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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öln Concert] 감상

FluxㅣLight8시간 전조회 수 201추천수 5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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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Jarret - The Köln Concert (4.5 / 5)

우연에 살아가는 인생의 괴이한 수평선


   우리는 한발짝 걷는다. 이때까지 겪어왔던 길들이 나로 전도된다. 어디론가 특정되고, 못만날 평행으로 걷는다. 설령 이끌리는 입장이더라도, 발은 멈추지 않는다. 길은 펼쳐져있으며, 멈추었을 때 집어삼킬 땅이 울리고 있다. 이 세네줄이 반영된 우리들의 걸음의 무게는 적어도 이 데이터 정도의 무게가 아닌, 본 것들의 무게이다. 허나 우리는 순수히 걷는다. 그것이 수평선을 나아가는 것이다. 아무리 중간에 돌부리에 걸려 무릎이 까지더라도, 비틀거리며 일어설 것이며, 혹여나 발목이 꺾이더라도, 한 발로 힘들게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또 우리는 한발짝 걷는다. 누군가 흉하다며 찔러놓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것까지 안는다. 안다보면 결국 보이는 건 세계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세계를 볼 수 없어서, 땅은 언제나 울고 있다. 그것을 되도록 짓밟으며 빠지지 않게 조심을 하는 게 우리의 일상이다. 앞에 한명이 빠졌다. 노트를 남기고서 말이다. 그리고 그 빠진 곳을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캔버스 같다. 그것을 나로 들인다. 순수함이 더렵혀지는 순간. 어느새 달라지는 게 별로 없는 것 같고, 점점 묶이는 것만 같다. 허나 결국엔 그것도 길의 하나라서. 의지는 길길이 갈라서. 그럼에도 다음을 봐야지 하는 내 길 걸음에. 팔 것 없이 안았다. 수평선을 펼치는 이 걸음에 새로움을 말하고, 우리를 말한다. 그래서 길은 보이지 않아서 온몸에 잡힌다. 마침내 힘들었던 걸음마를 딛고 일어선 그 순간에, 캔버스를 찢는 함성 소리들이 가득 메운다. 너무나 인간적인. 그래서 인생적인. 비참한게 곧 있는 것이었다.

   ecm의 잡음 하나 없이 밟히는 순수의 피아노 소리는 본연의 걸어가는 셀프가 보인다. 그렇다고 신과 같이 보이지 않으며, 하이얀 흠 없는 조각상과 같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모순적이고, 더러운 것 같이 보이지만, 그렇기에 순수 인간적인 소리가 울리운다. 인간에게 있는 세상을 바꿔놓는 선택과 그 뿌리에 흐르는 의지가 계단과 같이 또각 또각 하더라도 그 위에 우리를 발라놓는다. 있는 인간은 나약하다. 그래서 의지적 피아노의 발걸음은 절뚝 거리며 눈물 내리기도, 계속될 것 같은 행복에 젖어있기도 한다. 이러한 굴곡의 시간을 넘는 피로함이 역력하여도, 그 세계의 선에 불안하게 떨며 의지를 따른다. 허나 사실, 이 따라가는 길은 인간적이지 않다. 괴이하게 깎인 절벽들의 연속이다. 이 정서적 도약은 피아노가 가진 계단의 세계가 펼쳐낸 결과물 이지만, 면면들을 이어붙인 모자이크화처럼 면면들이 우리를 감싸 교차되기에, 파편적이면서도 박수를 자아낼 수 있는 모두의 예술이 되는 것이다. 그의 피아노는 평지가 아니고, 그의 피아노는 산악지형도 아니다. 그저, 공존하는 대지이다. 무엇이든 안을 수 있는 한 순간이자 평생이다. 거기서 우리는 우리를 보게 된다.

   해당 콘서트를 할 당시, 상황은 완전히 엉망 그자체였다. 공연사측의 실수로 상태가 좋지 못한 리허설용 피아노로 쳐야만 했고, 키스 자렛 본인 또한 심각한 허리 통증과 피로에 젖어있었다. 허나 그런 상황에 오른 콘서트는 자렛 본인의 제일 명반이 되었고, 길이 길이 남아 5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틀어지고 있다. 이 콘서트 앨범엔 대체 무슨 비결이 있던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상황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고난을 제대로 맞이하고 있었기에, 삶을 제대로 그려낸 것 아닌가 싶다. 물론 그렇다고 아프기만 하면 예술이 완성된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 점을 찍는 데에는 키스 자렛이 쌓아온 실력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고, 내가 말한 고난은 그저 조금의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허나 확실한 것은 시기나, 실수나 그러한 것들이 운명의 장난 처럼 모였다는 것이다. 하필 키스 자렛의 전성기 시절에 공연 섭외가 들어왔고, 하필 실수로 제공된 리허설용 피아노 때문에 그 피아노에 맞게 즉각적으로 소리를 채워야 했고, 하필 심각한 허리 통증과 피로 때문에 그의 피아노에는 불안한 정서로 흘러 더 격동적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the koln concert의 전신이 되었다. 예술은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존재다. 계획대로 만들어져 역작이 될수도, 장난 끝에 역작이 될수도 있다. 이것의 원인은 절대로 밝힐 수 없겠지만, 결과는 틀림없다. the koln concert는 후자에 속했으며, 그렇게 가장 위대한 피아노 독주 명반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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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리뷰글 안쓰려고 했는데 누가 귀엽다고 하는 거 보고 이때까지 제 태도에 대해 현타가 와서 썼습니다

최근 제 글의 경향이 좀 해체주의적이라서 이 글도 좀 난해하게 나온 것 같긴 하지만(감상평이 아니라 감상이라 쓴 이유)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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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7시간 전

    의지적인 피아노, 정말 알맞은 표현이네요. 아픔보다는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앨범이라고 생각했는데 아픔에도 꽤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글을 읽은 것 같아 새롭네요. 잘 읽었습니다!

  • FluxㅣLight글쓴이
    6시간 전
    @끄응끄응끄응

    저도 이 앨범이 찍는 방점은 극복이라 생각하는 편입니다

    허나 그런 중요한 것보다는 앨범의 종합적인 느낌을 많이 표현하려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6시간 전

    잘 읽었습니다.

  • FluxㅣLight글쓴이
    6시간 전
    @민트초코냠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4시간 전

    키스 자렛 조디 그립이 좋아하길래 들어보려고 하고 있었는데

    이거 입문으로 괜찮나요

  • FluxㅣLight글쓴이
    4시간 전
    @프랭크자파

    예 괜찮습니다

    피아노 독주 앨범인지라 딱히 귀에 거슬릴 요소도 없고

    애초에 피아노 연주 체급이 엄청난지라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을 겁니다

  • 4시간 전
    @FluxㅣLight

    ㄱㅅㅎㄴ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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