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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까?

HaveㅣAㅣnICEㅣLife2025.04.27 00:50조회 수 293추천수 4댓글 6

   내가 어렸을 때, 꿈이라는 건 손에 잡힐듯이 선명했다. 글이 곧 나에게 동아줄이 되어 이끌어주었던 것을 보며, 나또한 그러한 동아줄을 엮는 사람이 될거라 꿈을 꾸었다. 왜인지 멋있을 것 같고, 그저 좋을 것만 같아서 그저 밝게만 보였다. 그렇게 온종일 집안의 책을 집던 시절에 부모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책이라는 것은 위대한 인간들의 유산이란다.” 부모님의 말씀에서 처음 들어본 그 유산이라는 말이 정말 특별해보였다. 내가 끝나더라도 다른 이들에게 동앗줄을 건넬 수 있다는 것이 불을 지핀 계기였다. “그럼 나 작가될래!” 그리곤 부모님이 답해주셨다. “그래, 장하구나.” 이 불이 산불이 될지, 성화가 될지는 그 누구도 몰랐지만 말이다. 물론 나에겐 산불이 되던 말던, 불을 지피자 보이는 하늘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에 보이는 서점의 모습, 그 안에 사람들이 막 나의 책을 사가는 모습. 동앗줄이 부리뻗은 하늘의 길에 꿈이라는 새를 타고 날아가 금방이라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른 첫 발을 딛기 위해 신발과 같은 노트와 펜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신발만 있어서는 첫 발 같은 것조차 딛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본 부모님은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쓸지 생각을 해봐.”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생각이 흐트러지기 바빠, 펜 또한 갈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휘적휘적 거릴 뿐이었다. 그러자 부모님이 또 말했다. “오늘 어땠는지에 대해서 적어보면 어떨까?” 그 말을 들은 나는 이렇게 적었다.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었는데

그 책 이름이 해리포터였는데

해리의 모험이 정말 재밌었다.

점심은 맛있었고

저녁도 맛있었다.

오늘 하루는 정말 재밌었다.

   나의 일기를 본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말 잘 썼네! 앞으로도 계속 써보자.” 그러한 말에 마냥 기분이 좋았던 나는 “응!”하고 답했다. 이때부터였을까. 남에게 평가를 떠넘겼던 것은. 하하. 첫 일기는 다들 저런 법이지. 나는 그 이후로도 일기를 썼었다. 물론 다 고만고만한, 해골이 신발 끄는 꼴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불이 계속해서 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 불씨또한 커져 환해보였다. 자연스레 나또한 제대로된 몸을 갖출 수 있게되었고, 신발을 신어 이제서야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하늘을 보며 내딛은 첫 발은 왜인지 모르게 거인 같았다. 이정도면 하늘에 금방 닿겠는데 싶었다. 그 첫 발의 작품은 사실 그리 좋은 작품은 아니었다. 필기구들끼리 여행을 하며 판타지적으로 적을 헤쳐나가는, 요상한 소설이었다. 물론 그 이야기 마저도 너무나 개연성 없는 것들의 연속이었다. 그런 소설을 써서 또 부모님에게 떠넘길 생각에 신난 나. 왜이리 꼴사나울까 싶다. 그걸 읽는 부모님은 별로 재밌어 보이진 않았지만, 또 장하다고 말해주었다. 그걸로 난 장한 아이였다. 그렇게 나는 줄곧 판타지 소설을 읽고, 판타지 소설을 쓰며 환상 속에 살고 있었다. 현실마저 말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작가라는 꿈은 잊었다. 그저, 환상 속에서 부자로 살아갔으니 말이다. 그렇게 첫 발에서 나의 새는 홀연히 사라졌고, 새에게서 버려진 나의 몸은 죽었다. 나의 몸은 그저 땅의 가장 깊은 곳까지 굴러 떨어졌고, 거기서 나는 환상속에서 무엇보다 거대한 거인으로 온 하늘을 지배한 느낌에 빠져 살았을 뿐이었다. 풍선같이 부풀어 올라 두둥실 살아가다보니, 지상의 사람들이 나를 오물풍선으로 여겼다. 터뜨리려 하고, 피하려 하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을 맞이한 나로서는 더욱 두둥실 떠올라 도망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두둥실. 두둥실. 하지만 오물풍선 같이 매달려 하늘에 있었기에, 그곳은 매우 추웠다. 사실 당연했다. 하늘에 실제로 있던 게 아닌, 땅에서 꿈꾸는 꼴이었으니 말이다. 그 추위는 땅에 서리가 낀 것이었다. 그 추위로 인해 꿈을 설쳤지만, 결코 그 꿈에서 깨어나진 못했다. 그러던 때 하늘에 내려온 동앗줄을 보았다. 그 동아줄을 보며, 내가 바라보았던 하늘이 떠올랐다. 미래의 내가 보내온 동아줄 인걸까. 물론 나는 무시했다. 그때는 땅이었고, 지금은 하늘이니까 하는, 그런 논리였다. 허나 그 때 몰려온 추위에 꿈이 흔들거렸다. 내가 땅에 있는지, 하늘에 있는지 헷갈렸다. 갈팡질팡 하다가, 추위에 이기지 못해 무심코 그 동아줄을 잡았다. 동아줄을 잡자 나를 이끌며 하늘의 꿈을 깨트렸고, 중간에 떨어져 땅에 구르고 말았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난 나의 앞에는 새로운 꿈을 꿀 신발이 있었다. 그 신발을 보고는 어릴적 일기를 쓰던 자신이 떠올랐다. 떠오르는 꿈의 감각.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동아줄을 엮는 사람이 된다면, 타인이 아닌 나를 이끌어주지 않을까 싶었다. 나의 몸을 다시 이끌며 발을 신발에 담구고, 노트와 펜을 쥔채 다시 첫 발을 떼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새로운 첫작품은 전과 달리 정말로 거대한 한 발자국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세계 명작 급을 쓴 것은 아니고, 첫작품 치고는 거대했다는 것이다. 개연성도 알 수 없고, 죽은 꿈을 꾸느라 팔아버린 내 시간이 단단한 족쇄가 되어 모든 게 어색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 소설을 읽은 부모님은 내게 크게 칭찬하셨다. 진짜 소설가 되겠네 라고 말이다. 다시 바라본다. 여러 사람들이 나의 책을 읽는 모습이 담긴 하늘을. 곧 저 하늘에 도달하게 될거라 생각하며, 그 선명했던 꿈에 손을 뻗어본다. 물론 손을 뻗는다고 하늘에 닿지는 않는다. 몸이 두둥실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저, 하늘에 닿기 위해 또다시 한 발자국을 딛으려 할 뿐이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경험과 경험의 사슬을 잡고서 올라가며 한 발 한 발 계속해서 땅에 박아 넣었다. 더 높은 고지에 내 발이 꽂고 꽂으며 새로운 사슬된 경험을 잡아 끌었다. 물론 그래도 하늘은 여전히 나를 외부에서 보는 것 같이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올라가고 있으니 언젠가 닿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계속해서 고정핀을 고쳤다. 그리고 그 발걸음을 보시던 부모님은 나에게 그 발걸음의 후기를 알려주며 나를 받쳐주었다. 최소한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세상이 하늘로 이끌어주는 것 같았다. 몇 발짝만 더 간다면, 하늘의 동아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몇 발짝을 갔다. 또 몇 발짝을 갔다. 한번 더 몇 발짝을 갔다. 하지만 동아줄은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 걸어갈수록 왜인지 모르게 속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계속해서 발 걸음을 옮기지만 나의 의지만 부칠 뿐,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계속해서 박고, 사슬을 잡아 끈다만 그냥 박히는 것이었고, 끌리는 것이었다. 난 힘껏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 하늘은 여전히 날 저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의 모습은 필히 날 비웃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내 앞엔 여전히 멀고 먼 길만 있을 뿐, 동아줄따위 한 올도 없었다. 그렇다면 난 정말로 오르고 있었던건가? 아, 내가 위를 보고 걸으니 올라가는 것 처럼 보였던 거구나.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제야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나의 눈에 보인 건 황량한 평야였다. 소설을 계속 썼건만 그것은 첫 발걸음과 달랐을 뿐, 더 높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부모님에게 나의 소설 중 최고작이 무엇인 것 같냐고 물었다. 부모님은 대답하셨다. 첫작품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고 덧붙이셨다. 받쳐준 것은 사실 부모로서의 의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희망없는 상황에서 소설 쓰기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으나, 얼마안가 나는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 이유야 사실 간단했다. 위대한 거인들, 소설가들 또한 현실이 다르지 않았을 텐데 그들은 하늘에 닿아서 나에게 전해졌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하늘에 올라갈 수 있는 동아줄은 나아가다 보면 분명히 있다는 것 아니겠나. 사슬을 잡아끌어 나의 의지가 한가득 담긴 발을 이 땅에 다시 꽂는다. 아무튼 내게 동아줄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동아줄. 동아줄. 올거니까. 한 발짝. 한 발짝. 올거니까. 걸어가고, 걸어갔다. 그럴수록 의지는 하늘에 내려올 동아줄이 바쳐지는 듯 했다. 그 동아줄이 곧 내 의지였다. 동아줄에만 이끌려 발걸음 옮기는 내 모습은 처량했다. 그러던 때, 한 뉴스기사를 보았다. “18살 작가 XXX의 신작, ‘행복의 순간’ 베스트셀러 등극…” 그 제목을 보자마자 열등적인 경외심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기사에는 XXX의 소감또한 들어있었다. “사실, 그닥 작가가 되는데 그리 큰 관심은 없어요. 부모님이 글 잘 쓴다 칭찬해주길래 계속 글을 썼을 뿐이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베셀에도 오르게 되었네요. 그래도 베스트 셀러라는 타이틀이 좋긴해요.” 왜 내 꿈이 저기로 갔을까. 꿈이라는 나의 새는 저 사람의 새장 안에 살아가고 있던 건가? 쓰던 소설이 허상같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동아줄은 끊기고 말았다. 내가 의지했던 다른 소설가들과 나는 달랐던 것이다. 그들은 저 작가처럼 새를 타고 날아다녔던 것이고, 나만 이 땅을 힘겹게 걷던 것이다. 꿈이 이렇게 허무했던 건가 싶다. 내가 꿈을 가지던 말던, 세상은 예정대로 흘러갔으니 말이다. 그때 떠올랐다. 경험의 사슬을 쥐고서 땅에 천천히 발로 밟아가며 나아가던 내 모습. 그 시절에는 그것을 자신감이라 불렀지만, 지금 와서는 오만함이었다. 그렇게 신발끈이 풀리기 시작했고, 이내 신발 또한 벗겨졌다. 꿈같은 건 아무의미 없었다. 그리고 꿈 없는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갔다. 엄마에 의해 아침에 깨어날 때면, 나는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려 식탁앞에 앉는다. 그리고 밥을 먹고, 가방을 챙겨 학교로 간다. 그렇게 간 학교에서는 선생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애들이 점심 먹으러 가자 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 일어나 점심을 먹고,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나 야구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다 선생이 입장할 때면 조용해지고, 선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깜깜하다. 깜깜한 곳에 깜깜히 있다가, 깜깜 들린다. 그리고 무상히 나오고서는 집에 온다. 그리고 잠에 든다. 선생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리고 저녁을 먹고 선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선생이 입장할 때면 조용해지고, 가방을 챙겨 학교로 간다. 깜깜한 곳에 깜깜히 있다가, 깜깜 들린다. 엄마에 의해 아침에 깨어날 때면,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나 야구하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무상히 나오고서는 집에 온다. 그러다 선생이 입장할 때면,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나 야구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다 애들이 점심 먹으러 가자 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 저녁을 먹고 선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려 야구하는 모습을 본다. 일어나 점심을 먹고, 깜깜하다. 학교에서는 선생의 목소리가 들리고, 엄마에 의해 아침에 깨어난다. 저녁을 먹고, 가방을 챙겨 학교로 간다. 깜깜한 곳에 깜깜히 있다가, 엄마에 의해 아침에 깨어날 때면 무상히 나오고서는 집에 온다. 깜깜한 곳에 깜깜히 있다가, 깜깜 들린다. 그리고 밥을 먹고, 가방을 챙겨 학교로 간다. 그리고 잠에 든다. 엄마에 의해 아침에 깨어날 때면, 나는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려 식탁앞에 앉는다. 그리고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나 야구하는 모습을 본다. 애들이 점심 먹으러 가자 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 일어나 점심을 먹고, 그리고 잠에 든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선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잠에 든다. 엄마에 의해 아침에 깨어날 때면, 아. 시간이 무심히 불안을 선물했다. 죽음의 공포와 같다. 곧 다가오는, 알 수 없는 그것. 나는 시간이 지나며 썩어갔다. 내가 썩어간다는 사실에 나는 더이상 시간을 무심히 둘 수 없었다. 무언가 해야했다. 움직여야 했다. 결국 또다시 노트와 펜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은 글을 짜내기 위해 모이려 하지 않았고, 펜은 그저 정지해있을 뿐이었다. 결국 나는 일기를 썼다.

엄마가 나를 아침에 깨웠다.

또 내일이 도착했구나 라는 생각에 불쾌하다가도,

내일까지 살아있었다는 것에 그 불쾌를 무마했다.

그리고 나는 학교를 가기위한 준비를 마치고,

학교에 갔다. 사실 이 때가 제일 불쾌하다.

학교에 가는 게 무슨 이득이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리고 맞이하는 선생과 아이들. 

자기들끼리 웃고 배우고 할거다.

난 거기에 딱히 낄 마음도 없다.

그렇게 몇시간이 지나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닭다리에 갈비인지라 맛 없을 수가 없었다.

또 똑같다. 몇시간 지나서 저녁을 먹었다.

이 학교는 저녁은 돈을 받으면서 정작 저녁이 맛없다.

특히 볶음밥으로 떼우려는 심보가 아주 영악하다.

그리고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이라고 아무 일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학교에서 나올 권한을 얻는다.

그렇게 학교를 나왔다. 뭐, 기쁜 것 같다.

근데 매일 이렇게 나오니 그 감각도 사라져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은 딱히 할 게 없다.

잤다. 

오늘 하루는 정말 재밌었다.

   오랜만에 글을 적으니, 글을 한창 썼을 때의 희열이 약간이나마 나에게서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또 글을 쓰려 할 때, 어차피 이 짓을 한다고 꿈이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랬다. 그렇다면 이 글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엔 도저히 의지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또다시 시간은 실망한 듯 무심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아, 또 아침. 아, 또 그 목소리. 아, 어제 먹은 거. 깜깜한 모든 것. 잠. 이제는 이 패턴이 제일 편했다. 그저 이렇게, 나머지의 시간도 흘렀음 싶었다. 그런 정신으로 살고있는 나란 인간에게 아주 친절하게도 말을 걸어준 아이가 있었다.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기류가 느껴진다. 으, 불쾌하다. 제발 그냥 나를 썩혀서 비료로 사용해주길! 지금 애매하게 썩어있는 나는 무쓸모 하도다! 그 썩은내에 말을 걸었던 모든 이들은 떨어져 나갔고, 나는 그저 또 그 시간에 삶을 깎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깎인 삶의 가치또한 깎여 헐 값이 되어갔다. 물론 나는 헐 값이던 말던 상관 없었다. 그냥 지속되기만 한다면 그만일 뿐이다. 허나 현실에는 영원한 시간 같은 건 없었다. 시간에 의해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당하고 말았다. 부모님은 얼마안가 딱 원룸방 하나 구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쥐어주고선 쫓아냈다. 물론 부모님은 내가 꿈을 포기한 줄 모르고 계셨기에, 혼자 자립해서 써보라는 취지였을 테지만, 나에겐 부모도 나의 역겨운 냄새에 못이겨 결국 버려버린, 쓰레기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온세상을 저주했다. 내가 이 돈을 가지고 뭘 할 수 있으며, 글도 안쓰는 마당에 어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내겐 아무것도 없었다. 작은 돈이 있었지만 그건 그저 종이 덩어리일 뿐이었다. 아, 아. 과거의 기억이 자나간다. “그럼 나 작가될래!” 그냥 다른 걸 꿈꾸지. “그래, 장하구나.” 하지말라고 했어야지. 부모라는 것들이 제 할 일도 못하고. 나는 지긋이 벤치에 앉았다. 그 위로 다리를 모으고 수구린채, 사물이 되었다. 그 사물은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이 한참 흐르다가, 전화 소리가 났다. “아들, 엄마가 아들 원룸방 못 구했을까봐, 괜찮은데 알아봤어! 톡으로 주소 보내줄테니까 한번 가봐!” “...응” 전화는 더이상 소리내지 않았다. 그리고 카카오톡을 키고는 그 주소로 가기 시작했다. 주소에 도착하고나서 임대인에게 엄마의 이름을 부르자 친절히 대답해주며 속전속결로 계약을 하게 되었다. 뭔 일이 일어났는 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방이 생긴다는 것이 안심됐다. 그렇게 계약한 새로운 방에 나는 입주했다. 그리고 나는 들어오자마자 방의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이 느낌, 오랜만에 느끼는 포근함이다. 이 포근함에 나는 나의 온몸을 휘감은 채, 시간을 비워냈다. 그 방엔 아무도 없었다. 단지 어떠한 스피커가 계속 저주할 뿐이었다. 이 세상을. 그렇게 시간은 녹아 사라져 간다. 방은 계속해서 낡아간다. 나 또한, 낡아간다. 언젠가 알아서 돈을 모으겠지. 낡아간다. 그때쯤 알아서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 낡아간다. 그렇게, 죽어간다.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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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 2025-04-27 010129.png

지듣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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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4.27 01:07

    잘 읽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잘 안나오네요.. 쩝

    정리되면 댓 남겨볼게요.. 잘 읽었습니다

  • 4.27 01:29
    @미오

    사실 이 소설의 결말부는 좀 희망적인데 그냥 제가 우울해서 잘랐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5시간 전

    잘 읽엇어요

    조금 지루하긴 하지만 공감 되네요

    표현 중점 보단 진짜 사실 그대로 묘사돼있어서 더 와닿는듯

  • 14시간 전
    @명둥이입니다

    확실히 질질 끈 부분이 없다고는 못하죠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5시간 전

    슬퍼요

  • 14시간 전
    @ZUNPA

    사실 이 소설을 쓸 때 마냥 슬픈 감정으로 쓴 건 아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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