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揺らぎ(Yuragi)-Nightlife E.P
4.5/5
섬세한 노이즈=섬세한 감정
이 앨범은 단순히 무지막지한 노이즈를 때려박지 않는다. 그렇다고 슈게이즈의 본질을 벗어난, 노이즈라 하기 민망한 단순 자극만이 들어있는 일반적인 앨범도 아니다. 단순히 노이즈의 존재만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앨범처럼 분명한 굉음이지만, 정말로 부드럽고 한 결 한 결이 생동감 넘치는 노이즈로, 이렇게 섬세한 몽환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며, 내가 아는 슈게이즈중 이정도로 노이즈 활용을 잘 한 슈게이즈는 손에 꼽는다. 이 앨범의 오프닝 트랙 soon을 들으면 알 수 있다. 보컬의 몽환적이지만 분명한 외침 후에 정말 귀를 준비할 새도 없이 갑작스럽게 때려박는 굉음은, 청자를 압도하지만, 동시에 한치의 불쾌함도 없이, 각자가 순수하고 몽환적이지만 동시에 격정적이고 직설적인, 마치 도입부의 보컬과 같은 굉음이다.
2번트랙 night is young은 쉴새없이 노이즈를 꽉 채우고 달리는 첫 트랙과 달리 상대적으로 비어있는 사운드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일반적인 팝의 구성을 취하는데, 그러면서도 앰비언스와 베이스를 통해 꾸준히 빌드업을 해오다가, 후렴구때의 아련하고 녹진하게 울리는 기타와 노이즈로 감정을 폭발시킨다. 이 앨범의 팝적인, 멜로디적인 완성도를 보여주는 트랙이다.
3번트랙 AO.는 이 앨범에서 가장 정신을 잃기 쉬운 트랙으로, 7분 31초에 달하는 길이동안 보컬은 간질거리고 정말 가냘프고, 아련한 목소리로 곡을 이끌어간다.(삘받아서 따라해보니까 기적소리밖에 안났다.) 반복되는 베이스와, 섬세하게 멜로디를 전개시키다가 노이즈로 바뀌길 반복하는 기타는 곡의 정신이 아득해지는 꽃향기 가득한 곳에서 정말 슬프게 웃는 듯한 어질어질한 분위기를 만든다. 보컬은 이러한 미친듯이 환락적이면서도 정말 불가항력적인 슬픔이 있는 분위기에 맞춰 감정을 폭발시킨다. 이러니 듣는 이 또한 앨범의 분위기에 휩쓸려 정신을 잃기 십상이다.
4번 트랙이자 마지막 트랙 sleeptight는 이 앨범에 집대성된 모든 감정을 폭발시킨 다음, 모든것이 이것의 폭풍에 휘말려 사라지며 지나간 자리, 공허하고 나뭇잎 몇장만 떨어진 축축한 맑은 거리의 호수의 수면 위에 미약한 파동만이 남았다가 사라져가는 모습이다. 정말 완벽한 서사를 지닌 트랙이고, 초반의 노이즈의 감성이나 전개도 좋지만, 너무 높고 날카로워 들을 때 약간의 아쉬움, 거부감도 아닌 아쉬음이 느껴진다. 어쨋든 이러한 사소한 아쉬움을 뒤로하면 이 앨범은 4곡짜리 E.P.임에도 4번트랙으로 완성되는 완벽한 서사와 감동이 있었으며, 현대 슈게이즈의 완성이라고 생각되었다.
tracklist
1 Soon
5/5
2 Night Is Young
5/5
3 AO.
4.5/5
4 Sleeptight
4.5/5
best-Soon
worst-Sleeptight
2. takahiro(FKS)-wastefulcore
1.5/5
닉값
솔직히 마땅한 아이덴티티 없이 샘플링을 걍 나열하다가 별 흥미도 없는 드랍좀 넣은 앨범에서 무슨 감흥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쓰잘데기 없는 노이즈는 왜 넣어놔서 귀를 테러하나 모르겠다. 이거 레이팅하려고 세 번 들었는데 고문당하는 것 같았다 진짜. 전개가 얼탱이도 없고 흥미도 없고 귀도 지치니 29분짜리 앨범인데도 잠이 솔솔 왔다.
tracklist
1 I Think About You All the Time
1/5
2 You Felt the Weight of the World Fall Off Your Shoulder
1.5/5
3 I Want You All to Melt Away
2.5/5
4 My Life Has Become a Boring Pop Song and Everyone's Singing Along
2/5
5 Am I More Than You Bargained for Yet?
0.5/5
6 I Feel Like I'm Midas, Everything I Touch Just Turn to Gold
2.5/5
7 I Get It, I Don't Understand My Fucking Brain
0.5/5
8 We're All Fucked in the Head, Alone and Depressed
2.5/5
9 You Betrayed Me, Thinking It Was Impossible, but I Didn't Give Up.
2/5
10 You Know That I Can't Do This on My Own
1.5/5
11 My Girlie Ran Away With My Pay
2.5/5
12 To the People Who Hurt Me, Thank You
2/5
best-My Girlie Ran Away With My Pay
worst-Am I More Than You Bargained for Yet?
3. Current Value-Platinum Scatter
3.5/5
인간 없이 돌아가는 황량한 공장
기계의 모터가 부드럽지만 삭막하게 돌아가는 소리같은 불안정한 신스와 온갖 질감의 퍼커션이라는 미니멀한 구성으로 만들어낸 풍경이다. 앨범 커버처럼 순백의 공간에 찍히는 반복되는 자극을 보여주는 1번 트랙 이후 나오는 2번트랙 WEIGHT는 베스트 트랙으로, 내가 위에서 말한 요소가 모두 들어있으면서 극한으로 완성된 트랙이다. 공장식으로 서서히 움직이는 카메라로, 웅장한 공장 내부부터 황폐한 노을진 바깥까지 나타낸 풍경을,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조금씩 바뀌는 퍼커션의 질감과 리듬으로 샅샅이 표현해내며 기승전결까지 완벽히 잡았다. 이렇듯 1-2번 트랙에서 나타내어진 황량함과 불안, 긴장이 있는 상황에서도 웅장함과 약간의 아련한 감정까지 있는 풍경은, 타이트하고 급박한 3번트랙에서 급변하고, 타이틀 트랙의 척박한 사운드스케이프, 그리고 ANCHOR의 불안하고 신경질적인 전기톱소리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이렇게 급격히 냉각된 분위기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이후의 두 트랙 이후로는 뉴로펑크끼가 낭낭하게 얹어져 공격성을 띈다. 이런 황량하고 기계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 때 어떠한 낭만에 매몰되지 않은 앨범이 나온 것은 매우 반가웠으나, 후반의 공격성보다는 극한의 차가움을 유지했으면 더 완벽했을거라 생각한다. ANCHOR이후의 지루한 구간도 은근 길었고 말이다.
tracklist
1 Focus Point
4.5/5
2 Weight
5/5
3 Greed
4/5
4 Reverendous
3/5
5 Platinum Scatter
4.5/5
6 Anchor
4/5
7 TNM
2.5/5
8 Miles to Go
3.5/5
9 Eternal Recurrence
3.5/5
10 Running State
3.0/5
11 Deep Mind
3.5/5
12 Transcript
3/5
13 Fallout
4/5
14 Procedure
4/5
best-Weight
worst-TNM
저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인지하기 위해 트랙레이팅도 같이 합니다. 3번째 앨범은 뉴로펑크랑 미니멀 디엔비를 접해보지 못해서 과대평가한 걸 수도 있지만 좋았습니다.
확실히 님은 레이팅을 신중히 하는 거 같아서 좋아요
열심히 염탐 중임니다 😛
+ 유라기는 커리어 내내 저 이피를 못 넘는 게 아쉬우면서도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들게 해요. 다시 저런 찐득한 슈게이즈 해줬으묜
감사합니다 항상 들어본 앨범도 몇 번 더 들어보고 레이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러다가 평생 앨범 몇 개 못들어볼까봐 고민임...
+유라기는 진짜 공감합니다 새로운 시도...하는 건 좋은데 nightlife스타일로 극한으로 뽑아낸 정규앨범 하나라도 있었으면 합니다 진짜 미칠 걱 같아요
Wastefulcore가 닉값이라니 ㅠㅠ
별개로 유라기 리뷰 좋네요.. 저도 가장 좋아하는 슈게이즈 ep를 꼽으라면 Lsd and the Search for God 셀프 타이틀이랑 저 앨범인데, 그 이유가 짧은 ep임에도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녹여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깔끔한 앨범
유라기넘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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