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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아드아스트라2025.08.22 00:00조회 수 404추천수 7댓글 3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세요.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노년은 날이 저물수록 불타고 포효해야하기 때문에,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

- 딜런 토마스

 “잠은 밤을 가능성으로 변모시킨다. 깨어 있음은 밤이 오면서 잠이 된다. 잠을 자지 않는 자는 깨어 있을 수 없다. 깨어 있음은 항상 깨어 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에서 성립한다. 왜냐하면 깨어 있음은 ‘깨어남’을 그 본질로 하기 때문이다.”() 항상 깨어 있는 사람은 ‘깨어남’이라는 사태를 체험할 수 없다는 것. 잠을 잘 수 있고 또 자는 사람만이 깨어남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이런 역설이 성립한다. 항상 깨어 있으면 진정으로 깨어날 수 없다.

- 모리스 블랑쇼- 

딜런 토마스는 순순히 잠에 패배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모리스 블랑쇼는 반대로 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어느 자리에 있어야할까.

잠이란 무엇일까. 모르페우스라는 신에서 이름을 따온 모피어스라는 캐릭터가 정작 네오를 현실로 이끄는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잠이 네오를 진짜 삶으로의 문을 열어주는가.

카프카의 문학만큼 수많은 해석을 만들어내는 작가도 없다. 누군가는 아버지의 권위를, 전체주의를, 관료주의를 읽어낸다. 그들 사이의 공통분모를 적출하자면 시스템과 개인이다. 시스템은 개인을 비인간화시키며 개인은 그 시스템의 구조조차 파악하지 못하며 몰락한다. 그렇기에 그가 현대사회의 예언자라고 불리는 것이리라.

 왜 하필 카프카가 그것을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 가장 재밌는 해석은 루터의 고발이 독일에서 가능했던 이유와 연관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 독일이 가장 덜 불패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카프카가 시스템의 폭력을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시스템이 개인을 완벽히 결박하기 전의 사람이었다는 것에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난제는 이것이다. 카프카는 깨어있었던 사람인가. 당연히 맞다. 하지만 블랑쇼의 말대로 자다가 깨어난 사람이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결국 우리는 깨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깨어남은 잠을 전제로 한다. 카프카와 루터의 통찰은 결국 그들 사회가 폭력에 노출되어 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깨어나기 위해 잠들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깨어나기 위한 잠이란 무엇일까.

브레히트는 연극에 대한 오랜 진리에 정면으로 저항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에 그는 낯설게 하기와 소격 효과로 논박한다. 그는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되 깨트려야한다고 관객이 생각과 비판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예술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자벨 위페르는 연기에 대해 일종의 자각몽이라고 말한 적있다. 예술이 그렇다. 우리는 예술을 허구임을 알면서 대한다. 미하엘 하네케의 말대로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거짓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마담 보바리에 대한 비판들에 대항한 플로베르의 편지 속 한 구절을 떠올릴 수 있다. 사물에 대한 진실에 도달하기를 그는 추구한다고 했다.

예술은 그렇다. 사물의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허구이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영화와 연극, 허구와 실재, 세계와 영화 사이를 유영한다. 이 작품에서 반복되는 대사는 이것이다.

'잠들지 않으면 깨어날 수 없다'

브레히트와 맞닿아 있으며 이 전언은 깨어남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보면 결국 잠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결국 잘 자야한다.

삶의 풍파와 고독 속에도 내일의 불안 사이에도 잘 자야한다. 그래야 깨어날 수 있다. 그러니 잘 자고 잘 깨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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