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팠어요 원래 자주 아프긴 하지만 오늘은 유독 더 아팠어요 끔찍한 악몽을 꾼 날이라 그런지 이 곳 저 곳 아프더라구요 특히 배가 아팠습니다 움직이기 힘들어서 계속 잠만 잤어요 그러다가 마음이 너무 불안해졌어요 공부도 해야하고 내일 다른 학교 가서 과제 발표도 해야해서요 마음이 불안해지니까 몸이 더 아파요 배가 아프다가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답답해졌어요 그래서 집 밖을 나와 거의 매일 찾는 옥상을 갔어요 참 애매한 높이인 4층이에요 4층 옥상에 올라가면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아요 그리 높지 않아서 위험하지도 않고 또 완전 낮은 건 또 아니라 나름 해방감을 느낄 수 있어요 원래는 옥상에서 음악을 들어요 파란노을이나 율을 듣곤 하는데 바닥에 누워서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들으면 너무 좋아요 근데 오늘은 그러지 못했어요 에어팟을 너무 오래 끼고 있었어서 잠시 쉬어가야했어요 그래서 옥상에 누운 채 하늘만 바라봤는데 되게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주위의 소리들이 정말 하나의 음악처럼 들렸어요 일단 제일 핵심적인 소리는 자동차 소리 였어요 자동차 배기음이 강하게 들리기도 했고 자동차가 저 멀리서 빠른 속도로 달려와 멀어지는 것을 들었어요 배기음 소리는 꽤나 매력적이였고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는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하면서 되게 재밌는 인상을 줬어요. 도로 주변에 있는 건물이라 이런 자동차 소리가 가장 많이 들렸어요 이 소리는 되게 불규칙적으로 들려와요 어쩔땐 한 줄기의 음만이 어쩔땐 5~6개의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가 들려오거든요 또 자동차마다 다른 소리를 내주어서 이게 뭐랄까 즉흥연주를 듣는 것 같았어요 처음엔 자동차 소리에만 집중했지만 이후엔 이런 자동차 소리를 배경으로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왔어요. 새가 우는 소리,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1층에 있는 동물병원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가는 소리, 할머니들의 수다 소리, 바람 소리등등이요 이런 소리들도 아주 즉흥적이고 불규칙하게 들려와요 하지만 이런 소리들이 한 층 한 층 쌓여가다 보니 너무나 아름답더라구요 제 손에 기타 한 대가 있었음 했어요 물론 전 기타를 전혀 칠 줄 모르지만 별거 없는 음이라도 몇 개 흘려 보내고 싶어졌어요 제 주변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연주에 저도 끼고 싶었어요 근데 전 그러지 못했고 누워서 그냥 계속 듣기만 했죠 무슨 말이라도 할 걸 그랬어요 아니 소리라도 지를 걸 그랬어요 전 아름다운 즉흥 연주에 끼어들지 못했네요 세상살이라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가장 아름다운 연주에 저만 또 끼지 못했네요 전 언제나 도망치는 것 같아요 전 4층 높이의 옥상에 올라와 있어요 하늘은 맑고 여긴 저에게 약간의 해방감을 주죠 1층과 2층은 어머니가 하시는 병원이고 3층은 저희 집, 4층은 지금 여기에요 참 애매한 높이인 4층이에요 4층 옥상에 올라가면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아요 떨어져도 죽지 않을, 난간에 걸쳐 앉아도 그리 위험하지 않은 그런 애매한 높이에요 이 곳에서 오늘 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전 에어팟을 끼고 파란노을의 아름다운 세상을 들으며 집으로 내려왔어요 아파요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네요 너무 불안해요 너무 불안한 마음에 전 제 방을 아주 어지럽혔죠 제 몸도요 터져버릴 것 같아요 아름다운 세상이 끝나고 변명이 지나가고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을 건너뛴 후 흰천장이 들려올 때 쯔음 전 조금 진정했어요 이젠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때에요 전 책을 피고 자리에 앉아 브라이언 이노의 앰비언트 뮤직 1을 들었어요 이 앨범은 아주 잔잔하고 편안해서 절 다른 세상으로 보내주어요 여기엔 자동차의, 새의, 사람들의 즉흥 연주따윈 없어요 그래서 이 불안한 마음을 줄일 수 있어요 아 아. . . 언젠간 더 높은 옥상을 찾을 거에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옥상을 찾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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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프리재즈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병원 근처에 사시네요
동물병원이라 아쉽네요
귀여운 고양이 많이봐서 좋겠어요
앙칼져요
삶에는 정말 눈부신 빛도 있고 죽을정도로 괴로운 어둠도 있습니다
어둠이 가면 빛이 있는 법이지만 어떨때는 정말 끝없는 어둠만 보일때도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건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70억명의 사람이 있으면 70억개의 아름답게 빛나는 섬광이 있어요
당신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세요
기회가 되신다면 요나스 메카스의 나는 우연히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라는 영화를 한번 봐보세요, 4시간이나 되는 영화라 저도 아직 일부밖에 못봤지만 이 영화덕에 힘을 좀 얻었어요
몸관리 잘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화이팅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님도 힘내세요
오늘은 옥상이 참 감사하다
감사하긔
힘내세요 언제까지 이러진 않을 거니까
얼렁 자요
난 안잘거지마ㅏㄴ
힘내시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글 정말 좋네요 시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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