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hXehXDVcuDY
YB (윤도현 밴드) - 흑석동 (Heukseok-dong) 〈산울림 50주년 기념 프로젝트〉 MV 록 밴드 YB가 다시 부르는 김창훈의 ‘흑석동’
-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 일환… 뜨거운 감성 메탈로 이열치열
-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의 4인 4색 전력질주… ‘블랙스톤’의 부활
누구에게나 마음속 동네가 있기 마련이다. 집과 길과 사람들로 구성된 그 동네는 종종 노래가 돼 흐르기도 한다. 흐물흐물한 형이상학적 감성의 예술이 돼 여러 가슴으로 물결쳐 가 닿는다. 김현철이 한 소녀를 처음 만난 ‘동네’는 압구정이었다. 두레박 가득한 물 위로 파란하늘이 뜨던 ‘노란 대문’의 집은 조동익이 살던 정릉 어딘가에 있다. 그곳이 행신동이든, 은행동이든, 남포동이든 상관없다. 비록 세월의 유수에 떠내려가 영영 사라진 동네라 할지라도 거긴 아직 마음이 산다.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동은 산울림의 동네다. 3형제가 말 그대로 동고동락하며, 싸구려 기타와 냄비를 두들기며 음악의 샘물을 긷던 곳이다. 김창훈은 2016년 귀국해 컴백 앨범을 준비하면서 이 동네를 먼저 떠올렸다. ‘웃으며 보냈네/그게 마지막인 줄/모르고’ 하는 노래, ‘흑석동’을 복귀작이자 자신의 정규 4집인 ‘호접몽’에서 싱글로 떼 먼저 공개했다. 사뿐한 리듬 위로 퍼즈 기타와 울렁거리는 오르간이 악곡을 주도하는 사이키델릭 록, 얼터너티브 록 성향의 ‘흑석동’. 이 곡은 김창훈의 음악적 건재는 물론이고 그의 뿌리와 세월의 무상함까지를 두루 보여주고 들려주었다. 김창훈은 이듬해 자신의 밴드 이름을 동네 이름 흑석에서 따와 ‘김창훈과 블랙스톤즈’로 지을 정도였다. 흑석동은 그에게 새삼 새로운 정서적 베이스캠프였던 것이다. 한국적 록의 계보를 잇는 YB가 다시 찾은 ‘흑석동’은 저 원곡의 드라마틱한 전개에 철갑을 덧씌운다. 인트로에서는, 단촐하나 단단한 베이스기타 독주 위로 윤도현의 보컬이 겹친다. 노을처럼 여울지듯 기타가 합류하고는, 1분 35초에서 1차 폭발이 일어난다. 드롭 A 튜닝 7현 기타의 육중한 초저음 리프(riff)가 지축을 강타하며 튀어 오른다. 기어 변속하듯 화성의 미감을 드리우는 기타 솔로는 이 검은 거석 같은 메탈 사운드에 채도를 더한다. 덤덤하다가 차갑게 달리던 악곡. 이내 온도를 상승시키고 끓는점까지 치닫는다. 청량감과 폭발력을 겸비한 윤도현 특유의 보컬이 한몫 단단히 한다. 치솟고 절규한다. ‘웃으며 보냈네’가 품었던 원곡의 애이불비를 이번엔 처절한 비창으로 만들어 높이 높이 띄워 올린다. 기타와 보컬만 개화하는 게 아니다. 독주로 포문을 열었던 베이스기타는 물론이고, 후반부로 갈수록 베이스, 스네어, 톰, 각종 심벌을 아이맥스처럼 더 폭넓게 활용하며 내닫는 드럼까지… 사라져간 동심, 식어간 청춘 따위가 끝내 끓어 넘친다. 배추며 고사리며 콩이며 채취돼 말라 뚝배기에 넣어진 모든 것은 이제 활화산의 힘에 못 이겨 되살아나는 것이다. 뜻밖에 다시 증식해 푸른 숲으로, 울창한 삼림으로 일어서고 빽빽해진다. 장장 6분 53초의 혈전… 이것은 록 밴드의 기본적 편제인 4인 YB의 총공격, 토털 사커로 뽑아낸 극장 골이나 다름없다. 그런지(grunge), 포스트그런지(post-grunge), 포스트메탈(post-metal), 젠트(djent) 같은 다양한 장르의 결이 파노라마로 스쳐가지만 결국 바다 건너의 사운드보다 짙은 녹음을 드리우는 것은 바로 동작구 흑석동에서 나고 자란 그 어떤 뜨거움들일 것이다. YB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아 지난 2월 새 EP ‘Odyssey’로 돌아왔다. 중량감과 금속성을 두 배, 세 배 증폭시킨 본격 메탈로 컴백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번 ‘흑석동’ 리메이크는 그런 그들에게 찰떡이다. 결국 이걸 하려고 갑옷을 입었나, 할 정도로. (YB ‘흑석동’ 리메이크는 산울림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산울림은 역사적인 5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밴드와 멤버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 50곡을 후배 뮤지션과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YB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총출동하는 산울림의 대장정은 이어진다.) 임희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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