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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싫어하는 그 음악...이모에 대한 좁고 얕은 이야기

title: Tyler, The Creator (IGOR)Neti7시간 전조회 수 191추천수 4댓글 6

0. 들어가며

이모의 역사는 짧다. 비교적 신생 장르에 속하는 힙합의 역사가 50년을 넘는 반면 이모는 이제야 40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내에서도 장르는 정말 많이 변했다. 만약 My Chemical Romance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10년 전의 Indian Summer를 추천해 준다면 자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80년대의 이모코어 밴드부터 00년대의 이모 팝 펑크 밴드까지 모두 이모라고 불리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던 것이다. 본 글에서는 이모 밴드들의 유일한 전통인 이모 혐오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이모라는 용어가 언제, 어디서 처음 사용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도 여러 가지 설 중의 하나일 뿐이니 반쯤은 걸러들어도 좋다.

Ian MacKaye는 혁명가였다. 그는 점차 폭력적으로만 변해 가는 하드코어 펑크 씬을 혁신하기 위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1985년 워싱턴 D.C.에서 일어난 Revolution Summer 역시 그 중 하나였다. Rites of Spring, Embrace, Dag NastyRevolution Summer를 이끌었던 밴드들은 기존의 하드코어 펑크에서 볼 수 없었던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이야기들을 노래에 담아냈다. 그들을 가리켜서 이모셔널 하드코어, 줄여서 이모코어라고 불렸고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이모의 시작이다.

그러나 정작 이 밴드들은 이모코어라고 불리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는데, 이는 이모코어라는 말이 그들을 비하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단어였기 때문이다. Rites of Spring의 공연장에서는 밴드와 관객 모두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종종 눈물을 보이고는 했는데, 이는 당시 하드코어 펑크 씬에 만연했던 꼴마초들에게 조롱거리가 되고는 했다. 그들은 ‘계집애처럼 질질 짜기나 하는’ 밴드들을 놀리기 위해서 이모코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위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당시에 이모라는 단어가 그리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90년대의 대표적인 이모 밴드였던 Texas is the ReasonNorman Brannon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1987년에 나에게 스스로를 이모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장 꺼지라고 답했을 것이다...당시 이모는 faggot(동성애자 혐오 표현)과 거의 같은 말로 느껴졌다.”

최초의 이모 밴드라고 알려진 Rites of SpringGuy Picciotto 역시 이모로 불리는 것을 거부했다. “나는 한 번도 이모를 장르라고 생각한 적 없다. 내가 연주했던 모든 밴드들은 펑크 밴드였을 뿐이다....내가 그 단어를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Bad Brains 같은 이전의 펑크 밴드들은 전혀 이모셔널하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들은 무슨 감정 없는 로봇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Guy Picciotto의 지적은 타당하다. 단지 ‘이모셔널’함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비틀즈의 Let it Be 부터 라디오헤드의 Creep까지 세상 모든 음악이 이모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장르의 이름을 그렇게 짓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악의적으로, 왜곡된 의미로 사용하려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무엇보다 Revolution Summer를 이끌었던 밴드들은 하드코어 펑크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으려 했던, 동시에 누구보다도 하드코어 펑크를 사랑하고 거기에 자부심을 느끼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순도 높은 프라이드가 이모코어라는 근본도 없는 단어로 더럽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2. 90년대부터 00년대 중반까지

시카고 리더의 한 평론가는 90년대의 이모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글루미한 코드진행과 아르페지오 멜로디, 기타가 리드하고 보컬 트레이닝을 한 번도 받지 않았지만 뜨거운 심장이 있는 보컬” 그리고 2000년대의 이모는, 여러분이 모두 잘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스키니진을 입고, 짙은 눈화장을 하며 한때 사춘기 청소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모 팝 펑크 밴드들.

즉 이모라는 단어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모 밴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리고 기대하게 되는 전형적인 이미지기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밴드들은 이 틀 안에 자기들을 끼워 넣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았다. 이는 Vitreous HumorDanny Pound의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그 이모라는 것으로 묶이기 시작했었다. 나는 그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우리는 항상 연결고리 같은 걸 찾으려고 한다. 아무데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찾게 되고, 그건 정말 좋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함정처럼 될 수도 있다. 단체의 생각에 붙잡히는 거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맥락에서, 이모는 여전히 조롱의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었다. Death Cab for CutieBen Gibbard는 “나는 그렇게 불리는 밴드들과 엮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 중 대다수는 정말 끔찍했다. Weezer의 Pinkerton을 듣고 따라하기 바쁜 저질 팝 펑크 밴드들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많은 이모 밴드들은 이모를 앞으로 넘어서야 할 것,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한편 외부 요인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모를 거부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이모 서브컬쳐는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후로부터 줄곧 언론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마릴린 맨슨이 모든 총기 난사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고 에미넴이 아이를 사이코패스로 만들듯이, 이모 밴드들 역시 청소년들에게 자살과 자해를 부추기는 악의 축이라는 것이다.

이런 비난을 가장 많이 받은 밴드 중 하나가 My Chemical Romance이고 이는 마침내 Gerad Way가 “이모는 존나 쓰레기야”라고 말하게 했다. “우리는 이모 씬에 속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지만, 글쎄. 적어도 그 전까지 그는 밴드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모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 어쨌든 밴드는 언론의 공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모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 이후에도 본인들은 이모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해 왔다. 안타깝게도 대중들에게는 잘 먹혀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3. 0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인식이 바뀌었다. 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이모 밴드들은 이제 이모라는 말에 완전히 친숙해진 세대들이었다. 그들은 이모라고 불리는 것을 더 이상 개의치 않았다. 얼마 전에 내한 공연을 했던 (그러나 필자는 티켓을 구하지 못했던) Origami Angel은 아예 “이모는 정말 멋진 단어이고 우리는 그렇게 불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이모라고 불리기를 거부했던 밴드들도 생각을 조금씩 바꾸었다. 어쩌면 체념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한사코 본인들은 이모가 아니라고 고집했던 Sunny Day Real EstateJeremy Enigk도 Rolling Stones에서 그들의 앨범을 역대 최고의 이모 앨범으로 선정하고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에서 그들을 이모 아이콘으로 샤라웃한 이후에는 “...그래, 이제는 너희 마음대로 해라.”라고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90년대의 이모 밴드들이 십여년이 지나 재결합하고 다시 투어를 돌 수 있는 것은 미약하게나마 수요층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수요층은 그들이 그토록 싫어했던 이모의 팬들이었다. 지금도 수많은 음악들이 이름 없는 것들로 사라지고 있는 와중에 이모라는 이름이 그들을 아직까지 살아남게 해주었다. 그들을 가두는 틀이었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목숨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된 것이다.

밴드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는 쪽에 가까울 것 같다. 여기에서는 MineralChris Simpson의 인터뷰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우리의 음악을 어떻게 부르든지 상관없다. Tom Mullen (유명 이모 사이트의 운영자) 같은 사람들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그것은 그들이 음악을 사랑하고, 또 지키는 방식이고, 나도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모라는 말이 마음에 들 일은 앞으로도 평생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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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7시간 전

    고모

  • 7시간 전

    감사합니다 이모선생님

  • 7시간 전

    이모님땡큐

  • 7시간 전

    지식이 쌓였습니다!!

    이모코어라는 거에 관심을 안 가져봤는데 지금 이모의 근원이었군요

    개인적으로 추천하시는 이모코어 있으신가요

  • title: Tyler, The Creator (IGOR)Neti글쓴이
    1 6시간 전
    @hoditeusli

    One last wish용

  • 4시간 전
    @Neti

    와오

    여리고 응어리진 감각 이것 때문에 하드코어 계열 이모로 매번 돌아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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