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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벤트] 무너지기.

HaveㅣAㅣnICEㅣLife2025.04.11 13:07조회 수 750추천수 8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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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도둑 - 무너지기 (4.5 / 5)

무너진 폐허 속에서 자라나는 초자연.


술에 취해 어디론가 발을 디딘다. 아, 세상이 흔들린다. 흔들림이 어찌나 세던지, 나도 흔들리네. 세상아 세상아, 무너질 위기로구나. 저 위에 떠 있는 하늘이 너희를 잡아먹을 심산이로다. 하늘이 흐려지네. 그리고 흐르기 시작하여, 가장 높게 솟아오른 빌딩이 하늘과 섞여 저멀리에. 점점 규칙들이 섞여 사라져 가는구나. 저 거대한 초자연에 말이다. 규칙들이 무참히 하늘 속에 거품 띄우며 잠수하고, 내 앞까지 초자연의 광경이 다가왔네. 아, 아름다운 모습이다! 모든 것들이 섞여있는 초자연은 초월적이로다! 그렇게 나는 초월하여, 무너졌네. 섞여 들어오자 빛들이 날 반기고, 껴안았다. 그리고 빌딩이 날 반겨오고, 가로등이 날 반가워했다. 그리고 세상을 보니, 하늘이 모든 것을 잡아먹어 우중충한 하늘만이 떠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인사를 하며, 무심히 무너진 꼴을 보았다.

 

무엇인가 우중충한 하늘에 자그맣게 서있는 사람 하나. 그 사람은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아마, 창대한 히늘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넓은 하늘에는 수많은 것이 있을 것이다. 지구 너머 우주의 것들과, 물, 그리고 빌딩 같은 것들 말이다. 그 수많은 것들을 가려놓은 하늘은 도리어 너무 비어보인다. 하지만 가득차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애매모호한 것, 혼돈은 역설적 자연의 한 순간이다. 그렇게 수많은 것을 감춘 한 순간이 영원한 순간이다. 마치 무너진 잔해를 보고, 무너지기 이전에 무엇이었을까 상상하는 것과도 같은, 그야말로 초자연적인 것이다.

 

무너졌다. 무엇이 무너졌는가? 공중도둑이 무너졌다. 인간으로서의 규칙은 흐려지고, 초자연적 자연이 공중도둑을 통해 퍼져나가려 한다. 자연적인 악기들이 흘러나오는데, 전파 방해를 받은 자연의 불협화음적 신호 같이 흘러나온다. 의도치 않게 끊겼다가, 의도치 않게 재생되어 자연스러운, 정말 무심한 섭리 그자체다. 또한 거기에 인간적으로 탄압하려 드는 인위적인 전자음이 무참히 섞여들어와 잡음과 같이 자연과 섞여 어떠한 소리인지 애매모호한, 혼돈을 만들어 자연과 비자연의 부조리하지만, 그렇기에 자연적인 초자연, 초자연적인 자연의 소리로 재탄생 된다. 인간을 통해서 세상에 태어난 초자연의 실상이다. 공중도둑은 이를 알지도 못한 채, 초자연의 하늘 속에 잠겨 모든 것들을 무심하고도, 자연을 찬미하듯 초자연속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낸다. 너무나 인간적인, 하지만 너무나 자연적인 그들의 소리는 또한 초자연적이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은 같은 인간에게 패배한, 규칙을 져버린 자들의 몸부림이다. 그렇기에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초자연이 퍼져나갔으며, 이 음악은 성공적인 무너짐의 전파이다.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는 ‘초자연의 초자연적 경험일지’다. 단편적으로 초자연속의 경험들을 읊어대지만, 초자연은 무너져 초자연적으로 출력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어지러져 있으며, 단어가 인간에게서 벗어나있어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다. 우리는 시를 접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연을 해석하려 하지만, 거기에서는 공중도둑의 무너진 잔해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초자연의 경로는 알 길이 없다. 수많은 철학자가 그랬듯, 자연은 혼돈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저 무너진 잔해를 무심히 보는 것, 우리가 자연을 우리로서 받아들이는 법이다.

 

초자연적인 총체적 감각. 그것이 공중도둑의 무너지기인 듯 하다. 혼돈적인 사운드를 내는 앨범이야 많지만, 무너지기는 그 혼돈이 자연스럽다. 다른 혼돈적 앨범들이 인간들이 만들어낸 끔찍한 산불의 잔해 같다면, 무너지기는 오히려 온전한 형태의 산이다. 온전하게, 자연적인 산이다. 어디 하나 규칙적인 부분이 없고, 가공한 흔적이 없으며, 지각운동의 영향이 하나 하나 베어있는 그런 산. 우리에게 당황스러움을 주지 않고, 아름다움과 자연의 섭리를 흘려내는 그런 산. 그런 산의 시간적 배열이 곧 무너지기다. 무너진 폐허 위에 자연이 씨를 뿌린 그 곳은 자연이 낼 수 없는, 그 곳만의 초자연이다.


쓰고 보니까 좀 별로인 것 같은데 그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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