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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 Adult Romantix 리뷰

title: DMX공ZA20시간 전조회 수 62댓글 0

Adult Romantix | Winter

 

도시의 빛을 기억하는 방식, 그것은 사랑과 얼마큼 닮아 있을까?. 어느 골목, 어느 계절, 낯선 파티의 공기마저 하나의 연애처럼 남는다. Winter의 <Adult Romantix>는 바로 그 기억을 붙잡으며 시작된다. 이별은 구호가 아니라 촉각으로 다가온다. 오래된 기타 줄의 울림, 창문을 열지 않아도 방 안에 쌓여 있던 여름밤의 먼지, 스물두 살 무렵의 사운드트랙이 뒤섞이며, 도시와 사랑은 같은 얼굴을 갖는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 얼굴에 건네는 작별 인사다.

"Just Like A Flower"는 Liz Phair의 "Fuck and Run"을 흘려듣던 열두 살의 기억을 불러낸다. 한 장면, 한 가사, 한 시간대가 현재와 겹쳐지며, 청춘의 필름이 거칠게 돌려진다. "Hide-A-Lullaby"는 자장가의 부드러움 속에 가시처럼 서늘한 노이즈를 심어두고, "Misery"는 무겁게 늘어진 기타 톤으로 방 안의 공기를 가라앉힌다. 도시를 떠나야 한다는 자각과 여전히 그곳에 머무르고 싶다는 욕망이, 두 개의 다른 리듬처럼 겹쳐진다.

앨범의 심부로 들어설수록 낭만의 껍질은 벗겨지고, 질문만 남는다. "Existentialism"의 기타는 둥글게 맴돌다가 불시에 끊기고, "Sometimes I Think About Death"는 밝은 후렴에 죽음이라는 단어를 얹는다. 웃음과 불안이 같은 마이크를 공유한다. Winter는 여행자가 아니라 기록자에 가깝다. 임시 거주지의 벽, 서브렛으로 빌린 방, 투어 중의 공백이 모두 가사와 코드에 새겨진다. 이동은 불안의 반대편이 아니라, 낭만을 완성시키는 또 다른 경로다.

기억의 무게가 깊어지는 순간, 사랑과 도시의 경계는 흐려진다. "Like Lovers Do"는 연애의 대사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서 울리는 건 로스앤젤레스의 잔향이다. "The Beach"는 탁 트여 있으면서도 끝내 닫힌 공간 같다. 'Love’s never gonna die'라는 구절은 해변의 파도보다 오래 반복되지만, 메아리 속에서는 집착처럼 굳는다. 반면 "Without You"와 "Candy #9"에서 흘러나오는 포르투갈어는 또 다른 문을 연다. 브라질의 기억, 뿌리의 언어. 작별은 단절이 아닌 귀환이라는 사실이 이 순간 드러난다.

마지막 장면으로 향하는 길에서 앨범은 속도를 높인다. "Running"은 드럼의 단조로운 박자를 찢어발기며, 기타는 불안정하게 전진한다. 도망, 해방, 탈출. 모든 단어가 겹치는 순간, <Adult Romantix>는 회고록의 장르를 벗고 현재진행형의 몸짓이 된다. 그러나 "Hollow"는 다시 공허로 접어든다. 잔향만 가득한 공간, 말라버린 여백, 멀어져가는 보컬. 도시와 사랑과 기억이 모두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부재를 증명하는 소리뿐이다.

Winter의 세 번째 정규작은 로스앤젤레스와의 작별을 빌미 삼아, 기억과 낭만, 정체성과 이동을 동시에 조율한다. 드림 팝과 슈게이즈의 언어는 이미 완숙하지만, 그 위에 얹힌 건 균형이 아니라 균열, 낭만의 잔해와 불안의 그림자다. <Adult Romantix>는 화려한 포스터처럼 눈을 끌다가, 마지막에는 빈 벽처럼 남는다. 그 벽을 마주할 때, 우리는 도시와 사랑의 얼굴이 얼마나 닮아 있었는지를 다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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