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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DeMarco - Guitar 피치포크 리뷰 해석

title: DMX공ZA14시간 전조회 수 159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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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네 타이밍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네 도시가 조금만 더 멋졌다면, 방탕한 밤이 조금만 더 미쳐 있었다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흐릿한 눈으로 털어놓은 고백이 조금만 더 솔직했다면, 어쩌면 너도 Mac DeMarco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12년 전, 캐나다의 광활한 서부 평야를 떠나 몬트리올과 뉴욕을 거쳐 정착한 DeMarco는 순식간에 밀레니얼 세대의 대변자이자, 끝없는 숙취 속에서 세대적 실망을 중계하는 목소리로 충격적이면서도 오래도록 유명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만약 삐뚤빼뚤한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늘 넓은 챙 모자를 눌러쓴 이 허술한 인간형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의문은 남는다. 대체 왜? DeMarco의 노래는 마치 Kermit the Frog가 Miss Piggy를 구애하는 듯¹ 했고, 혹은 집 파티 구석에서 슬픈 노래를 기침 섞인 목소리로 흘리던 마른 소년 같았다. 기타 연주는 분명 독특했지만 좁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있었고, 마치 어린 시절 <Ultimate Guitar>에서 몇십 개의 탭을 익히고는 “이 정도면 락 앤 롤이잖아” 하고 멈춘 듯했다. 그는 분명 탁월한 명료함으로 몰락과 부상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지만, 그것만으로 대중적 성공을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어느 씬에서든 하나쯤은 있을 법한 인물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 그는 ‘Mac DeMarco’가 된 걸까?

그 답은 이번 여섯 번째 앨범이자, 2019년의 상처 입은 서정 <Here Comes the Cowboy> 이후 처음 선보이는 보컬 중심의 작업, <Guitar>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6년 동안 DeMarco에게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멀어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그의 고양이 Pickles도 함께),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바닷가 마을로 옮겨 갔다. 2020년엔 술을, 2년 뒤엔 담배를 끊었다. 한때 그의 브루클린 아파트는 담배 연기에 찌들어 기자조차 눈이 경련을 일으켰던 곳이었는데 말이다. 그는 30살을 지나, <Guitar> 발매 직전 35살이 되었다. 살아남았고, 결국 자라났다.

이번 12곡은, 무너진 풍경을 되돌아보고 다시 앞을 향해 걷는 사람의 기록이다. 지난해 말,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2주 만에 직접 연주하고 녹음한 앨범은 이전의 신스와 장치들을 모두 덜어내고, 일렉트릭과 어쿠스틱 기타, 간단한 베이스와 드럼 위에 가장 인간적이고 지친 듯하면서도 희망적인 그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DeMarco의 음악은 늘 ‘누구라도 될 수 있었던’ 보통 청춘의 도피처였다면, <Guitar>는 마침내 그가 자기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순간이다. 가장 직접적이고 자신감 있는 표현. 조금 슬퍼도 괜찮고, 이제는 극복할 수 있다는 안도.

가장 압도적인 순간은 네 번째 곡 “Nightmare”에서 45초쯤에 찾아온다. 박자를 비껴 시작된 보컬은, 마치 오랫동안 누구에게 털어놓을 말을 찾다가 결국 마이크 앞에 선 것처럼 들린다. 그는 기적처럼 여전히 곁에 있는 연인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소매를 걷어, 애송이야. 담배 한 갑을 다 피워. 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 허술한 가성으로 건네는 이 몇 줄에, 늘 망가진 자신을 추스르고 사랑을 간신히 지켜내려는 싸움이 담겨 있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알려진 그의 파트너 Kiera McNally의 인내는 성자에 가깝다². 험난한 시절을 지나 지금은 섬에서 올리브 나무를 가꾸는 일상까지, 그 옆에 늘 함께였다. DeMarco는 그런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다시 소매를 걷는다.

“Nightmare”는 앨범 전체를 응축한다. 과거의 상처를 직시하는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려는 집념. “Knockin’”에서는 이미 극복했다고 믿었던 후회가 불청객처럼 다시 찾아오고, “Home”에서는 George Harrison이 모르핀에 취한 듯한 목소리로 고향과 떠나온 이들을 유령처럼 떠올린다. 매 구절이 거대한 과속방지턱 같지만, 그는 이를 넘어서려 애쓴다.

그리고 바로 그 미래를 향한 노래들이 <Guitar>를 진정으로 사랑스럽게 만든다. “Sweeter”는 반복되는 실수와 이별로 얼룩진 참회의 노래지만, '이번엔 달라질 거야, 나는 더 다정해질 수 있어'라는 고백은 너무도 솔직해서, 마치 고향 팀을 응원하듯 그를 믿고 싶게 만든다. “Punishment”는 자기 안의 중심을 찾기 위한 세속적인 기도이며, “Holy”는 과거의 저주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노골적인 간청이다. 끊어지려는 올가미를 그는 분명히 느끼고 있다.

DeMarco의 첫 앨범이 나왔을 때 나는 약혼을 했고, 두 번째 앨범은 결혼 직전 발표되었다(저 아닙니다). 그의 음악이 매일 밤의 과잉을 고백할 때, 나 또한 유전처럼 이어진 방탕함을 내려놓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늘 금이 간 백미러 같았다. 하지만 <Guitar> 속 DeMarco는 이제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된 듯하다. 중독의 그림자를 짊어진 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무게. 동시에 이 노래들은 그가 처음으로 정직하게, 그리고 조금은 낙관적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 모든 도망치던 날들, 헛된 숨결이었네.' 그는 35년 묵힌 한숨을 내뱉듯 그렇게 노래한다. 어쩌면, 고군분투 끝에도, 우리 역시 이 새로운 Mac DeMarco의 모습에서 조금쯤 닮아 있을 수 있다.

1. “Kermit the Frog wooing Miss Piggy”는 미국 TV 쇼 The Muppet Show의 캐릭터를 비유로 든 표현. Kermit the Frog는 얇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개구리 인형으로, 노래할 때 세련되기보다는 어딘가 어설프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Miss Piggy는 늘 Kermit을 적극적으로 쫓는 캐릭터. 따라서 이 문장은 Mac DeMarco의 보컬이 화려하거나 힘 있는 창법이 아니라, 우스꽝스럽지만 정감 있고, 어색하지만 진심 어린 매력을 지녔음을 풍자적으로 설명한다.

2. Kiera McNally는 2010년대 초부터 Mac DeMarco와 함께한 파트너로, 몬트리올·뉴욕·LA·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까지 생활을 같이 옮겨 다녔다. DeMarco는 여러 인터뷰에서 술·담배·파티에 찌든 자신의 생활을 오랫동안 견뎌준 연인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솔직히 밝혀왔다. 리뷰에서 ‘성자 같은 인내’라고 쓴 건, 바로 그 맥락을 과장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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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title: DMX공ZA글쓴이
    14시간 전

    "DeMarco의 음악은 늘 ‘누구라도 될 수 있었던’ 보통 청춘의 도피처였다면, Guitar는 마침내 그가 자기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순간이다."

     

    여러분들은 Mac DeMarco의 신보 어떻게 들으셨나요?

  • 13시간 전

    맥도날드 신보가 나왔었군요

  • title: DMX공ZA글쓴이
    12시간 전
    @따흙

    최애는 더블불고기버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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