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drum>
이 트랙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들만의 개성에서 시작된 어떤 류의 형상일까요, 아니면 영성적 재즈에 대한 형상일까요.
알기 어려울 정도로 매끈합니다. 이 두 개념이 결합된 구조가 경계를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피아노, 피아노는 귀로 떨어집니다.
그것은 동적인, 늘푸른 액체의 움직임입니다.
그런 관념이 떠오르는 유려한 소리로 직조되어있습니다.
새푸르고, 맑아 어떤 인격체를 정화시켜버리는 그런 소리입니다.
그것은 선율을 자유롭게 떨구고, 청자의 몸을 적십니다.
그 와중 드럼이 끼어듭니다.
그리고 역시, 한껏 자유롭죠.
두 악기는 서로를 방치하는겁니다.
자유도 높은 피아노 연주가 그 못지않은 드럼을 만나 서로를 자유속에서 방치하고, 그 속에서 질서를 창조합니다.
그렇게 질서는 세워지고,
자유라는 성질 내에 질서가 창조되는 역설이 탄생합니다.
이제 이것의 정체성을 알지 못하게 됩니다.
단지 이것이 혹자의 예술적 삶에 거대한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감상만 남은 채, 탄복하곤 합니다.
<House of sun>
힌두뮤직입니다. 분명 그 카테고리에서 직감했던 불쾌한 불협화의 기시감이 있습니다.
그 인간적 경험은 나에게 즐거움과 피로를 동시에 주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용기를 내봅니다. 더욱 집중해봅니다.
발견했습니다.
소리 전반의 전후가 까무라치게 다른 것입니다!
뒷편에서는 정말 몰래, 아주 몰래, 현란한 연주가 한창인 것입니다!
그 이면에 놀랍니다. 집중할수록, 더 넓게 들립니다.
재즈를 알면서도 록이 겹쳐들립니다.
드론 사운드가 힌두 뮤직을 만납니다.
이질적이고 고귀한 순간입니다.
아아, 영적인 기운을 받았습니다.
나는 그것을 수용하고, 트랜스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나도 내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왜 그런 순간이 나의 앞에 다가와 우뚝 섰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 이것이 끝장나는 경험이라는 것은 직감했던 것입니다!
<Seadrum / House of Sun>
이 43분의 요상한 두 차례의 배열 속에서, 어떤 빛을 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어떠한 종교적 실토가 아닙니다.
그저 인간이 육감으로 수용하고 마는, 어떤 경험에 대한 것입니다.
운명적이고도 필연적인 것입니다.
음악을 청취한다는 것은 늘상 경험이지요.
다만, 때론 경험 이상의 경험이 존재를 드러냅니다.
너무나 드러나,
이 만남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복잡하고도 우스운 질문을 내던지고 다시 일상속으로 숨습니다.
저는 이 원망스러운 경험을 준 음악에게, 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 감정은 정답과는 안친한 것입니다. 이 순간, 그것은 무용합니다.
다시, 최고의 순간을 준 어떤 개념에게는 감사와 동시에 원망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왜 다른 순간에는 이런 기회를 주지 않는건가요?"
아실텐가요.
광명 후에는 쓸쓸한 암흑이 도사릴테니까요.
이렇게 왜 음악을 듣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대답을 내놓아보고도 싶었습니다.
"이런 순간 때문에 음악을 들어요." 따위의 말은 시원찮은 찬미처럼 들립니다.
저는 그런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지 않더라도, 오지 않는 순간마저 찬란하다고 믿는 것입니다.
순간에 대한 사랑, 운명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리하여 기약없는 기다림에도, 이 행위에 사랑을 듬뿍 담습니다.
듬뿍 담아 진심으로 합니다. 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랬더니 <Seadrum / House of Sun>가 찾아온 것입니다!
찾아와 귀를 두드린 것입니다!
"짜잔, 너의 사랑에 대한 선물이야!"
아아, 내일도 음악을 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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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drum / House of Sun>을 듣고, 자유롭게 감상을 작성해봤습니다. 소고입니다.
본작의 장르적 혼합이나 음악적 전개도 좋았지만, 그것보다 어떤 영적인 느낌에 사로잡혔던게 인상에 강렬히 남더라고요.
저는 무교이지만 어떤 신성한 상태에 빠져들었는데요, 이런 느낌이 참 오랜만이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받은게 패로아 샌더스의 앨범에서였던 것 같아요.
이 느낌을 잊고싶지 않아 급하게 써내려갔습니다.
급한 마음에 아래에는 문학적 형식을 슬쩍 빌려 마음대로 휘갈기게 됐네요.
본문의 내용처럼, 이런 고귀한 순간들이 고파 음악을 듣는것은 아니지만,
저의 운명을 사랑하고 기다리면, 이런 순간들이 찾아와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들에 감사하며,
또 한 번 펜을 잡고 또 한 번 헤드셋을 끼게 되는게,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굳게 믿으며..
이 앨범 좋죠. 듣고 있다가 몇 번씩 넋잃게 되는 것만 빼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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