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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는 굉장히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아프리카라 하지만, 사하라 사막 위쪽 나라들은 지중해와 이슬람의 영향이 강하니 예외로 두고
사막 아래 있던 나라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국가와 왕조라는 정체성을 유지한 곳은 에티오피아일겁니다.
1400년 경 정도부터 유럽인들이 서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내려오면서 노예 무역과 식민지 개척을 하기 시작했는데, 에티오피아는 이미 1세기, 즉 100년 정도부터 제국을 이루었다는 것에서 이 깊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여하튼 에티오피아는 그 이후로도 로마와 비잔틴에서 전파되었던 동방 기독교, 그 후 홍해 무역을 통해 들어온 이슬람 문화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한, 굉장히 흥미로운 모자이크가 되었습니다. (덤으로 아프리카에서 식민 지배를 거의 안 받은 유일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허나 이것이 오히려 외부에 알려지는 데는 독이 되었죠.
식민 지배가 없으니, 식민 지배를 했던 유럽 나라를 통해 전파되는 - 통상 아프리카 문화가 전파되는 경로를 따르지도 못하고.
마찬가지로 식민 지배가 없으니 사람들은 고유 언어인 암하라어를 쓰고, 덕분에 영상이나 책을 통한 간접적인 전파 역시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나아가, 왕정에서 공산 군사 쿠데타와 독재로 이어진 현대사는 에티오피아를 굉장히 가난한 나라로 만들었고, 에티오피아의 문화적 모자이크 (고원 지역의 기독교인들, 해안가와 사막의 이슬람인들, 나라의 북서부부터 남서부까지 나일강 상류 부근에 존재하는 아직도 아프리카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부족들까지)는 민족 분쟁의 온상이 되었습니다.
(2)
https://youtu.be/5gijsy-47dA?si=J4znATCkErQU5JvD
여하튼 오늘은 그런 나라의 음악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듣는 에티오피아 재즈가 아닌, Azmari라는 에티오피아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편곡한 무대입니다.
Azmari는 전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등장하는 음유 시인를 에티오피아에서 부르는 명칭으로, 특히 에티오피아 북부 고원 지대 기독교 계통인 암하라인들의 음유 시인을 말합니다. (이러한 음유 시인으로는 튀르크어족에서는 Ashik, 페르시아어로는 dastan, 서아프리카에서는 griot, 켈트어족에서는 bard 등등이 있습니다.)
이 azmari 음악은 그동안 영어권이든 불어든 어디든 거의 접할 자료가 없었는데, 마침 보일러 룸에서 이렇게 보여주네요.
다들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덜 알려진, 소말리아 - 수단 - 이집트 - 사우디 등등 홍해 교역권의 음악을 소개하고 싶군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음악답게 일종의 싱커페이션과 리듬으로 주술적인 분위기가 있지만, 동시에 이슬람 특유의 <아라비안 나이트>를 연상시키는 감미로운 음색이 특징입니다. 굉장히 유혹적이고 좋은 음악들입니다.)
오.... 감사합니다
음악을 잘 알려면 역사공부부터 해야 되나 ㄷ
끄덕끄덕끄덕 (입니다)
오늘도 배우고갑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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