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이념
푸른 잎의 싱그러움은 곧
배춧 잎의 엉킨 관향으로
수없이 많은 이들의 손을 타
무엇인지도 잘 보이지 않네
되찾으려 닦아낸 잎사귀는
손들과 엉켜 관향이 되어
깔끔하게 씻겨내려갔네
밭
자신을 휘감으며 자신을 내보이는
장미밭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그 흐드러짐에 나도 흐드러질까 싶어
웃음을 보이는 장미꽃 사이에 들어가니
장미밭보다 더 자신을 튕겨내는
가시밭이 터져나오듯 솟아왔다
웃음이 존재하던 그 위의 장미꽃들
그 꽃잎에라도 닿기만을 바랬지만
닿기엔 멀어지고 점점 고개가 숙여졌다
그러자 보이는 가시밭들의 길이 펼쳐졌으니
신께서 나에게 이 길을 선고하셨도다
가시들의 아픔을 새기면서
끝없이 나아간다
チルコ
비어있는 방 하나에
울려퍼지는 전등 소리
비어있는 방 하나에
날아다니는 벌레 소리
비어있는 방 하나에
흘러나오는 눈물 소리
Minecraft: Volume Alpha
새로운 세계 만들기
라는 선택 하나에
순식간에 구조가 쌓여서
세계가 되었네
우리가 그 구조들 위에
호기롭게 써내려가며
쌓은 수백 데이터의 모험들 속에는
항상 우리를 맞이했던
구조들의 울음 소리가
모험의 아래에 울리고 있었네
그 울음 소리가 곧 그 모험이었고
모험이 끝났더라도 우리를 울리네
Modal Soul
쉽사리 지나가는 시간들을
소중히 모아다가 추억할 때
그 지난 모든 것이
얼마나 좋았었는지
그런 노을 보는 것이
어찌 그리 깨끗했었는지
추억을 타인 처럼 잡아서
꽃을 피우기도 하고
추억을 한 가득 머금어서
눅눅해지기도 하고
추억을 엮어 만든 이야기에
빠져사는 건 여전히 즐겁네
Blonde
물로 무한히 얼어가는
온 곳을 녹이며
거울을 직시했을 때
녹는 중일거라 믿고서
눈을 감을 뿐인 얼음의 냉기에
조각 내면 흘러 날아갈 거라
보여줄 뿐인 직시를 부쉈네
직시는 직시를 직시했고
직시를 직시하는 직시들을
왼 눈에 직시, 오른 눈에 직시
시켜 온 몸을 비췄네
임과 님과
년과 녀와
놈과 너가
수없는 직시들에 담겨
날 직시하네
저 하나 하나의 눈빛에
나는 다른 세계로 빠지는 듯
요동치고 이 비좁은 공간이
방향 없이 드넓게 펼쳐진
평원인 것만 같아서
비좁을 때보다 모르겠다
물을 더 왼쪽으로 돌리고
나 또한 왼쪽만 가며
세상을 왼쪽과 오른 쪽이
엮인 듯 보네
마치 1만 시간 동안
타버린 것만 같은
나의 세상은
사라질 것만 같다
허나 직시를 밟아서
흘러나오는 피들에
타버리긴 이르다는 것을
흰 벽으로 직시하네
물을 끌어내리고
차가운 바람을 여니
글쎄 좀 선명해졌네
사실 인생앨범 7개를 다 하고 싶었는데
tpab은 진짜 쓸 실마리가 안잡혀서 못 썼읍니다
요즘에 시 쓰는 게 재밌어서 쓰고 있기는 한데
잘 쓰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써봅니다
쥑이네요 개추 누르고 갑니다
녹색이념 빨리 해석 봐야겠다
Blgtz 느낌 있네요..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기분
딱 그겁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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