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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앞에서의 착각, 그리고 진심

title: SCARING THE HOES율무김치2025.05.31 22:46조회 수 239추천수 3댓글 3

https://blog.naver.com/jimmiracleige/223884425578

 

한번만 봐주세요.

 

 

최근 공개된 지드래곤의 신곡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극과 극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그의 음악적 감각을 치켜세우며 "역시 지드래곤"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형식만 실험적인 척할 뿐 감흥은 없다"는 냉소적인 평이 줄을 잇는다.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 장르 자체를 비하하거나 개인을 향한 공격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을 보면, 음악이 얼마나 민감하고도 주관적인 영역인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럴수록 궁금해진다. 음악을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때,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걸까? 음악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긴 할까? 나 역시 오랫동안 이런 물음 속에서 음악을 들어왔고, 어쩌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금도 음악을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 음악을 접했을 때, 나만의 기준은 단순했다. 귀에 잘 감기는 멜로디, 마음을 울리는 가사면 충분했다. 그 시절엔 음악이란, 좋고 싫음이 곧 명확한 평가 기준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면서 그 기준은 점차 무너졌다. 특히 힙합을 접하고 난 뒤부터였다. 대중적으로 힙합이 부상하던 시기,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진지하게 힙합을 들었을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방식의 감정 표현이 낯설고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힙합이 다른 장르보다 더 '고급'이라는 생각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힙합을 좋아하는 나 자신이 음악을 더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했고, 그런 우월감은 오히려 음악을 다양하게 받아들이는 내 시야를 좁혔다. 내 안의 기준은 어느새 '객관성'이라는 이름으로 변장한 편견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음악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잣대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를 가뒀던 건 음악이 아니라, 음악 위에 덧씌운 나의 기대와 판정이었다. 누군가에겐 명작이라 불리는 곡이 내겐 전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고,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한 노래가 내겐 오랫동안 남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음악 논쟁도 결국은 편견에서 비롯된다. 어떤 장르는 가볍다고 여겨지고, 어떤 음악은 '진지한 예술'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런 분류 자체가 얼마나 쉽게 사람을 나누고, 음악에 서열을 매기게 되는지 우리는 종종 잊는다. 취향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차이를 근거로 누군가의 취향을 깎아내리기 시작하는 순간, 음악은 더 이상 자유로운 감상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가 음악 속에서 '보편적인 가치'를 찾으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악은 이성과 논리로만 해석되는 대상이 아니다. 철학이 논리의 예술이라면, 음악은 감각의 언어다. 이해보다 공감이 먼저이며, 설명보다 느낌이 앞선다.

그래서 음악을 듣는 이유는 결국 아주 단순한 데서 출발한다. ‘아름다움’이다.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더 다양한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싶기에 사람들은 추천작이나 명반을 찾아 듣고, 새로운 소리를 탐험한다. 하지만 그 끝에는 늘 같은 결론이 있다. 내가 느낀 감정이 전부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다면, ‘이게 왜 명곡인지’가 아니라 ‘왜 이 음악이 내 마음을 움직였는지’에 대해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남을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그런 진심이 음악을 통해 연결되는 가장 좋은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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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5.31 22:47

    글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 5.31 23:00

    https://hiphople.com/musicboard/31750026

    저도 이런 글 쓴 적 있었는데 지금 제 생각으론

    그런 제한된 사유가 오직 단점만 갖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이나, 과학 같은 분야들이 자신들의 기존 사유를 조합해 새로운 사유를 이끌어내듯이

    음악에서도 똑같이 제한된 사유로 더 깊은 음악 감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사유가 편향적인 사유인 건 사실이지만, 자신의 사유를 깊이있게 만드는 행위는 위대하기도 하죠

  • 6.1 00:10

    오 저도 요즘 이런 주제로 정말 많이 고민 중이에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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