주하다 보면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밖에 없고
이런 관계로 인해 자연스럽게 ‘신’이라는 게 형성된다.
DTSQ로 활동하던 김수현이 COVID19 시기 혼자 음악을 만들고 거기에 Wah Wah Wah라는 이름을 붙였다가,
녹음을 위해서 데드버튼즈의 드러머로 잠깐 활동했던 서원석을 만나고 당시에도 실리카겔이라는 밴드 멤버로 활동하던 최웅희를 만나고
바이바이배드맨과 TRPP의 멤버였던 길라를 만나고 거기에 DTSQ의 비주얼을 담당했던 오햄킹까지 함께하며
녹음에서 공연으로 이어지는 밴드로 구성되었다가, 이후 길라가 빠지고 이전 DTSQ 멤버이자 김수현과 오랜 지인인 이준섭이 베이스로 합류하여
지금의 Wah Wah Wah가 최종 결성되었다는 이야기 자체도 신을 아는 사람이라면 흥미진진한데,
여기에다 실리카겔의 다른 멤버인 김춘추와 함께 어울리다 지칠 줄 모르는 음악 얘기 끝에 자연스럽게 음악을 같이 만들어보자는 말이 나왔고
그 김에 여러 곡을 묶어 발매해 보는 게 어떠냐는 데 모두 동의하여 오늘의 이 EP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처럼 훈훈한 마무리가 바로
인디 신인 것이다.

이 배경을 알고 [UBUBU]를 들으면 음악이 한층 재밌다.
놀이도감과 와와와의 창작실력과 연주실력은 이미 동네에서는 다 아는 사실이라 크게 강조할 건 없고,
음악을 만든 과정과 트랙 속에서 각자의 목소리처럼 개성이 담긴 음악 요소들이 친구 간의 대화처럼 얼마나 즐거운 조화를 이루는지에
오히려 귀를 기울이게 된다. 1번 트랙 Unknown Fest은 생각보다 단순한 멜로디와 리듬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 위에 펼쳐진 진행과 변화가 매우 흥미롭다. 도입은 누가 그렇게 하자고 얘기했을까, 이어서 등장하는 보컬에 걸린 효과,
느닷없이 초반부터 기막히게 등장하는 변주는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3번 트랙 Uncertainty에서도 흥미진진한 짐작은 계속된다.
개러지와 사이키델릭 록의 색채와 팝과 재즈의 색채가 교차하며 각자가 가진 장점을 꺼낸다.
다만, 이러한 변화와 독주가 경쟁으로 들리지 않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거리듯 우애롭게 등장한다.
능청스러운 기타와 플루트의 도입에서 상상되는 건 상쾌하게 함께 길을 걷는 친구들의 모습이다.
사회자처럼 등장하는 기타 독주와 짧은 보컬, 중독적인 플루트 멜로디의 뒤를 졸졸 따라가다 보면 스틸리 댄(Steely Dan)이 연상되는
키보드가 슬금슬금 나타나 곧이어 뽐낼 기타와 플루트에 둘도 없는 배경이 되어준다.
누가 주인공이냐를 따질 새 없이 길을 함께 걷는 친구들 간의 즐거운 놀이처럼 9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요즘 음악은 2분 언저리라던데, 9분이지만 심리적 2분처럼 느껴지는 트랙이다. 놀이의 정점은 5번 트랙 Unseen Fist로 찍는다.
귀에 꽂히는 멜로디! 질주하는 드럼과 기타! 밴드라는 형식에서 가장 즐겁게 만들어 연주할 수 있는 노래임이 분명하다.
여기에 이걸 넣고, 저기에 저걸 넣고, 구성이 어쩌고저쩌고를 떠나서 가장 직관적이고 신나는 시간으로
놀이도감과 Wah Wah Wah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1번, 3번, 5번이 주요 트랙으로 들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2번과 4번이 깍두기인 건 아니다.
누가 구상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예상되는 이 두 곡이야말로 이번 EP의 일등공신이다. 서로 음악 얘기를 나누다가 쓰지 않는 데모를 모았고
앨범을 구상하기 위해 각자의 데모에서 골랐던 곡이 바로 2번 Broke와 4번 Bucket Brigade라는 뒷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청취자들에게 이 EP는 퍼즐 같은 재미를 준다. 각 뮤지션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울렸고 어떤 부분에서 타협했으며
어떤 부분에서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는지 끝없이 궁금하게 만든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너무도 자명하고,
함께 참여한 뮤지션들은 다 알고 있다. 청취자들은 이미 나와 있는 답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 여정조차 더 없이 친근하고 친밀하다.

이 음반을 듣고 난 뒤 ‘예술이 아닌 음악’과 ‘음악적 완성도’에 관한 고민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음악은 굳이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목적으로 두지 않아도 가치를 가진다. 음악의 목적은 외로움의 해소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도 음악을 듣는 사람도, 음악이 있으면 덜 외로워진다. 따라서 음악적 완성도를 따질 때에도,
악곡에서 음악을 만든 사람과 음악을 들을 사람이 고려된 관계와 소통이 탁월하게 구현되었을 때
비로소 좋은 음악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UBUBU]는 근래 들었던 협업 곡 중 가장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를 가졌다고 확언한다.

이수정 (축제 기획자)




[Credits]

-Produced by Wah Wah Wah, Noridogam
-Recorded by Chunchu Kim at ormdstudio
-Recording assisted by Chanyul Seo
-Additional overdubs by Suhyun Kim at his home studio (track 3)
-Mixed by Suhyun Kim (tracks 2, 3, 5), Chunchu Kim (tracks 1, 4)
-Mastered by Joseph Carra at Crystal Mastering
-Artwork by Hyemi Oh
-Filmed & photographed by Joonseop Lee

- Chunchu Kim
Music and lyrics (tracks 1, 4), vocals (tracks 1, 3, 4), electric guitar (tracks 1, 4, 5), synthesizers (tracks 1, 3, 4, 5), rhythm machine (track 4)

- Suhyun Kim
Music and lyrics (tracks 2, 3), vocals (tracks 1, 2, 3, 5), electric guitar (tracks 1, 2, 3, 5), flute (track 3)

- Woonghee Choi
Music and lyrics (track 5), vocals (tracks 3, 5), electric guitar (tracks 1, 2, 3, 5)

- Joonseop Lee
electric bass (1, 2, 3, 5), synthesizer (track 3)

- Wonseok Suh
Lyrics (track 5), drum kit (tracks 1, 2, 3, 5), vocal (track 3)

- Hyemi Oh
Vocal (track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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